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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로의 대모험


원작 |

제로의 대모험 3화 강탈당한 비보


깊은 밤. 쌍월의 밝은 빛이 대낮 못지않게 환한 빛을 뿌리고 있었지만, 그렇다고 대지의 모든 곳을 비출 순 없었다. 트리스테인 학원의 본탑은 쌍월의 빛을 받으며 진한 그림자를 늘어뜨렸고, 그 때문에 자세히 보지 않으면 그 안에 서 있는 사람을 볼 수 없었다.

“역시 그렇군. 고정화의 마법은 파괴되어 있어.”

롱빌의 가면을 벗어던지고 후케다운 날렵한 복장을 한 그녀가 탑을 관찰한 끝에 내린 결론이었다. 저 괴물같은 탑이 하룻밤 사이에 고정화가 무너졌다는 게 믿을 수 없었지만, 그녀의 연금에 힘없이 부스러지는 벽이 이를 증명하고 있었다. 학원의 관계자들은 이 탑의 고정화 마법에 절대적인 자신감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그을음이란 표시가 났는데도 이를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다. 물론 언제까지 눈치채지 못하는 건 아닐 테니, 훔치려면 기회는 지금이었다.
시덥잖은 아티팩트 따위가 아닌, 학원장 오스만이 그 위험을 알아채고 엄중하게 봉인한 파괴의 비보. 정확한 명칭이나 기능은 알 수 없다. 바로 그 미지의 영역에 매력을 느껴 이렇게 몇 개월간이나 학원에 잠복하는 수고를 하는 것이다. 이제 한 걸음만 더 내디디면 그 물건을 손에 넣을 수 있다. 그러나 후케로서의 이성이 아닌, 그녀의 본능은 자꾸만 이런 행위를 거부하고 있었다.

“그 소년 때문인가?”

트라이앵글 급의 자신은 감히 넘볼 수도 없는 절대적인 힘을 보여준 소년. 그가 선보였던 불의 마법은 정체는 모르겠지만 헥사곤 급의 위력을 보여주었다. 게다가 바람, 물, 흙의 계통까지 자유자재로 선보이는 모습은 후케의 모습에도 지워지지 않을 각인을 새겨주었다.
그 소년과 맞붙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그 소년을 포섭하기도 힘들다. 그는 루이즈의 사역마이고, 그 꼬장꼬장한 루이즈의 성격으로 보았을 때 루이즈와의 교섭은 불가능하다. 루이즈와 그를 떼어놓은 상태에서 그와 따로 이야기해보는 것도 생각해 보았지만, 사역마는 주인과 늘 붙어다니는 게 정상이므로 롱빌의 신분으론 그도 힘들다. 배제도, 타협도 불가능하다면 남은 선택지는? 명석한 그녀는 곧 해답을 찾아내었다. 별로 쓰고 싶지 않은 방법이었지만 이럴 때 쓰기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었다.
결심한 그녀는 골렘을 불러내기 위해 주문을 주창하기 시작했다.

 

제로의 대모험 제 6화
-강탈당한 비보

 

쿠콰콰콰쾅! 어마어마한 진동이 학원의 고요를 깨뜨렸다. 깊은 밤중이라 곤히 자고 있던 학원의 모든 사람들이 벌떡 몸을 일으킬 정도로 강한 충격이었다. 바닥이 흔들리지 않은 걸 보니 지진은 아닌 것 같다. 아직 덜 깬 머리로 생각을 해보려는데, 다시 한 번 소리가 들려왔다. 학원과 기숙사의 모든 창문이 거의 동시에 벌컥 열렸다.

“저, 저게 뭐야?”

“골렘이다! 골렘이 탑을 부수고 있어!”

마리코르누가 코맹맹이 소리로 외쳤다. 하지만 그 자신은 놀라기만 했을 뿐, 거기로 뛰쳐나갈 생각 따위는 조금도 가지 않았다. 그것은 다른 학생들, 심지어 선생들도 마찬가지였다. 창문에서 강건너 불구경하는 게 아니라 그 장소로 이동하려 하는 인물은 콜베르, 그리고 당일의 숙직이었기 때문에 울면서 망토를 걸치는 미스 슈브르즈뿐이었다.
반면, 창가에 있으면서도 냉정하게 사고할 수 있는 사람도 있었다.

“포프!”

“알고 있어!”

일어나자마자 창가로 달려와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판단한 포프는 기숙사의 옥상으로 달려갔다. 창문에서 뛰어내리며 마법을 쓸 수도 있었지만, 베스트리 광장의 사건 이후 학생들 앞에서는 자신의 마법을 보이고 싶지 않은 포프였다. 그래서 루이즈와 외출할 때도 말의 속도에 맞춰 비행주문의 속도를 억제하기도 했다. 단숨에 옥상에 도착한 그는 골렘의 위치를 기준으로 잡고 허리춤에서 믿음직한 파트너인 블랙 로드를 꺼내들었다. 문장이 빛나며 충실한 마력이 온 몸을 휘감았다.

