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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RREGULAR HUNTER - 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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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이상하다는 걸 눈치챈 것은 그가 집에 들어왔을 때부터였다.
처음에는 정말로 깜짝 놀랐다. 어딜 어떻게 봐도 「인간」이 아닌 '것'이 「인간」의 모습을 하고 걸어들어오고 있었으니까.
아직 일족으로서의 성장이 덜 끝난 스즈카는 물론이고 쿄우야조차 눈치채지 못한 모양이지만, 그녀의 눈에는 희미하게나마 보였다. 소년의 피부 밑을 지나고 있는 '빛의 선'. 그리고 같은 것이 입고 있는 옷 속에도 있었다. 마치, '몸과 일체화되어있는 것'처럼.
또 한가지 이유를 든다면, 그녀의 두 고용인이자 「자동인형」인 노엘과 파린을 복구한 적이 있다는 것이다. 사실은 그 이외에도 한가지 더 있지만.


이렇게 허술하게 보여도, 츠키무라 시노부는 짧은 시간 내라곤 믿기지 않을만큼 만반 준비를 갖춘 상태였다.
일단 그녀 자신 역시 보통 사람과는 비교할 수 없는 힘을 갖고 있고, 자동인형인 노엘과 파린의 힘은 그녀 이상. 그녀가 보내는 신호 하나로 언제든지 전투 태세로 들어갈 수 있다.
그 뿐만 아니라 이 저택과 정원에는 그녀가 취미로 만들어놓은 것들이 여기저기에 잔뜩 묻혀있고, 그 중에는 사람 하나의 목숨을 빼앗거나 무력화시키는 정돈 문제없이 해낼 수 있는 것들도 많이 있다.
거기에, 그녀의 연인인 타카마치 쿄우야까지 마침 있었다는 것도 행운이다. 그녀가 직접 만나본 인간 중에선 최고 클래스의 전투 능력을 지니고 있으니까, 여차할 때는 누구보다도 믿을 수 있다.
그러나 바로 공격하진 않았다. 동생과 그 친구들이 있었던 탓이기도 했지만, 그녀 자신이 "조금 알아보자"라고 생각한 결과이기도 했다.


왜냐하면, 스즈카의 친구인 아리사 버닝스와 타카마치 나노하의 반응이 꽤 흥미로웠기 때문이다.
그녀에게는 보였다. 이 두 사람은, 이 소년─ 으로 보이는 어떤 '것'이지만 일단 소년이라고 표현하도록 하자─에 대해서 무언가를 알고 있다.
동생은 모르는데, 두 사람은 알고 있는 것.


지금의 것은 그것이 어떤 것인지 '살짝' 찔러본 것에 지나지 않는다. 적의는 덤.
예상대로라고 할까, 나노하도 아리사도 긴장하고 있었지만, 그것은 스즈카처럼 '무슨 소리인지 모르기 때문에' 나온 긴장이 아니다.


'말인즉, 두 사람은 이 아이에 대한 걸 좀 알고 있었다는 소리인 것 같은데.'


그렇게 생각하며, 반응을 살핀다.
대충 소년이 어떻게 반응할지 5타입 정도로 분류해봤지만, 소년은 그 중 4번째 타입에 해당하는 반응을 보여주고 있었다.
무슨 말인가 하면, 아무런 흔들림이나 표정 변화 없이, 식기를 내려놓고 그녀를 보고 있었다는 소리다.


"………………"
"………………"
"………………"
"………………"
"…… 뭐라고 말 좀 해봐. 기껏 운을 띄웠는데 무반응이라니."


5분이 지나도록 무반응이라면 기운이 빠진다. 일부러 어떻게 대응하는지 보려고 적의까지 띄워봤는데 이래서야 의미가 없잖아.
그런 그녀의 생각에도 아랑곳없이, 엑스는 이렇게 대답했다.


"그렇게 말씀하셔도… 어떻게 대답해야할지 고민 중이라서."
"말하기 곤란하다는 거?"
"그렇다고 하기 보단…"


하려고 하면 못할 것도 없지만 최대한 오해받지 않을 단어를 고르려니 시간이 걸린 것이다. 하지만 아무래도 시노부는 다른 의미로 받아들인 모양인지, 질문을 돌렸다.


"흐음… 방금 내가 노려본 거에 대해선 느낌없고?"
"별로요."


