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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RREGULAR HUNTER - 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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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가 외톨이일 때.
그 사람이 가장 바라는 것이 있다.


그것은 동정이 아니고.
위로의 말도 아니며.
목적없는 다정함도 아니라.


같은 기분을 서로 나누며 행복을 향해서 나아가는 것.
슬픈 것도 외로운 것도 괴로운 것도, 다른 사람과 나눌 수 있다는 것.
'하얀 소녀'는 그것을 '검은 소녀'에게 알려주고 싶었다.


그것이 나노하가 지금 이곳에 있는 가장 큰 이유지만, 지금은 그것만이 전부는 아니다.


자신은, 각오가 부족했다. 그것을 이제서야 눈치챈 것이다.


여기부터의 앞은 '전장'.
그야말로 '목숨을 걸 정도의 각오'가 없으면 나서선 안되는 장소다.
그것을, 저 푸른 갑옷과 푸른 눈의 소년이 알려주었다.


그에게는 각오가 있다.


「목숨을 잃는다고 해도 인간을 지킨다.」


아무리 다쳐도, 아무리 죽을 뻔 해도, 아무리 살의를 받아도 꺾이지 않는 각오가 있다.
그런 각오가 있기 때문에 그는 지금 이곳에 서있다.


그러니까 자신도 각오하지 않으면 안된다. 그러지 않고서는 이곳에 서있을 자격조차도 없으니까.
고개를 들어올려, 자신과 함께 봉인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페이트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다시 한번 확실하게 각오를 다졌다.

 


─목숨을 걸어서라도, 구해주고 싶다.

 


그녀가 알지 못하는 그녀의 부친이 그랬던 것처럼.
그녀가 알지 못하는 그녀의 남매들이 그랬던 것처럼.

 


그녀 역시, 다른 사람을 위해 목숨을 거는 길을 택했다.

 

 

 


IRREGULAR HUNTER - X



20화


 

 

 


공격하는 쪽도 방어하는 쪽도 모조리 이레귤러 헌터 '대장'급 이상이라는 이 상황.
하나하나가 전력으로 힘을 전개하면 도시 하나를 지도에서 지워버릴 수 있는 힘을 가진 자들이 전부해서 아홉. 그 옛날 '시그마의 날' 당시에도 '레플리포스 사건' 당시에도 결코 흔하게 볼 수 없었던 장면이다.


한쪽은 4, 한쪽은 5. 역량이 비슷하다면 한 사람이라도 숫자가 많은 쪽이 유리한 것이 당연하다.
하지만, 그 '숫자가 적은 쪽' 중 한 사람이 상대 둘을 감당할 수 있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샷건 아이스」


차일 펭귄이 입을 벌리자, 그 안에서부터 수많은 얼음 송곳들이 샷건처럼 확산하여 발사된다.
─얼음 송곳들은 일단 사방으로 퍼졌지만, 곧 방향을 바꿔 오직 한 곳만을 향해 집중되어 날아갔다.
물론 목표가 된 그 '한 곳'이란, 말할 것도 없이 엑스가 있는 방향이다.


그것을 본 엑스는 등 뒤에 있는 날개를 움직인다.
그 순간 엑스를 중심으로 한 회오리가 일어나 바람의 장벽이 되고, 날아오던 얼음 송곳들을 전부 막아내고 튕겨낸다.


「부메랑 커터」


바람의 장벽이 얼음 송곳들을 막아내자마자 그 뒤를 이어 부멜 쿠완거의 공격이 들어왔다.
머리 위에 달려있던 뿔 모양의 커터를 뽑아내 던지고, 그 자신도 함께 달려온다. 속도와 타이밍으로 보건대, 이 녀석은 처음부터 차일 펭귄의 공격이 통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준비했던 모양이다.
피하려고 하면 빈틈이 생긴다. 그렇기에 왼손만을 움직여, 날아오는 칼날들을 쳐냈다. 살짝 장갑을 베였지만, 그 덕분에 자세를 거의 무너뜨리지 않은 채 부멜 쿠완거를 맞이할 수 있었다.


부멜 쿠완거가 주먹을 날려온다.
지금까지 엑스가 상대해온 레플리로이드 중에서도 빠른 편에 속하는 공격이지만, 막지 못할 정도는 아니다. 엑스 쪽에서도 손을 뻗어, 부멜 쿠완거의 주먹을 붙잡았다.
공격이 막히자마자 부멜 쿠완거는 펀치를 회수하지도 않은 상태에서 다리를 휘둘렀다.
… 아니, '휘두르려고 했다'고 표현해야 올바르겠지.


부멜 쿠완거가 다리를 들어올리려는 자세를 갖추자 엑스 역시 발을 들어올렸다.
그리고는 부멜 쿠완거가 발차기를 하는 것에 타이밍을 맞춰, 그 무릎을 밟아 발차기가 나오지도 못하게 만들었다.


[쳇…!!]


엑스가 손으로 튕겨낸 커터들이 돌아와 부멜 쿠완거의 머리에 장착된다. 부멜 쿠완거는 곧장 머리를 숙이고 엑스를 향해 뿔을 내질렀다.
그것을 본 엑스 역시 잡고 있던 부멜 쿠완거의 주먹을 놔버리고 두 손을 자유롭게 한 후, 날아오는 뿔을 붙잡았다.


뿔이 붙잡힌 장소는 엑스의 목 바로 앞.
자칫 잘못하면 얼마 전의 참극이 되풀이될지도 모르는 상황이었지만, 부멜 쿠완거의 뿔은 거기에서 단 1mm도 앞으로 전진하지 못했다.


─어차피 막혀도 상관없는 공격이었지만.


[꾸왁!!]


부멜 쿠완거의 아래쪽을 통과하며, 차일 펭귄이 슬라이딩하여 들어온다. 그리고는 아래 쪽에서 입을 벌려,
그것을 육안으로 확인하자마자 엑스는 부멜 쿠완거의 복부를 걷어차고 부스터를 가동, 백 대쉬로 부멜 쿠완거와 차일 펭귄의 공격 범위에서 벗어났다.
단지, 벗어나기만 했을 뿐. 이것으로는 부멜 쿠완거도 차일 펭귄도 계속해서 공격해들어올 것이다.


그러니까 그 전에 해야할 일이 있다.


「EARTH」


엑스의 갑옷이 또다시 모습을 바꾼다.
녹색이었던 것이 회색으로 변하고, 날개가 사라진다.
그 대신 남은 것은, 마치 전차와도 같은 육중함을 가진 두껍고 커다란 강철의 갑옷.
보기에도 무거워보였지만, 그것을 착용한 엑스는 아무런 문제도 없이 움직였다.


전신을 감싼 장갑 중에서도 특히 두꺼운 팔을 들어올린다.
그 위로 부멜 쿠완거의 칼과 차일 펭귄의 날아차기가 꽂히지만, 두 공격 모두 강렬한 금속음과 함께 튕겨졌다.


[그 사이에 또 갑옷을 바꾸다니?!]
[…… 과연. 우리들이 죽어있던 사이에 새로 얻은 힘이라는 건가.]


