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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RREGULAR HUNTER - 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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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징하트가 이변을 느끼고 자신에게 알린 것은 저녁 늦게의 일이었다.
그 직후 결계가 펼쳐지는 것이 느껴졌고, 나노하는 곧바로 바깥으로 나왔다.

─나온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날아오는 빛의 유도탄에 공격을 받고.
─그것을 막아내자마자 반대쪽에서 날아오는 망치를 막아내야 했다.

공격을 받아 추락하면서 셋업. 배리어자켓을 두른 나노하는 상대─ 처음보는 소녀에게 정체를 물었지만, 대답하지 않은 채 공격해왔다.
사방에서 날아오는 철구들과 자신을 향해 휘둘러지는 망치. 지금까지 느껴본 적 없는 파괴력.

간신히 틈을 잡아서 발사한 디바인 버스터는 소녀의 모자를 날려버리는 것에 그쳤다.
그리고 그 직후에 무시무시한 반격을 맛보았고, 소녀의 망치는 나노하가 쳤던 방어벽을 모조리 부수고 레이징하트까지 손상시켰으며, 나노하의 몸을 강타했다.
그대로 날려간 나노하는 한 건물의 벽을 부수고 들어가버렸고, 소녀는 그 뒤를 따라 들어왔다.

조금 전까지의 공격들도 강력했지만, 장벽을 때려부술 때의 위력은 그 전과도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 공격이 명중되는 임팩트의 순간, 파괴력이 갑자기 폭발적으로 상승했던 것이다.

'지금건… 대체…?'

생각하고 있을 틈조차 주지 않고, 망치를 든 소녀가 걸어오는 것이 보였다.
소녀가 망치를 두 손으로 붙잡고 자신을 향해 내려쳤을 때, 나노하는 눈을 감아버렸다.

하지만.
금속끼리 부딪히는 소리가 들리고.
아무리 기다려도 고통이 느껴지지 않자, 눈을 떴다.

그녀의 눈 앞에, 또다른 소녀가 가로막고 서있다.
뒷모습밖에 보이지 않지만, 어떻게 그녀를 모를 수가 있을까.

검은 색의 망토.
두 갈래로 올려묶은 금빛의 머리카락.
나노하를 향해 내려쳐지던 해머를 가로막고 있는 검은 배틀 액스.
수개월 전의 사건을 계기로, 나노하와 친구가 되었던 소녀.

─페이트 테스타롯사.

"괜찮아? 나노하."

옆에서 들려온 목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그녀에게 레이징하트를 선물하여, '마법'과 만나게해준 소년.

"유노… 군…?"
"응. 이젠 괜찮아."

유노는 나노하를 안심시키려는 듯한 미소를 띄운다.
한편, 페이트와 바르디슈에 가로막힌 소녀는 이를 갈며 말했다.

"제길, 동료냐…!"
"…… 친구다."

소녀의 말에 페이트는 조용히, 그러나 강한 마음을 담아 대답했고, 망치를 밀어낸 후 바르디슈를 대낫의 형태로 바꿨다.
밀려난 소녀가 자세를 바로잡고 경계태세를 취하는 동안, 건물의 구멍으로 또 한 사람이 나타났다.

[좀 늦었나…]
"이글 씨…?!"

쥬얼 시드 사건 때 자신들을 도와주었던 전투기인(나중에 크로노에게 그런 단어를 들었다)집단 이레귤러 헌터.
그 중 한 사람인 스톰 이글. 그가 이곳에 와준 것이다.

나노하의 앞에 유노와 페이트.
맨 뒤쪽의 입구에 스톰 이글.
망치의 소녀는 그 사이에 포위되어있었다.
 
 
 

IRREGULAR HUNTER - X


40화


 
 
 

'쳇…!!'

말해두지만, 비타는 저돌맹진이긴 하지만 결코 어리석지 않았다. 그녀로서도 지금 이 상황이 대단히 나쁘다는 것은 완전히 파악하고 있으니까.
강한 마력을 가진 하얀 꼬마를 발견하고, 카트리지를 로드해 얻은 힘으로 단숨에 때려눕혔다. 하는 김에 자신을 향해 발사한 포격 마법에 의해 망가져버린, 하야테가 만들어준 토끼의 모자를 부순 것도 되갚아주었고, 디바이스를 파괴해 무력화시켰다.
거기까진 좋았는데, 문제는 그 다음. 갑자기 나타난 녀석들이 수집을 방해한 것도 모자라 그 뒤에 나타난 독수리 머리의 괴뢰병─이라고 하기엔 상당히 의심스럽지만─까지 나타나 자신을 포위하고 있다.

어떻게 해야할까.
그녀 역시 베르카의 기사. 1 :1의 싸움이라면 누구에게도 지지 않을 자신이 있다. 1 : 1이라면.

상대는 조금 전 자신이 때려눕힌 꼬마와 거의 같은 정도의 마력을 가진 '검은 꼬마'. 때려눕힌 꼬마를 치료하고 있는 남자아이가 하나. 그리고 자신의 뒤에 서있는 독수리 머리 괴뢰병이 하나.
앞의 둘은 마도사로 보이고 역량도 대략적으로 파악할 수 있었지만, 뒤의 괴뢰병은 어느 정도의 실력을 가지고 있을지 짐작도 가지 않았다.

일단 마력은 느껴지고, 그다지 높지도 않다. 저 독수리와 같은 수준의 마력을 지닌 마도사라면 한방에 때려눕혀줄 수 있다.
그렇지만.

'이 녀석… 방금 말하지 않았나…?'

마력으로 움직이는 괴뢰병이라면 말을 하는 것도 불가능할거고, 지금처럼 자율적으로 움직이는 것도 할 수 없을 것이다. 즉, 이 녀석은 단순한 괴뢰병이 아니라 정체불명의 다른 물건이라는 이야기다.
거기까지 생각했을 무렵, 눈앞의 검은 소녀─ 페이트가 말을 걸어왔다.

