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럴렐 3 ‘말로 표현할 수 없을만치 사랑스러워?’
4월 후반에 들어서자, 신입생도 대부분 학원에서의 생활에 익숙해져 왔다. 당연히 2학년의 경우에는 그런 순진한 부분은 전혀 남지 않아서, 자유롭게 학원 안을 활보하는 모습이 여기저기서 보인다.
유키의 악우인 코바야시도 역시 그런 사람 중 한 명이라, 점심시간이 그리 오래 남지 않은 시점에 매점을 향해 복도를 달리고 있었다. 서두르고 있는 이유는 별것 아니고, 단지 목이 말라서 마실 걸 사러 가려고 하고 있는 것 뿐이다.
릴리안 학원은 원래 아가씨 학원이었기 때문에 공학이 된 지금도 학생의 질에는 상당히 신경 쓰고 있어, 입학 때에는 면접도 중요한 요소다. 하지만 그래도 고등학생 남자의 기운이 어디론가 날아갈 리도 없으니, 이렇게 학교를 뛰어다니는 학생도 당연히 존재하기 마련이다.
학생 사이로 지나다니며 복도를 달려나가 계단을 여러 단씩 뛰어내리며 아래로 내려가서, 1층에 도착한 뒤에는 복도를 똑바로.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던 타이밍에.
“어이, 거기 너.”
냉정한 목소리가 코바야시의 발을 멈춘다.
평소라면 선생님에게 불리면 발걸음을 천천히 늦춘 뒤 타고난 센스로 어떻게든 빠져나갔었지만, 이번에는 그럴 수 없었다.
“복도를 달려선 안 돼. 넘어지거나, 다른 학생과 부딪치거나 해서 상처라도 입으면 어떡할 거니?”
“아, 죄송합니다.”
“기운이 넘치는 건 좋지만, 제대로 룰은 지킬 것. 알겠니?”
“예―.”
주의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왠지 미소마저 띠고 있는 코바야시. 주의를 준 선생님은 한 번 한숨을 내쉰 뒤에 복도를 따라 멀어져 갔다.
뒷모습을 야무진데 없는 표정으로 바라보는 코바야시.
“하아……역시나 좋은데…….”
코바야시의 중얼거림은 가까이 있던 남학생들의 마음속도 대변하고 있었다.
한편, 코바야시에게 주의를 준 선생님은.
복도의 모퉁이를 지나, 주위에 사람의 기척이 사라진 시점에 갑자기 누군가 엉덩이를 만지는 걸 느꼈다.
“읏?!”
귀신같은 형상으로 뒤를 돌아보자.
“하이~, 요코.”
“세이, 너, 또 그런 성희롱을.”
“딱딱하네~, 인사 같은 거잖아.”
“인사 같은 걸로 엉덩이를 만지는 사람이 어디에 있니!”
화내고 있는 요코와 반대로, 세이 쪽은 실실 웃으며 대답한다.
심플한 버튼 둘짜리 테일러드 재킷에, 타이트 스커트를 맞춰 입어 위아래를 검은 슈트 차림으로 갖추고 있는게 미즈노 요코. 릴리안 학원에 올해 부임해온, 신임 선생님.
한편, 버튼 하나짜리 재킷에 (裾幅広め) 부츠컷 실루엣의 바지를 맞춰 입은게 사토 세이. 요코와는 반대로, 위아래를 하얀색으로 갖춰 입었다. 역시 요코와 마찬가지로, 올해 막 부임해온 신임 영어 선생님.
둘 다 4월에 이미 신임 교사라곤 믿기 힘들 정도의 활약을 발휘하며 눈에 띄고 있다.
요코는 신임답지 않은 수업 진행으로 다른 선배교사보다도 훨씬 믿음직스럽다고 불릴 정도고, 세이는 그 스스럼없는 성격과 그럴싸한 겉모습 덕에 여학생들에게 큰 인기를 얻고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타입은 다르지만 두 사람 다 미인이다. 젊고 아름다워서 이걸로 인기가 안 생길 리도 없으니, 아까 코바야시가 보여준 태도도 요는 그런 거란 소리다.
“이야―, 하지만 릴리안도 많이 변했네.”
“공학이 되었으니까. 시대는 바뀌는 법이야.”
말이 나타내는 대로, 두 사람 다 릴리안의 졸업생이었다. 그녀들이 재학 중일 때는 아직 여고였기에, 지금 학원의 분위기와는 상당히 달랐었다.
“왠지 늙은이 같은 말이네……아차, 예비종인가. 수업 준비 해야겠어.”
