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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방선대록

東方先代録


Original |

Translator | DanteSparda

다음 에피소드에 사용할 루트가 두개 있었습니다만, 감상란에서 주인공과 어떤 캐릭터의 만남에 대해 언급하는 사람이 많았기 때문에 이 루트로 정해졌습니다.

요요몽이라고 생각했어?  아쉽네~ 지령전이었습니다!

역자 머릿말

화수에 대한 겁니다만, 저번 6화를 막간으로 고치고 이번 편을 6화로 표기하게 됐습니다.
읽는데 불편하지 않길 바랍니다.

그 6 「지령전」


  카자미 유카에게는 자신이 최강의 요괴라는 자부심이 있다.
  수많은 요괴가 살아가는 이 환상향에서 자신의 힘을 증명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물론, 그녀 말고도 존재하는 강력한 요괴들은 유카의 그 자신감을 오만이나 자만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녀들도 그와 같은 자부심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요괴의 힘은 그러한 자존심이나 강렬한 개성에서 나온다.
  인간의 부정한 념(念)을 토대로 태어난 요괴는, 자신이 가진 자의식 그 자체를 힘으로 바꾼다.
  그러한 예는 인간 중에서도 많다. 역사상의 위인 중 상당수는 그 과대하기까지 한 자신감을 토대로 큰 행동력이나 결단력을 갖고 있다.

  물론, 그런 자들의 결말 중 대부분이 그 자부심에 의해 오판을 내려, 비극적인 최후를 맞이한다.
  인간이던 요괴던 같다. 오만이나 자만은, 자신 이외의 힘을 얕보고, 머지않아 파멸을 부른다.
  요괴의 힘이란 것은 동시에 약점으로도 이어진다.

  카자미 유카 또한 예외는 아니다.

  그 날, 유카는 한 명의 인간과 만났다.

「──어머나, 길이라도 잃은 걸까?」

  평지 일대가 해바라기로 둘러싸인「태양의 밭」이라 불리우는 장소는, 유카에게 있어 자신만의 영토와 다름없었다.
  때때로, 요정이나 영혼 같은 것들이 길을 잃고 어쩌다 침입하지만, 그런 것들은 그녀에게 있어서 꽃향기에 유혹당한 벌레 이하의 인식 밖에 가지지 않는다.
  이 영토에 침입을 시도한 자들은, 유카가 인정하지 않는 한, 악의나 그 외의 악의적인 의도를 가졌을 뿐인 해충이었다.

  해바라기 화단이 적절하게 끊어진 밭의 외곽에서, 거대한 이형의 요괴가 쓰러져있었다.
  머리 부분이 흔적도 없이 날아가 이미 절명한 그 시체 옆에는 홍백의 무녀복을 입은 여자가 한명 서있었다.

「당신이 소문으로만 듣던 하쿠레이의 무녀?」

  그 요괴가 얼마나 강한 요괴인지는 모른다. 그렇지만, 적어도 무녀에게는 상처가 없었다.
  나약한 인간이면서도, 요괴를 일방적으로 퇴치하는 자의 정체를 유카는 그렇게 단정 지었다.
  압도적인 힘으로 환상향의 요괴를 맨손으로 퇴치하는 인간의 수호자이며 요괴의 천적. 역대 최강의 하쿠레이.
  그러한 소문을 유카는 이전부터 들었으며, 흥미를 가짐과 동시에 불쾌감을 느끼고 있었다.

「여기가 어디인지, 이해하지 못한 것 같네.」

  유카는 미소 지으며, 천천히 무녀에게 다가갔다.
  그 미소와는 반대로 뿜어져 나오는 위압적인 기세는, 맹수가 송곳니를 드러내고, 발톱을 갈며 사냥감을 사냥하는 것과도 같은 모습이었다.

「인간 주제에, 잡요괴를 몇 마리 정도 퇴치했다고 잘난척이라도 하는 거야?」

  눈앞의 무녀. 그녀는 카자미 유카의 근본에 있는 강렬한 자존심에 상반되는 존재다.
  유카에게 있어 인간이란, 간단하게 제거할 수 있는 잡초 같은 존재가 아니면 안 된다.

「죽어도, 불평은 못하겠지?」

  유카의 낮게 깔린 목소리로 고해지는 사형 선고에, 무녀는 그저 묵묵부답이었다.
  지금까지 우연히 들어온 인간이나, 요괴 퇴치라며 분수를 모르고 명을 달리한 인간을 몇 번이고 보았으며. 그런 모두가, 유카의 변덕에 의해 그 생사가 결정되고 있었다.
  예외 없이 일치하는 것은, 전원이 유카의 살기에 쬐어진 것만으로 땅에 머리를 박은 채 보기 흉하게 목숨을 구걸한다는 사실 뿐이었다.

  그러나, 눈앞의 무녀는 지금까지와는 다르다.

  공포는 물론, 동요조차 보이지 않으며, 전투태세를 취하지도 않는다.
  그런 담담한 무녀의 기세가, 유카를 더욱 초조하게 했다.

「……흐음」

  유카는 그 이상 말을 내뱉지 않았다.
  우선 다리나 팔을 날려버린 후, 상대를 죽이지 않고 그 뻔뻔한 태도의 근본이 되는 정신부터 꺾기로 결정했다.
  없어진 사지를 보며, 돌이킬 수 없는 행위에 후회하며 울부짖어라.
  그 기세와는 너무도 어울리지 않는, 느긋한 움직임으로 유카의 한 팔이 올라갔다.

  그리고 다음 순간, 의식이 잠시 끊겼다.

  올린 팔이 내리쳐지기 직전, 유카의 머리가 굉음과 함께 찢겨져 날아간다.
  목 위가 그대로 도려내지는 충격에 습격당해 유카는 어쩔 도리도 없이, 그대로 몸채 후방으로 날아가, 지면에 부딪혀 굴렀다.

「……?」  

  뭐가 어떻게 된 것인지 전혀 알 수 없었다.
  시야는 붉게 물들고, 입속에 퍼지는 열기와 씁슬한 맛이 전부 자신의 피라는 것을 깨닫는데는 약간의 시간이 필요했다.

「크읏……!」

  데미지를 자각하기 전에 일어서려 했지만, 어지러운 시야가 그것을 막는다.
  다시 보기 흉하게 지면에 쓰러져, 간신히 자신이 처한 상황이 이해되자, 참을 수 없는 분노와 수치심이 솟구쳤다.

  도대체 뭘 한 거지.

  뭔지는 모른다.

  단지, 그 뭔가에 당했다.

  ─단 일격에!

「웃기, 지……크흑!?」

  속에서 타오르는 격정을 힘으로 하려고 해도, 유카에겐 상반신을 일으키는 것조차 허용되지 않았다.
  입속에서 딱딱한 것이 씹힌다. 흙이다. 자신은 지금, 흙을 씹고 있다.
  바로 그 순간, 전신의 혈액이 끓어오르는 것 같은 분노가 솟구쳤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지 못했다.
  완전하게 무방비인 상태에서, 강렬한 일격을 머리에 먹었던 것이다.
  유카는 강렬한 증오심을 불태우며, 자신을 지면에 쓰러지게 한 무녀를 노려봤다.

  무녀는, 최초에 대면했을 때와 같은 자세로 그 자리에 서 있었다.

  도대체, 어떻게 그 자세로 자신을 쓰러뜨릴 정도의 위력과 속도를 가진 공격을 가했다는 걸까?
  그런 당연한 의문은, 무녀가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다는 상황을 이해한 시점에서 사라졌다.
  몸 안쪽이 불타버릴 것만 같은 굴욕과 살의는, 허무하게 떠돌 뿐 어지러운 시야를 바로 잡거나 몸을 움직일 수 있게 해주지 않았다.

  이윽고, 잠시 동안 유카를 응시하고 있던 무녀는, 그대로 등을 돌렸다.
  유카에게 결정타를 먹이지도 않은 채, 그저 빠른 걸음으로 사라졌다.

