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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RREGULAR HUNTER - 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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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이 움직여, 도마 위에 놓여져있는 야채와 고기를 자른다.
프라이팬 위에서는 계란이 구워지고, 냄비에는 된장국이 끓고 있다.
살짝 맛을 본 후 모자라다 싶은 조미료들의 통을 들고 분량을 달리 해서 집어넣는다.


그 일련의 과정들을, 엑스는 단 한번의 실수도 없이 해냈다.


"다 됐어요. 이제 나와도 되요."


혹시나 환영식 때와 같은 지옥도가 펼쳐질까 걱정하며 대피해있던 시그넘과 자피라가 모습을 드러낸다.
하지만 두 사람의 우려와는 달리, 부엌은 티끌 하나 없이 깨끗했다. 그야말로 예전에 엑스가 요리를 했을 때와는 비교도 안될 정도로.


"굉장하군. 그다지 연습하는 걸 본 적이 없는데…"
"백조는 물 밑에서 발을 움직인다죠."


몇번 손을 쥐었다 펴본다.
손가락 하나하나의 미세한 움직임도, 지금은 거의 자신의 의지대로 움직일 수 있게 되었다.


시그넘의 강타에 의해 밸런스 회로가 망가진 날부터 4개월.
이레귤러들과의 싸움을 거치고, 마그마 드래곤과 싸우고, 츠키무라 저택에서의 싸움을 거쳐오면서도 그의 몸에 있는 자동 재생 기능은 계속 작동되고 있었고, 밸런스 회로의 파손도 천천히 고쳐지고 있었다.
그 결과, 더이상 메뉴얼 조작에 의지할 필요가 없을 정도까지 회복. 80% 이상 수리된 상태다.


"시그넘 씨, 하야테랑 비타하고 샤멀 씨 불러와주세요. 준비 다 됐으니까."
"아, 네."


시그넘이 다른 가족들을 부르러 간 사이, 자피라가 엑스에게 말을 걸었다.


"…… 이젠 괜찮은가 보군."
"… 네. 걱정끼쳐서 죄송했습니다."


그렇게 말하며 쓴웃음을 짓는 엑스를 보며, 간신히 자피라는 안도했다.


3개월하고도 조금 전.
그때는 정말로 무슨 일이 나는 게 아닌가 하고 걱정했다. 직장을 그만두고 엑스 옆에 있어줘야 하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엑스의 분위기는 심상치 않았으니까.
하지만 그로부터 얼마 후, 엑스는 평상시의 모습을 되찾기 시작했으며, 지금은 완전히 원래대로 돌아왔다.
적어도, 그렇게 보이려고 노력하고 있었다.


엑스는 생각했다.
그로부터 상당한 시간이 흘렀고, 매일매일 빠짐없이 밖을 돌아다니며 찾고 있는데도 VAVA와 '사신'의 행적은 찾을 수 없었다.
설마 우미나리 시 바깥에서 무언가 일을 획책하고 있는게 아닐까 생각해본 적도 있지만, 뉴스나 신문이나 인터넷을 조사해도 딱히 특이하다고 할만한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도대체 뭘 꾸미고 있는걸까, 녀석들은…'


그렇게 생각하며, 엑스는 3개월 전에 있었던 '회의'를 떠올렸다.

 

 

 


IRREGULAR HUNTER - X



35화


 

 

 


싸움이 일단락되고, 아직 의식을 차리지 못한 야스지로를 저택 밖에 내다버린 다음 부상의 치료를 위해 저택으로 들어온 후.
나노하와 엑스는 지금까지의 일들 중 상당 부분을 털어놓게 되었다.


"… 그러니까 정리를 하자면… 나노하는 마도사가 되어서 쥬얼 시드라는 걸 봉인하고 또 새 친구들도 알게 됐다 그거지?"
"응. 숨겨서 미안…"


쿄우야의 말에, 나노하가 고개를 숙인다.
그에 맞추는 것처럼, 레이징하트도 몇번인가 불빛을 깜빡거렸다.