그보다 더한 적의도 수없이 받아봤다. 게다가 '연기'라는 게 너무 티가 났고.
심지어 지금의 살기에 대해서는 아리사조차도 별로 신경쓰지 않는 것 같았다. 아마도 몇일 전에 마그마 드래곤과의 싸움에서 있었던 일로 면역이 생겨버린 모양이다.
시노부는 무언가를 납득한 듯이 작게 고개를 끄덕이고, 다시 질문했다.


"그럼 하나만 더. 내가 지금 당신에게서 본 걸 여기있는 모두에게 말하거나 하면, 당신은 우릴 해칠까?"

 

 

 


"하지 않습니다. 절대로."

 

 

 


IRREGULAR HUNTER - X



32화


 

 

 


대답이 끝나자마자 시노부는 폭소를 터트린다. 무엇이 그렇게도 즐거운지, 눈물까지 살짝 흘리고 있다.
엑스가 그것을 보고 갸웃거릴 무렵, 노엘이 그의 앞에 새로운 차를 내놓았다.


"죄송합니다. 아가씨께서 장난이 지나치셨네요."
"……… 그런가요."


아무래도 좋지만, 적어도 식탁을 흔들진 말아줬으면 좋겠다. 쏟을 뻔 했잖아.
얼마나 그렇게 웃었을까. 시노부는 간신히 웃음을 멈추고, 숨을 몰아쉰다.


"하아… 하아… 아, 진짜 잘 웃었다. 미안. 설마 그렇게 딱 잘라서 말할 수 있을 거라곤 생각못했어."
"……?"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다. 아마 이 아이는 자신이 왜 웃었는지 모르고 있겠지.


"그러니까 이름이… 그렇지. 엑스 군이라고 했었지?"
"네."
"응, 됐어. 네가 나쁜 녀석이 아니라는 건 잘 알았고, 흑심이 있는 게 아니라는 것도 알았어. 조금 걸리는 것도 있지만, 무시할 수 있을 정도야. OK, 노 플라블럼. 문제없음."


이래뵈도 사람을 간파하는 것에는 자신있다. 게다가, 그런 것이 있는 녀석이라면 스즈카가 먼저 알아차렸을거고.
아직까지도 이야기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다른 사람들을 보며 작게 손뼉을 두어번 친다.


"자, 자. 이야기는 끝났으니까. 평화로운 식사 시간으로 돌아가자구. 엑스 군도 사양안해도 돼."
"이미 많이 먹었습니다… 이번엔 제가 질문하고 싶습니다만."


그냥 물어보면 될 것을 일일이 확인받고 있다.
지나치게 예의가 바르다는 느낌도 들지만, 나쁠 건 없지. 시노부는 그렇게 생각하며 대답한다.


"응? 응, 좋아. 대충 짐작이 가니까."
"… 그 전에. 말해도 괜찮은 건가요?"


시노부는 엑스가 무엇을 묻고 싶은 것인지 짐작하고 있었다. 그리고, 시노부가 알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린 엑스는 그렇게 물었다.
즉, 자신이 질문을 입에 올려도 다른 사람들은 문제가 없는 것인지.
하지만.


"괜찮아, 여기 있는 사람은 다들 알고 있으니까."


시노부는 상상외로, 흔쾌히 승낙했다.
그와 함께, 다른 사람들도 고개를 끄덕인다.

 

 

 


「밤의 일족」.
시노부는 자신들을 그렇게 표현했다. 전 세계에 퍼져있는 수많은 '흡혈귀' 전승이나 설화. 그것들은 대부분이 밤의 일족에게서 비롯된 것이라고 한다.
인간의 피를 빨고, 인간을 월등히 능가하는 힘과 지혜를 가지고 있는 종족.


"우리는 그 중에서도 꽤 피가 짙은 모양이라나봐. 사실 스즈카도 하려고만 하면 올림픽 기록을 갈아치워버릴 수 있을걸."


스즈카를 돌아보자, 그녀는 고개를 푹 수그리고 있었다.
그러면서도 가끔 힐끔힐끔 이쪽을 보다가, 눈이 마주치면 잽싸게 고개를 숙인다.


지금의 엑스로서는 이해하기 어려운 것이지만, 스즈카는 두려워하고 있는 것이다. 자신들의 비밀이 밝혀지는 것으로, 자신들의 관계에 변화가 생겨버리는 것을.
물론 그럴 리 없지만.