“뭐야 너, 이제부터 준비 하는 거니?”
둘이서 걷고 있자 다시금 복도의 저편에서 쿵쾅쿵쾅하는 발소리가 들려왔다. 대부분 예비종을 듣고서 서둘러 교실로 돌아가려 하는 학생들이겠지. 발소리는 서서히 커져가, 둘에게 다가오고 있었다.
모퉁이를 돌아 모습을 드러내는 학생.
“이봐, 복도는 달리지 마, 소년.”
“으와앗?!”
기세 좋게 달려오던 학생은 서둘러 급 브레이크를 걸어, 어떻게든 멈춰 섰다.
“기운이 넘치는 건 좋은 일이지만.”
“맞아, 후쿠자와 군. 위험하잖니.”
“예, 죄송합니다.”
꾸벅 고개를 숙이고, 소년은 달린다고 보기에는 모자란 정도의 속도로 멀어져 간다. 하지만 요코와 세이가 복도의 모퉁이를 돌자마자, 다시금 서둘러 달려나간다.
“후후, 창문으로 보이고 있는데.”
“정말, 어쩔 수 없다니까…….”
소리를 죽이며 웃는 세이와, 에휴 하고 한숨을 내쉬는 요코.
두 사람은 곧 학생 하나의 일 같은 건 잊어버린 것처럼 걸어나가지만, 한동안 걸은 뒤에 세이가 문득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러고 보면, 아까 전 애, 확실히 2학년 3반 애였지.”
“그랬는데?”
그게 왜? 라고라도 물으려는 듯이 요코는 고개를 갸웃거린다.
“요코 말야, 분명 2학년 3반 담임은 아니었지. 잘 알고 있네.”
“에……뭐, 뭐어, 학생에 대해서 기억하는 건 당연하잖아?”
“요코는 역시나 대단한데. 나도 귀여운 여자애는 대부분 기억했지만.”
“정말, 너란 애는…….”
에휴, 하며 어깨를 움츠리는 요코.
별일 아닌 학원에서의 한 장면이었다. 적어도 이 시점에서는.
다음 날.
교실 안, 평소와 다름없는 맴버끼리 쉬는 시간을 별 의미 없는 수다로 보내고 있자, 책상 위에 걸터앉은 코바야시가 별 좋지 않은 걸 떠올리는 듯 홀로 웃음을 띄웠다.
“뭐야 갑자기. 기분 나쁘게.”
“유키치, 그러지 마. 이걸로 안 웃고 있을 수 있겠냐고.”
“상대가 화낸 걸로 기뻐하지 마. 변태냐?”
“바보, 화낸 게 아니야. 꾸중 들은 거야. 미즈노 선생님한테. 아―, 좋은데.”
하고, 코바야시의 혼은 어딘가로 빠져나가려 하는 참이다.
어제부터 이 상태여서 유키 입장에서는 정말 어이가 없었다. 미즈노 선생님에게 꾸중 들었다, 그 늠름하게 서 있는 자세, 아름다운 얼굴, 맑은 목소리. 그런 사람에게라면 얼마든지 꾸중 들을 수 있다 운운하는 소리를, 부끄러워하지도 않고 계속 말하고 있다.
슬쩍 눈을 옆으로 향해보자, 요시노와 츠타코는 뭔가의 화제로 신나는 모양이어서 이쪽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지 않고 있다.
들리고 있었다면 어이가 없는 눈초리로 보는 걸로 끝났겠지만, 그래도 그리 들려주고 싶은 내용은 아니다.
“그건 그렇다 치고, 왜 우리 반의 담임이 아닌 거야―! 아―, 젠장, 타나카와 미즈노 선생님의 수업만이라도 바꿔줬으면 싶은데!”
쓸데없는 걸 역설하는 코바야시.
“너, 그런 표정 짓지 마. 너는 미즈노 선생님을 별 것 아니라고 생각하겠지만!”
“아니……그야, 예쁘다고 생각하는데.”
“예쁜 것만이 아냐. 고상하고, 긍지높고, 누구에게도 아첨하지 않고, 풍격마저 감돌고 있어. 미즈노 선생님에게 꾸증 듣고 싶다, 밟히고 싶다, 묶이고 싶다고 생각하는 녀석은, 이 학원 남학생 중에 몇 할에 이른다고 생각하고 있는 거야?!”
“그, 그런 사람이 아니……”
“멍청한 놈, 상상은 서민에게 주어진 최후의 이상향, 자유의 증표인 거다!”
남의 이야기 따위는 전혀 듣는 모습 없이, 코바야시는 열변을 토하고 있다.