“토베루라!”

주문을 외치자마자 그의 온몸에서 마력이 방출되었다. 창가에서 보고 있는 학생들에게는 보이지 않는 경로로 쏜살같이 날아가 순식간에 탑에 도착했다. 견고했던 탑은 반파되어 있었고, 이미 엉망이 된 탑의 벽을 향해 거대한 골렘이 주먹을 내리친 자세 그대로 굳어 있었다.
골렘을 향해 공격을 개시하려던 포프는 순간 멈칫했다. 자신의 세계에선 이런 존재들이 하나같이 자아를 가지고 있었지만, 이곳에서도 그럴 거라곤 자신할 수 없다. 지난번에 기슈가 불러낸 청동 처녀들도 자아가 없는 인형에 불과했다. 그렇다는 것은, 이 골렘도 그저 만들어진 존재이고, 이것을 만들어낸 주인이 따로 있다는 얘기가 된다. 골렘이 지금 가만히 대기중이란 사실도 이 녀석이 자아가 없다는 추측을 돕고 있다. 이 탑의 용도는 잘 모르지만, 어떤 건물이든 그 안에 무언가를 보관하기 위해 지어진다는 걸 생각해 보면 이 녀석의 주인이 탑의 무언가를 훔치러 왔다고 예상할 수 있다.
여기까지를 빠르게 추리해낸 포프는 다시 비상주문을 써 골렘의 위로 올라갔다. 탑 안에 새어들기 시작한 달빛이 방 안의 누군가가 뭔가를 들고 막 반대편 창으로 뛰어내리는 것을 비춰주었다.

“거기 서!”

포프는 시야에서 사라진 범인을 쫓기 위해 움직이려 했다. 그때 아래쪽에서 느닷없이 거대한 풍압이 날아왔다. 예상치 못한 공격이라 아슬아슬하게 피했지만, 그 풍압 때문에 포프의 몸이 상당한 거리를 날았다. 공중에서 중심을 잡으며 도망치고 있을 범인의 행방을 찾으려 했지만 골렘의 공격은 이어졌다. 과거 상대한 적 있던 귀암성에 비하면 장난 같은 크기였지만 그래도 이 일격에 맞으면 단숨에 죽을 거라는 건 확실하다.
그는 눈앞의 적에 집중하기로 했다.

“이오라! 4연발!”

둥근 화염구가 포프의 손바닥에서 솟아나 골렘의 주먹과 충돌했다. 귀암성에게 이오라를 썼을 땐 포프의 실력도 미숙했지만 귀암성 자체가 버언의 수호를 받고 있어 큰 재미를 보지 못했다. 하지만 단순히 흙으로 만들어졌을 뿐인 골렘에게는 이오라의 파괴력이 잘 먹혀들어갔다.

“먹혔다!”

폭음과 함께 골렘의 팔이 날아가는 것을 보며 포프는 승리를 확신했다.
그러나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한 팔을 잃어도 골렘은 다른 팔로 그를 공격하려 들었다. 이 녀석을 피해 범인을 쫓자니, 남겨진 녀석이 학원에 위협이 될 것 같아 맘에 걸린다. 지금까지 이곳에 오는 사람이 아무도 없는 걸 보면 학원의 위기관리능력은 빵점 수준이다. 그러니 이차 피해를 막기 위해선 이 녀석을 막는 게 정답이다. 골렘의 두 번째 공격을 피하며 그는 두 손을 불끈 쥐었다.

“핵이 어디 있는지 찾는 것도 귀찮으니 단숨에 끝낼까.”

양손에서 이오라와 비슷하지만 더욱 파괴력이 강한 구가 맺혀 갔다. 시전자는 자동적으로 자신의 주문에서 보호되지만, 다른 사람이 옆에 있었다면 그 열기만으로도 공포를 느낄 정도로 구체의 밀도는 엄청났다. 블랙 로드의 덕분인지 과거 해들러가 쓰는 것보다 더욱 빠르게 주문을 완성시킨 포프는 신중하게 두 손을 합쳐 손의 마력을 블랙 로드로 모았다. 원래대로라면 두 손을 도르오라처럼 모아 쏘는 게 맞지만, 블랙 로드를 쥔 상태로 그랬다간 지팡이를 떨어뜨릴지도 몰랐기에 부득이하게 블랙 로드로 주문을 쓰는 것이다. 블랙 로드는 기본적으로 타격형 지팡이였지만 지팡이란 물건이 마력방출을 위해 만들어진 만큼 타격 외의 용도로도 사용가능했다.

