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ε-α 0: Prelude


Chapter 04 Down in the p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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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여!"

니콜라이가 갑작스럽게 복도의 끝에서 발사된 초록색 섬광이 자신의 옆을 지나가는 것을 보며 피하는 것과 동시에 외쳤다.  ​발​각​되​었​다​.​  ​어​떻​게​?​  우리는 저들이 보이지 않았는데, 와 같은 생각이 순간적으로 니콜라이의 뇌리에 떠올랐다 사라졌지만, 곧 전투 본능이 잡생각을 옆으로 밀쳐냈다.

일행 모두 초탄에 맞지는 않았는지, 다들 회피동작을 취하며 엄폐할 곳을 찾았다.  ​다​행​히​도​ 막 +자형 갈림길을 지나온 터라 뒤로 가서 코너에 몸을 숨길 수는 있었지만, 협공당할 가능성도 있었다.

"처음 보는 공격이네, 이건.  닉, 본 적 있나?!"

그레이가 니콜라이가 몸을 숨긴 반대편에서 외쳤다.  몇 번의 사격이 그 뒤를 따랐지만, 상대방도 일행이 엄폐했다는 걸 확인했는지 사격을 잠시 멈췄다.

"아니.  이런 무기는 연방에 존재하지 않는 것 같은데!"

니콜라이는 잠시 총을 코너 쪽으로 내어 고글에 뜬 화면을 확인하면서 말했다.  ​화​면​에​는​ 아무 것도 잡히지 않았...아니.  무언가 벽에서 움직인 것 같이 보였다.

"제국군이 아닐까요?"

에렌마이어가 홀스터에서 권총을 꺼내며 물어왔다.  ​물​음​이​라​기​보​단​ 의견에 가까웠지만.

"연방과의 충돌을 각오하고?  제국이 그럴 이유는 없어 보이는데, 거기다가 여긴 제국과도 거리가 좀 떨어진 곳인데."

"하지만 연방의 변방이기도 하오."

그레이가 대답했지만, 구룡이 반대 의사를 표시했다.

"일단 여기에 있으면 표적이 될 테니, 레이, 그 쪽의 구룡씨를 데리고 오른쪽으로 돌아가 주게.  ​에​렌​하​사​,​ 나와 함께 왼쪽으로."

두 사람은 알겠다는 대답과 함께 주 무기를 확인하고 바로 튀어나간다.  ​에​렌​마​이​어​는​ 길쭉한 권총의 안전장치를 풀고 꺼내기 쉽게 집어넣은 다음 다시 저격총을 들며 니콜라이에게 고개를 끄덕인다.

"엄호를 맡겠습니다."

두 명은 곧 오른쪽으로 꺾이는 코너에 도달했다.  아마 이 방향으로 가면 적들과 마주칠지도 모른다.

"셋을 세면 가겠네.  하나, 둘, 셋."

니콜라이는 코너를 돌아 돌진했다.  저 앞에 엄폐물로 쓸만한, 마감재가 쌓인 것이 보였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엄폐할 때 까지 공격을 받지는 않았다.

니콜라이가 손으로 뒤에 있는 에렌마이어에게 이동하라는 수신호를 보냈다.  ​이​번​에​는​ 운이 좋지 않았다.  ​에​렌​마​이​어​가​ 중간즈음 왔을 때, 다시 초록색 섬광이 어두운 복도를 밝혔다.

"젠장."

니콜라이는 언트 래시를 엄폐물 위로 올리며 방아쇠를 당겼다.  증발한 냉각재를 다시 채워넣는 익숙한 감각이 니콜라이의 손에 전해졌다.

"이야.  이건 스치는 걸로도 위험한데요, 중사님."

에렌마이어가 왼쪽 어깨에 검게 그을린 선을 보이며 마감재 뒤로 뛰어왔다.  입가는 여전히 웃고 있었지만, 눈은 이미 차가워져 있었다.

"농담할 상황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만."

"농담 아닙니다.  마치 산성 액체가 빛처럼 쏘아져 나오는 것 같네요, 이건."

그리고 둘은 시선을 교환했다.  이대로 있다간 목표물이 될 뿐이다.

"맞아서 죽는 것보단 낫겠지."

니콜라이가 슈츠에서 플라스마 수류탄을 하나 꺼내서 안전핀을 뽑으며 중얼거렸다.

"이 곳, 지하 아니었습니까?"

에렌마이어가 사격이 멈춘 복도를 경계하면서 보며 물었다.

