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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RREGULAR HUNTER - 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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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사의 눈앞에서 펼쳐지고 있는 광경은 그녀가 알고 있는 '상식'과는 완전히 동떨어진 세계였다.
두발로 걷는 용의 모습을 한, 정체불명의 괴물체. 그리고 그에 맞서는, 유성처럼 날아온 푸른 소년.
하지만 아리사가 그들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던 것은 최초의 대치 순간 뿐이다. 그 뒤부터는, 둘이 움직이는 것이 너무 빨라 보이지 않았다. 건물 안에 조명이 없어서 어두운 것도 한몫 하고 있었지만.
어찌되었건, 그녀가 지금 느끼고 있는 심정을 말로 표현해보자면


"뭐야 이게…"


… 이 한마디로 압축이 가능했다.
우선, 하교길에서 나노하들과 헤어져 집으로 오던 길에, 아버지의 부하라고 속인 남자에게 납치를 당했다. 아니, 뭐 그것도 딱히 '상식적인' 상황은 아니지만, 적어도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은 아니다.


하지만, 지금 이 광경. '푸른 소년'과 '기계의 용'이 싸우고 있는 이'것'은 이야기가 다르다.
아리사가 자주 보는 TV 프로그램에 비유를 하자면, 「아즈망가 대왕」을 보는 도중에 「CSI」로 반전됐다가 느닷없이 「아이언맨」으로 넘어가버린 느낌. 요컨대, 정신이 없다, 지금 이 상황.
아무리 조숙하다고 해도 9세는 9세. 이렇게까지 급변하는 상황을 아무렇지 않게 받아들일 수 있을만큼, 그녀는 성장하지 못했다.


그러나.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꿈을 꾸는 듯한 기분'으로 차분히 관찰할 수 있었다.


'아, 그러고보니 오늘 신간 나오는 날인데. 나중에 가볼까. 다 나가지 않았으면 좋겠지만.'


현실 도피나 다름없는 생각이 머리 속에서 자꾸자꾸 떠오른다.
… 아니, 눈앞에서 저런 걸 봐버리면 현실 도피하고 싶어지는 게 당연하지만.


'하지만… 저 녀석들…'


정말로, '무엇'인걸까.

 

 

 


'이 녀석─'


처음 봤을 때부터 얼핏 느끼긴 했지만, 이렇게 제대로 대치하고 나서야 확신할 수 있었다.
눈앞에 있는 이'것'은, 100년 전 싸웠던 그 '용사'와 동일 존재지만 동시에 별개 존재이기도 하다. 보다 강해지고, 보다 냉정해졌다. 예전에 싸울 때 가지고 있었던, "동료였던 자와 싸우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나 그에 따른 "망설임"도 지금은 보이지 않는다.
… 아니, 그 정도가 아니다. 지금 자신을 보고 있는 저 눈에도 얼굴에도, '감정'이라는 것이 완전히 배제되어있다.


─마치, 예전에 시그마의 지배하에 있던 전투병기들처럼.


예전에는 헛점투성이였지만, 지금은 전투자세 자체에도 빈틈이 없어졌다. 무엇보다도, 레플리로이드 중에서는 그다지 흔하지 않은 타입인 "무도가"형이기에 알 수 있는 것으로, 예전과는 비교조차 할 수 없을만큼 기세가 높다.
예전의 엑스를 "덜 자란 사자"라고 평가한다면, 지금의 엑스는 "사자조차 한 입에 물어죽일 괴물"이 되어있다.


… 그러나.
그렇다고 하더라도.


'다르다고, 엑스.'


마그마 드래곤은 묘한 초조감을 느끼며 주먹을 쥐었다.


'내가 싸우고 싶은 건, 그런 모습의 네가 아니다.'


터무니없는 힘을 가졌으면서도 심약하기 그지없고.
그 전까지 함께 싸웠던 동료와 적대해야 한다는 사실에 괴로워하고.
싸우고 싶지 않은데, 싸우지 않으면 지킬 수 없다는 사실에 고뇌하고.
그러면서도, 그 현실에서부터 눈을 돌리지 않고 앞으로 발을 내딛는.
그런 '엑스'였기에, 그런 '용사'였기에 자신은 전신전령을 쏟아부어 싸우고 싶었던 것이다.


'100년이란 세월은 너조차 변하게 만들었던가… 그렇다면 그걸로 좋다.'


마그마 드래곤은 끓어오르는 감정을 가슴 한 구석으로 몰아넣고 생각했다.