​“​극​대​폭​렬​주​문​(​이​오​나​즌​)​!​”​

골렘의 머리 위에서 수십 개의 이오라가 파동을 일으키는 것처럼 격렬한 빛줄기가 뿜어졌다. 골렘이 남은 팔을 들어 막았지만 소용없었다. 빛줄기는 그 팔을 그대로 꿰뚫으며 골렘의 정수리부터 가랑이까지를 일순간에 박살내버렸다. 열 자체에 집중한 섬열주문과 달리 폭렬주문은 열과 파괴력 모두를 추구하기 때문에 이렇게 ‘녹이면서 파괴’시키는 게 가능했다. 순식간에 반으로 나뉜 골렘은 이제까지의 난동을 멈추고 무너져내렸다. 흙먼지가 사방에 피어오르고, 시끄러운 소리가 사방을 덮었다.

“쳇. 추적 실패인가.”

누군가 이 자리에 자신을 도우러 왔다면 자신이 골렘을 상대하는 사이 그가 범인을 쫓아가면 좋았을 텐데, 하고 포프는 머리를 긁적이며 한숨쉬었다.

 


‘접수완료. 후케’

반파된 탑 안에 마법으로 적힌 글자였다. 원래 후케는 정석대로 ‘물건, 확실히 접수했습니다. 흙더미의 후케’ 라고 적고 있었지만, 포프에게 쫓기다 보니 최대한 생략해서 쓴 것 같다. 후케를 그 정도로 몰아붙인 점에선 포프에게 칭찬해야 마땅하지만 아무도 그것을 신경쓰지 않았다. 중요한 건 포프가 그를 놓쳤고, 후케는 ‘물건’을 들고 사라졌다는 사실이었으므로.

“골렘을 파괴한 건 감사하네. 하지만 중요한 물건을 잃어버렸군.”

오스만이 침통한 표정으로 말했다. 회의실의 선생들은 모두 고개를 숙이고 침묵했다. 그 침묵을 견딜 수 없었는지 마법 담당인 기트가 벌떡 일어나 외쳤다.

“오늘 숙직은 누구였습니까? 미스 슈브르즈 아니었던가요! 대체 뭘 하고 있었던 겁니까!”

“아, 그게, 저……”

지적받은 미스 슈브르즈는 말을 채 잇지 못하고 눈물을 뚝뚝 떨어뜨렸다. 그녀는 숙직실에서 편하게 자고 있었으므로. 참고로 어제의 숙직은 기트였고, 그 역시 숙직실에서 취침한 바 있다.

“말 좀 해봐요! 어떻게 책임질 거요!”

“그만하게.”

“그만해요.”

오스만과 포프가 거의 동시에 말했다. 둘의 눈이 마주쳤다. 오스만은 포프를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최초 목격자이자 골렘을 파괴한 인물로 특별히 이 회의에 참석한 포프는 기트를 쏘아보며 말했다.

“기트 선생님의 방은 본탑과 얼마 떨어지지 않았던 것으로 아는데요. 숙직실은 학원 외곽에 있지만 교사들의 기숙사는 학원 중심부에 있으니까요. 그런데 어쩐지 미스 슈브르즈보다 늦게 오지 않았습니까?”

기트는 얼굴이 확 붉어져 고함쳤다.

“자, 잠깐 화장실에 갔다가 늦은 거다!”

“아, 그래요? ‘미안, 똥싸다가 늦었어’ 같은 변명이라도 하시려구요?”

포프가 신랄하게 비웃었다. 똥이란 저속한 표현에 교사들이 얼굴을 찌푸렸지만, 포프는 애당초 평민이었기 때문에 그런 말을 쓰는 데 전혀 거부감이 없다.
그렇게 기트를 입다물게 하자 다시 긴 침묵이 흘렀다. 오스만이 헛기침을 하자 교사들은 살았다는 듯 내리깔던 시선을 오스만에게로 향했다. 학원장은 긴 수염을 쓰다듬으며 천천히 말했다.

“거기 있던 물건은 매우 중요한 것이네. 무엇인지 말해줄 수는 없지만, 그것을 잃으면 커다란 혼란이 야기될 수 있어. 반드시 되찾아야 하네. 그러기 위해선 학원에서 범인을 추적해야겠지.”

그때 타이밍 좋게도 노크 소리가 들리고, 오스만이 대답하기도 전에 문이 열렸다. 미스 롱빌이 숨을 헉헉대며 다급히 오스만의 옆으로 다가왔다.

“늦어서 죄송합니다. 후케가 있는 곳을 알아내는데 시간이 걸렸습니다.”

“뭐! 어떻게 알아냈나?”

