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럴렐 4 ‘찬란한 시간에 사로잡혔어?’
골든 위크도 끝나, 1학년 첫 중간고사가 꼬리를 보이기 시작했을 무렵. 하지만 학생들은 목전의 시험 같은 것보다도 눈앞의 자그마한 행복을 손에 넣는 걸 우선해 버리기 마련이다.
유키도 물론 자기 방 침대 위에서 자그마한 행복을 만끽하고 있었다. 즉, 늦잠이다. 그야말로 더없이 행복할 때이자,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편안한 기분이 몸을 덮어 간다.
“……저기, 일어나. 일어나라니까.”
요시논가.
깨우러 와 주는 건 좋지만, 그래도 졸리는 건 졸리는 거다. 뭣보다, 이렇게 한 번 잠에서 깬 뒤에 다시 잠 드는게 얼마나 기분이 좋은데.
유키는 시트로 몸을 완전히 덮듯이 둥글게 싼다.
“정말…….”
기막혀 하는 소리가 들려온다.
하지만 포기하면 될 것을, 끈질기게 몸을 흔들며 깨우려 한다. 이대로 안 일어나고 있으면 무릎차기나 팔꿈치치기가 떨어져 내리겠지만, 그것마저 어쨌건 상관없을 정도로 졸리다.
“유키 군, 아침밥 됐어. 이제……일어나줘.”
“뭘 하고 있는 거야, 레이 쨩. 그렇게 미지근하게 깨우려고 하면 안 돼.” 라고 말하는 다른 한 사람의 소리가 들려왔다. 아무래도 아까 전까지는 레이고, 계속 안 일어나서 초조해진 요시노가 이어서 끼어든 모양이다.
“비켜줘, 레이 쨩. 유키에게는 퍽퍽 안 먹이면 안 통하니까.”
“자, 잠깐 요시노. 뭘 할 셈이야? 앞쪽으로 기운 자세로……요시노?!”
“점핑 니킥이야. 자, 비켜줘, 레이 쨩!”
“아, 안돼, 위험하다니까……!!”
“와, 왓, 비키라니까 레이 쨩!”
“으아아아아아앗?!”
시끄럽네~라고 생각한 다음 순간.
“크헉?!”
갑자기 덮친 충격, 덮쳐오는 무게, 그리고 고통.
“뭐, 뭐, 뭐야……으으.”
“차암, 유, 유키 군, 이상한 곳 만지지 말아줘.”
“그, 그런 소리를 해봐야.”
“꺄악?! 바보, 유키 변태! 엉덩이 만지지 마!”
“그보다, 위에서 비켜!”
“그런 소리를 한대도, 레이 쨩, 좀 먼저 비켜줘.”
“그, 그래도 다리가 얽혀서…….”
어떤 형세가 되어 있는지 자세한 묘사는 하지 않겠지만, 새벽부터 미소녀 두 사람과 침대 위에서 얽히고 있어서 다른 사람이 보면 부럽기만 할 상황도.
“으, 주, 죽겠어…….”
요시노의 정강이와 레이의 팔에 끼여서 목이 죄여, 기절할 상황인 유키랑은 상관없는 일이고.
이런 느낌으로, 평소와 다름없는 일상은 시작되어 간다.
점심시간이 되면 매점은 전장이 된다.
원래는 아가씨학교였던 릴리안이라도 그건 마찬가지다. 상대가 여자라면 남자 쪽이 강하리라는 생각과는 다르게, 오히려 여자 비율 쪽이 높은 릴리안. 여자 무리를 뚫고 가는 게 굉장히 힘들다. 특히 최근에 성희롱 문제 같은 것도 큰 문제가 되고 있어, 만지지 말라는 게 무리인 상황 속에서도 굉장히 배려에 노력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렇다고 해서, 지켜보고만 있어봐야 아무것도 손에 넣을 수 없다. 그래서 유키는 각오를 굳히고 전장 속으로 발을 디뎠다.
원래대로라면 반드시 도시락을 만들어 주는 레이가, 집에 적당한 도시락 재료가 없었는데다 드물게 아침에 일어나는 게 늦어진 게 겹쳐서 도시락이 없는 상황이 되어, 이렇게 매점으로 발을 옮기게 된 거다.