"민간인을 향한 마법 공격. 경범죄로는 끝나지 않을 죄다."
"뭐야, 너는. 관리국의 마도사냐?"
"시공관리국 촉탁 마도사, 페이트 테스타롯사. 저항하지 않는다면 변호의 시회는 있다. 동의한다면 무장을 해제해."

그 말을 듣는 순간 머리에 열이 올라 소리쳤다.

"누가 할 것 같냐!!"
 
 
 

'일단 끼어들긴 했는데…'

이 꼬마는 어디의 누구이고 무엇이 목적이길래 갑자기 나노하를 찾아와 공격한 것인가.
그것을 알아내는 것은 자신이 할 일이 아니다. 인간 꼬마를 상대로 싸울 수는 없으니까.
자신이 빠지고 나노하가 부상이니까 싸울 수 없다고 하더라도 페이트와 알프, 유노까지 있다. 상대가 암만 강한 마도사라고 해도 문제될 건 없을 거라고 생각한다.

'… 하지만, 만약에 저 애들이 밀리면…'

그때도 이렇게 방관할 것인가.
시그마의 날이 오기 전까지, 스톰 이글은 우수한 헌터로서 이름을 날렸다. 명예와 규율을 중시하고, 동료들 사이에서도 평판이 좋았다. 시그마에게 패배하지만 않았더라도 그는 계속 헌터로서 명성을 떨쳤을 것이다.

그러나 그런 스톰 이글이라고 해도, 우선 순위라는 건 있다. 똑같은 '인간'이라고 하더라도 전혀 모르는 인간보다 면식이 있는 인간쪽이 중요하다. 사고 뉴스같은 걸 봐서 모르는 인간들이 많이 죽었다고 한다면 기분이 언짢아지기도 할테고 애도도 하겠지만, 그것 뿐이다. 결코 오래 가진 않겠지.
아마도 자신은, '모르는 인간'이 '아는 인간'을 공격한다면 '아는 인간'을 도울 것이다. 그런 타입일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막상 이런 상황에 처하자, 역시 주저감은 생겼다.

'…… 웃기는군.'

이제와서 뭘 망설이는건가.
시그마의 명령에 따라, 비행선으로 인간의 도시를 폭격해버리려고 했던 주제에.

"누가 할 것 같냐!!"

그 순간 비타의 외침이 스톰 이글의 귀에 들려왔다.
그쪽을 바라보자, 비타가 해머를 들어올린 채 이쪽을 향해 돌진해오는 것이 보였다.

'공격할 셈인가…!'

나노하의 전투력은 스톰 이글도 잘 알고 있다. 그런데도 저렇게 엉망으로 당했다는 건, 이 꼬마의 실력이 얕볼 물건이 아니라는 것을 의미한다.

"라켄틴 해머!!"

해머의 뒤쪽에서 부스트가 뿜어져나오고, 해머가 회전하는 스피드가 급상승한다. 아마 파괴력도, 그냥 내려치는 것보다 더욱 강해졌겠지.
팔을 교차시켜 들어올리고, 날개로 몸을 감싼 완전 방어태세에 들어간다. 그 방어의 위로, 그라프 아이젠이 부딪힌다.

'단단해, 이 자식…! 마법 장벽도 이 방어력이라고?!'
'이 파워는…! 이 꼬마, 정말로 인간인가?!'

방어를 한 스톰 이글이 그 방어 채로 날려간다. 그 대신 공격을 한 비타도, 그라프 아이젠으로 스톰 이글을 때린 반동으로 저린 손을 움켜쥐었고.
하지만 곧 이를 악물고, 스톰 이글의 날개를 밟고 그대로 밖으로 나갔다.

[도망칠 셈이냐?!]
"누가 도망쳐?! 밖에서 승부를 보자고!!"

그녀의 전투 방식상, 좁은 안쪽에서의 싸움보다는 거칠 것이 없는 밖에서 싸우는 것이 훨씬 낫다.

"유노. 나노하를 부탁해."
"응!"

페이트가 비타의 뒤를 쫓아가고, 유노는 나노하의 치료에 집중한다.

"페이트의 재판이 끝나고, 다 같이 나노하와 연락하려고 했어. 그런데 연락은 안 통하고, 관리국에서 조사해봤더니 광역 결계가 생겨 있고… 그래서 서둘러서 우리가 온 거야."
"그렇구나…… 고마워."
"그런데 지금 그건 누구야? 왜 나노하를…"
"모르겠어. 갑자기 습격해왔으니까."

유노가 고개를 돌려 스톰 이글을 바라보았다.
스톰 이글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나도 몰라. 멀리서 순찰 중이었는데 결계가 펴진 걸 보고 왔다가 너희들과 만난 거야.]
"이글 씨도 모르시는군요…"

애초에 그는 마도사가 아니니까. 보통이라면 알 리가 없다.
하지만 문제될 것은 없다. 잡아다가 물어보면 되니까.

"이젠 괜찮아. 페이트도 있고… 알프 씨도 있으니까."
"… 알프 씨도…?"
 
 
 

성가셨다.
그것도, 아주 성가셨다.
이 둘. 검은 옷의 소녀와 방금 자신의 배리어를 깨부순 붉은 늑대의 사역마.
하나가 공격해오면 다른 한쪽은 빈틈을 찌르고, 역할이 바뀌었을 때 행동의 전환도 순식간. 마음과 마음으로 연결되어있는 마도사와 사역마의 콤비네이션이라고 하는 건, 상당히 상대하기 싫은 타입이다.

쓰러트리는 것 자체는 하려고 하면 할 수 있다. 문답무용으로 힘으로 밀어붙여 때려부수면 되니까.
그러나, 그렇게 해서는 의미가 없다. 뭐라고 해도 자신은 마력을 갖고 돌아가지 않으면 안된다.

'남아있는 카트리지는 2발. 할 수 있을까, 이걸로…!'