"그럼 이번엔 이쪽. ​'​레​플​리​로​이​드​'​라​는​ 로봇이 있는데 그 중 성질나쁜 놈들이 인간에게 해를 끼치는 걸 '이레귤러'라고 하고, 그걸 잡는 게 '이레귤러 헌터'. 아까 그 녀석은 이레귤러고 너는 헌터다… 맞아?"
"요약하면 그렇게 됩니다."


시노부의 말에, 엑스가 고개를 끄덕인다.
그것을 본 시노부는 잠시 한손으로 얼굴을 감쌌다가 한숨을 내쉬었다.


"갑자기 믿긴 어려운 이야기지만… 직접 봤으니 어떻게 할 말이 없네… 실제로 그 녀석이 위험한 것도 사실인 것 같고."
"그는 이레귤러 중에서도 특이 케이스입니다만. 제가 만나온 이레귤러 중 그 정도로 일그러진 자를 찾는 것도 어렵습니다."
"헤에… 이레귤러 중에서도 사이코패스란 말이지…"


VAVA의 경우엔 이레귤러 판정이 떨어지기 전부터 그랬다.
헌터였던 시절부터, 쾌락주의이자 이기주의의 극을 달렸으니까. 자신이 즐겁다면 뭐가 어떻게 되든 신경쓰지 않고, 그것에 휘말려 죽거나 파괴된 인간과 레플리로이드도 헤아릴 수 없다.


"… 고생 많았겠네, 두 사람 다."


가족들에게조차 비밀로 하고, '쥬얼 시드'라는 위험물과 맞서야 했던 나노하.
지금까지 이레귤러라는 위험 로봇들을 상대로 싸워온 엑스.
쿄우야나 시노부도 각자의 사정이 있고, 지금까지 많은 일들을 겪어왔기에 이해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도…


'동료 살해, 인가…'


쿄우야도 '뒤쪽 세계'의 어둠과 마주해오면서 지금까지 많은 일들을 체험해왔다고 생각했지만, 그런 일만큼은 겪어본 적이 없었다. 동료나 친구, 가족을 잃을 뻔한 적은 있었지만 결국 지켜냈었고, 일시적으로 동료나 가족들과 의견이 달라졌던 적도 있지만 서로의 목숨을 뺏고 빼앗을 정도로 싸운 적은 없다.
미사토와의 일조차, 결국에는 그녀가 마음을 고치는 것으로 해결됐었고.


그러나 엑스는 자신의 손으로, 바로 얼마 전까지 함께 목숨을 걸고 싸웠던 동료를 쓰러트리고 목숨을 빼앗았다고 한다. 그 동료 자신이 원한 일이며, 그것을 위해 그쪽에서 먼저 목숨을 걸고 달려들었다고는 하지만.
그 결단을 내리기까지, 그리고 그 결단을 행한 다음부터 지금까지 어떤 고뇌를 얼마나 했을까. 상상도 가지 않는다.


잠시, 옆을 본다.
자신의 동생 나노하와 그녀의 친구인 아리사. 엑스의 사정을 알고 있던 소녀들이다.
하지만 아까 엑스가 이야기할 때 그녀들이 반응했던 것을 생각하면, 나노하가 알고 있는 것을 아리사는 몰랐고 아리사가 알고 있는 것을 나노하는 몰랐던 모양이다.


요컨대, 엑스는 '그 자리에서 말려든 경우가 아닐 때'에는 자신의 일을 이야기하지 않았다는 것.
그것은 아마도 이 두 사람이 자신의 일에 그 이상 말려들게 되는 것을 막기 위함이었을 것이다.
지금까지 파악한 이 녀석의 성격이라면, 숨길 수 있는 이야기였다면 계속해서 숨겼을 것이다. 오늘 겨우겨우 이야기를 털어놓은 것은 그것이 불가능하게 되었기 때문이고.


그리고,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은 것도.
도움을 받거나 이해를 구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 숨길 수 없다면, 차라리 자신과 관련되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 알려서 말려드는 것을 피하게 하기 위함이다.

