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편은 동방아랑전.
아니면 동방용구절두(龍球絶斗 : 용 용자랑 공 구, 끊을 절, 싸울 두. 요컨대 드래곤볼 패러디[...])라고 해도 괜찮을거라고 생각합니다.
오니와 인간.
그 격렬한 투쟁의 개막은, 당연하게도 선대무녀의 일격이었다.
회피는커녕 방어의 여지조차 없는 불가피한 일격.
유우기가 눈치 챘을 때엔 이미, 목과 머리가 분리될 것만 같은 충격에 의해 의식이 끊어지기 직전이었다.
잔이 조각나버릴 때와 같이 틈이나 방심 따위를 하고 있던 처음과는 달랐다.
완벽한 전투 태세.
그 때문에, 처음엔 몸뚱어리 채 날아가 버린 그 일격에 이번에는 다리를 땅에 붙혀 확실하게 견뎌낼 수 있었지만, 역으로 그렇게까지 대비했는데도 불구하고 결국 피할 수는 없었다.
──방금 전의 멋진 한방은, 겉치레가 아니다!
몽롱해져가는 의식 속에서, 방금 전까지의 자신에게 욕을 내뱉었다.
어찌할 수도 없는 현실에, 이 일격이 얼마나 불합리한 공격인지를 몸으로 실감했다.
상대의 움직임을 전혀 포착하지 못한데다, 그럼에도 뼛속까지 울리는 무거운 일격.
정말 불합리하다, 라고 오니인 자신의 상대가 인간이라는 것도 잊은 채 중얼거렸다.
그렇지만, 무익한 대치는 아니었다.
유우기는 선대가 두 손을 모아 합장을 하는 것을 한순간이나마 파악했다.
그 동작에 어떤 의미가 있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그것이 이 공격의 예비동작이라는 것만은 이해할 수 있었다.
이해할 수 있었을 뿐 대응은 전혀 할 수 없었지만, 이 불가피한 일격이 그 행동의 연장선이라는 훌륭한 하나의 동작이라는 것을 깨달은 것만으로 충분했다.
겨우겨우 찾아낸 빛. 그 빛에서 뻗어 나온 밧줄을 잡기 위해 사라져가는 의식을 끌어올리며 쓰러지기 직전인 몸을 무리하게 일으켰다.
「아직 멀었어!!」
자신에게의 질책과 허세를 반씩 담은 말을 외치며 유우기는 돌격했다.
근육을 경직시켜, 통나무와 같이 굵디굵은 양팔로 안면을 방어하고, 특공의 각오를 불사르며 어거지로 거리를 좁힌다.
준비 동작이 있다면, 공격 사이의 틈도 반드시 있다.
그대로 한방 정도는 먹을 것을 각오하고, 어떻게든 공격을 견디며 나아갈 생각이었다.
그리고, 선대에게서 두 번째의 공격이 뻗어진다.
당연하게도 단 한순간에 행해지는 합장의 자세.
다음 순간, 유우기의 전신을 매우는 것만 같은 무수한 충격이 달렸다.
「큭……연격인가!」
한 동작에 일격 뿐. 그렇게 파악하고 있던 것은 그저 유우기만의 생각이었다.
불가시의 권격이 소나기처럼 유우기를 압도했다.
노도와 같이 밀려오는 무거운 충격에, 혼신의 힘으로 견뎌냈지만, 오니의 힘으로 견딘 다리가 그대로 땅을 헤집는 소리와 함께 뒤로 밀려난다.
도대체 이건 뭘까──.
인간이 이렇게까지 할 수 있다는 건가, 저 녀석은!
유우기는 이를 악물면서도, 그대로 입 꼬리가 슬금슬금 올라가는 것을 참을 수 없었다.
가슴 속에서 미어터질 것만 같은 환희가 소용돌이치고 있었다.
짧디짧은 삶밖에 가지지 못한 인간이, 도대체 얼마만큼의 단련을 거쳐서 이 정도의 힘과 기술을 손에 넣은 것일까.
그것을 떠올리는 것만으로 존경의 생각이 솟아 넘쳐오를 것만 같았다.
그리고, 그 노력의 결실을 바로 정면에서 서로 마주하는 자신의 행운에 감사했다.
그러니까, 견딘다. 어떻게든 견뎌낸다. 그렇지 않으면, 그녀가 쌓아올린 시간에 대꾸할 방법이 없다.
짓궂게도, 선대에게서 발해지는 대단한 힘과 훌륭한 기술, 그것에 대항하는 유우기는 자신의 고집과 상대에게의 경의에 의해 이 맹공을 견뎌낼 수 있었던 것이었다.
폭풍우와 같은 타격이 그친다.
굉장한 공격이었다.
합장의 준비 동작은 한 번 뿐이었지만, 그 안에 수십회의 연격이 숨겨져 있을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었다. 역시, 상식을 넘은 기술이다.
그러나, 일격에 힘을 모은 것에 비하면, 연격에 담긴 공격의 중량감이 부족하다.
그럼에도 압도적인 파괴력을 품고 있었지만, 전력으로 방어태세에 든 오니의 육체를 부술 수는 없었다.
방어에 성공했지만, 완전히 다리가 굳어버린 지금.
예상대로, 다음의 공격이 발해지기 전까지의 틈은 확실히 존재했지만, 그것은 그야말로 찰나에 불과했다. 간격을 좁히려면 부족하다.
아직까지 크게 좁혀지지 않은 거리를 노려보며, 유우기는 양팔의 방어를 풀었다.
「■■■■■■!!!」
지저 전역을 진동시키는, 오니의 포효가 울려 퍼졌다.
공격에 노출되는 도중에도 마음속에 모으고 있던 힘을, 포효와 함께 단숨에 뿜어낸다.
발해진 포효는, 그 자체가 형태를 가진 힘으로 화(化)해, 탄막이 되어 해일과 같이 선대를 덮쳤다.
단순한 포효마저 그대로 공격이 되는 오니의 힘에 허를 찔린 선대에게 회피할 장소는 없음, 휘말리면 그대로 즉사할 수도 있다.
선대는 요격을 선택했다.
「파───!!」
오니의 포효를, 열백의 기합으로 맞서 싸운다.
양손을 상하 반대로 붙이고 앞으로 내미는 독특한 자세와 함께 뿜어진「하쿠레이파」가, 유우기의 탄막과 바로 정면으로 격돌했다.
유카의 요력파와 비교해도 결코 뒤떨어지지 않는 극대, 고밀도의 광선이 탄막을 삼키고, 그대로 유우기 마저 그대로 빛의 파도 속에 말려들어간다.
탄막놀이용으로 위력을 조절하지 않은, 무서운 파괴력과 살상력을 품은 섬광.
그러나, 유우기는 단 한순간의 망설임도 없이 그대로 빛 속으로 돌진했다.
「이 정도는 미적지근하다고!」
유우기의 육체는 말 그대로 강철이었다.
단순한 에너지의 방출만으로는 피부를 태우는 정도의 데미지 밖에 받지 않는다.
방금 전의 일격이나 연격은, 비정상적일 정도로 힘이 집중되어 있었던 것이다.
그 정도로 일점에 집중된 힘이 아니라면, 오니의 육체를 꿰뚫을 수 없다.
밀려오는 파괴의 빛을 뚫고 나가 마침내 주먹이 닿을 간격까지 선대와 가까워진 유우기는, 그제까지 모인 화를 푸는 것처럼 일격에 혼신의 힘을 쏟아 부었다.
포탄과도 같은 그 주먹이, 궤도상의 표적을 분쇄하기 위해 바람소리를 울리며 다가온다.
선혈이 흩날렸다.
상처 입힌 것은, 그저 가죽 한 겹.
성대한 헛손질이었다. 유우기의 일격은, 선대의 손바닥의 가죽을 벗겨낸 채, 그대로 교묘하게 궤도를 비껴내진 것이다.
「이걸 흘려냈다고!? 맞는다면, 인간의 몸 따위는 산산조각으로 만들 자신 정도는 있다만!」
경악과 칭찬을 섞으며, 유우기는 사납게 웃었다.
그에 마주한 선대는, 필살이라고도 말할 수 있는 오니의 간격 안에 들어왔으면서도 전혀 변함없는 담담한 어조로 답했다.
「격류를 억누르는 것은 정수……」
성인이 얻은 깨달음을 타인에게 전하는 것처럼, 엄숙하게 답한다.
「격류를 거스르지 않는다는 건가. 그렇지만, 그런 빈약한 주먹으로 오니의 몸에 상처를 입힐 수 있을까!?」
상대의 대처 따윈 신경쓰지 않고, 그저 완력으로 패며, 각력으로 돌진한다.
오니의 전투 방법은 극히 심플하며, 그러므로 극히 강하다.
본디 그 신체에 갖춰진 힘이, 가장 강대한 무기이며 오니의 진가다.
유우기의 강대한 힘이 가차 없이 선대를 덮친다.
간격이 벌어졌을 때는 일방적인 선대의 공세였지만, 지근거리에서의 격투전이 된 순간 입장은 역전했다.
맞으면 일격 일격이 치명상이 되는 공격을, 선대가 말 그대로 몸을 깎으면서 비껴내고, 흘려낸다.
그야말로 격류 그 자체로 화한 유우기의 맹공을 냉정하게 비껴내는 선대의 부드러운 몸놀림.
결과적으로 유우기의 공격은 모두 헛손질이다.
그러나, 그 권압은 주위의 치르노나 방관자들을 압박하고, 권타가 날려질 때마다 선대의 몸의 겉을 깎아냈다.
물론, 그런 일방적인 전개가 이어질 만큼 이 싸움은 평범하지 않다.
간격을 좁히는 유우기를 향해, 이번에는 선대가 더더욱 간격을 좁혔다.
이미 밀착 되어 있는 것으로 보일만큼 가까운 위치에서, 유우기의 명치에 주먹을 박아 넣었다.
예상외의 굉음과 충격이 체내에서 울려 퍼지자, 유우기는 무심코 신음했다.
주먹에 충분한 힘을 싣지 못할 것이 분명한 그 주먹에, 체중의 이동과 각 관절의 가속을 이용해 힘을 모은 타격이 강렬한 영력과 함께 박힌 것이다.
주먹이 그대로 신체를 꿰뚫고 등으로 나와도 이상하지 않은 파괴력─.
「……아직이야! 이것도 미지근해!!」
그럼에도, 오니의 육체엔 치명상이 되지 않는다.
반격을 하기 위해, 크게 몸을 뒤로 뺀다.
거기서 유우기는 자신의 실착을 깨달았다.
간격을 벌려 버렸다. 그것도 스스로.
깨달았을 때엔 이미 늦었다.
아니나 다를까, 유우기가 그 한 동작을 실시할 동안 선대는 합장을 끝마쳤다.
지근거리에서 불가피한 일격이 발해진다.
어떻게든, 머리를 지키는 것에 성공한 양팔에 충격이 달리고, 이번엔 견디지 못한 채 유우기는 뒤로 튕겨나갔다.
지면을 깎으며, 어떻게든 몸을 멈춘다.
추격타는 없다.
여유가 있기 때문일까, 혹은 없기 때문일까.
유우기는 생각해봤자 어쩔 도리가 없는 생각을 하는 자신에게 쓴웃음을 지었다.
전투의 소리가 멈추고, 침묵이 주변에 가득 채워진다.
첫 번째의 공방이 끝났다. 두 명의 위치는, 최초로 대치했을 때와 같은 곳으로 돌아와 있다.
주변 관중들의 열기는 점점 올라가고 있었다.
그러나, 환성은 없었으며, 모두가 주먹을 꽉 쥔 채 가슴을 졸이며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그 정도의 긴장감을, 두 명의 투쟁은 만들어내고 있었다.
「배길 수가 없는 걸 , 너는……」
상황은 결코 한쪽에게 유리하지 않다.
본래라면 인간과 오니라는 두 종족의 사이에 존재하는 압도적인 차를, 눈앞의 무녀는 상상을 초월하는 단련과 경험으로 묻고 있다.
날 때부터 간직한 힘에 자부심을 가지고, 그것을 힘의 근원으로 하는 요괴로서는 결코 불가능한 인간 특유의 강함을, 그녀는 극한까지 갖추고 있다.
그 사실이, 유우기에는 더할 나위 없이 기뻤다.
「옛날엔, 너 같은 인간이 많았었지. 넌 그 중에서도 최고다.」
유우기는 솔직한 칭찬을 선대에게 말하면서 그와 함께 과거를 그리워하고 있었다.
선대는 그에 답하지 않고, 묵묵부답으로 신고 있던 버선을 벗어 던졌다.
맨발이 된 상태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 유우기는 모른다.
그러나, 반드시 싸움에 대비하기 위한 방심할 수 없는 의미가 있을 것이다.
그런 모습을 보자니, 더욱 더 유쾌한 기분이 되었다.
「지저로 훔쳐와 버릴까나? 이봐……」
오니 특유의 욕구를 내보이며 사납게 웃는 유우기를 마주한 선대가 준비를 끝내고 답한다.
「──대화는 무용. 말하고 싶다면 힘을 보여라!」
경고의 일갈이 유우기의 느슨해진 긴장감을 다잡게 했다.
그 말에 흠칫한 유우기는, 어느샌가 느슨해져버린 자신을 질책하며, 재차 눈앞의 두려우면서도 사랑스러운 인간을 마주했다.
이 무슨 쓸데없는 것을 생각하고 있었던 것일까? 지금 이 순간을 1초라도 낭비할 수는 없을 텐데.
「좋지!!」
이미 불필요한 것을 생각할 필요는 없다.
옛 지옥 거리의 관리를 맡은 책무, 인의, 과거의 영광, 이 전투가 끝난 후의 일─, 그 모든 것을 내버린다.
도대체 얼마만인 걸까?
유우기는 단지 한 마리의 오니로서 눈앞의 인간과의 싸움에 임할 것을 결심했다.
◇
오니가 너무 강해서 울었다.
오니처럼 강하다, 라는 표현의 의미가 몸에 새겨졌습니다.
유카리와 같이 치트 능력에 의하는 것도 아니고, 유카와 같이 요괴 특유의 경외를 가진 정신적인 강함도 아니다.
단지 순수하게 강하다.
터무니없을 정도의 힘에 바보 같을 정도로 튼튼한, 액플로 조작이라도 한 것 같은 신체능력을 앞으로 내세운 밀어붙일 뿐인 공격.
이쪽의 공격은 전력으로 날리는 공격 외에는 방어를 뚫지 못하고, 반대로 저쪽은 일격으로 즉사 확정인 공격을 연타한다.
방어한다면 그대로 가루가 되어 버리므로, 어떻게든 흘려내고는 있지만, 공격의 여파만으로 몸이 갈리는 것 같다.
아니 농담이 아니라, 정말로 이분 주먹은 포탄수준입니다만…….
스친 부분이 도려내지고, 팔의 겉이 조금씩 깎여나가고 있다고?
이대로는 슬라이스 당하는 무같이 조금씩 신체를 깎아내져 사라질 것 같습니다.
직격은 단 한번도 먹지 않았는데, 내 몸은 이미 피투성이였다.
