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사는 일어섰다.
수십번을 넘어져도.
그 몸에 수백개의 상처가 새겨져도.
결코 꺾이지도 흔들리지도 않는 의지로, 그 몸을 지탱하면서.
인간을 위해서, 세계를 위해서.
그가 알고 있는 모든 가족과 친구들을 위해서.
다시 한번.
─'사신'을 향해, 손을 들어올렸다.
IRREGULAR HUNTER - X
52화
할 수 있는 게 없다. 그러니까 지켜볼 수밖에 없다.
그런 소리를 하고 있을 때가 아니었다.
그런, 한가하고 좌절에 빠진 생각이나 하고 있을 때가 아니었다.
왜냐하면, 그는 일어나고 있었으니까.
아무리 상처를 입고 무기를 잃어버리고, 절망적일 정도의 힘의 차이가 있어도.
꺾이지 않는다.
흔들리지 않는다.
무너지지 않는다.
그리고 결코─ 굴복하지 않는다.
그의 싸움을, 「록맨」의 싸움을 지켜보고 있는데.
하물며, 그는 자신을 위해서 싸우고 있는 것인데.
이쪽이 먼저 포기해버리면 어쩌자는 건가.
그래서는 안된다.
그가 포기하지 않은 이상, 이쪽도 포기해선 안된다. 그것은 그의 의지를 정면으로 짓밟는 것이 된다. 그것만은 해서는 안되는 일이다.
다시 한번, 찾아보도록 하자.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찾지 못하면, 찾아낼 때까지 찾는다.
린포스는 이를 악물고, 다시 한번 힘을 내기 시작했다.
하늘에서부터 빛줄기들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루시퍼의 힘을 손에 넣은 시그마가 하늘을 향해 쏘아올렸던 광탄들이다.
마치 폭우와도 같은 기세로 지상을 두들기는 그것은, 말그대로 '신의 심판'과도 같은 광경을 연출했다.
물론.
─사신(邪神)의 심판따위, 받고 싶은 생각없지만.
빛줄기들을 피해 부스터를 점화시켜 대쉬한다.
정면 대쉬, 수직 상승 대쉬, 공중 대쉬, 수직 하강 대쉬. 광탄의 폭우에서 벗어나기 위해, 쉴새없이 움직이고 움직이고 또 움직였다.
상대의 전투력은 '절대적'이라고 표현해도 좋을 것이다.
시그마.
루시퍼.
'어둠의 서'의 어둠.
하나하나가, 얼티메이트 아머를 착용한 엑스와 동급 이상의 힘을 갖춘 자들. 그런 것들이 하나로 합쳐진 지금, 그 힘은 어느 정도일까. 솔직히 말해서, 상상하고 싶지도 않았다.
'얼티메이트는, 사용할 수 없어…!'
그것만은 사용해선 안된다.
안그래도 상대는 지금 그 '힘'과 '용량'이 엄청나게 늘어난 상태. 이 상태에서 얼티메이트를 꺼내고 싸웠다간, 확실하게 린포스의 세계는 파괴된다.
그러니까 자신은, 얼티메이트를 쓰지 않고도 쓰러트릴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Divine Buster」
루시퍼의 주변에 16개의 발진체가 생기며, 또다시 광탄이 발사된다.
단순히 날리기만 했던 조금 전과는 달리, 16개의 광탄이 허공에서 이리저리 부딪히며, 궤도를 알 수 없게 날아왔다.
그럼에도, 엑스의 버스터 슛은 단 한발도 빗나가지 않고 디바인 버스터를 맞춰서 폭발시켰다.
기술도, 정신도.
그 어느 때보다도, 지금 이 순간이 가장 충실하다.
100년 동안 이어져온 싸움 속에서, 마음을 잃고 정신이 피폐해졌던 때와는 다르다.
이미 엑스는, 과거의 용맹했을 때의 정신으로 돌아와있었다.
약한 이들을 지키기 위해 시그마와 싸웠을 때.
사람을 지키기 위해, 저 최강의 '제로'와 싸웠을 때.
망설이지 않고, 뒤를 돌아보지 않고.
오직 앞만을 바라보며 달려나갔을 때의 자신.
'어둠의 서'의 어둠과 싸웠을 때처럼.
엑스는 100년 전에 가졌던 '마음의 강함'을 완전히 되찾았다.
─그럼에도, 아직 모자란다.
지금 그의 몸에 장착되어있는 클리어 아머.
물론 이것도 엑스의 다른 아머들보다 강력한 건 사실이지만, 얼티메이트와 비교하면 턱없이 모자랐다.
파워도, 스피드도.
지금의 시그마를 쓰러트리기에는 턱없이 모자랐다.
시그마의 동체에서 떨어진 4개의 팔 중, 2개가 움직이며 이쪽으로 날아왔다.
몸을 낮춰서 달리는 속도를 가속하는 것으로 피해냈다. 하지만 그 뒤에 이어진 시그마의 꼬리 공격을 방어하기 위해 팔을 들어올린 틈을 타 또 하나의 팔이 엑스를 붙잡고 내던졌다.