'정말로 본질까지 변해버렸는지 어땠는지, 지금부터 확인해주지.'


그가 자랑하는, 이 두 주먹으로.

 

 

 


IRREGULAR HUNTER - X



6화


 

 

 


​[​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


2m 20Cm가 넘는 거체가 돌격해온다. 비록 3m에 육박하던 루시퍼보다는 작지만, 부족함은 없다. 게다가… 루시퍼와는 달리 중량 중심 타입이 아니기 때문에, 속도에서는 루시퍼보다도 훨씬 빠르다.
엑스는 몸을 옆으로 옮기는 것과 동시에 오른손을 버스터로 바꿔, 달려오는 마그마 드래곤을 향해 광탄을 발사했다.
마그마 드래곤은 엑스의 몸이 이동하는 것에 따라 급격히 돌격방향을 바꿨고, 엑스가 발사한 광탄들을 무시하고 달렸다. 광탄들은 마그마 드래곤의 몸에 적중되지만, 타격은 입히지 못한채 빛무리를 날리며 흩어졌다.
그것을 본 엑스는 혀를 차며 몸을 뒤로 날렸다.


'이래서 격투계는─!'


제 14부대는 백병전의 전문가들만이 모이는 부대. 그리고 마그마 드래곤은 그곳에서 대장을 역임했던 자다. 본래 근접 주체의 전투형들은 장갑을 얇게 해서 스피드를 올리던지 장갑을 아주 두껍게 해서 방어력을 높이던지 둘 중 하나지만, 마그마 드래곤은 장갑이 두꺼우면서 그걸 메울 수 있는 성능까지 함께 갖추고 있기 때문에 질이 나쁘다.


'우선은 거리를 벌려서 차지를'
[하게 둘 거라고 생각하나!!]


엑스가 뒤쪽으로 뛰어오르자마자, 마그마 드래곤은 지면을 박찼다. 그 무지막지한 다리 힘에서 터져나오는 추진력은, 대쉬를 사용하는 것조차 하지 못한 엑스를 따라잡기에 충분하고도 남는다.
엑스의 바로 코앞까지 다가온 마그마 드래곤은 그대로 몸을 뒤틀어, 그 탄력을 이용해 날린 오른발로 엑스의 안면을 노렸다. 엑스는 허리와 목을 뒤쪽으로 가능한 만큼 꺾어, 그 일격을 피한 후 다시 몸을 일으켰다.


─그 직후, 마그마 드래곤이 날린 '오른쪽 무릎'에 안면을 맞고 날려간다.


"─!!"


즉, 마그마 드래곤은 처음부터 엑스가 피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평소보다 강하게 찼다. 몸이 완전히 회전해버릴 정도의 힘으로. 그대로 맞아버린다면 그걸로 좋은 거고, 피한다고 해도 상관없었다. 예상했던대로 엑스는 공격을 피했지만, 그가 자세를 바로잡는 사이 마그마 드래곤은 몸을 회전시킨 그 기세 그대로 한바퀴 돌아, 이번엔 상단 무릎차기로 공격을 바꾼 것이다.
비록 프로스트 웰로스같은 초헤비급이나 루시퍼, 블리저드 버팔로같은 헤비급보다는 덜 나간다고 해도, '인간'과 비슷한 체중인 엑스에 비할 바는 아니다. 회전으로 의한 가속도에 체중이 실린 무릎을 직격으로 받은 엑스는 가볍게 튕겨져 날아갔다.
하지만 날려가면서도 손을 아래로 뻗어 바닥을 붙잡는다. 손가락이 콘크리트 바닥을 파고 들어가고 나서도 한참 밀려나다가, 간신히 정지했다.


거기서 자세를 바꿔 몸을 세우자, 벌써 이쪽으로 돌진해 들어오고 있는 마그마 드래곤을 발견하고는 버스터를 들어올려 광탄을 쏜다. 아까와 마찬가지로, 마그마 드래곤은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광탄들을 깡그리 무시한 채 그대로 돌진해 들어와, 주먹을 날린다.
이제와서 피하기엔 늦었고, 막는다면 아까와 똑같이 날려갈 뿐.


─그렇다면, 받아친다.


엑스는 버스터를 다시 주먹으로 바꾼다.
거기에 그치지 않고, 오른손을 '교체'한다.