​"​하​아​아​아​아​아​앗​!​!​"​

비타를 향해 금빛의 마력 칼날이 휘둘러졌다.
재빠르게 그라프 아이젠을 들어올려 그것을 받아내자, 적색과 금색의 마력 파편이 사방으로 퍼졌다.
페이트를 밀어낸 후, 그것을 추격하기 위해 돌진했다.

그것이, 실수였다.

주황색의 마법진이 자신의 주변에 나타났고, 그 순간 양손과 양발이 바인드에 걸려 꼼짝도 못하게 묶였다.

"윽?!"

벗어나기 위해 손과 발에 힘을 줘보지만, 풀리지 않는다.
그런 비타를 보며, 페이트가 냉정하게 말했다.

"이걸로 끝. 이름과 출신 세계, 그리고 목적을 알려줘야겠어."

물론 비타에게는 그 말에 따른다는 선택지따윈 처음부터 없었다.
구속을 풀기 위해 이를 악물고 필사적으로 발버둥치지만, 그녀의 사지를 묶고 있는 바인드는 풀릴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큰일났다… 이대로는…!'

여기서 잡힐 수는 없다. 그녀에게는 하지 않으면 안되는 일이 있으니까.
하지만, 어떻게 해야할까.

도대체, 어떻게─
 

"페이트, 위험해!!"
 

알프의 외침과 거의 동시에.

─페이트의 바로 아래쪽에서, 참격(斬擊)이 치솟아 올라온다.

"?!"

페이트의 바르디슈와 한 자루의 검이 부딪히고, 페이트는 그대로 뒤로 날려갔다.

"타아아아앗!!"

페이트를 보며 알프가 곧 날아가려고 하지만 그런 그녀도 곧 공격을 받는다.
갑자기 날아온 발차기. 방어는 했지만, 그 방어채로 날려진다.

─페이트를 공격한 붉은 머리의 검사─ 시그넘이 검을 들어올린다.

"레반틴. 카트리지 로드."
​「​E​x​p​l​o​s​i​o​n​.​」​

그녀의 검, 불의 마검 레반틴이 응답하며 카트리지를 로드한다.

아주 머나먼 옛날, 보유 마력이 뒤떨어지던 베르카의 백성이 결점을 극복하기 위해서 고안해낸 마력 증강 시스템. 베르카식 최대의 특징 중 하나이며, 압축마력을 담은 카트리지를 탄환처럼 로드하는 것으로 순간적으로 폭발적인 마력을 얻는다. 아까 전 비타가 나노하를 압도할 수 있었던 것도 이 시스템의 힘이 컸다.

레반틴이 붉은 불꽃과 푸른 기류에 휩싸인다.
그리고 시그넘은 레반틴을 들고 돌진하여, 페이트에게 내리친다.

​"​자​전​일​섬​(​紫​電​一​閃​)​!​!​"​

시그넘의 돌진은 확실히 빨랐다.
하지만 페이트의 스피드로 본다면, 대응하지 못할 정도는 아니었다. 페이트는 바르디슈를 들어올려, 시그넘의 검을 받아냈다. 그것은 틀림없다.
 

─단지, 그것을 받아낸 바르디슈의 자루가 둘로 쪼개졌을 뿐이다.
 

페이트가 그것에 놀랄 틈도 없이, 시그넘은 다음 공격으로 이었다.

​「​D​e​f​e​n​s​e​r​.​」​

경악하는 페이트를 대신하여, 바르디슈가 방어마법을 펼쳐 시그넘의 화염검을 받아냈다.
바르디슈가 사용하는 고속 자동 방어 마법. 프로텍션보다 빠르고 마력 소비도 적은 반면, 방어력도 그만큼 떨어진다. 시그넘의 검은 디펜서를 깨트리고, 그대로 페이트를 지상으로 떨어뜨렸다.

"페이트!!"

알프가 소리치며 달려들지만, 그 앞을 갈색 피부의 수인 남자─ 쟈피라가 가로막았다.

"이게…!!"

알프는 이를 갈았지만, 비켜갈 수는 없어보였다.
 
 
 

"페이트 짱… 알프 씨…!"

그 광경은 지켜보고 있던 세 사람에게도 보였다.

"역시 도우러 가지 않으면 안되겠어… 이글 씨, 먼저 가주세요!"
[… 알았다.]

대답은 했지만, 스톰 이글의 목소리는 미묘하게 떨리고 있었다.
조금 마음에 걸렸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거기에 신경쓸 겨를이 없다.

스톰 이글이 날개를 펼치고 날아가는 것과 함께, 유노가 수인(手印)을 맺는다.

"신묘한 울림이여, 빛이 되어라. 치유의 원 안에 강철의 방호를 내려라."

주문의 영창이 끝나자, 나노하의 발밑에 연두빛의 마법진과 함께 반원형의 방어막이 함께 생겨났다.

"라운드 가더 익스텐드. 회복과 방어의 결계 마법이야. 나노하는 절대 여기서 나오지마."

나노하가 고개를 끄덕이자, 유노는 하늘을 향해 도약했다.
 
 
 

"어떻게 된거냐, 비타. 방심이라도 했나?"
"시끄러. 지금부터 역전할 생각이었다고."

고개를 돌리면서 그렇게 말한다.
어디를 어떻게 봐도 위기일발이었지만.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시그넘은 굳이 비타의 자존심을 건드리지 않기로 했다.

"그런가. 그럼 미안하게 됐군."

시그넘이 들어올린 손이 그녀의 마력빛으로 빛나고, 곧 비타를 감싸고 있던 알프의 링 바인드가 풀렸다.

"하지만 너무 무모한 짓은 하지마. 네가 다치기라도 하면 우리의 주인께서 슬퍼하신다. 그리고 그 사람도."
"… 알고 있다고, 그런 거."

하야테와 엑스의 상냥함은 시그넘에 의해 상기받지 않아도 충분히 알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것에는 솔직하게 대답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떨어뜨린 물건."

