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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RREGULAR HUNTER - 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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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미티드는 지금의 이 상황을 기이하다고 생각했다.
현재 그가 붙어있는 육체의 침식률은 6%. 당연한 이야기지만, 이 정도론 이 몸체를 움직일 수 없다.
접속부에 심장부를 접촉시키면 어떤 레플리로이드라도 침식할 수 있는 자신이 왜 이 몸체는 침식하지 못했는가. 그 원인은 분명하다.

─자신의 접속부가 심장부에 닿아 침식을 시작하자마자, 이 「몸체」가 그대로 전원을 OFF시키고 기능 정지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작동되고 있기만 하다면 어떤 기계라도 침식시켜버리는 것이 가능하지만, 이래서야 단순한 철덩어리에 지나지 않는다. 게다가 또 프로텍터는 어찌나 단단한지, 강제로 전력을 주입하고 작동시켜 침식을 진행하려고 해도 그것조차 할 수 없게 되어있다.
무엇보다 이 프로텍터, 애초부터 '바깥'에서 열라고 만든 물건이 아니다. 잠깐 해킹을 시도해봤지만, 돌아온 것은 절규가 저절로 튀어나오게 만드는 난이도의 장벽. 열쇠도 없고 문도 없이 맨 벽만 만들어놨다. 즉, 뚫기 위해서는 정직하게 외벽부터 하나하나 파내가지 않으면 안된다는 거다.

문제는 그러기엔 절망적으로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것. 리미티드 바이러스조차, 뚫기 위해서는 최저 ​3​1​5​3​6​0​0​0​0​0​초​ 이상의 시간을 들여야할 필요가 있다. 게다가 그렇게 해서 1차 프로텍터를 열어도, 그 뒤에 기다리고 있는 건 2차 3차 4차─ 끝이 안보이는 장벽의 연속.
이렇게되면 손을 쓸 수가 없다. 오직 이 「몸체」가 자력으로 깨어나는 틈을 노려서 침식을 진행시키는 수밖에.

그렇게 생각하고 프로텍터를 뚫기 위한 노력을 중지하자, 연산에 여유가 생겼다.
이 녀석을 침식하는 것은 나중으로 돌리고, 우선은 찾아야할 것을 찾기로 했다.
'리미티드'인 자신이 있으니까, 틀림없이─
 

─없다.
 

없다.
없다.
없다.

어디에도 없다.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는다.
이 「몸체」를 침식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도 비교적 태연했던 리미티드는, 이때 처음으로 '당황'이라는 감정을 느꼈다.

'리미티드'인 자신이 존재하는 이상, 반드시 존재해야할 것이 없다.
그것이 없이는 '리미티드'인 자신이 태어날 수 있을 리 없는데도.
다시 한번 '그녀'의 존재를 느끼기 위해서 정신을 집중했다.
하지만, 아무리 집중하고 또 집중해도.
 

─'마더 리미티드'의 존재는 느껴지지 않았다.
 

어머니없이 태어나는 자식이 있을까.
어머니가 없는데 태어날 수 있는 자식이 있을까.

지금 자신의 상황이 딱 그 모양이다.
모든 리미티드의 근원이자 모든 리미티드의 원천인 '마더 리미티드'. 그 존재가 느껴지지 않는데 자신은 존재하고 있다.

머리 속이 혼란스러워졌다.
정보가 필요했다. 지금의 이 상황을 납득하고 이해할 수 있는 정보가.
그러기 위해서라도, 움직일 수 있는 '몸'을 가질 필요가 있었다.

리미티드는 다시금 머리를 굴리기 시작했다.
'몸'과 '정보'를 한꺼번에 얻을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해내기 위해서.
 
 
 

IRREGULAR HUNTER - X


42화


 
 
 

기능이 정지되자 어스 아머가 사라지고 인간의 모습으로 의태된다.
본래 엑스에게 있어서 원래 모습은 '노멀 아머'를 걸친 레플리로이드로서의 형태지만, 이곳에서 생활하는 동안 엑스가 자신의 프로그램을 고쳐서 기본형을 인간의 모습으로 고정시켜놨기 때문이다.

그리고 엑스는 VAVA와 리제 자매의 앞에 완전히 무방비 상태로 놓여졌다.