​「​뭐​…​…​라​고​…​…​!​」​

  유카는 한결같이, 그 등을 향해 외치고 있었다.
  일어서는 것조차 할 수 없는 지금의 그녀로선, 옆에 가로 놓인 이름도 모르는 요괴의 시체와도 같았다.

「기다려……!!」

  필사적인 외침은, 듣지 못한 건지 무시되는 건지, 무녀의 발을 멈추게 할 수는 없었다.
  이윽고 태양의 밭에는 지면을 굴러다니는 요괴가 한 마리와 한구의 시체가 남겨져 있을 뿐이었다.
  무녀가 떠난 장소를 노려보던 유카의 시야가 희뿌옇게 됐다.

「기다리라고, 했잖아……!  ​젠​장​…​…​기​다​리​라​고​…​…​젠​장​!​  젠장!!!」

  유카는 자신이 눈물을 흘리고 있는 것도 깨닫지 못한 채,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자신의 무력함을 저주하며 땅바닥을 두들겼다.

  ─방심했다.
  ─진심으로 싸울 때의 나라면, 이 정도로는 쓰러지지 않는다.

  목구멍 아래까지 나오려던 말을, 유카는 이를 악물고 간신히 삼켰다.
  이런「변명」을 대려던 시점에서, 이미 자신의 어쩔 수 없을 정도의 무력함에 혐오마저 느끼고 있었지만, 만약 그 말을 내뱉어 버렸다면 카자미 유카를 지탱하는 모든 것이 뿌리부터 꺾이고 말았을 것이다.

  그 날까지, 카자미 유카에게 있어 자신의 자부심은 강함 그 자체이며 힘의 근원이었다.
  유카는 오늘, 뭐라 변명조차 댈 수 없을 정도로 완패했다.
  그렇지만, 그 패배를 받아들이는 것은 할 수 없었다. 만약 받아들여 버린다면, 카자미 유카라는 요괴는 끝이다. 그것이 그녀가 가진 힘의 모순이었다.

  이 후, 카자미 유카는 줄곧 괴로워하게 된다.

  그녀의 마음에 남은 패배감과 굴욕을 자신의 손으로 지워 없앨 그 날까지─.







  마을에서 요괴가 날뛰는 것은 금지되어 있다.
  그러나 반대로 말하자면, 규칙만 지킨다면, 요괴에게도 마을을 방문하는 것이 허락된다.
  카자미 유카는, 때때로 마을에 출몰한다.
  이유는, 단순한 산책일 때도 있고 쇼핑일 때도 있다. 강하며 위험한 대요괴라고 널리 펴져있기는 하지만, 그에 비해, 확실한 분별력을 가진 숙녀다운 인품을 가지고 있었다.

  단지 하나의 예외로서, 그녀가 마을의 진료소로 갔을 때는, 거주자들도 경계하며 다가가지 못했다.
  그럴 때의 그녀가 명확한 이유 때문인지, 아니면 변덕 때문인지는 아무도 모르지만, 적어도 그곳을 향할 때, 카자미 유카의 목적은 단 하나로 정해져있기 때문이다.
  그녀는, 현역에서 물러난 선대 하쿠레이의 무녀를 아직까지도 강하게 적대시하고 있었다.

「──알겠습니다, 선대님. 적어도 일주일 이내에는 돌아온다고, 모두에게 전해 두겠습니다.」
「알겠다. 그렇게 길게 나가있지는 않을 테니 걱정마라.」

  유카가 진료소에 다다르자, 진료소의 입구 앞에는 목표와 함께 방해물이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선대무녀와 카미시라사와 케이네다.
  둘 다 마을의 수호자로서 방문하는 요괴들에게 강한 억제력이 되어 있었지만, 유카에게 있어선 그런 억제력은 그 어떤 의미도 가지지 않았다.
  유카의 목적은 단 하나. 선대무녀와 싸우는 것. 그리고, 케이네는 그 과정의 방해물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조금 귀찮네, 라고 케이네에게 투덜거리며, 그것을 상냥한 말투와 우아한 미소로 숨긴 채 두 명의 사이에 껴든다.

「어머나, 선대. 오늘은 외출할 예정이야?」
「핫, 카자미 유카!」
「유카인가, 오랜만이다.」

  유카의 웃는 얼굴 아래에 있는 사심을 간파하고, 경계를 드러내는 케이네와 그와는 대조적으로 자연스레 자그마하게 미소를 짓는 선대.
  몇 번이고 얼굴을 마주쳐도 변하지 않는 선대의 이 우호적인 태도는, 유카에게는 불쾌함 그 자체였다.
  자신의 적의가 갈곳을 잃고 떠도는 것 같은 허무함을 느끼게 한다. 이래서야 차라리 케이네의 대응이 더 낫다.
  기세를 내뿜자 마자 꺾인 것에 대한 분노를 속에 감추며, 선대를 향해 적의와 살기를 내뿜으여 웃는다.

「그래, 오랜만이야. 오늘은, 볼 일이 있어서 왔어.」
「그런가. 미안하다, 오늘은 나도 피치 못할 사정이 있다. 당분간, 진료소도 비워놔야 할 필요가 있다.」
「헤에~. 그래서?  그것이 나랑 무슨 상관이라도 있는 걸까?」
「네 녀석……」

  명백하게 선대를 도발하는 유카의 태도에, 그 옆에서 자초지종을 보고 있던 케이네가 적의를 향해온다.
  그러나, 그런 케이네의 태도는 유카에게 있어 그 어떤 영향도 주지 못했다.
  케이네가 아니라, 눈앞의 인간이 반응하지 않는다면 어떤 의미도 없는 것이다.

「네 목적은, 나와 싸우는 건가?」
「아니, 서로 죽고 죽이는게 목적이야. 어느 쪽이던 죽기 전까지, 결판났다고 인정할 생각은 없어.」
「유카. 몇 번이나 말한걸로 안다만, 나는 너와 싸울 생각이 없다」
「이쪽도 몇 번이나, 이렇게 대답했어.「나랑은 상관없어」.」

  선대무녀에 패배한 이 후, 유카는 몇 번이고 몇 번이고 선대에게 싸움을 걸고 있다.
  상대의 동의 같은 건 필요치 않았다.
  단지 하나, 기습에 의한 승부를 제외한 모든 방법으로 싸움을 걸고 있다.
  어쩔 땐 마을의 인간을 인질로 하거나, 이 마을을 전장으로 만든 적도 있다.
  케이네나 야쿠모 유카리 등 다수의 인요에게 방해를 받아, 자신이 원하는 결투를 하기에는 방법이 그다지 좋지 않다는 것을 깨달은 뒤엔 마을에서 덤비지는 않지만.

  어쨌든, 유카의 적의와 살기는 이미 걷잡을 수 없을 정도였으며, 그것은 하쿠레이 무녀의 대가 바뀐 후에도 계속 되고 있었다.

「저번에 일어났던 홍무이변, 이었던가?  그 때 새로운 결투 규칙이 시작됐다고 들었어.」
​「​스​펠​카​드​・​룰​이​라​고​ 한다. 네가 바라는 생명을 건 사투는, 이 룰에 반하고 있어.」
「그렇구나.」

  케이네의 말에, 유카는 동의 하듯이 끄덕였다.
  그러나, 그 속마음이 그것과 완전히 반대라는 것은 불 보듯 뻔했다.
  유카가 오늘 이 자리에 온 것도 그런 속마음 때문이었다.

「힘보다 아름다움을 겨룬다. 강한 요괴인 만큼 우아하게, 라는 생각에는 찬성이야.
  계절이 바뀌듯이, 이 환상향의 변화를 나도 받아들이겠어. 새로운 방식의 결투를 즐기는 것도 나쁘지는 않겠지」
「그렇다면……」
「그런데, 너만은 그게 안 돼.」

  케이네를 무시하고, 묵묵부답 자신의 이야기를 경청하는 선대를 노려본다.
  언제나 이렇다. 처음 만났을 때부터 전혀 변하지 않았다.
  당당하고 흔들리지 않는 그 모습이, 그 날의 굴욕을 떠오르게 한다.

