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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RREGULAR HUNTER - 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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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사인 사메지마가 운전하는 승용차 안에서, 아리사 버닝스는 어떤 소년에 대해서 생각하고 있었다.
처음 만난 것은 1개월 하고도 1주일 전. 그때 그녀는, 주변의 누구도 믿어주지 않을 체험과 함께 그 소년을 만났다.


─그, 푸른 유성과도 같은 소년 '엑스'를.


첫 만남은 아리사가 그녀의 아버지를 시기하는 무리에게 납치당했을 때였다.
납치를 당하고, 폐 건물로 끌려온 후 추악하고 혐오스러운 손길에 더럽혀질 뻔 한 순간.
'불의 용'이 먼저 나타나, 그 무리들을 날려버렸다.


그 뒤를 이어 나타난 것이 그 푸른 소년.
소년은 아리사가 보는 앞에서 '용'과 맞서싸웠다.
건물이 무너져버리는 것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격렬하고, 빠르며, 강하게.


그런 전투장 한가운데에 있었으면서도 아리사가 무사할 수 있었던 이유는 간단하다. 싸움을 벌이는 두 사람이, 자신을 포함한 그 자리의 다른 모든 사람들에게는 피해가 가지 않도록 힘 조절을 해가며 싸웠던 덕분이다.


사람들이 알지 못하는 곳에서, 사람을 지키기 위해 싸우는 정의의 용사.
그리고 그런 용사와 싸우며, 사람들에게 해를 끼치는 악당.
그런 것은 공상 속에서나 존재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혹은 한물간 옛날 이야기라거나. 그녀는 비록 어린 나이였지만, 일찍 세상에 대해서 깨달았다. 이 세상은 '선'과 '악'으로 구분할 수 있을만큼 단순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너무 일찍 깨닫게 된 것이다. 산타클로스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은 것도 지금으로부터 3년 정도 전의 이야기다.


그런데, 있었다.
이 세상에는, 정말로 '히어로'라고 하는 것이 있었다.
사람들을 지키려고 노력하고, 그걸 위해서 자신의 몸이 다치는 것도 신경쓰지 않는, 진짜 '강철의 히어로'가.
이래뵈도 사람을 보는 눈에는 자신이 있었고, 그 녀석이 거짓말을 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 정도는 알고 있다.
그런 믿음이 없다면, 그녀가 이렇게도 두근거릴 이유가 없으니까.


처음에는 '재미있는 녀석' 정도로 생각했다. 그녀가 알지 못하는, 공상 속의 이야기라고만 생각했던 '비일상'으로 데려다줄지도 모르는 사람이라고. 그렇기 때문에 몇번이나 함께 다니며, 그에게 이 도시를 소개해주고 그가 듣고 싶어하는 이야기들을 들려주었다.
그 와중에 친구에게 그 소년을 만나고 있는 것을 들키는 바람에 소개해주기도 했고, 가끔은 셋이서 몰려다니기도 했다.


하지만.


점차 그 생각이, 변해가기 시작했다.
좀더 정확히 말하자면 어느 날 갑자기 생각하고 보니 '비일상'같은 건 아무래도 상관없다고 여기게 됐다는 거지만.
딱히 그런 이유가 없어도, 이 녀석과 함께 있으면 즐거워졌다.


아버지는 집에 들어오지 않는 날이 더 많고, 집에는 자신과 고용인들 뿐.
설상가상으로 스즈카 이외의 또 한 사람의 친구는 자신들에게 무언가를 숨기고 잘 어울리지도 않게 되었다. 게다가 최근 몇일은 무슨 사정이 있는건지 학교에도 나오지 않고 있다. 무슨 일이 있는지 정돈 이야기해줘도 좋을텐데. 약간 섭섭함을 느꼈다.
물론 겨우 그런 정도로 어떻게 될만큼 얕은 우정이 아니긴 하지만 그런만큼 그녀는 외로워졌고, 그만큼 그녀는 소년과 만나는 일이 잦아졌다. 원래는 일주일에 한두번 정도였던 만남이, 2주 전부터는 두배로 늘어났으니까.


자신이 소년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가. 그것은 아리사 자신도 잘 알지 못한다.


─적어도, 그 소년을 싫어하진 않는다. 그것만큼은 확실하다.


자신이 그 소년을 싫어한다면 구태여 자신쪽에서 소년을 불러낼 이유도 없고, 지금까지 만남을 지속하고 있을 리도 없다.
아니, 지금처럼 어떻게든 소년과의 접점을 늘리기 위해서 노력할 이유도 없다.


그것은 알겠지만, 자신은 왜 이렇게까지 하고 있는 것일까.
나노하나 아버지와 함께 지낼 수 없는 만큼의 '허전함'을, 그 소년으로 메우려고 하는 것일까.
확실히 그런 감정도 있지만, 그것만이 전부는 아니다. 전부는 아닌데, '나머지'가 무엇인지 모르겠다.


비록 나이에 비해 많은 것을 알고, 또 그만큼 조숙하기도 한 이 소녀, 아리사 버닝스였지만.
태어나서 처음으로 느껴보는 지금의 이 감정에 대해서는 알지 못했다.
이러니 저러니 해도, 그녀는 아직 어린 소녀였으니까.


"…… 응?"


문자가 왔다.
─실로 오랜만에 받아보는, 나노하로부터의 문자.
연락이 늦어져서 미안하다는 말로 시작되는 안부의 문자.
단지 그것뿐인데도 아리사의 얼굴에는 미소가 떠올랐다.