"…… 그리고 또 한가지. 어떻게 아신 거죠?"
"으~응. 글쎄… 눈이 좋다는 게 첫번째겠지. 피부 밑으로 지나가는 전기 선이 무~지 희미하게 보였거든. 그거 말고도 또 있지만, 역시 가장 중요한 건… 네가 흐트러져있다는 걸까나."
"…… 흐트러져, 있다… 고요?"


엑스의 반문에 시노부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가볍게 찔렀는데 확 드러나던걸. 무슨 이유에선진 모르겠지만, 지금의 넌 그런 것도 숨기지 못하고 있다는거야. 다른 사람들 앞에선 주의 좀 기울이는 게 좋겠더라구."


그렇게 티가 났던가. 엑스는 소리없는 신음을 흘리며 머리를 움켜쥐었다.


"… 현 시점에서의 마지막 질문입니다만. 절 초대하신 이유를 물어봐도 될까요."
"아, 그렇지 참. 그건 나도 물어봐야겠는데."


시노부는 고개를 돌려, 스즈카와 아리사를 바라보았다.


"왜냐하면 이건 이 두 사람 아이디어니까."


시노부를 따라 엑스도 고개를 돌리자, 두 사람이 동시에 '움찔'한다.
… 아니, 화나지 않았는데. 그렇게 생각하며 엑스는 고개를 저었다. 두 사람은 그것을 다른 의미로 받아들였는지, 맹렬하게 말하기 시작했다.


​"​아​니​아​니​아​니​아​니​아​니​!​ 나는, 그러니까… 뭐라고 할까…!! 그, 그래! 마침 스즈카네 집에 나노하네 오빠가 온다는 소릴 들어서 그 김에!"
"저, 저, 저저저저저저는 그, 그러니까 그, 아니에요!! 저는 그, 단순히 언니가 엑스 씨를 보고 싶다고 이야기해서, 그래서…!!"
"말해두지만, 난 그런 말한 적 없어."


스즈카의 필사적인 변명을 냉정하게도 잘라버린다.
엑스에게도 확실히 느껴졌다. 저 사람, 틀림없이 즐기고 있다.
그때, 나노하가 일어났다.


"저, 폐가 될 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지만, 요 근래 들어서 엑스 씨의 기분이 굉장히 안좋다는 걸 알아서… 그래서 혹시 기분 전환이라도 되지 않을까 해서 이런 일을 꾸미게 됐어요. 죄송합니다."
"……"


그런 거였던가. 이제서야 확실하게 이해할 수 있었다.
정말로, 어디까지 한심해진 것인가. 평소였다면 금방 알아차릴 수 있었을텐데.
가족 뿐만이 아니라, 아는 사람 모두에게 폐를 끼치고 있었다. 그런 주제에 무슨 '용사'고 '영웅'일까.


엑스는 고개를 숙였다.


"… 고마워요."
"… 에?"
"정말로, 진심으로 고마워요. 여기까지 걱정해줘서. 폐를 끼친 건 오히려 이쪽이에요. 신경쓰이게 해서 죄송합니다."
"에, 아, 아니오! 저희들이야말로! 몇번이나 신세를 졌으니까요!"


역시, '타산이 없는 호의'라고 하는 것은 기분 좋은 것이었다.
그녀들의 호의 덕분에, 3일만에 처음으로 웃을 수 있었다.


비록 그것이, 가짜 웃음이라고 해도.


"그래서, 우리들의 정체는 밝혔고. 이번에는 네 이야기인데 말야─"


시노부가 거기까지 말했을 때.

 


─엄청난 사이렌 소리가 울려퍼지기 시작했다.

 

 

 


[무슨 저택이 저 모양이야.]


암만 경보 시스템이라고 해도 저건 좀 심하지 않을까. 군사 시설도 아니고 일개 부잣집 저택일 뿐인데.
움직이는 로봇들이 나타났을 때까지만 해도 그러려니 했지만─사실 그런 건 '저쪽'에선 기본이었으니까─ 가만히 생각해보니까 이 세계 기술력으로 그런 물건이 있을 리가 없다는 걸 뒤늦게 기억해냈고, 빔까지 쐈을 때는 상당히 놀랬다.
요컨대 저 저택에 한해서는, 상용 기술보다 월등히 높은 기술력이 사용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 경비 로봇들조차도, 신나게 때려부숴지고 있었지만.