「네 녀석과의 결판을, 그런 어린애들 장난으로 끝낼 수는 없어.」

  유카는 그때부터 전혀 변하지 않은 선대무녀에의 증오와 동시에, 시간이 지나며 갖게 된 얼마 안 되는 고마움을 느끼고 있다.
  짧디 짧은 삶밖에 살지 못하는 인간이면서도, 잘도 지금까지 쇠약해지지 않고 살아있어 줘서 고맙다, 라는 감정이.
  빠른 결판을 고집하는 이유도, 이에서 나오는 초조함이 원인이다.

  이 새로운 룰에, 선대는 따를 것이다.
  안 그래도 현역을 물러난 그녀에게, 전장에서 멀어질 이유를 줘버리고 만다.
  그리고 이 변화가, 유카에게 시간의 흐름을 자각시켰다.
  이대로, 그저 시간이 지나갈 뿐이라면, 인간인 그녀로선 피할 수 없는 변화가 찾아온다.

  늙어서 쇠약해지고 그리고 죽는다─.
  그 후에 남겨지는 것은, 이제는 결코 닦을 수 없는「패배」라는 사실이 ​새​겨​져​「​최​강​」​이​라​는​ 허무한 환상을 품은 요괴가 남을 뿐이다.

「결판을 내자. 지금, 당장」
「……그건 불가능하다」
「장소는 어디든 상관없어. 단지, 그렇게 어물쩡거리면서 일을 미룰 셈이라면 용서하지 않겠어.」

  유카는 펼치고 있던 양산을 접었다.
  그것은 전투태세에 들어갔다는 증거였다.
  대요괴의 진심을 느낀 케이네가 사나운 표정으로 전투에 대비한다.

「미친 건가, 카자미 유카!?」
「아니, 나는 냉정해 반수.
  난 지금 이렇게 생각하고 있어.「선대는 싸움을 거절하고, 내가 덤비면 도망갈 거야」──그렇게 되면 의미가 없어.
  지금까지, 저 녀석은 겨우겨우 싸움에 휘말리게 했더니, 방어전이나 회피에 전력을 다하고, 내게 공격을 한 적은 없었어.
  그런 건 승부라고는 할 수 없는데다가, 끝까지 가도 결판을 내지 못해. 그런 취급을 받은 나는, 어떤 기분일 것 같아?  대충 저쪽에다 한발 때려 넣어 줄까?」

  유카가 양산의 끝을 바로 옆으로 향하자, 케이네가 그 앞을 막아선다.
  못된 장난이 성공한 아이처럼, 유카는 웃었다.

「……그렇지만, 그렇게 하지도 못하겠네.
  거기의 반수의 방해는 대단한 문제는 아니지만, 싸울 생각이 전혀 없는 널 아무리 도발해봤자 쓸데없는 짓이야.」

  유카는 자신이 패배했을 때의, 단 한순간에 이루어진 압도적인 결판이 마음에 새겨져 있었다.
  아직도 받아들이기 어려운 사실이며, 그 어떤 모욕을 받았을 때 보다 굴욕적인 기억이지만, 그 기억이 있는 덕분에 그녀는 두 번 다시 방심하지 않는다.
  눈앞의 적과는 전력으로 싸우지 않으면 안 된다.

  그리고, 뭣보다 우선 적으로 인정받아야만 한다.

「이렇게 된 이상, 역시 억지를 부릴 수밖에 없네.
  네가 거절하던 말던 상관없어, 선대. 나는 당신에게 싸움을 걸겠어. 도망쳐도, 뒤쫒아가서. 네가 반격할 때까지 일방적으로 공격할거야.
  네 결단력이나 정신력이 평범하지 않다는건 잘 알고 있다고?  그렇지만, 이곳은 마을. 주위의 인간은 어떠려나?」

  이미 팽팽해질 대로 팽팽해진 분위기를 느끼고, 이미 사람의 기척이 사라진 주변을 가리키며 유카는 웃었다.

「나는 너만을 계속 노릴테지만, 그 공격이 빗나가면 엉뚱한데 맞을지도 몰라. 공격의 여파가 뭔가를 부술지도 모르지. 아니면 누군가를 상처 입힐지도─.
  난 나나 너, 둘 중 아무나 힘이 다할 때까지 술래잡기를 계속할 생각이지만, 주위의 인간은 어디까지 따라올 수 있을까?
  그 반수나, 다른 원군이 올 때까지 기다릴거야?  그렇지만 나는 포기하지 않을 거야. 네가 있다는 사실 만으로, 그건 내가 너한테 싸움을 걸기에 충분한 이유가 돼.」

  다짐하듯, 유카는 굉장한 살기를 뿜어내며 자신의 진심을 내보였다.
  살이 저리도록 뿜어져나오는 살기를, 선대는 묵묵부답으로 받아들이고 있었지만, 그 옆에 있던 케이네는 식은땀이 멈추지 않았다. 평범한 인간이라면 살기만으로 죽어 있었을 것이다.
  유카가 진심으로 전투태세로 들어가자, 확연히 알 수 있는 압도적인 힘.

「나는 너만이 목적이야.
  의외로, 지금의 하쿠레이나 야쿠모 유카리는 쓸데없는 피해를 막기 위해, 널 싸우게 할지도 몰라. 혹시 그렇지 않더라도, 넌 존재하는 것만으로 주위에 불행이 되겠지.
  인간이 같은 인간을 받아들이는 건, 이익이 있기 때문이야. 물리적이던 정신적이던 받아들이면 이익이 있으니까, 우호적이 되는 거야. 적어도 무해하지 않으면 안 돼.
  하지만, 인간 따위는 쓰레기보다도 못하게 보는 대요괴에게 쫓기는 인간은, 설령 무녀라도, 인간의 수호자여도, 그렇게 되버려서야 박해의 대상이 될 뿐이라고?」

「카자미 유카, 당신……!」
「인간은 자신을 위험에 처하게 하는 것은 어떻게든 몰아내. 요괴에게 그러는 것처럼, 너도 그렇게 될거야.
  이봐, 거기의 반수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지?  네 몸의 반을 이루는 그게, 항상 사라져 버렸으면 하고.」
「너란 녀석은 정말이지!!」

  유카의 도발에, 케이네는 분노했다.
  냉정함을 잃고 요력을 뿜어내는 케이네에게, 유카는 미소로 응한다.
  그러나, 그 대치를 멈추는 사람이 있었다.
  케이네의 눈앞에 팔을 내밀고, 선대가 더 이상의 폭주를 막고 있었다.
  그 얼굴에 격렬한 감정은 조각은 보이지 않고, 그저 가라앉은 눈에 결의의 빛이 떠올라있다.
  그 옆얼굴을 본 케이네가 무심코 숨을 삼킬 정도로 냉정하지만 올곧은 눈, 그 시선은 똑바로 유카를 바라보고 있었다.

「……만약 네가 날 쫒는다면, 나는 재빨리 도망칠거다.」

  외치는 어조도, 강조하는 어조도 아닌, 마치 속삭이는 것처럼 목소리가 흐른다.

「그러다가, 네 머리가 식으면」

  상냥하고 나긋한 목소리의 안쪽에는, 감추지 못할 정도의 각오가 숨겨져 있었다.

「얌전히, 잡혀주마.」

  선대가 단언한 후, 그 장소에는 단지 침묵만이 남았다.
  그 자리의 누구도, 뭐라 말할 수 없었다. 케이네도 유카도 입 닫고 가만히 듣고 있었다.
  케이네는 한계까지 긴장시켰던 몸에서 힘을 빼고는, 멍하니 서있을 뿐이었다.
  선대의 대답이, 뜨거운 외침이 되어 가슴 안쪽에서 소용돌이치고 있다.
  이 사람에게 있어서, 인간을 지킨다고 하는 행위는 책무나 의리 같은 것이 아니다. 그저 단순히, 여러 사람과 함께 살아가는 삶에서의 일부일 뿐이다. 케이네의 마음에는 그런 이해와 감동이 밀려왔다.
  그리고 유카는, 잠시 동안 놀란 표정으로 선대를 멍하니 쳐다보자가, 흠칫 하고서는 다시 선대를 노려봤지만, 곧은 눈빛만이 돌아오는 것을 보고는 모든 게 헛수고라 이해했다.

