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이 저택의 경비를 부술 때만해도 쉬운 일이라고 생각했다.
비록 자신은 일족의 피도 옅고 이렇다할 능력도 없었지만, 가지고 온 자동인형 6체의 힘을 신용하고 있었으니까. 굳이 '신뢰'가 아닌 '신용'이라는 표현을 사용한 건, 이 남자─ 츠키무라 야스지로는 일레인'들'을 어디까지나 '도구'이상으로 보지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도구'라는 것은 나중에 나온 것일수록 성능이 우수한 것이 당연한 일이다. 시노부가 부리고 있는 2체의 자동인형은 일레인'들'과 비교해서 구형. 게다가 어찌된 일인지 둘 중 하나는 아직도 저택에 틀어박혀있고, 나와있는 것은 1체 뿐.
이래서야 지는 것이 무리다. 그는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물론 시노부의 옆에 붙어있던 남자의 힘이 생각보다 높았기 때문에 아직까지 버티고 있는 것은 예상외였지만 그것도 시간문제. 앞으로 수십분에서 몇시간만 있으면 모든 것이 자신의 손에 들어온다.
남아있는 재산뿐만이 아니라, 시노부가 숨기고 있던 '밤의 일족'에 대한 자료의 모든 것까지도.
─그럴, 터였는데.
"한가지 물어봐도 될까요."
─이'것'은 뭘까.
자신이 알고 있는 한 시노부가 이런 '것'을 갖고 있다는 이야기는 없었다.
저'것'이 나타나면서 모든 것이 혼란스러워졌다. 방금 나타났다가 사라진 커다란 '무언가'도 그렇고, 눈깜짝할 사이에 저'것'의 몸을 두르고 있던 갑옷이 형태를 완전히 바꿔버린 현상도 그렇고. 지금 눈앞에서 보여진 모든 광경들이 혼란투성이였다.
"이대로 돌아가주시지 않겠습니까. 그러면 더이상 쓸데없이 물건이 부서질 일도 없고, 아무도 다칠 일 없다고 생각합니다만."
물론 야스지로가 그것을 들을 리 없다.
야스지로는 노성을 지르면서 명령을 내렸다.
자신의 앞에 선 저것들을 전부 죽이고 없애버리라고.
IRREGULAR HUNTER - X
33화
노엘, 쿄우야, 그리고 엑스를 향해 일레인들이 2기씩 나누어져 달려든다.
앞의 두 사람에게는 전원이 레플리카였지만, 엑스 쪽으로 온 일레인 중 하나는 붉은 색의 오리지널. 그녀는 레플리카들을 웃도는 힘과 스피드와 기세로 달려들었다.
오리지널이 블레이드로 엑스의 방어를 흔들고, 그 틈을 노려 레플리카가 채찍과 블레이드로 공격해온다. 오리지널의 공격을 막고 있는 동안 레플리카의 공격이 들어오고, 그것을 피하면 다시 오리지널이 공격해왔다.
레플리카가 휘두른 블레이드를 손으로 붙잡았다. 그리고는 그대로 끌어당기며, 다리를 걸어 넘어뜨린다. 물론 그것으로는 어떤 데미지도 없고, 레플리카는 아무런 문제도 없이 다시 일어난다. 그리고 오리지널은 레플리카가 다시 일어나기도 전에 달려들어서 공격.
피하면 피할수록, 막으면 막을수록 궁지에 몰려간다.
그 사이에 반격할 틈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있었지만 반격하지 않은 것 뿐이다.
아니, 조금 더 자세하게 이야기한다면 반격하지 못한 것이지만.
'이번에야말로…!'
마치 랜스처럼 내질러진 오리지널의 블레이드를 아슬아슬한 간격으로 피해 안쪽으로 파고든다.
그리고 몸을 반회전시키며 팔꿈치. 목표는 명치 부근이다. 제대로 적중시키기만 한다면, 단 일격으로도 적을 침묵시키는 것이 가능한 공격.
─명치에 닿기 직전에 자세를 바꿔, 그대로 메치기로 바꿔 멀리 던져버린다.
그렇게 하늘을 향해 던져진 오리지널 일레인은 공중에서 자세를 바꿔 착지. 물론 데미지라고 할만한 것은 일절 없다.
아까부터 이런 식이었다.
