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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RREGULAR HUNTER - 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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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징 파이어」


하늘 높이 뛰어오른 마그마 드래곤의 입이 거센 불길을 뿜어낸다.
불길의 폭탄은 바로 아래 쪽에 있는 거대 짐승을 강타했고, 짐승은 비명을 지르며 비틀거린다. 그 틈을 놓치지 않고, 번개의 그물과 질풍의 회오리가 양 옆에서 짐승을 붙잡는다.
전기에 감전되고, 바람에 밀려나며 짐승은 점차 힘을 빼앗겼고, 정면에서 날아온 푸른 광탄에 맞아 쓰러졌다.


<쥬얼 시드, 봉인!>


리니스의 음성이 울려퍼지고, 짐승은 곧 신음 소리와 함께 모습을 감추었다. 남은 것은, 작은 마름모꼴의 보석 하나와 의식을 잃어버린 강아지 한마리.


[이걸로 일주일동안 2마리 째… 넷이 힘을 합치니 생각했던 것보다 빨리 끝나는군.]
<… 넷이라니, 지금 전 숫자에서 뺀 거죠?!>


리니스가 항의했지만, 마그마 드래곤은 신경조차 쓰지 않았다.
스톰 이글이 가지고 있던 쥬얼 시드가 하나, 웹 스파이더가 갖고 있던 쥬얼 시드가 하나. 그리고, 요 일주일 사이에 쓰러트린 폭주체로부터 얻은 쥬얼 시드가 둘.
이것으로, 현재 그들이 가지고 있는 쥬얼 시드는 총 4개다.


분명히 폭주체는 대단히 위험한 존재이다. 그대로 내버려뒀다간 이 도시는 물론이고 세계조차 어떻게 될지 모를 정도로.
그러니까, 그렇게 성장하기 전에 힘으로 때려눕혀 봉인한다. 다행히도 지금 이곳에는 A급 이상의 이레귤러 헌터가 4명이나 있고, 쥬얼 시드를 봉인해줄 우수한 ​마​도​사​─​사​역​마​지​만​─​도​ 함께 있다. 자신의 힘에 완전히 취해버리기 전의 폭주체라면, 그 힘을 발휘하기도 전에 쓰러트릴 수 있다.


<쥬얼 시드는 전부 해서 21개… 안전권이라고 말하긴 어려워요. 그녀의 계획을 막으려면 최소한도로 10개는 확보해야 할텐데.>
[하지만 이걸 모으는 건 우리와 당신의 전 주인만이 아니니까요. 그들이 얼마나 모아주느냐에 따라서 판도도 바뀌겠습니다만.]


엑스가 말한대로, 또 하나의 '세력'이 있다. 그것도 쥬얼 시드를 모으는 세력 중에선 가장 규모가 큰 자들이.


[시공관리국이라고 했던가. 리니스 씨. 거긴 정확히 뭐하는 곳인거지?]
<​미​드​칠​더​라​고​ 하는 세계에 기원을 둔 차원 레벨의 치안 담당 ​기​관​이​에​요​.>​


스톰 이글의 질문에, 리니스는 이렇게 대답하기 시작했다.
마법사의 운용 및 제한, 사법조사 및 수사권의 행사, 위험물의─로스트 로기아─ 관리, 재해관리 및 복구 등의 임무를 담당, 추가로 내부 문제로 멸망하거나 다른 차원에 재해를 입히는 것을 막는 역할을 맡고 있다. '마도사'라는 고급 인력을 이용해 각 세계를 다스리고 있으며 크게 지상본부, 본국, 차원항행부대로 나뉘어 있다. 이는 각각 육, 해, 공군에 해당한다.
차원을 넘나드는 과학력과 마법력을 기반으로 하여, 수많은 차원 세계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광대한 조직. 그것이 ​'​시​공​관​리​국​'​이​었​다​.​


[… 이레귤러 헌터랑 비슷한 건가, 했지만…]
[… 상당히 다르네요. 스케일도 다르고 하는 일도 그렇고.]


이레귤러 헌터는 어디까지나 '아르카디아'라고 하는 한 세계의 조직이니까, 시공관리국과는 인원이나 영역 등의 기본 단위부터가 다르다. 하는 일도 이레귤러를 파괴하는 것 뿐이었고.
나무 위에 올라 서 있던 웹 스파이더가 내려왔다. 나뭇가지에 거미줄을 걸치고, 말그대로 '거미'처럼.