 


─즉, 이 녀석은 이 자리의 모두를 거부할 생각이다.

 


이 자리에 있는 어느 누구도 그런 거부를 받아들일 리 없는데도.
그 VAVA라는 이레귤러가 했던, '바보같은 녀석'이라는 말이 이제는 조금 이해가 간다.


"사정은 잘 알았어. 그렇지만… 너 혼자 그런 녀석과 싸운다고 하는 걸 내버려둘 수는 없어."


엑스의 표정이 살짝 굳어진다.
그러나 그것은 '놀라움'으로 인한 것이 아니고, 어디까지나 '예상했던 말'이 들이밀어짐에 따른 반응에 지나지 않았다.


"… 역시 그렇습니까."
"그래. 너는 아까 그 녀석이 쳐들어온 게, 네가 여기에 있었기 때문이라고 했지만… 결국 그 녀석은 일레인까지 데리고 갔지. 그 녀석과 그 녀석의 패거리가 밤의 일족의 기술을 노리지 않는다고 장담할 수 있어?"


그럴 일은 없다, 고 확실하게 말할 수 없다는 점이 슬펐다.
VAVA와 '사신'이 저쪽에서 이쪽으로 건너온 것이라면 어떤 병력도 갖고 있지 않을 것이다. 그런 그들에게 노엘이나 파린을 비롯한 자동인형의 기술은 충분히 노릴만한 가치가 있을지 모르고, 그 이외의 기술들도 '많을수록 좋은' 것이 당연. 이 세계에서 현용되고 있는 기술보다 높은 수준의 것이라면, 손에 넣으려고 든다고 해도 이상할 것이 없다.
대답하지 않는 엑스를 보며, 쿄우야는 말을 이었다.


"하나 더 묻겠는데. 그 녀석은 혼자 뿐이야?"
"아마도 최소 둘은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럼 데려간 일레인까지 셋 이상이라는 거군. 여기에 있는 헌터는 너를 포함해서 2명만 남았다고 했는데, 전부 커버할 수 있겠어?"


VAVA와 일레인만이라면 가능하다.
하지만 만약.


VAVA의 뒤에, 그 '사신'이 있다면.


"… 그럼에도, 그들을 막는 것은 저희들의 일입니다."
"아니, 의무감이 충실한 건 좋지만 말야…"
"우선 첫째로, 이곳을 노린다고 해도 그것은 VAVA가 아닐겁니다. 겪으셨다시피 그는… 저한테 굉장한 악의를 품고 있으니까요. 그에게 있어서 제 1목표는 어디까지나 저. 다른 쪽의 이레귤러가 나타난다고 해도… 저의 동료라면 제가 VAVA를 쓰러트릴 때까진 버틸 수 있을 겁니다."


이것은 조금 허세가 섞인 말이다.
자신이 VAVA를 쓰러트리는 동안 스톰 이글이 버틸 수 있느냐, 가 아니다.
스톰 이글이 버티는 시간 동안 자신이 과연 VAVA를 쓰러트릴 수 있느냐, 가 문제.


'… 할 수 있을까.'


비관적인 결론밖에 나오지 않는다.
적어도 몸이 완전히 회복되고 난 다음이라면 어떻게든 할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지금 상태에서는…


"물론 그게 네 일이라고 하는 건 알았어. 그걸 무시할 수도 없고. 하지만… 여긴 우리들이 사는 마을이야. 지금 이 일은 우리의 마을에서 일어난 일이고, 우리가 아는 사람들이 다칠지도 몰라. 그런 상황에서 보고만 있을 순 없잖아? 네가 우리 상황이었다면 어떻게 했을까?"


…… 즉, 이레귤러 헌터가 아니었을 때의 상황을 말하는건가.
…… 잘 모르겠다. 그런 상황 자체를 생각해본 적이 없어서.
이레귤러 헌터가 아닌 자신에 대해선, 생각해본 적도 없다.


