소설 및 문화 콘텐츠 사이트 삼천세계

붉게 피는 소리(시 모음)


엊그제, 식탁에 굴비가 올라왔을 때


조기는 입을 벌린 채 나를 쳐다보았다.

왜 자기가 법성포 굴비가 되었는지

조용히 가라앉아 흰 모래가 되지 못하고

노릇하게 구워진 시체가 되었는지

흐릿해진 눈으로 묻고 있었다.

 

조기를 먹으며 생각한다.

살을 발라내야 뼈를 볼 수 있다고

결국 어지러운 접시에 남는 것은

살이 아니라 뼈라는 이치를

무언가를 쓰기 위해서는

쉼없이 살을 발라내는 고통 끝에서

흰 뼈를 드러내보여야 한다는 사실을

이제서야, 너무 쉽게 글을 쓰다가

사실 전 젓가락질이 서툴러서 생선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댓글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