답장을 쓰고, 송신했다.


"아리사 아가씨. 무슨 좋은 소식이라도?"
"아니. 그냥 평범한 문자야."


평범한 문자지만, 그녀에게 있어서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친구로부터 온 것이다. 다른 사람은 이야기해봤자, 이 '평범한 문자'가 어떤 의미인지 알지 못할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며, 아리사는 창밖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 사메지마! 잠깐만! 세워봐!"


주인의 느닷없는 외침에, 집사가 차를 세웠다.
차가 정지하자마자 아리사는 문을 열고 내려, 어디론가 뛰어가기 시작했다.
도로 중간에 나있는, 산으로 올라가는 길. 아리사는 그곳을 뛰어올라갔다.


그리고, 사메지마가 아리사를 따라잡았을 때.
아리사는 어느 한 곳만을 응시하며 눈을 떼지 않고 있었다.


─피투성이가 된 채 숨만을 간신히 쉬고 있는, 커다란 붉은 개를.

 

 

 


IRREGULAR HUNTER - X



22화


 

 

 


중단 정권이 허공을 가로지른다.
그것을 레반틴으로 위를 향해 걷어내고, 그 상태 그대로 레반틴을 아래로 내려친다.
위에서 떨어지는 참격을, 교차시켜 들어올린 두 팔의 장갑으로 받아낸다.


물론 정직하게 정면으로 받아내거나 하진 않았다. 그렇게 해버리면 아무리 강인한 장갑이라도 ​두​동​강​내​버​릴​테​니​까​.​
어디까지나 비스듬히 들어올려, 옆으로 흘려버리듯이.


레반틴이 장갑을 가르지 못하고 떨어지자, 곧바로 몸을 회전시키며 중단 돌려차기. 시그넘은 몸을 뒤로 날리는 것으로 그걸 피해내지만, 그 틈을 노리고 다음의 공격들이 이어서 들어간다.


라이트 스트레이트. 그것이 가로막히자 레프트 로우킥.
손과 발, 팔꿈치와 무릎이 쉴새 없이 폭우처럼 쏟아진다.


보통의 상대였다면 이 시점에서 결판이 났겠지만, 상대는 고대 베르카에서도 일류 기사로 손 꼽히던 자. 시그넘은 그 모든 공격을, 레반틴을 횡으로 휘두르는 고속 참격으로 끊어내고 엑스를 뒤로 물러나게 만들었다.
시그넘 역시 그 틈을 놓치지 않고 발을 앞으로 내딛는 것과 함께 검을 내질렀다.


─내질러진 검은, 엑스의 미간 바로 앞에서 정지한다.


어딜 어떻게 봐도, 급소의 바로 앞에서 공격을 멈춘 상태.
이것만 보면 시그넘의 승리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시그넘 자신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엑스의 왼쪽 관수(貫手)도 시그넘의 목 바로 앞에서 멈춰있는 상태였기 때문이다.


"…… 역시 훌륭하군요."
"시그넘 씨와 레반틴도."


두 사람은 동시에 레반틴과 손을 거두었다.


"비타와 자피라, 샤멀에게도 들었지만 설마 맨손으로 이 정도까지 할 수 있을 거라고는."
"시그넘 씨도 마법은 사용하지 않았잖아요?"
"그렇게 치면 당신도 무장이나 능력을 쓰지 않았으니까요."
"그럼 비긴 걸로 하죠."


어찌되었건, 엑스가 이렇게 싸울 수 있는 건 5분 뿐이니까. 하지만 이 사실은 여기에 살고 있는 가족 중 아무도 모르는 사실이다.
오늘은 시그넘이 일하고 있는 도장의 휴일이다. 모처럼 집에서 쉬게 되었기 때문에 그녀로서는 드물게 여유로운 하루가 될… 터였다.
유감스럽게도 하야테나 비타가 하고 있는 게임은 시그넘과 맞지 않았고─줄창 패배만 하고 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엑스와 공동 꼴지였지만, '재활'로 인해 순위가 한번에 올라간 엑스 덕에 지금은 단독 꼴지─, 오직 두 사람이 게임을 하는 걸 구경하기만 할 만큼 시그넘은 진중하지 못했다.


"뭔가 따로 시간을 보낼 거리라도 찾아보는 건 어떤가요? 아니면 거리라도 걸어보시던가. 주택가에서 한발짝만 나가면 시간을 보내면서 놀만한 곳은 얼마든지 있는데요."


안타까운 일이지만 그것은 뼛골까지 기사도 정신이 새겨진 이 시그넘이란 여성에겐 불가능한 이야기였다. 일을 하지 않는다고 해서 다리가 불편한 주인이 나가지 않는데 혼자 나갈 수 있을만큼 그녀는 요령이 좋지 못했다. 그나마 즐겨보는 프로그램도 저녁 시간대. 적어도 해가 떠있는 동안에는 그녀가 방안에서 할 수 있는 오락거리같은 건 없었다.
시그넘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의미없이 TV를 켰다 끄거나 오디오를 틀었다 끄거나 운동기구를 만지작 거리거나 이도 저도 그도 아니면 그저 곰처럼 집안 여기저기를 어슬렁거리는 것 뿐이었다.


'이 사람 정말 곤란하네.'