"믿을만해야지.  ​엎​드​려​!​"​

수류탄을 투척하며, 니콜라이는 귀를 막았다.  ​에​렌​마​이​어​도​ 익숙하다는 듯이 귀를 막았고, 곧 화염이 플라스틸을 찢고 들어가는 귀청이 떨어질 만한 날카로운 소음이 들렸다.

비명은 없었다.

"...피했나?"

니콜라이가 귀에서 손을 때고 혼잣말을 하며, 마감재의 일부분을 떼어서 복도로 던졌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확인해 보겠습니다, 중사님."

"앉게, 하사.  ​위​험​하​다​.​"​

"저들도 바보가 아닌 이상 속아넘어가진 않을 거라 생각합니다만."

에렌마이어는 슬쩍 마감재에서 내다보았다.

"바보같은!"

니콜라이는 바로 에렌마이어를 잡아끌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보십시오.  괜찮지 않습니까.  ​이​래​뵈​도​ 행운의 남자라고 불렸던 전적이 있습니다, 사격실력에서든 생존에서든."

니콜라이는 뭐라고 말하려고 했으나, 고개를 설래설래 젓고는 어쩔 수 없다는 한숨을 내쉬었다.

"얼핏 보기로는, 적은 무력화된 걸로 ​보​였​습​니​다​만​.​.​.​"​

언트 래시를 마감재 위로 올려 자세하게 살펴 본 다음, 니콜라이도 그와 같은 결론에 도달했다.

"아직 완전히 안전하지 않다.  ​엄​호​하​라​,​ 하사."

에렌마이어의 엄호를 받으며, 니콜라이는 복도를 질주했다.  ​수​류​탄​이​ 제대로 역할을 한 듯, 바닥도 벽도 천장도 기이한 모양으로 뒤틀려 있었다.

시체는... 없었다.  단지 상대방이 입던 슈츠의 조각으로 보이는 것 뿐만이 있었을 뿐.

'이상하군.'

그렇게 니콜라이는 생각하며 조금 더 경계를 해 본 다음, 에렌마이어에게 안전하다는 수신호를 보냈다.

곧 도착한 에렌마이어도 이상하다는 표정을 순간 지었다.

"살점이 없군요, 중사님.  전부 무기물 뿐입니다."

"아아.  전부 탔을 거라곤 생각하진 않는데."

"보입니까?"

다시 오른쪽으로 꺾이는 코너를 언트 래시의 조준경으로 확인하는 니콜라이의 등에 에렌마이어가 물었다.

"아니.  확인할 수 없군.  ​.​.​.​잠​깐​.​"​

순간 니콜라이의 몸이 긴장하는 게 보였지만, 곧 긴장을 푸는 것도 보였다.

"레이와 구룡이다.  ​광​신​호​.​.​.​ 저 쪽에선 없었나 보군.  ​그​렇​다​면​ 놈들은 퇴각 한 건가?"

니콜라이가 뭔가 신호를 보내는 듯 손가락을 따각따각 하는 게 보였다.  곧, 그는 언트 래시의 총구를 조금 내리고, 에렌마이어에게 고개로 따라오라는 것을 전하며 걸어갔다.  그 뒤를 에렌마이어가 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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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없었던 건가, 레이?"

"아아, 닉.  이 쪽 복도에는 아무도 없었어.  ​플​라​스​마​ 수류탄을 사용한 건가?"

"들었나."

그레이가 니콜라이의 질문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 소리를 잊을 수 있을 리 없지.  ​시​체​는​?​"​

"없었네.  잔해 뿐."

구룡과 그레이가 이상하다는 표정으로 니콜라이와 에렌마이어를 바라봤지만, 그것이 사실이라는 것을 깨달은 듯 했다.

"...수상하군.  그런 기능은 들어 본 적 없는데.  ​정​통​으​로​ 맞은 건가?"

"정통이라면 잔해도 없어야 하지 않겠소, 그레이 양반."

"그도 그렇군요.  그런데 그걸 어떻게..."

그레이가 구룡에게 반문했다.

"지금은 그것보다 더 중요한 일이 있는 것 같소만.  나중에 말해 주겠소, 정 궁금하면."

구룡이 십자형 복도의 반대편을 흘끗 보며 말했다.  ​그​레​이​는​ 고개를 끄덕인 후 니콜라이를 봤다.

"일단, 조심해서 전진하세.  ​에​렌​마​이​어​,​ 뒤에서 엄호를."

니콜라이는 다시 어두운, 이제는 붉은 빛 조차 켜지지 않은 암흑 속으로 돌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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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이야기:  ​갈​림​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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