[차라리 그 녀석들과 공조한다는 건 어떨까. 그 녀석들이 그 정도의 힘이 있다고 하면 이걸 관리할 수도 있을테고.]
<그렇군요. 확실히 그것도 하나의 ​방​법​일​지​도​.>​


웹 스파이더의 말에 리니스가 동조하는 듯했지만, 곧이어 스톰 이글에게서 반론이 나왔다.


[아니, 그렇게 판단하기엔 빨라. 신용할 수 있는지 어떤지도 알 수 없고.]


무엇보다 이 중에는 그들과 교전한 사람─마그마 드래곤도 있다. 그 이후 엑스가 그들과 함께 싸웠으니까 설명하면 알아줄지도 모르지만, 지금 이 시점에서는 그것조차도 상당한 도박이다. 만의 하나라도 일이 틀어질 경우엔 적으로 돌리게 될지도 모르니까.
게다가…


[프레시아라는 마도사만이 적이라면 그래도 되겠지만요. 그곳에는 그들도 있으니까.]


플레임 맘모스, 차일 펭귄, 스파크 맨드릴. 그리고 부멜 쿠완거와 슬래시 비스트.
그들 대부분이 원 이레귤러 헌터, 그것도 대장 출신(슬래시 비스트는 레플리포스. 소속이 달르다). 그 사실 하나만으로도 그 실력은 이미 보증된거나 마찬가지다. 프레시아 테스타롯사라고 하는 마도사는 직접 보지 못했으니 뭐라고 할 수 없지만, 그들 다섯만으로도 충분히 위협적이다.


[그래서 묻고 싶습니다, 리니스 씨. 그 '마도사'들이, 그들을 막을 수 있는지.]
<…… 힘들 거라고, 생각해요.>


이레귤러 헌터 대장급.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지는 리니스로선 잘 모른다.
허나 적어도, 마그마 드래곤이 그 이레귤러 헌터라는 그들의 세계의 조직에서 한 부대의 대장을 맡고 있었다는 이야기는 들었다. 그렇다면 저쪽에 있는 '대장이었다는 자들'도, 마그마 드래곤에게 뒤떨어지지 않는 실력을 보유했다고 생각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시간만 주어진다면 혼자서도 도시 하나를 황무지로 바꿔놓을 수 있는 전투사. 그런 존재가 하나도 아니고 다섯. 도저히 일반 무장국원이 맞설 수 있는 상대들이 아니다. 관리국 쪽에서 이번 일에 얼마나 마도사를 동원할지는 모르겠지만, 저 다섯을 제압하기 위해선 결코 적지 않은 숫자의 고위 마도사가 필요할 것이다. 안그래도 인력 부족으로 허덕이는 모양인 시공관리국이 이 일 하나에만 그렇게 많이 보낼 리도 없다.
만의 하나, 보낸다고 해도 희생이 얼마나 나올지도 모르고.


[역시 그런가요… 상관은 없습니다만.]


물어보긴 했지만, 그쪽의 도움은 처음부터 기대하지도 않았다. 그렇기에 별로 충격도 받지 않았다.
무엇보다도…


[이레귤러를 상대하는데 다른 이들의 힘을 빌린다면 '이레귤러 헌터'라는 이름을 쓸 자격이 없지.]


스톰 이글의 그 한마디가, 여기 있는 헌터들의 생각을 대변하고 있었다.

 

자신들은 「이레귤러 헌터」.
이쪽 세계든 저쪽 세계든, 「이레귤러」를 파괴하는 것은 자신들의 일이니까.

 

 

 


IRREGULAR HUNTER - X



18화


 

 

 


[─그런 이유로, 이쪽이 현재 보유하고 있는 쥬얼 시드는 우리들이 갖고 있던 것 3개와 아가씨가 회수한 4개를 합쳐 7개. 전부 다 모으기 위해선 앞으로 지금의 두배를 더 모아야 한다는 거군.]
"그래요. 이해가 빠른걸."


프레시아 테스타롯사의 은거지인 시간의 정원.
이곳에서 그녀는, 자신에게 협력하고 있는 "기계들"의 대표인 부멜 쿠완거와 이야기하고 있었다.