이래뵈도 이곳에서의 생활을 꽤나 만끽하고 있던 엑스는 보다 못해 시그넘에게 가벼운 대련을 제안했고, 때마침 죽은 듯이 의자 위에 늘어져있던 시그넘은 그 이야기를 듣자마자 시체가 다시 되살아나는 것처럼 벌떡 일어나 맹렬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마침 언제나 교대로 집 주변을 멤돌고 있던 고양이 두마리도 없겠다, 엑스도 재활을 겸해서 어울려주었다.


그리하여 현재 전적은 5판 2승 2패 1무.
제한 시간 5분이 지속되고 있을 때는 2승을 올렸지만 5분이 지나고 난 이후에는 대책없이 박살났으며, 조금 쉬었다가 다시 온리 메뉴얼로 돌렸을 때는 무승부를 냈다.


처음 1승을 올렸을 때부터 줄곧 생각했지만… 이 사람, 강하다.
비타나 자피라도 강했지만, 시그넘은 한층 더 강했다. 다른 두 사람이 딱히 떨어진다는 건 아니지만, 시그넘은 종합 전투력이 높다고 할까. 그 둘은 능력이 꽤 한쪽으로 치우쳐져 있으니까.


'아무리 낮게 잡아도 플레임 맘모스 레벨… 조금 높게 잡으면 드래곤이나 이글과 같은 레벨일까.'


게다가 철저한 근접 파이터인 드래곤과는 달리 중거리도 커버 가능한데다 하늘도 날 수 있으니까 범용성은 더욱 높을 것이다. 물론 하늘을 날지 못하는 상태에서 거리가 좁혀지면 드래곤이 유리하겠지만, 실제로 그런 상황을 만들기란 엑스 자신이라고 꽤 어렵다. 말했다시피, 눈앞의 이 여기사는 전투 경험도 많은데다 그만큼 기술과 전술도 뛰어나니까.


… 마그마 드래곤 vs 시그넘인가.


'… 조금, 보고 싶을지도.'


잠깐 그런 생각이 들었지만, 곧 고개를 흔들어 털어냈다.


"… 죄송합니다."


수건으로 땀을 닦아내고 있던 시그넘에게서, 문득 그런 소리가 들려왔다.
엑스가 고개를 돌리자, 시그넘은 이쪽을 향해 머리를 숙이고 있었다.


"… 시그넘 씨. 무슨─"
"검을 맞대보면, 평소에는 알 수 없는 것도 확실하게 알 수 있습니다. 저 또한 무인(武人), 말을 주고 받는 것보다 이렇게 실력을 겨루어보는 것으로 보다 많은 것을 파악할 수 있는 종류니까요."


여전히, 시그넘은 고개를 들지 않고 있었다.
하지만 엑스는 그녀가 무슨 말을 할지, 대강은 짐작하고 있었다.


"전부터 느끼고는 있었지만, 지금 당신과 겨루어보고 나서 확신했습니다. 당신의 진짜 실력은 이 정도가 아니다, 본래라면 훨씬 더 강하다. 하지만 지금의 당신으로선 본래의 힘을 낼 수 없다… 그렇게 느꼈습니다."
"……"


"그리고 당신이 본래의 힘을 낼 수 없는 원인… 그것은 저희들이 처음 만난 날, 제가 당신에게 날린 공격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날.
시그넘의 검은.
용서없이 엑스의 머리를 강타했었다.


"정말로 면목없습니다만… 고작 이렇게 사과하는 걸로 어떻게 될 거라곤 생각하지 않습니다."
"……"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저에게 원하시는 것이 있다면 얼마든지 말해주십시오. 그것이 무엇이든지, 저는…"


아무래도, 각오를 단단히 한 모양이다.
그녀처럼 자긍심 높은 '기사'가 머리를 숙이는 것만으로도 모자라 이렇게까지 말한다고 하는 것은.
지금 말하는 것처럼, 어떤 일을 말하더라도 따르겠다는 거겠지.

 


─그렇다면, 이쪽도 진심으로 말하지 않으면 안될 것이다.

 


"… 집에 말이에요."
"…… 네?"
"부모님이 집에 새 가족을 데려왔다고 하죠. 입양을 한거든 모르고 지내던 친척이든 어떤거든 상관없이."
"……?"
"그리고 그 새 가족이, 집에 온 첫날 끓는 물이 가득 담긴 냄비를 쏟았습니다. 당신은 그걸 구하려다가 물을 뒤집어써서 팔을 데인 거라고 하고. 그럼 당신은 그때 가족에게 화를 낼까요, 아니면 다치진 않았는지 걱정을 할까요."


시그넘은 고개를 들어올렸다.
그녀의 얼굴은, 지금 뭐라고 해야할지 모르는 '어쩔 줄 모름'으로 가득했다.


"하, 하지만 그건…!"
"저한테도 같은 이야기에요. 여러분은 하야테를 주인으로 모시기 위해서 나타났다… 그렇기 때문에 느닷없이 나타나서 달려드는 사람을 적으로 간주했다. 그래서 공격을 했다. 저한테는 그 정돈, 냄비를 쏟은 정도의 실수니까요. 게다가 제가 받은 상처라면 내버려두면 낫는 정도고."


무슨 이야기인지는 알겠다.
엑스가 무슨 말을 하고 싶은건지, 그것은 이해했다.


하지만, 그것은… 상대가 '사람'일 때의 이야기다.