그것을 하고 있는 것은 '인간형'을 하고 있었지만, 그 전투 능력은 인간의 범주를 까마득히 넘어서고 있었다.
양팔에 장착되어있는 무기들을 제외하고, 그 운동 능력만 가지고 본다면 어지간한 이레귤러 헌터 레벨이다. 아니, 속도만이라고 하면 '어지간한'이라고 하는 수준을 넘어서있는 수준. 아마 보통의 레플리로이드는 움직임을 쫓는 것도 벅차겠지.


그런 것들이, 6체.


아마 이 세계에서는 저것들을 제압할 수 있는 존재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안에 있는 녀석들도 '보통 인간'의 범주는 넘어서있는 것 같지만.]


이건 꽤 흥미로운 구경거리가 나올 것 같다.

 

 

 


츠키무라 야스지로라는 인간이 있다.
이 남자는 기본적으로 시노부나 스즈카와 같이 「밤의 일족」의 피를 이어받고 있지만, 두 사람과는 달리 그 피는 상당히 옅다.
그렇다고 해도 츠키무라 일족의 한 사람. 당연히 일족의 비밀에 대해서도 알고 있고, 시노부가 이어받은 유산을 차지하기 위해 온갖 수단을 동원해왔었다. 실제로 그녀의 아버지가 숨을 거두었을 때 그녀에게 남긴 재산을 전부 빼앗기도 했었고.
그러나 그는 그것으로 만족하지 못했고, 급기야는 시노부에게 남아있는 '밤의 일족'의 비밀까지 탐내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노부는 흔들리지 않았다.
예전이라면 모를까, 지금의 그녀에게는 '타카마치 쿄우야'라고 하는 든든한 마음의 지주가 있었으니까.
협박도 회유도 모조리 통하지 않았고, 스즈카를 납치하려고 시도했던 것도 쿄우야에 의해 저지당한 적이 있다.


그래서 최후의 수단으로 동원한 것이─


"지금 이 꼴이란 말이지… 당신 무슨 짓을 한건지, 알고는 있어?!"
"하하하, 나쁘게 생각하지 마렴, 시노부. 이것도 다 네가 내 말을 듣지 않은 것 때문이니까. 나도 너희들에겐 가급적 상처를 주고 싶지 않았지만, 이렇게 됐으니 어쩔 수 없지!"


시노부는 이빨을 갈았다.
생각같아서는 당장 달려가서 한방 갈겨버리고 싶지만, 그렇게도 안된다.
그녀들의 주변에는 6명의 소녀들이 둘러싸고 있었으니까.
차이나 드레스에 가까운 슈츠로 몸을 감싼 소녀들. 그 중 한 사람만이 금색 장발이고 나머지는 같은 헤어 스타일이었지만 회색의 머리카락을 갖고 있다.
─그리고, 전원이 오른팔에 커다란 검을 달고 있고, 왼손에는 스파크가 일어나는 채찍을 들고 있다.


노엘과 파린은 강하다. 하지만, 지금 저 남자가 데리고 온 자동인형─ 「일레인」은 전투특화형. 전투력이라고 하는 항목에서는 두 사람 이상이다. 게다가 그런 것이 1체도 아니고 6체.


"이 녀석들은 거의 완성된 채로 잠들어있었으니까 말야. 돈을 투자하면 너같은 재능이 없다고 해도 가동시키는 일 정돈 할 수 있다!"


야스지로는 일레인'들'의 뒤에 숨은 채, 큰 소리로 웃고 있었다.
원래부터 욕이 목구멍까지 치밀어오르는 인간이긴 했지만 설마 이렇게까지.


"노엘! 전투 준비! 파린은 안에서 나오지말고 아이들을!"


시노부가 말하는 것과 동시에 노엘은 블레이드를 꺼내들었다. 그에 대응하듯이 6기의 일레인'들'은 블레이드와 채찍을 한꺼번에 들어올리고.
이때, 쿄우야가 앞으로 나온다.


"… 쿄우야. 말해두지만, 이건 우리 집안의 일이야. 나설 필요는─"


이것은 자신의 고집과 숙부의 망집이 만들어낸 싸움이다. 이런 싸움에, 연인을 끌어들여서 위험에 처하게 하고 싶진 않았다.
하지만 쿄우야는 그런 시노부에게, 평소와 다름없는 얼굴로 말했다.


