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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RREGULAR HUNTER - 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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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푸른 유성의 용사 엑스와 그를 거두어들인 소녀인 하야테가, 새로운 가족을 맞아들인 후부터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의 이야기다.
구체적으로 표현하자면, 새로운 가족들이 나타나고 일주일 후. 엑스가 스즈카의 권유를 받고 나가기 4일 전의 일이다.

 

 

 


그 날의 지옥은, 하야테의 한마디로부터 시작되었다.


"갑작스러운디, 생활비 떨어졌데이."


본래라면 활기차게 시작되어야할 아침 식사 시간.
식탁에 앉아있던 전원─그 아래에서 전용 그릇으로 식사를 하고 있던 쟈피라까지도─이 경직되버린다.
가장 먼저 평정을 회복하고 입을 연 것은 볼켄리터의 리더인 열화의 장 시그넘.


"… 주인 하야테. 그것은 어떤?"
"이야, 그기 말이다. 지금까지 내 혼자 살다가 갑자기 사람 숫자가 이렇게 불어나는 바람에 식비고 전기세고 수도세고 몇배로 나온다 아이가. 게다가 원인은 모르겄는디 그릇이랑 수저가 자주 부서지기도 하고."


그 '원인'인 엑스는 아무도 몰래 한차례 부르르 떨었다. 냄비나 프라이팬처럼 단단한 것들이라면 그래도 낫지만 보통의 식기나 수저처럼 물렁한 것들─엑스의 기준으로─은 조금만 긴장을 풀어도 망가져버렸으니까. 최근에는 그나마 익숙해져서 꽤 괜찮아졌다고 하지만.


"그런고로, 다음 달 생활비가 들어올 때까지 절약해야 된데이. 다행히 옷 사야될 만한 건 다 샀고, 더이상 돈 나갈만한 데도 없으니까 다 같이 조금만 절약하면 이번 달은 무사히 넘길… 수 있다는디 잠깐만 보그라들. 지금 듣고 있나?"


하야테는 눈을 가늘게 뜨고 모두를 둘러보며 말했지만, 이미 그 말을 듣고 있는 사람은 없었다.

 

 

 


IRREGULAR HUNTER - X



16.5화


 

 

 

"이 무슨 불찰…! 설마 우리들 때문에 군자금에 심각한 타격이 있었다는 것을 지금까지 눈치채지 못했다니…!"
"생각해보면 간단하게 알 수 있었던 거네. 지금까진 하야테짱이랑 엑스군 둘이서 살고 있었으니까 상당히 여유로웠겠지만…"
"먹고 자기만 하고 일도 안하는 군식구가 4명이나 더 늘어났고 말이지…"
"어찌되었든 한탄하는 것은 나중이다. 지금은 어떻게든 이 사태를 타파하지 않으면 안돼."


야천의 주인 밑에 모인 구름.
어둠의 서를 수집하며 그 주인을 지키는 수호기사.
그 이름은 볼켄리터.
한 사람 한 사람이 굴지의 호걸인 이들은 지금


실로 진지하게, 어떻게 하면 주인의 가계부에 도움이 될까 하고 진지하게 머리를 맞대고 고민했다.


… 옆에서 보기엔 살짝 비참한 거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지만, 그 본인들은 한없이 진지했다.
진지했기 때문에, 옆에서 구경하고 있던 엑스는 끼어들 틈을 놓치고 한숨을 쉰 후 몸을 돌렸다.


'뭐, 큰 사고만 치지 않으면 괜찮겠지.'


무엇보다도 지금의 엑스는 남의 걱정을 할 수 있는 처지가 아니다. 바로 얼마 전, 시그넘의 용서없는 일격을 머리에 맞고는 밸런스 회로가 파괴되어 자기 몸 하나 가누기도 힘든 상황이었던 것이다.
이 부상이 만약 외상이었더라면 무언가 방법이 있었을지도 모른다. 실제로 엑스에게는 죽음에 이르는 치명상이 아닌 이상, 인간이든 레플리로이드든 '수술'까지 할 수 있는 지식과 능력이 있었으니까.
그러나 밸런스 회로의 파괴는 이른바 '내상'. 그것도 상당한 중심부의 부상이다. 그렇기 때문에 엑스 자신이 지니고 있는 자체 회복력에 의존하는 것 이외의 방법은 없다.


예를 하나 들어보자.
사람의 내장에 탈이 났다. 그것도 수술을 해야할 정도로 크게.
이 경우, 스스로 자신의 배에 메스를 대고 갈라 수술을 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설령 그 사람이 의사라고 해도 마취를 하고 손이 무뎌진 상태에서 수술을 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하물며 마취를 하지 않고 수술을 강행했다간 통증으로 인해 손이 떨리게 될 것이고, 어느 쪽이건 실패율이 높다.


엑스가 스스로 밸런스 회로를 고칠 수 없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엑스야 일시적으로 통각을 끊어버리는 것도 가능하지만, 그랬다간 손의 감각도 함께 없어져버릴 것이 뻔하다. 게다가 아무리 '수술'에 대한 지식을 갖고 있어도 그것은 어디까지나 제대로된 수술 전용 장비가 갖추어져 있을 때의 이야기. 이곳처럼 아무것도 없는 장소에서 자기 수술을 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이런저런 이유로, 엑스는 스스로 밸런스 회로를 고치는 것은 할 수 없다.


'애초에 그런 장비가 있을 정도의 장소라면 설비도 있을테니까 그냥 메디컬 룸에 들어가는 게 빠르고."