"… 저희들은… 인간이 아닙니다. 사람을 대하실 때와 같은 배려는… 하지 않으셔도 좋습니다."


아무리 사실이라고 해도, 스스로의 입으로 말하기에는 너무나도 괴로운 '현실'.
그럼에도 시그넘은 말했다. 스스로가 지은 잘못에 대해, 어떻게 해서든 보상을 하기 위해서.


'… 역시 그렇게 나오나.'


이 사람에게 융통성이 없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이 정도까지.


"그럴지도 모르죠. … 그렇지 않을지도 모르고."
"… 무슨 말씀을─"

 


"적어도 이 집에 있는 동안에는… 그렇게 슬픈 말 하지 말아주세요. 하야테가 울지도 모르니까."

 


그제서야 시그넘은 자신이 한 말의 무게를 깨달았다.
자신들은 인간이 아니다. 그렇게 말해버렸다.


그것은 곧, 자신들을 인간으로, 가족으로 대해준 지금의 주인─ 하야테의 의사를 완전히 짓밟는 꼴이라는 것을.


그리고 '인간이 아니다'라는 이유로 '가족'이라는 것이 부정된다면.
지금 그녀의 앞에 있는 엑스 역시 마찬가지라는 것이 된다.


"하야테만이 아니에요. 저도 슬퍼할겁니다. 어쩌면 울지도 모르고. 무엇보다도… 하야테만이 여러분을 가족이라고 생각하는 게 아닙니다."
"……!!"


하야테와 함께 살면서.
그리고 이들과 함께 살면서.
지난 100년의 세월을 살아오는 동안 잊어버리고 있던 것들을 떠올릴 수 있게 되었다.


잊어버리고 있던, '사람'의 따뜻함.
잊어버리려고 했던, '가족'의 다정함.
수없이 많은 전장을 거치고 적을 쓰러트리고 승리해오면서 버려야 했던, 버리지 않으면 견딜 수 없었던 수많은 감정들.
그것들을…


"그걸 부정하지 말아주세요. 겨우 '가족끼리 저지른 잘못'을 탓하는 정도로 부정되버린다면, 전 정말로 슬플 거예요."


시그넘은 조용히 하늘을 올려다본 채 눈을 감았다.
그리고 다시 고개를 내리고 눈을 떴을 떠.
그녀의 얼굴은, 한결 밝아보였다.


"… 무례와 실언에 대한 용서를. 그리고…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이런 자신들을 '가족'으로 받아준 것에 대해서.
하마터면 잊어버릴 뻔했던 것을 다시 떠올리게 해준 것에 대해서.


엑스도, 그 감사만큼은 솔직하게 받아들일 수 있었다.


"… 천만에요."

 


─RRRRR.

 


엑스가 대답을 하고, 시그넘이 웃음을 띄운 그때.
혹시 부서질지 모르기에 밖으로 꺼내 놔두었던 엑스의 휴대폰이 울렸다.
착신음의 길이로 봐서 전화가 온 건 아니고, 문자가 온 것일지도 모른다.


엑스는 휴대폰을 들어올려 열어보았다.
역시 예상한대로, 휴대폰에 온 것은 문자.
적혀있는 것은, 단 한 문장.

 


『우리 집으로 빨리 와.』

 


"……"


원래 이런 아이이긴 했지만.
엑스는 쓴 웃음과 함께 휴대폰을 덮었다.


"무슨 일입니까?"
"아니오. 조금 나갔다 와야할 일이 생겨서."


복장을 바꾼다.
격투를 위한 소매가 없는 슈츠에서, 푸른 색이 돋보이는 평상복으로.
어차피 땀은 나지 않으니까 딱히 씻을 필요도 없고, 이렇게 옷을 갈아입는 것만으로 OK다.


"그럼, 전 잠깐 나갔다 올게요. … 하야테와 집, 잘 부탁해요."
"네. 걱정하지 말고 다녀오시길."


불과 조금 전까지 그녀의 얼굴에 드리워져있던 그림자는, 이제 조금도 보이지 않았다.
… 이젠 걱정할 것 없겠지.

 

 

 


엑스가 아리사의 집으로 가는 길에 도착했을 때, 때마침 저쪽에서 아리사와 스즈카가 학교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이었다.
…… 하지만.


"…… 아."


언제나 보던 두 사람과는 달리, 한 사람이 더 있다. 정확히 말하자면 한 사람과 한 마리가 더.
그것도, 양쪽 다 아는 얼굴이었다.


"어? 문자 보낸지 얼마 안됐는데 빠르네."
"늦으면 어떻게 되는지 잘 아니까."
"… 아리사. 휴대폰 이리 줘봐."
"응? 왜?"
"… 문자, 어떻게 보냈어?"


쳇, 하고 아리사가 혀를 찼다. 그러고보면 스즈카는 예의범절에 상당히 엄격했지.
아리사는 황급히 휴대폰을 숨기려고 했지만, 스즈카는 엑스조차 놀랄 스피드로 손을 움직여 휴대폰을 가로챘다.


"… 아리사."
"뭐, 뭐야! 문자는 용건만 간단히 하는 게 좋잖아!"
"아무리 그래도 이건… 게다가 그 용건도 이유에 대해선 빼버렸잖아."
"뭐 어때, 그런 거. 두 사람은 오늘 처음 만나지? 이쪽은 타카마치 나노하. 우리 3인방 중 마지막 한명이야. 그리고 어깨 위에 있는 건 애완 페릿인 유노. 나노하, 이쪽은 엑스. 키는 큰 주제에 사람만 좋은 바보야."
"사, 3인방이라니… 아, 저기 타카마치 나노하라고 합니다…"
"… 엑스라고 부르면 돼."
"아리사. 전부터 말했잖아. 그런 말투로 말하는 건 예의가 아니라니까."