릴리안에 들어온 뒤에 점심으로 북적거릴 때 매점에 온 건 셀 수 있을 정도밖에 없었지만, 역시 굉장한 열기다. 하지만 여기서 겁먹고 있으면, 참담한 점심시간에 이어 배고프게 오후 수업을 보내야 한다는 미래가 기다리고 있을 뿐이다. 유키는 사람을 밀어 헤치며, 동시에 여자에 대해서는 가급적 주의하면서 인파를 갈라 나아간다.
하지만 유키가 생각하고 있던 것보다 어마어마한 혼잡이다. 어떻게든 저떻게든 제일 앞줄에 도착했을 즈음에는 몸이 굉장히 피로에 쩔어 있었다. 그런 상황 속에서 잽싸게 남아있는 물건에 눈을 빛내, 눈에 들어온 건.
단팥빵, 소라빵, 가라아게 샌드위치, 꽃게빵 등등.
‘―――가라아게 샌드위치?!’
물건 중에서도 찬란하게 빛나고 있던 그건, 그야말로 마지막 하나. 기적적으로 남아있던 가라아게 샌드위치에 손을 뻗어서 잡으려 한 순간.
약간 늦게, 유키의 손을 스치듯 뻗어온 손.
“――아, 미안―――.”
무심코 사과하면서 그 손이 누구 손인지 눈을 향하자.
“……엑.”
여자애답지 않은 소리와 표정을 띄우며 이쪽을 보고 있는 건, 쇼코의 친구인 니죠 양이었다.
“미안, 이거 마지막 하나――.”
“그런 것쯤은 알고 있어요.”
왠지 모르게 미안한 기분이 들어서 말한 건데, 니죠 양은 달려드는 듯한 표정으로 유키를 노려본 뒤 격렬한 기세로 다른 빵을 손에 집었다.
녹차빵과 소라빵이다. 양쪽 다 꽝이라는 소리를 듣는 빵이다.
“……뭐야, 불만 있어요?”
“아니, 별로. 아, 맞아, 마실 것도……아주머니, 카페오레 주세요.”
“저, 저도 카페오레!”
유키에 이어서 니죠 양도 손을 들었다.
하지만.
“아ー, 미안해. 카페오레는 총각게 마지막 남은 거야.”
상냥하게 카페오레를 유키에게 건네주는 매점 아주머니. 한편 니죠양 쪽은, 몸을 부들부들 떨며 유키를 노려보고 있다.
“후……그래. 거기까지나 내 방해를 할 셈이구나.”
“아니 잠깐, 내 탓이 아니잖아?!”
“아가씨, 이거라면 남아 있는데?”
두 사람 사이를 중재하려는 건지 어떤 건지는 모르겠지만, 매점 아주머니가 뭔가 마실 걸 내밀었다. 무심코 받아들여 버린 니죠 양의 손에 놓여있던 건.
다시마차 주스.
어째서 다시마차에 주스를 붙이는 걸까. 다시마차라면 다시마차만으로도 괜찮지 않은가. 그리고, 카페오레 대신에 건네줄 물건으로써 너무 이상하잖아.
니죠 양은 다시마차 주스 캔을 꾹 쥐며 그곳에 서 있다.
“저 말야, 확실히 자판기에 카페오레 있었던 것 같은데.”
왠지 마음에 걸려서 말을 걸었지만, 아무래도 역효과인 모양이어서.
니죠 양은 유키를 한 번 노려본 뒤, 빵 값과 다시마차 주스를 두고 인파를 거스르려는 듯 빠져나갔다. 유키도 가라아게 샌드위치와 카페오레, 거기에 다른 빵도 손에 든 뒤 돈을 내고 군중 밖으로 빠져나왔다.
조금 형태가 무너져 버린 전리품인 빵을 손에 들고 걸어나가자, 자판기 앞에 서 있는 니죠 양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자연스레 다가가 보자, 니죠 양은 기계 앞에서 동전을 손에 든 채로 굳어 있었다.
왜 그런 건지 옆에서 살펴보자, 카페오레가 있는 곳에 훌륭히 ‘매진’ 램프가 들어와 있었다.
“후, 후, 후, 그런 건가요. 처음부터 이걸 알고 자판기를 추천했다고.”
“처음부터 매진인 걸 알았으면 가르쳐 줬을 리 없잖아!”