볼을 부풀리고 고개를 돌려버린 비타의 머리에, 모자가 씌워진다.
아까 전 나노하의 포격에 휘말려 떨어뜨렸던 토끼 모자. 망가진 곳도 없었다.

"파손은 고쳐뒀다."
"… 고마워, 시그넘. … 어라? 어둠의 서가, 없어?!"
"그거라면 샤멀이 회수했다. 정말이지, 조심해."
"…… 으윽. 미안."

오늘은 평소보다 솔직하군. 시그넘은 고개를 돌려, 쟈피라와 알프가 싸우는 광경을 포착한다.

"상황은 3 : 3. 아니, 그 기묘한 조인(鳥人)까지 합치면 3 : 4인가. 하지만 변하는 건 없지."

저쪽 중의 한 사람은 서포트계로 보였다. 사실상 이 싸움은 3 : 3.
그렇다면 필연적으로, 한 사람이 한 사람을 상대하는 것이 된다.

"1 : 1의 싸움이라면, 우리들 베르카의 기사에게…"
"패배는, 없어!!"
 
 
 

볼켄리터와 나노하들의 싸움이 재개되었을 무렵.
현장으로 향하고 있던 엑스도 발목을 붙잡힌 상태였다.

─지옥에서 돌아온, 과거의 적들에게.

"비트, 바이트… 당신들까지 돌아오다니…! 역시 시그마의 짓인가!"
[잘 알고 있군. 그럼 죽어라!!]

비트가 외치자 거구의 바이트가 앞으로 돌진해온다.

「EARTH」

대지의 갑옷을 두르자 엑스의 크기도 2미터가 넘는 크기로 커졌지만, 플레임 맘모스보다도 거대한 바이트에게 있어서는 반 이하. 신경쓰지 않고 돌진을 멈추지 않은 채, 그대로 엑스에게 충돌한다.

'……!'

플레임 맘모스 이상의 파워를 느끼면서, 엑스는 어스 아머를 입은 상태임에도 뒤로 밀려났다.

[흠!!]

하지만 바이트의 입장에선 다르다. 자신의 몸 크기의 반도 안되는 엑스가 자신의 돌진을 받아내자, 곧바로 공격방식을 바꿨다.
그 거대한 주먹을 휘둘러, 엑스를 향해 날렸다.

"드릴 팽!!"

그 주먹에 맞춰 엑스가 오른손에 만든 드릴을 뻗었고, 곧 바이트의 주먹과 엑스의 드릴이 충돌하고는 폭발이 일어났다.
그 충격으로 바이트는 두발짝 뒤로 물러났고, 엑스는 2m 가량 밀려났다.

─그런 엑스를 향해, 비트가 던진 빛의 링이 날아왔다.

기억에 있는 무기다. 한번 붙잡히면 그 자리에 못박아버리듯이 구속해버리는 무기. 엑스조차도 한번 붙잡히면 몇초 동안 움직이지 못하게 되버릴 정도로, 어떤 의미에서는 마도사들이 사용하는 바인더와 비슷하다.

「FIRE」

어스 아머에서 파이어 아머로 교체. 화염으로 부스트를 뿜어내며 맹렬한 백대쉬로 그 자리를 벗어났다. 빛의 끈은 한발 늦게 엑스가 있던 자리에 떨어졌고, 결국 아무것도 붙잡지 못한 채 사라졌다.
하지만 그 틈을 노려 물러났던 바이트가 다시 돌진을 시작했고, 곧바로 따라잡아 손을 뻗어 엑스를 움켜쥐었다.

그리고 바이트의 등을 타고 넘은 비트가, 붙잡힌 엑스를 향해 광검을 휘둘러왔다.

「SPIRIT : 플레임 맘모스」

​[​■​■​■​■​■​■​■​■​■​■​■​!​!​]​

스피릿 아머로 교체한 엑스는 자신의 머리 위에서 플레임 맘모스를 불러냈다.
허공에서 모습을 드러낸 플레임 맘모스는 포효하면서 맹렬한 기세로 추락해 바이트에게 부딪힌다. 확실히 둘 사이에는 크기 차이가 있지만 그것은 그리 크지 않았고, 바이트가 무방비 상태에 가까웠던 덕에 크게 흔들리며 엑스를 놓쳤다.
비트의 광선검은 엑스 대신 느닷없이 나타난 플레임 맘모스에게 적중되었으며, 그로 인해 플레임 맘모스의 리얼라이즈는 사라졌지만 엑스는 바이트의 손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STORM」

그 틈을 이용해, 엑스는 아머를 교체하면서 생겨난 날개를 펼쳐 날아오른다.

[도망치게 둘 거라고 생각하나!!]

비트는 방패를 엑스에게로 겨누고, 그대로 유도탄들을 발사했다.
엑스는 날개로 바람을 일으켜 유도탄들을 흘려버렸지만, 그 순간 유도탄들에 섞여서 날아오던 빛의 끈에 붙잡혔다.
날개가 움직임을 멈추고, 발에서 뿜어져나오던 대쉬 부스터가 힘을 잃어버려 엑스의 몸이 아래로 추락했다.

그것을 바이트가 주먹으로 휘둘러 강타. 날려간 엑스는 건물의 벽에 부딪혀 추락했다.

"큭…!!"

입술 사이로 의사체액이 흘러나온다.
아무리 엑스라고 해도, 바이트의 공격을 정면으로 받아냈다. 데미지가 있을 수밖에 없었다.

그런 엑스의 앞에, 비트와 바이트가 함께 선다.

하나하나, 각 개체를 상대했더라면 방법이 있었을지도 모른다. 실제로 예전에도 엑스는 그들을 상대로 1 : 1로 싸워서 쓰러트린 적이 있으니까.
하지만, 둘을 한꺼번에 상대하니까 이렇게도 벅차다니.

「FIGHT」

파이트 아머로 교체하고 일어나는 순간 비트가 광선검을 들고 덤벼왔다.
그리고 엑스는 비트에 필적하는 속도로 돌진하여, 오른손의 수도(手刀)로 비트의 공격을 받아냈다.
엑스의 손날이 살짝 베이는 것과 동시에, 비트의 검이 뒤로 밀려난다.