「터널 리노」


지저를 파고 다니던, 걸어다니는 드릴 전차라고까지 일컬어졌던 레플리로이드. 그와 똑같은 힘이 엑스의 오른팔에 담겼다.
그 상태에서 오른팔을 드릴로 바꾸고, 날아오는 마그마 드래곤의 주먹을 향해 날렸다.


그리고, 마그마 드래곤은 기다렸다는 것처럼 주먹을 거둬들이고 두 손을 뻗어, 엑스의 오른팔을 붙잡았다.
그대로 자신에게로 끌어당겨, 자세가 무너진 엑스의 복부에 무릎차기. 허리가 굽혀진 엑스의 등을 향해서, 두 주먹을 내려친다.
하지만 무릎차기까지 먹은 시점에서 엑스는 이미 마그마 드래곤의 다음 공격을 예상한 상태. 오히려 밑으로 쓰러지듯이 자세를 바닥까지 낮춰 마그마 드래곤의 공격을 피한 후 두 손으로 바닥을 짚고 물구나무의 요령으로 다리를 올려, 마그마 드래곤의 턱을 찬다. 본래 엑스의 신장이라면 닿을 리 없는 공격이었지만, 마침 마그마 드래곤은 투 핸드 스매싱이 빗나간 걸로 인해 몸이 앞으로 숙여진 상태였던 터라 적중되었다.


마그마 드래곤의 턱이 위로 들려지고─ 그 상태에서조차, 마그마 드래곤은 양 손을 펼쳐 자신의 턱을 강타한 엑스의 두 다리를 붙잡아, 있는 힘껏 벽을 향해 휘둘러 내던진다.


"윽…!!"


벽에 충돌하여 크게 함몰시킨 후 바닥에 떨어진 충격으로, 엎드린 채 신음을 내뱉는다.
하지만 그 신음을 전부 내뱉기도 전에, 마그마 드래곤의 다음 공격이 이어졌다. 위로 뛰어오르고 천정을 발로 차면서 엑스를 향해 날아와, 엑스의 머리보다도 큰 주먹을 내질러온다.
그것을 '인지'한 엑스는 이를 악물고 회피를 선택했다. 두 손으로 바닥을 밀어올려 몸을 일으키고, 크라우칭 스타트의 자세를 취한 후 대쉬. 마그마 드래곤의 주먹은 아슬아슬하게 엑스를 피해 바닥에 꽂혔다.


'근접전은, 힘든가…!'


종합 전투 랭크는 일단 젖혀두더라도, 근접전에 있어서만큼은 엑스보다 우위다. 그런 상대와 근접전으로 맞붙을 생각은 없었기에, 엑스는 계속해서 뒤로 물러나 거리를 벌렸다.
그 동안 진동도 흙먼지도 파쇄음도 없어, 정확히 자신의 주먹 크기만한 구멍을 바닥에 뚫어놓은 마그마 드래곤은 자신의 공격권 안에서 벗어난 엑스를 쫓아 달려들었다. 엑스 역시 대쉬를 그만두고 몸을 돌려, 마그마 드래곤의 공격에 대응할 준비를 갖춘다.


마그마 드래곤이 주먹을 들어올리고, 엑스가 오른손을 원래의 것으로 되돌렸다. 둘이 충돌하려는 순간─


[아차, 실수.]


─돌연, 마그마 드래곤이 접근을 멈췄다.
순간적으로 의아함을 표정으로 나타낸 엑스를 보며, 마그마 드래곤은 턱짓으로 엑스의 뒤쪽을 가리켰다.


[이 위치에서 공격하는 건 페어 플레이가 아니지.]
"……!"


확실히 그랬다. 이곳에는 있었다.
받아냈다간 튕겨져나갈 것이 분명한 마그마 드래곤의 공격. 그것을 모를 리 없는 엑스가, 이 자리에서는 '회피'가 아닌 '반격'을 택하게 한 원인.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광경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소녀… 아리사 버닝스가 있다.


인간이고 레플리로이드고 가리지 않고 목숨을 빼앗았던 이레귤러가 그녀를 신경썼다는 것은 꽤 놀랍지만, 지금은 그런 것을 생각할 때가 아니다.


'그렇다고는 해도…'


마그마 드래곤의 이 전투력은, 심상치 않았다.
100년 전 '재생실'에서 싸웠을 때와는 다르다. 엑스의 주 무기가 버스터라고는 해도, 그것이 「엑스는 근접전에 약하다」는 것을 뜻하지는 않는다. 실제로 시그마에게 최초로 상처를 입혔을 때는 맨손이었고, 지난 100년 간 끊임없이 스스로를 튠업시켜온 엑스가 근접전 성능을 강화하지 않았을 리가 없다.
하지만, '지금까지 죽어있다가 최근에 살아난' 마그마 드래곤이 성능을 크게 강화했을 가능성은 없다.