“어떨까? 당신, 성격 나빠 보이니까, 일부러 한 거 아니야?”
“너 말야, 애초에 선배한테 그 말투는 뭐야. 난 단순히 호의로 가르쳐 준 것 뿐이잖아.”
“호의의 결과가, 이 비아냥거리는 듯한 방식인가요?!”
꾹 쥔 주먹으로 죄없는 자판기를 친다.
그러자, 다음 순간.
탈캉.
하는 둔한 소리와 함께, 뭔가가 자판기 배출구로 떨어졌다. 그쪽을 보자, 자판기를 친 니죠 양의 주먹이 자판기 버튼을 누르고 있었다. 그건 카페오레 곁에 있었던 음료수고.
“……캔 단팥죽…….”
“후, 후, 후.”
캔 단팥죽이라니, 단 걸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호평받는 물건이지만 카페오레를 사려고 생각하고 있던 사람 입장에서 보면 참아줄 만한 게 아니겠지.
니죠 양은 기계적으로 허리를 굽혀 캔 단팥죽을 꺼내고, 눈앞에 가져와서 바라본 뒤 적의를 띄우며 웃었다. 그보다, 그 눈은 유키 쪽을 향하고 있다.
“점심에 이런 걸 마시게 하려고 한 건가요?!”
“아무리 봐도 내 잘못이 아니잖아?!”
“흥, 기억해 두세요! 다음은 이렇게 안 될 테니까!”
“그러니까, 내 탓이 아니잖아!”
유키의 항의따윈 귀에도 닿지 않는 듯한 모습으로 니죠 양은 검지를 휙 유키에게 향하며, 캔 단팥죽을 들고 떠나가 버렸다.
“대체 뭐야, 참나……아, 그런 것보다 점심 먹어야지. 시간 없겠어.”
마음을 바꿔먹고 전리품을 손에 들고 걸어가며, 그럼 어디서 먹을지를 고민한다. 이대로 교실에 돌아가도 괜찮지만, 모처럼 오랜만에 매점에 왔으니까 그대로 밖에 나가서 먹든 안뜰을 향하든, 평소와 다른 곳에서 점심을 먹는 것도 괜찮지 않나 고민하기 시작한다.
어딘가 좋은 장소가 없는지 여기저기를 걷고 있자, 눈에 들어온 건 계단. 그러고 보면 1년 이상 생활하면서 옥상에는 가본 적이 없다는 걸 깨달았다.
“가 볼까…….”
자연스럽게 발이 향해 계단을 올라간다. 계단 층계참을 돌아, 다시금 위를 향한 뒤 문잡이를 돌려 천천히 문을 연다.
“오오…….”
자연스레 소리가 흘러나온다.
원래 릴리안의 부지는 옛날 모습을 아직도 짙게 남기고 있기에, 주위에 그리 높은 건물은 없고 녹빛도 많다. 옥상에 나가 보면 막는 것 없이 교내 풍경이 넓게 보여, 기분을 상쾌하게 만든다. 초봄의 상냥하고 부드러운 바람이 불어서 뺨을 만지자, 아까 전까지 나빴던 기분도 깨끗이 어디론가 날아가는 것 같았다.
주변을 둘러보면서 어딘가에 앉아서 먹으려고 앉을 곳을 찾다가 문득 눈에 띈 건, 지금 막 나온 옥상과 건물을 잇는 문의 바로 위. 급수탑으로 쓰이고 있는 모양이지만, 어딘가로 오를 수 없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 벽을 따라 걷다 걸음을 굽힌 참에 머리 위에 사람의 기척이 느껴졌다.
극히 자연스레 머리를 위로 향하자.
“――――에?!”
무심코 소리를 낼 뻔한 걸 서둘러 막았다.
눈에 들어온 건 미끈하고 잘 빠진 다리였다. 학교 지정 양말과 신발을 신은, 부드러운 다리. 적당하게 살집이 붙은 듯한 장딴지, 묘한 색기가 느껴지는 뒷무릎, 그리고 바람에 흩날리는 치맛자락.
하지만 중요한 부분은 보이지 않는다.
치마가 나부껴, 넓적다리까지는 보이는데 그 위는 왠지 절대로 보이지 않는다. 유키는 비디오 게임이나 소년만화에서 자주 보는 ‘그런 짧은 치마로 그런 꼴을 했다간 틀림없이 보일 텐데 왠지 보이지 않아!’라는 씬을 떠올리고 있었다.