어찌되었건 지금의 엑스는 가능하면 활동을 적게 하고, 데미지를 받지 않도록 하며, 스트레스가 쌓이질 않게 주의하며 지내는 것이 가장 좋다. 그러니까 지금 이 자리처럼 트러블의 향기가 피어오르기 시작하는 장소에 오래 있어서는 안된다.
거기까지 생각했으면 결단을 내리기까지는 금방이다. 엑스는 곧바로 행동을 시작해, 몸을 일으키고 걸음을 옮겼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의 생각과 결단은 엑스보다도 빨랐다.

 


"……"
"……"
"……"
"……"
"… 시그넘 씨. 오른손 놔주세요. 샤멀 씨. 왼쪽 소매 놔주세요. 비타, 옷자락 놔줬으면 좋겠는데. 쟈피라 씨, 바지 끝단 물지 말아주세요."


손을 놓고 소매를 놓고 옷자락을 놓고 바지 끝단을 놓는다.
하지만 놓자마자 엑스가 다시 도망치려고 하자, 순식간에 행동을 재개. 곧 네 사람과 한 마리가 한데 뒤엉켜 뒹굴기 시작한다.


"우와아앗?! 잠깐만?! 이거 놔주세요! 그러니까 왜 하필 저한테?!"
​"​부​탁​드​리​겠​습​니​다​!​ 물론 그렇게 심한 짓을 해놓고 이제와서 이런 부탁을 드린다는 것 자체가 염치없다는 건 뼈저리게 알고 있습니다만 그래도 거기를 어떻게든 좀!"
"넷이서 머리를 맞대고 '우선 일자리를 구해서 돈을 벌자'라는 곳까지 의견을 맞췄지만, 그 이후부턴 진전이 없어요! 역시 이 경우엔 이곳을 잘 아는 사람의 도움이!"
"째째하게 굴지 말고 도와줘! 너도 하야테가 말하는 거 들었잖아! 이대로 가다간 파산할지도 몰라! 그렇게 되면 우리만이 아니고 하야테까지 거리에 나앚게 될지도!"
"지금 이 집이 겪고 있는 재정난은 분명 우리들이 원인… 분명 우리들에게는 부탁을 할 자격이 없을지도 모르지만, 그럼에도 부탁하겠다! 일자리 알아보는 걸 도와다오!"


… 난장판이었다.
도망치려는 엑스를 시그넘이 붙잡고 비타가 다리를 걸어 앞으로 쓰러트린 후 샤멀이 합세, 쟈피라까지 엑스의 등 위에 올라탔다. 이런 상황에서는 아무리 푸른 유성의 용사라고 해도 방법이 있을 리 없다.
한동안 벗어나기 위해 발버둥쳤지만, 마력으로 근력을 강화하고 붙들어 늘어지는 4명의 기사를 어떻게 할 수는 없었다. 결국 엑스는 크게 한숨을 내쉬고 지금 이 상황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사람으로 치면 '절대 안정'의 환자인데 벌써부터 이런 난리라니.'


그러나 어찌하리. 이렇게 자발적으로 나서는데 돕지 않을수도 없다.
그전에 우선.


"비타는 제외."
"뭐?! 어째서?!"


철퇴의 기사는 당장 그라프 아이젠이라도 들고 날뛸 기세로 따지지만, 엑스는 어디까지나 담담하게 이야기했다.


"이 나라에는 근로기준법이라는 게 있으니까."


일본.
고용 기준 14세 이상이며, 13세 미만이 허가받는 경우는 연극이나 영화의 아동 연기자 정도이며, 호적증명, 부모 동의서, 학교장 동의서가 필요하며 친권자 및 후견인의 대리계약 금지, 당사자에 불리한 계약일 경우 해지 가능하다고 한다.
… 호적 증명, 부모 동의, 학교장 동의. 어느 쪽이든 비타로서는 불가능한 방법들이다. 어딘가의 부잣집에 집사로 들어간 불행 소년이 나이를 속여먹고 아르바이트를 뛰었다곤 하지만, 그것도 어디까지나 '이 세계 사람'이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다.


"그, 그런…! 베르카에선 애들도 일했다고!"
"그건 거기 이야기고. 이 나라는 달라."


그게 아니었다면 엑스도 지금 집에서 놀고 있진 않을 것이다.
아주 잠시동안 우울해졌던 엑스였지만, 곧바로 정신을 차렸다.
침울해져서는 바닥에 주저앉아버린 비타는 무시하기로 하고, 시그넘과 샤멀, 그리고 쟈피라에게로 고개를 돌린다.


"그런 이유로, 일을 한다고 해도 할 수 있는 건 여러분 셋 뿐이네요."
"… 부디 잘 부탁드립니다."


이렇게, 시작부터 전력을 4분의 3으로 다운시키고.
볼켄 리터는 불안한 출발을 시작했다.

 

 

 


그들에게는 이 세계에서의 신원이 없다. 그렇기 때문에 아무리 '어른'의 모습을 하고 있다고 해도 제대로된 직업을 얻긴 힘들다.
그래… 누군가, 이쪽 세계에서 제대로 된 신원과 그쪽 관련의 인맥 및 정보를 지니고 있는 사람의 도움이 없다면.


"그래서 이번에 또 나한테 왔단 말이지."