뭐, 겉으로 나온 피만큼 데미지는 심각하지 않다고는 해도 무지 아픕니다.
맞으면 어떻게 될지 생각하고 싶지도 않다.
나는 위대한 선인의 가르침을 내뱉고 자신을 타이르며, 격류와 서로 마주하고 있다.
거기에 오니의 내구력도 심상치 않아서, 백식관음의 연격마저 견뎌내져 버렸다.
역시 「가짜」로는 안되는 걸까.
백식관음・구십구장이라도 쓴다면 그야 거리를 좁히지는 못할 테지만, 그 기술은 넨으로 만들어진 관음상이 필요하니까 그런 거 없는 전 무립니다.
유우기는, 에네르기……가 아니라「하쿠레이파」를 맞으면서 돌진하고.
이명에「전설의 슈퍼 어쩌구」라던가 붙어 있는 건 아니겠지, 이 오니.
근접전에서는 평범한 타격으로 바꿨지만, 아무리 신비스러운 힘을 담아도 그다지 효과가 없다.
특히 밀착 상태에서의 리버블로(간장치기)는 전력으로 날린건데.
저게 안통하면, 이젠 카운터를 노릴 수밖에 없다.
날아오는 대포의 뒤를 따라오는 작은 표적을 노리는 것 같은 카운터를.
……응, 무립니다!
게다가, 포효하는 걸로 탄막을 칠 수 있다니. 게다가 상당히 강력한 걸로.
공격력, 방어력 모두 흉악. 역시 옛 지옥 거리의 관리자. 얕볼 수 없다.
어떻게든 다시 한 번 거리를 벌리고 대치할 수 있었지만, 처음부터 예정하고 있던 간격을 벌린 채로 쓰러뜨리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런 신체능력을 가진 상대에게 육탄전이라……이제와서 말하는건데, 저 인간입니다?
진짜로 압박감이 느껴진다.
긴장감 때문에 토할 것 같다.
하지만, 뭐……수련 때문에 토해본 경험은 하루 이틀이 아니고.
속으로 쓴웃음을 지으며, 한층 더 격전에 대비해 버선을 벗어 던졌다.
이것은 말을 빌리자면「글러브를 벗었다」라는 느낌일까.
「──대화는 무용.」
어쩐지 유우기가 저를 훔치자고 선언하고 있습니다만 그런 의미는 아니겠죠?
우선, 대답 대신, 나를 힘내게 하기 위한 목적이 대부분인 대사를 내뱉는다.
「말하고 싶다면 힘을 보여라!」
「좋지!!」
위험해, 폼 너무 잡았어.
허세도 건강이라고나 할까, 나도 정신적으로 상당히 회복했지만 , 유우기도 나의 말을 듣고는 무서운 기백으로 가득 차 있었다.
이젠 저 기합만으로 기절할 것만 같다.
에잇, 마음아 약해지지 말아라!
사전에 각오는 완료했다.
우선, 현재 필요한 요소는 순수한 전투력이다.
오니의 신체 능력은, 당연히 인간에 비할 바가 아니다.
아무리 힘을 집중시켜도, 나에게는 순수한 힘이 부족하다.
지금 이대로는 유우기의 공격에 견디는 것도 , 그 방어를 뚫는 것도 할 수 없다.
그렇다면, 힘 그 자체를 끌어올릴 수밖에 없다.
자신의 능력을 일시적으로 한계 이상으로 향상시킨다, 라는 것은 사실 상당히 흔한 기술이다.
경문을 연다던가, 자신의 비공을 찌른다던가, 육체의 리미터를 해제한다거나 하는 도핑 냄새가 나는 기술은 많다.
그리고, 나도 그런 기술을 가지고 있다.
지금, 그 녀석을 사용한다.
이것은 정말로, 내 최대의 비장의 카드다.
이러한 한계를 일시적으로 넘는 기술에 걸맞게, 사용한 후의 반동도 당연히 존재한다.
근육통 정도라면 차라리 낫고, 잘못하면 근육 파열하거나 하고.
그리고, 사용 중에는 신체능력이 올라가서, 혈액 순환도 좋아지므로 코피라던가 피눈물이라던가 귀에서 까지 피가 출줄 흐릅니다.
……내가 이런말 하기도 뭐한데, 무지 위험한 기술이란 걸 자각했다.
이걸 사용한 전투가 장기전으로 돌입한 적이 없어서 잘 모르겠지만, 계속 사용하고 있으면 마지막엔 내몸 폭발한다거나 하지는 않겠지?
뭐야 그거, 몰라 무서워. 내가 쓰는 기술일 텐데.
그렇지만, 이대로 싸워도 승산은 적다. 할 수 밖에 없다.
치르노와 유카를 위해서라도, 지는 것을 염두에 넣고 싸우는 흉한 꼴을 보일 수는 없지.
이 기술에 당해서 살아남은 놈은 없다! 같은, 필요 없는 플래그를 세우며 심호흡.
뭐, 실제로 적 말고 이 기술을 보여준 건 레이무 정도다.
만화 속에서 유사한 기술은 여러 가지 있고, 부르는 법도 여러 가지지만, 나는 감히 이렇게 외치겠다.
간다아아──!!! 계.왕.권───!!!
◆
두근, 크게 울린 심장의 고동이 선대의 신체를 넘어 유우기에게 들린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녀를 중심으로 공기가 떨리며 물결친다.
「뭐지……?」
분명한 변모였다.
자세를 잡은 선대에게서 뿜어지는「힘」이라는 말 외엔 표현이 불가능한 무언가가 노도와 같은 기세로 그 힘을 키우며, 주위를 압박했다.
마주선 유우기는 물론, 싸움의 장소에서 한 걸음 물러난 관중들에게조차 전율이 흐른다.
눈에 보이는 변화도 그녀의 몸에는 일어나고 있었다.
전신에서 불어나듯 영력이 겉으로 뿜어지며, 증기와 같이 흐른다.
거대해진 힘이 혈관을 타고 체내에서 날뛴다.
눈은 충혈되고, 혈관이 파열해 코피가 흐르기 시작한다.
「……어이어이, 너 정말로 인간이냐?」
그야말로 전대미문. 오니의 이마에는 식은땀이 솟아오르고 있었다.
눈앞의 인간에게서 감지되는, 넘치는 힘과 압박감은 동족의 그것마저 능가한다.
반쯤 망연자실한 상태에 빠져있던 유우기는, 그런 적에게 압도되어버린 대가를 치르게 되었다.
무언가가 부숴지는 소리가 났다.
선대가 말 그대로 지면을 박차 분쇄하며 돌격한 소리라는 것을 이해하기도 전에, 그녀는 유우기의 눈앞에 도달해 있었다.
「어──」
뭔가 말을 내뱉으려 했으나 결국 단 한마디조차 말할 수 없었다.
똑바로 겨눠진 정권지르기가 유우기의 몸의 중앙에 격돌한다.
충격이 내장을 뒤흔들고 등을 꿰뚫었다.
「크헉!?」
유우기가 날아가고, 당황하며 피하던 갤러리가 그대로 휘발려 가까운 가옥에 격돌했다.
폭락을 시작하는 건물을 향해 선대의 추격이 찰나의 틈도 주지 않고 다가간다.
일어나려고 한 유우기의 아랫배에 어깨로 부딪히고는, 그대로 단번에 가속한다.
그 기세를 몰아 벽을 관통해 가옥의 내부로 돌진, 그대로 반대쪽 벽으로 빠져 나왔다.
뒤늦게 등 뒤의 건물이 붕괴한다.
──뭐지, 저건?
──인간? 아니, 아니야. 저건…….
──오니랑 다를 게 없잖아.
주위의 요괴들은 전율과 공포에 멍하니 서있을 수밖에 없었다.
유일하게, 치르노 만이 두 명의 전투를 쫓아서 달리기 시작한다.
치르노의 행동에 당황한 요괴들이 그 뒤를 따른다.
완전하게 붕괴된 건물을 관통하고 나간, 반대편의 가도에서는 이미 전투의 소리가 끊이지 않고 이어지고 있었다.
태클로 넘어뜨린 뒤 마운트 포지션을 잡은 선대가, 압도적 우위를 점한 자세로 유우기의 안면에 주먹을 휘두르고 있었다.
유우기는 주먹과 땅바닥 사이에 끼여 두부를 튕기며, 난타를 허용하고 있었다.
육체에서 나는 소리라고는 도저히 믿을 수 없는 무겁고 둔탁한 소리가 끊이지 않고 울려 퍼진다.
물론, 유우기도 일방적으로 당하고 있지만은 않았다.
힘을 실을 수 없는 불리한 자세에서, 오니의 힘을 가득 담은 주먹을 휘두른다.
말 그대로 머리에 피가 올라, 활성화 한 혈류에 의해 코피를 흘리면서도, 선대는 얼음과 같이 냉정하게 그 주먹을 피했다.
반격의 주먹은 그저 머리카락을 끊어버렸을 뿐, 역으로 내려찍은 일격이 카운터가 되어 유우기의 안면에 꽂힌다.
두개골의 안쪽까지 충격이 전해지는 것이 느껴졌다.
단순한 완력과 전신의 순발력, 담겨진 영력마저 조금 전까지의 선대와는 압도적으로 다르다. 오니의 육체에 심각한 데미지를 새길 정도로.
(단번에 힘이 올랐어. 안전한 기술이 아니겠지)
엉망진창으로 휘저어진 의식으로, 묘하게 냉정해진 유우기는 추측했다.
(이렇게 밀착하고 있으니 알겠어. 비정상으로 뜨거워. 혈류의 기세가 피부로 느껴져. 그 피도, 전부 몸에 무리를 시키고 있는 결과인가……)
선대의 체내로부터 끓어오르는 한계를 넘은 힘을 감지한 유우기가, 다음의 순간 생각한 것.
그것은 싸움을 시작한 이래 다할 줄 모르는 환희와 전에 없던 흥분이었다.
느끼고 있던 아픔이 이성이라고 하는 족쇄와 함께 날아가 버린다.
유우기는 생각하는 것을 그만뒀다.
단지, 눈앞의 두려운 인간에게서 뿜어지는 모든 것을 느끼고, 그리고 비틀어 굴복시키고 싶다고 생각했다.
「우읏, 으랴아……!」
완전히 깔려있던 자세에서 무리하게 몸을 비튼다.
등골에 힘을 모아 단번에 해방해 몸을 세우자, 의도치 않게 허를 찔린 선대가 유우기 위에서 튕겨 날아갔다.
자유를 되찾은 유우기는, 얼굴에서 흐르는 피를 닦을 시간조차 아깝다는 듯 일어섰다.
여유를 부리고 있을 틈은 없다.
저 녀석을 상대로, 그럴 여유는 없는 것이다.
유우기는 자신이 받은 데미지를 느끼며 그렇게 통감하면서도, 즐겁다고 느꼈다.
휘청거리는 다리로 대지를 밟고 시선을 옮기자, 그 곳에서는 이미 주먹이 다가오고 있었다.
전력으로, 그것을 피한다.
맞고 버틸 수 있다고는 생각지 않았다.
이 인간의 주먹은, 이미 그 영역을 넘어서있다.
반격한다.
공기를 가르는 주먹.
결실은 없었다. 단순한 헛손질이다.
일순간의 경직을 찌른, 반격에 반격을 날린다.
반격할 수 없었다.
너무나도 무거운 타격. 맞은 부위가 삐걱거린다.
되받아 친다.
되받아 쳐진다.
직후 발차기.
주먹만으로 대응한다.
때린다.
맞는다.
잡는다.
비껴낸다.
때린다.
때린다.
때린다─.
「굉장해……」
방관하는 사람들의 심경을 대변해, 누군가 중얼거렸다.
공기와 대지를 진동시키는 굉장한 공방이 전개되고 있다.
인간과 오니.
비교하는 것조차 우스운 두 종족이, 서로 물러나지 않고 서로 치고받는다.
일격이 곧 즉사인 오니의 공격을 비껴내는 인간에게, 깨끗하게 일격을 몸에 받으면서도 견디는 오니.
둘 다 범상치 않았다.
휴식도 없이, 이대로 영원히 계속 될 것만 같았던 공방은, 드디어 쇠약을 보인다.
격투와 격투로 거듭된 양자의 고통과 피로.
땀과 피가 섞인 액체가 체온으로 증발해 증기로 변한다.
상궤를 벗어난 긴장의 연쇄, 단 한순간 유우기의 집중력이 흐트러졌다.
틈을 놓치지 않은 선대의 발차기가 허공을 갈랐다.
유우기는 목을 노리는 그 발차기를 팔로 막았다.
뼈가 삐걱거릴 정도의 충격.
그러나, 아직 끝나지 않았다.
방어한 팔이 갑작스레 끌려간다.
어째선지 시선을 돌리자, 유우기의 손가락이 선대의 발가락으로 잡혀 있었다.
그대로 돌려차기를 할 기세로, 붙잡은 손가락을 이끌어 몸의 자세를 무너뜨린다. 유우기는 등으로 지면에 격돌했다.
선대는, 발가락으로 메치기를 사용한 것이다.
「이런……!?」
다시 선대를 올려다보는 자세가 되어 버린 상황에, 전신에 오한이 달린다.
아무리 경계한들 불리한 상황에 몰려 버린다. 요괴를 상대로 싸워온 인간이 가진 교묘함이라고 밖에 설명할 수 없었다.
선대가 두 손을 모으는 것이 보였다.
혼신의 힘을 담은 일격. 거기다, 뻗어지면 회피하는 것은 절대로 불가능.
유우기는 그대로 지면을 후려갈겨, 그 반동을 이용해 억지로 몸을 공중에 띄웠다.
확실히 찰나의 순간, 쓰러져 있던 장소를 불가피한 권격이 도려냈다.
공격력의 배증한 일격은, 이미 오니의 전력을 다한 일격과도 동등하다.
지면이 진동하며, 갤러리가 비명을 지른다.
그러나, 피했다.
땅에 다리를 딛고, 반대로 상대는 공격을 끝냈 바로 직후. 두 번째는 그렇게 빨리 오지 않는다.
「으랴아아아앗!!!」
유우기는 절호의 찬스를 놓치지 않고, 기합과 함께 싸움에 막을 내릴 혼신의 일격을 뻗었다.
오니의 주먹이 바람을 가른다.
그러나 선대는, 그대로 서있었다.
합장하지 않았다.
단지, 모든 것을 간파했다는 듯 유우기를 응시하고 있었다.
──함정인가!
직감적으로 유우기는 깨달았다.
그러나, 벌써 내뻗은 주먹은 멈출 수 없다.
이대로 그저 가속시킬 수밖에 없다.
맞으면 목 위를 고기 덩이로 바꾸어 버릴 강권이, 선대의 눈앞까지 다가간다.
주먹과 뺨이 접촉한 순간, 움직였다.
고속의 권타에 맞춰 목을 돌려, 직격을 피하고는 그 팔을 붙잡는다.
동시에 두 다리가 땅에서 떨어져 그 중 한쪽을 유우기의 목에 걸쳤다.