​「​…​…​…​…​알​겠​어​.​」​

  잠시 망설인 뒤, 유카는 크게 한숨을 내뱉고, 힘을 뺐다.
  이미, 이곳에서 자신의 목적을 달성하는 것은 할 수 없을 것이다.
  그녀의 대답은 자신마저 그렇게 납득시켜 버릴 정도의 의지가 담겨 있었다.
  눈앞의 적을 쓰러뜨린다──그저 그 뿐이면 끝날 단순한 방법을, 마지막까지 피하려고 한다. 그것은 이미, 도망이 아닌 결단이다.

  선대무녀는 결사의 각오를 가지고 선택했다.
  완전한 결의를 가지고, 유카의 목적을 포기시킨 것이다.

「이번은 물러나겠어. 그렇지만, 머지않아 반드시 결판은 낼거야. 다음번엔 놓치지 않아.」

  선대의 눈앞에까지 다가와, 유카는 다짐시키듯 단언했다.

「언제든지 이걸 잊지 마, 선대. 네 말은 항상 주변의 인요들에게 큰 영향을 줘. 자신이 한 일에는 책임을 가져주길 바라.」

  자신을 포함한 대요괴를 퇴치한 최강의 무녀라는 주변 사람들의 인식이 있다며, 유카는 선대에게 애둘러 타일렀다.
  적의로 가득 차 노려보고 있던 눈에서 힘을 빼고는, 갑작스레 아무것도 없는 손바닥에서 한 개의 흰 꽃을 피워냈다.
  뿌리조차 없는 그 꽃은 이상할 정도로 강직한 아름다움이 흘러넘치고 있었다.

  그 꽃을 살그머니, 선대의 머리카락에 꽂는다.

「이건 이별 선물」

  적어도 겉만은 자애와 상냥함으로 가득 찬 미소를 띄운다.
  손이 떨어질 때, 손가락이 선대의 뺨을 요염하게 쓰다듬는다.

「이 나를 무시해야 할 정도의 볼 일, 힘껏 노력해봐.」

  의미심장하게 느껴지는 말과 미소를 남기고는, 유카는 그대로 떠났다.







  얀데레 유카에게 노려지면 밤에도 잘 수 없다고!
  ……아니, 데레 따위는 눈곱만큼도 없습니다만.

  유카와 처음 만났을 때의 난 아직 현역 무녀로서 성실히 일하던 시절의 이야기다.
  그 때 당시, 마을의 아이를 납치해서 포식하는 요괴가 나타나 나는 그 녀석을 퇴치하기 위해 행동하고 있었다.
  어떻게든 또 다른 희생자가 나오기 전에 발견은 할 수 있었지만, 예상외로 요괴들의 사이에서 내 소문이 퍼져있었던 듯 그 녀석은 나를 경계하며 도망쳤던 것이다.
  납치한 아이를 미끼로 쏜살같이 달아나는 그 녀석을 보며, 한 발 늦어버린 내가 간신히 추격에 성공했을 무렵, 그 녀석은 이미 상당히 멀리까지 달아나 있었다.

  일격으로 머리를 도려낸 뒤, 숨을 내뱉고는 문득 깨달았다.

  눈앞에 펼쳐진 해바라기 밭.
  나는, 내가 태양의 밭<유카 랜드>에 침입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아니나 다를까, 침입자인 내 앞에 나타난 대요괴・카자미 유카.
  첫 만남에 감동할 새도 없이, 한순간에 눈치 챘다.

  ─유카씨 저 죽일 생각 만만이죠!?  불행해—!

  아니 저거 보라고. 위험하게시리 살기 뿜고 있잖아. 날 보는 눈이 양돈장에 있는 돼지를 보는 것처럼 차갑다.「내일 아침에 정육점에서 해체될 운명이구나」라는 느낌.
  뭐, 2차 창작에서도 자칭, 타칭 최강에 사디스틱 몬스터라거나 초S 취급으로 유명한 유카인 만큼 어느 정도 예상은 하고 있긴 했지만.
  그런데도「사실 초S(친절-일어 음독을 로마자로 하면 ​s​h​i​n​s​e​t​h​u​)​일​지​도​ 몰라」같은 작디작은 희망에 걸고, 입도 뻥끗 못한 채 그냥 듣고만 있다가 말과 살기로 결정타를 먹었습니다..

  응, 이미 알고 있었지만, 유카에 있어서 내 인식은 버러지 정도군요!
  전투를 이미 피할 수 없다고 깨달은 나는, 대답할 시간조차 아깝다는 기세로 최대한 집중했다.
  실력을 떠본다거나 그런건 당연히 없음.
  왜냐면, 유카가 무지 강하다는 건 동방에서는 거의 상식이니까.
  방심도 잡념도 완전히 사고에서 배제. 처음부터 클라이막스 한 일격을 선수쳐서 쳐버렸다..
  설마 선빵을 당할 거라곤 예상하지 못한 탓인지, 인간이 상대라 방심하고 있던 유카의 빈틈을 파고들어 클린히트. 몸과 머리를 분리시켰다.

  ……위험해, 너무 세게 날렸어.
  아니, 결과적으로는 타당하다.
  앞의 요괴를 즉사시킨 일격보다 더 힘을 짜낸 불가피한 일격을 무방비 상태이던 얼굴을 향해 휘두른 거다, 이렇게까지 했는데 데미지가 없으면 안 그래도 강한 유카씨랑 제대로 맞붙게 될 테니까, 결과적으로 그녀를 죽이지 않고 행동 불능에 할 수 있었던건 다행이다.

  ​그​렇​지​만​…​…​이​래​서​야​,​ 친구 사이 플래그 꺾어버린 거지?

  왜냐하면 첫 대면인데 얼굴을 몸에서 도려내 버렸는걸.
  게다가, 선빵은 이쪽이 날려버린 거고.
  그저 첫 대면 시의 상황이 나빴을 뿐이고, 속으로는 친하게 지내고 싶은 것이 본심이다. 그렇지만, 그 기회는 이것으로 완전히 사라져 버렸다.
  후회해봤자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니, 쓰러진 채 이쪽을 올려다보는 유카의 눈에선 살기와 증오가 넘쳐흐르고 있었다.

  응, 이래서야 절대로 용서받을 수 없겠구나.
  서로 비긴걸로 하고 친구가 되자, 라며 손을 내미는 순간, 그대로 새끼손가락이 꺾여버릴 것 같은 레벨이야.
  너무 거북해서 할 말이 없어진 나는, 그 자리를 말없이 피했던 것이다.

  그때부터다, 나와 유카의 관계가 시작된 것은.

  내게 일격에 패배한 유카는 집요하게 나에게 승부를 걸어오고, 나는 그것을 피하기 위해 전력을 다한다.
  유카와의 싸움을 피하는 이유는, 농담이 아니라 어느 쪽이 죽지 않는 이상 끝나지 않을 정도로 덤벼오는 데다, 처음 만났을 때의 대응에 대한 죄책감이 나의 마음에 남아있었다.
  생명이 걸려 있었다고는 해도, 기습에 전력으로 상대의 얼굴 패버린다던가 그러면 안되잖여─라고 반성하고 있으니까.
  그렇다고 그걸 솔직하게 사과하자니, 유카가 더욱 화낼 것이라는 건 쉽게 예상할 수 있었으므로 나는 아무것도 말할 수 없었다.

  결국, 나는 유카의 도전으로부터 줄곧 도망칠 수밖에 없었다.