그렇다면 결론은 하나 뿐.
지난번에 싸웠을 때는 전력을 다하지 않았거나, 다할 수 없는 상태였다는 것.


이 마그마 드래곤이라는 레플리로이드는 엑스와 제로, 「푸른 유성의 용사」와 「붉은 섬광의 영웅」 양쪽 다 상대해본 경험이 있다. 엑스는 재생실에서 그와 싸웠지만, 그 이전에 이미 화산지대에서 제로가 그를 상대로 싸워 승리한 전적이 있다.


그때의 제로 가라사대, 「녀석은 망설이고 있었다.」
그리고 덧붙이길, 「망설이고 있어도 어설픈 라이드 아머라면 맨주먹으로도 격파 가능한 괴물.」
마지막으로 말하길, 「가능하면, 다시 붙고 싶지 않은 상대다.」


그때 제로가 했던 말을, 지금이라면 확실하게 이해할 수 있었다.
눈앞에 있는 이 이레귤러 마그마 드래곤은, 백병전의 전문가들이 모이는 제 14부대의 대장이었으며─

 


저 근접전의 익스퍼트 제로조차 근접전으로 고전한 상대다, 라는 것을.

 

 

 


엑스가 몸을 옆으로 대쉬시킴과 동시에 마그마 드래곤 역시 그를 따라 달리기 시작했다.
떨어져있는 거리는 4m. 엑스는 달리는 것과 동시에 차지를 시작했기에, 마그마 드래곤이 그를 따라잡았을 무렵에는 이미 1단의 하프 차지까지 끝난 상태. 비록 풀 차지가 아니라고 해도 거기에 담긴 파괴력은 강철판조차 가볍게 산산조각 내놓을 수 있다.
바로 코앞까지 접근한 마그마 드래곤을 향해 손을 돌리고, 머리에 록온한 다음 발사한다.


─그것을, 마그마 드래곤은 오른 주먹으로 때려서 쳐부순다.


'역시 그렇게 나오는건가…!!'


이것으로 쓰러트릴 수 있을거라는 생각은 엑스도 하지 않았다. 가장 좋은 결과는 이것을 마그마 드래곤이 회피하는 사이 풀 차지까지 완료하는 것이었지만, 역시 그렇게 쉽게 되진 않는 거겠지.
하지만, 그래도 상관없었다. 필요한 일은 이미 끝맞쳤으니까.
차지를 할 시간도, 거리를 벌릴 시간도 주지 않는다면.


─차지하지 않고도, 거리를 벌리지 않고도 싸울 수 있도록 하면 된다.


풋 파츠를, 「슬래시 비스트」의 것으로.
암 파츠를, 「프로스트 웰러스」의 것으로.


레플리포스의 보급부대 수비를 맡고 있던 슬래시 비스트는 "오직 달리고 싶어서" 레플리포스에 입대했다는 이야기대로, 보급부대의 열차를 "달려서" 따라잡을만큼의 스피드와 지구력이 특징이다.
바다코끼리의 특징을 가진 초헤비급의 거체를 가진 레플리로이드 프로스트 웰러스는 당연히 그 파워가 특징. 거기에 덧붙여, 얼음 속성의 무기를 사용하여 보다 폭넓은 전술 활용이 가능하다.


이 세계에서 루시퍼와 싸웠을 때처럼.
엑스는, 한때 적이었던 두 레플리로이드의 힘을 자신의 것으로 바꿔 사용하기 시작했다.


'팔과 다리가 변했다… 크기는 다르지만, 웰러스와 비스트의 것인가…!!'


물론, 마그마 드래곤 역시 단번에 알아차렸다. 그에게 있어서도 그 둘은 '동료'였으니까. 비록 함께 싸운 적은 손에 꼽을만큼 적고, 동료 의식도 그다지 없는 녀석들이었다지만 한번 동료로 인식한 이들을 잊어버리진 않는다.
팔과 다리를 바꾸자마자 엑스는 수세에서 공세로 바꿨다. 조금 전까진 마그마 드래곤에게서 벗어나기 위해 달리고 있었지만 180도 방향을 틀어 마그마 드래곤을 향해 돌진, 정면으로 부딪혔다.
프로스트 웰러스의 파워가 담긴 주먹이 마그마 드래곤을 향해 날아갔고, 마그마 드래곤은 팔을 십자로 교차시켜 그것을 막아낸다.