"… 알겠습니다. 확실히 여러분은 이번 일을 겪은 당사자니까, 완전히 제외시킨다는 것도 불가능한 일. 그럼 절충하도록 하죠."


그 생각에 대해서는 미뤄둔 채, 일단은 눈앞의 일에 집중하기로 했다.


"첫째. 그들에게 공격을 받거나 발견했을 때는 절대 단독으로 접촉하지 말고 저에게 알려주세요. 그리고 제가 갈 때까지 기다리셔야 합니다. 둘째. 여러분의 지인이 공격당했을 경우에도 마찬가지. 달려가기 전에 연락부터 해주세요. 그리고 셋째… 절대, 여러분 쪽에서 먼저 그들을 찾으려고 하지 말아주셨으면 합니다. 확실히 VAVA가 이레귤러 중에서도 최상위 레벨이긴 하지만, 그 이외의 이레귤러라고 해도 사람이 맞서기엔 위험하니까요. 그것은 쿄우야 씨가 '보통 사람'의 범주에서 벗어난 힘을 갖고 있다고 해도 마찬가지입니다."
"아, 그럼 저희들의 경우엔─"
"노엘 씨와 파린 씨도 안되는 건 마찬가지예요. 위험하다는 건 당연한거고, 무엇보다 납치라도 당하면 큰일이니까."


발언하려고 했던 파린은 말이 가로막히자 곧바로 시무룩해졌다.
엑스의 말을 들은 시노부는 쿄우야와 몇번 시선을 교환하고, 곧 고개를 끄덕인 후 엑스를 향해 돌아보았다.


"앞의 둘은 당연한 일이니까 그렇다고 쳐도, 세번째는 지나치지 않아? 우리들이 찾아내고 너한테 연락을 준다는 방법도 있잖아."
"그 '찾는 행위' 자체가 지극히 위험을 동반하고 있으니까요. 그들이라면 추격 정돈 대비했을테고, 그 수준은 '인간이 추격에 대비하는' 수준이 아닐 게 분명합니다."


시노부는 잠깐 고민하며 혀를 찼지만 엑스의 말에 틀린 점은 없었다.
확실히 아마추어인 자신들─쿄우야는 제외하더라도─이 그들을 추적한다고 해서 찾아낸다는 보장은 없고, 설령 어설프게 실마리를 잡는다고 해도 그 때문에 위험에 노출될 수도 있다.


"… 할 수 없네. 하지만 이쪽에서도 조건을 걸고 싶은데."
"들어드릴 수 있는 범위 내의 것이라면."


엑스가 대답한 그때.
시노부가 지은 웃음을, 엑스는 영원히 잊지 못할지도 모른다.

 


"스즈카들하고는 앞으로도 전처럼 만나줄 것. 문제없지?"

 

 

 


"그나저나 놀랐어요… 지금까지 휴대폰 번호라고 생각하고 걸었었는데, 그게 엑스 씨 머리에 직접 연결되는 거였다니."


스즈카의 말에는 모두가 동감을 표했다.
노엘과 파린조차도, 여러 가지 의미에서 자신들을 훨씬 넘는 오버 테크라고 표현했을 정도니까.


"나노하의 마법도 그렇고, 엑스 군의 일도 그렇고… 오늘은 정말 정신없는 하루였네. 다치기도 많이 다쳤고. 뭐, 후반부는 스릴넘치기도 했지만."
"… 스릴 두번만 넘쳤다간 저택이 ​날​아​가​버​릴​거​예​요​.​"​


그때의 포격은 생각만해도 소름이 끼친다. 노엘조차 그렇게 생각했을 정도니 무엇을 더 말할까.


"뭐어, 그렇지… 하지만 엑스 군도 대단했어. 용감하다고 생각은 했지만 설마 그렇게 주저없이 포격 앞에 몸을 던질 수 있을 거라곤 생각 못했거든. 그렇지, 노엘?"
"… 네. 그때의 일에 대해선 감사드립니다."


노엘이 고개를 숙이자, 엑스의 얼굴에 동요가 떠올랐다.