"이미 관계된 일이야. 위험하다는 정돈 알고 있어. 각오도 했고. 무엇보다, 너희들만 싸우는 걸 보고 있을 수만은 없어."


… 알고 있었다. 타카마치 쿄우야는 이런 남자라는 것을. 평소에는 무뚝뚝하고 쿨하지만, 아는 사람의 생명이 달린 일에는 한없이 뜨거워지는 남자라는 걸.
그 때문에 그를 사랑하는 것이기도 했지만, 목숨이 위험할지도 모르는 이런 상황 앞에서는 조금쯤 비겁해져도 좋은데.


"… 무리는 하지마."
"장담은 못해."


그렇게 말하며, 쿄우야는 검을 들어올린다.

 

 

 


그리고 저택의 안에서는 파린이 남은 사람들을 보호하고 있었다.


"괜찮아요. 언니도 쿄우야 씨도 강하니까, 이런 일 정돈 금방 끝날 걸요."


파린은 이렇게 말하며 아이들을 위로했지만, 그것은 반쯤 자신에게 하는 말이기도 했다.
상대는 자신들보다 후기형인 「일레인」과 그 레플리카들. 즉, 자신들의 동생뻘이 된다. 하지만 '기계'에 있어서 후기형이라고 하는 것은 전기형보다 성능이 뛰어나다는 이야기이며, 그녀들보다 뒤에 나온 존재이자 '완성형'인 일레인은 그녀들보다 높은 성능을 지니고 있다.
… 이길 수 있을까. 저들만으로.


'역시 나도 가지 않으면… 하지만 시노부 아가씨의 명령도 있고…'
"파린 씨… 라고 하셨죠?"


나갈까 말까 고민하고 있는 그녀의 귀에 엑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지금 이 상황에 대해서 아무것도 이해하지 못했습니다만, 설명해주실 수 있나요?"
"네? 네, 그게…"


머뭇거리면서도 파린은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같은 일족인 츠키무라 야스지로가, 츠키무라 가의 유산과 노엘 자매를 탐내고 있다는 것.
여러 차례에 걸쳐 회유와 협박을 해왔지만 전부 시노부가 거절하거나 차단해온 것.
결국 참지 못한 야스지로가 '자동인형'들을 꺼내와 직접 공격을 걸어온 것.


그 이야기들을 듣고 있던 엑스가 입을 연다.


​"​「​자​동​인​형​」​이​라​는​ 건?"
"우~웅… 그러니까… 밤의 일족에게 전해지는 기술로 만들어진, 말그대로 자동으로 움직이는 인형을 뜻해요. 지금은 잃어버린 기술들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시노부 아가씨조차도 기술의 전반을 알진 못하시고요."


어렸을 적, 시노부는 숙모의 집에 부서진 채로 방치되어있던 노엘과 파린을 선물로 받은 뒤 2년에 걸쳐 수리한 끝에 다시 되살려내어 자신의 메이드로 삼았다. 이때 시노부는 부모님이 돌아가신 직후였기에, 보통 인간보다 훨씬 오래 살아갈 수 밖에 없는 밤의 일족으로서의 자신과 함께 걸어갈 수 있는 파트너로써 자동인형인 그녀들을 택한 모양이지만, 지금에 와서는 상관없는 이야기.


"만약 저희들 몸에 씌인 기술들을 해석한다면, 그 가치는 말로 표현할 수 없을 거예요. 게다가 그 아저씨는 가문의 남은 재산에도 눈독들이고 있었고요. 그래서…"
"… 알겠어요. 상황은 대충 이해했습니다."


그렇게 말한 후, 엑스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 어?! 어디 가시게요?!"
"밖으로요."


이 저택의 유일한 입구는 지금 한창 싸움이 벌어지고 있는 곳으로 통한다. 그 사실을 모를 리 없을텐데도 밖으로 나가겠다는 소년을 보며, 파린은 허둥거리기 시작했다.


"아, 안돼요! 화, 확실히 무서워졌다는 건 이해하고, 도망치고 싶다는 기분도 이해하지만, 지금은 오히려 밖이 더 위험…"
"… 오해가 있는 것 같네요. 전 무서워진 것도 아니고 도망치려는 것도 아니에요."


시야 기능을 교체함에 따라 벽을 너머서 그 뒤에 있는 광경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노엘과 쿄우야가, 똑같이 생긴 여인 6명을 상대로 싸우고 있다. 하지만 전세는 상당히 불리.