경악하는 차일 펭귄과 달리, 부멜 쿠완거는 어디까지나 냉정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었다.
아무 생각없는 스파크 맨드릴, 슬래시 비스트나 한번 죽었으면서도 한없이 엑스를 깔보고 있는 차일 펭귄, 플레임 맘모스와는 달리 부멜 쿠완거는 결코 엑스의 능력을 낮게 보지 않는다.
누가 뭐라고 해도 저 B급 헌터는 간판만 B급일 뿐이지 자신들 전원을 쓰러트리고 무적이라고 생각했던 시그마조차 막아낸 괴물 중의 괴물이니까.
그에게 있어서 이 정도는 충분히 예상 범위 안이다.


'역시 그때 죽여버릴걸 그랬군.'


그렇게 생각하면서, 차일 펭귄쪽을 슬쩍 보았다.
자신이 엑스와 함께 싸울 파트너로 이 녀석을 고른데에는 몇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첫째로, 이 녀석과 플레임 맘모스가 성격과 속성의 문제로 사이가 대단히 나쁘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이 녀석과 플레임 맘모스를 함께 싸우게 했다간 자칫 잘못하면 서로 싸우느라 패전할 확률마저 있다. 그 정도로, 이 둘의 관계는 험악했다.
그렇다면 조를 나눌 때, 이 둘을 떨어뜨려놓는 것이 가장 좋다는 결론이 나온다. 그렇다면 왜 플레임 맘모스가 아니라 이 녀석을 골랐는가.


이유는 간단하다. 이 녀석이 '자존심이 강하고', '머리가 좋기 때문'이다.
플레임 맘모스도 자존심이 강한 건 마찬가지지만, 그쪽은 머리가 나쁘기 때문에 되려 당해버릴 확률도 높다. 당해버리는 건 상관없지만, 적어도 자신이 엑스를 쓰러트릴 수 있을만큼의 데미지는 입혀놓고 당하는 것이 좋다. 그러려면 머리가 나쁜 쪽보다는 좋은 쪽이 편하다.
물론 차일 펭귄도 바보는 아니니까 자신의 생각을 알아차릴지도 모른다. 하지만 말했듯이 이 녀석은 자존심이 하늘을 찌르는 이레귤러. 되려 열심히 싸워서 엑스를 쓰러트리는 것으로 자신의 힘을 증명하려고 들 것이다.
그렇게 해서 차일 펭귄과 함께 쓰러트리면 좋은거고, 혹시 차일 펭귄이 쓰러진다고 해도 예정대로 하면 된다.


이럴 때를 위해서 '그것'을 준비해둔 거니까.


[꾸와악!!]


차일 펭귄이 포효하며 입을 벌린다.
그리고 맹렬하게 분사되는 얼음의 숨결. 안개처럼 엑스를 뒤덮은 냉기는 강철의 갑옷 채로 엑스를 얼렸고, 그대로 얼음의 동상으로 만들었다.
하지만.


「FIRE」


얼음 속이 새빨갛게 물든다.
점차 얼음이 쪼개지기 시작했고, 쪼개진 얼음 사이에서 불길이 뿜어져나왔다.
이윽고 점점 틈새가 벌어져가고, 곧 얼음은 완전히 불길에 휩싸였다.
녹아내린 얼음의 안에서, 새롭게 바뀐 아머를 걸친 엑스가 모습을 드러냈다.
조금 전의 강철 갑옷보다 훨씬 경량으로 보였지만, 마치 불꽃이 타오르는 듯한 형상.


[꾸왁, 또 바꿨냐!!]


차일 펭귄의 말에 대한 대답으로 돌아온 것은 불꽃의 기둥이었다.
엑스가 휘두른 주먹에서부터 발사된 불길은 차일 펭귄의 얼음들을 녹였고, 동시에 차일 펭귄까지 덮쳤다. 당황한 차일 펭귄은 황급히 입에서 냉기의 숨결을 뱉어, 간신히 화염을 상쇄시켰다.


[이, 이 망할 B급 놈이 잘도 요상한 짓을…!!]


차일 펭귄은 이를 갈면서 뒤로 물러났다.
그 사이에 엑스는 앞의 둘에게 들키지 않도록 발을 움직여 바닥을 체크했다.
지금 자신들이 지면 대신으로 사용하고 있는 이 거대한 얼음덩어리는, 극히 천천히… 하지만 서서히 녹아가고 있었다. 그것도 지금 자신이 뿜어내고 있는 화염으로 인해서.
스톰 이글이나 자신은 하늘을 날 수 있으니까 상관없지만, 다른 두 사람은 지면이 없으면 싸울 수도 없다.


'… 빨리 끝내야 하는 이유는 그것만이 아니지만.'

 

 

 


'역시… 굉장해…'


봉인 작업을 하면서도, 페이트의 눈은 엑스의 싸움을 놓치지 않고 있었다.
상황에 맞춰서 사용하는 갑옷과 힘을 바꾸고─마법은 아닌 것 같지만, 무슨 원리인지 페이트로서는 알 수 없었다─, 저 강력한 전투 머신 둘을 상대로 혼자서 대등하게 싸우고 있다.
하지만, 페이트가 정말로 저 소년을 '굉장하다'라고 생각한 것은 그런 표면적인 전투력 때문이 아니다.


그렇게나 힘든 싸움을 하고도, 그렇게나 큰 부상을 입고도 굴복하지 않고 지금 이곳에 서있다.
그 강인한 마음이 굉장하다고 하는 것이다.


'나도…'


자신도 저렇게 강했더라면 어머니에게 칭찬받을 수 있었을까.
어머니를 실망시키지 않고, 기쁘게 해드릴 수 있었을까.


고개를 흔들어 생각을 털어냈다.
지금은 자신에게 없는 것을 부러워하는 것보다 먼저 해야할 일이 있으니까.

 

 

 


「라이징 파이어」
「파이어 웨이브」


마그마 드래곤이 입에서 뿜어낸 불길과 플레임 맘모스가 던진 화염탄이 충돌하여 폭발을 일으킨다.
불을 다루는 능력에 있어서는 둘다 같은 등급. 한쪽은 사시사철 폭염이 몰아치는 용암 지대에 투입되기 위해서 만들어졌고, 또 한쪽은 사막에서 상시 활동하기 위해 만들어졌다는 정도의 차이를 제외하면 같은 종류의 힘을 갖고 있다.


'나도 놈도 '불'에는 데미지를 입지 않는다… 그렇다면…!!'


속성을 제외하면 승패를 가르는 것은 서로의 기량.
그리고, 기량에 있어서는 그 어느 레플리로이드에게도 뒤지지 않을 자신이 있는 것이 마그마 드래곤이었다.


몸을 낮추고, 바닥의 얼음을 박차며 돌진한다.
2m를 훨씬 넘고, 100Kg을 가볍게 넘기는 거구의 마그마 드래곤이지만 플레임 맘모스는 그것보다도 훨씬 더 크다. 어지간한 공격으로는 중심을 흔드는 것조차 어려울 정도로.
그러나 마그마 드래곤에게는, 그 체격 차이를 메울 수 있는 '힘'과 '속도'가 있다.


─쾅쾅쾅, 쾅.