둘 다, 일단 얼굴에 미소를 띄우고는 있지만 거기에 호의따윈 일절 존재하지 않는다.


있는 것이라곤 오직 계산과 상대를 이용할 방법 및 타이밍에 대한 것 뿐. 게다가 서로가 그런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얼굴을 맞대고 있는 것이니까 더더욱 질이 나쁘다.


왜냐하면, 두 사람 모두 알고 있기 때문이다.
자신의 앞에 있는 자는 기본적으론 아무도 믿지 않는다. 그러나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깔끔한 기브 앤 테이크의 거래 관계로서는 믿을 수 있다. 서로가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이상은 배신하지 않을 테니까.


"그런데 쿠완거. 묻고 싶은 게 있는데."
[뭔가, 테스타롯사.]
"그때 당신들과 교전했던… 이라기보단 당신들이 일방적으로 공격했던 그들. 정체가 뭐지? 근본적으론 당신들과 비슷한 것 같던데."


이 암여우, 역시 보고 있었나.
부멜 쿠완거는 속으로 혀를 차면서 대답했다.


[근본적으로는, 이지. 우리들과 같은 세계 출신의 ​레​플​리​로​이​드​들​이​다​.​ 정확한 건 모르겠지만, 놈들도 아마 우리와 같은 경로… 쥬얼 시드로 인해 부활해서 이쪽으로 건너온 거겠지.]


이 이상 자세한 이야기는 할 생각도 없고 할 필요도 없다. 프레시아도 같은 판단을 내렸는지, 그 이상 깊게 캐묻진 않았다.


"하지만 결국 완전히 부수진 못한 것 같던데. 방해해오진 않을까?"
[틀림없이 해오겠지. 녀석의 성격이라면.]


그가 알고 있는 엑스는 그 옛날 시그마의 날 당시, 시시해빠진 '정의감'과 '의무감'만으로 절대적으로 전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혼자 시그마의 군단에 싸움을 걸어온 녀석이다. 그때 숨통을 끊어놓지 못한 이상, 틀림없이 다시 나타나서 가로막겠지.
그렇지만.


[문제 없다.]
"… 그럴까. 당신 성격으로 그렇게나 철저히 공격한 상대인데도?"


그녀가 지금까지 봐온 부멜 쿠완거의 성격으로 봤을 때, '어지간히 경계해야할 상대'가 아닌 이상은 그렇게까지 철저하게 짓밟으려 하지 않았을 것이다. 이미 넷이서 한꺼번에 집중 공격을 했다는 시점에서 부멜 쿠완거가 그 '파란 기계'를 경계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럼에도, 지금 그녀가 보고 있는 부멜 쿠완거는 그다지 당황하는 기색이 아니었다.


[이 세계에 레플리로이드의 부상을 치료할 수 있는 시설이나 기술력은 없다. 설령 있다고 하더라도, '다른 세계'에서 온 그 녀석이 치료를 받을 수 있을리가 없지. 그 녀석을 데리고 도망친 녀석은 원래 게릴라 부대원이었으니까 의료용 키트 정돈 갖고 있을 수 있겠지만, 그런 걸로 치료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해봐야 뻔한 것. 아무리 도망쳤다고 해도 반죽음 상태라는 건 변하지 않아.]
"… 그런데도 나타날 거라고?"
[아. 나타난다.]


밟히고 두들겨지고 파헤쳐지고 목이 반쯤 잘린 정도가 아니라, 아예 산산조각나기 일보직전이라고 해도.
그렇다고 하더라도, 엑스라고 하는 이레귤러 헌터는 반드시 나타날 것이다. 원래 '그런' 녀석이었으니까.


[그러나 그런 몸으로 나타나봐야 우리 중 하나나 감당하면 다행이지. 실제로 슬래시 비스트가 상대해본 감상을 들어보면 녀석은 비스트 하나조차도 제대로 어떻게 하지 못해 그 관리국 꼬마의 힘을 빌렸다고 하더군. 결국 우리가 주의하지 않으면 안되는 상대는 놈 이외의 다른 셋이라고 하는거지만… 그나마도 이쪽의 숫자가 많으니까. 정 안되면 힘으로 눌러버리면 그 뿐이야.]