그리고 남겨진 다리는, 턱을 목표로 무릎 찍기로 발해진다.
모든 동작이, 단 한순간,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행해졌다.
팔을 잡히고 양 다리가 호랑이의 턱처럼 좁혀지는 순간 , 유우기는 소름이 끼칠 정도로 자신의 죽음을 느꼈다.
오른 다리로 후두부를 당기며 왼 디라의 무릎이 턱을 짓이기고 , 분쇄한다.
둔탁한 소리가 울렸다.
붕괴되는 유우기의 목을 기점으로 위를 잡고, 그대로 잡은 오른팔을 가차 없이 꺾어 파괴한다.
땅에 쓰러진 머리에서 흐르는 피가 지면을 붉게 물들였다.
노도와 같이 계속 되던 사투가 멈춘다.
그 장대한 사투를 결판낸 광경에, 모두가 말을 잃었다.
이 세계에 아는 사람은 단 한명도 없을 것이 분명한, 선대가 발한 기술.
그 이름을 「호왕」이라 한다.
즉, 그것을 극도로 단련한 이 모습이야 말로──.
호왕완료(虎王完了).
◆
그것은, 그야말로「옛날 옛적의 이야기」였다.
아직 오니가 바깥 세계에 있었을 무렵의, 흔히 있던 오니 퇴치의 일화.
인간이 지혜를 발휘해, 두려울 정도의 괴력을 가진 오니를 퇴치하는 이야기.
「……속인거냐.」
등에서 느껴지는 자상의 고통과 열기를 느끼며, 유우기는 그 인간을 올려보고 있었다.
그렇게 멍하게 있던 유우기는, 지금 이 상황을 그 외에 해석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닫고, 분노했다.
「속인거냐!!」
유우기는 노기를 뿜어내며 일어섰다.
기분 좋은 취기는 이미 사라지고 옆에 나동그라진 술병을 밟아 으스러트린다.
아까 전까지만 해도, 그 술병은 오니와 인간 사이의 우정의 증거로 삼았던 것이다.
이제서야, 아무 가치도 없다.
아니, 이 술에 뭔가의 가치를 찾은 것은 오니뿐이었던 것이다.
「젠장! 이 영도로도 안 되는 건가!」
「신경 쓰지 마라, 고작 부상당한 오니다! 몇 번이라도 베라! 베어버려라!!」
「목을 베라! 오니의 목을 가져온 자에게는 포상을 내려주마!」
수풀 속에서 숨어 잠복해 있던 갑옷을 입은 무사들이 하나 둘씩 모습을 드러낸다.
유우기는 자신을 등 뒤에서 벤 인간─ 낮이 익은, 젊은 나이의 청년을 노려봤다.
지금, 이 장소에 있어야 하는 것은 자신과 청년. 두 명만이여야 했을 터다.
둘이서 유쾌하게 술잔치를 하고, 잠에 든 뒤, 고통에 눈을 떠보니 이런 상황이다.
최초부터 전부 꾸미고 있던 것이다.
「어째서지……?」
「어째서고 뭐고 없다.」
유우기는 분노와 함께 얼마 안 되는 당황이 섞인 시선을 향했으나, 날카로운 눈빛으로 자신을 마주보는 청년의 눈동자에는 그저 증오만이 비치고 있었다.
「오니 퇴치다. 이제까지 쭉 그래왔을 텐데.」
「……확실히, 넌 나를 퇴치하려고 몇 번이고 도전했지.
하지만, 오늘 밤은 다른 것 아니었나?
목숨을 걸고 결투한 뒤, 술잔을 나누고, 아침이 되면 헤어지고 다시 도전 해오는게 아니었나? 이런 얕은 수작으로 토벌을 하려 하다니, 시시한 짓을 하는걸!」
「시시하다고? 시시함의 기준이 도대체 뭐지? 네 기분? 내가 네 녀석과 좋아서 술잔을 나눴다고 생각하는 건가!?」
검고 칙칙한 감정이, 날카롭게 치켜떠진 청년의 눈 안쪽에서 불타고 있다.
그것을 엿본 유우기는 자신의 분노가 점점 사라져가는 것을 느꼈다.
잔을 나눌 때 띄우고 있던 청년의 미소가, 그대로 붕괴하며 기억 속에서 사라진다.
「……정말로, 처음부터 나를 속이기 위해 술잔을 나눴다고?」
「그래. 몇 번이고 되풀이하며 배에 들어온 술은, 그 날 아침 전부 토해냈다.」
「그렇게까지……」
「미워. 네 녀석이 미워서 어쩔 수 없다고! 이 괴물 놈!
너는 내 어머니를 눈앞에서 먹어 치웠으니까 말이지!!」
「그렇다면, 그 증오를 어째서 감춰왔던 거냐! 어째서 내게 드러내지 않은 거냐!?
밉고 미워서 어쩔 수 없을 정도라면, 내밀어진 잔 따위는 쳐내고, 이 배에 칼을 찔러 넣었다면 됐을 텐데!」
그것은 영원히 평행선으로 남을, 두 종족의 가치관의 차이였다.
유우기가 용서할 수 없는 것은, 눈앞의 청년이 자신마저 속이고, 증오를 숨겨온 사실 뿐이었다.
부모를 먹어치운 오니가 용서받을 수 있다고는 생각지 않았다.
단지, 자신을 속이면서까지 증오스러운 원수와 잔을 나누기를 원하진 않았다.
「하, 정면으로 오니와 싸워서 이길 수 있을 리가 없지. 나는 너를 죽일 수 있다면, 어떤 굴욕이라도 참아왔다!」
「그래, 살해당해도 괜찮았다. 네게라면 살해당해도 괜찮았단 말이다!
네가 정정당당히 이 몸에 상처를 한번이라도 낼 수 있었다면, 목을 빼앗기던, 그 다음에 시체를 욕보이던 상관 없었다!!」
오니는 인간을 좋아했다.
인간은 자신들의 포학함을 두려워하고 증오하며, 상처입고 약해진 영혼을 불살라 결사의 각오로 싸워 나간다.
그렇게 오니에게 도전하는 인간 중 대부분은, 그 압도적인 힘의 차에 이기지 못하고 당하지만, 그러한 무념을 짊어지고 더욱 강해져 포기하지 않는 영혼을 가진 인간이 오니를 퇴치한다.
그렇게, 사악한 오니는 토벌되고 정정당당히 복수는 완료된다.
목이 잘려 그것이 전리품으로 다루어진들 불만은 없다.
그렇게 해도 될 만큼 거대한 위업을 완수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것이 사람과 오니의 정이다.
적어도, 유우기에게 있어선.
「어느 천치가 오니의 바람대로 어울려 줄까보냐.」
청년은 증오로 물들여진 눈으로 유우기를 노려보며, 다시 칼을 쥐었다.
주변의 무사들은 오니의 바로 앞에서는 어리석은 짓은 하지 않는다며, 그를 미끼로 자신을 포위하고 있었다.
그 모든 것이 유우기에겐 눈엣가시로 보였다.
「속임수가 싫다면, 얼마든지 해주마! 당장이라도 토악질을 할 것만 같았던 혐오감을 견디며, 바보 같이 웃는 네 앞에서 술잔을 비우던 것도 그걸 위해서다! 네 녀석과 마신 술은 단 한 방울도 맛있다고 생각한적 없었다!!」
「……이, 바보가────!!!」
유우기는 배속에서 끓어오르는 것 같은 목소리로 외쳤다.
그것은 꾸짖음 같기도 했으며, 통곡 같기도 했다.
그 후 어찌 됐는지는, 기억하지 못했다.
결국, 지금 나는 살아 있다.
동료 오니가 도와주었을지도 모르고, 스스로 어떻게든 해결했을지도 모른다.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했다.
아니, 떠올리는 것이 너무나도 귀찮게 느껴질 뿐이었다.
사람과 오니의 관계는, 어느샌가 끝나버렸다.
정의의 깃발 아래 힘을 합쳐 정정당당히 오니와 대적하는 인간의 모습은 없어지고, 오니의 약점을 이용하기 위해 자신마저 속이며 방심하던 자의 목을 벤다.
인간들이 말하는「지혜를 가진 용기있는 자」가 오니를 퇴치하게 되었다.
도대체 어느 때부터, 두 종족의 두터운「정」이 변해 버린 건지는 그 누구도 몰랐다.
적어도 유우기에 있어서, 지금은 더 이상 기억하지 못하는「그 날」의 일이었다.
그 청년의 사체를 자신의 손으로 묻은 것만은 기억하고 있다.
그 후, 몇 년이 지났다.
이 환상향에 이주한 뒤, 지저로 들어와도, 어딘지 모르게 지루한 날들이 계속 되었다.
마음속에 뿌리를 내려버린 체념이, 점점 오니의 힘을 앗아가는 것을 느끼며, 잔을 손에서 놓지 않은 채 태평하게 놀며 살았다.
문득, 이런 생각을 할 때가 있다.
─언제까지 이런 시간이 계속되는 걸까?
끝은 없는 걸까.
인간을 포기했을 때에. 아니면 인간이 오니를 포기했을 때, 사실은 이미 모두 끝난 것은 아닐까.
그렇다면, 이렇게 살아있는 나는 뭐지?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하지?
스스로에게 질문하고, 떠오르는 대답은 매번 한가지였다.
돌아가고 싶다.
그 날, 아직 이 목을 줄 수 있는 인간이 있던 시대로─.
◆
어마어마한 격통을 느끼며 유우기는 눈을 떴다.
순간, 의식을 잃었던 것 같다.
싸움을 하다 기절하는 건, 정말이지 매우 오랜만이었다.
그러나, 그리움 따윈 요만큼도 들지 않았다.
지쳐버린 온몸엔, 의식은 돌아왔으나 힘은 돌아오지 않는다. 그 정도로 큰 타격을 입고 있었다. 꿈적도 못할 정도로 말이다.
유우기는 바로 옆에 서있는 선대를 보았다.
이런 꼴이 됐다고 한들, 적인 그녀를 향한 증오심 따윈 전혀 솟지 않았다.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피로한 몸에, 그저 필사적으로 호소했다.
─미안하다.
─지금 일어나지.
─아직 움직일 수 있다.
─아직, 즐길 수 있다고. 내 몸은!
「우……읏, 오라아아아아아아───!!!」
이미 외침보단 비명에 가까운 절규를 흘리며, 유우기는 넙죽 쓰러져있던 몸을 일으켰다.
몸속으로 퍼지는 통증은. 무시했다.
오른 어깨는 파괴되어 관절이 이상한 방향으로 꺾여 있었지만, 아무래도 좋다.
결코 가볍지 않을 선대를 업는 것처럼, 그대로 일어섰다.
목소리는 들리지 않았지만, 머리 위에서 경악에 빠진 모습이 전해졌다.
─그래, 놀라주는 건가.
─나는, 아직 너를 위협하는 오니로서 남을 수 있는 건가.
유우기는 기뻤다.
아픔도 피로도, 지금 느끼는 기쁨에 비하면, 그런 것은 신경 쓸 가치조차 없다.
움직이지 않는 오른팔을, 자신이 직접 뼈를 부술 기세로 무리하게 휘두른다.
한계를 넘어 발휘된 오니의 괴력이, 파괴된 오른팔로 선대를 던졌다.
근처에 놓여있던 포장마차에 격돌한다.
나무로 만들어진 포장마차가 가루가 되며, 엄청난 소리를 낸다.
치르노의 비통한 소리.
반대로 활기를 띤 거주자들의 환성.
승부가 결판난 것이라고 생각하던 그들은, 불굴의 오니에게 찬사를 보냈다.
그러나, 유우기에겐 그들의 환호 따위는 이미 아무래도 좋은 것이었다.
최강이라고 칭해지는 오니, 그 오니가 지금 만신창이가 되어 있는 것이다.
이런 꼴을 하고, 대체 어떤 찬사를 받으라는 것일까.
물론 수치 따위는 느끼지 않는다.
오히려 자랑이다.
그저 단 한 명의 인간에게 인정받고 싶은 것이다. 자신이 일어선 것을.
타자의 찬사 따위는 필요 없다.
유우기는 입속에 모여 있던 피을 천천히 토해냈다.
「……내가 말하기는 뭐하다만, 꽤 엄청난 기술을 먹었는걸.」
지면에는 피와 함께 흰색의 무언가가 몇 개인가 흩어져 있었다.
자신의 이빨이다.
인간을 뼈째로 씹어 먹으며, 이따금 무기로도 사용되는 오니의 이빨이, 끔찍하게 부숴져있다.
꺾인 것이 아니라, 턱을 차올려져 서로 부딪힌 이빨이 충격으로 가루가 되버린 것이다.
「이 쪽은 이미 움직이지 않는걸……」
유우기는 자신의 오른팔을 내려 보며 쓴웃음을 지었다.
어깨뼈가 꺾인 채, 무리하게 움직인 팔은 완전히 죽어 있었다.
이미 근육이 실룩실룩 경련할 뿐 주먹을 쥐는 것조차 불가능하다.
「아, 젠장……」
욕설이라기 보단 잔소리. 그것도 자신에게 향하는 잔소리였다.
거기까지 깨끗하게 져버렸는데, 다시 일어서 버렸다.
정말이지, 나도 끈질긴 녀석이다.
쓰러진 시점에서, 패배를 결정지어도 괜찮았다.
충분한 결과일 것이다.
그 어떤 적이라도 매장하고, 그 어떤 명검에도 베이지 않았으며, 어떤 창으로도 꿰뚫을 수 없었던, 그 자랑스러운 오른 팔을, 그 인간은 맨손으로 분쇄한 것이다.
원래대로라면, 그 시점에서 승부는 났을 것이다.「인간 이면서도, 훌륭한 성과다!」라며, 솔직히 패배를 인정해야 마땅했다.
인간과 오니의 격차가 있다.
오니가 백보를 양보해야, 간신히 평등한 위치에 설 수 있다.
그렇게 해야지만, 간신히 인간을「친구」로서 대할 수 있다.
그러나, 안 된다.
이젠 안 된다. 그렇게 생각해 버렸다.
이 포기를 모르는 바보가, 극한의 싸움 속에서 실감해 버린 것이다.
아무리 바란들 얻을 수 없다고 생각했던, 인간의 몸으로 오니와 대등해질 때까지 단련을 거듭한 맹자와 지금 이 자리에서 만나고 있다는 것을.
먼 옛날부터, 오니가 인간과 맺어온 살벌한 관계.
둘도 없는 우정.
유우기는, 선대에게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의「정」을 느끼고 있었다.
─그러니까, 이젠 안 된다.
─더 이상 타협은 불가능하다.
─나는 이 녀석과 갈 데까지 가보고 싶다!
마음속으로부터 간절히 바라던 유우기에게 답하듯, 기왓장과 돌무더기 속에서 천천히 선대가 일어섰다.
데미지를 받아 흔들리는, 불안불안한 걸음으로, 유우기의 앞에 다가온다.
모든 힘을 쓰고 있던 것은 유우기 만이 아니었다.
선대도 한계를 넘어 있었다.