"… 아니오, 천만에요. 이것저것 생각해서 한 일이니까요. 제 갑옷이라면 포격을 견뎌내고 반격할 수도 있을 거라고 계산했으니까 그렇게 행동한 것 뿐이에요. 만약 같은 상황이고 저에게 아머가 없는 상황이었더라면 같은 일을 했을지 어땠을지─"

 


"엑스 씨라면, 똑같이 행동하셨을 거라고 생각되는데요."

 


미소와 함께 되돌려지자, 뭐라고 할 말이 없어졌다.
사실이었으니까. 만약 그때와 같은 상황이 온다고 해도, 주저없이 VAVA의 포격 앞에 설 것이다. 그것을 말하지 않는 것은, 단순히 그렇게 말하는 것이 쑥쓰러웠기 때문이다.


노엘의 말에 대답하지 못하고, 고개를 숙였다. 100년만에 얼굴이 뜨거워졌다.
그 순간 아리사가 팔꿈치로 엑스의 옆구리를 찔렀지만, 그 이유는 몰랐다.


"네네, 엑스 군이 어찌할 도리가 없을만큼 착한 바보라고 하는 건 잘 알았으니까 그쯤 해둬. 아무튼 이 이야기는 이 정도로 해두자구."
"… 그렇군요. 저도 이제 슬슬 돌아가보지 않으면 안될 것 같고."


분명 처음에는 식사가 목적이었고.
그 이후에는 기껏해야 엑스에 대해 알아보는 정도였는데, 이 정도로 큰 사고로 발전하게 될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츠키무라 가에서의 회의는 그것으로 끝을 맺었다.
나노하와 스즈카, 그리고 쿄우야는 조금 후에 나오기로 했고, 엑스는 회의가 끝난 후 저택에서 나왔다.


"그, 저기… 오늘은, 굉장히 감사했어요!"


배웅을 나온 파린에게까지 감사 인사를 받고, 엑스는 조금 힘이 빠졌다.


"감사하실 필요없습니다. 근본적인 원인을 따지면 그가 쳐들어온 건─"
"그것 뿐만이 아니라, 일레인들이 왔을 때도요. 스즈카 아가씨나 다른 분들을 지키기 위해 싸우신 거잖아요?"


…… 그러고보니 그 일도 있었군.
VAVA의 임팩트가 워낙에 컸다보니 그것을 잠시 잊고 있었다.


"본래 일레인 타입은 저희들보다 훨씬 강하니까, 엑스 씨가 도와주지 않으셨다면 이렇게 다들 무사한 채 끝나지 않았을 거라고 생각해요."
"… 쿄우야 씨는 늑골이 하나 부러졌고, 시노부 씨도 비슷한데다 노엘 씨는 양팔이 잘렸는데요. 새 파츠로 교환한 모양이지만."


그 피해 상황을 생각하면 '무사히'라는 말은 맞지 않을 것이다.


"그치만… 아무도 죽진 않았죠. 저는 그게 엑스 씨 덕분이라고 생각해요."


그렇기 때문에, 감사하고 있다.
파린은 그렇게 말하고 있는 것이다.
엑스는 잠시 동안 그녀를 바라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 이후로 지금까지는, 평화로웠다고 할 수 있다.


여전히 아리사나 스즈카와 만나거나.
가끔 쿄우야와 만나 도장에서 대련을 하거나.
마법 관련으로 나노하와 이야기를 나누거나.
츠키무라 저택에 초대를 받거나.
스톰 이글과 만나서, 정보를 교환하거나.
그리고 그를 다른 사람들에게 소개하거나.


문자 그대로, '보통의 일상'이 이어져왔다.

 


─기분나쁠 정도로.

 


VAVA도 '사신'도, 그다지 느긋한 성격은 아니다. '사신'은 좀 낫지만 VAVA는 인내심이라는 것 자체를 가지지 않았다. 하고 싶은 일은 어찌되었든 하고야 말고, 그걸 가로막는 것들은 모조리 때려부숴버린다.
그런 두 이레귤러가 지금까지 조용히 있다. 도대체 무엇을 꾸미고 있는걸까.