설령 엑스가 싸울 수 있는 몸으로 나타난다고 해도 그에 대한 대비도 되어있다. 거기까지 말할 생각은 없지만.


"그렇게 방심하다가 반대로 당하는 일 없으면 좋겠는데."
[방심? 이건 '여유'라고 하는 거다. 그보다도…]


부멜 쿠완거의 목소리가 낮아졌다.


[말했던 것은 잊지 않았겠지.]
"물론. 그게 협력 조건이었으니까."


천성적인 이레귤러인 그들이 프레시아에게 협력하고 있는 조건.
게다가 프레시아의 입장에선 꽤 까다롭긴 해도 그렇게 들어주기 어려운 조건도 아니었다. 그렇기에 그녀도 그것을 승낙한 것이고.


"하지만, 당신들은 그런 게 이루어지면 뭘 할 생각인거지?"
[그런 건 상관없지 않나. 당신은 당신의 목적을 위해서, 우리는 우리의 목적을 위해서. 게다가 그 목적을 향한 과정은 겹쳐도 목적 자체는 겹치지 않으니까 협력하는 게 가능한거지.]


몇번인가 목적에 대해서 물어본 적은 있지만, 돌아온 대답은 언제나 이랬다.
확실히 맞는 이야기다. 이들은 쥬얼 시드 자체를 원하는 것이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쥬얼 시드를 다 모은 후 저들이 원하는 것을 이루어준 다음, 자신의 목적을 이루면 된다.


"그 말대로야. 그럼 앞으로도 잘 부탁해."
[아아. 있는 힘껏 도와주지.]


적어도, 목적이 이루어지기 전까지 이 협력은 깨져선 곤란하니까.
표면적으로는 웃으면서, 속으로는 서로를 '암여우'와 '너구리'라고 비하하고 있던 두 사람의 대화는 그렇게 끝을 맺었다.

 

 

 


[부옷─ 그 여자 정말 마음에 안든다. 인간 주제에 이거 해라 저거 해라, 명령이 많아!]
[꾸왁─ 네녀석하고 의견 맞추고 싶진 않지만 그 부분만은 동감이다.]


평소엔 치고받는 주제에 누군가를 험담할 때만은 의견이 잘 맞는군.
플레임 맘모스와 차일 펭귄의 대화를 한귀로 흘려버리며 스파크 맨드릴은 그렇게 생각했다.
그 즈음, 부멜 쿠완거가 돌아왔다.


[오우, 어떻게 됐어?]
[언제나 대로지. 우리들은 그 여자에게 쥬얼 시드를 모아다 준다, 그리고 그 여자는 우리가 원하는 것을 이루어준다. 그것 뿐이야.]


어째서, 다섯명의 이레귤러 중에서 부멜 쿠완거가 대표를 맡고 있는 것인가.
그것은 매우 간단하다.


[뭐어, 뭐어. 네가 그렇게 말한다면 그런거겠지. 그 이전에 그런 거 생각하기도 귀찮고.]


스파크 맨드릴은 성격이 이 모양이라서 맡길 수 없었다. 평소에도 일이 없으면 페이트가 훈련하는 곳으로 찾아가 드러누워, 가끔 표적에서 빗나가 옆으로 튀어오는 전기나 빨아먹으며 하릴없이 시간이나 보낼만큼 게을러 터졌으니까.


[부옷, 부옷. 나였다면 그런 여자, 단번에 밟아서 뭉갰을텐데.]


플레임 맘모스는 더더욱 안된다. 이레귤러 중에서도 극단적인 인간 혐오주의자이자 성격파탄자인 이 놈에게 맡겼다간 교섭이고 뭐고 없다. 게다가 어찌어찌 교섭 탁자에 앉았다고 해도 멍청하기까지 하니 잘못하면 이쪽이 이용만 당했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둘을 제외하고 남는 것은 부멜 쿠완거와 차일 펭귄. 이 둘도 인간 혐오인건 마찬가지지만, 적어도 플레임 맘모스와는 달리 그걸 입밖으로 드러내지 않을 정도의 분별력은 갖추고 있다.


다만, 차일 펭귄의 경우.


[꾸왁. 멍청이. 네가 가면 그 여자 입에 놀아났을거다. 꾸왁.]