오니의 맹공에 계속 노출되던 전신엔 무수한 상처 자국이 났으며, 무녀복의 흰 부분이 새빨갛게 물들여져 있다.
입과 코의 출혈과 함께, 피눈물마저 흐르고 있었다.
호흡은 난폭했으며, 무엇보다도 조금 전까지 압도될 것만 같았던 힘의 파도를 감지할 수 없다.
역시, 그 인외적인 전투력은 육체의 한계를 넘은 것이었다.
그것이 끝난 지금, 그 기술의 반동이 그녀에게서 남은 힘을 앗아가고 있었다.
그런데도, 그 눈에서 빛나는 강한 의지의 빛이 전혀 흐려지지 않았다.
유우기는 다시 자신과 마주선 그녀에게 깊은 감사와 애정을 느꼈다.
세번째의 대치.
그러나, 상황은 이미 끝나있다.
모두 만신창이기는 하나, 오니와 인간의 몸으로선 그 전체적인 내구도가 판이하게 다르다.
유우기는 왼팔만으로도 인간을 찢어 죽일 수 있다. 그러나, 선대는 이미 힘을 다했다.
치르노의 필사적인 성원이 계속된다.
그러나 요괴들의 환성과 조금 섞여있는 비웃음과 매도하는 소리가 그것을 긁어 지웠다.
어느 쪽이던 미동조차 하지 않는 선대에게 들리고 있을지는 모른다.
단지, 유우기는 그 목소리에 번거로움을 느끼고 있었다.
지금 이 순간을 방해하는 것, 그것이 단순한 소리라 한들 번거롭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헤헤헤, 승부는 이미 난 것 같네요. 유우기씨」
그저 방관하고 있던 선대에게 시비를 털던 요괴중 하나가 바짝 다가왔다.
「저래서야, 이미 죽은 거나 다름없으니. 뒤처리는 일단, 제게 맡겨……」
유우기는 말없이 주먹을 휘둘러, 그 요괴를 아득한 저편으로 날려 버렸다.
귀에 거슬리는 농담을 들어줄 여유 따윈, 지금의 유우기에게는 존재치 않았다.
노기와 살기가 뒤섞인 목소리로, 소란을 피우던 주위를 압도한다.
「이놈이고 저놈이고 시끄럽게 굴기는……. 방해 하는 새끼는, 내장을 찢어발겨주마!!」
그 일갈로, 들떠있던 요괴들은 입을 다물었다.
타자가 지껄이는「결판」따위는 무의미하다.
상황의 좋고 나쁨을 들먹이다니, 쓸데없는 말에도 정도가 있다.
눈앞의 취약할 터인 인간은, 오니와 대등하게 싸운다는 전대미문의 소행을 벌이고 있다.
안이한 예상이나, 그에 따른 방심 따위가 용서될 리 없다는 것은 유우기 자신의 몸에 스며들어 이해하고 있었다.
「……이 녀석은 정진정명, 내 몫이다」
남아있던 전신의 힘을 왼주먹에 모아서, 쥔다.
「인간상대로 진심으로 사용하는 건, 네가 최초며 최후다.」
비장의 수를 아끼는 성격은 아니다.
단지, 전신전령을 건 일격으로 가장 알맞는 기술이라고 유우기는 생각했던 것이다.
주먹을 쥐는 것만으로 주변의 공기가 무거워진다.
진짜 결판은, 이 일격으로 난다─.
모든 사람이 그렇게 확신할 정도의 힘이, 유우기의 왼주먹에 모인다.
제 3자의 입장으로서는 무의미한 저항으로 밖에 생각되지 않는, 선대의 자세를 일절의 방심 없이 노려본다.
「사천왕 오의──」
호시구마 유우기의 최대최강의 공격이, 가해졌다.
「三歩必殺-삼보필살-!!!」
◇
……진심으로 장난이 아닙니다.
나무조각에 깔린, 나는 가볍게 절망하고 있었다.
유우기 무지 쎄─.
솔직히 이젠 뭔가 말할 여유조차 없다.
오니라는 종족이, 동방의 세계에서는 히든보스라는 건 알고 있었지만. 이래서야 도전 자체가 실수 아냐?
뭐, 그런 말도 안 돼는 짓을 나는 전력으로 하고 있다만.
그나저나, 정말로 승산이 보이지 않는다.
내가 가진 최대한의 기술과 힘을 사용해 승부를 걸었다만, 결과는 보는 대로.
설마「호왕」까지 버틸거라고는 생각 못했다.
그 기술은 연습상대가 필요한 기술이라, 실전 속에서 생명을 걸고 필사적으로 습득한 기술인데…….
아니, 요괴를 상대로 한 거니 대인전투에 절대적인 자신 같은 건 없었지만, 지금까지의 경험을 따져서 인간의 모습을 가진 대요괴들에게 유효한 기술이었다고.
강한 요괴들 중에서도 더욱 특별하다는 건가.
아니 그전에, 저 기술에 직격당하고 일어서면 정말로 어떻게 해야 할지 전혀 모르겠는데.
반응도 무서울 정도로 확실했고, 모든 동작이 성공적으로 맞물린 완벽한 일격이었다고.
어느 정도 맞을 각오였던 유우기의 일격도 완벽하게 흘려내고 팔을 박살냈다고…… 아니, 정말로 완벽하게 흘렸는데 여파만으로 턱의 뼈에 금이 간 것 같다만.
맞을 각오고 뭐고 맞으면 그대로 죽어 버렸을 지도 모를 아슬아슬한 상황이었다.
유우기도, 한계를 넘으며 견뎌냈다는 것은 알 수 있다.
그러나, 도대체 어떤 이유가 그녀를 저렇게까지 지탱하는 걸까?
오니의 프라이드라는 걸까, 아니면 다른 무언가일까.
모르겠다, 분명 인간인 내게는 상상도 할 수 없는 무언가가 있는 걸까.
아, 안 돼. 정신면에서도 압도당할 것 같다.
나는 힘을 잃어가는 자신을 질타하고, 나무 조각을 밀어 헤치며 일어섰다.
크으윽……예상보다 소모가 격렬한걸.
전신의 아픔조차 둔하게 느껴질 정도로, 탈진감이 엄청나다.
역시, 능력을 끌어올린 반동인 건가. 몸안의 에너지를 단번에 죄다 쏟아 부어버린 느낌. 입이나 코나 눈에서 정말로 쏟아지고 있군요, 압니다.
더욱 약해져만 가는 전의를, 몸과 함께 어떻게든 일으켜서, 흔들리는 발걸음으로 유우기의 앞으로 돌아온다.
아직 싸움은 끝나지 않았다.
조금 몽롱해진 의식에, 치르노의 필사적인 목소리가 들렸다.
이거 위험해, 뭐라고 말하는 건지 알아들을 수 없을 정도라니. 상당히 위험한 거 아닐까, 지금의 나.
그렇지만, 응원이라는 것은 알 수 있다.
조금 힘이 돌아왔다. 착각이겠지만.
유카는 전투가 시작되고 난 뒤, 줄곧 입을 다물고만 있다.
여기서 보기흉한 꼴을 하고 있는 나에게 험담이라도 해준다면, 좀 더 힘이 날 것 같은데.
……아니, 나는 M이 아니라고?
동료의 말을 들으면, 뭔가 힘이 날 것 같다는 뜻이라고?
그러나, 유카는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뭐, 나를 응원하는 유카라니, 절대로 상상 못하겠지만.
타격을 받은 나를 내려다보며, 비웃는 모습을 쉽게 상상할 수 있어서, 무심코 속으로 쓰게 웃었다.
아, 뭔가 지금 그걸로 조금 더 힘이 돌아온 것 같은 느낌.
내가 말하기에도 뭐하지만, 정말로 단순한 정신 구조구나, 나. 하지만, 덕분에 유우기와 다시 마주섰을 때엔 심신 모두 약간이나마 회복해 있었다.
「……이 녀석은 정진정명, 내 몫이다」
지금 와서 필살기라고요, 하하, 울거야, 울어버릴 거라고.
더 안 좋아진 상황 탓에 헛웃음이 나올 뻔 했지만, 그 웃음에 쓸 힘조차 아깝다고 생각하며 의식을 집중했다.
의미가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체념을 그만두고 자세를 잡는다.
이길 기회는 거의 남아 있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굳이 노린다면 카운터다.
내 체력은 이미 한계를 넘었고, 결사의 각오라던가 모두의 의지라던가 그런걸 아무리 긁어 모아봤자 일격을 휘두르는 것이 고작일 테지.
그래서야, 오니의 육체에 치명상을 입히기엔 부족하다.
최대의 공격이 오는 순간에, 가장 무방비해 진다……라는 이론을 어떤 만화에서 들었던 것 같다. 유우기의 존재가 이론을 들먹일 수 있을 정도로 상식적일지 어떨지는 모르겠다만.
어쨌든, 그 일순간에 걸 수밖에 없다.
마음아 약해지지 말아라! 나머지는 용기로 보충하면 된다!!
「사천왕 오의──」
보충에도 한도가 있잖냐? 라는 것처럼 시궁창 같은 현실이 눈앞에서 송곳니를 드러내고 있었다.
오의라니, 어이 설마 아니겠지…….
진짜로 혹시나 하는건데 이거「삼보필살」인가!
원작의 탄막의 형태로 밖에 볼 수 없었지만, 그 귀축 스펠이 맨주먹으로 발휘된다니, 어떤 위력일지는 몰라도 상상을 초월할 것이다.
처음부터 없었지만, 이걸로 방어나 회피라는 선택지가 사라졌다.
맞는다면 그대로 가루가 되고, 피하면 여파로 넝마가 되던, 둘 중 하나다. 어느 쪽이던 확실히 죽는다.
확실히 죽음 속에서 살길을 찾아내야 하는 상황.
유우기를 중심으로 뿜어지는 압박감을 흘리며, 나는 최대한 집중했다.
「三歩必殺-삼보필살-!!!」
왔다.
죽을 만큼 무섭지만 눈을 감으면 진짜 죽는다.
그 기술의 이름과 같이, 세걸음(三歩-삼보-)의 움직임이 이 기술의 중심이 될 것이다.
의식을 집중해서, 파악한다──!
우선 한 걸음 째.
지진을 동반한 심상치 않은 발소리. 역시, 최초의 한 걸음은 표적을 간격 안으로 들이기 위한 단순한 돌격인가.
……그리고, 그 한 걸음으로 유우기가 바로 눈앞에 있다.
아니 잠깐만.
전혀 안보였다. 아마, 이 한 순간 발을 디딜 때 한정이겠지만, 텐구 수준의 속도라고!?
게다가 몸놀림이 극한까지 단련되어 있어서, 소리나 기색조차 느끼지 못했다.
경악하는 동안 두 걸음 째.
높이 올려든 다리를, 대지에 박아 넣는다.
그것은 이동이 아닌, 공격에 가까웠다.
아니, 실제로 공격이었다.
대지를 향한 일격은 충격파를 만들고, 그것이 땅 속을 달려 내 발밑에서 폭발한 것이다.
땅이 뒤집어질 정도의 파괴를 동반하는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충격은 직접적으로 나의 다리를 덮쳤다.
칫, 다리를 당했나!
저리거나 하는 레벨이 아니다. 안쪽까지 전해진 충격이 뼈를 부수고, 근육을 찢는다.
두 걸음 째에 표적의 움직임을 멈추게 하는 건가!
아니, 이건 도망뿐만 아니라 반격조차 봉쇄되고 있다.
이 다리로는 제대로 된 회피나 체중이동이 불가능 한데다, 주먹에도 힘이 실리지 않는다.
그리고 뭣보다, 이것만으로도 데미지가 심각합니다!
경악에 초조가 더해져, 단번에 궁지에 몰린 내 눈앞에서 마지막 한 걸음이 디뎌지고 있었다.
이것이 세 걸음 째.
움직일 수 없게 된 표적을 향해 전신전령을 담은 일격을 휘두르기 위해, 유우기의 다리가 대지를 밟았다.
아, 유우기의 움직임이 느려졌다.
물론, 그것은 정말로 움직임이 느려진 것이 아니고, 죽음과 직면한 나의 집중력이 한계를 넘은 결과였다.
몇 번이고 경험한 적이 있다. 나는 지금, 죽는 일보직전이라는 것이다.
봐봐, 주마등이 보인다고.
어라 나다, 레이무가 어릴 적이구나. 여름인가─.
……라니, 그런걸 느긋하게 보고 있을 때가 아니잖아─!
어떻게든 하지 않으면. 직격을 먹고 아픔을 느낄 새도 없이, 말 그대로 이 세상에서 없어져 버린다고!
나는 움직일 수 있는 모든 부위를 총동원해 반격을 시도했다.
다리가 전혀 움직이지 않는다. 쓰러지지 않게 서있는 것만으로도 지친다.
회피도 불가능하고, 유우기의 일격에 카운터를 시도하지만. 이래서야 한발 늦는다.
주먹을 뻗는다.
느리다.
가속해라.
뭐든지 좋으니까. 몸안에 남아있는 힘 전부를 이 팔 하나에 모아라.
움직일 수 있는 것은 상반신 뿐.
근력만으로는 불가능하다. 영력의 집중. 관절의 가속. 오니의 육체를 꿰뚫기 위한 이상적인 힘의 흐름. 가속. 회전.
──모든 것을 때려 박는다!
◆
유카는 솟구치는 감정을 참지 못하고, 테이블을 내리쳤다.
쨍그랑 하는 소리를 내며, 티 세트가 떨어졌다.
내용물은 넓게 튀어서 파편과 함께 마루를 더럽힌다.
「……정말이지, 얼마만큼 나를 초조하게 해야 기분이 풀리는 거야, 그 바보는 」
떨리는 손에 힘을 담으며 주먹을 쥔다.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마음속의 격정이 겉으로 넘쳐흐를 것만 같았다.
지금, 눈앞에 인간이나 요괴가 나타난다면, 유카는 일말의 주저도 없이 그 녀석을 고통스럽게 괴롭히며 죽였을 것이다.
괜히 설치고 싶은 기분이었다.
강대한 요괴로서의 자부심과 품위가, 날뛰려는 포학함을 억누르고 있었다.
선대무녀가 싸우는 모습이 뇌리에 새겨져 사라지지 않는다.
「젠장! 오니인지 뭔지 모르겠지만, 뭘 멋대로 싸우는 거야. 나하고의 싸움은 피하기만 했으면서!」
욕설을 내뱉으며, 자신이 한 말을 다시 생각해보니 마치 질투하는 것 같다고 깨달은 유카는 더욱 더 초조해했다.
복잡하기 그지없는 속마음이, 유카 자신의 표정에도 나타나고 있다.
아름다운 미소를 지으면서, 분노를 견디듯이 이를 악물고 있다.
기쁘기도 했다.
자신의 말 대로, 선대는 누가 상대여도 자신의 힘을 증명해보였던 것이다.
분하기도 했다.
그러한 상황에 빠졌다고는 하나 자신을 놔두고 갑자기 튀어나온 요괴와 사투를 펼치고 있다. 추월당한 기분이다.
당연하지만 짜증나기도 했다.