건물을 향해 날려가던 엑스는 몸을 틀어 발로 벽을 밟는 것으로 충돌을 막고, 그대로 건물을 타고 위로 올라갔다. 그 순간 엑스가 조금 전까지 서있던 건물의 벽에 시그마의 팔이 박혔고, 벽을 파괴했다.
엑스가 자신의 공격에서 벗어나자, 시그마는 또다른 공격을 시작했다.
「티얼스 오브 루시퍼」
루시퍼의 최종기.
이 기술의 최대 장점은, 에너지 증폭의 매개가 되는 위성만 무사하다면 몇번이고 다시 쏠 수 있는 것에 있다.
천사의 날개와 악마의 날개에서 발사된 광선들이 시그마의 앞에 놓여진 위성에 집중되었고, 몇배로 증폭되어 하늘로 올라가 폭우처럼 쏟아져내렸다. 한발 한발의 위력은 클리어 아머로도 버틸 수 있을 정도지만, 그것이 수백 수천 다발이 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양손과 양발의 부스터를 동시에 점화하여, 허공에서 이리저리 움직이며 TOL을 피하려고 했다.
하지만 인간이 아무리 빨리 움직여도, '비'를 피할 수는 없는 것처럼.
한발이 어깨에 명중되어 자세가 무너지자, 곧이어 엑스의 몸을 수천발의 광선들이 두들겼다.
폭음과 섬광의 연쇄.
하늘은 폭발로 인한 연기구름으로 메워졌고, 엑스의 몸은 광선들과 구름에 가려져 보이지도 않게 되었다.
그 중심을 바라보며, 시그마는 또다시 오른손과 왼손을 하나씩 들어올렸다.
─또다시 오른손 앞에 만들어지는 분홍빛의 마법진.
─또다시 왼손의 앞에 만들어지는 황금빛의 마법진.
「Divine Buster」
「Thunder Smasher」
두 개의 빛의 기둥이 먼지 구름 속에 휩싸인 엑스를 향해 날아갔다.
간신히 엑스가 상황을 눈치챘을 때는 이미 두 포격이 코앞까지 다가온 상태.
「FULL CHARGE DOUBLE SHOOT」
엑스의 오른팔에서 두 개의 대형 광탄이 발사되었다.
두 광탄은 각각의 포격에 부딪혀 폭발했고, 그 위력을 상당히 줄이는 것에 성공했다.
─'줄이는 것'에, 성공했다.
풀 차지 슛에 부딪히고도 약화됐을 뿐 지워지지 않은 두 개의 포격이, 엑스의 몸을 강타했다.
"……!!"
신음소리조차 나오지 않는 충격.
엑스는 두개의 포격에 휘말려 뒤쪽으로 날려갔고, 그쪽의 건물에 충돌하여 벽을 무너뜨리며 안쪽에 쳐박혔다.
"크, 쿨럭…!!"
기침과 의사체액을 토해내며, 엑스는 간신히 손으로 바닥을 짚어 몸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싸움이 시작된 이래로 계속되어온 데미지의 누적. 비록 리미티드의 힘으로 재생이 되고 있긴 하지만, 그것에도 한계가 있다.
아팠다.
육체의 어디도, 아프지 않은 곳이 없을 정도로 아팠다.
육체에 정직하려고 한다면, 지금 당장 바닥에 쓰러지고 의식을 잃어버리지 않으면 안될 정도로.
─그것을 막고 있는 것은, 엑스 자신의 극에 이를대로 이른 정신력과 의지였다.
"하아… 하아…!"
【괜찮, 은거냐…?】
리미티드의 목소리가 희미하게 들려오자, 겨우겨우 고개를 끄덕였다.
【너도 알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이대로는 못 이겨…!】
엑스의 의지가 대단한 것과는 별개로, 현실은 현실이다.
아무리 엑스가 포기하지 않고, 쓰러지지 않는다고 해도.
엑스+리미티드와, 시그마+루시퍼의 사이에 있는 힘의 차이는 어디로도 사라지지 않는다.
이대로 그 '의지'만 앞세우고 무턱대고 돌진해봐야 기다리고 있는 것은 패배 뿐.
이 전력의 열세를 메울 수 있는 다른 무언가가 있지 않으면 안된다.
이를테면 전술이라거나.
이를테면 동료라거나.
이를테면 무기라거나.
그러나 지금 이 상황에서는 기대할 수 없는 것들 뿐이다.
그나마 가능성이 있는 게 전술 정도지만, 그것도 저 괴물을 상대로 어디까지 통할지.
─말그대로, '기적'이라도 일어나지 않는다면.
[이제 그만 끝내도록 할까!! 과거의 타락천사는 신에게 맞서싸웠다가 지옥으로 떨어졌지만, 오늘 이 자리만큼은 다르다!! 지옥으로 떨어지는 건 내가 아니라 너야!!]
시그마가 4개의 팔을 위로 들어올렸다.