하단, 중단, 상단의 발차기.
플레임 맘모스의 발목을 차고, 허벅지를 차고, 가슴을 찬다. 그리고 가슴을 찬 그 탄력을 이용해서 위로 뛰어올라 돌려차기로 플레임 맘모스의 머리를 강타. 1초도 되지 않는 시간 동안 4번의 발차기가 들어갔고, 그 모든 공격이 플레임 맘모스의 중심을 때렸다.
보통의 레플리로이드였다면 그 중 한번의 공격만 제대로 받았어도 산산히 파괴당했을 것이지만, 플레임 맘모스는 조금 휘청거렸을 뿐 버텨냈다.


​[​부​오​오​오​오​옷​!​!​]​


빠르게 중심을 바로잡고 다리를 들어올린다. 지난번과 마찬가지로 한번에 밟아버릴 생각인 것이다.
마그마 드래곤은 자신에게로 떨어지는 발을 두 손으로 붙잡았다. 무릎이 꺾이고, 딛고 있던 얼음들이 깨지고 부서지며 사방으로 흩날리지만 그럼에도 버텨냈다.


[이제와서 말해봐야 변명이겠지만, 그나마 다행이군. 곧바로 만회할 기회가 생겼다는건.]
[부옷?! 뭐라고?!]
[그땐 분명 본래 컨디션이 아니었으니까 이제서야 말하는 거지만…!!]


움직인다.
플레임 맘모스의 발을 손으로 떠받든채, 일어났다.
플레임 맘모스는 당황하면서 발에 더욱더 힘을 가하지만, 그럼에도 마그마 드래곤의 움직임은 멈추지 않는다.


[가르쳐주지… 이렇게, 타고난 체격과 힘만을 이용한 공격따윈 나만이 아니라 '녀석'에게도 통하지 않아!!]


그리고 들어올렸다. 자신보다 2배는 거대한 플레임 맘모스를.


[부오옷?!]


팔을 움직여 플레임 맘모스를 휘두른다.
코끼리의 거체가 하늘을 향해 날아갔고, 마그마 드래곤은 그것을 쫓아 위로 뛰어올랐다.


「공인각」


미사일처럼 수직으로 상승하여 플레임 맘모스의 몸통에 킥을 꽂아넣는다.
조금 전에는 자세를 무너뜨리기 위해 중심만을 때렸지만, 이번에는 정확히 급소를 노리고 창처럼 찌르는 듯한 킥.
아무리 두꺼운 장갑을 두르고 있어도, 그의 발은 장갑과 장갑 사이의 틈새를 찾아내 정확하게 찔렀다.


​[​쿠​와​아​아​아​아​아​악​!​!​]​


오른발로 발차기를 찔러넣고, 그 직후 시간 간격을 거의 두지 않고 왼발을 위로 들어올려 플레임 맘모스의 몸 위에 올렸다.
그 상태로 왼발로 몸을 튕겨, 그 반동을 이용해 플레임 맘모스보다 높은 곳까지 뛰어오른다. 이것과 비슷한 곡예로 엑스를 비롯한 한정된 전사들만이 사용할 수 있는 '벽 차기'라는 것이 있지만, 이것은 그것의 응용판인 마그마 드래곤의 어레인지판이다.


[이걸로…!!]


「천마공인각」


조금 전의 것이 지면에서 발사된 미사일이었다면, 지금 이것은 하늘에서 떨어져내리는 운석과도 같은 일격. 이것이 그대로 적중된다면 플레임 맘모스는 어찌할 도리도 없이 아래 쪽의 '얼음 지면'까지 추락 일직선일테고, 상당한 데미지를 받게 될 것이다.

 


─그것을 저지한 것은, 마그마 드래곤의 옆에서 날아온 초승달형의 에너지파였다.

 


[뭐?!]
[방심하지 말라고, 상대는 이쪽에도 있으니까!!]


슬래시 비스트의 발꿈치 내려찍기가 마그마 드래곤의 머리를 노리고 떨어졌다.
마그마 드래곤은 플레임 맘모스를 향한 공격을 멈춘 후 두 팔을 십자 형태로 교차시켜 들어올려 그 일격을 막아내지만, 그럼에도 데미지와 함께 밑으로 추락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그리고 추락하는 사이에, 상황을 파악했다.


'이 자식…!! 설마 지상에서 여기까지 '도약'으로 왔다는 건가…!!'


자신은 위로 있는 힘껏 뛰어오른 후, 거기서 플레임 맘모스를 발판으로 삼아 한번 더 뛰어올라서야 도달할 수 있었던 높이. 그런 것을, 이 놈은 단 한번의 도약만으로 따라잡았다.
신체 능력의 포텐셜에 있어서만큼은 이 녀석이 자신보다 우위. 그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질 생각은 없지만.


슬래시 비스트는 공중에서 방향을 틀어 이빨을 드러내며 돌진해왔다.
그것을 보고, 거꾸로 머리부터 떨어져내리는 상태임에도 마그마 드래곤은 입을 벌려 화염탄을 발사한다.
몇개는 빗나갔지만, 몇개는 슬래시 비스트에게 적중. 슬래시 비스트의 자세가 무너졌고, 마그마 드래곤은 공격에서 벗어났다.


그 직후, 떨어지는 마그마 드래곤을 스톰 이글이 붙잡았다.


[밀리는 것 같은데. 도와줄까?]
[필요없어. 네 상대나 이쪽으로 오게 하지 말라고.]
[… 할 말 없군.]


그렇게 말한 직후, 스톰 이글은 마그마 드래곤을 힘껏 던지고 반대 방향으로 날았다.
그러자 두 사람의 사이로 드릴을 앞세운 스파크 맨드릴이 지나갔다. 피하는 것이 조금만 늦었어도, 둘 중 하나─ 혹은 둘 다 드릴에 꿰뚫렸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렇게 지나간 스파크 맨드릴은, 앞쪽에 쳐져있던 전기 거미줄에 걸려 감전된다.


[생각없이 달려드는 건 내가 이레귤러 헌터에 있을 때와 똑같군.]
[… 그럴지도. 하지만─]


스파크 맨드릴은 드릴을 휘둘러, 자신을 휘감고 있던 웹 스파이더의 거미줄을 끊어냈다.


[너도 별 위력없는 건 그때랑 차이가 없구만.]


제 17 정예부대의 한명으로, 엑스의 전우였던 동시에 시그마의 부관이었던 특 A클래스의 이레귤러 헌터─ 였던 자. 비록 다른 이레귤러나 이 자리의 다른 헌터들처럼 한 부대의 대장을 역임한 적은 없지만, 그 역량은 이미 다른 대장급들에 필적하거나 그 이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스톰 이글과 마그마 드래곤이 웹 스파이더의 양 옆에 선다.
그와 함께, 슬래시 비스트와 플레임 맘모스도 스파크 맨드릴의 옆에 섰다.
잠시 동안의 대치가 이어지는 동안, 스톰 이글이 회선을 열어서 마그마 드래곤과 웹 스파이더에게 말을 걸었다.


<지금 바로 가서 엑스를 도와줘.>
<​뭐​?>​


무슨 소리를 하는걸까. 아까 슬쩍 봤을 때 그다지 밀리는 기색은 없었는데.