─그러나, 그 안에 담긴 힘은 300Kg을 가볍게 넘기는 마그마 드래곤의 몸을 뒤로 날렸다.


'이, 파워는─!!'


사용한 이는 엑스지만, 그의 팔을 강타한 힘은 프로스트 웰러스 본인의 것과 다름없었다.
100년 동안 많이 변했을거라고 생각은 했지만, 설마 "파괴한 이레귤러의 힘 그 자체"를 사용하는 것도 가능하게 됐을 줄이야.
뒤로 날려간 마그마 드래곤은 발톱을 지면에 박아넣고, 날려가는 몸을 멈춘다. 그러고도 힘이 남아 발톱이 지면을 갈라가면서 겨우 정지했지만.
그리고 엑스는 그런 마그마 드래곤을 쫓아 달려갔다. 슬래시 비스트의 것과 똑같은 스피드로, 똑같은 기세로.


마그마 드래곤조차 한순간 놓쳤을만큼 빠른 스피드로 그의 바로 밑에까지 다가간 엑스는 그대로 마그마 드래곤의 무릎을 밟고 뛰어올라, 몸을 뒤쪽으로 수직회전 시키는 것과 동시에 오른쪽 다리를 위로 차올린다.
슬래시 비스트의 주특기였던, 사자의 발톱으로 베어가르는 서머솔트 슬래시. 턱을 향해 날아오는 발차기는 두 손으로 붙잡아내는 마그마 드래곤이었지만, 대기를 갈라버릴만큼의 스피드에서부터 파생되는 충격파까지는 막아내지 못하고 몸통에 직격당한다. 그리고 그 위력으로 인해, 마그마 드래곤의 몸은 뒤로 날려가, 등부터 바닥에 착지한다.


[크…!!]


싸움이 시작된 이래, 처음으로 마그마 드래곤이 데미지를 받고 넘어졌다.
마그마 드래곤은 그 ​사​실​을​─​─​─​─​─​─​─​─​─​─​─​─​─​─​─​ 아주 냉정하게 받아들였다.


'인정해주지… 투지만큼은 예전 그대로인 모양이군.'


능력이 향상됐다고는 하지만, 마그마 드래곤에게 데미지를 입힌 근본적인 것은 엑스의 '물러나지 않는 투지'다.
설마, 자신을 상대로 '근접전'에서 여기까지 해낼 줄이야.


그렇지만.


[그러나 부족하다!! 파워만 가지고는!! 스피드만 가지고는!! 이 나를!! 쓰러트리지 못해!!]


두 팔꿈치를 들어올려 동시에 바닥을 찍는다. 그 반동으로 몸을 일으켜 세운 마그마 드래곤은, 그 기세 그대로 돌진해 들어간다.
엑스는 프로스트 웰러스의 주먹을 휘둘러, 마그마 드래곤을 공격한다.


하지만, 그 주먹은 적중되지 않고 허공을 가른다. 마그마 드래곤이 엑스의 바로 앞까지 다가온 상태에서, 극도로 자세를 낮춰버린 것 때문이다.
분명히 프로스트 웰러스의 '파워'도 슬래시 비스트의 '스피드'도 뛰어난 능력들이다. 각자가 자랑하는 부분에서만큼은 마그마 드래곤을 능가하던 ​레​플​리​로​이​드​들​이​니​까​.​


그러나.
지금의 엑스는, 그들의 힘을 '신체 일부분'에 구현화시켜놓고 있을 뿐이다. 프로스트 웰러스의 '팔'과 슬래시 비스트의 '다리'라고 하는 형태로.
그렇기 때문에, '팔'의 스피드는 마그마 드래곤이 우위이며 '다리'의 파워 또한 마그마 드래곤이 위.
그리고 무엇보다도, 마그마 드래곤에게는 엑스에게도 프로스트 웰러스에게도 슬래시 비스트에게도 없는 능력이 있다.


​[​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


펀치, 펀치, 펀치, 펀치, 펀치, 펀치, 펀치.
폭풍처럼 몰아치는 두 주먹의 러쉬. 엑스는 방어할 틈도 회피할 틈도 없이 두들겨졌다.
머리, 목, 가슴, 어깨, 복부, 허벅지, 다시 머리. 끊임없이 끊임없이 끊임없이 끊임없이. 철권이라고 칭해지기에 부족함이 없는 공격이, 가드의 틈새를 비집고 들어와 엑스를 향해 무제한으로 쏟아진다.