「티얼스 오브 루시퍼」
「포톤 랜서 팔랑크스 쉬프트」
「스타라이트 브레이커」
위성을 통해 하늘을 향해 솟아오르는 수천개의 광선.
시그마의 주변에 나타난 수십개의 플라즈마 스피어.
두 팔의 앞에 생겨난 분홍빛의 마법진과 구체.
과학과 마법. 그것들이 합쳐진 3개의 절멸기가 준비되며, 엑스를 향해 조준된다.
[세계를 지배할 수 있는 힘을 가지고도 인간따위를 지키기 위해 힘을 낭비하는 어리석기 짝이 없는 놈!! 네놈의 존재 그 자체를, 이 세상에서 깨끗이 말소시켜주마!!]
'… 온다…!!'
하늘에서 떨어지는 광선의 폭우.
정면에서 날아올 수천의 번개창.
그 뒤에 이어질 노바 스트라이크에 필적하는 위력을 가진 포격.
─이 모든 것을 피하고, 시그마에게 접근하려면.
스스로 생각하면서 말도 안되는 이야기라고 고개를 저었지만, 그럼에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윽고, 시그마가 손을 내린다.
─말하자면 그것은, '기적'이라고 불러야겠지.
"… 찾아냈, 다…!!"
그 말과 함께, 린포스는 눈을 떴다.
"린포스?! 무, 방법같은 거 찾았나?! 지금 엑스 군이…!!"
"네, 알고 있습니다."
스크린 속의 상황은 절체절명.
저 괴물은 지금, 하나하나가 사람 하나를 목표로 한다고 하기엔 너무나도 강력한 파괴력을 자랑하는 기술들을 사용하려 하고 있었다. 물론 그 표적은 엑스 한 사람이고.
저 괴물은 분명히 강하다.
게다가, 엄청나게 뛰어난 바이러스이기도 하다.
만약 린포스가 지금 '야천의 서'의 능력을 완벽하게 갖추고 있었더라면 대적할 수 있었을지도 모르지만, 그 능력을 모조리 봉쇄당한 이상은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
저 괴물이, 엑스에 의해 한번 쓰러지기 전까지.
저 괴물은 루시퍼의 육체를 재구성해, 거기로 옮겨갔다. 왜냐하면 그 직전까지 쓰고 있던 육체─ 데이터의 덩어리를 엑스에게 파괴당했기 때문이다.
즉, 그 시점에서 저 괴물은 '한번 죽은 것'이고, 그것이 루시퍼의 육체로 옮겨가 되살아난 것이라는 이야기다.
─저 바이러스가 한번 파괴당하고 재생했을 때.
아주 약간, 방화벽에 빈틈이 생겼다.
린포스는 그 틈새를 찾아내 방화벽을 돌파했고, 관제 프로그램 자격으로 '야천의 서'의 기능을 하나하나 되찾아가기 시작했다. 아직까지 저 바이러스의 영향이 강하게 남아있는 것들은 건드리지 못했기에 자신의 안에서 배제해버리는 것은 불가능했지만, 적어도 조금 전까지처럼 두 손 놓고 구경만 해야하는 상황은 아니었다.
이것은 우연과 우연이 겹쳐진 결과였다.
만약 저 바이러스가, 엑스를 끝장내기 위해 저토록 대규모 공격을 준비하지 않았더라면 이 빈틈을 찾을 때까지 상당한 시간을 소요했을테니까.
이 타이밍에 이렇게 딱 맞춰서 방법을 찾아낸 것이 기적이 아니면 무엇이라고 해야할까.
"아직까지 직접적인 도움을 줄 수 있을 정도는 아니지만, 적어도 이 정도는…!"
그렇게, 린포스는.
바이러스를 향해 흐르고 있던 '야천의 서'의 힘을 차단시켰다.
엑스를 향해 사용하려던 공격 중 두개─ 플라즈마 랜서 팔랑크스 쉬프트와 스타라이트 브레이커가 돌연 사라졌다.
남은 것은 티얼스 오브 루시퍼 뿐. 그리고 그 TOL조차, 플라즈마 랜서와 스타라이트 브레이커에 충돌하지 않도록 범위를 넓힌 상태였기 때문에 통상의 것보다 훨씬 빈틈이 커진 상태다.
그 덕분에 엑스는 그 자리에서 움직이지 않아도, 공격당하지 않을 수 있었다.
【지금 건…?!】
리미티드가 놀라움이 담긴 소리를 터트렸지만, 엑스는 이것이 누가 한 일인지 알 수 있었다.
시그마가 사용하는 '마법'의 힘은 야천의 마도서로부터 나오는 것. 그것에 관여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딱 둘밖에 없다.
"하야테… 린포스…!"
어느 쪽인지, 아니면 양쪽 모두인지는 알 수 없지만 바깥쪽에서 손을 썼다는 것만은 확실했다.
[… 귀찮은 짓을 하다니…!!]
한편, 마법의 사용을 제한당해버린 시그마는 이를 갈았다.