"조금 도울까 해서. 인간 상대라면 손을 쓰기 어렵지만, 인간이 아니라면 문제없을 것 같아서요."
"무, 무리예요! 무슨 말을 하시는 건가요?! 자동인형은 밤의 일족 이상의 전투력을 갖고 있어요! 게다가 상대는 그런 자동인형 중에서도 최후기형─"
"괜찮아요."


그렇게 말하며, 엑스는 오른손을 들어보였다.


─옷 소매가 사라지고, 순식간에 기계갑주의 장갑이 뒤덮힌다.


"저도… 인간은 아니니까."

 

 

 


블레이드와 블레이드가 부딪힌다.
노엘은 순간적으로 오른팔에 힘을 가해서 상대를 튕겨내지만, 상대는 별 충격없이 바닥에 착지. 그리고는 왼손의 채찍을 휘둘러 공격해왔다.
그것을 왼팔의 블레이드로 막아내려고 하지만 채찍은 그대로 블레이드를 휘감아버렸고, 그것을 잡아당기려는 일레인의 힘에 저항하면서 버텼다.


─그 틈을 놓치지 않고, 다른 일레인들이 달려든다.


2기. 움직이지 못하는 지금의 노엘을 고철로 만들어버리기엔 충분하고도 남는다.
그런 그녀들을, 쿄우야의 검이 막아낸다.


쇳소리가 울리고, 쿄우야와 일레인들이 떨어졌다. 일레인들은 문제없이 착지했지만 쿄우야는 어깨와 허벅지에 작은 창상을 입은 상태. 구속을 풀어낸 노엘은 뒤로 물러나 쿄우야의 옆에 섰다.
그 틈을 이용해 6체의 일레인들이 나란히 서서 두 사람을 포위한다.


"괜찮으신가요?"
"일단은… 하지만…"


지금 이 상황은 꽤 어렵다.
전투기술이라고 할만한 것은 없었지만, 그럼에도 저 6명의 연계 공격은 빈틈을 찾기 어려웠다.


"하~하핫. 과연 밤의 일족의 유산. 아니, 정말로 감탄했다고. 지금 걸로 끝날 거라고 생각했는데. 게다가 그쪽의 청년도 상당하군. 설마 인간의 몸으로 자동인형에 대적할 수 있는 자가 있다고는 생각못했어."


말과는 달리 야스지로의 태도는 여유작작했다. 아무래도, 자신이 절대적인 우위에 있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 분하지만, 지금 이 시점에서는 틀린 생각이 아니었지만.


"하지만 이쪽은 여섯이나 돼. 과연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 시노부. 고집피우지 마라. 지금이라도 포기하고 나한테 유산을 넘겨. 그러면 너희들에게는 더이상 손을 대지 않겠다고 약속하마."
"… 웃기지 말아요, 숙부."


그가 원하는 유산 중에는 노엘과 파린도 포함되어있다.
이 세상의 그 어느 누가 '가족'을 팔아넘길까. 그것은 인간이라도 밤의 일족이라도 마찬가지다.
야스지로도 그다지 기대하진 않았던 모양인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럼 할 수 없지. 심히 마음이 아픈 일이지만─ 해치워버려."


그의 말과 동시에.
6체의 일레인들이 동시에 달려든다.


쿄우야와 노엘은 검과 블레이드를 들어올리며, 그것을 맞이할 준비를 했다.

 

 

 


「SPIRIT : 스파크 맨드릴」

 

 

 


엑스를 그렇게도 괴롭혔던 5체의 이레귤러 중 하나.
「호속권의 뇌왕」이, 지금 이 자리. 노엘과 쿄우야의 앞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단, 예전과는 달리 반투명한 몸으로.


"무, 뭐, 뭐?!?!"


​[​■​■​■​■​■​■​■​■​■​■​■​■​■​■​■​!​!​]​


야스지로의 경악에도 아랑곳없이 스파크 맨드릴은 포효와 함께 바닥을 주먹으로 때렸고, 그와 함께 사방으로 스파크볼이 퍼져나간다.
일레인들은 그것을 피하기 위해 공격을 캔슬하고 후퇴. 한순간에 위기를 벗어난 두 사람은 스파크 맨드릴을 올려다보았다.


"이건… 뭐지?"
"홀로그램… 이라고 판단됩니다만, 현재로선 불명입니다. 지금의 그가 바닥을 쳤을 때 흔들리기도 했고."