'이대로는…!!'


당한다.
거기까지 생각이 닿은 엑스는 양팔에 담긴 프로스트 웰러스의 힘을 터트렸다.


"「프로스트 타워」!!"


엑스의 주변을 냉기의 구름이 꽉 채운다.
그것과 동시에, 그 이름처럼 '얼음'으로 된… '탑'과도 같은 송곳들이 지면에서 솟아오른다.
천정까지 찔러올라갈만큼 높이 자란 그것들로 인해, 마그마 드래곤은 뒤로 물러나는 것처럼 보였지만─


[잊어버렸나.]
"?!"
[내 이름이… '마그마 드래곤'이라는 것을!!]


─엑스와는 대조적으로, 전신에서 열기와 불꽃을 뿜어낸다.
고작 '두 팔'에서 뿜어져나올 뿐인 냉기는 눈깜짝할 사이에 열기에 침식당하고, 만들어졌던 얼음기둥들도 녹아내린다.


그 사이.
마그마 드래곤은, 엑스의 바로 앞까지 다가왔다.


'큰일났─'


생각보다도 먼저 엑스의 팔이 움직여, X자로 교차되어 공격을 막을 '방패'가 된다.
그러나 그것을 보면서도 아랑곳없이, 마그마 드래곤은 그 가드 위로 공격을 꽂아넣는다.


일찌기, 수없이 많은 적들을 쓰러트려온… 그가 자랑하는 무적의 철권.
과거의 엑스는 물론, 제로조차도 감당하기 버거워했던 기술.
그 이름은─

 


​[​승​룡​권​(​昇​龍​拳​)​─​─​─​─​─​─​─​─​─​!​!​]​

 


올라간다.
주먹에 맞은 엑스가.
엑스를 쳐올린 마그마 드래곤이.


위를 향해, 솟아오른다.
그 이름 그대로, 한마리의 '용'과도 같이.


그 기세로, 엑스를 천장에 박아버린다.


​"​카​아​아​아​아​악​…​…​!​!​"​


이번만큼은 엑스조차 참지 못하고, 고통으로 찬 비명을 터트린다.
마그마 드래곤의 주먹은 프로스트 웰러스의 두꺼운 팔로 만들어낸 가드조차 뚫고, 엑스의 머리를 강타한 것이다.
마그마 드래곤은 주먹을 떨어뜨린 후 뒤로 물러나 바닥으로 내려갔고, 엑스 역시 천정에서 떨어지듯이 내려와 바닥에 착지했다. 하지만 통증 때문에 완전한 착지에는 실패했고, 그 한쪽 무릎과 한쪽 손을 바닥에 댄 자세로 숨을 몰아쉰다.


'당했다…! 머리가…!'


설상가상으로, 엑스의 회로는 또 하나의 손상을 그에게 알려주었다.
아직까지 다 낫지 않았던 머리 쪽의 부상이 지금 그 공격으로 도져버렸다, 라고.


'설마… 여기까지 몰릴 거라고는…'


엑스와 마그마 드래곤의 결정적인 차이.
그것은 마그마 드래곤이 '백병전'만을 위해 전투 기술을 갈고 닦아온 레플리로이드라고 하는 점이다.
그렇기 때문에, 파워와 스피드에서 우위에 선다고 해도 근접전에선 승산이 없다.
원거리에서의 화력전이라면 물론 자신 있지만… 그럴 수 없는 이유가 있고.


그래도.
아무리 불리한 상황이라고 해도.
이레귤러를 앞에 놓고, 사람들을 둔 채로 물러날 수는 없다.


'어떻게든… 녀석을 이곳에서 떨어뜨리지 않으면.'


그렇게, 엑스는 각오를 굳혔다.

 

 

 


[오늘은 여기까지다.]


하지만, 진홍의 용은 느닷없이 그렇게 말했다.


"… 뭐?"
[주위에 이렇게 핸디캡이 널려있는 너에게 이기는 건 간단하다. 그리고… 그런 건 내가 원하는 승리가 아냐.]