그녀들─이런 식으로 불러도 될진 모르겠지만─에게 치명적인 공격을 가하려고 하는 순간 몸이 멋대로 반응하여 움직이고는 지금처럼 데미지가 없는 공격으로 바꿔버린다. 물론 인간이었더라면 다리를 걸어 넘어뜨리거나 멀리 내던지거나 하는 정도로도 무력화시킬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그녀들은 인간이 아닌 자동인형. 이런 방식으로는 어떻게 해도 데미지를 줄 수 없다.
그런 것이라면 이미 알고 있는데.
상대는 인간도 레플리로이드도 아니다. 레플리로이드와 비교하면 훨씬 더 인간과 비슷하게 생기긴 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것들이 기계의 집합체라는 것이 변하진 않는다. 그런 것이라면, 처음 봤을 때부터 알고 있었다.
처음 이 저택에 초대받아 들어와서 노엘을 봤을 때.
그녀가 인간보다는 자신 쪽에 가까운 존재라는 것도 금방 알아차렸고.
처음 이 소녀들이 쳐들어오는 것을 봤을 때도.
노엘과 비슷한, '인간'이 아닌 존재라는 것도 빠르게 알아차렸다.
인간이 아니다. 하물며, 이토록 적대 행위를 해오는 존재. 망설일 이유가 없다.
부멜 쿠완거를 비롯한 이레귤러들과 싸울 때에도, 주저하지 않고 공격하고 파괴할 수 있었다. 이들이라고 해서, 죽일 수 없을 리 없다.
─그런데.
노엘을 상대하고 있던 레플리카 중 하나가 이쪽으로 끼어들었다. 상단, 중단, 하단을 동시에 치고 들어오는 연계 공격.
일레인들은 오리지널과 레플리카를 막론하고 스피드가 빠르다. 적어도, 지상에서의 스피드만큼은 스톰 이글과 비교한다고 해도 손색없을지 모른다.
─어째서.
아무리 엑스라고 해도, 그런 것이 한꺼번에 셋이나 덤벼오면 아무리 엑스라고 해도 모조리 피하는 것은 어렵다. 그렇기에 피하는 것만이 아니고 공격을 받아내거나 막아내는 것도 하고 있지만, 거기에도 한계는 있다.
─무엇때문에.
날아오는 블레이드를 부수기 위해 손을 수도(手刀)의 형태로 휘두른다. 파이트 아머를 걸친 엑스에게는 단순한 수도라고 해도 부멜 쿠완거의 부메랑 커터와 부딪혀서 그것을 깨부수고 베어버릴 수 있을 정도의 위력이 담긴 필살의 무기가 된다. 아마도, 이 세계의 장갑이라면 베지 못하는 것이 드물 것이다.
─왜.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레인 오리지널의 블레이드와 부딪혔을 때는 그것을 부수지 못했다. 블레이드와 수도가 부딪힌 결과로, 블레이드의 날이 약간 상하고 손날 부분이 베였다. 분명히 말해, 이쪽 세계에서 현용되는 기술로 만들어진 물건이 아니다. 솔직히 말해서 조금 얕보고 있었는데.
─무기를 깨고 무력화시키는 것보다, 본체를 부수는 쪽이 빠를텐데도.
머리 속에서 들려오는 생각들을 무시하려고 애쓴다.
그러면서, 다가온 일레인 오리지널의 얼굴을 향해 주먹을 날렸다.
그러나 그녀와 눈이 마주치고.
무언가가 맹렬하게 타오르는 듯한 느낌을 숨긴 눈동자를 들여다본 순간 주먹이 멋대로 빗나갔다.
'아차…!'
엑스의 복부에 레플리카 둘의 발차기가 꽂힌다. 뒤로 날려가면서 바닥과 부딪혀 두어번 튕겨졌지만, 바닥에 손을 꽂아넣어 몸을 정지시키고 착지했다. 그리고 그 자세에서 일레인들을 경계하면서, 손을 들어올려 복부를 만졌다.
생각했던 것보다 타격이 있다. 스피드 타입일 거라고 생각했지만, 공격력도 무시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 빠른 움직임으로 교란하고 틈을 만든 후 한순간에 집중 공격. 실패한다고 해도 후속타가 이어진다. 피하기만 해서는 몰리기만 할 뿐. 처음 보고 예상한 것 이상으로 까다로운 상대들이다.
…… 아니, 다르다.
일레인들의 스펙이 높은 것도 있지만, 그 이상으로 자신에게 문제가 있었다.
일레인들과 자신의 스펙 차이를 단번에 메워버릴만큼 큰 문제가.