“지나가는 농부가 망토를 두른 가면의 남자가 학원의 외벽을 타고 넘어가 학원 남서쪽의 숲에 있는 폐가로 들어갔다고 합니다. 시간이 얼마 경과되지 않았으니 빨리 추적해야 할 것 같습니다.”

선생들 사이에서 탄성이 일었다.
그 탄성은 오스만의 한 마디로 단숨에 조용해졌다.

“후케를 추적할 지원자, 있나?”

회의장은 처음처럼 조용해졌다. 트라이앵글 급의 실력을 가진 흙의 계통의 후케. 소문으로는 거대한 골렘을 부리는 것 외에도 온갖 비겁한 방법을 쓴다고 한다. 단순히 마법실력만으로 따지자면 이곳의 선생들도 후케보다 떨어지진 않겠지만, 후케처럼 전투에 특화되었을 메이지와 상대하기에는 껄끄럽다. 학생들에겐 용맹한 기트조차 우물쭈물하며 발 아래만 쳐다볼 정도였다.

“이런, 아무도 없는 건가! 후케를 잡아 명예를 드높일 귀족다운 메이지는 이 자리에 없는 것인가!”

은은한 분노를 담은 오스만의 일갈이 회의실을 채웠지만, 압도적인 정적 앞에서는 힘없이 무너질 뿐이었다.
그때 포프가 조용히 손을 들었다.

“제가 가겠습니다.”

“뭐?”

선생들이 웅성거린다. 하지만 오스만은 이미 이렇게 될 것을 알고 있었다. 하나같이 소심한 선생들이란 사실을 진작에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만약 포프가 이 자리에 없었다면 자신이 직접 나서야 했을지도 몰랐다. 그리고 골렘을 부술 수 있는 실력의 포프라면 이 일을 맡길 만했다. 기트가 평민 어쩌고 하는 말을 웅얼거렸지만, 포프가 귀를 긁적거리자 히익 하며 다시 고개를 숙였다.
오스만은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좋네. 자네를 믿겠네. 그 물건을 반드시 회수해주게.”

“알겠습니다.
그런데 저 혼자선 좀 벅찰 듯하니 지원자를 몇 명 모집해도 될까요?“

“호오. 지원자라.”

포프가 단순히 의협심에 불타 손을 든 게 아니란 사실을 깨달은 오스만이 눈을 가늘게 떴다가 다시 사람 좋은 웃음을 터뜨렸다.

“그렇게 하게나.”

 

방으로 돌아온 포프는 루이즈에게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루이즈는 명예란 대목이 나오기 무섭게 자기도 가겠다고 했다. 그건 포프가 예상한 대로였다. 그는 최대한 루이즈에게 공을 돌릴 생각이었다.
그런데 둘이 부산하게 짐을 챙기는 사이 - 델프링거의 등쌀에 못 이겨 결국 검도 챙겼다 -  큐르케가 냄새를 맡고 다가와 자기와 타바사도 가겠다고 졸라댔다. 황금같은 휴가기간을 이틀이나 손해본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니 이번 기회에 공을 세워 원상태로 돌려놔야 한다는 것이다. 이들의 실력을 잘 몰라 망설이던 포프는 망설였지만, 단순한 파괴가 아니라 범인을 잡아야 한다는 점에선 인원이 많은 게 유리하다고 판단해 받아들이기로 했다. 그래서 학생 셋과 사역마 하나, 안내자 미스 롱빌이라는 단촐한 추적대가 구성되어 숲으로 파견되었다. 이들을 배웅하러 나온 것은 오스만과 콜베르, 미스 슈브르즈가 전부였다. 오스만은 그 물건이 상자 안에 들어있으며 절대 상자를 열어선 안 된다고 몇 번이고 강조했다.

 