… 저 놈의 '꾸왁'.
저런 기묘한 걸 말버릇이라고 가지고 있는 녀석을 협상 테이블에 앉히는 것에는 여러모로 거부감이 들었다. 결국 분별력이 있고 지능도 높으며 어딘가 이상한 구석도 적은 부멜 쿠완거가 총대를 짊어지는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우리들의 일은 변함없다. 아가씨─ 저 꼬마가 쥬얼 시드를 입수하는데 방해가 되는 놈들을 치우는 것. 엑스도, 이글도, 드래곤도, 스파이더도, 그리고 그 관리국인지 뭔지도. 그걸 재확인한 것 뿐이야. 언제라도 나갈 수 있게 준비해둬. 조금 있으면… 질릴만큼 인간을 도륙할 수 있게 될테니까.]


플레임 맘모스와 차일 펭귄이 환호한다.
스파크 맨드릴은 심드렁한 태도였지만, 반대하는 듯한 태도는 아니다.


그 모든 것은, 오직 하나.
그들 자신의 욕망과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

 

 

 


그리고, 그들과 떨어져서 어딘가 먼 곳을 보고 있는 것처럼 허공을 응시하고 있던 슬래시 비스트는.


"……… 달리고 싶다."


그 한마디만을 조용히 내뱉았다.

 

 

 


린디는 이번 사건과 관련된 자료 영상들을 살펴보고 있었다.
이번 사건의 발단이라고 생각되는 금발의 소녀와, 그녀의 사역마라고 생각되는 붉은 수인(獸人).
그들을 지원한 걸로 보이는 4명의 전투기인─으로 추정되는 다른 존재들과, 그들에게 맞섰던 또다른 존재들.


몇번을 돌려보고, 아무리 각도를 바꿔보아도.
나오는 결론은 변하지 않는다.


"… 전력이 모자라. 아무리 생각해도."


하나 뿐이라면 몰라도, 상대가 다섯이나 되서는 크로노 혼자선 절대 막아내지 못한다.
이 함에서 가장 강력한 전력은 크로노와, 린디 자기 자신. 저 다섯에게 맞설 수 있는 전력도 이 둘 뿐이다. 저 전투기인들의 힘은, 보통의 무장국원으로서 대항할 수 있는 전투력이 아니니까, 다른 마도사들은 그리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무엇보다도 큰 문제는, 이쪽은 어디까지나 '시공항행함 아스라와 그 승무원들'이라고 하는 한정된 전력이라고 하는 것이다. 본국에 지원을 요청한다고 해도 여기까지 오는데엔 시간이 걸리고, 잘못하면 그 사이에 모든 일이 끝나버릴수도 있다.
… 설령 시간에 맞춘다 하더라도, 그래서 본국의 국원들이 싸울 수 있게 된다고 해도, 과연 얼마나 피해가 나올지.


"그 아이가 살아있다면 좋을텐데."


크로노와 함께, 저 사자형 전투기인과 싸웠던 소년.
비록 마지막 순간에 쓰러지긴 했지만 그 전투력은 말이 필요없을 정도다. 만약 살아있다면, 그래서 협력을 받을 수 있다면 이 상황도 어떻게든 할 수 있을지 모른다. 기껏해야 크로노 또래의 소년이 목숨이 위험할 정도의 상처를 받았다는 것에 걱정이 되기도 했고.


하지만 생사조차 알 수 없는 지금, 그의 존재를 계산에 넣을 수는 없다. 린디는 다른 쪽으로 생각하기 시작했다.
민간 협력자인 '타카마치 나노하', 그리고 스크라이어 일족의 '유노 스크라이어'도 전력적으로는 훌륭하지만, 그런데도 모자란 것은 마찬가지다. 게다가 두 사람은 아직 10살도 채 되지 않은 어린 아이들. 이런, '목숨이 걸린 위험한 싸움'에서 얼마나 힘을 발휘할 수 있을지도 불안하고.


"한심하네. 이래뵈도 어른인데 아이들 힘을 빌릴 생각이나 하고 있고."