왜 인간을 사애로 이렇게까지 안달복달해야 하는지. 자신이 품은 감정을 어떻게든 이해하니, 또 다른 감정이 솟아올라 점점 더 영문 모를 감정에 휩싸인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끓어오르는 흥분을 참을 수 없었다.
「저 녀석, 아직 저런 힘을 숨기고 있었다니……!」
이제까지 제대로 싸운 적조차 없으니, 모르는 것도 당연했다.
꽃을 통해 보이는 선대와 오니의 싸움은, 유카를 전율케 할 정도로 격렬했다.
서로의 사력을 다하는, 확실히 사투.
강하다. 인정할 수밖에 없다.
어느 쪽이던 유카에게 위협이 될 정도의 힘을 가졌다는 것이, 유카를 불쾌하게 했다.
그러나, 그 이상으로 자랑스럽게 보였다.
엄청난 힘과 훌륭한 기술로 싸워나가는 두 인요의 모습이, 유카의 영혼을 크게 떨리게 했던 것이다.
그렇게 꽃을 매개로 보내지는 영상을 말없이 응시하고 있자니, 마지막 격돌의 순간. 갑작스럽게 그 영상이 끊긴 것이다.
선대가 뻗은 주먹이, 먼저 적에게 닿았다……. 그렇게 보였다.
단정할 수는 없다.
끝은 지켜볼 수 없었다.
아니, 볼 필요는 없다.
이미 볼만큼 보고 말았다. 선대무녀의 진정한 힘을.
그녀는 이겼음이 틀림없을 것이다.
갑자기 훔쳐가는 것처럼 그녀와의 싸움을 채간, 힘만 센 어리석은 요괴를 퇴치하고, 평소의 얄미운 정도로 시원스러운 표정을 하고 지상으로 돌아올 것이다.
이쪽에서도 평상시의 표정으로 마중 나가자.
초조해 할 필요는 없다.
천천히 기회를 기다리고, 상처가 치유되었을 쯤에 이쪽에서 찾아가 싸우면 되는 것이다.
「귀여워 해줄 테니까 말이지, 선대……!」
이번이야말로 방해하는 녀석이 없는, 나와 둘이서 서로 죽고 죽일 때까지─.
◆
삼보필살이 발해진 직후, 선대의 몸이 공중을 날았다.
맥없이 땅바닥에 추락한 뒤 굴러가다가 간신히 멈춘다.
「스승!!」
치르노의 비통한 목소리가 울려 퍼진다.
두 주먹이 교차하고, 한 쪽이 튕겨 날아갔다.
끝났다.
역시 인간이 오니에게 당해 낼 리가 없다.
지저의 요괴들은, 자신들의 주거지를 관리하는 최강의 존재에게 갈채를 올리다가─. 곧바로 위화감을 느껴 인상을 찡그렸다.
왜, 저 인간은 사지 멀쩡히 쓰러져 있는 거지?
호시구마 유우기의 오의에 직격 당한 인간이 제 모습을 남기다니 있을 수 없다.
전원이, 그제야 승자여야 할 유우기에게 시선을 돌렸다.
유우기는 주먹을 앞으로 뻗은 채 서있었다.
그 가슴에, 등까지 꿰뚫린 커다란 바람구멍이 뚫려 있었다.
「……훌륭한 성과, 인걸」
유우기는 유쾌하게 웃고는, 피를 토하며 뒤로 쓰러졌다.
주변이 떠들석하다.
그렇다면, 승자는 누구지─?
「스승, 정신차려! 괜찮아!?」
「……그래」
넝마같은 모습이 된 선대는, 자신보다 몸집이 작은 치르노에게 기대 간신히, 그러나 자신의 다리로 일어섰다.
오니는 쓰러지고 인간은 살아있다.
승패는 분명했다.
지저의 요괴들은 그 누구도 인정할 수 없었다.
그러나, 인정할 수밖에 없다.
그 최후의 순간에 서있는 자는, 지상에서 온 한 명의 무녀였다.
「우우~, 다행이다〜! 다행이야……」
치르노는 피로 더럽혀진 옷을 신경 쓰지 않고 얼굴을 선대의 품에 누르며 안도의 눈물을 흘렸다.
이기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 다음에, 이 사람이 얼마나 강한지 다른 녀석들에게 자랑하려고 했다.
그러나, 싸움이 끝난 지금은 그런 것은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그저 안심했다.
밀착해있는 얼굴로 느껴지는 선대의 체온이 기뻤다.
「……치르노, 유우기에게 데려다다오」
여러 의미를 함축한 주변의 시선이 교차하던 중, 선대는 치르노에게 기대서, 쓰러진 유우기에게 다가갔다.
사투의 패자로서 알맞는 너덜너덜한 모습으로, 유우기는 만족한 듯 미소 짓고 있었다.
「대단한걸. 패배다. 나의 완패야.」
「그런가」
「자, 오니 퇴치의 마무리를 부탁하마.」
유우기는 상쾌한 듯 말했다.
「오니의 목을 가져라」
「……뭐라고?」
「너라면, 이 목을 줘도 괜찮다는 뜻이야」
그 제안에, 오히려 본인들이 아닌 주변의 요괴들이 더 크게 동요했다.
이 옛 지옥 거리를 나누는 절대적인 존재로서 오랜 세월 군림하고 있던 호시구마 유우기가, 지금 이 순간 자신의 생명을 잃으려 하고 있다.
너무나 갑작스러운 최후였다.
그녀를 두려워하며 한편으로는 존경하고 있던 많은 요괴들이 긍정도 부정도 할 수 없는 심정으로, 단지 가슴 졸이며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거절한다」
선대는 지쳤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그 대답에, 유우기는 더욱 선대를 재촉했다.
「미안, 허세를 부렸군.
줘도 괜찮은 게 아니다. 네게 이 목을 주고 싶어.
제대로 나를 퇴치해다오. 힘의 유우기는 여기서 끝이다. 죽기에는 지나칠 정도로, 좋은 싸움이었다.」
유우기의 얼굴에, 패자의 좌절감이나 비굴함은 전혀 존재치 않았다.
그녀는 진심으로 그렇게 말했다.
마음속 깊게 만족한 것이다.
긴 세월을 살아온 목숨. 끝낼 때는, 분명 지금 이때다.
유우기는 천천히 눈을 감았다.
「…………거절한다」
그리고 긴 침묵이 흐른 뒤, 선대가 낸 대답은 역시 같았다.
완전히 지친 몸으로, 확실한 의지를 담고 말한다.
그 대답을 들으며 유우기는 크게 한숨을 내뱉었다.
「그런가. 유감이다」
낙담하는 것 같은 목소리는 아니었다.
물론 본심은 분명 실망하고 있었지만, 자신이 패자라는 사실을 고려한 것이다.
패자가 승자에게 뭔가를 바라다니, 우스운 이야기다.
선대의 판단에 불만을 말할 수 있을 리가 없다.
단지, 이 최고의 순간을 놓친 자신의 남은 삶이 대체 어떤 의미가 있을지, 생각하는 것이 조금 귀찮게 되었을 뿐이다.
이미 지칠대로 지쳐 패기를 잃은 유우기를 선대는 조용히 내려다 보고 있었다.
「……머지않아, 내 딸이 네 앞에 나타난다.」
잠시 동안 무언가를 담담히 생각하고 있던 선대가, 유우기에게 말을 걸었다.
「하쿠레이의 무녀로서 이 지저에서 일어날 소동을 해결하러 온다.
그리고, 반드시 너와 승부하게 되겠지. 그 때 그 아이에게 퇴치되는 즐거움도 취해보는게 좋지 않겠나.」
「……강한가?」
「물론. 자랑스러운 딸이다.」
그렇게 말하며, 선대는 생긋 웃었다.
생각해보니 처음으로 보는 상대의 웃는 얼굴이다.
이런 얼굴도 할 수 있었나, 라고 생각하며 유우기는 무심코 넋을 잃은 채 보고 있었다.
「후우……내년의 일을 말하면 오니가 웃는다고들 하지.
정해지지 않은 앞일을 다 안다는 듯이 말하는 것은, 나도 싫어. 왜냐면 거짓말 같으니까.
……그렇지만, 이상하게 네가 말하면, 정말로 그렇게 될 것 같은걸. 분명, 거짓말은 아니겠지……」
「그래. 거짓말이 아니다」
선대는 치르노에게서 떨어져 간신히 유우기의 옆에 주저앉아 , 그녀에게만 들릴 법한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이다」
「뭐?」
「내 이름이다. 지금은 지상에서 아는 사람도 적다만.」
유우기의 의식은 점점 흐려지고 있었지만, 그 이름만은 제대로 듣고, 기억에 새겼다.
최초에 선언한 대로, 자신은 이 이름을 죽을 때까지 잊지 않을 것이다.
선대를 올려보며 미소를 돌려준다.
「그건, 꽤 괜찮은 자랑거리가 될 것 같은걸……」
그리고, 유우기는 잠에 빠져들듯 정신을 잃었다.
그 날 이후 처음으로, 다음에 눈을 뜰 때가 조금 기대됐다.
◇
순간, 정신을 잃고 있었다.
나는 눈을 떴다.
눈을 뜰 수 있었다는 건, 나는 죽지 않았다는 것이다.
……아니, 방심은 할 수 없나. 이 세계는 평범하게 저세상 있으니까.
우선, 기절하기 전보다 심해진 전신의 격통이 살아있는 증거라고 생각하자.
으그극, 진짜로 아파……눈물이 나올 것 같다.
이렇게 아파하고 있을 수 있다는 것은, 어떻게든 유우기와의 승부는 끝났다는 것이다.
그 한순간의 교차 중, 내가졌다면 말 그대로 이 세상에 없을 테고.
「스승, 정신차려! 괜찮아!?」
내게 달려온 치르노에게 기대서, 어떻게든 일어선다.
다리에 힘이 들어가지 않는다.
이거, 치료 되도 제대로 걸을 수 없는거 아냐?
불안을 밀어 넣으며, 나는 다시 한 번 상황을 둘러봤다.
나는 너덜너덜. 이건 말할 필요도 없다.
치르노는 울고 있다. 미안해, 내가 보기 흉하게 싸우서 불안하게 만들어 버린 것 같다.
그리고 시야의 한쪽 구석에서 나풀나풀 흰 꽃잎이 흩날리는 것을 보며, 머리카락에 손을 올렸다.
유카의 꽃이 지고 있었다.
……뭐, 그 정도로 격전을 펼쳤으니까, 머리카락에 꽂은 꽃 정도야 져도 이상하지 않지만.
안 돼, 의외로 쇼크다. 모처럼, 유카에게 선물 받은 건데.
지금과 걸맞지 않은 이유로 텐션이 가라앉은 상태에 빠져있던 나는, 간신히 유우기가 있던 쪽을 바라봤다.
절대로 쓰러뜨릴 수 없다고 생각한 오니가, 땅바닥에 대자로 쓰러져 있었다.
나의 승리, 로 좋은 건가?
전혀 실감이 나지 않았지만, 그것은 주변의 요괴들도 같은 듯 나와 유우기를 믿을 수 없다는 듯 보고 있다.
나는 치르노에게 부탁해, 유우기의 옆까지 다가갔다.
쓰러진 유우기의 가슴에는 주먹 크기의 구멍이 뚫려 있었다.
이것은 내가 한거……지? 솔직히, 그 때는 무모함이 도를 지나쳐서 제대로 기억나지 않는다.
예상외라는 것이 본심이다.
오니의 육체를 이렇게까지 완벽하게 파괴하는 건, 적어도 그 때의 내게는 불가능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유우기의 공격보다 먼저 닿은 것은 매일 해왔던 정권지르기의 수행의 덕분이라고 쳐도, 카운터가 그렇게까지 효과가 좋았던 건가?
그렇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 때 내뻗은 일격은, 무게 이동이 불가능한 상태에서 하반신을 움직이지 않고 상반신의 탄력만으로 내지른 것이다.
말하자면, 칼없이 쓰는「아돌・영식」이다.
기술명을 외친다면 「가도츠・제로스타일(빠르고 센 발음으로)」.
……아니 뭐, 이건 농담이니 제쳐두고 칼을 사용하지 않았으니까 아돌이라고 부르는 것도 미묘하다.
실제로는 상반신의 탄력과 조금이라도 주먹에 관통력을 높이기 위해 모든 관절의 회전을 극한까지 더한 변칙적인 코크스크류 펀치라고나 할까.
어쨌든 가능한 모든 힘을 담아, 코스모를 불태운 혼신의 일격이었지만, 뭐랄까 이런 파괴력이라니 예상 이상이었다.
자세히 보면, 가슴의 구멍은 나선모양으로 도려내져 있었다.
박힌 충격이 회전하면서 꿰뚫고 나간 흔적이다.
순수하게 주먹의 회전만으로 이렇게 될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주먹에 담은 영력도 같이 회전하고 있었다는 건가? 눈에 보이지 않는 영력이 회전하다니, 어떻게 된 거지?
흐음, 이 파괴력을 보고 떠올린 거지만, 이건 혹시「황금의 회전」인가?
……응, 그걸 알기 위해서라도 새로운 수행을 해 보고 싶은걸.
죽을 뻔한 싸움 뒤에, 수행을 떠올리고 마는 나도 상당히 괴짜다.
우선, 지금은 아직 살아있는 유우기에게 의식을 돌린다.
우웃, 이제 와서 어지러워.
피가 부족해애〜.
「대단한걸. 패배다. 나의 완패야」
유우기가 스스로 그렇게 인정하는 것으로, 간신히 승패가 결정났다.
그렇구나. 내 승리구나…….
안심된다기보다 멍합니다만.
뭐랄까 모여 있던 피로와 아픔이 단번에 몰려왔다.
그러나, 그 다음 유우기가 입에 올린 말 덕에, 그런 태평한 기분도 날아갔다.
아니, 목을 가지라니……나는 그렇게 철저하게 퇴치할 생각은 없다고요.
오히려, 그 호시구마 유우기와 진심으로 싸워 버린 이유가 이제 와서 궁금해졌을 정도다.
이렇게 갈 데까지 가버리다니, 아까 전까지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거절하는 내게, 유우기는 더욱 간절히 부탁했다.
나로선 오니의 가치관이나, 그 눈으로 보고 있는 세계가 어떨지는 모른다.
단지, 유우기의 부탁은 진지했으며, 진심이라는 것은 저릴 정도로 느껴졌다.
……에, 어떻게 해야 하지?
솔직히 말해서, 나는 유우기를 죽이고 싶지 않다.
원작의 미래가 어쩌니 하는 시시한 이유가 아니라, 이 환상향의 인요 모두에게의 마음과 주먹을 섞어오며 그저 정이 생겨버렸을 뿐이다.
진짜로 죽을 뻔 했지만, 나는 유우기와의 싸움에서 큰불이 될법한 불씨 따윈 일절 남기지 않았다.
엉망진창에 너덜너덜해서 이미 지칠 대로 지쳐버렸지만, 싸움이 끝난 지금은 약간의 상쾌함마저 느끼고 있었다.