<엑스를 도와서 그쪽 놈들을 쓸어버린 후에 여기 녀석들을 정리하는 게 나아.>
<확실히 이대로 2 : 1이고 3 : 3이라면 길어지긴 하겠지만─>


하지만 지금 스톰 이글이 말하는대로 했다간, 이번엔 스톰 이글이 당할 확률이 높다. 굳이 그런 위험을 감수할 필요가 있을까.
마그마 드래곤은 차지하고, 웹 스파이더는 그렇게 생각했지만─


<나도 여기 오기 직전에 들은 거지만, 엑스의 저거 오래 쓸 수 있는 게 아니니까.>
<… 무장의 교체를 ​말​하​는​건​가​?>​


저토록 쉴 새 없이 아머와 능력을 바꾸는 것이니까 무리가 간다고 하면 이해못할 것도 없다.
그러나 스톰 이글은 부정했다.


<너희들, 벌써 잊었나. 엑스의 밸런스 회로 파손은 한달이나 두달정도로 어떻게 되는 부상이 아니라는 거.>


그제서야 마그마 드래곤과 웹 스파이더는 퍼뜩하고 생각해냈다.
지금 엑스가 보여주고 있는 움직임이 워낙 위화감이 없었기에 그들조차 현혹되고 있었던 탓이다.
불과 일주일 전까지만 해도 걷는 것조차 힘들었고, 무기 교체 한번 하는데도 그 고생을 했었는데.


<잠깐만. 그럼 지금 저 녀석은 어떻게 날뛰고 ​있​는​거​야​?​!>​
<아, 그게… 나도 들었을 때는 터무니없는 짓이라고 생각은 했어. … 그렇다고 해도, 실제로 그런 걸 할 수 있는 건 저 녀석 ​뿐​이​겠​지​만​.>​


이번에 엑스가 '그녀'의 도움을 받아서 한 일은 크게 두가지.
그 중 하나가 이른바 '재고 정리'라고 불리는 작업이다. 지난 100년 간 모아온 수많은 이레귤러들의 무기와 능력의 데이터를 한데 뭉쳐 속성별로 8종류로 구분, 그 결과 속성을 바꿈에 따라 능력도 무장도 갑옷의 형태도 바뀐다. 본래 이레귤러의 능력을 사용할 때마다 팔이나 다리 등의 파츠가 그 이레귤러의 해당 파츠로 변화했었는데, 이것은 그 응용이다.


스톰 이글이 '터무니없는 짓'이라고 평가한 것은 두번째 작업이다.
'그녀'의 도움을 받아, 간신히 시간 내에 완성과 인스톨이 끝난 프로그램.

 


<저거 지금 메뉴얼로 돌리는 거거든.>

 

 

 


인간과 유사한 형태의 로봇이 움직이기 위한 패턴은 최저로 잡아도 3의 75승 이상이 필요하다.
거기서 조금이라도 어긋나거나 틀어지면, 바로 얼마 전까지의 엑스가 그랬던 것처럼 아무것도 없는 곳에서 넘어지거나 물건을 부수거나 해버리는 식으로 안정을 잃어버리게 된다.
인간과도 같은 생물이라면 특별히 의식하지 않아도 반사신경에 의해 안정을 유지하는 것이 가능하지만, 그것이 레플리로이드같은 로봇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아무리 정교하다고 해도 기계는 기계, 생물과 같은 움직임을 위해서는 그 모든 패턴을 인식하고 제어하지 않으면 안된다.
그리고 그것만을 따로 담당하는 장치가 바로 '밸런스 회로'. 엑스는 이것이 손상이 되었기 때문에 그 동안 고생해야 했던 것이다.


하지만, 지금의 엑스는 다르다.
밸런스 회로의 손상은 거의 그대로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제없이 움직이고 있었다.


이유는 지극히 간단하다. 밸런스 회로의 전원을 내려버리고, 본래 밸런스 회로가 담당하는 연산까지 자신의 AI로 직접 행하여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0.01초 단위로 다음의 행동을 생각하고, 그 행동에 필요한 패턴의 연산을 끝마치고, 신체 각 부분에 연산의 결과로 나온 명령을 전달하여 신체를 움직인다.


그 모든 작업을, 그 모든 계산을.
지금의 엑스는 오직 자신의 인공두뇌만으로 해내고 있었다.
스톰 이글이 말하는대로, '메뉴얼 조작'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저거에도 결점은 있어.>


그 뒷말은 듣지 않아도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평소에 행하는 사고만이 아니라, 밸런스 회로가 담당하는 것까지 떠맡는다. 그것만으로도 AI에 과부하가 걸리지 않을 리 없다. 저렇게 자유롭게 싸울 수 있는 시간은 얼마 되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엑스의 입장에서는 지금 이 싸움을 결코 오래 끌어서는 안된다.


<… 알았다. 그럼 우리들은 저쪽으로 가겠지만, 정말로 혼자서 괜찮겠나?>
<걱정없어. 사자 녀석 이외에 나머지 둘은 구면이라 능력도 전투 방식도 사고 수준도 파악하고 있고, 게다가 나한텐 날개도 있으니까.>


잠시 동안 스톰 이글을 응시하던 두 이레귤러 헌터는 곧 서로를 바라보며 무언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몸을 뒤로 날려 신속히 자리를 이탈, 엑스를 향해서 내달렸다.


[!]
[가게 해줄 것 같냐!!]


느닷없이 헌터들이 보인 행동에, 이레귤러들이 달려들었다.
그리고 그런 이레귤러들의 앞에서 작은 회오리가 일어나 그들의 돌진을 가로막았다.


[못 보내주겠는데. 지금 너희들 상대는 나거든.]
[… 제정신이냐. 네놈 혼자서.]
[나도 지금 막 그게 의심스러워지긴 했지만 말야… 저쪽은 방해하지 말라고.]


스톰 이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코웃음이 흘러나왔다.
아마도, 그들의 입장에서는 실로 가소롭겠지. 단 혼자서 자신들 셋 모두를 상대한다고 하고 있으니까.
스파크 맨드릴은 한숨을 푸욱하고 내쉬고는 손을 휘저었다.


[더이상 들을 것도 없군. 비스트, 맘모스. 저쪽으로 가라.]
[오오? 그래도 되는거냐?]
[저 놈은 바보가 아냐. 분명 뭔가 생각이 있으니까 저러고 있는거겠지. 하지만 그건 저 놈 사정이고, 우리가 그걸 봐줄 이유따윈 없어. 귀찮지만, 내가 쳐부수도록 하지.]


슬래시 비스트와 플레임 맘모스는 곧바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목표는 말할 것도 없이 지금 뒤로 빠진 두 헌터들이다.
그리고 둘이 달려드는 것과 동시에, 스파크 맨드릴도 스톰 이글을 향해서 드릴을 들고 달려들었다.

 


[저쪽 방해하지 말라고, 이야기한 것 같은데.]

 


─오른쪽으로 지나가려는 슬래시 비스트에게 스톰 토네이도를 발사한다. 회오리에 휘말린 슬래시 비스트는 압력에 의해 뒤쪽으로 밀려났다.


─왼쪽으로 빠지려는 플레임 맘모스에게 4개의 철구를 발사한다. 플레임 맘모스의 몸에 부딪힌 철구들은 강한 폭발을 일으켰다.


─정면에서 달려들어오는 스파크 맨드릴을, 하늘로 날아올라 피했다. 회피와 동시에 깃털 폭탄들을 떨어뜨려 공격했다.


그 모든 일이, 1초도 되지 않는 한순간에 일어났다.


[… 이 자식이.]