"엑스 군?"
"… 응?"


정신을 차려보자, 하야테가 소파에 누워있는 자신의 얼굴을 내려다보고 있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하야테는 휠체어에 앉아있는 상태였기에 얼굴과 얼굴의 거리가 상당히 가까웠지만, 두 사람 모두 그런 것 정도론 신경도 쓰지 않는다.


"… 무슨 일이야?"
"심각한 얼굴하고 있길래. 또 무슨 일 생긴 거가?"


그 반대다. 아무 일도 생기지 않았기 때문에 초조한 것이다.


"아니, 아무것도 아냐."
"……"
"정말로. 아무것도 아니라니까."


그야, 지금까지가 지금까지니까 못믿는 것도 어쩔 수 없지만.
쓴웃음을 지으며 그렇게 생각했다.


"흐응…"


저, '어쩔 수 없으니까 믿어준다'는 얼굴도 변한 것이 없다.


"뭐, 그라믄 그렇다 친대도… 엑스 군은 진짜 중요한 일은 싹 숨겨버리니께 말이제."
"아하하… 그건 정말 할 말 없네."


슬슬, 결심을 해야할 때일지도 모르겠다.
자신이 그녀들을 진심으로 가족으로 맞아들이기 위해서.
자신이 그녀들에게, 진짜 가족으로 받아들여지기 위해서라도.

 


─역시, 말하지 않으면 안되겠다.

 


"저기, 하야테."
"응?"
"전에는 미안했어."


우선은, 저번에 저지른 일에 대한 사과부터.
하야테는 잠시 눈을 크게 떴지만, 곧 평소대로의 얼굴을 하며 고개를 저었다.


"뭐어, 뭐어. 엑스 군이 원래대로 돌아왔다고 하믄 상관없지만서도… 마이 섭섭했데이."
"… 응."


3개월하고 조금 전.
밖으로 나가기 전까지만 해도, 부서져버릴 것 같이 위태로워 보이던 엑스.
하지만 나갔다가 돌아온 이후에는, 예전과 거의 차이가 없을 정도로 회복되어 있었다.


회복한 원인이 그 시간 사이에 일어난 '어떤 일'에 있다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그 '어떤 일'이 무엇이고, 엑스를 치유해준 '누군가'가 누구인지는 모르지만, 하야테는 고마워하고 있었다.
그녀에게, 소중한 가족을 돌려주었으니까.

 


─그러나, 분한 마음도 있었다.

 


엑스는 그의 사정을 자신에게 말해주지 않았다.
그 '누군가'는, 자신조차 모르는 엑스의 사정을 알고 그를 도와주었다.


자신보다, 엑스에 대해서 더 잘 알고 있는 사람이 있다.


그것이, 아주 약간 분했다.
물론 그 사람─혹은 그 사람들─에게 감사하는 마음은 변하지 않았지만.


하야테가 그렇게 생각했을 무렵.
엑스가 입을 열었다.


"안그래도… 그것 때문에 모두에게 할 말이 있거든."
"… 응?"
"오늘 모두가 돌아오고 저녁 식사가 끝난 후에, 모두에게 할 말이 있어."


잠시 동안, 엑스가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하려고 노력했다.
즉, 지금의 그 말은─


"… 이야기, 해주는 기가?"
"응. 모두가 모르는 동안 내가 무슨 경험을 했는지, 누구와 만났는지, 무엇때문에 그렇게 됐었는지… 전부 다."


언젠가는 털어놓아야할 이야기였다.
그것을, 이제까지 질질 끌어왔던 것 뿐이다.

 


하지만 이제 말하지 않으면 안된다. 언제까지고 가족들에게 걱정을 끼치면서 '비밀'로 할 수는 없으니까.

 


엑스의 이야기. 그 의미를 알아차린 하야테는, 점점 얼굴이 밝아지기 시작했다.