"굉장해… 정말로 일레인이랑 대등하게 싸우고 있어…"
파린의 중얼거림은 스즈카의 감상이기도 했다.
평소부터 신비함으로 가득한 사람이라고 생각은 했지만, 자동인형에 필적하는 힘을 갖고 있을 줄은 생각도 못했다.
아까의 그 힘도 그렇고, 지금의 모습도 그렇고. 그는 인간이 아닐지도 모른다.
그렇게 생각하는 순간, 스즈카의 가슴이 울렸다.
─만약.
─그라면.
─인간이 아닌 자신이라고 해도─
'나 지금 무슨 생각을…!'
지금은 이런 것을 생각하고 있을 때가 아닐텐데. 고개를 좌우로 흔들어 생각을 털어내고 친구들을 돌아보았다.
하지만 두 사람… 나노하와 아리사는 스즈카나 파린과는 다른 얼굴을 하고 있었다.
그렇다고 걱정하는 것도 아니라… 굳이 표현하자면 '의아함'이라고 해야 할까.
"이상해…"
"… 나노하 짱?"
"그게… 엑스 씨는 원래…"
나노하로서는 이해할 수 없었다.
그녀가 엑스에게 갖고 있는 인상은 상냥하고 친절하면서도 '최강'. 어떤 역경이 있고 어떤 강적을 상대로 싸워도 반드시 이겨내는 '용사'의 이미지였다. 그만큼의 활약을, 엑스는 나노하의 앞에서 보여주었다.
하지만.
"저 녀석은 저 정도가 아닌데…"
나노하에 이어, 아리사가 그렇게 말했다.
지금의 엑스는 3일 전 마그마 드래곤과의 싸움에서 봤을 때와 다르다. 그때 느꼈던 '강함'이, 지금은 느껴지지 않고 있었다.
두 사람이 알고 있는 엑스는.
지금의 엑스보다.
훨씬 더 강할텐데.
저렇게 느리게 반응하지도 않을거고, 저렇게 약한 공격을 하지도 않을거고, 저런 공격에 맞는 일도 없었을 것이다. 두 사람은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역시 이 두 사람은, 자신이 모르는 소년의 모습을 알고 있다.
스즈카에게는 그것이 조금 분했다.
노엘이 두 팔의 블레이드를 휘두르며 레플리카들을 튕겨냈다. 스펙에 있어서는 그녀가 일레인들보다 아래였지만, 이날 이때까지 살아오는 동안 쌓여온 '경험'이라고 하는 힘을 지니고 있는 그녀였기에 2 : 1이었음에도 아직까지 버틸 수 있었다.
하지만 그것도 슬슬 한계.
노엘에 비하면 쿄우야는 잘 버티고 있는 편이다. 아까의 교차 때 스친 이후에는 단 한번도 공격을 허용하지 않았으니까. 그가 익히고 있는 암살술 미카미류는 이 정도로 공략당할만큼 허술하지 않다.
그러나 쿄우야에게는 약점이 있다. 실력의 진전을 가로막아버릴만큼, 과거에 심하게 다친 무릎. 아직까진 위험 신호가 없지만,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
지금까지는 잘 버티고 있었지만, 앞으로 얼마나 더 갈 수 있을까.
그럼에도, 츠키무라 야스지로에게는 다르게 보였던 모양이다.
6 : 3의 대결.
그럼에도 불구하고 생각만큼 빨리 싸움이 정리되지 않자, 야스지로는 점점 초조해지기 시작했다.
노엘과 파린같은 자동인형은 전기로 움직이며, 1일 6~8시간의 충전으로 최대 20시간까지 작동이 가능하다. 그리고 그것은 일레인도 동일. 즉, 움직이는데에 제한 시간이 있다는 이야기다.
물론 여기 오기 직전까지 충전시켜두고 있었으니까 그렇게 금방 떨어질 리 없지만, 그것을 알고 있음에도 야스지로는 초조해했다.
벌써 이렇게까지 시간이 오래 걸린 것도 예상외. 타카마치 쿄우야의 전투력도 예상외. 저런 것이 이 저택에 있었다는 것도 예상외. 벌써 그의 예상같은 것은 몇번이나 뭉개지고 있었다.
─혹시.
─만의 하나라도.
─있을 수 없는 이야기지만, 그래도.
─일레인들이 모조리 당해버리기라도 하면.