미스 롱빌과 루이즈가 마법을 쓸 수 없기 때문에 이들은 마차를 빌려 나섰다. 단 타바사는 자신의 풍룡을 타고 마차 위를 날았다. 학원 정문을 지나 남서쪽으로 향하자 자갈밭이 나왔다. 마차가 계속 흔들거리자 큐르케는 신경질을 내다 아예 타바사와 함께 풍룡 위에 자리잡았다. 포프가 마차를 몰러 앞으로 나갔기 때문에 마차 안에 있는 사람은 루이즈와 미스 롱빌뿐이었다. 롱빌과 친한 사이가 아니었기 때문에 루이즈는 대화를 시도하는 대신 자신이 이 상황에서 어떻게 해야 도움이 될지를 열심히 궁리해 보았다.
학원 남서쪽에 자리잡은 숲은 꽤 컸다. 이십여 분 간 자갈밭을 달리다 숲의 입구에서 내린 루이즈는 비틀거리며 내렸다. 포프가 그녀를 부축해주기 위해 다가왔지만 그 역시 멀미가 났는지 해쓱한 표정이었다. 이들은 차분한 표정으로 땅에 내려서는 롱빌을 부러운 시선으로 바라보았다. 쾌적하게 바람 잘 쐬었다는 표정으로 내려선 큐르케와 타바사 또한 그들에게는 부러움의 대상이었다.
저 편에 조그맣게 보이는 폐가를 향해 걸어가며 이들은 작전을 세웠다. 폐가에 진입하는 조와 감시조를 나누고, 여차할 경우 감시조가 전력에 투입될 수 있어야 한다. 일단 타바사와 큐르케는 공중감시로 빠지고, 이 근처의 지형에 밝은 롱빌은 집 뒤로 돌아갔다가 여차하면 신호를 보내기로 했다. 루이즈는 정면에 대기하고 있다가 혹시 골렘이 나온다면 마법으로 폭격. 얼마나 위력이 있을지는 몰라도 시간끌기용으로는 쓸 만하다는 게 그녀의 의견이었다. 조금이라도 전력에 보탬이 되고 싶다는 그 생각을 알기 때문에 포프는 그녀를 감시조로 빼려던 자신의 생각을 수정했다. 마지막으로 남은 포프는 돌입조였다. 자신도 돌입조로 해 달라는 큐르케의 요구가 있었지만 포프는 이를 거절했다. 적이 아직 보이지 않는다면 어떤 식으로 공격해올지 쉽게 판단할 수 없기 때문에, 가장 위험할 자신의 옆에는 가급적 아무도 없었으면 하는 바람이었다.

“브리밀이여, 우리를 가호해 주시길.”

포프를 제외한 모두가 눈을 감고 기도를 올렸다. 학원에선 느낄 수 없는 긴장감이 모두에게 깃들어 있었다. 연장자로서 그러한 긴장을 깨려는 듯 롱빌이 제일 먼저 집 뒤로 향했고 그 다음으로 타바사가 풍룡에 올라탔다 루이즈는 숨을 고르게 쉬려 애쓰며 떨리는 손으로 지팡이를 움켜쥐었다.
큐르케는 나직하게 말했다.

“달링, 어떻게 생각해? 저 집 안에 뭔가 느껴져?”

“아니. 일단 기척은 없는걸. 기습할 생각이라면 뭔가 티가 날 테지만, 저건 그냥 빈 집 같아.”

“그럼 우리가 늦은 걸까?”

“롱빌 씨의 제보를 받고 바로 움직였지만, 그 후케란 자가 움직이기로 마음먹었다면 우린 그 시점에서 이미 늦은 거니까. 어쨌든 저 안에 들어가보자. 큐르케는 타바사와 함께 되도록 숲 전체를 감시해줘.”

“그래. 힘내, 달링.”

큐르케가 포프의 뺨에 가볍게 키스했다. 평소의 경박함이 상당히 희석된 행동이었기 때문에 포프는 뺨을 붉히면서도 그대로 받아들였다.
블랙 로드를 움켜쥔 포프는 신중하게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예상했던 대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역시, 제보를 받고 움직인 시점에서 이미 늦은 걸까…… 그런데 뭔가 놓치고 있다는 느낌이 드는데.”

포프의 뇌리에 뭔가 놓치고 있던 단서가 갑자기 떠올랐다. 집을 수색해야 했지만 아무래도 일단은 생각을 정리하고 싶었다. 위험이 없다는 걸 판단한 후에 포프는 다시 나와 큐르케와 타바사, 루이즈를 불러 집을 조사하도록 했다. 맥빠진 표정으로 지정된 장소에서 나와 집으로 들어가는 그들을 확인한 뒤 명상하는 자세로 털썩 앉아 생각에 잠기려 했다.
그때 숲 속에서 한 줄기의 보랏빛 연기가 피어올랐다.

“롱빌의 연기인가? 무슨 일이?”

만약을 대비해서 롱빌에게 쥐여준 신호용 발연통의 연기였다.
포프는 동료들에게 연기가 나는 쪽으로 오라고 외친 후 급히 그리로 날아갔다. 얼마 가지 않아 그의 시야에 맥없이 나무에 묶여 있는 롱빌의 모습이 잡혔다. 복잡한 생각은 나중에 하기로 하고, 그는 롱빌 옆에 착지해 그녀의 상태를 살폈다. 입에 재갈이 묶여 있었고, 두 팔이 나무에 묶인 상태였다. 이마가 깨졌는지 한 줄기 피가 미간을 타고 코로 흐르고 있었다. 줄이 꽤 엉성하게 묶여있었기 때문에 어떻게든 허리춤의 발연통을 빼들 수 있었던 것 같다.