… 그러고보니, 이 두 사람은 엑스의 맨얼굴을 보는 것이 처음이었지. 조금 전까지 "누구일까?"라는 얼굴을 하고 있던 나노하와 유노가 아리사에게서 '엑스'라는 이름을 듣자마자 경악했다가 간신히 표정을 추스렸다.
아리사와 스즈카가 아웅다웅하고 있는 동안, 나노하와 유노는 황급히 엑스에게 염화를 걸었다.
물론 엑스는 마도사가 아니라 염화를 쓸 수 없기 때문에, 통신의 응용으로 전파를 보냈다.


<에, 엑스 씨?! 아리사 짱이랑 스즈카 짱하고 아는 ​사​이​였​어​요​?​!>​
<… 여기 실정을 잘 모를 때 와서, 도움을 많이 받았어. 너하고도 아는 사이인 줄은 몰랐지만.>
"저, 두 사람하고는 어떻게 알게 된 사이인지…?"
"한달하고 조금 전에 이 마을에 처음 왔거든. 그때 도움을 많이 받았어."


서로 알고 있는 사이임에도, 일단 초면인 척 연기를 해둔다. 아리사나 스즈카에게까지 알려서 쓸데없이 휘말리게 하고 싶진 않았으니까.
하지만, 머리 속으로는 끊임없이 대화를 주고 받았다.


<그건 그렇고 애완 페릿? 너 사람 아니었어?>
<아니오, 그게 여기에는 산보다 높고 바다보다 깊은 어쩔 수 없는 사정이…>
<… 무슨 사정이길래 동갑내기 여자 아이의 애완동물 노릇을 하고 있는지 묻고 싶긴 하지만 깊이 캐묻진 않기로 할게.>
<… 호의에 ​감​사​드​립​니​다​.>​


일단 유노가 지금의 상황에 대해 치욕을 느끼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기에 굳이 더 물어보진 않기로 했다. 적어도 엑스 역시 하야테의 앞에서 "옷 갈아입히는 인형" 노릇을 해본 적이 있으니까 그때와 비슷한 감정을 느끼고 있을 거라고 이해한 것이다.
엑스는 말을 돌려서, 원래의 목적에 대해 말을 꺼냈다.


<그런데, 무슨 일로 갑자기 날 부른 건지 알고 있어?>


순간, 유노와 나노하의 염화가 끊겼다.
아니, 말은 끊겼지만 감정은 전해져왔다.


─조금 전까지의 당황은 온데간데없이 진지해졌다.


<… 네. 아리사 짱이 동산 근처에서 상처입은 커다란 개를 주웠대요. 오렌지빛 털에 붉은 갈기랑… 이마에는 붉은 보석을 박고 있는 큰 개를.>
<… 잠깐만. 그거 설마─>
<아마, 틀림없을 거라고 생각해요.>


엑스도 알고 있다.
저 조건을 모두 갖추고 있는 개를, 딱 한 마리.

 

 

 


'…… 역시.'
<알프 씨…>
<… 너였냐. 게다가 파란 녀석까지.>


알프는 대형 동물용의 우리 안에서 식사를 하고 있던 중이었다.
나노하의 눈에는 알프의 상처가 상당히 커보였다. 몸 이곳저곳에 붕대를 감고 있었으니까.
하지만 엑스의 눈에는 그녀의 상처가 굉장히 깊어보였다. 딱 한곳만 더 잘못 맞거나 치료가 늦어지거나 했으면 그녀의 목숨은 없었을 것이다.


엑스의 기준으로 봐도 알프는 결코 약하지 않다. 아마, 프레시아에게 협력하고 있는 다른 이레귤러와 싸운다고 해도 정면 대결이라면 이기지는 못할망정 그렇게 쉽게 패배하진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이런 상처를 입었다는 이야기는…


<그 상처, 어디에서 다친 거예요? 그리고 페이트 짱은…>


알프는 고개를 들어 나노하를 바라보다가 몸을 돌려 등을 보였다.


"어라, 갑자기 기운이 없어졌네. 괜찮아?"
"… 다친 데가 아파진 걸지도 모르겠네…"


아리사와 스즈카가 걱정이 섞인 말을 하고 있다.
이 아리사라는 소녀가 충분히 좋은 아이라는 건 알고 있다. 그렇지 않다면 죽어가는 자신을 여기로 데리고 와 치료해주진 않았을테니까.
하지만 설마… 이 녀석들과 아는 사이였을 거라고는.


그것을 지켜보고 있던 유노가 나노하의 어깨 위에서 뛰어내려, 우리 쪽으로 다가갔다.
당연히 아리사와 스즈카는 깜짝. 당연한 일이다. 야생견일지도 모르는 개에게 스스로 다가가는 페릿이라니.


"얘, 위험하다니까."
"… 괜찮아, 유노 군은."


물론 알프와 유노의 정체를 알고 있는 나노하와 엑스는 조금도 걱정하지 않았다.