그 여성은 사다리를 내리려는 듯 오른발을 나래로 뻗었지만, 잘 밟지 못하고 하늘을 찬다. 발레 슈즈같은 신발과 어울려 보고 있기 굉장히 조마조마했다. 치마 안도 포함해서.
언제까지나 이런 곳에 서 있으면 변태라고 생각하면서도, 위태로워 보여서 물러나기 힘들다. 그런 식으로 생각하고 있었더니, 당연하지만 그 여학생은 아래에 유키가 있는 걸 깨달아 버렸다.
“?!”
그녀는 놀라서 사다리를 헛디뎠다.
“으앗?!”
당황해서 안아 멈추는 꼴이 된 유키. 그리 높은 장소는 아니라고 해도, 사람 한 명이 떨어진 거다. 그대로 균형을 무너뜨려 엉덩방아를 찧는다.
“아야!”
힘차게 엉덩방아를 찧어, 비명을 지른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여학생 쪽은 유키 위에 올라타 있기에, 아무데도 상처입지 않은 모양이었다.
“괘, 괜찮나요?”
여학생은 뒤를 향하고 있기에 얼굴은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허리까지 닿는 칠흑빛 긴 머리카락은 흐르는 듯 아름답고, 손을 두르고 있는 허리는 힘을 넣으면 끊어져 버릴 정도로 가늘다. 코를 간질이는 듯 달콤한 방향은 그녀의 냄새일까. 지금 상태를 냉정하게 느껴 보자 갑자기 긴장감이 들고, 고동이 빨라진다.
“―――?”
하지만 거기서 간신히 유키는 이변을 깨달았다.
유키의 위에 올라타 있는 꼴의 여학생 말이지만, 몸이 굳어진 채로 전혀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
“저, 저기……어디 다쳤어?”
조심조심 물어보자.
“……나………….”
“나?”
다음 순간.
“나, 남자――――!!”
“크엑!!”
몸을 꿰뚫는 충격.
대단한 힘으로 뺨을 후려맞았는데, 그 기세로 송곳질 하듯 날아가 버려서 머리부터 바닥에 격돌.
“으……으…….”
쓰러져서 움찔움찔 경련하는 유키의 귀에 들려온 건 달려가는 발소리와 문이 닫히는 소리.
“어, 어째서……?”
그런 유키의 머리에 떠오른 건.
그녀는 어째서 저런 곳에 올라가 있었나 하는 의문이었다.
“아야야야, 지독한 꼴 당했어.”
얼마간 지나서 부활한 유키는, 시간도 얼마 안 남기도 해서 잽싸게 점심을 마치고, 옥상을 떠났다.
건물 안에 들어가서 뺨과 엉덩이를 문지르며 걷는다. 아까 전에 수수께끼의 여학생에게 두드려맞은 뺨과 세게 엉덩방아를 찧은 엉덩이가 찌르르르 아프다.
“어머, 유키 군. 무슨 일이니?”
목소리를 듣고 돌아보자, 이러저런 교재를 안은 요코의 모습이 보였다.
오늘은 캐미솔에 풀오버 파카를 맞춰 입고, 아래는 플레어라인 니트 퀼로트. 어른스러움과 귀여움이 공존하는 모습에, 옛날부터 동경하고 있었다곤 해도 유키도 무심코 눈을 빼앗겨 버린다.
“어머, 뺨, 어떻게 된거니?”
“엣? 아니, 아무것도 아니에요!”
손으로 뺨을 누르곤 있었지만, 전부 감출 수 있을 리가 없다. 미묘하게 빨개져 있는 모습을 빠르게 눈에 담아, 요코가 걱정스러운 듯한 표정으로 바라본다.
“아무것도 아닐 리 없잖아. 차암, 새빨갛잖아. 무슨 일이니, 누구한테 맞았니? 괴롭힘 당하니?”
“아, 아니라니까요. 그런 거 아니니까.”
유키의 손을 떼어내고 뺨을 보자마자, 요코는 안색을 바꾸며 물어왔다. 걱정꾸러기에다가 남을 잘 돌보는 건 옛날부터 그랬지만, 이번에는 너무 깊게 물어봤으면 싶지 않다.