“괜찮아요? 지금 풀어드릴게요!”

포프는 블랙 로드를 허리춤에 꽂고 재갈부터 풀었다. 롱빌이 괴롭게 기침하며 몸을 뒤틀었다. 말시키는 것보다 밧줄부터 풀고 보자는 생각에 포프는 검을 빼들었다. 검집에서 뽑힌 델프링거가 녹슨 몸체를 떨며 외쳤다.

-죽어라!

“아니, 죽일 건 없고, 밧줄만 벨 건데?”

-쳇, 그럴 거면 다른 검을 써! 이 몸은 살아있는 걸 베어줘야 기운이 난단 말이다!

포프는 주저않고 검을 들어 바닥에 내리꽂았다. 녹슨 검이었지만 지면에 꽤 깊숙이 박혀들어갔다. 보통 검이라면 날이 나갈 테지만, 어차피 갈 데까지 간 검이나 조금 더 가도 상관없을 것이다.

-켁! 뭘 벤 거냐!

“지네.
 저기 사마귀도 있는데, 베어 줄까?“

-…………차라리 밧줄을 베어라. 

자상한 주인답게 검의 요구를 들어주는 여유까지 부린 후 포프는 검을 잡아 밧줄을 겨냥했다. 검을 약간 빗겨 든 어설픈 자세 그대로, 그의 시선이 아래로, 다시 위로 올라갔다. 늘 침착하던 그의 눈동자가 약간 흔들렸다.
어느새 밧줄을 푼 롱빌이 허리춤에 꽂혀 있어야 할 그의 지팡이를 잡은 채 차갑게 웃고 있었다.

“걸렸네.”

포프는 그녀를 위아래로 쳐다보다 맥이 탁 풀려 퉁명스럽게 중얼거렸다.

“그런 것 같네요, 후케 씨.”

후케의 눈썹이 살짝 찡그려졌다.

“어머, 짐작하고 있었던 거야?”

“가설 수준 정도는 말이죠. 울퉁불퉁한 길을 마차로 달려왔는데 어째서 멀쩡하게 내리는 걸까, 왜 농부라곤 지나갈 일이 없는 곳에서 농부가 나타났다고 하는 걸까, 학원 밖에서 제보를 받고 다시 학원장실까지 오려면 시간이 꽤 걸렸을 텐데 어떻게 그렇게 빨리 도착했을까 하는 것들. 모두 확신할 수 없는 가설들이었죠.”

포프는 다시 자신의 지팡이를 바라보았다. 후케의 손 안에서 묵빛 광택을 발하고 있는 지팡이의 모습이 어쩐지 애처롭다.

“가설은 모았지만 아직 확신할 수 없었고, 그래서 결정적인 걸 찾기 위해 생각하고 있을 때 당신이 기막힌 타이밍으로 기습을 가했네요.”

“그래. 아무래도 네가 눈치챌지도 모른다고 생각해서 일찌감치 행동을 개시하길 잘했네.”

전사의 무기와 마찬가지로 마법사의 지팡이 역시 절대 남에게 넘길 수 없는 자신만의 소유물. 그것이 이렇게 남의 손에 넘어갔다.

“당신이 무슨 사정이 있는지는 몰라요. 학원에서 무엇을 훔쳤는지도, 그것으로 무엇을 할 건지도 몰라요.
하지만, 그 지팡이를 내놓지 않으면.
진심으로 화낼 겁니다.“

수많은 차원을 넘어 내게 달려온 내 전우가 포로로 잡혀 있다!

포프의 분위기가 가라앉았다. 난처한 듯했던 표정이 사라지고, 분노조차 느껴지지 않는 냉정한 기세를 후케에게 쏘아댔다. 이 자리에 기슈가 있었다면 결투 초반에 느꼈던 그러한 분위기와 비슷하다고 떠올릴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후케는 먼 곳에서 바라보았을 뿐이었고, 그래서 그의 그러한 분위기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 게다가 마법의 시동키인 지팡이가 없는 이상, 그는 그저 조금 날쌘 일반인 수준이란 걸 일전의 전투에서 확인했기에 큰 위협을 느끼지 못했다.

“기세는 가상하네. 하지만 네가 무엇을 할 수 있지? 그 낡아빠진 검 한자루로?”

“다쳐도 원망하지 마세요.”

포프는 대화를 포기하고 자세를 바로잡았다. 과거에 스승에게서 배운 아방류 도살법의 자세가 자연스럽게 흘러나왔다. 비록 자세뿐이라 해도 검을 아주 잡아본 적 없는 일반인보다는 훨씬 나았다. 후케가 걸리적거리는 밧줄을 발로 차며 블랙 로드를 들지 않은 손으로 자신의 지팡이를 쳐들었다. 하지만 그는 달려들지 않고 그 자세를 유지한 채 후케를 노려볼 뿐이었다. 어설프게 검을 휘두르며 달려올 것을 예상했던 후케는 그가 움직이지 않자 조금 긴장을 풀며 말했다.  