그 직후에, 바이트가 던진 폭탄이 날아왔다.
그것들을 왼손의 수도로 남김없이 둘로 쪼개었고, 다시 한번 자신에게로 내려쳐진 광검을 손으로 붙잡는다.
붙잡은 광검을 끌어당기면서 비트의 복부에 발차기를 찔러넣어 날려버리고, 그 뒤를 쫓아 대쉬하며 비트를 방패로 삼아 바이트를 노렸다.

그 순간 날려가던 비트가 움직여 허공을 향해서 유도탄을 발사했다.
유도탄들은 엑스가 아닌 전혀 엉뚱한 방향으로 날아갔지만, 하늘에서 선회하여 엑스를 노리고 달려들어왔다.
엑스는 돌진 속도를 멈추지 않고 한손만으로 유도탄들을 잘라내 터트렸지만, 약간이나마 신경이 분산되고 말았다. 아주 잠깐 대쉬가 멈춰 엑스의 왼발이 지면에 닿았다.
그 시간은 1초도 되지 않았지만, 바이트는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바닥을 주먹으로 때렸다.

지면이 거세게 흔들리고, 하필 그때 재도약을 위해 지면을 밟고 축으로 삼은 왼발이 균형을 잃었다.
아주 잠깐 동안 엑스의 몸이 흔들리고, 그 틈을 이용해 자세를 바로잡은 비트가 반대로 엑스를 방패로 있는 힘껏 때려 날린다.

또다시 엑스는 뒤로 밀려났고, 목표로 하던 장소에서 멀어진다.

[너.]

입가에 묻은 의사체액을 닦아내는 엑스를 보며, 비트가 말을 걸어왔다.

[아까부터 느꼈던 건데, 아무래도 네놈은 어떻게든 우릴 따돌리고 저쪽으로 가고 싶은 모양이군.]

아까부터 엑스는 대부분 자신들의 공격에 반응하기만 할 뿐이었다. 그나마 먼저 공격하는 것들도 어떻게든 이쪽의 방어를 무너뜨리고 한순간의 허점을 만들기 위한 것들 뿐.
그 목적이 무엇인지도 알아차리지 못할만큼, 비트와 바이트는 어리석지 않았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네놈을 여기에 붙잡아두는 게 우리들의 역할이다. 우리들을 쓰러트리기 전엔 앞으로 나갈 수 없어.]

'… 말은 잘하는군.'

비트와 바이트의 전투력은 리미티드 모드의 이레귤러들을 능가한다. 아마, 이 녀석들의 포텐셜을 감안하면 협공으로 나갈 경우 믹스 포르테도 쓰러트릴 수 있지않을까 싶을 정도로.
그런 상대들이니만큼, 쉽게 떨쳐낼 수 없는 것도 당연하다.

[안심해라. 더이상 앞으로 갈 수 있느니 마니 하는 고민따윈 하지 않게 해주지. … 완전히 ​산​산​조​각​내​줄​테​니​까​!​!​]​

비트와 바이트가 또다시 한꺼번에 돌진해 들어온다.
엑스는 입술을 깨물며, 전투 자세를 갖추었다.
 
 
 

「Photon lancer.」

페이트의 의지에 따라, 바르디슈가 번개의 탄환들을 준비한다.
그것을 지켜보며, 시그넘이 레반틴을 휘둘렀다.

"레반틴. 내 갑주를."
「Panzer Geist.」

시그넘의 명령에 그녀의 분신이 응답한다.
그와 함께, 그녀의 몸을 그녀 자신의 마력빛─ 자주색의 마력광이 감쌌다.

"꿰뚫어라, 파이어!"

페이트가 바르디슈를 휘두름에 따라, 그녀의 주변에 떠있던 번개의 탄환들이 발사된다.
그 수는 넷이었지만, 하나하나가 맹렬한 기세로 시그넘을 향해 돌진하고 있었다.
시그넘은 그것을 ​바​라​보​다​가​─​─​─​─​─​─​ 돌연, 눈을 감았다.

그런 그녀의 몸에, 포톤 랜서들이 적중되었다.
 

─그러나, 포톤 랜서들은 그녀의 몸을 감싼 빛을 뚫지 못한 채 흩어졌다.
 

"……!!"

자신의 공격을 정면으로 받고도, 전혀 데미지가 없다.
그 사실에 적지 않은 충격을 받은 페이트에게 시그넘이 냉정하게 고했다.

"마도사치고는 나쁘지 않군. 하지만, 베르카의 기사를 상대로 1 : 1 승부를 걸어오기엔 아직 부족해!"

검을 휘두르며 시그넘이 돌진해온다.
아니, 정정. 돌진해오는 것처럼 보였는데, 사라졌다.

'어디로?!'

공격을 막을 수 있었던 것은 반쯤은 행운에 가까웠다.
공기가 가르는 소리가 들렸다 싶었을 때 반사적으로 바르디슈를 들어올렸고, 위에서 번개처럼 떨어지는 레반틴의 참격이 바르디슈의 위로 떨어진 것이다.
바르디슈는 금색의 마력장을 만들어내 레반틴을 받아냈지만, 시그넘의 검격은 그 장벽을 깨트리고 바르디슈의 본체에까지 손상을 입힌 후 페이트를 다시 추락시켰다.

단 일격.
조금 전에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고.
페이트는 시그넘의 공격을 버텨내지 못했다.

'저거…'

시그넘이 쥔 검에서 탄피와도 같은 물건이 튀어나오고, 그 배출구를 통해 시그넘이 새로운 탄환을 집어넣는다.
그리고 페이트는 지면에 추락한 상태에서도 그것을 놓치지 않았다.

'저 탄환… 저걸 사용하는 걸로, 공격의 위력이 폭발적으로 높아졌어…!'
"이걸로 끝인가? 그렇다면 얌전히 있어라. 저항하지 않는다면 목숨까지 빼앗진 않겠다."