옆에서 이야기를 하고 있던 두 사람도, 역시나 심상치 않은 코바야시의 모습을 깨달은 모양이다.
“……코, 코바야시 군, 무슨 일이니?”
“뭔가 이상한 거라도 먹었니?”
“아―, 신경 쓰지 말아 줘. 가끔씩 나오는 발작같은 거니까.”
아직껏 영문을 알 수 없는 소리로 짖어대고 있는 코바야시는 치워두고, 슬슬 다음 수업의 준비를 하려고 하는 참에.
가방 안에 손을 넣고 있었던 요시노가 이상한 행동을 하기 시작했다.
“어, 어라? 어라?”
“무슨 일이야?”
“공책이 없어……어라, 확실히 가져 왔는데.”
“공책이라니, 아까 밀크 홀에서 보고 있었던 거? 놓아두고 온 거 아니야?”
“아아아앗?!”
책상에서 튀어일어나 머리를 껴안는 요시노. 그리고 그 기세로 교실을 뛰쳐나오려고 하는 걸, 츠타코가 팔을 잡아서 말린다.
“잠깐 잠깐, 이제 와서 가지러 가봐야 시간에 안 맞아.”
“그래도, 다음 수업, 이토 샘이잖아. 나, 오늘 걸릴 거야―.”
하고 머리카락을 뒤죽박죽 뒤엎고 있는 요시노의 눈이 유키를 향했다. 큰 눈으로, 무언가 호소하는 듯한 표정으로.
어릴 적부터 함께 지내온 유키는 그 뜻을 바로 이해한다. 망설이는 것마저 아까운 시간이어서, 바로 일어나 요시노의 머리를 가볍게 손바닥으로 두드린다.
“어쩔 수 없네. 후딱 가서 가져와 줄 테니까.”
“아, 그래도.”
“내 속도면 금방이니까.”
부탁하는 듯한 눈빛을 보내놓고서 막상 실행하려고 하면 걱정하는 듯한 표정을 짓는다. 기가 드센 주제에 왠지 때때로 굉장히 마음이 약해지는 것도 옛날과 마찬가지다. 그래서 안심시키듯 가볍게 장난을 걸었다.
“요시노처럼 느리면 방과후가 되어도 돌아오지 못할지도 모르겠지만.”
“뭐, 뭐야. 그렇게까지 느리진 않아!”
요시노의 노성을 등으로 받으며, 복도로 뛰쳐나간다. 그 소리에 뒤섞여서
‘곤란한 여친을 위해서 씩씩하게 달려가다니, 멋져. 사랑받고 있구나 요시농~?’
‘아, 아아아아냐, 그런 거! 유, 유키에겐 이런 심부름꾼 짓이 어울리는 것 뿐이니까!’
같은 이야기도 슬쩍 귀에 들어왔지만 신경 쓰지 않기로 한다.
유키가 있는 교실에서 밀크 홀까지는 제법 거리가 있다. 복도를 달리지 말라고 어제 막 주의받은 참이지만, 수업 시작까지 돌아오려면 달릴 수밖에 없다.
머릿속으로 최단루트를 계산하고 유키는 달려나갔다.
생각하고 있던 경로대로 밀크 홀에 도착해, 요시노에게서 들은 곳을 찾아봤지만, 공책은 보이지 않는다. 사람이 제법 지나다니는 곳이고, 다른 사람이 주웠을 경우를 생각해 분실물 코너로 가 보니 예상대로 거기에 요시노의 공책이 맡겨져 있었다.
한숨 돌리는 것도 한순간. 시계를 보자 시간적 여유가 거의 없었다. 공책을 손에 들고 발뒤축을 돌려, 이번에는 교실을 향해 달려나간다.
수업 시간이 촉박한 탓인지 복도에 학생의 모습은 그리 없다. 달리기 쉽다고 하면 달리기 쉽긴 하지만, 들키기 쉽기도 하다. 그래도 유키는 속도를 늦추지 않고 달려나간다.
곧은 복도, 앞도 잘 보이고 다른 사람의 모습도 없다. 그래서 유키는 문제없다고 판단하고 계속 달려나갔지만, 중간의 교실 문에서 사람이 나오는 것 까지는 예측할 수 없었다.
“……?”
그 인물이 유키쪽을 본 순간.
“우와아앗?!”
순식간에 피하려다 다리가 뒤얽혀서, 쓰러져서 화려하게 굴렀다. 쓰러진 순간에 머리를 어딘가 부딪친 건지, 격렬한 고통이 덮쳐옴과 동시에 한순간 눈앞이 새까매진다. 자신이 어떻게 되었는지, 갑자기 나타난 사람은 무사한지. 유키는 어질어질한 머릿속으로 그런 걸 생각하고 있었다.