우미나리 병원의 의사이자, 하야테의 담당의사인 이시다는 작게 미간을 찌푸렸다. 그녀의 바로 앞에는 엑스가, 그리고 엑스의 뒤에는 저번에 하야테를 데리고 병원에 왔던 사람들 중 세 사람─여성 둘과 남성 하나─이 서서 안절부절못하고 있다.
대충 이야기는 들었다. 이번 달 생활비가 위험하다는 것과, 그것을 자각한 이 사람들이 일자리를 원한다는 것도.


"뭐, 나쁠 건 없지. 네 경우하곤 달라서 이 사람들은 자신을 책임질 수 있는 어른들이니까."


엑스야 연령 제한에 걸려있으니까 일을 할 수 없다고 해도─이시다는 엑스의 실 연령을 모른다─ 일을 할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는 어른들이 집에 앉아서 놀기만 하는 건, 단순히 하야테에 빌붙은 니트밖엔 되지 않는다.


"… 역시 폐가 될까요?"
"아니, 신경쓰지 않아도 돼. 오히려 네 선에서 섣불리 처리하려고 하지 않고 나한테 와줘서 다행인걸."


엑스도 하야테도, 아직 어린 주제에 일이 생기면 자신들끼리 어떻게든 해결하려고 드는 경향이 있다. 무리라는 걸 알면서도, 남들에게 걱정을 끼치지 않기 위해서. 그렇기 때문에 가끔 이렇게 의논을 하러 와주는 것은 오히려 칭찬해줄만한 일이다.
이래뵈도 이시다는 상당히 발이 넓은 편에 속한다. 외국 사람이라서 신원이 불명확하다고 해도, 그녀가 부탁하면 아르바이트 정돈 가능할 것이다.


"그럼 여러분. 지금 가지고 있는 특기에 대해서 말씀해주세요. 그것에 맞춰서 직장을 구해볼테니까."


특기라면, 잘하는 것.
자신들은 베르카의 기사다.
그러니까 가장 잘하는 것이라면─


"네, 특기는 「전투」입니다."
"…… 전투입니까."


잠시 동안.
아주 잠시동안 침묵을 지키던 이시다는 눈을 가늘게 뜨고 시그넘들을 바라보았다.


"그렇습니다. 지상전, 공중전 양쪽 모두 가능하며, 특히 자랑으로 하는 것은 1:1 대결. 기사로서 지금까지 한번도 패배한 적이 없습니다."
"…… 기사인가요."


그러고보니 영국에는 아직도 기사 작위라는 게 있었다지.
미묘한 현실도피를 하면서, 이시다는 다음 질문으로 넘어갔다.


"그럼 그 「전투」능력이 직장 생활을 하는데 어떤 도움이 될까요?"
"적에게 공격 받았을 때 효과적으로 반격할 수 있고, 때로는 선제 공격을 가할 때도 도움이 됩니다. 혹은 부당한 폭력을 당했을 때에도 필요하겠군요."


부당한 폭력이라면 있을 수 있다쳐도, 중세 유럽도 아닌데 현대의 일본에서 적과 싸울 일이 어디에 있을까.
슬슬 이시다는 머리가 아파오는 것을 느꼈다.


"… 현대의 일본에서 적과 싸울 일 같은 건 없다고 생각하는데요."
"약해서 억울할 일은 있어도 강해서 손해볼 일은 없습니다."


틀린 말은 아니다. 확실히 몸이 약한 것보다는 강한 게 이득이니까.
하지만 적어도, 직장을 구하려는 사람이 할 이야기는 아니다.
잠시 후, 이시다는 아주 무시무시한 얼굴로 웃으며 말했다.


"나쁜 말 할 생각은 없는데… 직장 구하고 싶은 생각은 있으신가요들?"


역전의 용사들인 볼켄리터들조차 한발 뒤로 물러나버릴 정도의 기백. 만약 의사가 아니라 무기를 드는 직업을 택했더라면 영웅이 됐을지도 모른다.
이 시점에서 엑스가 쏜살같이 튀어나와, 시그넘과 샤멀, 그리고 쟈피라의 목에 팔을 둘러 그대로 뒤로 끌고 가기 시작했다. 15세가 될까 말까한 소년이, 자기보다 큰 어른 셋을 함께 끌고 나가는 광경에 이시다가 놀랐을 무렵.


"잠시만,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잠깐이면 되니까. 부디 이대로 포기하지 말아주세요."


잠시 후, 엑스는 쾅하고 이시다의 방문을 닫고 세 사람을 끌고 어디론가 가기 시작했다.
목적지는 없다. 사람이 없는 곳이라면 어디라도 상관없다. 곧, 사람이 보이지 않는 모퉁이의 복도까지 다다른 엑스는 크게 심호흡을 하고, 세 사람을 돌아보았다.


"알겠습니까, 세 사람. 다시 한번 말하지만 여기는 여러분들이 있던 곳과는 달라요. 딱히 세계를 말려들게 하는 전쟁도 없고, 싸워야할 적이라는 것도 없습니다. 무엇보다도 이 세계엔 '마법'이라는 것은 없는 게 상식이에요. 그러니까 마법의 '마'자도 꺼내지 말아주세요. 싸움이니 뭐니 하는 흉흉한 게 특기라는 말도 하지 말고."
"하지만 저희들은 베르카의 기사고, 싸우는 것 이외의 특기같은 것은─"


엑스는 뭐라고 말하려는 시그넘의 말을 중간에 끊어버린다.
그만큼, 이번에는 엑스도 단호했다. 모든 것은 빨리 끝내고 쉬기 위해서.