마그마 드래곤은 양손을 슬쩍 올려, 주변의 '인간'들을 가리켰다.
그것이, 엑스가 이 싸움에서 화력전으로 갈 수 없었던 이유.
물론 아리사만이 아니다. 어떠한 경위가 있어서 이곳에 쓰러져있다고 해도, 이 주변에 쓰러져있는 남자들 역시 '인간'. 엑스로서는 '이레귤러'로부터 지켜야할 대상이다. 그리고 엑스는, 마그마 드래곤이라고 하는 강적을 6명이나 되는 인간을 지키면서 맞이하지 않으면 안되는 상황.
하지만 말했듯이, 그런 식의 싸움은 마그마 드래곤이 원하는 '진짜 싸움'과는 거리가 멀다. 애초에 마그마 드래곤으로서는 엑스가 정말로 100년 전과 완전히 달라져버렸는지 어땠는지 확인만 하면 그만이었으니까.
그리고… 다행히도 마그마 드래곤에게 있어서는 좋은 결과로 나타났다.


[이 싸움은, 나중으로 미루도록 하지.]
"…… 보내줄 거라고 생각하는건가?"
[물론.]


살아온 방식을 바꾼다는 건, 인간에게도 쉬운 일이 아니다.
하물며… 자신들과 같은 레플리로이드에게는 더더욱 어려운 일이다.
그렇기에 마그마 드래곤은 확신할 수 있었다. 엑스에게는, 주위의 이 인간들을 희생시키면서까지 자신과 싸울 정도의 '비정함'은 없다고.


엑스가 그런 일이 가능한 성격이었다면, 백년 전에도 그리고 지금도. 이렇게까지 자신이, 엑스와의 싸움을 갈구할 리 없었다.
전사로서는 최악이라고 해도 좋을, 사람좋은 성격을 가지고 언제나 '고뇌'하면서도 최강의 힘을 발휘하는 엑스였기에, 자신은 쓰러트리고 싶었던 것이다.
마그마 드래곤은 가볍게 땅을 차 뛰어오르고, 등을 돌려 아까 전 엑스가 깨고 들어온 유리창문의 턱에 올라앉았다(신장이 있기 때문에 한쪽 무릎을 완전히 꿇어야 했지만). 엑스가 자신을 공격하지 못할 거라는 확신이 없으면 할 수 없는 행동.
그리고 유감스럽게도, 엑스는 그의 예상대로 공격할 수 없었다. 비록 버스터를 겨누긴 했어도.


[한 가지 말해두지.]


그리고 떠나기 직전.
고개만을 뒤로 돌린 마그마 드래곤이 엑스에게 말했다.


[지옥에서 돌아온 이레귤러가, 나 하나 뿐일거라고 생각하지 않는 게 좋을거다.]
"뭐…!!"
[그럼, 잠시 작별이다. 다음번엔 반드시…!]
"잠깐만!! 지금 그 말은─"


엑스가 뭐라고 더 말하기도 전에, 마그마 드래곤은 창문을 박차고 뛰쳐나갔다.
뒤늦게 엑스가 그를 쫓아가려고 하지만, 창문 밖을 내다봤을 때는 이미 마그마 드래곤의 모습이 사라진 후였다.

 

 

 


'이레귤러 레이더에도 잡히지 않아…! 이건 대체─'


마그마 드래곤은 분명 강력한 레플리로이드다. 그건 틀림없다.
하지만 그 몸에 쓰여진 기술은, 백년이나 지난 지금에 와서는 ​'​구​식​(​久​式​)​'​으​로​ 분류된다. 그런 그에게, 업그레이드를 계속해온 엑스의 레이더를 피할 정도의 기능이 달려있다고는 생각할 수 없다.


'원인은 아마도 그가 주웠다던 푸른 보석…… 일까…'


그 이외에, 마그마 드래곤에게 영향을 미쳤을 거라고 생각되는 것은 없다. 애초에 그 이외의 것으로 판단하기엔 생각할 재료가 너무 적고.
어쩌면 그것이 마그마 드래곤의 전투력을 올려놓았을지도 모르지만, 마그마 드래곤 본인의 언동을 생각했을 때 그럴 확률은 낮다고 생각했다. 그런 물건에 의지할 생각이었다면 버리진 않았을테니까.


'버렸다는 말조차 거짓말일 경우엔 전제부터 달라지지만… 그럴 녀석은 아니지.'