“아―, 화려하게도 굴렀네……괜찮니―, 소년?”
누군지 잘 모르겠지만, 느긋한 목소리가 머리 위에서 들려온다.
아픔을 억누르고 어떻게든 몸을 일으키려고 한 순간.
“괘, 괜찮아, 유키 군?!”
누군가에게 머리를 껴안겼다.
일단, 문에서 튀어나온 건 세이였다. 다음 수업 교실을 향하려고 방을 나선 순간, 격렬한 기세로 달려오는 학생의 모습을 눈치채고 그 순간에 가볍게 뒤로 걸어서 위기를 피했다. 즉, 충돌이라는 사고를 피할 수 있었던 건 유키가 피했다기보다는 세이가 몸을 뺐기 때문이라고 하는 편이 정답에 가깝다.
그리고, 세이는 화려하게 구른 남학생을 아무래도 조금 걱정스럽게 바라보고 있던 참에, 무시무시한 속도로 끼어들어온 사람에게 방해당했다는 상황이다.
“괜찮아? 어디 부딪쳤니? 아픈 곳은 없어?”
“어, 어라……요코 누나?”
“차암, 유키군은……그러니까 어제도 주의 했잖아.”
유키의 머리를 자신의 허벅지 위에 올리고, 걱정스러운 듯한 표정을 지으며 상냥하게 쓰다듬는다. 옆에서 보면 제법 아름답다고 할지, 부러운 광경이라고 할지 하는 상황이지만.
실제로 그 장면을 보고 있던 사람은 오히려 멋진 미소를 띄웠다.
“어머머머머, 요코도 참, 무슨 일이려나~.”
“세, 세이?! 무, 무슨 일이니?”
세이가 있던 걸 떠올렸지만 새삼스레 무릎베개를 치울 수도 없어, 그 꼴 그대로 냉정한 척 하려는 요코였지만.
“어제는 ‘후쿠자와 군’이었는데, 오늘은 ‘유키 군’이라니, 무슨 일이려나?”
“에, 아, 그, 그건……!”
자신의 실수를 눈치채고 허둥지둥 당황하는 요코.
한편 세이쪽은, 괴롭히는 보람이 있는 장난감이라도 찾아낸 악동 같은 눈빛으로 요코를 보고 있었다.
여하튼, 미칠 듯이 진지한데다 우등생인 요코가 당황해서 허둥지둥거리는 모습같은 건, 그리 쉽게 눈에 들어오는 장면이 아니다.
“흐응……혹시나, 그런 관계였니?”
“그, 그, 그런 관계라니, 뭐야!”
“그러니까~,
‘……안 되요, 학교에서는 미즈노 선생님이라고 부르지 않으면.’
‘미, 미안, 미즈노 선생님……그래도, 그…….’
‘알고 있어. 침대 위에서는 이름으로 불러줘, 유키 군(하트)’
‘요, 요코 씨!(꼬옥!)’
‘앙, 안돼, 아직 이런 곳에선, 정말…….’
……이런 느낌의 선생님과 학생의 금단의 문란한 관계라는 거?”
몸짓 발짓을 섞어가며 음색마저 바꿔서 열연하는 세이를 보고, 귀까지 새빨개지는 요코. 농담으로 놀리고 있는 것뿐인데, 여기까지 과민반응하는 걸 보고, 세이는 마음 속으로 웃음을 참을 수 없었다.
“그그그그그그, 그런, 난잡한 관계일 리 없잖아! 나, 나와 유키 군은…….”
“자, 잠깐……미즈노 선생님.”
동요하는 요코를 본 탓인지, 역으로 유키 쪽이 냉정을찾은 모양이다. 몸을 일으켜 두 사람을 번갈아 바라본다.
“아, 미, 미안해, 잠시 이성을 잃어서. 다치지 않았니, 유키 군?”
유키 쪽은 ‘미즈노 선생님’이라고 말했는데, 요코 쪽은 완전히 ‘유키 군’이 되어 버렸다. 게다가, 본인 스스로는 그걸 눈치채지 못하고 있는 모양이어서, 세이는 마음속으로 굉장히 재밌는 걸 발견했다고 갈채한다.
한편 요코는 과거의 기억을 떠올린다.
원래, 요코와 유키는 먼 친척이었다. 거의 혈연관계라고는 말하기 힘들 정도지만, 시골이 야마나시라고 하는 공통점이 있어서 가까스로 서로가 친척이라고 기억하고 있는 정도였다. 그래서, 친척끼리 교류가 있다고 할 수준의 교류는 가족간에는 없었지만, 그래도 유키가 시골에 내려갔을 때는 요코가 놀이 상대가 되어 있었다.