"일자리, 얻고 싶지요?"
"…… 네."
"하야테에게 도움이 되고 싶은 거지요?"
"… 예. 그 마음에 거짓은 없습니다."


그렇다면 이야기는 간단하다.


"전에도 말했지만, 여러분의 주인은 제가 아닌 하야테입니다. 따라서 저한테 여러분에게 직접적으로 명령을 하거나 지시할 권리같은 것은 없고, 그럴 생각도 없었습니다. 하지만… 그래도 부탁드릴게요. 이 일에 한해서만큼은 제 말대로 해주세요."


진심이다.
이 소년은, 진심으로 자신들과 자신들의 주인을 위하고 있다.
그것을 느꼈을 때, 시그넘도 샤멀도 쟈피라도 일종의 감동마저 느꼈다.
첫 대면에 머리에다 대고 클린 히트를 먹인 사람과 그 동료를 위해 여기까지 해줄 수 있는 사람은 그다지 없다. 아니,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그럼에도 이 소년은 어떠한 대가나 용서도 요구하지 않고, 오직 선의로서 자신들에게 조언해주고 있다.


그 기대에, 그 선의에.
그 호의에 부응하지도 못하면서, 무엇이 기사인가.
그렇기에 세 사람은 이렇게 대답할 수 있었다.


"알겠습니다. 이 건에 한해서만큼은, 당신의 말에 따를 것을 다짐하겠습니다."
"… 고마워요. 그럼 돌아가죠. 가서 말조심하고."

 

 

 


엑스로서는 살짝 걱정했지만, 다행히도 이번의 세 사람은 마음가짐부터가 달랐다. 이시다의 질문에 전혀 주저않고 훌륭히 대답했으며, 합격점을 받아냈다.  이시다는 그 사이에 연락해둔 몇가지의 직장들을 골라주었고, 이번엔 그것들 중에서 무엇을 할지 고르게 되었다.
… 고르게 되었다고는 하지만…


"지금 우리들 처지에 일자리를 '고른다'는 것은 사치 중의 사치… 따라서 무작위로 세개 고르겠습니다."


이리하여 골라진 직장은 이러했다.
쟈피라 - 동물원 사육사 아르바이트.
샤멀 - 편의점 직원 아르바이트.
시그넘 - 패밀리 레스토랑 아르바이트.
… 무작위로 뽑았음에도, 이 무시무시한 결과. 엑스는 잠시 동안 전율했다.


'… 뭐, 괜찮을까.'


뒷일은 이시다에게 맡기고, 자신은 그만 쉬도록 하자. 결과는 나중에 보면 되겠지.
그렇게 생각하고, 엑스는 집으로 돌아왔다.

 

 

 


그것이 얼마나 안일한 선택이었던가.
정확히 3일 뒤, 엑스는 뼈저리게 느껴야 했다.

 

 

 


"네, 어서 오세요~♪"
"680엔 되겠습니다. 1000엔 받았습니다. 거스름돈 320엔 받아주세요♪"
"어머, 손님. 죄송하지만 그쪽은 판매 상품이 아니에요."
"안녕히 가세요♬"


… 과연 잘 할 수 있을까. 3일동안 밤새도록 걱정했지만, 생각했던 것보다 샤멀은 잘 적응하고 있는 것 같다.
얼굴에서 시종일관 미소를 띄우며, 한치의 오차도 없는 동작으로 계산하며 물건을 팔고 있다.
다행히 편의점의 일은 시작부터 많은 경험이나 특별한 자격증을 요하는 일은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시다가 그녀의 신원을 보증해준 것만으로, 이시다와 친한 사이였던 여기의 점장은 그녀를 고용했다.
그 결과는 보시는 바대로.


"… 잘 하고 있는 모양이네요."
"점장도 엄청 기뻐하던데. 3일 동안 매상이 배로 올랐다고."


하야테는 비타에게 맡기고 나와서, 몰래 그것을 관찰하고 있던 엑스와 이시다는 그렇게 이야기했다.
첫째날에 소문이 퍼지고, 둘째날부터는 '편의점에서 일하는 미인 점원'을 보기 위해 사람들이 몰렸다고 한다.
전에도 말한 적이 있지만, 레플리로이드가 지니고 있는 미의식은 인간의 그것과 대단히 비슷하다. 물론 레플리로이드 중에도 다소 비틀린 자는 얼마든지 있지만, 어쨌든 '일반적'으로는 비슷하다. 그리고, 미의식이 비슷한 이상 그 기준도 인간과 비슷하다.
엑스의 눈으로 봤을 때도, 샤멀은 충분하고도 넘칠만큼 '미인'이다. 어깨 부근에서 멈춰있는 깨끗한 금발에 하얀 피부도 그렇고, 전체적인 얼굴 생김새나 프로포션도 말할 것 없이 훌륭하다.
사람들이 샤멀을 보고 편의점에 몰려드는 것도, 이해못할 바는 아니다.


'그런 것치곤 좀 지나치다는 생각도 들지만.'


개량에 개량을 거듭하다 보니 그런 기능은 만들어졌어도 활용해본 적 없고 활용해볼 생각도 한 적 없으며 아예 그런 게 있다는 것조차 모르는 엑스로서는 이해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인간 남성의 본능이라는 물건을.


"뭐, 이쪽은 걱정하지 않아도 되겠네요."
"생각 이상으로 적응력이 뛰어나. 정말, 혈통만 외국이고 이 나라에서 태어나고 자랐다고 해도 믿겠는데."