지금까지 자신이 그토록 괴롭혀왔던 시노부다. 일레인이라는 방어벽들이 없어지면 자신이 어떻게 될지, 굳이 상상해보지 않아도 쉽게 알 수 있다.
"지, 지금 뭘 하고 있는거야!!"
일레인들의 스펙이 노엘이나 파린을 월등히 능가한다는 것은 잘 알고 있으면서도, 계속해서 예상이 무너져온 반동으로 인해 그는 히스테리에 가까운 감정을 뿜어내고 있었다.
"제, 제대로 하지 못해?! 너, 너희들 지금 제대로 싸우고 있는 게 아니겠지!! 그러니까 이렇게 오래 걸리는 거고?! 제대로 싸웠다면 벌써 끝났을 거 아냐!! 서, 설마 너희들 몸 속에 있는 폭탄을 잊어버린 건 아니겠지!!"
야스지로가 그렇게 말하는 순간.
엑스의 귀에, 확실하게 들려왔다.
─까득, 하고 이를 가는 소리가.
바로 지금 자신을 공격하고 있는, 일레인 오리지널로부터.
'지금 건… 설마…?'
"빠, 빨리 지금부터라도 제대로 싸워!! 그렇지 않으면, 너희들 전부…!!"
야스지로는 품에서 스위치를 꺼내든다. 물론 진짜로 누를 일은 없겠지. 자기 손으로 일레인들을 없애서, 방어벽을 치워버리는 멍청한 짓을 할만큼 이성을 잃었다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 스위치는 일단 집어넣으시길, 마스터. 지금 저희들이 없어지면 마스터는 몸을 지킬 수 없게 됩니다."
이 저택에 온 이후, 일레인 오리지널이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야스지로에겐 등을 보이고 있었기 때문에 그는 볼 수 없었지만, 그녀와 정면에서 검을─이쪽은 수도였지만─ 부딪히고 있는 엑스는 똑똑히 봤다.
일레인 오리지널의 얼굴이, 심하게 일그러져있는 것을.
거기에 담긴 감정은─── 증오와 경멸.
아무리 봐도, 그녀의 '주인'을 향한 감정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었다.
"그, 그러면 빨리 죽여!! 없애버리라고!!"
일레인이 자신의 말에 대답하자 더더욱 신이 나서 날뛰기 시작한다.
그것에 이를 갈면서도, 일레인은 오른팔에 힘을 가해 엑스를 튕겨냈다.
하지만 엑스는 지금 그런 것에 신경쓰고 있을 때가 아니었다.
'설마, 그녀는…'
야스지로의 태도.
일레인의 태도.
'폭탄'이라는 단어.
생각해볼 것도 없다. 야스지로는 일레인의 몸에 폭발물을 장착했고, 일레인은 그것 때문에 야스지로의 명령에 따라 이 저택을 공격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저걸 부수기만 하면.
일레인의 블레이드와 맞대고 있는 손에 힘을 빼고, 몸을 옆으로 튼다. 힘을 계속 주고 있었던 탓에 균형을 잃어버린 일레인은 앞으로 비틀거렸고, 그 틈을 이용해 거리를 벌린 후 아머를 바꾼다.
「STORM」
기상을 다루는 하늘의 갑옷.
엑스는 날개를 펼치고 날아올라, 양손에 전격을 띄우고는 야스지로 쪽으로 시선을 향했다.
물론 엑스에게 있어서 인간을 공격하는 일은 불가능하다. 그렇지만, 지금의 목표는 야스지로가 아니다.
"「일렉트릭 웹」!!"
스파크 맨드릴과, 웹 스파이더의 힘을 하나로 합친 기술.
출력을 최저로 떨어뜨린 소형의 전격 구체를 지면에 떨어뜨린다.
그리고 전격구는 지면을 타고 달리다가 공중으로 뛰어올랐고, 작은 전기의 그물 형태로 넓게 펼쳐진다.
─야스지로의 오른손에 들려진 기폭장치는 그물에 걸렸고, 그대로 스파크를 일으킨다.
"뭐, 뭐야?!"
갑작스러운 스파크에 놀라며, 반사적으로 스위치를 눌러버린다. 한번 누를 때마다 가장 가까이에 있는 일레인을 하나 씩 폭발시킬 수 있는 버튼을.
그럼에도, 6체의 일레인 중 어느 일레인도 폭발하지 않는다.
"이, 이게… 이게 어떻게 된 거야?!"