지금 이 상태로도 어느 정도 마법을 사용할 수는 있지만, 조금 전과 같은 대규모 사용은 할 수 없다. 물론 다시 린포스로부터 제어권을 빼앗아올수도 있지만 그러려면 시간이 걸리고, 엑스를 앞에 놓고 시도하기엔 위험부담이 있다.
시그마에게 있어서 가장 위험한 상대는 '엑스'. 그 생각에는 변함없다.
이미 야천의 마도서 내부에 들어온 이상, 다시 해킹하는 건 언제든지 할 수 있다. 지금은 최악의 훼방꾼인 엑스를 제거하는 것이 급선무.
우선은, 엑스부터 없애자.
[마법을 조금 봉인당했다고 해도, 나에게는 네놈을 죽일 수단따윈 얼마든지 있다!!]
「Accel Shooter」
「Plasma Lancer」
보다 강해지고, 보다 빨라지며, 보다 많아진 광탄과 번개의 창들이 나타나 엑스를 향해 날아왔다.
그 모든 공격들을, 하나하나 클리어 버스터로 격추시키며 엑스는 대책을 생각했다.
그 중 몇발.
클리어 버스터로 맞추지 못한 광탄과 창이 엑스를 향해 떨어졌다.
그것을 받아내면서도, 엑스는 무릎을 꿇지 않았다.
시그마의 1차 공격이 끝나고.
간신히, 엑스는 리미티드와의 '작전'을 짤 시간을 벌었다.
─이미 두 사람 다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기에, 필요없긴 했지만.
【… 혹시나해서 묻겠는데.】
"……"
【너 지금 나랑 같은 생각하고 그거 일부러 맞은거냐.】
엑스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지만, 리미티드는 그것을 긍정이라고 받아들였다.
두 사람이 하고 있는 생각.
그것을 위해서는, 배리어를 칠 시간도 에너지도 아까웠으니까.
작전이라고 할만한 것도 아니었다.
전술이라고 할만한 것은 더더욱 아니었다.
지금부터 시그마를 향해 일직선으로 달려가, 가지고 있는 모든 에너지로 부딪힌다. 단지 그것 뿐이다.
단지 그것 뿐이지만.
그때까지, 아무것도 하지 않고.
오직, 달릴 뿐이다.
시그마가 어떤 공격을 하든.
필요최저한의 회피만을 하며, 절대 배리어나 버스터를 써서 상쇄시키는데 에너지를 소모하지 않고.
그런 것에 쓸 에너지조차 긁어모아, 시그마에게 정면으로 부딪힌다.
아무리 시그마가 공격을 하고, 마법을 날리고, 몸이 부서져도.
공격을 할 오른팔만이라도 시그마에게 접근시켜 에너지를 터트린다.
노릴 곳은 단 한 곳.
저 육체는 '루시퍼'의 것이지 '시그마'의 것이 아니다. 그렇기에 시그마로서는 무언가 매개가 없으면 저 육체를 조종할 수 없다. 말하자면, 시그마가 루시퍼의 육체를 지배하기 위해 심어둔 '코어'가 있다는 이야기다. 그렇지 않으면, 원래 자신의 육체도 아닌 것을 저렇게 자유롭게 움직일 수 없으니까.
즉, 자신은 시그마의 모든 공격을 버티고 피해가며 그 코어를 부순다. 그것만을 목표로 한다.
무모하기 짝이 없는 행위.
목숨을 내다버릴 각오가 없다면 결코 할 수 없는 행위.
그러나, 이것밖에 없었다.
이것 이외에는 없다.
무기도, 갑옷도, 힘도, 스피드도 모자란 엑스가 시그마를 쓰러트릴 수 있는 방법은.
【말해두지만, 이건 더할 나위없는 '바보짓'이다. 그건 알고 있지?】
"같이 해달라고 강요는 안해. 성공 확률이 낮은 건 사실이니까."
미친 짓이다.
그런, 닥치고 돌진이라니.
물론 회피만 잘하면 데미지없이 접근할 수도 있지만, 지금까지 시그마가 날린 공격으로 봐선 그것은 꿈 속의 환상이나 다름없다.
이쯤에서, 떨어질 때다.
적어도 엑스가 이 돌진을 시도하고난 직후라면 시그마에게도 틈이 생길테니까.
그때를 노려 시그마를 노려서 친다. 그쪽이 훨씬 더 효율이 좋고 가능성이 높으니까.
─그런데도, 리미티드는 떨어지지 않았다.
"…… 리미티드."
【… 뭐야.】
"… 떨어져도 되는데?"
엑스의 말에, 리미티드는 코웃음을 터트렸다.
【바보냐. 그나마 지금 클리어 아머라도 있으니까 방어력으로 떼울 수 있는 거 아냐. 내가 없으면 저 포화를 버틸 수 있을 것 같냐.】
"그렇지만─"
【그렇지만이고 뭐시기고. 그딴 건 아무래도 좋아.】
리미티드는 신경질적으로 말했다.