그렇게 말하며, 두 사람은 자리를 떠나 다음 장소로 향했다.

 

 

 


"여기가 너희 집이다. 화장실은 저쪽, 식사는 시간마다 여기에 준다."
"먹이를 먹는 건 그쪽부터 차례대로. 새치기 하지 마라."
"말해두지만, 자기보다 작다고 괴롭히는 녀석은 가만두지 않겠다."


쟈피라의 말에 동물들은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하이에나나 표범부터 사자, 호랑이 같은 대형 동물들까지 한치의 오차도 없이.
숙련된 조련사들도 하기 쉽지 않은 일들이었지만, 쟈피라는 별 어려움 없이 해냈다.


"이쪽도 괜찮은 것 같은데요."
"정말. 이쪽도 좋은 의미로 예상 밖이야. 이 나라에 오기 전에도 사육사 같은 거 한 거 아니니?"


그쪽은 저도 잘. 그렇게 말하면서 어깨를 으쓱이고는 이시다로부터 고개를 돌린다.
어둠의 서의 주인을 보호하는 볼켄리터의 특성상, 때로는 강력한 마도사와 싸울 때도 있고 때로는 거대한 마법생물이나 괴수와 싸울 때도 있다. 다른 볼켄리터들과 마찬가지로, 쟈피라 또한 그런 싸움들을 모조리 넘어서온 전사 중의 전사.
거기에 더해, 쟈피라는 볼켄리터 중에서도 다른 기사들과는 다른 존재다. '인간'을 베이스로 한 프로그램인 다른 세 사람과는 달리, 그는 '수호수'라고 일컬어지며, 그 성향이나 본 모습 또한 인간이 아닌 맹수에 가깝다. 마법생물 중에서도 최상위에 위치하는 "용족"과 싸워서 이겨본 적도 있는 그의 눈으로 보면, 사자조차도 귀여운 고양이에 지나지 않는다.


'어떤 의미론 뽑기 운 정말 좋다니까 저 사람.'


사실대로 말하자면 별로 적응하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다. 사자같은 맹수라면 힘으로 찍어누를 수 있겠지만, 반대로 토끼나 사슴, 얼룩말같은 초식동물들은 겁을 먹고 도망쳐버릴지도 모르니까.
─하지만, 쟈피라는 오히려 심플하기 짝이 없는 방법으로 그걸 해결했다. 아예 초식동물 사이드는 맡지 않고, 육식 동물만 담당하면서 초식동물을 만날 일 자체가 없게 된 것이다.


원래 이 일도 사육사 자격증 같은 것이 없으면 시키지 않는 것이 정상이지만─까딱 잘못하면 생명이 위험해지고 사고라도 나면 동물원 책임이니까─, 사자를 기세만으로 제압해버린 것을 높이 평가 받아 '육식동물 담당'이 된 것이다. 어느 의미, 이쪽이 천직일지도 모른다.


"이쪽도 걱정할 건 없겠고… 일 되가는 걸로 봐선 다들 문제 없겠는데."
"네, 그럼 다음 사람만 확인하고 돌아가죠."


두 사람은 동물원의 수풀 속에서 조용히 빠져나와, 발걸음을 옮겼다.

 

 

 


앞의 두 사람이 잘 적응하고 있는 모습에 두 사람은 마음을 놓고 있었다. 방심하고 있었다고 표현해도 좋다.
어찌되었든 참극은 그 다음에 일어났고, 두 사람은 무방비나 다름없는 상태로 그 충격을 받아내야 했다.

 

 

 


"어서… 오십… 시오…♪"


실로 어색하기 짝이 없는 웃음, 실로 뻣뻣하기 그지없는 동작.
볼켄리터의 리더, 열화의 장 시그넘은 지금 이제껏 단 한번도 만나본 적 없는 강적과 직면하고 있었다.
바로, '손님'이라고 하는 강적과.


"이, 이, 이쪽으로 와주시기 바랍니다… 주, 주문은 무엇으로…?"


손님이 주문을 하고, 시그넘은 떨리는 손으로 그것을 받아적는다.


'잠깐만, 시그넘 씨! 거기 아니에요! 거긴 레몬티지 아이스커피가 아니야! 아앗! 스페셜 고저스 녹차 파르페(大)랑 단팥빙수 순서가 반대잖아! 거기다 핫 초코랑 찹쌀떡도 틀렸어!'


위장을 위하여 가장 구석 자리에 앉아있었기 때문에, '보통 사람'인 이시다가 볼 수 있는 것은 시그넘의 어색한 태도 뿐이다. 하지만 엑스는 '보통 사람'이 아니었고, 그 덕분에 시그넘의 필기 내용까지 볼 수 있었다. 차라리 보지 않는 쪽이 나았을지도 모르는데.
어떻게든 알려줄 방법이 없을까 했지만, 이미 늦었다. 주문 한대로가 아니라 엉뚱한 음식을 받아버린 손님들이 화를 내고, 시그넘은 쩔쩔 매며 사과. 이 패턴이 한동안 이어지자 마침내 시그넘은 웨이트리스에서 주방 담당으로 넘어갔다.


"… 위험한 거 같은데요."
"뭐, 방금 전에 '미녀라면 뭘 해도 괜찮아!'라면서 넘어가버린 바보도 있지만, 보통은 화내는 게 일반적이니까. 저렇게 긴장해서야 웨이트리스는 무리지. 너, 저 사람이랑 같이 살잖아? 가사 실력은 어때?"
"본 적 없어요. 그 동안 저랑 하야테가 다 했거든요. 칼질이라면 어떻게든 할 수 있을거라고 생각하지만, 글쎄요…"


적어도 지금까지 그녀가 보여준 모습으로 봐서 요리를 잘 할거라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아니나 다를까. 그녀가 주방에 들어간지 10분이 경과했을 때.