스스로 생각해도 자조의 웃음이 흘러나온다.
유노 스크라이어라면 이 일의 당사자라고도 할 수 있지만, 본래 그 소녀는 이 세계에서 평범하게 살아가고 있었고, 앞으로도 그럴 터였다. 그런데도 이런 일에 휘말리는 바람에 그 평온한 생활을 잃어버리고 위험에 처하게 된 것이다.
자신들은 로스트 로기아에 관해선 틀림없는 '프로'다. 그런데도 전력이 모자라, 민간인 소녀… '아마추어'에게 손을 벌리려고 하고 있다.
그것이 얼마나 부끄러운 일인지 자각하고 있으면서도 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현실이 무엇보다도 괴로웠다.


괴롭다고 하는 심정은 어디까지나 린디 자신의, 일신의 감정.
하지만 이 사건을 해결하지 않으면 차원 세계 전체의 균형이 깨져버릴지도 모른다는 것은 눈앞의 '현실'이었다. 그 앞에서, 자신의 감정같은 것은 접어두지 않으면 안된다.
그리고 지금은, 자신의 감정에 휘둘리고 있을 때가 아니다. 문제는 또 있으니까.


마도사 소녀와, 그녀의 사역마.
소녀쪽의 연령과 그 공격적인 태도를 생각하건대, 아마도 그녀가 자신의 의지로 쥬얼 시드를 모으고 있다고는 생각하기 어렵다. 만약 나노하처럼 선의로서 쥬얼 시드를 봉인하여 위험을 방지하려고 하는 거라면, 이쪽을 적대시할 이유가 없으니까. 이 시점에서 린디는 이미 그녀의 뒤에 누군가가 있을 것이라고 짐작하고 있었다.


'문제는 왜 본인이 나서지 않고 그 아이를 내세우고 있느냐일까.'


관리국에 의해 수배되어있는 인물이기에 자신들의 눈에 띄고 싶지 않다는 것도 있을 수 있고, 아니면 끝까지 자신의 정체를 숨겨 소녀에게 모든 것을 뒤집어씌우려는 것일 수도 있으며, 아예 마도사가 아니라서 비전투원일 가능성마저도 있다. 그런 식으로 가능성을 따지자면 한도 끝도 없다.


상당히 오랜 시간을 고민한 끝에, 결국 그녀는 생각을 정리했다.
이쪽의 국원을 살해한 넷(사슴벌레, 코끼리, 펭귄, 원숭이)과 그들에게 회수된 하나(사자). 이 다섯은 어떻게 해도 싸울 수밖에 없겠지만 그 이외… 그들과 적대시했던 이들(용, 독수리, 거미)과는 대화의 여지가 있을지도 모른다. 다음에 접촉하게 된다면 이쪽이 가지고 있는 정보를 일부 공개하고, 그들에게 협조를 구하는 것도 한가지 방법일 수도 있다.


"그러면 우선은, 그들이 나타났을 때 함부로 공격하지 않도록 말해두지 않으면─"


지금 이 순간부터.
이 아스라와 그녀를 비롯한 모든 승무원들의 임무는 로스트 로기아 「쥬얼 시드」의 조사와 회수로 변경되었다.

 

 

 


쥬얼 시드를 찾는 것은 찾는 거고, 그 이외의 시간은 집에서 보낸다.
엑스로서는 단순히 손상을 자연 치유하기 편하게 하기 위한 것만이 아니다. 함께 살고 있는 가족들에게 지금 하고 있는 일을 들켜서 걱정을 끼치지 않기 위해서는, 나름대로 시간을 들일 필요가 있으니까.


그렇기에 오늘도 엑스는 집에서 하야테, 비타와 함께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비타 이외의 볼켄 리터들은 지난번 자신들에게 맞는 직장을 찾아낸 이후부터 낮에는 그쪽에서 일을 하고 있는 중. 그렇기 때문에, 적어도 해가 떠있는 동안 자신이 신경써야할 상대는 이 두 사람 뿐이다.


"……"
"……"


하야테와 비타는 놀라울 정도의 집중력으로 눈앞의 TV를 보고 있었다.
그녀들과 엑스의 손에는 게임의 컨트롤러가 쥐어져있었으며─ 그것을 사용해서, 세 사람은 게임으로 대결을 하고 있는 중이었다. 지금은 엑스와 비타가 게임을 하고 있고, 하야테는 차례가 돌아올 때까지 기다리는 중.
조용한 집안 속에서는 오직 게임기에서 나오는 소리만이 울리고 있다.


그리고, 얼마나 그렇게 흘렀을까.