[뭐, 이런 거지.]
"… 어떻게 된거지?"
[간단한 거다. 자기 몸 안에 들어온 바이러스를 비활성화시키기 위해서 자기 자신을 가사상태로 만든거지. 바이러스가 떨어져나가면 다시 깨어나겠지만, 유감스럽게도 지금 붙인 바이러스는 그 정도로 떨어져줄 놈이 아니거든.]

리미티드가 떨어지지 않는 한, 엑스는 깨어나지 않는다. 하지만 엑스가 깨어나지 않는 한 리미티드는 움직이지 않는다.
결국 이대로 내버려두면 언제까지고 깨어나지 못할 가능성마저 있다고 하는 것이다.

[방법은 세가지. 1번 강제로 떼어낸다. 2번 자연스럽게 떨어뜨린다. 3번 리미티드만을 파괴한다. 1번의 경우엔 엑스가 망가질 위험을 감수해야하고, 2번은 리미티드가 목표를 바꿀만한 레플리로이드가 아니면 불가능. 3번의 경우에도 리미티드가 원인이라는 걸 아는 녀석이라야 가능한거지.]

게다가 리미티드만을 정확히 파괴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뭐니뭐니해도 지금의 리미티드는 엑스의 가슴쪽 체내에 잠겨있으니까.
1번이든 2번이든 3번이든 간에, '리미티드'의 존재조차 모르는 볼켄리터들로서는 할 수 없는 방법 뿐.

[이걸로 너희들의 일이 이 녀석에게 방해받을 일은 없어졌다는 거지.]
"…… 역시 너는 그 '검은 남자'와 한패인가."

VAVA가 엑스를 향해 보여준 집념은 보통의 것이 아니었다. 그야말로, 자신들조차 소름이 끼칠 정도로.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의 이 악마는 단순히 엑스를 움직이지 못하게 만드는 것에 그쳤고, 그 '검은 남자'처럼 자신들의 일을 알고 있다는 듯이 말했다.
─그리고, 자신들의 계획에 협력하겠다는 듯한 태도까지도 마치 서로 짠 것처럼 똑같다.

[한패라. 뭐, 목적이 같고 그걸 위해서 같이 행동하니까 그렇게 표현하지 못할 것도 없군.]
"…… 너희들은, 뭘 위해서 우리들에게 ​협​력​하​겠​다​는​거​냐​.​"​

그 남자가 말했던, '어둠의 서에 원한이 있다'는 말같은 건 처음부터 믿지도 않았다. 하지만 그것이 진짜든 아니든 자신들의 계획에 도움이 된다면 최대한 이용해줄 생각으로 그가 건내준 자료들을 받았던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두려움이 앞서기 시작했다.
그 '검은 남자'도 그렇고 이 '악마'도 그렇고, 아무리 생각해도 자신들을 도울 이유가 없는데도 돕겠다고 하고 있다. 도대체 무엇을 생각하고, 무엇을 꾸미고 있는 것인지 상상도 가지 않는다.

[글쎄. 우리들의 목적따윈 너희하곤 상관없을텐데. 이쪽 일에 대해선 신경 끄고 너희가 할 일이나 잘 챙기시지. 이쪽은 지금 당장 이 녀석의 머리를 부수고 밀리 단위로 조각조각 해체해버리고 싶은 걸 겨우겨우 억누르고 있으니까 자극하지마.]

가면으로 인해 눈빛밖엔 보이지 않았지만, 그럼에도 그의 광기가 전달되는데엔 아무런 문제도 없었다.
떨리는 손을 움켜쥐고, 전율을 가라앉히기 위해서 노력한다.

[그럼 나는 이만. 이 자리에 더 있다간 정말로 이 녀석을 죽여버릴 것 같아.]

그렇게 말한 후, VAVA의 모습이 사라졌다.
잠시 동안 그쪽을 바라보던 롯테가 몸을 돌리며 말했다.

"우리들도 돌아가자. 저런 녀석의 말에 동감할 생각은 없지만… 우리들도 되돌아갈 수 없다는 건 사실이니까."
"…… 응."

이 결계를 계속해서 유지하고 있으면 있을수록 아스라의 크루들에게 발각될 확률이 높아진다. 이쯤에서 물러나지 않으면 안된다.
자매와 함께 걸음을 옮기던 아리아는 딱 한번, 잠깐 동안 고개를 돌렸다가 이윽고 모습을 감추었다.
 