왜냐하면 그도 지금, 자신이 느끼고 있는 이 감정이 어떤 것인지 확실하게 알지 못했으니까.
하지만.
【… 나도, 뭐가 뭔진 잘 모르겠지만 말이다…】
스톰 이글.
긍지높은 천공의 귀공자.
극히 짧은 시간이었지만, 리미티드는 그와 함께 했었고.
'태어나서 처음으로 만난 동료'인 그에게 받은 영향은 헤아릴 수 없다.
그것이, 리미티드의 내부에 변화를 가져왔다.
【나도, 복수해야하니까 말야… 저 빌어먹을 놈한테…!】
"……"
【게다가 말이지!!】
마더 리미티드의 복수.
분명 처음 목적은 그것이었고, 지금도 그것에는 변함이 없다.
하지만, '복수' 이외의 다른 이유가 또 생겨버렸다.
【나도, 뭐라고 잘 이야긴 못하겠지만!! 열받을 거 같아!! 그 독수리 자식이나 네가 이렇게까지 지키려고 하는 세계를!! 다른 놈도 아니고 저 놈이 엉망으로 만들거라고 생각하니까!! 속이 부글부글거려서 참을 수가 없다고!!】
"리미티드…"
【이성이라든가 논리라든가 그따위 건 아무래도 좋아!! 감정을 갖고 태어난 놈이, 그 감정이 가는대로 행동하겠다는데 잘못된 거 있냐!!】
잘못됐을 리 없다.
잘못된 것일 리 없다.
아무래도, 지금까지의 싸움을 거쳐오면서 성장한 것은 엑스 뿐만이 아닌 것 같다.
그렇게 생각하며 엑스는 작게 웃음을 지었다.
"미리 말해두고 싶어."
【… 뭘 말야.】
"여기까지 같이 와줘서… 정말로 고마워."
리미티드는 엑스의 그 말에 대답하지 않았다.
대답하진 않았지만… 그의 감정은 전해졌다.
엑스가 달린다.
시그마를 향해서.
[또 그거냐!! 몇번을 해도 소용없어!!]
쏟아진다.
천사의 날개와, 악마의 날개에서 광선이.
분홍빛과 금색의 광탄이.
흑색과 백색의 화살들이.
핏빛과 은색의 단검들이.
끊임없이, 끊임없이, 끊임없이.
말그대로 하늘의 별처럼 많은 공격들이, 엑스 하나만을 노리고 달려들었다.
─그 상황에서 엑스가 선택한 것.
─그것은, 한층 더 가속하는 것이었다.
그로 인해, 위에서 떨어지는 공격은 타이밍의 차이로 맞지 않게 된다. 광탄도 광선도 화살도, 바닥에 착탄되어 폭발했다.
그 시점에서 리미티드가 배리어를 친다. 엑스의 에너지는 빌리지 않고, 그 자신만의 에너지를 사용했다.
다른 곳에는 치지 않고, 오직 엑스의 정면에만 방패와 같은 형태로.
머리와 심장부만 파괴되지 않는다면, 얼마든지 시그마를 향해 접근할 수 있으니까.
시그마의 공격이 엑스의 방패를 두들긴다.
두들기고, 두들기고, 두들기고, 또 두들기고 다시 두들기고 계속해서 두들겼다.
얼마 지나지 않아.
쩌적, 하는 소리와 함께 방패에 금이 가고.
다시 얼마 지나지 않아, 엑스의 앞에 펼쳐진 배리어는 완전히 깨져버렸다.
그러나 그 즈음엔, 시그마의 공격도 끊겼다.
그러나 그 즈음엔, 시그마의 공격도 끊겼다.
[웃기지 마라!!]
「티얼스 오브 루시퍼」
시그마가 한층 더 분개하며 또다시 광선의 폭우를 사용한다.
이번에는 중개 위성인 고르곤의 눈이 과열과 용량 초과로 인해 폭발해버릴 정도로 강력하고 많은 숫자의 광선을. 시그마 역시, 이번 공방으로 이 싸움을 끝내버릴 생각이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엑스가 할 일이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
광선의 폭우를 피하기 위해, 방향을 좌로 틀었다가 우로 틀었다가 위로 올라갔다가 아래로 내려가기를 반복한다.
뒤에 떨어진 광선의 폭발로 생겨난 파편들을 쳐올려, 새로 떨어지는 광선들을 막아내기 위해 사용하는 일도 했다.
아주 약간 속도가 느려졌지만, 그럼에도 최종적으로는 시그마를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그때 피하지 못한 광선들이, 엑스의 몸에 적중된다.
양쪽 어깨.
양쪽 허벅지와 오른쪽 무릎.
그리고 머리.
순식간에 수십발에서 백여발에 달하는 광선들이 적중됐고, 맞은 부위에 있는 클리어 아머들이 깨져나가고 벗겨져나갔다. 어깨의 장갑이 깨지고 허벅지의 장갑이 부서지고 머리에 씌워져있던 헬멧이 박살난다.
당연히, 그것들을 입고 있던 엑스에게도 데미지가 들어왔다.