그 말을 듣는 순간 으득하고 이를 갈며 몸을 일으켰다.

"누가…!!"

바르디슈는 크게 손상됐고, 몸은 만신창이.
그럼에도 페이트는 몸을 일으켰다.

이 정도가 아니다.
그녀가 지난 싸움에서 배운 것은 고작 이 정도로 쓰러질만한 것이 아니다.

자신의 친구가 되어준 소녀도.
자신이 동경하고 있는 용사도.
자신은 그 두 사람에게서, '결코 꺾이지 않는 마음'을 배웠다.

하물며 지금은 자신의 소중한 친구를 지키기 위한 싸움. 물러설 수 있을 리 없다.
그것을 보며, 시그넘은 미소를 지었다.

그것은 오랜만에 만난 '강적'을 향한 경의.
동시에, 그 '강적'을 향한 호승심이 담긴 난폭한 웃음이기도 했다.

"… 좋은 기백이군. 나는 베르카의 기사이자 볼켄리터의 대장 시그넘. 그리고 나의 검 레반틴. 너의 이름은?"
"미드칠더의 마도사. 시공관리국 촉탁, 페이트 테스타롯사와 바르디슈다."

테스타롯사. 거기에 바르디슈인가.
아직은 미숙하지만, 이 소녀에게는 더욱더 발전할 가능성이 보인다.
과연 이 소녀는 앞으로 어디까지 성장할 것인가. 기대가 되기도 했지만, 적으로 만난 이상은 어쩔 수 없다.

저쪽에서 도전의 의사를 거두지 않는 한, 싸워서 쓰러트리는 수밖에.

페이트가 바르디슈를 고쳐쥐고, 시그넘이 레반틴을 들어올린다.
그리고, 번개와 불꽃이 서로를 향해 달려들기 시작했다.
 

그 사이에, 스톰 이글이 끼어들었다.
 
"……!!"
"이글 씨…?"

페이트에게 등을 보인 채, 시그넘을 노려본다.
스톰 이글은 그 상태에서 입을 열었다.

[페어 플레이가 아니라는 건 알고 있다. 하지만 지금의 넌 상처투성이야.]
"그렇지만…!"
[여긴 맡겨두고, 유노 쪽을 도와라. 지금 밀리고 있으니까.]

그 말을 듣고 고개를 돌렸다.
맹렬하게 공격을 퍼붓는 비타에 비해, 방어 일변도의 유노. 확실히 위태로워보였다.

"… 알겠습니다. 조심하세요."
[알고 있다. 네가 그 꼴이 됐을 정도의 검사를 상대로 방심하진 않아.]

페이트가 위로 날아오르고, 스톰 이글이 두 손을 들어올렸다.
그 순간, 바로 코앞에 나타난 시그넘이 레반틴을 휘둘렀다.

갑자기 나타나 자신과 페이트의 싸움을 방해한 이 정체불명의 언노운.
그와의 싸움을 오래 끌고 싶은 생각이 없었기에, 속전속결로 결말을 낼 생각으로 검을 휘둘렀다.

그리고 그녀의 검은 아무것도 없는 허공을 갈랐고.
그녀의 등뒤에서 출현한 스톰 이글이 주먹을 내리친다.

"……!!"

경악하는 그녀의 얼굴을 향해, 스톰 이글의 주먹이 떨어졌다.
 

─그리고 스톰 이글의 주먹이 허공을 가른다.
 

옆에서 돌진해들어오며 휘두른 시그넘의 레반틴이 다시 허공을 가르고.
아래쪽에서 올라오며 베고 들어오는 스톰 이글의 날개 또한 아무것도 베지 못했다.

시그넘이 스톰 이글을 공격하면 그것은 잔상. 그녀의 사각에서 나타난 스톰 이글이 공격하면 그녀 또한 잔상.
그런 식으로 두 사람은 계속해서 서로를 공격하며 서로의 공격을 피해냈다.

그것이 극에 달하고, 결국 두 사람은 서로를 포착하고 검을 내려치고 주먹을 휘둘렀다.

스톰 이글의 주먹과 시그넘의 검격이 부딪혀 폭발을 일으키고, 둘은 서로 반대 방향으로 밀려난다.
그럼에도 두 사람은 멈추지 않고, 충돌 직후부터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스톰 이글이 입을 벌려 4개의 철구를 발사하고, 시그넘이 그것들을 레반틴으로 베어낸다.
베어진 철구 속에서 조류형의 메카노이드들이 날아오르고, 한번 흩어졌다가 사방에서 시그넘을 향해 몰려들었다.

"자전일섬!!"

아까 전의 공방에서 페이트를 두번이나 날려보낸 열화의 검. 시그넘은 그것으로 메카노이드들을 모조리 태워버림과 동시에 앞으로 돌진했고, 그대로 스톰 이글을 향해 공격했다.

페이트는 이 공격을 맞아 방어벽을 폈었다.
그리고 그 방어벽이 깨짐으로서 땅에 추락한 것이다.

─그러니까, 자신은 막지 않는다.

막지 않고, 받아친다.
 

「스톰 토네이도」
 

포구로 바꾼 오른팔에서, 극도로 압축된 토네이도를 발사한다.
돌진해들어오던 시그넘은 느닷없이 생겨난 기상이변─ 바로 코앞에서 나타난 회오리에 휘말려버리며 목표를 잃어버렸다. 본래의 스톰 토네이도라면 이 회오리에 진공의 칼날을 섞어서 상대를 난도질해버리는 것도 가능했지만, 과연 스톰 이글도 거기까진 하지 않았다.

─했다고 해도, 시그넘의 마력 갑옷을 돌파할 수 있을지 어떨지는 모르겠지만.

'녀석은…?!'