“난 너와 아무 원한도 없어. 목적했던 물건은 훔쳤으니 이대로 학원을 떠날 생각이야. 그러니 네가 얌전하게 물러난다면 뒤쫓지 않을게. 하지만 이 경우엔 지팡이를 돌려줄 수 없어. 돌려주는 순간 내게 달려들지도 모르니까.”

“……”

“아니면 네가 내게 차후에 협력해준다는 방법도 있지. 짐작했겠지만 난 평민이고, 오직 귀족들의 것을 훔칠 뿐이야. 그것도 뭔가 뒤가 구린 물건들뿐이라 주인도 대놓고 도둑맞았다고 말할 수 없는 그런 것들. 별로 양심의 가책을 느낄 필요가 없어서 좋지.”

“…………”

“이 세계는 썩어 있어. 나 같은 평민은, 이런 식으로라야 세상을……”

“포프~~!!”

후케가 본격적으로 자신의 생각을 말하려 할 때 뒤에서 사람들이 뛰어오는 소리가 들렸다. 풍룡이 움직이기엔 나무가 많아 직접 뛰어오는 것 같았다. 후케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소리가 난 쪽으로 살짝 움직였다. 선두에는 루이즈가 작은 상자를 손에 들고 있었고, 그 뒤를 큐르케와 타바사가 따르고 있었다.
포프가 여태까지 기다렸던 것은 바로 그 짧은 빈틈이었다.

“타앗!”

포프의 발이 있는 힘껏 대지를 박찼다. 델프링거를 쥔 왼손의 문장이 다시 빛나고, 포프의 몸에 아까처럼 마력이 회전하기 시작했다. 한층 가벼운 몸놀림으로 두 걸음만에 후케의 앞에 도착했다. 벨 생각은 없었기에 검의 옆면을 그녀의 손을 향해 휘둘렀는데 깡! 하고 검이 튕겨져나왔다.
후케의 몸은, 어느새 저 머리 위까지 높아져 있었다.

“골렘……!”

뛰어오던 일행이 멈춰서서 제각각 질렸다는 표정으로 후케의 발밑에서 솟아난 골렘을 바라보았다. 즉석에서 만들었다고 보기엔 너무 속도가 빨랐고, 아무래도 땅 속에서 이미 뼈대가 완성된 상태였거나 아니면 아예 처음부터 완성된 상태인 채 땅 속에 있었을 가능성이 크다. 아직도 무릎까지밖에 나오지 않은 골렘의 크기는 어젯밤에 출현한 골렘보다 머리 두 개는 더 컸다.
포프는 이들이 있는 곳으로 뛰어오며 상황을 외쳤다.

“롱빌이 후케야! 내 지팡이도 뺏긴 상태야! 어서 저 골렘을 공격해!”

“뭐?”

포프가 지팡이를 빼앗겼다는 말에 순간 아연한 일행이었지만, 발까지 모두 밖으로 나온 골렘이 움직이기 시작하자 생각을 그만두고 부산하게 공격을 시작했다.
선수는 타바사였다. 자기 키보다 큰 지팡이를 들고 가볍게 휘두르자 세찬 기세의 돌풍이 골렘을 강타했다. 하지만 골렘에게선 먼지만 흙먼지만 날릴 뿐이다. 이어서 큐르케가 지팡이를 들고 짧게 주문을 외치자 그녀가 자랑하는 불꽃이 골렘을 휘감았다. 하지만 그 역시 골렘을 아주 약간 불그스름하게 만들었을 뿐이다.

“안 돼! 통하지 않아!”

 메라조마 수준의 불길이었지만 골렘에겐 통하지 않았다. 아니, 상성이 좋지 않았다. 저런 종류의 단단한 녀석들에게는 불길이나 바람보다 한 점으로 집중해서 내쏘는 주문이 필요하다. 포프가 어제 폭렬주문을 주로 썼던 게 그런 이유였다.
두 사람이 물러서자 루이즈가 지팡이를 휘둘렀고, 골렘의 배 부근에 작은 폭발이 일어났다. 이번엔 약간 효과가 있었다. 작게나마 골렘의 표면이 살짝 무너져내린 것이다. 그렇지만 위력이 너무 약했다. 고작 이오 정도의 위력으론 저 거대한 골렘을 어떻게 할 수 없다. 주문이 통하지 않는다면, 대체 어떻게 저 골렘을 상대할 수 있단 말인가? 포프는 냉정하게 전력을 판단한 후 동료들에게 명령했다.