  이번에도 그렇다.
  몇 일전부터 ​예​정​되​어​있​던​「​유​카​리​에​게​ 부탁받은 일」이 있다고 말해봤지만, 당연하다면 당연하달까 유카는 그 말을 완전히 무시해버렸다.
  게다가, 어쩐지 켕기는 일이 있는 건지 이번에는 완전히 진심모드. 스토킹 선언까지 나와 버렸다.
  하지만 아무리 그렇다 한들, 유카와 싸운다는 생각 위는 코딱지만큼도 없었던 나는, 날카롭게 쏘아붙이듯 내뱉는 유카의 말에, 무의식 적으로 대답하고 있었다.

「……만약 네가 날 쫒는다면, 나는 재빨리 도망칠거다. 그러다가, 네 머리가 식으면, 얌전히, 잡혀주마.」

  타인에게 상처 입힐 수 없다며 자신이 고통 받으면서도, 방아쇠를 당기지 않은 영웅의 말이다.
  위험해, 너무 멋있어. 근데 이런 상황에서 말할 대사가 아니잖아!?
  위태위태했지만, 내 속내만은 어떻게든 숨길 수 있었다.

  이 위대한 명대사 덕에, 유카는 간신히 살기를 가라앉혔다.
  아, 다행이다. 이번엔 진짜로 유카의 진심이 찌릿찌릿하게 느껴져서 할 수 밖에 없는 건가, 하고 당황했다.
  아직 뭔가 꺼림직한 점이 남아있는 것 같지만, 아까전의 말투에서 180도 반전한 상냥한 말투로 돌아온 유카는, 이별 선물이라며 꽃을 건네주고는 떠났다.

  평범한 꽃은 아니어 보이지만, 예쁘다.
  으음……그것보다, 사실 나 꽃을 선물 받은 건 처음이야. 게다가 떠날 때에 얼굴까지 쓰다듬어졌어.
  조금 쫄아서 움찔거렸습니다.

  과연 유카, 훌륭한 기습이다.

「선대님……」

  머리카락에 꽂힌 꽃에, 묘하게 정신을 빼앗긴 채 촉감을 느끼고 있자니, 입을 다물고 있던 케이네가 나를 가만히 응시하고 있었다.
  아, 어?  어째서 그렇게 울 것 같은 얼굴 해?

「저……저는……」
「케이네?」
「……아, 아무것도 아닙니다!  그……죄송합니다. 어쩐지, 가슴이 꽉 막혀서……」

  나를 응시하고 있던 케이네는, 어색하게 침묵을 흘리고는, 고개를 숙였다. 조금이지만 코를 훌쩍이는 소리가 들린다.
  잘 모르겠지만, 조금 전 유카와의 대화 중 걸리는 부분이라도 있었던 걸까?
  케이네는 뭔가를 참으며, 안타까운 표정을 하고 있었다.

「……선대님의 본의는, 확실히 받았습니다. 선대님, 부디 무사히 돌아와 주세요.」

  고개를 올렸을 쯤엔, 이미 평상시의 늠름한 얼굴로 돌아온 케이네의 걱정어린 말에 끄덕였다.
  어쩐지 남편을 배웅하는 아내 같다는 생각을 하며, 나는 케이네에게 작별 인사를 하며 마을을 뒤로 했다.
  흐음, 그나저나 지금와서 생각하는 거지만 처음부터 다사다난 하구나.
  이번 일을 맡았을 때부터, 뭔가 귀찮을 것 같다고 예상은 하고 있었지만, 처음부터 이래서야 일을 마칠 쯤엔 아침 드라마 같은 전개라도 기다리고 있을 것 느낌인걸.

  오니가 나오려나, 뱀이 나오려나.(일본의 속담으로, 어떤 일이 있을지 모른다. 라는 뜻)

  적어도, 오니는 분명히 나오겠지.

  유카리가 내게 상담하고 싶은게 있다고 말한 것은 몇 일전의 일이었다.

  그녀는 내게,「지령전」에 갔다 와줬으면 좋겠다고 부탁한 것이다.







  환상향의 경계. 그 누구도 본 적 없는 야쿠모 유카리의 저택은 그곳에 있었다.

「괜찮을까요?  유카리님」

  란은 느긋하게 마당에 시선을 주고 있는 주인에게, 조심스레 물었다.
  질문의 의미는 이해하고 있을 텐데도, 유카리는 툇마루에 앉아 그저 바깥 풍경을 즐기고 있을 뿐,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어쩔 수 없다는 듯 란은 말을 이었다.

「선대무녀를 지령전으로 가게 한 일 말입니다.」
「그곳은 지상의 요괴가 침범하면 안되는 곳이야. 그래서, 인간인 선대에게 부탁한거고.」
「부탁이란 건. 선대에게 건네준, 지령전의 주인에게 보낸 편지인가요?」
「내용이 궁금해?  새로운 환상향의 규칙을 전할 뿐이야.
  지저엔 아직 알려지지 않았으니까, 지령전의 주인에게 알려달라고 부탁했어.」

  나름 타당한 이유를 대는 유카리를 보며, 란은 얼굴을 찡그렸다.
  야쿠모 유카리의 식신이 된지도 꽤 많은 시간이 흘렀지만, 주인의 머릿속은 여전히 헤아릴 수 없다.
  타당한 이유 속에는, 반드시 뒷내용이 숨어 있다. 그런 성격을 가지신 분이다. 그렇게 머릿속으로 한 생각을, 숨기는 것은 불가능했다.
  가만히 서있는 란을 흘겨보며, 유카리는 유쾌하게 미소지었다.

「총명한 내 식신양. 이번엔 또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 걸까?」
「……유카리님의 성격 때문 아닙니까. 이제까지 같이 보낸 시간은 겉치례가 아닙니다.」
「상대를 놀리려면 뒤를 찌르는 것이 제일. 뭔가 속이고 있는 것처럼 꾸며도, 사실은 아무것도 없을 때도 있어. 아니면 그 반대거나.」
「이번 일에, 숨겨진 것은 없다, 라는 건가요?」
「만약 있다고 한들, 그게 뭔가 문제라도 되니?  네가 걱정하는 게 뭔지 말해줄래?」

  떨떠름한 표정인 란과는 반대로, 유카리는 이 대화를 즐기고 있었다.
  란은 포기한 듯 한숨을 한번 내뱉고, 머릿속에 떠오른 사항을 그대로 말했다.

「전부터 생각했습니다만, 그 선대무녀를 너무 특별 취급 하시는 거 아닙니까?」
「그녀가 특별한 것은 사실인걸.」
「하쿠레이의 무녀로서의 수많은 실적이나, 특별한 힘을 가졌다는 건, 일단 제쳐두죠.
  유카리님은 그 무녀를 마음속 특별한 곳에 품고 계시지 않나요?
  야쿠모 유카리의 이름으로 간 사자를, 지령전의 주인이 어떻게 대할지 알고 계시겠죠.」
「「사토리」는 꽤 귀찮은 상대야. 단순한 심부름 뿐이라도, 믿을 수 있는 자에게 맡기고 싶을 뿐.」

「그 무녀는, 유카리님의 약점이라고 생각합니다.」

  란은 과감하게 본론으로 들어갔다.

「유카리님의 입장을 생각해봤을 때. 그 누구에게도, 유카리님의 본모습을 들켜서는 안 됩니다.」

  란은 가끔씩 이지만 주인의 그 정체불명 한 모습이 두려울 때가 있다.
  그렇지만, 그것으로 좋다.
  환상향이라고 하는 하나의 세계를 관리하는 자로서 공포는 사용하기 쉬운 힘이다.

  무서운 능력과 풍부한 지식, 그리고 바닥이 보이지 않을 정도의 공포.
  적에게 결코 자신의 본심을 깨닫지 못하게 하는 그 정체불명함이, 야쿠모 유카리의 진정한 강점이었다.

「그 무녀는, 유카리님에게 파멸을 불러 일이킬 수도 있는 존재입니다.」

  란의 진지함이 가득 담긴 목소리를 유카리는 입을 다문 채 경청했지만, 이윽고 경쾌한 목소리로 웃었다.