토네이도를 검격으로 베어가르고 적을 찾는다. 하지만 스톰 이글은 시그넘의 시야 어디에도 들어오지 않았다.
아까 전 페이트가 시그넘의 공격을 막았던 것이 반쯤 행운이라면, 이번의 시그넘도 절반 정돈 행운이 따라주었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나머지 절반은, 페이트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만큼 많은 전장을 겪어온 전사로서의 감이 도와주었다고 해야겠지.

공기를 가르는 소리가 들리자, 제대로 보지도 않은 채 위를 향해 레반틴을 휘두른다.
그리고 그렇게 휘둘러진 레반틴은 스톰 이글의 손톱과 부딪혔고, 공격이 무효로 돌아간 스톰 이글은 뒤로 물러났다.

─라고 생각한 순간, 뒤로 물러난 자리에서 허공을 박차 조금 전보다 더한 기세로 돌진해 들어와, 양손톱을 휘둘렀다.
일격, 이격, 삼격, 사격, 오격, 육격, 칠격. 계속해서 손톱을 휘두르고, 그 모든 공격을 시그넘은 레반틴으로 받아내거나 몸을 움직여 피해내야했다.

틈을 잡아서, 레반틴을 크게 횡으로 휘두른다.
스톰 이글은 뒤로 덤블링하는 형태로 피하더니, 그 상태에서 몸을 180도 돌려 다시 한번 시그넘에게로 돌진해와 발차기를 찔러넣는다.
이것 역시 시그넘은 레반틴을 세로로 세우는 것으로 막아냈지만, 그녀의 몸이 뒤로 날려간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그 사이에 두 사람이 주고 받은 공격은 수십회.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사람 중 누구도 큰 데미지라고 할만한 것은 받지 않았다.

"… 정말이지, 테스타롯사도 그렇고. 이번 일은 만만찮군."

간신히 숨을 돌리고, 시그넘이 입을 열었다.

"나를 상대로 마법도 쓰지 않고 여기까지 싸울 수 있는 자가 있을 줄은 몰랐다."
[아마 여럿 있을걸. 어딘가의 어떤 조직에는 특히.]
"재미있는 이야기를 하는군. 내 이름은 조금 전에 밝혔다. 너의 이름은?"

날개를 크게 펼치고, 손톱과 발톱을 세워 완전 전투 태세를 갖춘다.
그리고, 외쳤다. 자신의 이름을.

[전(前) 이레귤러 헌터 제 7 공수부대장 스톰 이글.]
"테스타롯사에 바르디슈, 그리고 스톰 이글인가. 기억해두지."

하나도 만나기 어려운 강적이, 눈앞에 둘이나 나타났다.
배틀 매니아인 그녀로선 평소였다면 틀림없이 가슴이 뛸만한 일이었겠지만, 안타깝게도 지금의 그녀에게는 싸움을 즐길 여유가 없다.

"이쪽에도 이쪽의 사정이라는 건 있다. 가로막겠다면… 베어서 떨어뜨리고 나아가주지."
[할 수 있다면. 말해두지만… 공중전이라면 어느 세상의 어떤 놈이 상대라도 지지 않는다!!]

열화의 맹장과 천공의 귀공자가 재차 충돌을 개시한다.
불꽃과 바람이 허공을 태우고 찢으며 춤을 춘다.

두 원소의 댄스 파티는, 당분간은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그것을 지켜보고 있던 나노하가 결심을 굳힌다.
유노와 알프가 노력하고 있지만, 이 주변을 감싸고 있는 결계는 깨질 생각을 하지 않았다. 게다가 두 사람은 지금 상대들에게 방해받고 있었으니까.
지금 이 상황에서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 것은 자신 뿐. 그러니까 자신이 움직이는 수밖에 없다.

그렇게 생각하고 움직였지만, 갑작스러운 통증에 움츠러들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뿐.

"내가… 모두를… 구하지 않으면…!"

『Master.』

부상에도 꺾이지 않고 움직이는 주인에 호응하듯이.
레이징하트가 말을 걸어왔다.

『Shooting mode ​a​c​c​e​l​e​r​a​t​i​o​n​.​』​

형태를 바꾸고, 분홍빛의 날개를 펼친다.
─나노하를 위해서, 자신의 의지로.

"레이징하트…"
『Let's Shoot it, Starlight Breaker.』

나노하가 사용할 수 있는 최대, 최고, 최강의 포격.
레이징하트는 그것을 쓰라고 말하고 있다. 부서지기 일보직전인 것 같은 모습인데도.

"무리야… 이런 상태로는…!"
『I can be shot.』

망설이는 주인을 향해서 말하고 있다.

"그렇게 부담이 가는 마법을 쓰면, 레이징하트가 부서져버려!"
『I believe Master. Trust me, My Master.』
"……!!"

레이징하트는 그녀에게 무한한 신뢰를 보내고 있다.
그렇다면, 자신 역시 레이징하트를 믿지 않으면 안된다.

흘러나오는 눈물을 닦고, 나노하가 레이징하트를 들어올린다.
레이징하트가 자신을 믿어준다면, 자신도 레이징하트를 믿는다. 믿어야한다.

레이징하트를 중심으로 분홍빛의 마법진이 생기고, 마력이 모인다.
수많은 작은 별빛들이 모여, 커다란 빛으로 뭉쳐져간다.

<페이트 짱, 유노 군, 알프 씨, 이글 씨. 지금부터 결계를 부술테니까 타이밍을 맞춰서 ​전​송​해​주​세​요​!>​

그 말에 네 사람이 동시에 반응을 보인다.
걱정을 하기도 하고, 무리하지 말라는 이야기도 하고 있다.
하지만, 나노하는 자신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이야기했다.

이윽고 레이징하트가 카운트 다운을 개시했다.
그 포격을 방해받지 않기 위해, 모두가 볼켄리터들을 필사적으로 붙잡고 있었다.

그리고.
스타라이트 브레이커가 발사되려는 순간.
 
 
 

─그녀의 가슴을 뚫고, 손이 나타나.

─그녀의 가슴 속에서 나타난 작은 빛을 움켜쥐었다.
 