설마 설마했지만, 아무래도 눈앞에 있는 녀석은 정말로 자신들 셋을 한꺼번에 상대할 모양이다.
이것은 그들 셋의 자존심을 정면으로 짓밟는 행위였고, 태평하기 그지없는 스파크 맨드릴로서도 드물게 화가 나는 상황이었다.


[비스트, 맘모스. 예정 변경이다. 저렇게까지 원하는데, 속공으로 죽여놓자고.]
[어디다 대고 명령이냐─ 라고 평소라면 받아치겠지만 그냥 넘어가지. 저 놈은 전부터 마음에 안들었고.]
[부오! 너희들도 마음에 안들긴 마찬가지만 이번만큼은 동감이다.]


세 이레귤러는 흉흉한 기세를 숨기려고도 하지 않은 채 다가오기 시작했다.

 

 

 


'… 어쩌면 이렇게도 단순할까. 도발하면 하는대로 다 걸려주는군.'


조금 전의 공격은 데미지를 준다기 보다는 주의를 돌리기 위한 정도였는데.
내심 혀를 차지만, 스톰 이글로서는 바라던 바다.


상대는 분명, 하나하나가 자신과 같은 레벨이거나 그 레벨에서 아주 약간 실력이 못미치는 정도다. 그런 자들 셋을 상대로 싸워서 이길 수 있다고 믿을 정도로, 스톰 이글은 자신의 능력을 과신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번에 자신이 할 일은 '싸워서 이기는 것'이 아니다. 저쪽이 정리될 때까지 시간만 벌면 된다.
저쪽으로 간 헌터들이 저쪽의 이레귤러들을 일소한다면, 최종적으로 유리해지는 것은 헌터측이다. 누가 뭐라고 해도 이쪽에는 엑스가 있으니까.


─그렇다. 아무 문제 없다.
─여기서, 자신이 파괴당한다고 해도.


─다른 세 사람만 남아있으면.


아무리 무모하다고 해도 상관없다. 그에게 필요한 것은 목숨을 걸 수 있는 전장이었으니까.
목숨이 위태로울만큼 위험한 전장에서, 동료를 지키기 위해 사력을 다해서 싸운다.


그에게 있어서는 오직, 그것만이─

 

 

 


엑스가 두 이레귤러를 상대로 싸우고.
두 사람의 헌터가 그쪽으로 달려가고.
또 한명의 헌터가 남은 이레귤러들을 막고 있을 때.


두 소녀의 마력이 정점에 달했다.

 

검은 소녀─ 페이트의 주변에 금색의 마법진이 생겨난다.
동시에, 금빛의 마력이 번개처럼 휘몰아치며 페이트의 앞으로 집중된다.


하얀 소녀─ 나노하의 발 밑에 분홍빛의 마법진이 생겨난다.
소녀의 디바이스에 집중된 분홍빛이 더욱더 힘을 모으며 커져갔다.


"썬더어어…!"


바르디슈에게서 금빛의 마력이 날개처럼 펼쳐진다.
그리고 그것을 들어올린 페이트와 마법진을 중심으로 번개들이 한줄기로 묶여갔다.


"디바이인…!"


마력이 집중된 레이징하트를 앞으로 내민다.
그것은 이미 '창'이 아니라, '포'라고 불러야할 무기. 분홍빛의 마력은 그 바로 앞에 모여있다.


​"​레​이​지​─​─​─​!​!​"​


하늘 높이 날아오른 페이트가, 바르디슈로 마법진의 중심을 찌른다.
그 순간 폭사(爆射)된 수많은 번개가, 하늘끝까지 얼어붙은 폭풍들을 강타했다.
지금까지 엑스의 힘에 의해 '폭주'를 붙잡고 있던 얼음들이 단번에 깨져나가지만, 쥬얼 시드들은 다시 폭주를 일으킬 틈도 없이 번개에 붙잡혔다.
폭풍이 찢겨지고, 바다가 갈라지면서 마력에 감싸인 쥬얼 시드의 본체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버​스​터​─​─​─​!​!​"​


나노하가 들어올린 레이징하트로부터, 분홍빛의 섬광이 하늘을 찢으며 날아간다.
그 목표는 번개와 폭풍이 휘몰아치며 쥬얼 시드가 노출된 저 영역의 중심.
빛의 기둥은 번개를 뚫고, 회오리를 뚫고, 폭풍을 뚫고, 바다를 함몰시켜 쥬얼 시드를 강타했다.


그 뒤에 남은 것은, 분홍빛과 금빛이 담긴 섬광과─ 밑의 얼음마저 모조리 날려버릴만큼의 거대한 폭발.

 

 

 


"쥬얼 시드 6개, 전부 봉인을 확인했습니다!!"


경악과 감탄이 함께 섞인 에이미의 보고.
모니터로 일련의 과정을 지켜보고 있던 아스라의 크루들도 그녀와 같은 감정을 감추지 못했다.


"무슨 터무니없는 짓을─"


마력만이라면, 자신조차 능가한다. 크로노는 그것을 다시금 확인했다.
물론 예상은 하고 있었지만 그것을 직접 눈으로 확인하게 된다면 이야기가 다르다. 게다가 저것은 지난번 수치로 확인했을 때보다도 더욱 강하다.


"하지만… 굉장하네."


수많은 아수라장을 겪어온 린디조차, 한순간 넋을 잃은 얼굴로 그렇게 중얼거렸다.


모니터 속에서는 폭풍이 사라지고 비가 내리는 가운데.
두 사람의 소녀가 공중에 부유하고 있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비가 그치고, 구름이 개인다.
나노하는 페이트를, 페이트는 나노하를.
6개의 쥬얼 시드를 앞에 놓고, 두 소녀는 서로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마침내 자신의 감정을 깨달은 나노하가.
줄곧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꺼냈다.


"나… 페이트짱과 친구가 되고 싶어."

 

 

 


<다들 무사한가.>
<이쪽은 엑스 덕분에 무사하다. 너는? 세 녀석에게 ​둘​러​싸​여​있​었​을​텐​데​?>​
<나보다 놈들이 폭발쪽에 가까웠다… 그 덕분에 간신히 피할 수 있었지.>


찢겨진 날개를 추스리며 스톰 이글은 그렇게 응답했다.
다행히도 저들은 ​아​쿠​아​(​A​Q​U​A​)​로​ 빠르게 전환한 엑스가 만든 방어벽으로 지금의 폭발을 견뎌낸 것 같다. 그렇다면 걱정할 필요없겠지.


'… 예상은… 했지만 말이지.'


스톰 이글은 생각했다.
자신의 기억 속에 있는 엑스는, 사람 좋고 빈틈투성이고 남을 잘 믿으며 순진하기까지 한 '소년'이었다.


하지만 지금의 엑스는 그가 알고 있는 엑스와는 다르다.
사람 좋은 점은 그때와 변함없는 것 같지만, 그때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강인해졌다. 신체적으로든 정신적으로든.
한때 동료였던 이레귤러와 싸울 수 없다고 고뇌하던 그때의 소년이 아니다.


자신의 도움같은 것은, 그에게는 필요없을지도 모른다.


'… 아니.'


이제와서 무슨 생각을.
설령 그렇다고 하더라도 자신이 해야할 일은 정해져있다.
다른 두 사람은 어떨지 몰라도, 자신은 오직 한가지의 목적만을 위해서 여기에 있는거니까.