“정말로 아무것도 아니니까……아, 아야야.”
이번에는 엉덩이에 저리는 듯한 아픔이 찾아와, 무심코 소리를 내 버렸다.
그런 유키의 모습을 보고 요코는 더더욱 걱정스러운 듯 눈썹을 찌푸린다.
“무슨 일이니, 뭔가 있으면 사양없이 나한테 말해 주렴. 유키 군을 괴롭히는 애가 있다면 내가 용서 못 하니까!”
완전히 옛날의 누나 모드로 들어가 버렸다. 미묘한 위험을 느껴, 유키는 변명을 계속한다.
“아냐, 아니야. 어쩌다 굴러서 엉덩이를 세게 찧은 것뿐이니까. 조금만 지나면 괜찮으니까.”
“그런 거, 모르는 거잖아. 자, 잠깐 와봐.”
“엣, 으, 좀 끌지 말아줘.”
유키의 손을 잡고 억지로 계속 나아가는 요코. 다행이도 특별교실들이 늘어선 장소였기에, 학생의 모습도 없어서 목격자가 없는 것에 유키는 마음 속으로 가슴을 쓸어내렸다. 여하튼, 요코는 팬이 많으니까.
“자, 이쪽.”
그러고 있는 동안 어딘가의 방으로 떠밀려 들어갔다.
독특한 분위기, 냄새. 양호실이었다.
“아, 그러고 보면 양호선생님, 컨디션이 나빠서 오늘은 쉰다고 했었지…….”
텅 빈 양호실 안에서 요코는 곤란한 듯 잘 빠진 턱에 손가락을 댔다.
“그러니까, 괜찮다니까.”
“어쩔수 없네……내가 봐 줄테니까, 유키 군, 보여 주렴.”
“에, 뭘 말인가요?”
“그러니까, 엉덩이. 찧었잖아?”
극히 진지한 표정을 지으며 말하는 요코. 그녀는 진지한 성격이니까, 정말로 걱정해서 말해주고 있는 거겠지만 유키 입장에서는 그러자고 할 수도 없다. 뭐가 슬퍼서 자신의 엉덩이를 보이지 않으면 안 되는 건가.
“자, 빨리 해. 멍이라도 들었으면 어떡할 거니.”
“아니, 그떡할거냐고 해도, 그, 곤란하다니까요 요코 누나.”
동요하고 있는 거겠지. 유키도 무심코 요코의 이름을 옛날처럼 불러 버렸다.
“곤란하다니, 뭐가……아.”
거기서 간신히 요코도 눈치 챈 모양이었다.
순식간에 얼굴이 붉게 물들어 간다.
하지만.
“아……나, 나는 괜찮아, 그러니까. 그……응?”
귀까지 빨개지면서 수줍은 듯 얼굴을 피해서, 하지만 간절히 바라는 듯한 눈동자로 유키를 바라본다.
“―――내, 내가 안 괜찮으니까!”
“이, 이건 치료니까! 부끄럽다면 눈가리개 해 줄테니까.”
“아니, 내가 눈가리개 하는 건 이상하잖아!”
“그, 그래도. 봐, 도망 못가! 제대로 검사 안 받으면 안돼.”
“괜찮다고 말하는데!”
아무도 없는 양호실에서 두 사람이 우당탕탕 소란을 부렸지만, 거기에 집중하고 있던 탓인지 문 밖에서 다가온 사람의 기척을 느끼지 못했다.
갑자기 열리는 문.
“――헬롱~. 오후 첫 수업이 없어서 따분하니까 여기서 낮잠 재워줘.”
모습을 보인 건 이국적인 이목구비를 가진 한 명의 선생님.
그리고 눈 앞에는.
“이제 시간 없으니까 빨리하자. 자, 벗어 주렴.”
“자, 잠깐, 안된다니까……!”
벨트를 벗고, 바지가 벗겨지려 해서 아슬아슬 팬티의 무늬가 엿보이는 한 사람의 남학생과, 이번에야말로 벗기려고 바지를 잡고 있는(것 처럼밖에 보이지 않는) 한 명의 여선생님의 모습.
“……와오. 대담하네, 요코. 한낮부터 양호실에서.”
“에, 세이?!”
바닥에 주저앉아서 유키의 바지에 손을 대고 있던 모습인 채로 돌아보는 요코.