 


─폭음이라고 해야할지 굉음이라고 해야할지, 아무튼 굉장한 소리가 주방에서 울려퍼졌다.

 


"……"
"… 지금 건…"


"잠시 화장실 좀 갔다 오겠습니다."


마침내 푸른 유성의 용사는 참지 못하고 일어나, 행동하기로 했다.

 

 

 


인간이 아닌 엑스가 화장실에 갈 일은 없다. 당연히 이시다에게 화장실에 가겠다고 말한 것은 핑계다.
그럼, 지금의 엑스는 무엇을 하고 있느냐.


「프로스트 웰러스」


「블리저드 버팔로」


「마그넷 센티피드」


「휠 게이터」


「린치 옥토퍼스」


「스팅 카멜레온」


말했다시피, 지금의 엑스는 밸런스 회로에 데미지를 입은 상태다. 따라서 파츠 교환같은 경우에도 의도한 대로 나오는 경우보다 나오지 않는 경우가 훨씬 많다. 지금처럼 6번의 시도만에 겨우겨우 원하던 파츠로 교환되는 경우도 지금의 엑스 상태로 보면 별로 놀랄 일도 아니다. 오히려 '겨우 6번만에 나와주었다'고 감지덕지해야 할 판이다.


스팅 카멜레온. 과거 이레귤러 헌터 제 9 유림대 및 제 9 레인저 특수부대의 대장으로, 상당한 실력자였지만 임무 수행을 위해 오만 비겁하고 음흉한 행동을 다 했기 때문에 동료들로부터의 평판은 대단히 나빴다. 물론 좋게 말하면 기계다운 합리주의자인 셈이지만, 단순한 로봇이 아니라 스스로의 의지로 판단하고 움직이는 레플리로이드 사이에서는 반감이 컸다.
덕분에 인망이 워낙에 없다보니 승진을 못하고 있었지만, 실력만큼은 확실했기 때문에 신분 상승을 꿈꾸며 시그마의 반란 때 가담했다. 그리고 S랭크의 헌터인 바바를 옛날부터 존경하고 있었다고 했는데 그 말을 들은 바바는 대단히 기분나빠하며 "엑스에게 죽지 않으면 내 손으로 죽여주마."라고 벼르고 있었다고 하지만 지금 중요한 것은 그게 아니다.


스팅 카멜레온이 유림대, 그리고 레인저 부대장으로서 가지고 있는 능력인 「은신」. 은밀행동용의 광학미채를 이용한 카모플라쥬로, 특수 코팅 기술의 응용으로 발열도 막아 적외선에도 감지되지 않는다.
이 세계의 군대가 그 존재를 알면 군침을 흘리며 달려들 이 물건을, 엑스가 지금 이 시점에서 사용한 것은 오직 하나의 이유 때문이었다.


광학 미채를 사용하고 곧장 주방을 향해 달렸다. 중간에 의자에 부딪혀 넘어졌지만 낙법을 사용하여 세이프. 사람들이 아무것도 없는데 넘어진 의자에 의아해했지만 그런 것에 신경쓸 여유따윈 없다.


주방에 도착하자, 그곳에는 예상 그대로의 풍경이 벌어지고 있었다.
마침 시그넘이 식칼로 재료를 손질하고 있었다. 하지만 시그넘의 바로 옆에 있는 가스렌지 위의 냄비가, 과열로 인해 뚜껑이 들썩거리고 있었다.
그것을 캐치하자마자 맹렬히 돌진. 넘치기 전에 아슬아슬하게 손을 뻗어 불을 줄인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이 여자, '칼'을 사용한 손질에서는 그럭저럭 괜찮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문제는 그 이외다.


"아!"


손질한 재료를 들고 가다가, 쌓여있던 냄비와 부딪혀버린다. 사람의 키 높이 정도로 쌓여있던 냄비들이 휘청거린다.
달려가서 받는다. 그 과정에서 밸런스를 잃어버리고 힘이 너무 들어가, 손잡이 하나가 떨어져버렸지만 "음식물이 아직 들어있는 냄비들이 쓰러져, 내용물이 바닥에 쏟아진다"라고 하는 최악의 사태만은 면할 수 있었다.
간신히 숨을 돌리려는 찰나, 이번에는 오븐에서 문제가 생겼다. 연기가 피어오르는 것을 발견하고는 재빨리 몸을 돌려 돌진, 이번에도 딱 터지기 일보직전의 시점에서 오븐의 전원을 내리는데 성공했다.


그러나 그에게 쉴 틈따윈 없었다.


실제로 시그넘이 하는 것은 재료의 손질과 설거지, 그리고 지시받은 일─주는 재료를 받아서 오븐에 넣고 불을 켜거나, 갖다주는 냄비를 가스렌지 위에 올려서 끓이거나─을 하는 정도에 지나지 않았지만, 그것만으로도 이미 재앙급이다.