<나노하. 그녀한테서는 내가 이야기를 들어둘테니까, 나노하는 아리사 짱들을 부탁해.>
"… 괜찮아. 내가 보고 있을테니까. 세 사람은 먼저 올라가주지 않겠어? 용건이 끝나면 따라갈게."


여기서 나노하가 뭐라고 하기 전에 엑스가 선수를 쳤다.


"으응, 확실히 네가 있다면 문제는 없겠지만…"
"엑스 씨한테만 맡겨두는 것도 좀…"


어쨌거나 엑스는 '손님'이니까, 밖에 내버려두고 주인만 들어간다고 하는게 내킬 리 없다.
여기서는 나노하가 눈치빠르게 움직여, 두 사람을 이끌었다.


"괜찮을거야. 유노 군도 똑똑하니까. 그럼, 유노 군을 잘 부탁할게요."
"응. 걱정하지마."
"… 할 수 없네. 그럼 차 마시면서 기다리고 있을래? 맛있는 차 과자가 있어."
"응!"
"기대되네~"


나노하가 아리사와 스즈카를 이끌어 저택 안으로 들어가고.
엑스도 한쪽 무릎을 꿇어 우리 쪽에 가까워졌다.


"보냈어. 이제 이야기해도 돼."
<​이​야​기​해​줘​.​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 도대체 어떻게 된 거야?>


알프는 잠시 동안 침묵을 지키다가 입을 열었다.
물론 육성으로 말한 것이 아니라 염화였지만.


<… 너희들이 여기에 있다는 건, 관리국 녀석들도 지금 이걸 보고 있다는 거겠지?>
<그래. 보고 있어.>


금시초문이다.
엑스는 유노를 돌아보았고, 그제서야 유노는 엑스에게 설명하는 것을 잊었다는 걸 깨달았다.


<아, 저기… 이건 저희가 아리사 짱의 집으로 들어오기 직전부터예요. 나노하가 학교에서 아리사 짱에게서 알프를 만났다는 이야기를 들은 다음 아스라에 연락해서, 그래서…>
<… 알았어. 굳이 변명하지 않아도 돼.>


유노와 엑스가 그런 대화를 나누는 동안, 아스라에서는 크로노가 직접 통신을 걸어 알프와 대화를 시작했다.


<시공관리국 소속 집무관 크로노 하라오운이다. 아무래도 무언가 사정이 있는가본데, 솔직히 이야기해준다면 불리하게 만들진 않겠어. 너도, 네 주인인 페이트 ​테​스​타​롯​사​도​.>​


알프는 지금 이 순간에도 갈등하고 있었다.
말할까, 말하지 않을까.


하지만.
그녀의 주인인 페이트 테스타롯사.
그리고 페이트를 학대하고 있는 프레시아 테스타롯사.


알프에게 있어, 어느 쪽이 더욱 소중한 존재인지는 말할 필요도 없다.
결심을 굳히고, 알프는 입을 열었다.


<… 말하겠어. 지금까지 있었던 일들을 전부 다. 그러니까 약속해줘… 그 아이를… 페이트를 구해주겠다고…! 그 아이는 아무 잘못도 없다고!>
<약속하지. 그렇게 해주겠어. 에이미, 기록을.>


에이미가 지금부터 이어질 대화를 기록하기 시작하고.
알프가 모든 것을 털어놓기 시작했어.


<이 일은 페이트의 어머니… 프레시아 테스타롯사가 모든 일의 ​원​흉​이​야​…​!>​

 

 

 


나노하가 보고 들은 이야기.
그리고 그들이 직접 본 현장의 상황.
지금 입수한 알프의 증언과 지금의 이 상황.
모든 것을 종합했을 때, 프레시아 테스타롯사가 이 일련의 사건을 일으킨 주범이라는 것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이제, 자신들이 해야할 일은 명확해졌다.
사건의 주범인 프레시아 테스타롯사를 체포하고, 그녀의 딸이자 실행범인 페이트 테스타롯사를 보호한다.
아스라를 공격했다는 사실만으로도 체포의 이유는 충분하기 때문에 이것에는 아무런 문제도 없다.
크로노는 곧, 저택의 안에 있는 나노하에게 염화를 보냈다.


<그러니까 우리들은, 함장님이 명령하시는 즉시 임무를 프레시아 테스타롯사의 체포로 변경할거야. 너는 어떻게 할 거야? 타카마치 나노하.>


그것은 물어볼 필요도 없었다.
나노하의 결심은, 이미 오래 전부터 굳어져있었으니까.


<나는… 페이트 짱을 구해주고 싶어. 알프 씨의 슬픈 마음도, 페이트 짱의 쓸쓸한 모습을 보면 나도 슬퍼져. 그러니까… 구해주고 싶어. 지금 두 사람이 겪고 있는 슬픈 ​일​들​로​부​터​.>​
<​…​…>​
<게다가, 친구가 되고 싶다고 했던 말… 아직 대답을 ​못​들​었​으​니​까​.>​


크로노는 고개를 끄덕였다.
원래부터 그녀의 의지는 존중해줄 생각이었고, 나노하의 마력은 그들의 입장에서도 충분히 도움이 된다.


<알았어. 페이트 테스타롯사에 대한 일은 나노하에게 맡길게. 그거면 됐지?>


크로노의 말에, 알프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로서는 관리국이 페이트를 맡는 것보다, 나노하 쪽이 나으니까.