<그런데 너희… 쿠완거와 펭귄은? ​쓰​러​트​렸​나​?>​


스톰 이글이 그렇게 질문하자, 통신의 저편이 조용해졌다.
… 설마 이놈들.


<… 앞으로 조금, 이라고 하는 시점에서 방금의 폭발이 일어나버리는 바람에.>


대답을 한 것은 마그마 드래곤도 웹 스파이더도 아닌 엑스 본인이었다.
스톰 이글은 그 말을 듣고 한숨을 내쉰다.


<목숨걸고 시간 벌어준 보람도 없는 놈들.>
<​시​끄​러​워​!​!​ 누가 그렇게 될 줄 알았냐!!>
<아아, 됐고. 그 놈들은 어떻게 됐어?>
<글쎄. 그 녀석들은 우리들처럼 방어막도 못치고 날지도 못하니까 휘말리지 않았을까 하는데.>


…… 확실히, 그 이외엔 다른 해답을 찾을 수 없긴 하지만 정말로 그런걸까.
그 정도로 집념 강했던 놈들이, 이걸로 끝난걸까?


<엑스. 네 레이더는?>
<…… 그들의 존재는 감지되지 않아.>


엑스가 없다고 하면, 정말로 이 자리에는 그들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이야기가 된다. 휘말려서 산산조각났든, 아니면 가루도 안남겼든.
하지만, 그 '사실'의 앞에서도 위화감은 스톰 이글을 붙잡고 놓아주지 않았다.

 

 

 


"예정대로군."


프레시아 테스타롯사의 은신처인 시간의 정원.
그곳에 있는 모니터로 비춰지는 광경을 보며, 프레시아 테스타롯사가.


─부멜 쿠완거와 이레귤러들이, 미소를 지었다.

 

 

 


아스라의 모니터들을 물들인 붉은 빛과 함께, 사이렌이 울린다.
이것은 아스라의 경계경보 시스템. 그것도, 아스라 본체를 향한 위험을 감지했을 때에 작동되는 것이다.
사이렌이 울려퍼지기 무섭게 에이미는 컴퓨터를 두들겨 경보의 원인을 찾아냈다.


"─설마, 차원 간섭?! 다른 차원에서부터 본함 및 전투 구역을 향해 마력 공격이 옵니다!"
"…!! 전원 충격에 대비!!"


린디의 말이 끝나자마자, 차원 공간 저편에서 보라빛의 번개가 나타난다.
공간을 찢고, 차원 공간에마저 영향을 미칠만큼 강대한 마력의 번개가.


그리고, 그 번개는 정확히 아스라를 향해 적중되었다.

 

 

 


번개가 노린 것은 아스라만이 아니었다.
바로 지금, 나노하들이 있는 해상의 전투 지역. 그곳에도 보라색의 번개가 모습을 드러냈다.


구름이 걷히려던 하늘이 다시 어둠으로 물든다.
페이트의 것보다도 훨씬 크고 많은 숫자의 번개가, 당장이라도 떨어질 것처럼 빛난다.


"…… 어머니…?"


그 번개가 누구의 것인가. 그것을 페이트가 모를 리 없다.
하지만 왜? 어째서 지금 이 시점에? 그것을 생각할 틈도 없이.
그 번개가 누구를 향하고 있는지 알아차리고 방어벽을 칠 틈도 없이.


번개는 페이트에게로 떨어졌다.

 


​"​─​─​─​─​─​─​─​─​─​─​─​─​─​─​!​!​"​

 


비명.
단 한줄기의 번개였지만, 그것은 페이트에게서 모든 기력과 체력을 빼앗아 의식을 잃게 만들었다.


"페이트짱!"


나노하가 페이트를 향해 다가간다.
하지만 페이트를 감싸고 있는 번개가, 새로운 줄기를 뻗어 나노하를 쳐내어 접근을 거부했다.


엄밀히 따지면 번개가 나노하를 공격한 것은 페이트에게 다가왔기 때문이 아니다.
단지, 쥬얼 시드의 옆에 있는 마도사였기 때문에 회수에 방해가 되니까 밀어낸 것 뿐이다.


번개가 사라지고, 기절해버린 페이트가 수면을 향해 떨어져내린다.


그리고 그것을, 인간의 형태로 변신한 알프가 받아냈다.


"큭…!!"


그 여자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는 모른다.
모르지만, 지금은 그런 것을 따지고 있을 때가 아니다.
알프는 페이트를 안아든 채로 허공을 내달렸다. 목표는 물론 공중에 떠있는 6개의 쥬얼 시드.


─쥬얼 시드를 향해 뻗어진 알프의 손을, 한 자루의 지팡이가 받아냈다.


"뭐?!"
"쥬얼 시드는… 넘겨줄 수 없어…!!"


공격을 받은 아스라에서부터 여기까지 전송해온 크로노가, S2U로 알프를 막아낸 것이다.
상대의 정체를 파악하고, 그것이 전에 봤던 관리국원이라는 것을 알아낸 알프는 잠시 동안 몸이 경직됐다.


─그러나 그 직후, 조금 전보다 더욱 강한 살의를 내보이며 S2U를 움켜쥐었다.


"방해… ​하​지​마​아​아​아​아​!​!​"​


S2U를 붙잡은 채 황색의 마력광을 터트린다.
불시에 당한 공격이었기에, 크로노도 S2U와 함께 뒤로 날려간다.


방해꾼을 제거한 알프는 곧바로 쥬얼 시드를 향해 몸을 돌렸다.
하지만.


"3개밖에… 없어?!"


황급히 크로노가 날려간 쪽을 바라보았다.
─그곳에서는 어린 집무관이 어느 틈엔가 손을 댄 3개의 쥬얼 시드를 붙잡고 있었다.


까득, 하고 알프가 송곳니를 갈았다.

 

 

 


[그거 이리로 넘겨주실까, 인간.]


크로노의 등 뒤에서.
크로노를 덮어버릴만큼의 커다란 것'들'이 나타나는 것과 동시에.


─무시무시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크로노가 몸을 뒤로 돌리고 S2U를 들어올리기 무섭게, 크로노보다도 거대한 손바닥이 그를 강타했다.


"우와아앗?!"


그 찰나의 순간에조차 방어벽을 만들어낸 솜씨는 훌륭하다고밖에 표현할 수 없었다. 그만큼 크로노의 마력 컨트롤과 마법의 전개 속도는 뛰어났다.
하지만 플레임 맘모스의 손바닥은 크로노를 방어벽채로 밀어냈고, 크로노의 손에 있던 쥬얼 시드들이 허공으로 날았다.


[이건 가져간다!!]


그리고 크로노가 놓쳐버린 쥬얼 시드를 부멜 쿠완거가 회수했다.


[저 자식들이, 어떻게?!]


스톰 이글이 날아오면서 경악을 터트렸다.
하지만, 부멜 쿠완거로서는 처음부터 이 상황 마저 예측에 넣고 있었다.


페이트가 성공하든 실패하든, 관리국원은 무조건 나타난다. 그리고 자신들은 그 헛점을 찔러, 국원들로부터 쥬얼 시드를 빼앗는다. 여기까지는 생각했던 대로다.
그러나, 자신들이 나타나면 엑스를 비롯한 이레귤러 헌터들 역시 나타난다. 나타날 것이 분명했다.
그들을 상대로 써먹을 비장의 카드는 있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그들과 싸우게 되면 쥬얼 시드의 회수 작업 자체가 어려워진다.
그럼, 어떻게 해야할까.