광분하며 스위치를 연속으로 누른다. 만약 스위치의 기능이 돌아온다면 그대로 일레인 한둘은 잃어버리게 될텐데도, 그런 것을 생각하지 못하는 것처럼.
하지만 아무리 눌러도, 스위치에는 반응이 없다.
그리고 그런 야스지로의 앞에 엑스가 내려왔다.
"소용없어요."
"너… 그렇군…! 방금 그건 네가…! 무슨 짓을 한거야?!"
"전자기기는 망가지기 쉬우니까요. 당신을 직접 공격하는 건 할 수 없습니다만, 그런 「위험물」이라면 설령 사람의 손에 쥐어져있다고 하더라도 공격할 수 있습니다. 컨트롤과 명중률은 자신있고."
그것도 5분 동안의 이야기지만.
"그러면… 마스터가 아무리 스위치를 눌러도… 폭탄은 터지지 않는다는 거?"
머뭇거리는 듯한 일레인의 질문이 엑스의 등 뒤에서 들려온다.
"네. 겉으론 멀쩡하지만 안쪽의 전선같은 건 모조리 태워버렸으니까요."
뒤를 돌아보지 않은 채, 그렇게 대답한다.
그와 동시에 쿄우야와 노엘을 공격하고 있던 레플리카들도 움직임을 멈추고 뒤로 물러나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앞으로 조금 더 몰렸더라면 패배했을지도 모르는 시점에서.
"그러면… 나는 이제… 자유라는 거야…?"
"폭발의 위험때문에 그를 따르고 있었던 거라면, 예. 더이상 그의 말을 들을 필요는 없습니다."
"무슨 짓을 한거야아아아아아아아아아!!"
야스지로의 절규가 울렸다.
비장의 카드이자 자신의 방어벽을 잃어버렸기 때문일까. 상당히 절박함이 담긴 절규다.
─엑스는 그렇게 생각했지만, 사실은 약간 달랐다.
"무슨 짓을 한거냐고 물어도, 이렇게 하면 우리들이 싸울 이유가 없어지니까─"
"그게 문제라고!!"
엑스의 말을 끊어버리며 야스지로가 한번 더 소리친다. 그때서야, 엑스는 위화감을 느낀다.
야스지로는, 두려워하고 있었다. 공포를 품고 있다. 몸을 떨면서, 들고 있던 기폭장치를 떨어뜨린다.
하지만, 그의 공포는 엑스나 시노부를 향한 것이 아니다.
"그게 문제라고!! 이 녀석들은, 이 녀석들은───"
무언가를 말하려는 순간.
─일레인 오리지널에게 걷어차이고, 날려가서 벽에 부딪힌다.
"?!"
"후후후… 하하하…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벽에 부딪힌 야스지로가 눈을 뒤집고 의식을 잃어 바닥에 쓰러지는 것을 보며.
일레인은 커다란 웃음을 터트렸다.
눈을 뜨고 나서 최초로 느낀 감정은, "짜증난다"는 감정이었다.
그것도 단순히 성가시다거나 하는 레벨을 넘어서, 죽여버리고 싶을 정도로.
지금까지 그다지 많은 인간을 만나온 것도 아니고, 주인을 모셔본 적이 있는 것도 아니지만 확실하게 단언할 수 있었다. 이 츠키무라 야스지로라는 인간은 틀림없이 인간 중에서 '최악'이라는 부류에 속할 거라고.
자신의 앞에서 잘난듯이 자기 소개를 할 때.
자신이야말로 세상에서 제일 위대한 존재이며 자신을 모시는 것이 그녀의 존재 이유라느니 멋대로 떠들어댈 때.
그 기분나쁜 손길로 끈적끈적한 망념을 담아 자신을 쓰다듬을 때.
죽여서 갈기갈기 찢어버리고 싶은 기분을, 겨우겨우 억눌러야 했다.
그렇게 하지 않은 이유는 두가지.
그녀가 그에게 거역할 경우를 대비해서 몸 속에 내장해둔 폭탄의 존재와.
이 남자는, 자신이 자유롭게 되기 위해 쓸모가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날 이때까지 순종하는 척하며, 모든 것을 철저히 빼내왔다. 현재의 세상에 대한 지식도,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방법도.
하지만, 그것도 오늘로 끝이다.
오늘의 일 정돈 해결해준 후 기회를 봐서 기폭장치를 빼앗은 다음 천천히 죽여버리기로 했지만, 그 기폭장치가 망가져버린 지금 복종할 이유가 없으니까.