「란도 정말이지, 질투하는거니?」
「아, 정말이지!  또 그렇게 말을 돌리시려는 겁니까!」

  이미 몇 번이나 되풀이했는지도 모를 말을 들으며, 란은 머리를 긁적였다.
  떠올려보니, 유카리가 하쿠레이의 무녀라며 산속에서 수행을 하고 있었다는 정체모를 소녀를 데려 왔을 때부터 란의 고뇌는 시작됐다.
  인간이면서도 무서울 정도의 힘과 무엇보다 그 이질적인 재능을 가진 소녀에 대한 유카리의 취급이 묘하게 무르다는 것을 희미하게 느끼고는 있었다.
  역대의 하쿠레이 중 최강의 무녀의 자리에 오르고, 현역에서 물러난 지금도 아직 다대한 영향력을 끼치고 있는 선대무녀의 정체가 아직까지도 제대로 밝혀지지 않은 것은, 유카리 자신이 원하지 않기 때문이다.

  어디에서, 언제 태어났지?  부모님은?  능력은?

  그 밖에도 많은 의문이 남아있음에도, 유카리는 그 해결을 미뤄왔다.
  란으로서는 자신의 주인이 그렇게 판단하는 이유를 아직까지도 이해할 수 없었다.

  그것이 불안과 직결된다.

  모든 장애물을 배제하고, 복잡한 문제를 해결해 온 위대한 자신의 주인은, 그렇게 무르지도 어리석지도 않을 것이다.

「——란. 당신은 역시, 세상을 너무 복잡하게 보고있구나.」

  유카리는 란의 미간에 만들어진 주름을, 손가락으로 쿡쿡 찔렀다.

「모두 계산하고 행동해야만 하는게 아니야. 가끔씩은 적당하게 끊고, 애매한 시점에서 봐봐. 그 후에는 그 때의 흐름이 이끌어 줄테니까.」
「……그것이 유카리님이 가진 진리인가요?」
「어느 정도는 그런 느낌. 저기, 란. 란이 지금 골머리를 앓고 있는 건, 내가 선대에게 느끼던 것과 비슷해.
  그렇지만, 난 이미 그녀를 복잡하게 알려는 건 그만뒀어. 그게 딴 사람이 봤을 때, 특별 취급하는 걸로 보인다면, 그건 그 사람의 자유라는 거야. 나랑은 관계가 없는 일」
「그렇다면, 이번 건은, 뒤에서 꾸미는 일은 없는 겁니까?」

  어째선지 다른 때처럼 말이 삼천포로 간 것 같다는 생각이 떠올랐지만, 적어도 그것만은 확실하게 처리하기 위해 란은 다시 한 번 물었다.

「지저와의 약조를 지키며, 지상과는 전혀 다른 지저로 보낼 사자로서 가장 타당한 사람이라고 판단했을 뿐.」

  그것은 단 한치의 거짓도 없는, 유카리의 본심이었다.
  지저에 사는 자들은, 대부분이 봉인된 요괴들이다.
  그들은 봉인되는데 충분한 이유가 있는 자들 뿐이며, 간단히 말하자면 같은 요괴에게도 위험한 자들이었다.
  본인의 능력이나 성격 탓에 타인과 어울리지 못하고 기피당한 자도 있으며, 사상이나 본능이 세상의 이치에서 엇나간 무서운 존재도 있다.

  그렇게 위험한 곳에서 최대의 억제력이 되고 있는 존재야 말로, 「오니」라는 강대한 요괴다.

  귀신은 그들만의 독자적인 가치관을 가졌으며, 그것을 그대로 밀고 나가는 우직함과 거짓을 용서하지 않는 완고함을 가진 종족이다. 유카리가 상대하기엔 쉽지 않다.
  유카리 자신에겐 오니 친구가 있기도 하지만, 우정이란 대등한 관계가 아닌 이상 만들어질 수 없다.
  단순한 개인이라면 몰라도, 단체의 의견을 결정하는 교섭을 위해선 대등한 존재라는 것은 피해야 할 사항이다.

  지저란 아무리 유카리 자신이라도 무엇이 닥칠지 모르는, 마굴 같은 장소다.
  선대무녀는 확실히 그런 곳으로 보낼 사람으로서 적임이었다.
  그녀는 해를 끼치는 자에게는 용서가 없고, 힘도 지나칠 정도로 풍부하다.
  그러면서도, 순수하며 잔혹한 면이 없다. 설령 그 어떤 일이 있더라도, 상대를 깔아보는 행위는 생각조차 하지 않는 성격이다.
  유카리가 생각하는 지저에서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문제란, 발생한 일의 여파가 지상까지 미치는 것이지만, 선대라면 어물쩡한 대응은 결코 하지 않을 것이다.

  상정되는 모든 사태의 대처에 대해서도 신뢰 할 수 있는 상대였다.
  자신 이상으로 적절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할 정도다.

  과연. 확실히 이 생각대로라면, 선대는 자신에게 특별 취급을 받는 걸지도 모른다.
  바깥 세계에선「영원한 친구란 없다」라는 속담이 있지만, 유카리의 선대에게 향하는 무의식적인 신뢰가 란에게는 너무 과한 것으로 보일 것이다.

  ─봐봐, 역시 질투 맞잖아. 라고 유카리는 란에게 눈치 채이지 않게 속으로 웃었다.

「그런가요, 알았습니다. 그렇다면, 제가 말할 건 아무것도 없습니다.」
「……그리고 역시 흥미가 조금일까나.」

  납득하지 못한 표정으로 끄덕이는 란에게 속삭이며, 유카리는 못된 장난꾸러기처럼 웃었다.
  관리자로서의 역할을 계승하고, 새로운 룰에 의해 완전히 현역에서 물러났음이 분명한 선대무녀.
  본인도 경험자로서의 지위에 중점을 두고, 딸인 현 하쿠레이의 무녀나 소질을 찾아낸 마법사를 뒤에서 돕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번의 이변에선 어느샌가 싸움의 중심에 서있었다.

  유카리가 생각하는, 마치 만물의 흐름이라는 것이 그녀를 사건에 중심으로 옮긴 것처럼.
  그녀에게는, 그런 힘이나 능력을 자신도 알지 못한 채 갖고있을 지도 모른다.

「결코 일이 나쁘게 흘러가지 않는다는 신뢰는 있어. 하지만, 그녀가 어떤 사건을 일으킬지는 내게도 예상이 불가능해.」

  야쿠모 유카리에게 있어, 선대무녀란 신의 손조차 닿지 않는 이미 던져진 주사위와 같다.
  무엇이 ​나​올​지​는​…​…​두​고​봐​야​겠​지​.​







  ​흐​・​흐​흥​・​흐​흥​-​・​흐​흐​흠​~​♪​

  태클 걸지 말아주세요. 제대로 가사가 있다는 건 알고있지만, 잊어버렸으니까 대충 맞을 것 같은 음으로 콧노래만 반복하고 있습니다.
  생전의 지식에 있는 노래인데 가사를 모른다니, 뭔가 알 수 없는 걸. 전생의 나.
  나는 처음으로 가는 심부름 길에 조금 들떠 있었다.

  유카리의 부탁 자체가 드문 일이니까.
  유카리는 영리해서 뭐든지 단숨에 해결해버릴 것 같은 이미지라, 이런 자그마한 일이라도 의지 받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서 기쁘다.
  뭔가를 부탁받는 것 자체는 옛날부터 꽤 많았지만, 요괴 퇴치라던가 침략자 요격이라던가 뒤숭숭한 일 밖에 없었으니까 말이지.

  이번엔, 지상의 요괴는 출입할 수 없다는 지저에 중요한 편지를 보내달라는 부탁이니까, 내가 이상한 짓이라도 하지 않으면 싸움이라던가 귀찮은 일로 번지지는 않을 테고.
  뭐, 지저가 뒤숭숭한 장소라는 것은 이미 예상하고 있고, 실제로 유카리한테 주의를 받았지만.
  원작의 동방지령전에선, 슈팅 요소가 강하기 때문에 그렇게까지 위험한 분위기는 느껴지지 않았지만, 실제로는 어떤 장소인지 가보지 않는 이상 단언은 할 수 없다.