그 답은 이렇다.
전투가 진행되면 적당한 시점에서 공격을 받고 당한 척 연기를 한다. 이것을 위해서 일부러 위장에 써먹을 폭탄과 기폭 장치까지 준비했다.
그리고, 바다 속으로 들어가 "전송"으로 시간의 정원에 일시 복귀한다. 물론 마법을 이용한 전송은 관리국에게 들킬 염려가 있기에, 일부러 프레시아가 부멜 쿠완거, 차일 펭귄, 스파크 맨드릴이 어렴풋이 구조를 떠올린 본거지로의 복귀 전용 전송 장치를 만들어냈다.
여기에 부멜 쿠완거는 하늘을 날 수 있었기 때문에 문제가 없지만, 다른 이들은 하늘을 날 수 없다. 그 때문에 비행용의 부스터를 만들었지만, 그것은 시간 관계상 하나밖에 만들지 못했다.
하지만 이 부스터의 존재는 귀중했다. '부멜 쿠완거 이외의 이레귤러들은 하늘을 날지 못한다'는 인식을 적들에게 박아두면, 단 한번 뿐이라고는 해도 허를 찌를 수 있는 카드가 될 수 있으니까.


그리고, 조금 전.
크로노가 이곳으로 전송해오기 위해, 페이트가 친 결계, 그리고 그 위에 쳐진 관리국원들의 결계 일부에 구멍이 뚫렸다.
그 구멍을 통해서, 프레시아의 힘을 이용해 부멜 쿠완거와 플레임 맘모스, 이 둘만이 전투 지역을 향해서 재전송. 크로노의 허를 찌르며 쥬얼 시드를 빼앗아낸 것이다. 하나 뿐인 부스터는 플레임 맘모스에게 장착되었고.
본래 계획으로는 한순간의 틈을 노려서 재전송할 생각이었지만, 다행히 알프가 크로노를 공격했던 탓에 더 기다릴 필요도 없었다.


"크, 윽…! 아직이다!"
[부오부오, 인간 주제에 끈질기잖아!!]
[호오, 플레임 맘모스의 공격을 받고도 아직 버티는건가.]


다시 달려들어오는 크로노를 보며 부멜 쿠완거가 작게 감탄했다.
프레시아를 보면서 인간도 얕보기만 할 건 아니라고 생각했지만, 설마 또 덤비려고 하다니.


[하지만, 그 용기의 대가는 네놈의 목숨이다!!]


그러나 어차피 이레귤러는 이레귤러.
부멜 쿠완거라고 해서, "인간을 멸시하고 혐오하는 마음"이 없는 것은 아니다.


크로노를 보고 사납게 웃으며 부멜 쿠완거가 크로노를 향해 달려들었다.
아무리 크로노가 뛰어난 마도사라고 해도, 이레귤러와의 정면 충돌은 승산이 없다.


틀림없이, 단번에 갈기갈기 찢어진다.

 

 


─그렇게 생각하는 순간, 마력의 사슬이 부멜 쿠완거를 묶었다.

 

 


[뭐라고?!]


한순간에 움직임이 묶여버린 부멜 쿠완거가 당황하는 사이.
황색의 마력탄이 그의 왼손을 강타해, 그가 쥐고 있던 쥬얼 시드 중 2개를 떨어뜨렸다.


"기다렸습니다… 기다렸습니다…! 정말로 힘들게 참으면서, 이 순간만 기다렸습니다!!"


그, 부멜 쿠완거가 떨어뜨린 2개를.


리니스가 가로챘다.

 

 

 


─수십분 전.


<리니스 씨는 여기서 대기하고 있어주셨으면 해요.>
<에?! ​어​째​서​요​?​!>​


전투 지역으로 돌입하기 전에 집결한 해안.
그곳에서 엑스는 리니스에게 이렇게 말했다.


<전에는 그렇게 말했지만, 페이트도 알프도 착한 아이들이니까… 어쩌면 저를 믿어주고, 제 이야기를 들어줄지도 몰라요. 설령 싸우게 된다고 해도─>
<싸울지도 모르기 때문에 여기에 있어달라고 ​부​탁​하​는​거​예​요​.>​
<…… 그건, 무슨 의미죠?>


상대가 페이트와 알프 뿐이었다면 엑스도 리니스를 데려갔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그들의 상대는 그 두 사람만이 아니다.


<저쪽에는 전투형 레플리로이드의 이레귤러가 다섯. 그리고 그 중 둘이 부멜 쿠완거와 차일 펭귄이니까요. 솔직히 말해서… 둘 다 굉장히 교활하거든요. 정직하게 정면으로 대결을 걸어올 리 없어요. 만약 걸어온다고 하면 무언가 계획을 세워놓은 ​다​음​일​테​고​.>​


그렇기 때문에, 적어도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 사람이 한 사람은 있어야 한다. 그것이 엑스의 이야기였다.
리니스는 엑스의 말에 잠시 눈을 감고 고민한 끝에, 고개를 끄덕여 수긍했다.


<… 알겠어요. 그게, 이번 일을 해결하는데 도움이 된다면.>

 

 

 


그렇기 때문에 지금까지 기다렸다.
페이트가 혼자서 폭주와 맞서 싸우고 있을 때에도.
프레시아의 공격을 받고 추락할 때에도.
당장 달려가서 도와주고 싶은 것을, 까득거리는 이빨이 입술을 찢어 피가 나올만큼 참고 기다렸다.


그리고, 아니나 다를까.
엑스가 말한대로 이레귤러들에게는 속셈이 있었고, 관리국의 소년이 쥬얼 시드를 빼앗길 위기에 처했다.
지금이야말로 자신이 움직일 때라고 판단하고, 리니스는 모습을 드러내 부멜 쿠완거를 공격한 것이다.


"리니, 스……?"


페이트를 끌어안고, 쥬얼 시드를 쥔 채.
알프가 망연한 얼굴로 이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리니스는 그녀를 보며 슬픈 얼굴로 말했다.


"오랜만이네, 알프… 정말로… 보고 싶었어. 정말로, 만나고 싶었어."
"리니스…? 정말로, 정말로 리니스야?!"
"…… 응."


리니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 말을 들은 알프의 눈에서는 눈물이 흐르고 있었지만, 그녀의 얼굴은 더할 나위없이 밝아졌다.


"진짜… 리니스…! 하, 하지만 어떻게? 리니스는 분명 죽었다고─"
"여러가지로 사정이 있어서. 그렇지만 지금은─"

 


​[​크​오​아​아​아​아​아​아​앗​!​!​]​

 


두 사람의 대화를 끊어버리듯이 부멜 쿠완거가 포효했다.
기계의 몸이면서도 마치 근육처럼 부풀어오른 몸이, 리니스가 건 바인드를 풀어냈다.