"응… 응! 그라믄 오늘 저녁 식사 때 쓸 장도 봐놔야 겠네! 중요한 이야기니까!"
"아니, 그렇게까지는…"


갑자기 활기가 넘치기 시작한 하야테를 보며, 엑스는 어쩔 줄을 몰라했다.

 

 

 


모든 것을 이야기한다.
그럼으로서, 모두를 휘말리게 해버릴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말하지 않으면 안된다.


모두에게 모든 것을 말하고, 모두의 의견을 물어보고.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들어보고.
그렇게 하며, 보다 나은 길을 가기 위해 노력한다.


그것 역시, '가족'이라고 생각했다.


'… 가족, 이라…'


자신과는 인연이 없는 단어라고 생각했다.
그랬는데,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여 넘어온 이 세계에서 가족을 만들게 되었다.


자신의 앞에서 열심히 휠체어를 움직여 집안으로 들어가려는 소녀─ 하야테를 바라보았다.


자신을 가족으로 받아들여준 소녀.
자신에게 가족을 만들어준 소녀.
자신과 함께─ 자신이 살아갈 목적을 찾아주기로 한 소녀.


그런 그녀를, 언제까지고 속이고 싶지 않았다. 다른 가족들에게도 마찬가지다.
그렇기에, 말하기로 했다.

 


설령 자신이 말하는 것으로 그녀들에게 어떤 위협이 닥쳐온다고 해도.
자신이 그것을 막고, 모두를 지켜낸다. 그럴 수 있도록 강해지기로 했다.

 


이제 더는… 아무도 잃어버리고 싶지 않았으니까.

 

 

 


​─​R​R​R​R​R​R​R​R​R​R​R​R​R​R​R​R​R​R​R​R​R​R​R​R​.​


"… 어?"
"엑스 군? 와 그라노?"


머리 속에 전화가 들어온다.
번호는…… 스즈카의 번호다.


"… 하야테. 나 잠깐 나갔다 올게."
"응? 어데로?"
"조금 볼 일이 생겨서. 괜찮아. 해 지기 전까진 돌아올 거니까."
"… 뭐, 그라믄 괜찮겠지만… 늦지 말그레이."
"응. 갔다올게."


그렇게 말하고, 엑스는 집에서 나왔다.
그리고 머리 속에서 계속 울리고 있는 신호음을 끄고, 전화를 받았다.


"스즈카? 무슨 일이야?"

 

 

 


[여어. 오랜만인데.]

 

 

 


100년 전부터.
3개월하고 조금 전까지.
엑스와는 끝없는 악연으로 묶여있는 '반역자'의 목소리.
잊고 싶어도 잊을 수 있을 리 없다.


"…… 너……! 어떻게?!"
[아아, 이 전화 말이냐. 옆에 있는 아이 걸 잠깐 빌려쓰고 있는건데.]


빠드득, 하고 이를 갈았다.


방심했다. 그렇게밖엔 말할 수 없었다.
좀더, 신경썼어야 했던 건데…!!


[뭐, 그런 건 아무래도 좋다치고 말야. 지금 광장공원이거든? 바로 나와주지 않겠어?]


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엑스는 통화를 끊고 달리기 시작했다.
VAVA가 말한, 광장을 향해서.


'스즈카…!!'


부디, 무사하길.

 

 

 


"자, 다 썼어. 빌려줘서 고마워."
"아니오, 천만에요. 친구 분한테 하신 건가요?"
"응. 조금 급하게 처리해야할 일이 있었거든. 덕분에 잘 됐어."


선글라스를 낀 흑갈색 머리의 소년은 상냥한 미소를 띄우며, 조금 전 자신이 건 번호를 삭제한 다음 스즈카에게서 빌린 휴대폰을 돌려주었다.


"미안. 갑자기 휴대폰 빌려달라는 무리한 부탁을 해서."
"괜찮아요. 짧게 쓰셨고."


두 사람은 잠시 동안 웃었다.


"스즈카 아가씨~!"
"아, 이제 가봐야 겠네요. 안녕히 계세요."
"아아. 잘 가, 꼬마 아가씨."