"정말로, 기록대로네…"
방금 막 야스지로를 날려버린 일레인을 보며, 질렸다는 표정으로 시노부가 중얼거린다.
일레인이 노엘과 파린같은 에어리히카이트 타입보다 신형이자 최종생산형이면서도, 봉인되고 개발 중지된 이유.
시노부가 가지고 있는 기록에 의하면, 일레인… 아니, '일레인 타입'의 자동인형은 자동인형에게 자아를 갖게 하기 위한 연구가 집대성되었지만, 그 결과로 자아가 너무나 강해 자유를 얻기 위해 주인을 배신하는 일이 발생하였다고 한다.
그런데도 야스지로의 말을 순순히 듣는 것이 이상하다고 생각했지만, 역시나 그냥 기회를 노리고 있었던 것 뿐이었던가.
"아~ 스트레스 확 풀리네. 아, 거기 소년 땡큐. 덕분에 이 기분나쁜 아저씨 명령 더이상 안들어도 되게 됐어."
조금전까지의 인형과 같았던 얼굴이 거짓말인 것처럼, 쾌활하게 웃으며 말했다. 그녀의 뒤에 선 레플리카들은 아무런 반응도 없었지만.
"… 지금 건…"
"응? 아, 이거? 꼭 한번 해보고 싶었던 거야. 정말로."
인간을 차서 날려버려놓고, 아무렇지도 않게 말한다.
그나마 야스지로가 미약하게나마 '밤의 일족'의 피가 흐르고 있어서 보통 인간보다 회복력이 있기에 망정이지 보통 사람이 같은 킥을 맞았더라면 벽까지 날려가기 전에 죽었을 것이다.
"아무튼… 이걸로 자유 Get!! I'm Free!! 아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정말로 즐거운 것처럼… 아니, 정말로 즐거워하며 일레인은 끊임없이 웃음을 터트린다.
… 뭐라고 할까, 처음 봤을 때의 인상과는 상당히 다르다.
"실컷 웃었네. 그럼 이제 가볼까나."
"… 잠깐 기다려."
몸을 돌리려는 일레인을 시노부가 불렀다.
"뭐야?"
"이대로 이 저택을 나가는 건 그렇다쳐도, 그 뒤론 어떻게 할 생각이야?"
잠시 시노부를 바라보던 일레인은 이렇게 대답했다.
"뻔하잖아? 기껏 얻은 자유를 누리는거지. 거슬리는 인간은 죽이고, 필요한 게 있으면 빼앗고."
아무래도, 자신은 상황을 정리하긴 커녕 악화시켜버린 것 같다.
엑스가 그렇게 생각하는 동안 일레인은 다시 몸을 돌려 이쪽을 향해 바라보았다.
"뭐야. 설마 방해할 셈? 모처럼 내버려둬줄 생각이었는데."
일레인의 말에도 아랑곳없이, 노엘과 쿄우야는 다시 전투 태세를 갖춘다.
그것을 보면서도 일레인은 여유만만. 당연하다면 당연하다. 아까도 자신들쪽의 압도적인 우위였으니까.
구형인 노엘은 물론이고, 쿄우야의 스펙도 조금 전의 싸움으로 대강은 파악했다.
유일하게 걸리는 것은, 저쪽에 있는 소년의 존재다.
"… 알고 있겠지만, 지금은 중세 시대가 아냐. 자동인형이 언제까지 밖을 돌아다닐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
"어라, 지금 나 걱정해주는 거? 하지만 안심해. 방법이라면 다 마련해놨거든."
그것을 익히기 위해서 야스지로에게 복종하는 척 했었으니까.
정말로 우습게도, 그 남자는 자신을 어느 정도 자유롭게 내버려두었다. 아마 폭탄까지 있으니까 자신을 배신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던 거겠지. 일레인은 그로 인해 생긴 '자유시간' 동안, 이미 이 세계에서 살아가는 방법을 익히고 자신의 충전을 위한 방책도 모두 비밀리에 마련해둔 다음이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나를 방해하겠다면… 어쩔 수 없네. 저 아저씨는 싫지만, 같은 방법을 쓰는 수밖에."
레플리카들이 동시에 움직인다.
2대는 노엘에게로, 3대는 엑스와 쿄우야에게로. 오리지널은 뒤에서 팔짱을 낀 채 구경하기 시작했다.
노엘은 혼자서 2대를 상대로 싸우고 있었고, 엑스와 쿄우야는 그 자리에서 힘을 합쳐 3대와 싸웠다.