백중맞이(お盆: 양력 8월 15일 즈음의, 한국의 추석과 비슷한 명절)이나 설 같은 시기에 귀성하는 건 어디나 마찬가지다. 특히 백중맞이 시기에는 축제가 있기에, 거기에 맞춰서 귀성하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일정이 겹친다. 시골이라고 해도 근처에 친구나 지인이 있는 것도 아니어서, 아이 입장에서 보면 짬을 주체할 수 없다 보니 필연적으로 둘이 함께 놀게 된 거다.
6년 연상의 요코가 누나 행세를 하여, 유키는 이런저런 곳을 따라가며 놀았다. 기운이 넘쳤던 유키는 야마나시의 산야를 뛰어다녀, 노상 생채기를 내서, 요코에게 걱정을 끼치고 있었다.
그래도 요코는 타고난 남을 잘 돌보는 기질 때문인지, 연하인 남자애를 돌보는 게 괴롭지 않았고, 오히려 즐거울 정도였었다.
대학에 들어가서 바빠진 탓에 귀성 타이밍도 미묘하게 어긋나서 최근에는 만날 기회도 굉장히 줄었지만, 설마 부임한 학교에 유키가 재학하고 있을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유감스럽게도 담당하는 반은 아니어서, 수업에서 만나는 일은 없었지만, 그래도 최근에는 매일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를 볼 수 있어서 요코는 내심 안심하고 있었던 거다.
그와 동시에, 유키와 만나게 되어 타고난 보호자혼이 한순간에 커져 버렸다. 즉, 이 학원에 있어 유키에게 뭔가 일이 생기지 않도록 지키지 않으면 안 된다는 식으로. 선생님이 되어 릴리안에 부임하게 된 것도, 분명 신의 뜻인 거라고.
게다가 다른 한쪽의 유키는 좀 더 단순하게, 그맘때의 남자애에게 흔히 있을 법한 연상의 누나에게 가슴이 설렌, 쉽게 말해서 첫사랑의 상대, 동경의 상대였다.
그런 마음이 뒤얽힌 이 복도의 한 장면.
물론 세이는 그런 뒷사정은 몰랐지만, 그래도 두 사람의 태도나 서로에 대한 호칭을 보면 둘의 관계가 어쩐지 상상이 갔다.
뭐어, 유키 쪽은 얼굴에 다 나와서 알기 쉬웠고, 요코 쪽도 평소에는 침착한 표정을 무너뜨리는 일은 거의 없는데 지금 이 상태.
“……헤에~, 요코가~.”
“뭐, 뭐야. 다친 학생을 걱정 하는 건 당연한 거잖아.”
일어서서 순식간에 의연한 태도를 보이는 건 역시나 대단했지만, 이미 늦었다는 느낌이 강하다.
“다친 학생? 아니겠지. 다친 ‘유키 군’의 걱정이잖아?”
“뭣, 아, 아냐!”
세이의 장난에 순식간에 얼굴을 붉히는 요코.
그런 요코를 구한 건 수업 시작을 알리는 종소리.
“아, 수업에 가야지.”
“아―, 이런. 또 학생한테 혼나겠다.”
“세이, 너 말야…….”
두 사람이 평소대로의 대화를 나누며 평소대로의 태도로 돌아가는 보고, 유키는 슬그머니 소리 없이 일어섰다.
“그럼 실례하겠습니다. 미즈노 선생님, 사토 선생님.”
도망가듯이 그 자리를 떠난다.
“아, 유……후쿠자와 군.”
“무리하지 말고 ‘유키 군’이라고 부르면 될텐데.”
“차암, 세이!”
놀림당하고 바로 목소리를 키우는 요코와 즐거운 듯 어깨를 부들부들 떠는 세이. 그리고 그런 두 사람을 뒤로하고 달려가는 유키.
“하아……가자, 정말 늦겠어.”
“응……아, 그러고 보면 오늘 6교시, 그 애의 반이었어. 이히힛, 조금 놀려 줄까나~.”
“잠, 안돼, 세이. 듣고 있니? 이상한 짓 하면 안되니까!”
화창한 봄날의 오후.
해프닝의 싹은 착착 커나가고 있었다.
<판명 스테이터스>
미즈노 요코 (new) ··· 선생님, 누나
사토 세이 (new) ··· 선생님
<발생 이벤트>
요코 ‘누나의 무릎베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