유우기가 말하던 것처럼, 내게 있어서도 이건「기분 좋은 싸움」이었다.
아니, 전 전투광이 아닙니다. 다시 한 번 하자고 말하면 그 땐 진짜로 도망칠 거야.
그렇지만, 뭐 일단.
유우기에게는 미안하다만 내 대답은 변치 않는다.
무엇보다 나는 승자다.
승자가 패자의 말에 따를 필요는 없으니. 우선 확실하게 거절해 드리겠다구.
그 대신, 어쩐지 실망한 것처럼 보이는 유우기에게 말했다.
가까운 장래 일어날, 지령전의 이변을 살짝 알려뒀다.
레이무나 마리사라면, 유우기에게 있어서 좋은 상대가 된다고 생각해.
그 무렵엔 지저에서도 스펠카드 룰이 보급됐을 테니까, 나같이 죽기 일보직전까지 무리를 할 필요도 없을 테고. 훨씬 건전한 결투를 할 수 있을 것이다. 해냈다, 나.
……젠장! 나도 좀 더 나중에 지저에 올걸!
왜 나만 이런 극한 상태에서 싸워야 하는 거냐구요…….
「그렇지만, 이상하게 네가 말하면, 정말로 그렇게 될 것 같은걸. 분명, 거짓말은 아니겠지……」
그야 뭐, 어느 의미 확정된 미래의 사건이니까.
원작을 들먹이기도 뭐하니, 나는 말하는 김에 내 이름을 알려주었다.
승부가 끝나면 가르쳐준다고 했으니까.
이야기를 끝내고 모든 결착을 완수한 뒤, 잠에 빠진 유우기에게서 시선을 돌려 하늘을 바라보았다.
아, 지저니까 하늘 없구나.
안 돼. 슬슬 의식을 잡고있는 것도 한계다.
그렇지만, 여기서 쓰러지면 그 다음은 어떻게 되려나?
옛 지옥 거리의 지배자인 유우기를 쓰러트려버렸으니, 다른 요괴에게 보복당하려나…… 나는 둘 째 치고, 치르노가 연관되는 건 위험한데.
으으, 어쩌지…….
「이거야 원, 정말로 화려하게 난장판을 만들어놨네」
긴장을 풀면 멈춰버릴 것만 같은 머리를 필사적으로 돌리며 고민하는 내게, 천재일우의 기회라고도 말할 수 있는 목소리가 들렸다.
나타난 것은, 지령전의 주인 코메이지 사토리였다.
PO독심술WER 떳다! 이걸로, 이쪽의 승리다……!
─냉정하게 생각해보니, 내 지식은 여기에서 들키면 위험하지 않아?
◆
「이거야 원, 정말로 화려하게 난장판을 만들어놨네」
사토리가 그 자리에 나타나는 것과 동시에, 공포와 기피감이 주변에서 난무했다.
딱히 아무렇지도 않다.
사토리에게 있어서, 그런 반응은 일상다반사니까.
냉정하게 주위의 요괴들의 사고를 읽어내며, 단편적인 정보를 짜맞춘 뒤 이 장소의 상황을 분석해, 정확한 상황과 경위를 이해한다.
「……인간이, 그 호시구마 유우기를?」
사토리라 한들 동요를 숨길 수 없는 사실이 드러났다.
지상에서 온 무녀가 단 혼자서 오니와 싸워, 결국 이겨 버렸다는 것이다.
파괴된 가옥이나 지면에 퍼진 엄청난 양의 피를 보니, 엄청난 수준의 전투가 있었다는 것은 납득 할 수 있었지만, 그 결과는 완전히 예상외였다.
앞의 무녀에게 시선을 옮긴다.
만신창이라고 밖에 표현이 불가능한 모습이었다.
스스로 서는 것도 힘든 듯, 옆의 요정에게 기대서 간신히 서있다.
그 약해보이는 모습에서 승자의 위엄 따위는 전혀 느껴지지 않았지만, 그 옆에 쓰러진 유우기의 모습을 보니, 싫어도 납득할 수밖에 없다.
이 인간은 오니와의 사투에서 승리한 것이다..
이것은 생각 이상으로 귀찮은걸, 하며. 사토리는 경계심을 드러냈다.
오니를 쓰러뜨린 상대에게, 정면에서 싸워서는 승산 같은 건 없다.
싸우는 상황이 되지 않게, 신중히 대응할 필요가 있었다.
「당신이 지상에서 왔다는 무녀인가요.」
이쪽을 노려보는 요정의 경계심어린 마음은 무시하고, 제3의 눈을 무녀에게 향한다.
깊은 데미지를 입은 것은 틀림없는 것 같다.
피로로 몽롱해진 의식은 읽어내기 어려웠다.
「나는 지령전의 주인인, 코메이지 사토리입니다」
우선은 자신부터 이름을 댄다.
상대가 어떻게 답할지는 모르나, 그 때 떠올린 마음을 읽어낸 뒤, 그것을 주축으로 마음을 폭로한다.
그것이 사토리가 교섭에서 사용하는 상투적인 수단이었다.
마음을 읽어내면 위협도 간단하며, 이야기의 흐름을 주도할 수 있다.
그것이 사토리가 지저의 요괴들에게 기피당하는 이유였다.
(사토리……이 소녀가……)
당장 끊어질 것 같았으나, 눈앞의 인간의 사고가 보이기 시작했다.
그렇다면, 당신은 지금 생각하고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알겠나, 짜식들아.「초등학교 5학년(小五)」과「로리(ロリ)」를 따로따로 보면 그냥 범죄다만, 둘이 합쳐지면「깨달음-사토리(悟り)」가 된다)-역자 : 한자를 잘 보시면 아시겠지만 한자와 일본어를 결합한 말장난-
「…………에?」
눈을 의심했다고 해야 할까, 귀를 의심했다고 해야 할까.
어쨌든, 사토리는 무심코 입에서 바람이 빠지는 소리를 낼 수밖에 없었다.
(덧붙여서, 사실「깨달음(悟り)」이 아니라「깨닫다(覚)」라고 쓰는 게 맞다더라, 사토링……)
「사토……, 뭐?」
(……예쁘다)
갑자기 마음의 소리가 끊겼다.
전혀 예상하지 못한 마음속을 보고 혼란의 극한에 빠진 사토리는, 상대가 기절하여 사고가 끊긴 것이라고 이해하는 것이 일순간 늦어 버렸다.
완전하게 힘을 잃은 몸이 치르노만으로는 지지하지 못해서, 사토리를 향해 쓰러진다.
사토리는 작은 비명과 함께 그 몸에 깔렸다.
「스, 스승!? 이봐, 너 빨리 스승한테서 비켜!」
「……그건 이쪽이 할 말인데」
느껴지는 무게와, 비리게 풍기는 피비린내에 새삼스럽게 무녀의 상처를 헤아리며, 사토리는 한숨을 내뱉었다.
귀찮은 문제투성이.
이 인간을 죽게 할 수는 없다.
상처 때문이기도 하지만, 이곳에 방치해 둘 수는 없다.
옛 지옥 거리에서 최강의 실력자를 넘어뜨린 이 인간은, 도대체 무슨 목적으로 여기까지 온 걸까.
아니 그 전에, 이 인간은 도대체 뭘까.
「예쁘다니, 뭐야 그게……」
제3눈으로 읽어버린, 거짓말이나 괜한 겉치례가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는 마음의 말을 생각해낸 사토리는 조금 얼굴을 붉혔다.
이 인간은 대체 무슨 속셈으로, 저런 말을 생각한 걸까.
형편을 따져보니, 귀찮은 일의 중심에 있는 인간이지만, 조금 흥미가 생겼다.
……그런데, 제일 궁금한 거지만「로리」란건 대체 뭐지?
아니면 동방용구절두(龍球絶斗 : 용 용자랑 공 구, 끊을 절, 싸울 두. 요컨대 드래곤볼 패러디[...])라고 해도 괜찮을거라고 생각합니다.
그 8 「괴력난신」
오니와 인간.
그 격렬한 투쟁의 개막은, 당연하게도 선대무녀의 일격이었다.
회피는커녕 방어의 여지조차 없는 불가피한 일격.
유우기가 눈치 챘을 때엔 이미, 목과 머리가 분리될 것만 같은 충격에 의해 의식이 끊어지기 직전이었다.
잔이 조각나버릴 때와 같이 틈이나 방심 따위를 하고 있던 처음과는 달랐다.
완벽한 전투 태세.
그 때문에, 처음엔 몸뚱어리 채 날아가 버린 그 일격에 이번에는 다리를 땅에 붙혀 확실하게 견뎌낼 수 있었지만, 역으로 그렇게까지 대비했는데도 불구하고 결국 피할 수는 없었다.
──방금 전의 멋진 한방은, 겉치레가 아니다!
몽롱해져가는 의식 속에서, 방금 전까지의 자신에게 욕을 내뱉었다.
어찌할 수도 없는 현실에, 이 일격이 얼마나 불합리한 공격인지를 몸으로 실감했다.
상대의 움직임을 전혀 포착하지 못한데다, 그럼에도 뼛속까지 울리는 무거운 일격.
정말 불합리하다, 라고 오니인 자신의 상대가 인간이라는 것도 잊은 채 중얼거렸다.
그렇지만, 무익한 대치는 아니었다.
유우기는 선대가 두 손을 모아 합장을 하는 것을 한순간이나마 파악했다.
그 동작에 어떤 의미가 있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그것이 이 공격의 예비동작이라는 것만은 이해할 수 있었다.
이해할 수 있었을 뿐 대응은 전혀 할 수 없었지만, 이 불가피한 일격이 그 행동의 연장선이라는 훌륭한 하나의 동작이라는 것을 깨달은 것만으로 충분했다.
겨우겨우 찾아낸 빛. 그 빛에서 뻗어 나온 밧줄을 잡기 위해 사라져가는 의식을 끌어올리며 쓰러지기 직전인 몸을 무리하게 일으켰다.
「아직 멀었어!!」
자신에게의 질책과 허세를 반씩 담은 말을 외치며 유우기는 돌격했다.
근육을 경직시켜, 통나무와 같이 굵디굵은 양팔로 안면을 방어하고, 특공의 각오를 불사르며 어거지로 거리를 좁힌다.
준비 동작이 있다면, 공격 사이의 틈도 반드시 있다.
그대로 한방 정도는 먹을 것을 각오하고, 어떻게든 공격을 견디며 나아갈 생각이었다.
그리고, 선대에게서 두 번째의 공격이 뻗어진다.
당연하게도 단 한순간에 행해지는 합장의 자세.
다음 순간, 유우기의 전신을 매우는 것만 같은 무수한 충격이 달렸다.
「큭……연격인가!」
한 동작에 일격 뿐. 그렇게 파악하고 있던 것은 그저 유우기만의 생각이었다.
불가시의 권격이 소나기처럼 유우기를 압도했다.
노도와 같이 밀려오는 무거운 충격에, 혼신의 힘으로 견뎌냈지만, 오니의 힘으로 견딘 다리가 그대로 땅을 헤집는 소리와 함께 뒤로 밀려난다.
도대체 이건 뭘까──.
인간이 이렇게까지 할 수 있다는 건가, 저 녀석은!
유우기는 이를 악물면서도, 그대로 입 꼬리가 슬금슬금 올라가는 것을 참을 수 없었다.
가슴 속에서 미어터질 것만 같은 환희가 소용돌이치고 있었다.
짧디짧은 삶밖에 가지지 못한 인간이, 도대체 얼마만큼의 단련을 거쳐서 이 정도의 힘과 기술을 손에 넣은 것일까.
그것을 떠올리는 것만으로 존경의 생각이 솟아 넘쳐오를 것만 같았다.
그리고, 그 노력의 결실을 바로 정면에서 서로 마주하는 자신의 행운에 감사했다.
그러니까, 견딘다. 어떻게든 견뎌낸다. 그렇지 않으면, 그녀가 쌓아올린 시간에 대꾸할 방법이 없다.
짓궂게도, 선대에게서 발해지는 대단한 힘과 훌륭한 기술, 그것에 대항하는 유우기는 자신의 고집과 상대에게의 경의에 의해 이 맹공을 견뎌낼 수 있었던 것이었다.
폭풍우와 같은 타격이 그친다.
굉장한 공격이었다.
합장의 준비 동작은 한 번 뿐이었지만, 그 안에 수십회의 연격이 숨겨져 있을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었다. 역시, 상식을 넘은 기술이다.
그러나, 일격에 힘을 모은 것에 비하면, 연격에 담긴 공격의 중량감이 부족하다.
그럼에도 압도적인 파괴력을 품고 있었지만, 전력으로 방어태세에 든 오니의 육체를 부술 수는 없었다.
방어에 성공했지만, 완전히 다리가 굳어버린 지금.
예상대로, 다음의 공격이 발해지기 전까지의 틈은 확실히 존재했지만, 그것은 그야말로 찰나에 불과했다. 간격을 좁히려면 부족하다.
아직까지 크게 좁혀지지 않은 거리를 노려보며, 유우기는 양팔의 방어를 풀었다.
「■■■■■■!!!」
지저 전역을 진동시키는, 오니의 포효가 울려 퍼졌다.
공격에 노출되는 도중에도 마음속에 모으고 있던 힘을, 포효와 함께 단숨에 뿜어낸다.
발해진 포효는, 그 자체가 형태를 가진 힘으로 화(化)해, 탄막이 되어 해일과 같이 선대를 덮쳤다.
단순한 포효마저 그대로 공격이 되는 오니의 힘에 허를 찔린 선대에게 회피할 장소는 없음, 휘말리면 그대로 즉사할 수도 있다.
선대는 요격을 선택했다.
「파───!!」
오니의 포효를, 열백의 기합으로 맞서 싸운다.
양손을 상하 반대로 붙이고 앞으로 내미는 독특한 자세와 함께 뿜어진「하쿠레이파」가, 유우기의 탄막과 바로 정면으로 격돌했다.
유카의 요력파와 비교해도 결코 뒤떨어지지 않는 극대, 고밀도의 광선이 탄막을 삼키고, 그대로 유우기 마저 그대로 빛의 파도 속에 말려들어간다.
탄막놀이용으로 위력을 조절하지 않은, 무서운 파괴력과 살상력을 품은 섬광.
그러나, 유우기는 단 한순간의 망설임도 없이 그대로 빛 속으로 돌진했다.
「이 정도는 미적지근하다고!」
유우기의 육체는 말 그대로 강철이었다.
단순한 에너지의 방출만으로는 피부를 태우는 정도의 데미지 밖에 받지 않는다.
방금 전의 일격이나 연격은, 비정상적일 정도로 힘이 집중되어 있었던 것이다.
그 정도로 일점에 집중된 힘이 아니라면, 오니의 육체를 꿰뚫을 수 없다.
밀려오는 파괴의 빛을 뚫고 나가 마침내 주먹이 닿을 간격까지 선대와 가까워진 유우기는, 그제까지 모인 화를 푸는 것처럼 일격에 혼신의 힘을 쏟아 부었다.
포탄과도 같은 그 주먹이, 궤도상의 표적을 분쇄하기 위해 바람소리를 울리며 다가온다.