 
 

엑스를 발견한 것은 쟈피라였다.
그가 알고 있는 엑스의 냄새를 추적하여 그를 찾아낸 것은 자정이 되었을 무렵으로, 쟈피라가 엑스를 엎고 돌아왔을 때 하야테는 기다리다 지쳐 잠이 든 상태였다.
쟈피라는 엎고 있던 엑스를 소파 위에 올려놨고, 그의 주위로 볼켄리터들이 모여들었다.

「피지컬 힐」

샤멀이 엑스를 향해 회복 마법을 걸었지만, 그것이 끝나고도 엑스는 눈을 뜰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 어떻게 된 거지?"
"모르겠어. 외상 때문은 아닌 것 같지만…"

엑스가 지금 가사 상태에 있고, 그 원인이 리미티드에 있다는 것을 모르는 볼켄리터들로서는 속이 끓어오르는 듯한 느낌을 참는 수밖에 없었다.
그들의 '가족' 중 한 사람이, 원인불명의 문제로 일어나지 않는다. 이 상황에서 볼켄리터들의 머리 속에서는 온갖 가능성들이 나타났다가 사라지고 있었다.

자신들과의 관계를 들키는 바람에 관리국에게 습격당했는지, 아니면 어둠의 서를 노리는 다른 자에게 당한건지, 그게 아니면 무슨 사고나 독에 당한건지, 그것조차 아니면 그에게 원래부터 이런 문제가 있었는데 자신들이 몰랐던 것인지.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고 있었다.

"마법적인 반응은 없지만, 생명 활동이 굉장히 미약할 정도로 줄어들었어. 마치 동면이라도 하고 있는 것처럼."
"… 동면이라고?"
"예를 들자면 그렇다는 거야. 그가 정말로 곰이거나 할 리는 없으니까. 하지만… 원인을 모르겠어."

눈을 뜨지 않는 엑스에 대한 걱정도 걱정이지만, 그 이외에도 신경쓰지 않으면 안될 것이 있다.

─내일 아침.

─그녀들의 주인이 눈을 떴을 때.

─지금 이 상황에 대해서, 뭐라고 이야기를 해야할까.

"… 우선은 다들 이대로 쉬도록 해. 내일이 되면 눈을 뜰지도 모르니까, 엑스는 이대로 그의 방으로 옮겨놓도록 하지."

샤멀의 회복 마법으로도 깨어나지 않는 이상은 자신들이 할 수 있는 것은 없으니까.

쿨하게 돌아선 것처럼 보여도, 볼켄리터들은 지금 간신히 감정을 추스리고 있었다.
이날 이때까지 자신들과 주인을 도와주고 힘든 일을 도맡아해온 '가족'이 쓰러져있는데, 자신들은 지금 아무것도 할 수 없다.
하야테를 살리기 위해서 페이지를 수집하는 것만으로도 머리가 깨질 것 같은데 거기에 더해 이런 일까지.

내일 눈을 뜬다면 그것으로 좋다. 자신들은, 하야테를 포함한 이 집의 가족들은 아무렇지도 않게 원래의 생활로 돌아갈 수 있다.

하지만 만약.
그가 이대로 눈을 뜨지 않는다면.

'… 무슨 바보같은 생각을.'

그럴 리가 없다.
그는 반드시 일어날 거고, 자신들도 모든 것이 끝난 이후 평화롭게 살아갈 수 있다.
하야테와, 엑스와, 여기 있는 모든 사람들이.
더이상 어떤 걱정이나 어떤 고민도 할 필요없이.

─그렇게, 수호기사들은 자신들의 불안을 애써서 묻어버리려고 하고 있었다.

일말의 불안감을 느끼면서도, 그것을 부정하기 위해서.

만약에 정말로 이 세상에, 운명을 관장하는 신이라고 하는 것이 있다면.
자신들은, 그 신에게 싸움을 걸었을지도 모른다.
 
 
 

[……]
<기분이 많이 나쁜 모양이군.>

등을 벽에 기대고 팔짱을 낀 채 바닥에 앉아, 발 뒤꿈치를 움직여 일정간격으로 바닥을 두들기는 VAVA를 보며 시그마가 말을 걸었다.

[기분이 나쁘냐고? 당연하잖아. 거기서 그 녀석의 숨통을 끊어버릴 수도 있었어. 그걸 네놈이 못하게 했고. 그런데 내가 기분이 좋을 리가 있겠냐.]
<진정해. 여러번 말했잖아. 녀석과의 결판을 내는 건 지금이 아냐. 너도 동의한 ​일​이​었​을​텐​데​.>​

확실히 그랬다.
그때의 자신에게는 이 사신의 제안이 실로 매력적으로 들려왔고, 그렇기 때문에 동맹을 맺은 것이다.
물론 지금도 그 제안은 매력적이라고 생각한다. 단지, 완전 무방비 상태인 먹이를 눈앞에 두고 그대로 돌아와야 했던 것이 불완전연소가 된 것 뿐이다.