  소문을 듣자니, 시체라던가 역병이라던가 여러모로 위험해 보이는 단어가 난무하고 있었고.

  그렇지만, 난 두려움보다 호기심이 더 솟아서, 조금 두근두근하고 있다.
  지상의 요괴나 인간. 그 누구도 들어갈 수 없는 장소에 가볼 수 있는 경험은 그다지 없을 테니까.
  홍마관 때도 그렇지만, 원작 게임의 무대가 된 장소엔 개인적인 감정도 있기 때문에 더더욱 가보고 싶다.

  지저로 이어지는 구멍이 있다는 요괴의 산의 산기슭까지 걷는다.
  달려가면 시간을 상당히 단축 할 수 있겠지만, 나는 콧노래를 부르며 산책하듯이 느긋하게 걷기로 했다.
  멀리 외출하는 것도 사실은 굉장히 오랜만이다.

  잠시 동안의 여행이라 생각하며, 환상향의 경치를 즐기자.
  얼마 안 되는 불안과 크디큰 기대가 발걸음을 가볍게 하고 있었다.

  그리고, 마을을 나온 뒤 약간의 시간이 지난 후, 안개의 호수가 눈에 들어왔다.
  안개의 호수라고 할 정도니까, 좀 더 정확히 하자면 안개가 눈에 들어왔다고 하는 편이 좋으려나?
  이 호수는 요괴의 산의 산기슭에 있으므로, 목적의 구멍과 가까워 졌다는 것이다.

  구멍 자체는 요정 같은게 어쩌다 들어가지 앟도록 결계가 쳐져 있고, 실제로 있는 장소는 여기에서 상당히 돌아가야 하는 것 같다.
  위치를 보자니 홍마관에 들를 수 없는 루트다. 조금 유감.
  그런데, 하늘을 날지 못하는 이상, 여기에서 호수를 돌아 건너가는 것이 평범한 선택지겠지만…….

  문제없어! 15미터 정도야!!!

  ……물론, 그다지 서둘러 가려는 게 아니니까, 호수를 횡단할 필요는 없다.
  덧붙여서 나도 옛날 시험해 본 적 있었는데, 각력만으로도 15미터 정도라면 정말로 걸을 수 있었어, 수면보행이라는 거 의외로 되더라고.
  역시 달리는 건 그만두고, 모처럼 수행의 일환으로 나는 파문을 사용해소 이대로 호수를 건너기로 했다.
  파문의 호흡으로, 발밑의 물에 파문을 일으키며 물위에 선다. 그것을 유지하며, 걷는다.

  기본적인 파문의 운용이지만, 이게 의외로 상당히 어렵다.
  그렇지만, 이런 수행을 할 수 있을 정도로 물이 가득한 장소는 마을엔 거의 없으니까, 특별한 때가 아니면 하기 어려운 수행이다.
  히에다 저택에는 뜰에 연못이 있기는 하지만, 아큐의 집에 가서「미안한데 한 시간만 연못위에 서있게 해 주세요」라던가 부탁할 수 있을 리 없잖아.

  우물 안?  내가 링에서 나오는 귀신이라도 되는 줄 아냐.

  발에 닿은 수면이 물결치며, 말 그대로 파문을 만든다.
  점점 퍼져가는 파문을 발판으로 사용해, 나는 안개에 싸인 호수 위를 걸어갔다.
  에, 물 위인 데다가 안개 속에 있어서 그런가, 조금 추워진 것 같은─.

「거기 멈춰!」

  갑자기 머리위에서 크게 울려 퍼지는 목소리에, 나는 그대로 발을 멈췄다.
  기분탓이 아니라, 전신을 덮치는 추위가 분명히 늘어나있다.
  단순한 기온이 낮아진게 아니라. 냉기를 발하는 것이 근처에 있다.

「이 몸의 허락 없이 호수에 들어왔겠다!  여길 지나가고 싶다면, 이 몸과 승부해라!」

  당연한 이야기다만 안개의 호수는 누구의 영토도 아니다.
  트집이라고 밖에 생각되지 않는 말이지만 그 목소리에는 적의 보다는 활기가 가득찬 어린 아이의 목소리였다.
  안개 속에서도 모습을 알 수 있을 정도로, 목소리의 주인이 가까이 다가왔다.

  예상대로, 그것은 빙정(氷精). 치르노였다.

「……요정인가」

  냉정을 가장하며, 속으로는 우헤헤헤헤 같은 느낌으로 기뻐하는 나.
  그게—, 사실은 치르노를 만나는 건 이번이 처음이야.
  미 무슨 감동. 유원지에서 마스코트 캐릭터와 대면하는 것과 같은 기분이었다.

「그런 너는 인간……맞아?  어라, 인간은 물 위를 걸을 수 있는 거야?」
「하늘을 나는 인간도 있으니까, 이상할 것도 없지 않나.」
「……그것도 그렇구나!」

  시원시럽게 납득하는 치르노.
  무지 다루기 쉽다. 그리고 솔직해서 귀엽다.
  ……그렇지만, 내가 말해 놓고도 신기한건데, 확실히 하늘을 나는 인간이 있으니까 물 위를 걸어도 대단한 게 아닌거구나.

  역시 환상향. 굉장해—.

「이 몸은 치르노. 여길 지나가고 싶다면, 탄막놀이로 승부해줘야겠어!」

  확실히 자기소개를 해준건 기쁘지만, 조금 위험한 전개로 흘러가 버렸다.
  나는 탄막을 칠 수 없는 것이다.
  그렇다고 한들, 치르노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고 여길 지나가는 것은 힘들 것 같다.

  ─에휴, 이거 어떻게 해야 하는 거지?

「호수를 지나가는 모두에게, 그런 식으로 싸움을 걸고 있는 건가?」

  우선, 조금 대화를 해서 상황을 살피기로 했다.

「싸움이 아냐!  이건 수련이야, 이 몸은 강해지고 싶어!」
「치르노는 이미 충분히 강하다(요정 중에선)」
「흐흥, 잘 알고있네. 대단한 녀석이구나, 너」
「고맙다, 그럼 지나가도 괜찮나?」
「안 돼!  이 몸 보다 더 강한 녀석이 있어. 그 녀석보다 강해지기 위해서, 이 몸은 탄막놀이 연습을 많이 해두고 싶은 거야!」

  치르노가 자기보다 강하다고 인정하는 상대라─.
  그야 물론 얼마든지 있겠지만, 나는 짐작가는 것이 있었다.
  애초에 치르노가 원작에서 등장한 것은, 홍마향 부터였지.

  즉, 이전에 벌어졌던 홍무이변 중 당한 상대. 그렇다는 건…….

「……그러고 보니, 너. 전에 이 몸이 진 홍백의 무녀랑 닮았어.」

  역시구나—!

  치르노는 레이무와 이미 한번 탄막놀이를 했었던 것 같다. 게다가 완패 한 것 같고.
  여기까지 와버리니 지금부터 치르노가 어떤 행동을 취할지 간단하게 예상 할 수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찡그린 표정에서 점점 화난 표정이 되서는, 갑작스레 스펠카드를 꺼냈다.

「딱 좋네, 그 녀석을 쓰러뜨리기 전에 먼저 너로 연습을 하겠어!  자, 카드를 꺼내!」

  이거 진짜로 곤란한 일이 돼버렸어.
  꺼내라고 말해도, 난 스펠카드 아예 없고.
  탄막놀이는 서로의 동의가 없으면 성립하지 않는 거지?  이대로 전력질주로 도망치면 되는 건가?
  원거리 공격을 탄막이라고 변명하며 승부하는 방법도 있지만, 위력이 너무하니까 절대 안된다.
  요정이 죽어도 부활한다는 것은 알고 있다. 이 세계에서 사는 이상 몇 번이나 눈앞에서 부활하는 걸 본 적도 있지만, 그렇게 몇 번이고 보고 싶은 광경은 아니고.