─시그넘이 실수로 건드려서 넘어지려는 설거지 거리들을 캐치, 싱크대 안에 넣는다.
─만들어놓고 넣는 것을 깜빡한 아이스크림을 시그넘 대신 냉장고에 집어넣는다.
─무작정 썰어버린 야채들을 종류별로 분류하여, 주방의 다른 사람이 말한대로 담는다.
─냄비에 올려야하는데 실수로 오븐에 넣어버린 걸 도로 빼서 올려놓고, 오븐에 넣어야할 것을 다시 넣는다.
─순서를 틀려서 배치해놓은 것을, 시그넘이 등을 돌린 틈을 타서 원래 순서대로 배치시킨다.
─물을 틀어놓고 잊어버리는 바람에 싱크대에서 넘치려는 것을 재빨리 다가가 수도꼭지를 잠근다.
─손질하다가 실수로 다른 곳으로 튀어버리는 재료들을 캐치해서 다른 음식들에 들어가거나 하지 않게 한다.
─이 과정에서 망가진 물건과 식재들이 꽤나 나왔지만, 아무도 모르게 '힘으로 눌러 매우 작게 압축'시켜서 원형을 알 수 없게 만든 다음 쓰레기통에 넣는데 성공했다.


'도대체…'


엑스는 고민했다.


'어째서…'


무엇때문에 이렇게 사람이 많은 가게에, 주방 인원이 2명밖에 안되는 걸까. 그것도 한명은 터무니없는 지뢰인데.


"뭣 때문에…"


그런 주제에, 웨이트리스는 많아서 주문이 금방금방 쌓여버린다. 쉴 틈도 손을 놀릴 틈도 없다.


'왜 이렇게 되버린 거야…!'


주방의 두 사람도, 덩달아 함께 있는 엑스도.
쉴 틈같은 건 없었다.


'난 그냥 걱정없이 쉬고 싶었던 것 뿐인데!!'


엑스의 비명은 소리없는 절규가 되어, 누구의 귀에도 들어가는 일 없이 사라졌다.

 

 

 


"이야, 정말 도움이 많이 됐습니다. 웨이트리스 때는 살짝 걱정했는데, 과연 이시다 선생 추천이에요. 원래는 주방 담당이 2명 더 있는데, 갑자기 두 사람 다 병결로 안나왔지 뭡니까. 하지만 덕분에 오늘 하루 잘 넘겼네요. 여기, 오늘 일당입니다."
"네, 감사합니다."
"혹시 다음에도 이렇게 일일 아르바이트 자리가 필요하면 언제든지 찾아오세요. 그럼─"
"네, 안녕히."


시그넘은 점장에게 일당을 받은 후 인사를 하고 나왔다.
그것을 몰래 지켜보고 있던 이시다도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정말 다행이네… 솔직히 웨이트리스 일할 때 실수하는 거 봤을 땐 '아, 이건 안될지도' 했지만. 역시 사람한테는 누구한테나 잘하고 못하는 게 있나봐? 그런데…"


이시다는 눈동자만을 움직여, 자신의 맞은편 자리에 앉아있는 소년을 보았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앉아있는' 것이 아니다. 탁자에 머리를 박고, 그대로 죽은 듯이 움직이지 않고 있었다.


"화장실 간다던 애가 돌아오질 않아서 얼마나 걱정했는지 아니? 게다가 기운도 하나 없고. 도대체 뭐하고 온거야?"
"………… 묻지 말아주세요. 정말로. 진심으로."


심해에 가라앉은 타이타닉 호의 유령에게서 흘러나오는 것처럼.
기운이라곤 하나도 없는 낮은 목소리로 소년은 그렇게 대답했다.

 

 

 


비록 정말로 바빴던 하루였지만, 시그넘의 기분은 그다지 나쁘지 않았다.
오직 싸우기 위해서만 태어났고, 싸우는 것 이외에는 할 수 없다고 여겼던 자신이.
어쩌면, 태어난 이후 처음으로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었을지도 모른다.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다.


'… 하지만 기분 탓일까. 중간부터 주방에서 느껴지는 기척이 세명분이었던 것 같은데.'


아무리 생전 처음 하는 일에 빠져있었다곤 하지만 시그넘 역시 '전사'다. 자신과 다른 한 사람의 선배 이외에 누군가가 있었다면 몰랐을 리 없다.
게다가 시그넘이 생각했을 때 '실수했을지도 모른다'라고 생각했던 일들조차, 나중에 다시 보니 전부 제대로 되어있었다는 현상까지.
물론 기분 탓일수도 있고, 처음부터 자신이 제대로 했던 것일지도 모른다.


'설마 말로만 듣던 유령이었다던가.'


이틀 전에 봤던 심야 공포영화의 장면을 떠올린 그녀는 살짝 등골이 오싹해지는 것을 느꼈지만, 고개를 저었다. 설마 그럴리가. 그건 주인 하야테도 엑스도 확실하게 '픽션'이라고 했던 물건이다.


"…… 응?"


어쩐지 밖에 있기 싫어져서, 집으로 귀가 하기 위한 발걸음을 빨리 하려던 그녀의 눈에.
결코 간과할 수 없는 광경이 들어왔다.


한 명의 노인이, 그보다 두배쯤은 덩치가 좋은 젊은이 셋에게 둘러싸여 있었다.
안절부절 못하고 공포로 가득 한 노인의 얼굴로 보아 가족이나 아는 사람일 확률은 일단 없다고 판단된다.
주변의 다른 행인들은 그쪽에 신경을 쓰지 않고 있었고, 어쩌다 본 사람들은 걸음을 빨리 놀려 그 자리에서 벗어난다.
아, 지금 막 가장 가까이에 있는 남자가 노인이 감싸 안고 있던 가방을 붙잡고 빼앗으려 하고 있었다.