[일단 네 말대로 하긴 했다만, 그걸로 뭐가 되는거지? 엑스가 무대에서 잠깐 퇴장하는 것 뿐이잖아.]

투덜거리는 VAVA의 앞에, 시그마가 모습을 드러냈다.
여전히 존재감도 실체감도 느껴지지 않는 모습이었지만.

<그 '잠깐동안의 퇴장'이 중요한 거다.>

볼켄리터들이 어둠의 서의 페이지를 수집하고.
시공관리국과 마법소녀들이 그것을 막으려고 하고.
그 뒤에서 그레이엄이 자신의 계획을 위해 암약하고 있다.

문자 그대로 일촉즉발. 언제 어디서 뭐가 터진다고 해도 이상할 것이 없다.
하물며 그 중심에 있는 것은 다른 누구도 아닌 엑스가 '가족'으로서 소중히 여기는 '야가미 하야테'와 볼켄리터들이다.
게다가 그 관련자들도 대부분 엑스가 알고 있는 인물들. 타카마치 나노하를 비롯한 민간협력자는 물론이고, 차원항행함 아스라의 일행도 엑스에게는 '함께 싸운 동료'들로 인식되어 있을 것이다.

가족들이 일으킨 사건에, 지인들이 말려들었다.

그런데도, 이 중요한 상황 속에서.
엑스는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잠들어있다.

나중에 엑스가 깨어났을 때, 그것을 알게 되면 어떤 반응을 하고 어떤 얼굴을 하고 있을까.

시그마가 무슨 말을 하고 싶은건지 눈치챈 VAVA는 혀를 찼다.
결국 이 녀석도 자신과 마찬가지로, 엑스를 몰아넣고 싶은 것이다.

[… 나도 훌륭한 이레귤러 나부랭이의 한 사람이라고 자부하고 있었지만, 너도 만만찮군.]
<오해는 하지 마라. 그건 어디까지나 원래 목적에 따라오는 부록에 지나지 않아. 물론 상상만으로도 즐거운 건 ​사​실​이​지​만​.>​
[원래 목적? 그런 것도 있었냐?]

시그마는 계획을 세울 때 하나의 결과만을 바라고 세우지 않는다.
하나의 계획을 세워도, 그것으로 수십가지의 결과를 가져올 것을 상정하고서 계획을 수립한다.
만약 이 녀석이 무언가를 노리고 계획을 짰다면, 이 녀석이 노린 것은 결코 한가지가 아닐 것이다.

<물론. 지금부터 내가 할 일엔 그 녀석이 제일 걸리적거렸으니까, 그걸 치우면서 겸사겸사로 한 것 뿐이야.>

그것을 위해서라도 '어둠의 서'가 완성되주지 않으면 안되니까.

[… 하나 더 물어봐도 될까.]
<​뭐​냐​.>​
[엑스 놈한테 붙인 리미티드 말인데. 그건 어디서 난 거야? 네가 만든 건 4개 뿐이었을텐데.]

그래서 슬래시 비스트에세는 리미티드가 돌아가지 않았던 것이기도 하고.
그러나 VAVA의 말을 들은 시그마는 대수롭지 않은 걸 들었다는 것처럼 말했다.

<뭘. 그건 ​오​리​지​널​이​다​.>​
[… 뭐?]

한순간 시그마가 뭐라고 말하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그러니까, 오리지널이다. 내가 만든 게 아니라, 내가 만든 것들의 모델이 된 '오리지널 리미티드'. 100년 전 도플러가 만든 그 물건이다. 만들어놓고 전원조차 켜지 않았길래 롤아웃시켜서 사용한 것 뿐이지.>
 
 
 

리미티드는 정보를 얻기 위해서 노력했다.
우선은 이 「몸체」의 기억을 들여다보기 위해 노력했지만, 이쪽의 프로텍터도 만만치 않았기에 곧 포기해야 했다.