두 사람이 대화를 나누는 동안, 스파크 맨드릴의 몸은 점점 투명해지더니, 이윽고 완전히 사라졌다.
그리고 쇳소리와 함께, 저택의 현관문이 열렸다.


"죄송해요. 거기로 이동할 때까진 늦을 것 같아서 그를 먼저 불러냈습니다."


틀림없이 자신들과 같이 식사를 했던 소년이다.
스즈카의 손님으로서 오늘 이 저택에 초대된.
하지만 지금 그의 모습은 조금 전과는 완전히 달랐다.


─그의 몸을 감싸고 있는 것은 하늘빛의 갑주.


당연하지만, 저런 것을 가져올만한 짐은 갖고 있지 않았다.


"엑스 군, 지금 건…?"


시노부가 간신히 입을 열어 질문했지만, 엑스는 작게 고개를 저었다.


"이야기는 조금 후에. 지금은…"


「FIGHT」


"상황 정리가 우선이니까요."


엑스는 주먹을 움켜쥐면서 이야기했다.

 

 

 


[아무리 봐도 신기한 힘이란 말이지, 저건.]


자신이 쓰러트린 이레귤러들의 데이터를 리얼라이즈시켜 그 능력을 발휘하게 한다.
전에도 봤지만, 지속 시간은 꽤 짧아도 저 능력 자체는 상당히 쓸모있어 보인다.


파이어, 스톰, 아쿠아, 어스, 파이트, 블래스트, 그리고 스피릿.
이제까지의 싸움에서, 엑스는 그 7가지의 힘을 보였다.


[저 녀석이라면 그거 말고도 카드 한두장 정돈 더 갖고 있을 것 같지만.]


그렇게도 죽이고 싶어했던 엑스를 보면서도, 그의 반응은 상당히 심드렁했다.
─왜냐하면, 자신이 죽이고 싶었던 엑스는 지금 저기서 잘난듯이 나타난 저 녀석하곤 거리가 좀 머니까.

예전에는 저렇게 축 처져있는 꼴을 보는 것만으로 즐거워 미칠 지경이었지만, 지금에 와서는 상당히 심정이 복잡했다. 저러다가 자신 이외의 녀석에게 당해버리기라도 하면 상당히 곤란하니까.


[자, 그래서. 네놈은 이제 어떻게 할거냐.]


웹 스파이더의 죽음을 방치하고.
마그마 드래곤을 그 손으로 죽였다.
물론 죽은 본인들이야 절대 그렇게 생각하지 않겠지만, 엑스 자신은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 그리고 그 생각이 지금은 쇠사슬이 되어 엑스를 옭아매고 있고.
그런 상태에서 제대로 싸울 수 있을까. 생각해봤지만 제대로된 답이 나오지 않았다.


하물며 상대는 인간과 거의 차이가 없는 외형을 하고 있는 '자동인형'들. 엑스가 가진 인간들에 대한 생각을 감안하면 그리 쉽게 주먹을 휘두를 수 있을 거라곤 생각하지 않는다. 조금 전만해도 그렇다. 스파크 맨드릴의 리얼라이즈로 바닥을 치지말고 바로 이레인 중 하나를 때렸다면, 그렇게 맞춘 하나 정도는 전투불능으로 만들 수 있을지도 모르는데.


여전히 물러터지고 연약한 녀석이다.

 


─구역질이 나올 정도로.

 


[제대로 싸우는 게 좋을거야, 엑스.]


저 인간 여자의 모습을 하고 있는 6체는, 만만한 상대가 아니다.
자신들과 같이 원거리 공격을 하는 능력은 없고 근접전 특화같지만 그것만으로도 상당한 전투력. 다름아닌 그 자신이 그렇게 평가할 정도다. 지금의 허점투성이인 엑스가 쉽게 당해낼 수 있을 것 같진 않았다.


[만약 제대로 못한다 싶으면 내가 들어갈 거니까.]


그리고 그때는, 저 곳에 있는 누구도 살아남지 못하겠지.

 

 

 


전 S클래스 이레귤러 헌터 "VAVA".

과거, 운명과 세계를 바꾸기 위해 반역을 일으켰던 레플리로이드.

그는 지금, 엑스조차도 인지하지 못하는 장소에서 싸움을 지켜보고 있었다.


 

 


───to be contin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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