저 멀리서 파린이 자신을 찾는 목소리가 들리자, 스즈카는 소년에게 꾸벅하고 고개를 숙여 인사한 후 그쪽으로 달렸다.
그리고 소년도 그런 스즈카를 보고 손을 흔들며 인사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인파 속에 묻혀서 스즈카의 모습이 사라지고.
소년의 얼굴에서, 웃음이 깨끗이 지워진다.


"흐음. 「밤의 일족」과 「자동인형」이라고 해도, 역시 이 모습이면 못알아보는 모양이군."


한번 만났는데도 불구하고. 그것도 상당히 임팩트가 큰 만남이었을텐데.
소년─ 아니, 인간의 모습으로 변한 VAVA는 그렇게 생각하며 광장의 분수대 위에 걸터앉았다.


엑스의 성격을 생각하면, 지금 이 정도만으로도 머리끝까지 열이 올라 달려올 것이 분명하다.
그럼 이제 남은 문제는 언제 오느냐 인데…

 

 

 


​"​V​A​V​A​…​…​!​!​"​

 

 

 

 

"오, 빠른데."


조금이지만 감탄했다.
숨을 가다듬는 엑스를 보며, VAVA는 주머니에 손을 찔러넣은 채 걸음을 옮겼다.
엑스는 주변을 두리번 거리다가도 VAVA를 포착하고는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그 모습은…?!"
"이거 말이냐. 기본적으론 지금 네가 하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야. 별로 마음에는 안들지만, 인간들에게 덜 방해받는다는 이점이 있으니까. 설마 너, 네가 할 수 있는 걸 내가 못할 거라고 생각했냐."


인간들의 틈에 묻혀.
인간의 모습으로 의태하고 있는 두 레플리로이드.
그 사이에, 약간의 정적이 흘렀다.


엑스는 고민했다.
지금 이 상황을 어떻게 해야할지, 눈만을 가끔 움직여 주변의 사람들을 보면서.


그리고 그런 엑스를 보며, VAVA는 스즈카에게 지어보인 것과 똑같은─ 도저히 믿기지 않지만, 상냥한 웃음을 띄우면서 말했다.


"어떻게 생각해?"
"… 뭘 말야."


퉁명스럽게 되묻는 엑스.
하지만 VAVA는 신경조차 쓰지 않고 말을 이었다.


"어디 보자… 이 도시 크기하고 전체 인구 수를 계산에 넣은 다음 절반이 노약자나 어린애나 여자라고 한다면 어떨 거 같아?"
"……!!"
"이 도시를 지도에서 지워버리는데 3시간이면 된다고 장담해줄 수 있는데."


엑스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한순간 그의 오른손이 '기계'의 것이 되며 스파크를 일으키지만, 엑스는 지금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 기억해내고 다시 손을 인간의 것으로 되돌렸다.
다행히도 지금 그것을 본 사람은 없어보인다.


"… 도대체 어쩔 셈이야…!"
"응? 아아. 내 목적을 묻는거냐? 아주 간단하지."


그리고 VAVA는.
여전히, 친절함과 상냥함이 가득 묻어나는 미소를 띄운 채.


─최악의 '선고'를 내렸다.

 

 

 


"여기서 네가 나와 싸우지 않겠다면, 나는 여기있는 인간들을 한 시간동안 맨손으로 쳐죽일거다. 물론… 나와 싸워주겠다고 하면, 이 도시가 내 '전력'에 얼마나 버틸 수 있는지 시험해보는 게 되겠지만."

 

 

 


VAVA가 최악의 '선고'를 내리고.


정확히 그 10분 후.

 

야가미 하야테가 쓰러져, 병원으로 이송된다는 사실을.

 


지금의 엑스로서는 알 길이 없었다.

 

 

 


───to be continue



드디어 회복됐습니다. 메뉴얼 조작이 필요없게 됐어요.

그럼 뭐하나. 배틀 스테이지가 저 모양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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