결론.


"… 어느 세계에도, 어느 시대에도 저런 놈들은 있다고 하는건가."


우선, 그쪽으로 걸어간다.
레반틴을 꺼낼까 했지만 저번에 엑스에게 들은 말도 있고 해서 거기까지 하진 않기로 했다.
그 대신, 걸어가면서 우연히 눈에 띄인 쓰레기통 옆에 있던 딱 좋은 크기의 나무 막대─시그넘은 몰랐지만, 부러진 밀대 걸레 자루였다─를 집었다.


마법을 쓰지 않아도, 제대로 된 무기가 없어도.
그녀는 엄연히 고대 베르카의 기사.


당연히, 길거리의 불량배들 정도는 상대조차 되지 않는다.

 

 

 


─시그넘이 구해준 노인으로부터 감사 인사를 듣고.
─그 노인에게서 안내를 받아 간 집이 우미나리 시에서도 손 꼽히는 검술 도장이었으며.
─이야기를 들은 그 도장의 주인, 즉 노인의 아들이 시그넘에게 대련을 신청하고..
─거기서 훌륭하게 솜씨를 발휘한 시그넘이, 내일부터 도장의 사범으로 나와달라는 부탁을 받기까지.
─시간상으로는 1시간도 채 걸리지 않았다.

 

 

 


"결국, 쟈피라도 샤멀도 시그넘도 제대로 이 세계에 적응하기 시작했다는 거군."
"………… 나는 크게 손해봤지만."


정말로 힘든 하루였다.
원래는 세 사람이 일을 제대로 하는지 안하는지만 확인하고 돌아와서 쉴 생각이었는데, 생각지도 못했던 중노동을 해버렸으니까.


볼켄리터 세 사람이 일자리를 구하고, 첫 일당으로 받은 돈으로 재료를 사서 파티를 한 후.
하야테도 비타도 모두도 지쳐서 쓰러지듯이 잠들어버린 지금.
이 집에서 깨어있는 사람은, 엑스와 '또 한 사람' 뿐이었다.


지금 이곳은 하야테의 방에 있는 컴퓨터. 그 안에 있는 '전뇌 공간'이다.
본래, 어둠의 서의 주인도 아닌 자가 어둠의 서의 방화벽을 깨고 강제로 엑세스 해버릴 경우, 어둠의 서는 그 즉시 폭주하여 강제 전생을 일으킨다.
그럼 어째서 지난번 엑스의 경우에는 폭주하지 않았는가. 이유는 간단하다.


─엑스의 해킹이 결국 에너지 부족으로 실패했고, 역으로 해킹당한 것은 엑스 쪽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해킹당하는 순간 엑스 쪽의 컴퓨터도 방화벽을 작동시켰고, '어둠의 서' 역시 엑스의 방화벽을 뚫지 못하고 복귀. 그때 가장 가까이에 있던 "엑스의 방화벽도 어둠의 서의 방화벽도 없는 중립 지대", 즉 하야테의 컴퓨터 속으로 두 사람의 의식이 전송되었다.
이 장소라면 굳이 서로를 해킹하거나 하지 않아도 의사소통이 가능하며, 이렇게 얼굴을 마주하고 만나는 것도 가능하다.


"미안하군. 페이지가 없는 지금, 나도 당신의 부상을 어떻게 할 방법이 없다."
"별로. 내버려두면 언젠가는 나을테고, 그건 사고였으니까. 이제와서 그런 걸로 신경쓰진 않아."


지금에 와서는 모두가 하야테의 소중한 가족이다. 좀 골치아프긴 부상이긴 해도 "냅두면 나을 수 있는"데 트집을 잡거나 할 생각은 없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저렇게 열심히 하려고 하는데 돕지 않을수도 없으니까."
"… 당신은… 정말로 인간 같군."


'그녀'의 말에, 엑스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야 난 그걸 목표로 만들어진 거니까."
"아니, 그런 의미가 아니다. 그대를 보고 있으면 정말로 '인간'과 '기계'의 경계를 알기 힘들게 되버려."


엑스는 말했다.
자신의 이름 '엑스'는, 기계의 한계에 얽매이지 않는 '무한한 가능성'을 뜻하는 의미에서 그의 '아버지'가 지어준 것이라고. 어느 세계의 어떤 과학자가 만들었는지는 몰라도, 눈앞에 있는 소년은 경이로운 존재임에 틀림없다.
사용된 것은 오직 과학 기술 뿐. 마법이라고는 일절 사용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능력과 무장을 갖춘데다 인간과 같은 판단 능력 및 그 이상의 지능까지 한 몸에 지니고 있다. 오직 과학 기술만으로 탄생된 존재임에도.


단지, 하나.


'이상한 점이…'
"그럼 오늘은 이만 나가볼테니까."
"아아. 다음에 또."
"… 응. 다음에 또 올게."


소년의 모습이 눈앞에서 사라진다.
작은 아쉬움과 함께, '그녀'는 조금전부터 머리 속에서 떠나지 않는 생각에 잠겼다.

 


완전 기계일 터인 그에게, 어째서 '마력'이 있는걸까.

 


결코 많은 양은 아니라고 해도 그의 몸에는 틀림없이 '마력'이 자리잡고 있었다.
오직, 진짜 생물에게밖에는 없어야 정상인 '마력'이.


아쉽게도, 지금의 그녀에게 그것을 조사할 수 있는 힘은 없었다.

 

 

 


───to be contin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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