  그리고, 나. 지금 짐이 있어.

  내용물은 멀리 나가기 위한 물통이나 도시락 같은 것들도 있고 편지도 들어가 있다. 호수 위에는 내려놓을 수 없으니까, 그 때문이라도 승부는 하고 싶지 않다.
  잠시 동안 고민하며 입을 다문 내게, 치르노는 기다리는데 지쳤는지 나를 향해 외쳤다.

「왜 그래? 이 몸이 무서워?  승부할 생각이 없으면, 졌다고 인정할거야?  약한 녀석을 쓰러뜨려도 의미 없다구!」

  훗…….
  치르노는 도발할 생각이었겠지만, 유감스럽게도 내게는 통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패배를 인정해서 돌아가 준다면 기꺼이 인정해 줄 거니까!
  후후후, 나를 얕보고 있었구나. 나는 이미 하쿠레이의 무녀도 뭣도 아니니까, 별로 개인적인 승패에는 구애받지 않는다.
  탄막놀이 자체를 할 수 없으니까, 승부 이전의 문제고.

  여기는 우선, 치르노에게 패배를 인정─.

「쬐끄마한 요정 주제에, 꽤 당당하구나. 버러지는 버러지답게 분수를 파악하는게 어때?」
「뭐, 뭐라고—!?」

  …………어라?
  아니, 잠깐 기다려!  달라, 다르다고! 지금 그건 내가 말한게 아냐!

「이 몸은 벌레가 아냐!」
「그렇다면, 주제 파악도 못하는 바보라고 해줄까? 약한 건 네 쪽이지?
  비참한 패자 주제에 강자 주변을 뱅뱅 맴돌지 말고 어서 돌아가. 눈에 거슬리니까 말이지.」
「나한테, 바보라고 했겠다—!?」

  이 목소리는……내 바로 옆, 귓가에서 들린다.
  아, 머리카락에 꽂은 흰 꽃에서 나오고 있다!

「유카냐!?」
「말했을 텐데 , 자각을 가지라고.
  도대체 뭐하는 거야?  저런 쓰레기가 좋을대로 말하게 놔두다니. 네 손으로 빨리 입 다물게 해.」

  얼굴을 새빨갛게 하며 화를 내는 치르노와는 대조적으로, 꽃을 통해 들리는 유카의 목소리에서는 지옥에서 울려 퍼지는 것 같은 조용한 분노가 느껴졌다.

  그, 그만둬!  귓가에서 그런 소리 들리면 무섭다고!

「스펠카드・룰을 깰 생각은 없다만.」
「흐응, 어차피 그런 걸꺼라고 예상은 했어. 그렇지만, 어떤 이유던 간에, 네가 패배를 인정하는 건 내가 용서치 않아.
  겨우 그 자리를 피하기 위해서라지만 고작 요정 상대로 패배를 인정해도 허락받을 입장이라고 생각하는 거야?  거기까지 인식이 안이하다면, 지금부터 다시 널 죽이러 가줄까?」

  아니, 허락되지 않는다니……왜 유카님의 허가가 필요한 겁니까?
  물론 그렇게 묻는다면 어떻게 될지는 뻔하므로, 귓가에서 들려오는 유카의 말에 입을 다문 채 경청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제 어쩌라는 거야?
  나, 탄막은 칠 수 없고 하늘도 날 수 없다고?

「승부를 받아들여. 비행과 탄막에 관해선, 내가 이 꽃을 매개로 해서 능력을 줄테니까.」

  에, 진짜로!?
  유카가 서포트 캐릭터라고!?
  생각지 못한 제안에 놀라고 있을 때, 멋대로 몸이 공중으로 떠올라서 무지 놀랐다.
  나, 날 수 있어!  나는……이 하늘을 날 수 있다고!  라는 빛의 거인이 된 것 같은 감상.

  그렇지만 정말로 감동했다.
  나 정말로, 하늘을 날고 있습니다!

「이봐 진심인가!?」
「헤에, 네 놀란 목소리는 처음 들었어. 원래는 그냥 장난이었지만, 재미있게 됐네.」
「겨우 할 마음이 들었구나?  어쩐지 짜증나는 녀석이 붙어있는 것 같으니까, 함께 혼내 주겠어!」

  조금 냉정하게 되고나서 안건데, 날고 있달까 유카의 힘으로 떠있을 뿐이라고나 할까. 뭔가 불안한 상태다.
  거기에, 맞서고 있는 치르노는 유카의 도발로 필요이상 의지로 가득 차 있다.

「자, 그 들떠있는 요정을 추락시켜. 물론, 만약에라도 지면 내가 죽여줄 테니까」

  통신기 역할인 꽃을 통한 말인데, 뭔가 무지 무서운데다 차갑게 느껴지는 목소리로 속삭이는 유카.
  그─……너 말이지, 일단 내 서포트 캐릭터 위치에 있는 거 맞지?
  예상조차 하지 못했던 탄막놀이에 의한 승부.

  물론, 나로서는 첫 체험이다.
  원래는 생사를 건 사투가 아닌 놀이에 가까운 결투방법이지만, 나 한정으로 패배=죽음 인 것 같다.

  ……어라?  이거, 의외로 심각한 상황 아닌가?
  나는 실로 오랜만에 속에서 식은땀이 흐르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그런 나의 긴장감을 느꼈는지, 유카는 걱정해주는 건지 더 궁지에 몰아넣는 건지 모를 말을 했다.

「그렇게 긴장할 필요도 없잖아. 내 서포트가 맘에 들지 않는거야?」
「괜찮다, 문제없다.」

  ─아니, 우연일게 분명하지만 유카가 마침 적절한 대사를 말해버려서, 무심코 반사적으로 대답해 버렸잖아!

  아 정말──!!
작자 후기


유카 「널 도와주는게 아니야. 널 쓰러뜨리는 건 이 나니까 말이지!」
이런 느낌입니다만, 향후의 전투씬이 탄막놀이로 진행될 예정은 없습니다.
역시 피튀기는 전투가 선대님의 본질이니까요.

주인공이 탄막을 칠 수 없다거나 하늘을 날 수 없는 이유는 복선이 되며 이후의 전개에 크게 관련된다던가 안 된다던가. 확실한 건. 어떤 해양 생물학자의 눈을 가졌다고 해도 모를걸

역자 후기

어느날 번역을 하다가 문넷을 뒤지다보니 어떤 분이 저한테 이런 쪽지를 주시더라구요.

선대록 최신화 떴어요. 번역해 주세요.’

....후, 후후, 후후후후후훗! 절 누구라고 생각하는 겁니까?! 전 이 문넷 안에서 선대님을 가장 사랑하는 인간 중 한명이라구요! 선대록 사이트를 10분 간격으로 새로고침 하고 산단 말입니다!

그나저나 정말로 이번 화 번역하기 애매하네요. 유카 말투부터 시작해서 신캐 란이나 그 외 여러 가지가 은근히 번역하기 난해했어요. 특히 저 중간에 유카한테 한 대사 저거 트라이건 맥시멈 13권에서 나온 명대사라는데 번역된거 찾지도 못하겠어서 그냥 알아서 번역해 버렸고....

뭐, 어쨌든 간에 이번편 번역은 여기서 종료입니다.

오역, 오타 제보는 언제나 환영합니다. 감사합니다. 선대록 번밀레 팀의 단테였습니다.

P.S 요즘 선대록을 좋아해주시는 분이 많아져서 기쁩니다. 버프글도 올라와서 힘낼 수 있었어요. 학교급식님, 감사합니다.

P.S 2 홍마향 원코인 클리어 보너스로 플레이어블 캐릭터가 해금되었습니다!
         현재 소유중인 플레이어블 캐릭터.

         선대 하쿠레이 무녀
         선대 하쿠레이 무녀 SP-야쿠모 유카리
         선대 하쿠레이 무녀 SP-카자미 유카←현재 선택 플레이어블 캐릭터


....아니, 싸움 걸 상대를 잘못찾았구나 치르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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