 
 

그것을 본 페이트가 절규하며 달려온다.
그런 그녀를 시그넘이 가로막고, 시그넘을 붙잡으려던 스톰 이글은 비타에게 발목을 잡힌다.

"링커 코어 포획… 수집 개시!"

그 손의 주인은 다름아닌 샤멀.
여행의 거울을 사용하여 공간을 넘어, 나노하의 링커 코어를 빼앗은 것이다.
그리고는 어둠의 서를 펼쳐, 앞으로 내밀었다.

​『​S​a​m​m​l​u​n​g​.​』​

낮고, 어두운 목소리가 울리고.
어둠의 서는 나노하의 링커 코어를 흡수해 페이지를 늘렸다.

"됐다… 이걸로 단번에 20페이지 정도…… 에?!"

수집은 끝났지만, 상황은 끝나지 않았다.
샤멀이 절규한 이유. 그것은 링커 코어를 강탈당해 극심한 고통을 느끼고 있어야할 나노하가, 그대로 레이징하트를 휘둘렀기 때문이다.
 
 

"스타라이트, ​브​레​이​커​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
 
 

참았다.
마력의 근원을 빼앗긴 고통을 참아내고.
분홍빛의 거대한 포격을 발사했다.
 

하늘을 꿰뚫을 기세로 날아간 빛의 기둥은, 결계를 깨트리고도 하늘을 둘로 갈랐다.
 
 
 

저것은, 엑스의 기억에 있다.
예전 쥬얼 시드 사건 당시, 나노하가 페이트와의 결전에서 사용했던 거대 포격.

그것이, 결계를 깨트린다.
저것까지 나왔다는 건, 보통의 사태가 아니라는 이야기다.

「FIRE」

「BLAST」

붉은 불길의 갑옷이, 푸른 불길에 휩싸여 맹렬하게 타오른다.
엑스는 몸을 낮춰, 비트와 바이트를 향해 돌진했다.

[돌아버린거냐, 무작정 돌진해오다니!! 이대로 짓뭉개주마!!]

비트가 광선검을 뽑아들고, 바이트가 두 주먹을 움켜쥔다.
그것을 보며, 엑스는 이를 악물었다.
 

─아까부터 스톰 이글에게서 연락이 없다.
 

아까.
아주 잠깐 연결되었던 무선.
그 속에서 섞여들려온 잡음.
 

「볼켄리터」라는 단어.
 

자신이 잘못 들었을지도 모른다. 아니, 혼선이 워낙 심했으니만큼 저 단어가 확실한지 어떤지도 모른다.
사실대로 말하자면, 자신이 잘못 들었길 바라고 있었다. 자신이 알고 있는 '볼켄리터'는 오직 하나밖에 없으니까.

하지만, 만약에.
만의 하나, 아니 일억의 하나나 일조의 하나라도.

잘못 들은 것이 아니라면.
 
 
 

비트와 바이트가 자신을 향해 달려들어오는 것이 보였다.
그것이, 한없이 성가시게 느껴졌다.
 

「BLAST FULL CHARGE」
 

지금 이 상황에 대해서, 짜증이 치밀어오르기 시작했다.
지금, 이런 놈들에게 발목이 잡혀있을 때가 아닌데.
 

「FIRE FULL CHARGE」
 

머리에 열이 오르기 시작했다.
더이상 아무것도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
오직, 저곳으로 가야 한다는 것 이외에는.
 

「DRAGON VOLCANO」
 
 
 

"저리, ​비​켜​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엇​!​!​"​
 
 
 

용사의 오른발을, 거대한 폭염이 휘감는다.
내뻗어진 오른발을 감싼 폭염은 그대로 용의 머리와 같은 모습이 되어 입을 벌리고 포효한다.

자신을 사용하고 있는 용사의 몸보다도 거대한, 폭염의 용.

그것은 용사와 함께 돌진하면서.
다가오는 두 이레귤러를 단숨에 집어삼키고.

그 불길의 송곳니로, 찢어발겼다.
 

[……… 뭐, 라, 고………?]
 

자신이 무엇에 당한 것인지.
그것조차 모른 채, 비트와 바이트의 몸이 갈기갈기 파괴된다.
 
 
 

"하아… 하아… 하아…!!"

마그마 드래곤이 마지막에 사용했던 염열옥. 그것을 자신의 방식대로 바꾼 "폭염룡".
마그마 드래곤이 자신의 몸마저 녹여가며 사용했던 것처럼, 지금의 이것을 사용한 것만으로 엑스의 몸이 역 데미지를 받았다.

재빠르게 드래곤 볼케이노를 없애고, 조금 전 빛의 기둥이 치솟았던 곳을 향해서 달렸다.
 

─적어도, 자신의 귀가 잘못된 것이길.
 
 
 

─그런, 이루어지지 않을 소망을 품으면서.
 
 
 

───to be continue

속성계 아머(파이어, 아쿠아, 스톰, 어스)의 풀 차지는 그대로 해당하는 속성 공격입니다. 보통은 쓴다고 해서 역데미지를 받진 않습니다만, 블래스트 풀 차지가 더해지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속성계의 풀 차지를 블래스트로 강화하고, 거기에 다시 블래스트 풀 차지를 사용하면 3배로 강해지는 대신 엑스 자신한테도 역데미지가 들어갑니다. 마그마 드래곤이 염열옥 지나치게 쓰다가 녹아버린 것처럼요(물론 엑스는 사용 시간이 짧으니까 마그마 드래곤만큼 데미지를 받진 않습니다만). 그만큼 파괴력은 발군입니다만.
덧붙여 드래곤 볼케이노는 모션만 보면 드래곤 라이더 킥. 대신 몸을 감싼 화염이 용의 머리 형태를 하고 있고 크기도 두배 쯤 큽니다.

단, 파이트 풀 차지만큼은 무속성의 격투 기술이기때문에 블래스트 풀 차지를 더해도 역 데미지가 들어오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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