“아ー, 뭐어, 확실히 시간 없으니까, 옷도 그대로로 괜찮으니 그쪽 편이 괜찮을지도 모르겠지만, 그 말야, 열쇠는 채워두는게 좋아. 누가 올지도 모르고.”
어딘가 어색해 하면서도 세이는 그런 소리를 꺼냈다.
세이의 말에 요코는 눈을 크게 떴지만, 유키의 앞에서 무릎꿇고 뒤쪽이라고는 해도 바지를 벗기려고 혼을 대고 있던 지금 상황에, 세이가 뭘 뜻하고 말한 건지 어쩐지 모르게 이해해서.
“에――――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냐! 세세세세세이! 이, 이이이, 이건 오해야, 그그그그런거, 아니야!!!”
머리부터 가슴팍까지 새빨개져, 머리 위에서 증기가 솟아나오는 게 아닐지 의심될 정도로 뜨거워서, 요코는 친구의 터무니없는 오해를 어떻게든 하려 한다.
“이건, 그, 유키 군이 아프다고 하니까, 양호실에 와서, 내가 어떻게든 해 주려고 생각해서, 이렇게 된 거여서,”
문에 기대는 듯한 모습으로 세이는 히죽이죽 웃으며, 허둥지둥 당황한 요코에게 상냥하게 말을 건다.
“응, 그러니까 유키가 못 참겠으니까 요코가 마침 사람이 없는 양호실에 데려와서 잽싸게 처리해 주려고 했던 거잖아?”
“그, 그, 그런 거야!”
“아……요, 요코 누나, 지금 건 좀.”
말하려고 했을 때 세이가 입가에 검지를 세워서 조용히 하라는 듯한 제스쳐를 보낸다. 덤으로 반대손은 휴대전화가 놓여 있다. 아마 동영상을 찍고 있었을 게 분명하다.
확신범이라고 생각하면서도, 뭘 당할지 몰라서 거스를 수 없는 유키는 입을 닫을 수 밖에 없었다.
“그·러·면, 방해 미안했으니까 난 어서 빠질게. 맞아맞아, 점심시간보다 오히려 오후 수업을 땡땡이치고 그 사이에 하는 쪽이 다른 사람이 안 오니까 느긋하게 할 수 있잖아? 아, 문은 잠구고 커튼은 치는 쪽이 좋아. 시트나 옷은 너무 더럽히지 않도록 주의해. 그럼 힘내, 유키.”
말하고 싶은 대로 말을 꺼내고, 윙크를 보내며 한 손을 들고 방을 떠나가는 세이. 놀림받는 건 알면서도 세이의 말에 차례차례 얼굴이 빨개져 버리는 유키.
“……그보다, 어느 샌지 이름으로.”
“응? 무슨 일이니?”
“아니, 아무것도 아니에요.”
“그래……그럼, 정말로 시간도 없으니 빨리 마쳐 버리자.”
요코의 말에 심장이 한바탕 크게 날뛴다.
‘지, 진정해 나! 요코 누나는 이상한 의미로 말한 게 아니야, 순수하게 내 부상을 걱정해 주는 것 뿐이야. 사토선생님의 말에 혼란당하지 마!’
마음 속으로 자신을 혼내고 있자.
“유키 군?”
소리를 듣고 눈을 떠 보니.
주저 앉은 모습으로 아래에서 얼굴을 붉게 물들인 채로 젖은 눈으로 유키를 올려다보는 요코의 얼굴이 눈에 들어와서.
“으허헉!!”
그 지나친 위력에 유키는 괴상한 소리를 내며 기절하며 침대에 쓰러졌다.
“꺄악?! 자, 잠깐 유키 군, 무슨 일이니, 괜찮아?!”
당황하는 요코의 목소리를 귀로 들으며.
유키의 의식은 멀리 떠나가 버렸다.
덧붙여서 그 이후, 요코가 유키의 엉덩이 상태를 검사했는지 어떤지는 수수께끼지만, 이로부터 뒤에는 한동안, 요코가 유키의 모습을 발견할 때 마다 왠지 미묘하게 뺨을 붉히게 되었다든가 안 되었다든가.
<발생 이벤트>
요시노&레이 ‘투 플라톤.’
노리코 ‘VS!’
요코 ‘두 사람의 양호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