"크아아아악!! 한판 더!!"
"비타 짱, 안된데이. 숙녀가 '크아아악'하고 울면."
"울지 않았어! 화낸 것 뿐이야! 게다가 뭐야, 저거!! 약 올리냐!!"


화면 속에서 엑스가 고른 캐릭터가 실로 기분 나쁜 웃음을 띄우며, 손을 까딱까딱거리고 있다. 마치, 다음의 도전자를 모집하는 것처럼.


[… 아니, 쟤가 저러는 건 내 잘못이 아닌데.]
"뭐라고 하까, 비타 짱은 돌진 일직선잉께, 훼이크에도 금새 넘어온다 안카나."
"베르카의 기사가 도발을 피할 것 같냐!! 아무튼 그런 건 아무래도 좋아! 한판 더!"


아무래도 비타로서는, 엑스가 이 게임을 시작할 때만 해도 압도적으로 승리를 쌓아오고 있었는데 그것이 단번에 뒤집어지게 생겼으니까 화가 나고 있는 모양이다. 덧붙여 현재 이 대전 게임의 순위는 하야테와 비타가 동률 1위이고 그 뒤를 엑스, 쟈피라 순서. 샤멀과 시그넘은 뒤에서 꼴지를 놓고 지지 않기 위해 분투하는 중이다.
의외로 쟈피라의 경우엔 인간의 모습으로 변하지 않고도 저 순위를 지키고 있으니까, 만약 인간의 모습을 한다면 하야테의 순위도 넘볼 수 있을지 모른다.


엑스는 그렇게 생각하며, 컨트롤러를 들어올려 게임을 조작했다.

 


─그렇다.
─컨트롤러를 들어올려서, 게임을 조작했다.


─아무렇지도 않게.

 


엑스에게 있어서 이것은 하야테나 비타, 그리고 모두와 함께 시간을 보내는 수단인 동시에, 다른 목적을 충족시키기 위한 것이기도 했다. 결코 놀면서 휴식을 취하기 위한 것만이 아니라는 이야기다.
지금의 엑스가 원하는 것을 이루기 위해서는 이 정도로 섬세하게 움직여야하는 작업─ TV 게임 정도가 딱 적당하다.


다시 한번 게임을 시작하고, 비타의 캐릭터와 엑스의 캐릭터가 한창 결투를 벌였다.
펀치, 킥, 공중 킥에 앉아서 펀치. 가끔 장거리 공격과 대공기까지, 현란한 기술을 보이며 두 캐릭터가 치고 받는다.
그 순간, 엑스가 한순간 움직임을 멈췄고 그 덕에 방어가 무너진 그의 캐릭터가 필살기와 콤보를 두들겨맞아 쓰러졌다.


"이겼다! 헤헷, 거봐. 아직은 나한테 안된다니까!"


이걸로 오늘 하루 전적 4전 3패 1승이면서도, 비타는 대단히 기뻐하고 있었다.
그 기분에 찬물을 끼얹지 않기 위해서 엑스는 쓴웃음을 지으며 자리에서 물러나 하야테에게 양보했다.


[그럼, 패자는 이만 물러나겠습니다.]
"뭐! 잠깐 기다려?! 네가 아직 승수 많잖아! 어딜 도망가!"
"자자, 비타짱. 이깄으면 된 거 아이가, 이깄으면. 그보다, 이번엔 내가 상대데이~"


「HERE COMES A NEW ​C​H​A​L​L​E​N​G​E​R​」​


비타가 뭐라고 더 말할 틈도 주지 않고, 하야테는 이어서 연결. 번개같은 속도로 캐릭터를 선택하고 배틀 페이즈로 넘어갔다.
짧게 혀를 차긴 했지만, 결국 비타는 라이벌과의 승부를 우선시한 모양이다. 아무튼 오늘의 승부 정도로는 전체의 승패에 별 영향을 미치지 않고, 엑스의 순위도 그대로. 하지만 하야테에게 패배하면 그 순간 1, 2위가 뒤바뀐다. 시그넘과 마찬가지로 은근히 승부욕이 강한 비타였기에, 이 순위에 집착안하는 듯 하면서도 상당히 집착하고 있었다.