선혈이 흩날렸다.
상처 입힌 것은, 그저 가죽 한 겹.
성대한 헛손질이었다. 유우기의 일격은, 선대의 손바닥의 가죽을 벗겨낸 채, 그대로 교묘하게 궤도를 비껴내진 것이다.
「이걸 흘려냈다고!? 맞는다면, 인간의 몸 따위는 산산조각으로 만들 자신 정도는 있다만!」
경악과 칭찬을 섞으며, 유우기는 사납게 웃었다.
그에 마주한 선대는, 필살이라고도 말할 수 있는 오니의 간격 안에 들어왔으면서도 전혀 변함없는 담담한 어조로 답했다.
「격류를 억누르는 것은 정수……」
성인이 얻은 깨달음을 타인에게 전하는 것처럼, 엄숙하게 답한다.
「격류를 거스르지 않는다는 건가. 그렇지만, 그런 빈약한 주먹으로 오니의 몸에 상처를 입힐 수 있을까!?」
상대의 대처 따윈 신경쓰지 않고, 그저 완력으로 패며, 각력으로 돌진한다.
오니의 전투 방법은 극히 심플하며, 그러므로 극히 강하다.
본디 그 신체에 갖춰진 힘이, 가장 강대한 무기이며 오니의 진가다.
유우기의 강대한 힘이 가차 없이 선대를 덮친다.
간격이 벌어졌을 때는 일방적인 선대의 공세였지만, 지근거리에서의 격투전이 된 순간 입장은 역전했다.
맞으면 일격 일격이 치명상이 되는 공격을, 선대가 말 그대로 몸을 깎으면서 비껴내고, 흘려낸다.
그야말로 격류 그 자체로 화한 유우기의 맹공을 냉정하게 비껴내는 선대의 부드러운 몸놀림.
결과적으로 유우기의 공격은 모두 헛손질이다.
그러나, 그 권압은 주위의 치르노나 방관자들을 압박하고, 권타가 날려질 때마다 선대의 몸의 겉을 깎아냈다.
물론, 그런 일방적인 전개가 이어질 만큼 이 싸움은 평범하지 않다.
간격을 좁히는 유우기를 향해, 이번에는 선대가 더더욱 간격을 좁혔다.
이미 밀착 되어 있는 것으로 보일만큼 가까운 위치에서, 유우기의 명치에 주먹을 박아 넣었다.
예상외의 굉음과 충격이 체내에서 울려 퍼지자, 유우기는 무심코 신음했다.
주먹에 충분한 힘을 싣지 못할 것이 분명한 그 주먹에, 체중의 이동과 각 관절의 가속을 이용해 힘을 모은 타격이 강렬한 영력과 함께 박힌 것이다.
주먹이 그대로 신체를 꿰뚫고 등으로 나와도 이상하지 않은 파괴력─.
「……아직이야! 이것도 미지근해!!」
그럼에도, 오니의 육체엔 치명상이 되지 않는다.
반격을 하기 위해, 크게 몸을 뒤로 뺀다.
거기서 유우기는 자신의 실착을 깨달았다.
간격을 벌려 버렸다. 그것도 스스로.
깨달았을 때엔 이미 늦었다.
아니나 다를까, 유우기가 그 한 동작을 실시할 동안 선대는 합장을 끝마쳤다.
지근거리에서 불가피한 일격이 발해진다.
어떻게든, 머리를 지키는 것에 성공한 양팔에 충격이 달리고, 이번엔 견디지 못한 채 유우기는 뒤로 튕겨나갔다.
지면을 깎으며, 어떻게든 몸을 멈춘다.
추격타는 없다.
여유가 있기 때문일까, 혹은 없기 때문일까.
유우기는 생각해봤자 어쩔 도리가 없는 생각을 하는 자신에게 쓴웃음을 지었다.
전투의 소리가 멈추고, 침묵이 주변에 가득 채워진다.
첫 번째의 공방이 끝났다. 두 명의 위치는, 최초로 대치했을 때와 같은 곳으로 돌아와 있다.
주변 관중들의 열기는 점점 올라가고 있었다.
그러나, 환성은 없었으며, 모두가 주먹을 꽉 쥔 채 가슴을 졸이며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그 정도의 긴장감을, 두 명의 투쟁은 만들어내고 있었다.
「배길 수가 없는 걸 , 너는……」
상황은 결코 한쪽에게 유리하지 않다.
본래라면 인간과 오니라는 두 종족의 사이에 존재하는 압도적인 차를, 눈앞의 무녀는 상상을 초월하는 단련과 경험으로 묻고 있다.
날 때부터 간직한 힘에 자부심을 가지고, 그것을 힘의 근원으로 하는 요괴로서는 결코 불가능한 인간 특유의 강함을, 그녀는 극한까지 갖추고 있다.
그 사실이, 유우기에는 더할 나위 없이 기뻤다.
「옛날엔, 너 같은 인간이 많았었지. 넌 그 중에서도 최고다.」
유우기는 솔직한 칭찬을 선대에게 말하면서 그와 함께 과거를 그리워하고 있었다.
선대는 그에 답하지 않고, 묵묵부답으로 신고 있던 버선을 벗어 던졌다.
맨발이 된 상태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 유우기는 모른다.
그러나, 반드시 싸움에 대비하기 위한 방심할 수 없는 의미가 있을 것이다.
그런 모습을 보자니, 더욱 더 유쾌한 기분이 되었다.
「지저로 훔쳐와 버릴까나? 이봐……」
오니 특유의 욕구를 내보이며 사납게 웃는 유우기를 마주한 선대가 준비를 끝내고 답한다.
「──대화는 무용. 말하고 싶다면 힘을 보여라!」
경고의 일갈이 유우기의 느슨해진 긴장감을 다잡게 했다.
그 말에 흠칫한 유우기는, 어느샌가 느슨해져버린 자신을 질책하며, 재차 눈앞의 두려우면서도 사랑스러운 인간을 마주했다.
이 무슨 쓸데없는 것을 생각하고 있었던 것일까? 지금 이 순간을 1초라도 낭비할 수는 없을 텐데.
「좋지!!」
이미 불필요한 것을 생각할 필요는 없다.
옛 지옥 거리의 관리를 맡은 책무, 인의, 과거의 영광, 이 전투가 끝난 후의 일─, 그 모든 것을 내버린다.
도대체 얼마만인 걸까?
유우기는 단지 한 마리의 오니로서 눈앞의 인간과의 싸움에 임할 것을 결심했다.
◇
오니가 너무 강해서 울었다.
오니처럼 강하다, 라는 표현의 의미가 몸에 새겨졌습니다.
유카리와 같이 치트 능력에 의하는 것도 아니고, 유카와 같이 요괴 특유의 경외를 가진 정신적인 강함도 아니다.
단지 순수하게 강하다.
터무니없을 정도의 힘에 바보 같을 정도로 튼튼한, 액플로 조작이라도 한 것 같은 신체능력을 앞으로 내세운 밀어붙일 뿐인 공격.
이쪽의 공격은 전력으로 날리는 공격 외에는 방어를 뚫지 못하고, 반대로 저쪽은 일격으로 즉사 확정인 공격을 연타한다.
방어한다면 그대로 가루가 되어 버리므로, 어떻게든 흘려내고는 있지만, 공격의 여파만으로 몸이 갈리는 것 같다.
아니 농담이 아니라, 정말로 이분 주먹은 포탄수준입니다만…….
스친 부분이 도려내지고, 팔의 겉이 조금씩 깎여나가고 있다고?
이대로는 슬라이스 당하는 무같이 조금씩 신체를 깎아내져 사라질 것 같습니다.
직격은 단 한번도 먹지 않았는데, 내 몸은 이미 피투성이였다.
뭐, 겉으로 나온 피만큼 데미지는 심각하지 않다고는 해도 무지 아픕니다.
맞으면 어떻게 될지 생각하고 싶지도 않다.
나는 위대한 선인의 가르침을 내뱉고 자신을 타이르며, 격류와 서로 마주하고 있다.
거기에 오니의 내구력도 심상치 않아서, 백식관음의 연격마저 견뎌내져 버렸다.
역시 「가짜」로는 안되는 걸까.
백식관음・구십구장이라도 쓴다면 그야 거리를 좁히지는 못할 테지만, 그 기술은 넨으로 만들어진 관음상이 필요하니까 그런 거 없는 전 무립니다.
유우기는, 에네르기……가 아니라「하쿠레이파」를 맞으면서 돌진하고.
이명에「전설의 슈퍼 어쩌구」라던가 붙어 있는 건 아니겠지, 이 오니.
근접전에서는 평범한 타격으로 바꿨지만, 아무리 신비스러운 힘을 담아도 그다지 효과가 없다.
특히 밀착 상태에서의 리버블로(간장치기)는 전력으로 날린건데.
저게 안통하면, 이젠 카운터를 노릴 수밖에 없다.
날아오는 대포의 뒤를 따라오는 작은 표적을 노리는 것 같은 카운터를.
……응, 무립니다!
게다가, 포효하는 걸로 탄막을 칠 수 있다니. 게다가 상당히 강력한 걸로.
공격력, 방어력 모두 흉악. 역시 옛 지옥 거리의 관리자. 얕볼 수 없다.
어떻게든 다시 한 번 거리를 벌리고 대치할 수 있었지만, 처음부터 예정하고 있던 간격을 벌린 채로 쓰러뜨리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런 신체능력을 가진 상대에게 육탄전이라……이제와서 말하는건데, 저 인간입니다?
진짜로 압박감이 느껴진다.
긴장감 때문에 토할 것 같다.
하지만, 뭐……수련 때문에 토해본 경험은 하루 이틀이 아니고.
속으로 쓴웃음을 지으며, 한층 더 격전에 대비해 버선을 벗어 던졌다.
이것은 말을 빌리자면「글러브를 벗었다」라는 느낌일까.
「──대화는 무용.」
어쩐지 유우기가 저를 훔치자고 선언하고 있습니다만 그런 의미는 아니겠죠?
우선, 대답 대신, 나를 힘내게 하기 위한 목적이 대부분인 대사를 내뱉는다.
「말하고 싶다면 힘을 보여라!」
「좋지!!」
위험해, 폼 너무 잡았어.
허세도 건강이라고나 할까, 나도 정신적으로 상당히 회복했지만 , 유우기도 나의 말을 듣고는 무서운 기백으로 가득 차 있었다.
이젠 저 기합만으로 기절할 것만 같다.
에잇, 마음아 약해지지 말아라!
사전에 각오는 완료했다.
우선, 현재 필요한 요소는 순수한 전투력이다.
오니의 신체 능력은, 당연히 인간에 비할 바가 아니다.
아무리 힘을 집중시켜도, 나에게는 순수한 힘이 부족하다.
지금 이대로는 유우기의 공격에 견디는 것도 , 그 방어를 뚫는 것도 할 수 없다.
그렇다면, 힘 그 자체를 끌어올릴 수밖에 없다.
자신의 능력을 일시적으로 한계 이상으로 향상시킨다, 라는 것은 사실 상당히 흔한 기술이다.
경문을 연다던가, 자신의 비공을 찌른다던가, 육체의 리미터를 해제한다거나 하는 도핑 냄새가 나는 기술은 많다.
그리고, 나도 그런 기술을 가지고 있다.
지금, 그 녀석을 사용한다.
이것은 정말로, 내 최대의 비장의 카드다.
이러한 한계를 일시적으로 넘는 기술에 걸맞게, 사용한 후의 반동도 당연히 존재한다.
근육통 정도라면 차라리 낫고, 잘못하면 근육 파열하거나 하고.
그리고, 사용 중에는 신체능력이 올라가서, 혈액 순환도 좋아지므로 코피라던가 피눈물이라던가 귀에서 까지 피가 출줄 흐릅니다.
……내가 이런말 하기도 뭐한데, 무지 위험한 기술이란 걸 자각했다.
이걸 사용한 전투가 장기전으로 돌입한 적이 없어서 잘 모르겠지만, 계속 사용하고 있으면 마지막엔 내몸 폭발한다거나 하지는 않겠지?
뭐야 그거, 몰라 무서워. 내가 쓰는 기술일 텐데.
그렇지만, 이대로 싸워도 승산은 적다. 할 수 밖에 없다.
치르노와 유카를 위해서라도, 지는 것을 염두에 넣고 싸우는 흉한 꼴을 보일 수는 없지.
이 기술에 당해서 살아남은 놈은 없다! 같은, 필요 없는 플래그를 세우며 심호흡.
뭐, 실제로 적 말고 이 기술을 보여준 건 레이무 정도다.
만화 속에서 유사한 기술은 여러 가지 있고, 부르는 법도 여러 가지지만, 나는 감히 이렇게 외치겠다.
간다아아──!!! 계.왕.권───!!!
◆
두근, 크게 울린 심장의 고동이 선대의 신체를 넘어 유우기에게 들린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녀를 중심으로 공기가 떨리며 물결친다.
「뭐지……?」
분명한 변모였다.
자세를 잡은 선대에게서 뿜어지는「힘」이라는 말 외엔 표현이 불가능한 무언가가 노도와 같은 기세로 그 힘을 키우며, 주위를 압박했다.
마주선 유우기는 물론, 싸움의 장소에서 한 걸음 물러난 관중들에게조차 전율이 흐른다.
눈에 보이는 변화도 그녀의 몸에는 일어나고 있었다.
전신에서 불어나듯 영력이 겉으로 뿜어지며, 증기와 같이 흐른다.
거대해진 힘이 혈관을 타고 체내에서 날뛴다.
눈은 충혈되고, 혈관이 파열해 코피가 흐르기 시작한다.
「……어이어이, 너 정말로 인간이냐?」
그야말로 전대미문. 오니의 이마에는 식은땀이 솟아오르고 있었다.
눈앞의 인간에게서 감지되는, 넘치는 힘과 압박감은 동족의 그것마저 능가한다.
반쯤 망연자실한 상태에 빠져있던 유우기는, 그런 적에게 압도되어버린 대가를 치르게 되었다.
무언가가 부숴지는 소리가 났다.
선대가 말 그대로 지면을 박차 분쇄하며 돌격한 소리라는 것을 이해하기도 전에, 그녀는 유우기의 눈앞에 도달해 있었다.
「어──」
뭔가 말을 내뱉으려 했으나 결국 단 한마디조차 말할 수 없었다.
똑바로 겨눠진 정권지르기가 유우기의 몸의 중앙에 격돌한다.
충격이 내장을 뒤흔들고 등을 꿰뚫었다.
「크헉!?」
유우기가 날아가고, 당황하며 피하던 갤러리가 그대로 휘발려 가까운 가옥에 격돌했다.
폭락을 시작하는 건물을 향해 선대의 추격이 찰나의 틈도 주지 않고 다가간다.
일어나려고 한 유우기의 아랫배에 어깨로 부딪히고는, 그대로 단번에 가속한다.
그 기세를 몰아 벽을 관통해 가옥의 내부로 돌진, 그대로 반대쪽 벽으로 빠져 나왔다.
뒤늦게 등 뒤의 건물이 붕괴한다.