“내가 저 골렘을 유인할게. 너희는 숲 밖으로 나가 풍룡을 타고 날아가 후케를 공격해! 골렘을 막을 수 없다면, 주인을 잡을 수밖에 없어!”

타바사가 살짝 감탄하며 큐르케의 옷깃을 잡아당겼다. 큐르케는 잠시 망설이다 등을 돌리며 외쳤다.

“잠시만 버텨줘, 달링. 금방 돌아올 테니까!”

그들이 움직이자 포프는 그들과 반대 방향으로 돌아 뛰었다. 골렘의 발이 그를 밟기 위해 움직였다. 포프는 날렵하게 발을 피하며 나무가 많은 곳으로 뛰어들려 했다. 그때 그의 눈에 아까의 장소에서 움직이지 않고 있는 루이즈가 보였다. ‘이 바보가!’ 포프는 무리하게 방향을 틀어 아슬아슬하게 루이즈를 낚아채 숲으로 뛰어들었다. 나무가 자신들의 모습을 조금이라도 가려주길 바라며 그는 성난 어조로 외쳤다.

“너도 어서 가! 여긴 나 혼자 있는 게 나아!”

“하지만, 너 혼자 놔둘 순 없어! 우리가 갔다오는 사이에 네가 죽어있기라도 한다면……! 넌 지금 주문을 쓸 수 없잖아!”

루이즈는 포프의 눈을 바라보며 외쳤다. 지팡이를 소환하기 전, 기슈의 왈큐레에 붙잡혀 빈사 직전까지 갔던 그의 모습이 다시 떠올랐다. 상대는 그때보다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커졌는데, 포프에게 달라진 것이라고는 낡아빠진 검 한 자루뿐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도움이 될 수 없다는 게 너무 분한 나머지 그녀의 눈에서 눈물이 또르르 굴렀다.

“난 프라이드만 남은 제로의 루이즈야. 그런 내가 널 놔두고 도망친다는 건, 내 유일한 장점인 프라이드마저 버리는 꼴이 돼.
절대 도망치지 않을 거야. 조금만이라도, 일 초라도 좋으니, 네 곁에서 싸우겠어! 둘 다 살아남기 위해서!“

루이즈는 그렇게 외치고 눈물이 그렁그렁한 채로 지팡이를 휘둘러댔다. 골렘의 여기저기에서 작은 폭발이 이어졌지만, 골렘의 전력은 전혀 저하되지 않았다. 혹시라도 후케에게 적중하면 이길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지만 그건 무리인 것 같았다. 게다가 이 쪽을 발견한 골렘이 천천히 몸을 돌리고 있었다. 지금의 가벼운 몸상태로도 저 발을 언제까지 피할 수 있을지 알 수 없는데, 루이즈를 보호하면서 싸우려면 타바사가 올 때까지 버티지 못할 것 같았다.
그때 루이즈가 자기 손에 들린 상자를 보더니 뚜껑을 잡고 열려고 했다. 단단하게 밀봉된 상자는 그녀의 약한 힘으로는 열리지 않았다. 그러자 그녀는 대뜸 상자를 옆에 있는 바위에 내던졌다. 상자가 깨지며 안의 내용물이 드러나고, 동시에 지독한 한기가 둘을 엄습했다. 아무래도 상자 안의 물건을 얼린 다음 고정화시켜 넣어두었던 것이 지금 풀린 것 같았다.

“학원장님한테는 미안하지만, 이제 무리야. 비보인 ‘파괴의 돌’을 써야 해! 이거라면 저 골렘을 파괴할 수 있을 거야!”

루이즈는 오스만이 출발 직전 해줬던 설명을 떠올리며 그 물건을 집어들었다. 이름만 들었지 사용방법을 듣지 못했으니 쓸 수 없는 물건이 아니냐고 말하려던 포프가 입을 벌렸다. 너무 큰 충격에 하려던 말이 자꾸만 헛바람으로 새어나왔다.

-야! 파트너! 정신차려!

포프의 손에 쥐여있던 델프링거가 크게 외쳤지만 포프의 귀에는 들리지 않았다.
포프의 반응이 없자 루이즈는 뒤를 돌아보았고, 헥사곤 메이지도 공포란 것을 느낄 수 있다는 사실을 하르케게니아 최초로 목격한 사람이 되었다.

“아, ​아​아​아​아​아​아​아​…​…​…​!​”​

거대한 골렘을 뒤로 한 채 초조한 표정으로 포프를 바라보는 루이즈의 손에는,

육망성이 음산하게 빛나는,

‘검은 핵’이 들려 있었다.
 
루이즈는 검은 핵을 사용했다!
골렘이 소멸했다!
후케도 소멸했다!
하르케게니아는 멸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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