"……!!"
비명이 나오려는 입을, 입술을 깨물어서 붙잡았다. 지금은 비명을 지를 시간도 없다.
엑스가 티얼스 오브 루시퍼마저 견뎌내고 다가오자 시그마도 이를 갈았다.
하지만, 그에게는 아직 여러가지 수단이 남아있다.
「Divine Buster」
분홍빛의 포격이 엑스의 정면으로 날아들었다.
엑스도 앞쪽으로 나아가기 위해 가속에 가속을 반복하던 중이었기에, 피할 틈은 없었다.
엑스는 선택해야 했다. 물러날 것인가, 아니면 심각한 데미지를 감수하고 받아낼 것인가.
─양쪽 중 어느 것도 아니었다.
왼손을 들어올려, 디바인 버스터를 향해 뻗었다.
그 상태에서 왼손을 폭발시켜, 그 힘으로 디바인 버스터의 각도를 아주 약간 옆으로 틀었다.
하지만 그 약간 옆으로 각도를 튼 덕분에, 엑스는 딱 한번 옆으로 구르는 것만으로 디바인 버스터를 피해낼 수 있었다.
왼손은 잃었지만, 아직 오른손이 남아있다.
엑스는 시그마를 향해 달려가면서, 남아있는 에너지의 대부분을 오른팔의 버스터에 집중시켰다.
왼손을 희생하면서까지 돌진을 멈추지 않는 엑스를 보며, 시그마의 분노는 절정을 넘어섰다.
곧바로 다음의 마법을 준비하며, 이번에야말로 마지막이라는 듯이 소리쳤다.
[이제 그만, 죽어라!!]
「Photon Lancer Genocide Shift」
포톤 랜서 제노사이드 쉬프트.
페이트의 마법인 팔랑크스 쉬프트를, '어둠의 서'의 어둠이 자기 식으로 개량하여 응용한 광역 확산 사격 마법. 팔랑크스 쉬프트와 발사 시퀀스는 동일하지만, 포톤 스피어의 숫자가 압도적으로 많고 크기도 훨씬 크며, 주문 영창이 필요없다는 것이 큰 장점이다.
물론 '일점집중'이라는 점에서는 팔랑크스 쉬프트보다 훨씬 떨어지지만, 지금 이 경우에는 엑스가 어디로도 피할 수 없도록 광역 공격을 하는 것이 중요했기에 그 점도 문제없다.
학살의 뇌창들이 일제히 포톤 스피어에서 발사되고.
엑스가 있는 영역 자체를 날려버리기 위해, 빠른 속도로 날아갔다.
그것을 정면으로 보면서도, 엑스는 역시 대쉬를 멈추지 않는다.
그 대신 그가 한 행동은.
─손목이 날아가버린 왼팔을 들어올려, 방패로 삼는다는 것이었다.
번개창들이 쉴새 없이 엑스의 왼팔을 때렸다.
클리어 아머의 건틀렛을 박살내고.
그 안의 내부 장갑을 부수고.
인조 피부를 파괴하며.
기계 회로들을 망가뜨리고.
골격마저 부러뜨리며.
클리어 아머의 건틀렛을 박살내고.
그 안의 내부 장갑을 부수고.
인조 피부를 파괴하며.
기계 회로들을 망가뜨리고.
골격마저 부러뜨리며.
엑스의 왼팔을, 어깨까지 파괴했다.
─그렇지만, 그 왼팔을 버리는 대가로.
─엑스는, 시그마의 바로 앞까지 다가오는데 성공했다.
엑스의 오른팔이 시그마의 가슴과 머리의 사이를 향해 겨누어졌다.
그리고 그것을 보며, 시그마는 절규를 터트리려는 얼굴을 했다.
─하지만, 그 직후에 시그마가 웃었다.
잔혹하고, 교활하며, 사악하기 짝이 없는 웃음.
엑스가 그것을 확인한 순간.
바닥을 뚫고, 강철의 창들이 솟아 올라왔다.
그 숫자는 모두 해서 13개.
강철의 창들은 엑스의 다리를, 허벅지를, 복부를, 심장을, 어깨를, 그리고 목을 용서없이 꿰뚫었다.
[후후, 후후후후후… 끝났다… 마침내!! 모든 게!! 끝났다아아아!!]
최대, 최후, 그리고 최고의 적을 무찌른 희열에 잠기며.
꼬챙이처럼, 13개의 창에 꿰뚫린 채 움직이지 않는 엑스를 보며.
시그마는 그렇게 소리쳤다.
[이걸로 마지막이다!! 이걸로 끝이다!! 이제 나를 막을 수 있는 녀석따윈, 어느 세계의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아!!]
시그마의 웃음은, 린포스의 세계를 통째로 뒤흔들었다.
「FIRE FULL CHARGE」
[… 뭐?]
웃음이, 거짓말처럼 그쳐진다.
시그마는 하늘을 올려다보던 고개를 내려, 엑스를 바라보았다.
그곳에서는.