"뭐, 좋아. 나중에 반드시 되갚아줄테니까 말야!"
[하야테, 나 잠깐 나갔다 올테니까.]
"응, 응. 다들 돌아오면 저녁식사할 거니께, 그 전까진 들어온나~"


하야테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하고는 걸음을 옮겼다.
사실은 그 안에 돌아올수 있을지 어떨지, 확신할 수 없지만 노력은 할 것이다.
밖으로 걸어나온 엑스는 눈을 감고, 색적 범위를 넓혔다.

 


────고양이 두 마리는, 발견되지 않는다.

 


몇일에 한번씩 집 주변을 돌아다니며 때로는 한 마리씩 교대로, 때로는 두 마리가 한꺼번에 나타나 몇십분이고 몇시간이고 관찰하는 듯한 기색을 보이는 고양이가 두 마리.
기분탓일지도 모른다고 생각은 했다. 실제로 볼켄리터들조차도 눈치채지 못했으니까. 만약 엑스도 정말로 우연히 나무 위에 올라앉아있던 고양이가 '몇일 째 보고 있는 같은 고양이'가 아니었더라면 의심을 갖지 않았을 것이다.


한번 의심하기 시작하고 경계하자, 계속해서 그 고양이들의 행동이 신경에 거슬렸다.


두 고양이가 번갈아가면서 이 근처를 지키고 있거나 어떨 때는 두 마리가 함께 지키고 있거나.
혹시 같은 종의 다른 고양이가 아닐까 하기도 했지만, 그런 종류의 분석에 있어서 엑스가 틀릴 리도 없다. 틀림없이 같은 고양이들이었다. 이것은 확실하게 수상했다.
그러나 이것을 알고 있는 것은 현재 엑스 혼자였다. 다른 사람들에게 이야기를 하는 것은 문제가 아니지만, 만의 하나 정말로 이 근처를 자신들의 거처로 삼고 있는 들고양이일 뿐이라는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물론 그렇다고 아무런 대책도 세우지 않은 것은 아니다. 하야테도 볼켄리터들도 모르는 일이지만, 이미 이 집에는 엑스가 고양이들의 눈에 띄지 않게 '어떤 장치'를 해둔 다음이니까. 거기에 그 장치는 엑스와 연동되어 있어, 이 집에 무슨 일이 생긴다면 엑스가 어디서 뭘하고 있든 바로 알 수 있게 되어있다.
그리고 바깥으로 나가는 행동은 언제나 고양이들의 사각에서. '연습'을 겸해서 조금 수고하면 그 정도는 일도 아니다.


'발견되진 않았지만, 혹시나 라는 것도 있으니까.'


─엑스의 몸이 점점 투명해진다.
곧이어 육안으로는 찾아볼 수 없게 되버린 엑스는 그 상태로 이동을 시작해, 아까 전 게임을 할 때 통신이 들어왔던 코드로 연결했다.


<이쪽은 엑스. 이글, 스파이더, 드래곤. 무슨 일이야?>
<이쪽은 헌터. 리니스가 마도사의 반응을 찾아냈다. 지금 당장 해안으로 와.>


엑스의 무전에 응답한 것은 마그마 드래곤이었다.


<… 해안으로?>
<그래. 이미 우리들도 전부 모여있다. 지금 당장 와. 샛길로 새지 말고. 아까부터 먹구름이 몰리기 시작한 게 심상치 않아.>


그 말에 엑스는 곧바로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이곳의 하늘은 구름 한점 없이 맑은 하늘. 하지만 지금 마그마 드래곤과의 통신에서 들려오는 것은 확실히 '파도' 소리와 '거센 바람' 소리였다.


'설마…?!'


생각할 수 있는 것은 한가지.
리니스에게서 들은 것처럼, 마법으로 만든 결계 공간이 벌써 쳐져있고 그 안에서 쥬얼 시드가 폭주를 시작했을 가능성이다.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엑스는 곧바로 대쉬를 시작하여 속도를 높였다.
건물의 벽을 타고 올라가, 지붕과 지붕을 넘어 목적지로 향했다. 아무리 몸을 투명하게 만들었다고 해도 통행인들과 자동차들을 피해다녀야 하는 것은 마찬가지니까, 차라리 이쪽이 훨씬 빠르다.

 

 

 


─그렇게, '푸른 유성의 용사'는 달렸다.


─첫번째 결전이 기다리고 있는 바다를 향해서.

 

 

 


───to be contin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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