<나노하… 라고 했었지. 부탁할 입장이 아니라는 건 알고 있지만, 그래도 부탁할게… 페이트를 구해줘. 그 아이는… 지금 정말로 ​외​톨​이​야​…​!>​


어머니는 그녀를 봐주지 않고, 알프도 지금은 그녀의 옆에 없다.
─이제, 페이트의 편은 아무도 없다.


<… 응. 약속할게.>


"나노하! 엑스! 뭐하는거야! 다음 판으로 안넘어가고 있는데!"
"응, 미안미안."


아리사가 부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나노하도 방으로 돌아왔고, 엑스 역시 밖에서 유노를 데리고 들어왔다.


<… 알프. 한가지 묻고 싶은데. 지금 프레시아 테스타롯사에게 협력하고 있는 다섯 명의 이레귤러. 녀석들에 대해서 알고 있어?>
<​다​섯​이​라​면​,​ 맨드릴들 말야…? 미안. 그 녀석들에 대한 건 나도 잘 몰라. 애초에 행동도 우리들하곤 같이 하지 않았고, 언제 그 여자와 만났는지도 모르거든…>
<그래… 아니, 신경쓸 필요는 없어. 그냥 물어본 것 뿐이니까.>


언제, 어디서, 어떻게, 무슨 일로 프레시아와 만나고 협력하게 됐는지.
지금은 아무래도 상관없는 일이다.


그들이 이레귤러고, 자신이 이레귤러 헌터인 이상.
해야할 일은 오직 하나 뿐이니까.


<그리고, 나도 묻고 싶은 게 있는데…>
<​뭘​?>​
<리니스는… 잘 지내고 있어…?>


엑스는 지금쯤 마그마 드래곤과 함께 행동하고 있을 그녀를 떠올렸다.


<​신​체​적​으​로​는​.​ 두 사람의 걱정을 많이 하고 있긴 하지만.>
<그래… 그렇겠지… 리니스는 ​상​냥​하​니​까​…>​


집안으로 자리를 옮긴 엑스로서는 볼 수 없었지만, 알프는 풀이 죽은 채 고개를 푹 수그리고 있었다.
하지만 염화로 들려오는 목소리로부터, 알프의 기분이 상당히 가라앉았다는 것만은 느낄 수 있다.


<동료에게 연락하면 지금 당장이라도 불러올 수 있지만…>
<아니, 아니아니아니아니! 그건 안돼! 절대 안돼!>


의외였다. 만나고 싶어할 줄 알았는데.


<그, 그야 물론 보고 싶긴 하지만… 면목이 없다고 할까, 준비가 안됐다고 할까…>
<… 아.>


충분히 짐작할 수 있었다.
자신도 무언가 큰 잘못을 저질렀을 때는 동료들과 만나고 싶지 않았던 때가 있으니까.


<알았어. 그렇지만, 부르진 않아도 말은 전할 수 있는데. 뭔가 하고 싶은 말이라도?>
<… 그러면………… 아니, 아냐. 이런 건 다른 사람을 통해서 말할 게 아니지… 그냥 나중에 보자고만 전해주면 돼.>
<그렇게 하지.>
<… 고마워.>

 

 

 


"이건 납득이 안돼… 어떻게 저 녀석이 스코어 1등인거야."
"엑스 씨가 그 게임을 그렇게 잘하는 줄은 몰랐어요."
"… 집에서는 꽤 자주 하고 있으니까."


같은 게임으로 집안 내 랭킹 2위다. 잘한다고 뽐낼 생각은 없지만, 못한다고도 생각하지 않는다.
물론 엑스도 분위기 파악 정도는 할 줄 안다. 무조건 이긴 게 아니라, 2번에 1번 꼴로 져주기도 했다.
… 그녀들의 실력을 감안했을 때, 져주지 않았어도 상관없었을 것 같지만. 사실대로 말하자면 정말로 아슬아슬했다.


"그치만 뭐, 오랜만에 즐거웠어. 다음에 또 하자."
"역시 나노하 짱도 있는 쪽이 좋네."


아리사와 스즈카의 말에, 나노하가 쑥쓰러워하면서도 미안한 마음을 담아 말했다.


"고마워… 아마, 이제 곧 전부 끝날거라고 생각해. 그러면… 이제 괜찮을거야."


그렇게 말하며 주스를 마시기 시작하는 나노하를, 두 친구가 함께 바라보았다.


─무언가가 있다.


아리사와 스즈카는 동시에 같은 결론을 내렸다.
사귀기 시작한 시간은 불과 몇년으로, 길다고도 짧다고도 할 수 없는 시간이지만 이 세 사람은 서로에 대해서 아주 잘 알고 있다.
그 덕분에, 다른 사람들이라면 눈치채지 못할 감정의 변화도, 이 소녀들은 눈치챌 수 있었다.


그리고 그것을 눈치챈 것은 엑스도 마찬가지다.


"… 나는 잠깐, 아까 그 개 다시 보고 올게. 혹시 상처가 도졌으면 큰일이니까."
"아, 네. 부탁드릴게요."


이 앞은, 자신이 끼어들 자리가 아니다.
그녀들과의 교제가 깊지 않은 자신이 함부로 들어도 되는 이야기가 아니다.
그녀 자신들은 신경쓰지 않을지 모르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여기에 있을 수는 없다.


이것은, 아리사와 스즈카에 대한 예의이기도 하고.
'전우'로서 함께 싸웠고, 또 함께 싸우게 될 나노하에 대한 존중이기도 했다.