"너, 어딘가 안좋은 거 아니냐."
"……"
엑스와 등을 진 쿄우야가 등 너머로 그렇게 질문을 던졌다.
"싸우면서 봤어. 몇번인가 틈이 있었지만, 넌 그걸 잡지 않았지. 너라면 그 틈을 노리고 이 녀석들을 파괴하는 것도 가능했을텐데."
"…… 말씀하신 대로입니다."
주먹을 움켜쥐고 들어올리며, 쿄우야에게 대답했다.
"혹시 이 녀석들이 인간과 지나치게 닮았기 때문에 주저하는 거라면 지금부터라도 각오해두도록 해. 이 녀석들을 파괴하지 않으면, 죽는 건 우리니까."
인간과 지나치게 닮았다.
확실히 그 이유도 있다. '인간'을 공격할 수 없는 엑스에게 있어서, 그것은 꽤 치명적이다.
하지만, 그보다도 더욱 근본적인 이유가 있다.
'싸우지 않으면 안된다는 건 알고 있어… 하지만…!'
그것은, 지금의 엑스가 '싸움'을 무서워하고 있다는 것.
자신이 싸울 때마다, 누군가가 죽는다.
'저쪽'에 있을 때에는 이런 생각을 하지 않아도 됐었다. 싸움에 나서는 것은 자신 혼자였고, 다치거나 죽는 건 자신 아니면 적 뿐이었으니까.
그런데, 이 세계에서는 다르다.
100년 동안 생각하지 않으려고 했던 '동료'들이 생겼다.
그 중 하나는 자신의 실수로 인해 목숨을 잃었다. 이것은 어떻게든 감정을 정리할 수 있었지만, 문제는 그 다음.
얼마 지나지 않아, 또 한 사람을 자신의 손으로 파괴했다.
함께 싸우면서 마음이 통했다고 생각했다. 어쩌면 싸우지 않아도 해결할 수 있을지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것이, 얼마나 물러터진 생각이었던가.
결국 자신은 그를 파괴했다. 싸워서, 철저하게 때리고 부쉈다.
동료라고 생각했는데. 싸우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했었는데, 그렇게 생각하자마자.
그 생각은 엑스의 움직임을 둔화시켰고, 그의 무의식중에 간섭하여 치명적인 공격을 하지 못하게 만들었다.
여기서 또다시 누군가와 싸우고 파괴해버리면 자신은 결국, '저쪽'에 있을 때와 다르지 않게 되버리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
지금 엑스가 일레인들에게 밀리고 있는 것은 그것이 가장 큰 원인이었다.
그것도… 엑스 자신조차 자각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 더더욱 질이 나쁘다.
'무리인가… 역시 이 싸움, 내가 어떻게든 하지 않으면…!'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 엑스를 보며, 쿄우야는 각오를 굳혔다.
"파이엘!!"
자신의 앞에 다가온 레플리카의 복부에 왼주먹을 꽂아넣으며, 노엘이 소리친다.
그와 함께 그녀의 왼팔이 팔꿈치로부터 분리되어, 그대로 레플리카의 복부를 꿰뚫는다.
이른바, 「로켓 펀치」.
첫번째 레플리카를 관통한 로켓 펀치는 그대로 두번째 레플리카를 향해 날아간다.
두번째 레플리카는 그것을 보며 블레이드를 휘둘러 로켓 펀치를 막아냈다.
그 뒤를 따라오던 노엘은 그대로 튕겨진 로켓 펀치를 왼팔에 장착. 로켓 펀치를 막아내느라 빈틈이 생긴 레플리카를, 블레이드로 베어가른다.
이것은 확실히 강력한 무장이지만, 한번 사용해버리고 나면 '비장의 카드'로서 사용하긴 힘들다. 상대가 존재를 알아차리고 계속 경계를 하면 허를 찌를 수 없으니까.
그렇기 때문에 노엘은 지금까지 밀리면서도 이것을 아껴왔다. 확실하게 쓰러트릴 수 있는 이 순간까지.
"… 뭐야, 그거. 애니메이션 흉내라도 내고 싶었어? 장난하는 것도 아니고. 뭐, 위력만이라면 못봐줄 것도 없지만."
복부를 꿰뚫린 레플리카와 상반신이 둘로 쪼개진 레플리카. 둘 다 몇번 꿈틀거리더니, 더이상 움직이지 않게 되었다.