그가 알고 있는 정보는 매우 적다. 마더 리미티드가 없는 지금 누가 어떤 목적으로 자신을 만들었는지도 모르고, 자신이 무엇을 해야하는지도 알지 못했다. 일단 본능대로 엑스의 몸을 침식하려고 하긴 했지만, 그것도 지금 상황에서는 여의치 않았고.

우선은 자기 스스로 이 상황에 대해서 생각해보기로 했다.
아마도 자신을 만들고 자신을 이 「몸체」에 붙인 자는 자신이 어떤 존재인지 알고 있을 것이다. 알고서 붙였다고 한다면, 자신이 해야할 일은 이 「몸체」를 점령해야하는 것. 최소한 이 「몸체」를 움직이지 못하게 만드는 것이라고 판단했다.
그리고 그는 분명 이 「몸체」와 적대하고 있는 존재. 최소한 사이가 좋진 않을 것이다. 어지간히 멍청하지 않고서야 아군에게 자신같은 물건을 붙이진 않을테니까.

이 「몸체」를 침식하려고 했기 때문에, 이 「몸체」가 어떤 힘을 숨기고 있는지 충분히 알고 있다. 아니, 알고 있다는 말은 조금 빗나갔을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이 「몸체」가 가진 힘의 끝이 어느 정도인지 파악하기엔 시간이 너무 짧았으니까.
결국 자신을 만든 자는 이 「몸체」, 혹은 이 「몸체」의 힘을 껄끄럽게 생각해서 자신을 붙였다고 생각한다. 자신이 침식에 성공하면 그걸로 좋은 거고, 아니더라도 자신이 붙어있는 한 이 「몸체」의 전원이 들어올 일은 없으니까.

─뭐 결국, 이것도 어디까지나 자신의 '상상'에 지나지 않지만.

누군가에게 확인받고 싶지만, 유감스럽게도 그것은 불가능했다.
보는 것도 듣는 것도 할 수 있지만, 말하는 것과 움직이는 것은 할 수 없다. 이 상황은 조금 답답했다. 설마 이 세상의 어떤 기계라도 침식할 수 있는 자신이 이런 지경에 처하게 될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리미티드'는 기본적으로 정체를 싫어한다. 파괴 행위를 하든 정보 수집을 하든 어떻게든 움직이는 쪽을 좋아한다.
그러나 지금 이 상황은 말그대로 궁극의 정체. 나갈수도 없고 깊이 들어갈 수도 없으며, 정보를 얻지도 못하며 움직일 수도 없다. 리미티드와 같은 기생 기계 생물에게는 최악의 조건이다.
 

무슨 말인가 하면, 리미티드는 지금 엄청나게 심심해하고 있었다. 할 일이 없으니까.
 

프로텍터를 깨볼까 생각하기도 했지만, 그런 기약없는 짓은 하고 싶지 않았다. 언제 끝날지도 모르는 일을─그것도 절대 빨리 끝날 가능성은 없는─ 붙잡고 있어봐야 어떤 변화나 정보도 얻을 수 없을테니까.
그렇다고 이대로 멍하니 있는 건 그거대로 힘든 일이다. 무언가 생각이나 상상을 하고 싶어도, 그 생각과 상상의 재료가 될 정보도 극도로 적은 이상 제자리 걸음과 다를 바가 없다. 0과 1밖에 모르는 존재가 2를 상상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 하는 수 없다. 본의는 아니지만, 이대로 하나둘 숫자라도 세는 수밖에.

그렇게, 생각했을 무렵이었다.
 

"… 누구지, 당신은?"
 

'그녀'가, 말을 걸어온 것은.
 
 
 
 
'그녀'는 약간이지만 당황하고 있었다.
최근에는 수호기사들이 자신을 지니고 다녔기 때문에, 그와 이야기할 기회가 거의 없었다.
그렇기에 오늘은 모처럼 만나볼까 하고 들어온 건데…

정작, 그녀를 기다리고 있던 건 보고 싶었던 그가 아니라 전혀 다른 '무언가'였다.
 
 
 

확실히 말해두겠다. 리미티드가 현 상황에서 해킹하려고 노력이라도 해볼 수 있는 건, 물리적으로 접속부와 접촉하고 있는 엑스의 바디 뿐이다.
설령 바깥에서 '그녀'가 엑세스해서 들어왔다고 해도, 리미티드로서는 '그녀'에게 손댈 수 없다. 물론 '그녀'가 해킹하려고 든다면 방어정돈 할 수 있지만, 이쪽에서 공격을 할 수는 없다.

"다시 묻겠다. 당신은 누구지?"