레플리로이드는 인간처럼 '감정'과 '성격'을 지니고 있다.
그리고, 그것이 지나치게 극대화된 존재들이 일반적으로 말하는 '이레귤러'. 마그마 드래곤 역시 그 '감정에 집착하는 이레귤러'이고, 그렇기에 AI가 통째로 갈아치워졌다던가 하기 이전에는 스스로의 인격에서 벗어나는 짓을 하지 않을 것이다. … 아마도.
어찌되었건, 레이더에조차 잡히지 않고 시야에서 벗어나버린 이상 어떻게 할 방법은 없다. 이곳이 아르카디아였다면 신경쓰지 않고 나가서 샅샅이 뒤졌겠지만 그럴수도 없고.


'하지만… 마지막에 했던 이야기는…'


지옥에서 돌아온 이레귤러는, 자신만이 아니다. 마그마 드래곤은 그런 식으로 이야기했다.
마그마 드래곤이 부활한 것만도 원래라면 '있을 수 없는 일'. 설마 그런 일이 또 일어났을 거라고는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 차라리 마그마 드래곤이 속임수나 책략에 능한 자였다면 좋았겠지만, 유감스럽게도 그 비틀린 방향으로 곧은 성격으로 봐서 자기 이외의 다른 이레귤러에게 당할까봐 미리 준비할 수 있도록 알려준 것일 확률이 대단히 높다.


'녀석이 그걸 어떻게 알고 있는가가 문제지만… 역시 지금 상황에선 정보가 너무 부족해. 일단은 돌아가서 생각하자.'


앞으로 마그마 드래곤이 어떻게 움직일지.
그가 말한 이레귤러들의 부활은 사실인지.
그리고, 부활했다면 어떤 자들인지.
알아낼 수 있는만큼 알아내지 않으면 안된다.


'가능하면 마그마 드래곤 이외의 강적은 없었으면 좋겠는데.'


아마도 이루어지지 않을 것이 분명한 희망을 품으며, 엑스는 걸음을 옮겼다.


─딱 두 발짝 옮긴 시점에서, 멈췄지만.


"……"
"……"
"…… 저기. 놔주지 않으면 갈 수 없는데."


엑스의 손을 붙잡은 것은, 바닥에 주저앉은 채 고개를 숙이고 있는 소녀─ 아리사 버닝스였다.
확실히 하야테와 만났을 때도 이랬었지. 데자뷰를 느끼며, 엑스는 조용히 붙잡힌 손을 흔들었다. 하지만 소녀가 놓지 않았기 때문에, 조금 전과는 다른 문제로 고민해야 했다.


어떻게 해야할까. 하야테와 만나기 전인 1주일 전이라면 몰라도, 지금의 엑스로서는 "매몰차게 뿌리치고 돌아간다"라는 선택을 떠올릴 수 없었다.
고작 7일. 그 정도의 시간이었지만, 하야테의 '따뜻함'은 이미 엑스에게도 스며들어있었다.
한편, 엑스의 손을 붙잡고 있던 아리사는 고개를 숙인 채, 어떤 행동을 하지도 않고 입을 열지도 않았다.


'역시 충격이 컸을까.'


당연한 일이라면 당연한 일이다. 만약 상대가 마그마 드래곤이 아니라, '인간의 목숨을 전혀 신경쓰지 않는' 진짜 이레귤러였다면 어떻게 됐을지 모르니까.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엑스에게 무슨 방법이 있는 것도 아니고, 지금 이 상황은 상당히 곤란했다.
그렇게, 생각했을 즈음.


"………만 ………"
"… 어?"

 

 

"이런 상황에서, 나 혼자만 두고 가서 어떡하겠다는 거야?!?!"

 

 

느닷없이, 그런 소리가 터져나왔다.

 

 

 


'우와… 지금 건 꽤─'


이런 상황인데도, 터무니없는 박력. 하야테 또래의 소녀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다. 지금 당장이라도 검을 뽑아들고 불길을 뿜어내거나 지팡이를 휘둘러 대폭발을 일으키거나 해버릴지도. 이거라면, 왠만한 이레귤러도 그냥 도망쳐버릴지 모른다. 엑스는 반쯤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했다.


"… 좀 진정됐어?"
"진정될 리가 없잖아!! 느닷없이 학교 앞에서 납치당했다가 눈앞에서 그런 판타지 배틀을 봐버렸는데!! 대체 뭐냐구, 이게?!"
"잠깐. 이성 잃지 말고 침착하게─"
"난 충분히 제정신이야! 이런 상황인데도 스스로가 ​자​랑​스​러​울​만​큼​!​!​"​


… 이 정도라면, 혼자 둬도 충분히 괜찮을 것 같은데.
엑스는 그렇게 생각하며, 식은땀을 흘렸다.

 

 

 


───to be contin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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