「AQUA FULL CHARGE」
「STORM FULL CHARGE」
심장을 비롯한 급소를 꿰뚫린 것이 분명한.
「EARTH FULL CHARGE」
「FIGHT FULL CHARGE」
「FIGHT FULL CHARGE」
'푸른 유성의 용사'가.
「BLAST FULL CHARGE」
「SPIRT FULL CHARGE」
자신을 향해, 오른팔을 겨누고 있었다.
조금 전 머리와 가슴을 겨누었을 때.
시그마의 미소 속에는, 여유가 담겨있었다.
시그마의 미소 속에는, 여유가 담겨있었다.
즉, 이 '바이러스'의 코어는 머리에도 가슴에도 없다.
그렇게 생각한 엑스는, 오른팔을 시그마의 복부에 겨누었다.
수십개의 눈들이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그 복부로.
그것을 본 시그마는 절규를 터트리며, 시그마 블레이드를 꺼내 내려쳤다.
위에서부터 단번에 꿰뚫어버리기 위해서, 거꾸로 들고 찔렀다.
─엑스의 등에서 튀어나온 리미티드의 얼굴이, 그것을 막아냈다.
리미티드의 얼굴이 시그마 블레이드에 관통되고.
시그마 블레이드의 조준이 빗나가, 엑스의 허리를 조금 가르는 것으로 끝났다.
본체인 얼굴을 파괴당해, 리미티드는 목숨을 잃었다.
그럼에도.
이 태어난지 얼마 안되어 죽음을 맞이한 기계 생명은.
이렇게 말했다.
【우리들의, 승리다.】
리미티드가 그렇게 말한 직후.
─이 세계의 모든 것을 뒤덮는 섬광이.
─사신의 단말마를 지워버리며, 이 세계의 모든 어둠을 걷어냈다.
린포스의 몸에서 흘러나온 빛이, 잠들듯이 누워있는 엑스의 몸으로 돌아가고.
린포스는 바이러스를 막기 위한 연산을 하느라 감고 있던 눈을 떴다.
"린, 포스…?"
하야테가 조심스럽게 그녀를 부르자.
린포스는, 그녀의 주인에게 상냥한 미소를 보냈다.
"바이러스 완전 소멸… 덧붙여, 뒤틀림의 원인이 되었던 버그도… 함께 사라졌습니다."
자신은 이제, 언제까지라도 이 사랑스러운 주인과 함께 있을 수 있다.
그 선언이나 다름없는 말이 그녀의 입에서 나오자, 하야테를 포함한 모두가 환호를 터트리며 그녀에게로 달라붙었다.
이 날을 얼마나 꿈꿔왔을까.
셀 수도 없는 세월 동안 헛된 꿈이라고 생각했던 것이 현실이 되었다.
하야테도 린포스도 시그넘도 비타도 샤멀도 쟈피라도 나노하도 페이트도.
그 기쁨을, 환호와 눈물로 표현했다.
사이버엘프가 돌아온 엑스가 천천히 눈을 뜨고, 몸을 일으켜 린포스를 돌아보았다.
"… 어때?"
엑스의 물음에, 린포스는 울음이 섞인 미소와 함께 대답했다.
"아아, 모든 게 끝났다… 모든 것이…!"
그에게 뭐라고 감사해야 좋을까.
정말로, 어떻게 감사를 표해야 할까.
말로는 불가능하다. 행동으로도 어렵다.
그렇다면 앞으로 그와도 함께 살아가면서, 보답할 것이다.
"정말로, 고맙다… 뭐라고 감사해야할지…!"
그런 린포스들을 보며.
엑스도 미소를 지었다.
"그래… 끝났구나. 정말로."
이제야 간신히.
엑스는 싸움이 끝났다고, 생각했다.
─콰악.
"…… 엑스?"
엑스의 가슴에서.
피와 같은 의사체액이 흘러내렸다.
이윽고 복부에서.
이윽고 허벅지에서, 다리에서, 어깨에서, 목에서.
그의 몸에, 조금 전까지 존재하지 않았던 관통상들이 생기며.
의사체액을 뿜어냈다.
마침내 엑스는.
─피를 토하며, 쓰러졌다.
사이버엘프의 데미지는, 말하자면 '영혼의 타격'.
그 리바운드는 원래의 육체에까지 미친다.
그것을 알면서도 했다.
그러니까, 시그마에게 그렇게 공격받았을 때.
이렇게 될 것이라는 정도는 알고 있었다.
정신을 차리자, 사람들이 자신의 주변을 둘러싸고 린포스와 하야테가 자신을 끌어안고 있는 것이 보였다.
"엑스…! 엑스!! 엑스, 엑스, 엑스!!"
"엑스 군…! 엑스 군!!"
"엑스 군…! 엑스 군!!"
하야테와 린포스가 끊임없이 부르는 것이 들려왔다.
샤멀이 옆에서 회복 마법을 사용하고 있지만, 소용이 있을 리 없다.
왜냐하면, 자신은 결국 인간이 아니니까.