노엘은 일레인을 돌아보며, 블레이드를 고쳐쥐었다.
"다릅니다."
"… 헤에?"
"이 팔은… 시노부 아가씨가 열심히 만들어주셨습니다. 몇일이나 철야해가면서 도면을 그리고, 몇번이나 착오를 거쳐가면서 실물을 만들고…! 결코, 장난같은 기분으로 만들어진 게 아닙니다!!"
자신은.
아니, 자신과 파린의 몸은 시노부가 열정과 노력을 다해 복구해준 것이다.
그녀는 '인형'을 원한 것이 아니다. 함께 해줄 '파트너'─ '가족'을 원했다.
자신들의 몸에는, 그런 그녀의 마음이 담겨있는 것이다.
"아가씨의 마음이 담긴 이 몸을 모욕하는 것은 아가씨를 모욕하는 것… 절대로, 용서하지 않아…!!"
이 싸움이 시작된 이후, 노엘의 얼굴에 처음으로 감정이 떠올랐다.
"헤에, 그러면 나를 어떻게 용서하지 않을 건지 구경이나… 할까!!"
그 말을 비웃던 일레인은 단숨에 노엘과의 거리를 좁혔고, 블레이드를 위에서 아래로 내리친다.
그것을 노엘은 양팔의 블레이드를 함께 들어올려 막아내지만, 강렬한 굉음과 함께 그녀의 발밑이 함몰되버린다.
"결국 당신은 구형… 같은 기종이라면, 신형인 내 쪽이 성능은 훨씬 위라는거지! 마음? 사랑? 웃기고 있네! 그런 걸로 이길 수 있다면 아무도 고생하지 않아! 결국은 성능이 전부라고!"
"……!!"
힘의 차이는 극심.
분하지만, 그녀의 말은 사실이다. 힘만이 아니라 속도까지도 일레인 쪽이 압도적으로 우위.
그렇다면, 방법은 하나 뿐.
노엘은 순간적으로 힘을 증폭시켜 일레인을 밀어내고 그 자리를 빠져나왔다. 타이밍 늦게 바닥에 내려쳐진 일레인의 블레이드는 지면을 갈랐고, 일레인이 다시 몸을 들어올렸을 때는 그녀의 바로 눈앞까지 노엘의 왼주먹의 다가온 후였다.
"이런 장난감으로…!!"
일레인은 바닥에서 블레이드를 뽑아내고 그대로 올려베어 노엘의 왼주먹을 잘라 폭발시킨다.
그 사이에 예비용의 왼팔을 꺼내 장착한 노엘은 빈틈이 생긴 일레인을 오른팔의 블레이드로 베어가른다.
─그 순간, 일레인은 왼팔을 감고 있던 채찍을 휘둘러 노엘의 블레이드를 감싼다.
그리고 블레이드를 휘감은 채찍은 스파크를 일으킨다.
"고압, 전류…?!"
"당신이 그 장난감같은 왼팔을 끝까지 숨기고 있던 거랑 마찬가지야. 비장의 무기라는 건, 마지막까지 남겨둬야지?"
흉폭한 맹수와 같은 미소를 지으며, 일레인은 블레이드를 통해 노엘의 몸에 전류를 흘린다.
"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스파크에 휩싸인 노엘의 몸이 경련을 일으키고, 그녀의 몸을 감싼 메이드복이 군데군데 불타오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것이 얼마나 흘렀을까. 노엘의 몸은 힘없이 바닥에 쓰러졌다.
"끝났네요."
"노엘!!"
"어이쿠, 당신들의 상대는 그쪽에 있잖아, 아직."
"크…!!"
달려오려는 쿄우야를 레플리카들이 가로막는다.
그것을 본 쿄우야는 입술을 깨물고, 지면을 박찬다.
─미카미류 오의.
─신속(神速).
엑스조차, 쿄우야의 움직임을 놓쳤다.
다음 순간 쿄우야의 모습이 나타났을 때, 일레인의 레플리카 둘은 모두 파괴되었고.
쿄우야는 그대로 바닥에 나동그라졌다가 자세를 잡고 일어났다.
'이걸로 됐어… 다음은 저 녀석을…!'
[안 됐 군. 틀 렸 어.]
일레인을 파괴하기 위해 다음의 신속을 준비하던 쿄우야의 등 뒤에서.
─이 자리의 어느 누구의 것도 아닌 목소리가 들려왔다.
───to be continu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