[감히… 잘도, 잘도, 잘도오 내 ​계​획​으​으​으​으​으​으​으​을​!​!​]​


언제나 냉정한 그라고는 생각되지 않을만큼 분노에 찬 포효.
플레임 맘모스가 뭐라고 말릴 틈도 없이 두 손을 들어올리며, 부멜 쿠완거는 리니스를 향해 돌진했다.
그런 리니스의 앞에, 크로노가 섰다. 이번에는 조금 전처럼 되지 않는다고 말하는 것처럼 S2U를 굳게 움켜쥔 채로.


곧이어, 부멜 쿠완거는 상대와 충돌했다.

 


리니스와 크로노.
그리고 부멜 쿠완거.

 


그 사이에 나타난 엑스와.

 


[어느 틈에?!]

 


엑스는 부멜 쿠완거가 내지른 주먹을 왼손으로 붙잡고 있다.
갑옷의 형태는 조금 전 보였던 ​스​톰​(​S​T​O​R​M​)​.​ 그것으로 속도를 높여, 단숨에 여기까지 도착한 것─ 일 터다.
그렇지만.


'주먹이… 빠지질 않아…?!'


엑스에게 붙잡힌 주먹을 빼내기 위해 팔에 힘을 가했지만, 붙잡힌 주먹은 꼼짝도 하지 않았다.


"지금의 공격… 사람을 죽일 작정으로 날린 거군."
[이제와서 무슨 소리─]


한순간, 부멜 쿠완거의 말이 멎었다.


지금의 엑스의 얼굴을 볼 수 있는 것은 오직 부멜 쿠완거 뿐이었다.
플레임 맘모스와 알프의 위치에서는 부멜 쿠완거의 등에 가려져서 보이지 않고.
엑스의 뒤쪽에 있는 크로노와 리니스로서는 당연히 볼 수 있을 리 없다.


그렇기에.
지금 엑스가 어떤 얼굴을 하고 있는지.
그것을 본 것은, 부멜 쿠완거 뿐이다.


'이, 녀석… 은……?'


이 녀석이 정말로.
이 정체를 알 수 없는 '괴물'이, 정말로.
자신이 알고 있던, '그' B급 이레귤러 헌터 엑스인가.


부멜 쿠완거로서는 알 수 있을 리 없다.
아니, 이 자리의 어느 누구라고 해도 알 수 없다.


지난 100년.
엑스에게 있어서 지난 100년이라는 세월이 어떤 것이었는지.
직접 겪어보지도 못한 그들로서는 모를 수밖에 없다.


그 100년 동안 쌓여온 수많은 전투 경험들이 부멜 쿠완거의 생각을 간파하게 해주었고.
그 100년 동안 쌓여온 삶과 죽음이, 엑스를 지금의 '최고 최강의 이레귤러 헌터'로 만들어주었다는 것을.

 

 


─쾅.

 

 


그것이 자신의 얼굴과 엑스의 주먹이 부딪히면서 만들어진 소리라는 것을 알아차릴 때까지, 1초 가까이 걸렸다.


'…… 어?'


하늘이 엄청난 속도로 회전하고, 바로 눈앞에 있을 터인 엑스가 보이지 않게 됐다.
그리고 이어진 두번째 펀치가 자신의 복부를 강타했다는 것을 알아차렸을 때, 부멜 쿠완거의 몸은 플레임 맘모스가 있는 곳까지 날려간 다음이었다.


[…… 크…… ​카​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뒤늦게 고통이 찾아왔다.
얼굴도 아팠지만 복부도 아팠다. 부멜 쿠완거는 그저 반사적으로 양손으로 복부를 감싸쥐었다.


[부옷?! 쿠완거?! 괜찮냐?!]
[… 아무, 문제도, 없─]


일으켜 세워주는 플레임 맘모스의 어깨 위로 올라가 몸을 일으킨다.
하지만 그의 의지와는 달리, 그의 오른쪽 무릎은 그대로 꺾였고, 왼쪽 무릎은 플레임 맘모스의 어깨 위에 닿았다.


'이런, 바보같은 일이… 이 내가, 이 내가 고작 펀치 두 방에 이런…!'


이빨을 갈아보지만, 이미 어떻게 할 방법이 없다. 저쪽에서는 다른 헌터들도 모습을 드러내고 있으니까.
스톰 이글. 그 위에 올라 타있는 웹 스파이더. 그리고 스톰 이글이 발톱으로 어깨를 붙잡고 있는 마그마 드래곤.
저쪽은 넷, 이쪽은 둘. 다른 자들을 전송시켜 싸우게 할 수도 있지만, 중요한 쥬얼 시드의 확보가 끝난 이상은 의미가 없다.


게다가, 지금 엑스가 보인 전투력.
─'비장의 카드'없이는, 이길 수 없다.


부멜 쿠완거는 머리를 식히고 냉정하게 판단하여, 후퇴를 결정했다.


[… 어이, 늑대. 복귀다. 전송해!]
"어, 어…? 하지만 리니스가…"


부멜 쿠완거의 일갈에도 알프는 망설였다.
그럴 수밖에 없다. 알프에게 있어서 리니스는 스승인 동시에 언니나 다름없는 존재였으니까. 생각지도 못한 만남에 기쁜 것은 기쁜 것이지만 죽은 줄만 알았던 그녀가 눈앞에 나타났는데 동요하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그런 그녀의 감정은 부멜 쿠완거에게 있어선 아무래도 좋은 것이다.


[빨리!! 네 주인을 관리국에 잡히게 만들 셈이냐!!]


그 한마디가, 알프를 움직이게 만들었다.


"으, 우… 아아아아아앗!!"


알프는 갈등을 잊기 위해서 눈을 질끈 감고, 아래를 향해 주황색의 마력탄을 던졌다.
바다에 닿은 마력탄이 폭발하면서 커다란 물보라가 이어진다.


[쫓아!!]


마그마 드래곤의 말에 웹 스파이더를 태운 스톰 이글이 달려든다.


─하지만, 그때는 이미 알프도 페이트도 부멜 쿠완거도 사라져버린 다음.

 

 

 


<기능 회복까지 앞으로 25초! 추적할 수 없습니다!>


그 보고를 들은 린디는 한숨과 함께 자리에 앉았다.


"… 기능 회복까지 대(對) 마력 방어. 다음 공격에 대비."
<​예​!>​


언제나 온화하고 태평한 그녀와는 달리, 지금 그녀의 얼굴은 어둡기 그지 없었다.


차원을 넘어서 두 장소─그것도 각기 다른 공간의─를 동시에 공격한 적대측의 마도사.
그녀들의 예상을 뛰어넘는 전투력과, 예상을 훨씬 웃도는 교활함을 보여준 기계 인간들.
이번에 회수한 쥬얼 시드는 2개. 반에도 못미치는 숫자였지만, 이런저런 악재가 겹친 것을 감안하면 양호한 결과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아직 끝나지 않았다.


─이 정도의 격전을 치루었으면서도, 해결된 것은 아무것도 없다.

 


그녀의 눈앞에 있는 스크린에는, 이레귤러 헌터들의 모습이 떠올라 있었다.


"나노하 양과 유노 군, 크로노를 회수합니다. 그리고… 그들과의 연락을 위한 스크린과 통신 회선을 열어주세요."

 

 

 

───to be continue


부멜 쿠완거도 그 세대의 이레귤러 중에선 교활하기로 소문난만큼 머리를 썼습니다.
하지만, 엑스가 가진 100년 분의 전투 경험은 그 교활함조차 넘어섰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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