"어째서냐… 어째서 이렇게 되버린거야?!"
눈물을 흘리며 절규하는 린포스를 향해, 입을 열었다.
손가락 하나 까딱할 힘도 없었지만, 이야기해주지 않으면 안되니까.
손가락 하나 까딱할 힘도 없었지만, 이야기해주지 않으면 안되니까.
"괜, 찮아… 처음부터… 알고 있었어… 사이버엘프 상태에서 데미지를 받으면… 이렇게 된다는 건…"
"왜, 왜?! 그걸 알면서 왜 그렇게까지 한 거야?! 어째서… 지금까지 수많은 죄를 지어온 나같은 걸 구하기 위해서!! 당신이 죽지 않으면 안되는거야?!"
그녀의 이런 표정도, 이런 목소리도.
들을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들을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울고 있었지만, 그럼에도 그녀는 여전히 아름답다. 그런 실없는 생각을 했다.
"엑스 군!! 괘안타! 지금, 크로노 군이랑 린디 씨한테 연락했으니까! 그때까지만 참으면!!"
오열과 함께 터져나오는 하야테의 말에, 엑스는 미미하게 고개를 저었다.
"무리야… 그때까지 못버텨… 버틴다고 해도… 이런 부상을 고칠 정도의 기술력은, 그 사람들한테 없으니까…"
잔혹한 현실을 들이밀었다.
하야테를 포함한 모두가 한순간 멎었지만, 곧바로 엑스를 붙잡고 오열했다.
이제야 겨우, 모두가 행복하게 살 수 있게 됐다고 생각했는데.
"울지마, 하야테도… 모두도… 이렇게 되는 게… 당연한 거였어…"
"뭐가… 뭐가 당연하노?! 겨우, 겨우 같이… 모두가 평화롭고 행복하게 살 수 있게 됐는데!! 왜 엑스 군만 이렇게 된 게 당연하노?!"
"행복, 했어…"
울컥, 하고.
피를 토해냈다.
말을 하는 것이 어려워졌지만, 그래도 멈추지 않았다.
"지금까지… 충분히… 행복했어…"
"그라믄 앞으로 더 행복해져야 할 것 아이가!! 아직 엑스 군한테 아무것도 못해줬는데!!"
"괜찮아… 지금까지 함께 살면서… 너무 많은 걸 받아왔으니까… 네가 없었다면… 너희들이 없었다면… 나는 분명… 오래 전에, 무너져버렸을거야…"
그녀들이 있었기에.
100년 동안 부서져왔던 마음을 되찾을 수 있었다.
진짜 '평화'와 '행복'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그것은 자신에게 있어서, 너무나도 과분했다.
"앞으로도 계속… 행복하게 살아가기엔… 너무, 많은 죄를 지었거든, 나는…"
손을 위로 들어올린다.
너덜거리며, 피부가 벗겨져 내부의 금속이 드러나버린 '기계'의 손.
하늘을 향해 뻗어진 그 손은, 과연 무엇을 잡기 위해 뻗어진 것일까.
"이 손으로… 같은 레플리로이드를… 엄청나게… 부숴왔으니까… 정말로, 많이… 이 100년 동안 살아오면서… 정말로, 나 자신도 얼마나 부숴왔는지 모를 정도로, 많이 부숴왔으니까…"
"그런 건 상관없어!! 같이 있어준다고 했잖아!! 계속, 살아가는 목표를 찾을 때까지 있어준다고 약속했잖아!! 그라믄 지켜라!! 약속, 지키라고!!"
뻗었던 손으로 하야테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추악한 손이지만, 하야테는 그것을 거부하지 않았다.
"이미, 찾았어… 하야테 덕분에… 간신히… 찾을 수 있었어…"
조금, 늦었지만.
겨우 찾을 수 있었다.
자신이 왜 살아왔고.
무엇을 위해서 싸워왔는지.
게다가 최후에는, 모두를 지켜낼 수 있었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
그러니까 이제, 후회할 것은 남아있지 않았다.
"나는, 아니다…! 아직 아무것도 말하지 못했어!! 엑스!! 나는, 너를 사랑하고 있다!! 그러니까 죽지 마라!!"
린포스의 필사적인 말에, 엑스는 미소를 지었다.
"응, 고마워… 나도… 아마도, 지만… 확실하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린포스를 좋아하고 있는 것 같아…"
천천히.
아무것도 보이지 않게 되가고.
하야테와 린포스의 말도, 멀어져갔다.
그것이 완전히 사라지기 전에.
겨우, 한마디만을 내뱉을 수 있었다.
"모두, 좋아해… 고마워… 그리고 미안…"
"…… 약속, 지킨다고 해놓고…"
하야테는 엑스가 있던 자리에 엎드리며.
마침내 오열과 함께 절규를 터트렸다.
"거짓말쟁이!!!!"
그 눈물과 절규는, 오랫동안 이어졌다.
─그렇게.
─푸른 유성의 용사는.
─모두의 앞에서.
─푸른 빛이 되어, 사라졌다.
───to be continu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