엑스가 나가고, 세 사람만이 남았다.
남은 세 소녀의 머리 속에는 같은 생각이 떠올라 있고.
그것을 먼저 입에 올린 것은 아리사였다.


"나노하. 뭔가… 개운해진 것 같네."
"… 응?"
"… 우리들 말야. 엄청나게 걱정했다고. 최근에 너는 이리저리 망설이거나 불안해하고 있었으니까. 그래서 때때로… 그대로 다시는 우리 곁으로 돌아오지 않을지도 모른다고… 그렇게 생각했어. 하지만… 이제 괜찮은가보네."


그녀들이 보고 있는 나노하는, 더이상 불안함도 망설임도 보이지 않았다.
걱정도 많이 했고, 화를 내기도 했지만.
이제 그녀는 문제 없을 것이다. 아리사와 스즈카는 그렇게 생각했다.


그녀들이 아는 한, 망설이지 않는 나노하는 굉장히 강하니까.


"… 응. 가지 않아. 어디에도. 반드시… 돌아올테니까."


그리고 그녀들의 친구는.
눈물을 머금은 눈으로… 하지만 결연하게 대답해주었다.

 

 

 


<─라는 이야기니까, 리니스 씨한테도 전해줘.>
<그런가… 생각했던 것보다 사정이 깊은 ​이​야​기​였​군​.>​


바깥으로 나온 엑스는 알프의 우리 앞에서 마그마 드래곤과 연락을 취했다.
조금 전 스톰 이글과 웹 스파이더에게도 같은 내용의 통신을 보냈다.


다음에 나노하가 페이트와 마주할 때야말로, 결판이 날지도 모른다고.


<그리고… 계속 잊어버리고 있었지만 말야.>
<… 뭐?>
<아리사가 고마웠다고 전해달래. 지난번에 네가 구해준 아이 말야.>


마그마 드래곤은 침묵했다.
하지만 엑스는 끈질기게 통신을 연결한 채로 대답을 기다렸고, 그 결과.


<… 바보같은 소리를.>


이렇게, 떨떠름하게 돌아온 대답을 받았다.
그 목소리에 부끄러움이 담겨있다고 느낀 건, 기분 탓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자신은 어디에도 가지 않는다.
자신은 반드시, 이곳으로 돌아올 것이다.


지금은 그저 잠시 다른 길로 들어서서.
잠시 동안, 평소와는 다른 시간을 보내며.
잠시 동안, 평소와는 다른 일을 하고 있을 뿐이다.


그것은 앞으로 자신이 자신답게.
올바르게 있기 위해, 후회하지 않기 위해.
조그마한 여행을 떠나는 것 뿐.


그러니까, 자신이 돌아올 곳은 이곳이다.


거기에, 망설임이나 두려움은 더이상 존재하지 않았다.

 

 

 


[이제 조금이다…]

 


 

 

BOSS NAME : 스파크 맨드릴 리미티드 모드
반유기체 기계생물 「리미티드」가 이레귤러 「스파크 맨드릴」과 융합하여 전투력을 몇배로 끌어올린 형태.
전기를 무한으로 흡수하여 거대한 스파크를 일으킨다. 주요 무기는 팔의 추진기 드릴로 증폭된 "일렉트릭 스파크".

 

 

 


[녀석들은, 반드시 이번에도 모습을 드러낸다…]

 


 

BOSS NAME : 플레임 맘모스 리미티드 모드
반유기체 기계생물 「리미티드」가 이레귤러 「플레임 맘모스」와 융합하여 전투력을 몇배로 끌어올린 형태.
거대한 체구와 강력한 송곳니를 지니고 있으며, 주요 무기는 체내의 중유를 사용한 강화 "파이어 웨이브".

 

 

 


[그때야말로…]

 


 

NAME : 차일 펭귄 리미티드 모드
반유기체 기계생물 「리미티드」가 이레귤러 「차일 펭귄」과 융합하여 전투력을 몇배로 끌어올린 형태.
초경질(超硬質)의 보디를 지니고 있고, 가장 강력한 무기는 강화된 냉기로 상대를 얼려버리는 "아이스 브레스".

 

 

 


[그때야말로, 우리들의 꿈이 시작된다.]

 


 

NAME : 부멜 쿠완거 리미티드 모드
반유기체 기계생물 「리미티드」가 이레귤러 「부멜 쿠완거」와 융합하여 전투력을 몇배로 끌어올린 형태.
순간이동 능력을 갖추었으며, 보다 강화된 "부메랑 커터"는 어떠한 장갑도 갈라버릴 수 있는 힘을 갖고 있다.

 

 

 


타카마치 나노하.
페이트 테스타롯사.
시공관리국.
프레시아 테스타롯사.
4인의 이레귤러 헌터.
5인의 이레귤러.


그 모든 이들이 모여서 벌일, 결코 알려지지 않고 알려져선 안될 전쟁.


─그것은, 이른 아침의 바다에서부터 시작되었다.

 

 

 


───to be continue

<신규 아이템 설명>

 

​리​미​티​드​(​L​I​M​I​T​E​D​)​
출전은 록맨X 카드다스 ​『​메​가​미​션​』​(​리​미​티​드​ 모드 종류도 마찬가지). 종류는 레플리 브레인. Dr.도플러가 개발한 반유기물질. 레플리로이드와 같은 기계에 기생하여 그 기능을 진화시킨다.

그림을 못올린다는 게 참 불편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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