아무래도 이 인간 여성의 모습을 하고 있는 '무언가'는 자신의 정체를 알고 싶은 것 같다.
그래서 대답했다.

자신은 「리미티드」라고 불리는 기계생명체이며.
지금은 자신을 만든 자로 추정되는 이에 의해 이 「몸체」에 들러붙어있다, 라고.

"그는 어디에 있지?"

그라는 건 이 「몸체」를 말하는걸까.
이 「몸체」의 이야기라면, 지금 셧다운 상태다.

"… 어째서?!"

숨길 이유가 없었기에, 리미티드는 실로 정직하게 이야기했다.
 

─자신이 들러붙어서 침식하려고 했기 때문에 그걸 막기 위해서 전원을 내렸다, 라고.
 

"… 나가라."

…?

"당장 나가라. 그의 몸에서."

무리다.

"나가라."

만약 자신이 자력으로 행동하는 것이 가능했다면 진작에 이 몸을 떠나 다른 몸을 찾았을 것이다. 나가고 싶지 않는 것이 아니라, 물리적으로 움직일 수 없기 때문에 나갈 수 없는 것이라고 의사를 표시했다.

하지만 돌아온 반응은 꽤 험악한 것이었다.

"그런가. 그렇다면… 강제로 배제하겠다."

해킹이 걸려왔다. 아무래도 이'것'은 자신의 AI를 파괴해서 이 「몸체」의 눈을 뜨게 하고 싶은 모양이다.
그러나, 그렇게는 안된다.

아무리 리미티드라고 해도, AI의 파괴는 죽음을 의미한다. 인간과 기계를 막론하고, 이런 식으로 '살해'당하고 싶은 존재는 없다.

그래서, 방어했다.
전력을 다해서.
 

그것이, 이 리미티드가 태어나서 처음으로 해본 '싸움'이었다.
 
 
 

'어둠의 서'안이 아닌 이상, '그녀'가 할 수 있는 해킹에는 한도가 있다. 과거에 '그녀'는 엑스를 역해킹할 뻔한 적도 있었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엑스가 '어둠의 서'에 직접 손을 대고 들어왔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지금처럼 하야테의 컴퓨터를 경유해서 엑스에게로 들어간 상태라면, '그녀'의 힘은 크게 발휘되지 않는다.

─당연히, 엑스의 몸안에 있는 리미티드를 없애는 것도 불가능했다.

리미티드의 연산능력이 '그녀'의 예상 이상이었던 점도 있지만, 지금 이것은 '그녀'가 힘이 없었기 때문이다. 만약 싸움터가 이 전뇌공간이 아니라 '어둠의 서'안이었다면 눈깜짝할 사이에 '그녀'의 압승이었을테니까.

'어떻게든… 그를…!'

저 기계가 있는 한 엑스가 눈을 뜨는 일은 없다. 그리고 엑스의 체내에 묻혀있는 저 기계의 존재를 알고 있는 것은 현 시점에선 자신 뿐이었다.
 

─하지만, '그녀'에게는 저 리미티드를 없앨 힘이 없다.

─다른 사람에게 이 상황을 알릴 수 있는 힘조차도 없다.
 

하야테는 물론이고 분신이나 다름없는 존재인 볼켄리터조차도 미각성 상태의 '그녀'와 대화를 나눌 수 없다. 그런 것이 가능한 것은 이 집─ 아니, 이 세상 전체를 통틀어도 엑스 이외엔 없을 것이다.

'누가… 누가 좀…!'

이 사태를 알아차리고, 저 기계를 없애야 한다.
자신이 아닌 다른 누군가가.

'어둠의 서' 안이나 전뇌 공간이 아니라, '바깥'에서도 힘을 사용할 수 있는 누군가가 엑스를 깨우지 않으면 안된다.
 

'누구라도 좋아… 주인 하야테! 수호기사들! 누구라도 좋으니까 내 이야기를 들어줘!'
 
 
 

하지만.
지난 천년이 넘는 세월동안 그랬던 것처럼.

주인과 수호기사들에게, 그녀의 목소리가 닿는 일은 없었다.
 
 
 

───to be continue
 
아군 중에선 아무도 엑스의 몸 안에 리미티드가 들어있는 걸 모르는 상황.
유일하게 상황을 눈치챈 '어둠의 서'는 그것을 다른 사람들에게 전달할 방법이 없는 상황.

뭐, 이런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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