──뭐지, 저건?
──인간? 아니, 아니야. 저건…….
──오니랑 다를 게 없잖아.
주위의 요괴들은 전율과 공포에 멍하니 서있을 수밖에 없었다.
유일하게, 치르노 만이 두 명의 전투를 쫓아서 달리기 시작한다.
치르노의 행동에 당황한 요괴들이 그 뒤를 따른다.
완전하게 붕괴된 건물을 관통하고 나간, 반대편의 가도에서는 이미 전투의 소리가 끊이지 않고 이어지고 있었다.
태클로 넘어뜨린 뒤 마운트 포지션을 잡은 선대가, 압도적 우위를 점한 자세로 유우기의 안면에 주먹을 휘두르고 있었다.
유우기는 주먹과 땅바닥 사이에 끼여 두부를 튕기며, 난타를 허용하고 있었다.
육체에서 나는 소리라고는 도저히 믿을 수 없는 무겁고 둔탁한 소리가 끊이지 않고 울려 퍼진다.
물론, 유우기도 일방적으로 당하고 있지만은 않았다.
힘을 실을 수 없는 불리한 자세에서, 오니의 힘을 가득 담은 주먹을 휘두른다.
말 그대로 머리에 피가 올라, 활성화 한 혈류에 의해 코피를 흘리면서도, 선대는 얼음과 같이 냉정하게 그 주먹을 피했다.
반격의 주먹은 그저 머리카락을 끊어버렸을 뿐, 역으로 내려찍은 일격이 카운터가 되어 유우기의 안면에 꽂힌다.
두개골의 안쪽까지 충격이 전해지는 것이 느껴졌다.
단순한 완력과 전신의 순발력, 담겨진 영력마저 조금 전까지의 선대와는 압도적으로 다르다. 오니의 육체에 심각한 데미지를 새길 정도로.
(단번에 힘이 올랐어. 안전한 기술이 아니겠지)
엉망진창으로 휘저어진 의식으로, 묘하게 냉정해진 유우기는 추측했다.
(이렇게 밀착하고 있으니 알겠어. 비정상으로 뜨거워. 혈류의 기세가 피부로 느껴져. 그 피도, 전부 몸에 무리를 시키고 있는 결과인가……)
선대의 체내로부터 끓어오르는 한계를 넘은 힘을 감지한 유우기가, 다음의 순간 생각한 것.
그것은 싸움을 시작한 이래 다할 줄 모르는 환희와 전에 없던 흥분이었다.
느끼고 있던 아픔이 이성이라고 하는 족쇄와 함께 날아가 버린다.
유우기는 생각하는 것을 그만뒀다.
단지, 눈앞의 두려운 인간에게서 뿜어지는 모든 것을 느끼고, 그리고 비틀어 굴복시키고 싶다고 생각했다.
「우읏, 으랴아……!」
완전히 깔려있던 자세에서 무리하게 몸을 비튼다.
등골에 힘을 모아 단번에 해방해 몸을 세우자, 의도치 않게 허를 찔린 선대가 유우기 위에서 튕겨 날아갔다.
자유를 되찾은 유우기는, 얼굴에서 흐르는 피를 닦을 시간조차 아깝다는 듯 일어섰다.
여유를 부리고 있을 틈은 없다.
저 녀석을 상대로, 그럴 여유는 없는 것이다.
유우기는 자신이 받은 데미지를 느끼며 그렇게 통감하면서도, 즐겁다고 느꼈다.
휘청거리는 다리로 대지를 밟고 시선을 옮기자, 그 곳에서는 이미 주먹이 다가오고 있었다.
전력으로, 그것을 피한다.
맞고 버틸 수 있다고는 생각지 않았다.
이 인간의 주먹은, 이미 그 영역을 넘어서있다.
반격한다.
공기를 가르는 주먹.
결실은 없었다. 단순한 헛손질이다.
일순간의 경직을 찌른, 반격에 반격을 날린다.
반격할 수 없었다.
너무나도 무거운 타격. 맞은 부위가 삐걱거린다.
되받아 친다.
되받아 쳐진다.
직후 발차기.
주먹만으로 대응한다.
때린다.
맞는다.
잡는다.
비껴낸다.
때린다.
때린다.
때린다─.
「굉장해……」
방관하는 사람들의 심경을 대변해, 누군가 중얼거렸다.
공기와 대지를 진동시키는 굉장한 공방이 전개되고 있다.
인간과 오니.
비교하는 것조차 우스운 두 종족이, 서로 물러나지 않고 서로 치고받는다.
일격이 곧 즉사인 오니의 공격을 비껴내는 인간에게, 깨끗하게 일격을 몸에 받으면서도 견디는 오니.
둘 다 범상치 않았다.
휴식도 없이, 이대로 영원히 계속 될 것만 같았던 공방은, 드디어 쇠약을 보인다.
격투와 격투로 거듭된 양자의 고통과 피로.
땀과 피가 섞인 액체가 체온으로 증발해 증기로 변한다.
상궤를 벗어난 긴장의 연쇄, 단 한순간 유우기의 집중력이 흐트러졌다.
틈을 놓치지 않은 선대의 발차기가 허공을 갈랐다.
유우기는 목을 노리는 그 발차기를 팔로 막았다.
뼈가 삐걱거릴 정도의 충격.
그러나, 아직 끝나지 않았다.
방어한 팔이 갑작스레 끌려간다.
어째선지 시선을 돌리자, 유우기의 손가락이 선대의 발가락으로 잡혀 있었다.
그대로 돌려차기를 할 기세로, 붙잡은 손가락을 이끌어 몸의 자세를 무너뜨린다. 유우기는 등으로 지면에 격돌했다.
선대는, 발가락으로 메치기를 사용한 것이다.
「이런……!?」
다시 선대를 올려다보는 자세가 되어 버린 상황에, 전신에 오한이 달린다.
아무리 경계한들 불리한 상황에 몰려 버린다. 요괴를 상대로 싸워온 인간이 가진 교묘함이라고 밖에 설명할 수 없었다.
선대가 두 손을 모으는 것이 보였다.
혼신의 힘을 담은 일격. 거기다, 뻗어지면 회피하는 것은 절대로 불가능.
유우기는 그대로 지면을 후려갈겨, 그 반동을 이용해 억지로 몸을 공중에 띄웠다.
확실히 찰나의 순간, 쓰러져 있던 장소를 불가피한 권격이 도려냈다.
공격력의 배증한 일격은, 이미 오니의 전력을 다한 일격과도 동등하다.
지면이 진동하며, 갤러리가 비명을 지른다.
그러나, 피했다.
땅에 다리를 딛고, 반대로 상대는 공격을 끝냈 바로 직후. 두 번째는 그렇게 빨리 오지 않는다.
「으랴아아아앗!!!」
유우기는 절호의 찬스를 놓치지 않고, 기합과 함께 싸움에 막을 내릴 혼신의 일격을 뻗었다.
오니의 주먹이 바람을 가른다.
그러나 선대는, 그대로 서있었다.
합장하지 않았다.
단지, 모든 것을 간파했다는 듯 유우기를 응시하고 있었다.
──함정인가!
직감적으로 유우기는 깨달았다.
그러나, 벌써 내뻗은 주먹은 멈출 수 없다.
이대로 그저 가속시킬 수밖에 없다.
맞으면 목 위를 고기 덩이로 바꾸어 버릴 강권이, 선대의 눈앞까지 다가간다.
주먹과 뺨이 접촉한 순간, 움직였다.
고속의 권타에 맞춰 목을 돌려, 직격을 피하고는 그 팔을 붙잡는다.
동시에 두 다리가 땅에서 떨어져 그 중 한쪽을 유우기의 목에 걸쳤다.
그리고 남겨진 다리는, 턱을 목표로 무릎 찍기로 발해진다.
모든 동작이, 단 한순간,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행해졌다.
팔을 잡히고 양 다리가 호랑이의 턱처럼 좁혀지는 순간 , 유우기는 소름이 끼칠 정도로 자신의 죽음을 느꼈다.
오른 다리로 후두부를 당기며 왼 디라의 무릎이 턱을 짓이기고 , 분쇄한다.
둔탁한 소리가 울렸다.
붕괴되는 유우기의 목을 기점으로 위를 잡고, 그대로 잡은 오른팔을 가차 없이 꺾어 파괴한다.
땅에 쓰러진 머리에서 흐르는 피가 지면을 붉게 물들였다.
노도와 같이 계속 되던 사투가 멈춘다.
그 장대한 사투를 결판낸 광경에, 모두가 말을 잃었다.
이 세계에 아는 사람은 단 한명도 없을 것이 분명한, 선대가 발한 기술.
그 이름을 「호왕」이라 한다.
즉, 그것을 극도로 단련한 이 모습이야 말로──.
호왕완료(虎王完了).
◆
그것은, 그야말로「옛날 옛적의 이야기」였다.
아직 오니가 바깥 세계에 있었을 무렵의, 흔히 있던 오니 퇴치의 일화.
인간이 지혜를 발휘해, 두려울 정도의 괴력을 가진 오니를 퇴치하는 이야기.
「……속인거냐.」
등에서 느껴지는 자상의 고통과 열기를 느끼며, 유우기는 그 인간을 올려보고 있었다.
그렇게 멍하게 있던 유우기는, 지금 이 상황을 그 외에 해석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닫고, 분노했다.
「속인거냐!!」
유우기는 노기를 뿜어내며 일어섰다.
기분 좋은 취기는 이미 사라지고 옆에 나동그라진 술병을 밟아 으스러트린다.
아까 전까지만 해도, 그 술병은 오니와 인간 사이의 우정의 증거로 삼았던 것이다.
이제서야, 아무 가치도 없다.
아니, 이 술에 뭔가의 가치를 찾은 것은 오니뿐이었던 것이다.
「젠장! 이 영도로도 안 되는 건가!」
「신경 쓰지 마라, 고작 부상당한 오니다! 몇 번이라도 베라! 베어버려라!!」
「목을 베라! 오니의 목을 가져온 자에게는 포상을 내려주마!」
수풀 속에서 숨어 잠복해 있던 갑옷을 입은 무사들이 하나 둘씩 모습을 드러낸다.
유우기는 자신을 등 뒤에서 벤 인간─ 낮이 익은, 젊은 나이의 청년을 노려봤다.
지금, 이 장소에 있어야 하는 것은 자신과 청년. 두 명만이여야 했을 터다.
둘이서 유쾌하게 술잔치를 하고, 잠에 든 뒤, 고통에 눈을 떠보니 이런 상황이다.
최초부터 전부 꾸미고 있던 것이다.
「어째서지……?」
「어째서고 뭐고 없다.」
유우기는 분노와 함께 얼마 안 되는 당황이 섞인 시선을 향했으나, 날카로운 눈빛으로 자신을 마주보는 청년의 눈동자에는 그저 증오만이 비치고 있었다.
「오니 퇴치다. 이제까지 쭉 그래왔을 텐데.」
「……확실히, 넌 나를 퇴치하려고 몇 번이고 도전했지.
하지만, 오늘 밤은 다른 것 아니었나?
목숨을 걸고 결투한 뒤, 술잔을 나누고, 아침이 되면 헤어지고 다시 도전 해오는게 아니었나? 이런 얕은 수작으로 토벌을 하려 하다니, 시시한 짓을 하는걸!」
「시시하다고? 시시함의 기준이 도대체 뭐지? 네 기분? 내가 네 녀석과 좋아서 술잔을 나눴다고 생각하는 건가!?」
검고 칙칙한 감정이, 날카롭게 치켜떠진 청년의 눈 안쪽에서 불타고 있다.
그것을 엿본 유우기는 자신의 분노가 점점 사라져가는 것을 느꼈다.
잔을 나눌 때 띄우고 있던 청년의 미소가, 그대로 붕괴하며 기억 속에서 사라진다.
「……정말로, 처음부터 나를 속이기 위해 술잔을 나눴다고?」
「그래. 몇 번이고 되풀이하며 배에 들어온 술은, 그 날 아침 전부 토해냈다.」
「그렇게까지……」
「미워. 네 녀석이 미워서 어쩔 수 없다고! 이 괴물 놈!
너는 내 어머니를 눈앞에서 먹어 치웠으니까 말이지!!」
「그렇다면, 그 증오를 어째서 감춰왔던 거냐! 어째서 내게 드러내지 않은 거냐!?
밉고 미워서 어쩔 수 없을 정도라면, 내밀어진 잔 따위는 쳐내고, 이 배에 칼을 찔러 넣었다면 됐을 텐데!」
그것은 영원히 평행선으로 남을, 두 종족의 가치관의 차이였다.
유우기가 용서할 수 없는 것은, 눈앞의 청년이 자신마저 속이고, 증오를 숨겨온 사실 뿐이었다.
부모를 먹어치운 오니가 용서받을 수 있다고는 생각지 않았다.
단지, 자신을 속이면서까지 증오스러운 원수와 잔을 나누기를 원하진 않았다.
「하, 정면으로 오니와 싸워서 이길 수 있을 리가 없지. 나는 너를 죽일 수 있다면, 어떤 굴욕이라도 참아왔다!」
「그래, 살해당해도 괜찮았다. 네게라면 살해당해도 괜찮았단 말이다!
네가 정정당당히 이 몸에 상처를 한번이라도 낼 수 있었다면, 목을 빼앗기던, 그 다음에 시체를 욕보이던 상관 없었다!!」
오니는 인간을 좋아했다.
인간은 자신들의 포학함을 두려워하고 증오하며, 상처입고 약해진 영혼을 불살라 결사의 각오로 싸워 나간다.
그렇게 오니에게 도전하는 인간 중 대부분은, 그 압도적인 힘의 차에 이기지 못하고 당하지만, 그러한 무념을 짊어지고 더욱 강해져 포기하지 않는 영혼을 가진 인간이 오니를 퇴치한다.
그렇게, 사악한 오니는 토벌되고 정정당당히 복수는 완료된다.
목이 잘려 그것이 전리품으로 다루어진들 불만은 없다.
그렇게 해도 될 만큼 거대한 위업을 완수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것이 사람과 오니의 정이다.
적어도, 유우기에게 있어선.
「어느 천치가 오니의 바람대로 어울려 줄까보냐.」
청년은 증오로 물들여진 눈으로 유우기를 노려보며, 다시 칼을 쥐었다.
주변의 무사들은 오니의 바로 앞에서는 어리석은 짓은 하지 않는다며, 그를 미끼로 자신을 포위하고 있었다.
그 모든 것이 유우기에겐 눈엣가시로 보였다.
「속임수가 싫다면, 얼마든지 해주마! 당장이라도 토악질을 할 것만 같았던 혐오감을 견디며, 바보 같이 웃는 네 앞에서 술잔을 비우던 것도 그걸 위해서다! 네 녀석과 마신 술은 단 한 방울도 맛있다고 생각한적 없었다!!」
「……이, 바보가────!!!」
유우기는 배속에서 끓어오르는 것 같은 목소리로 외쳤다.
그것은 꾸짖음 같기도 했으며, 통곡 같기도 했다.
그 후 어찌 됐는지는, 기억하지 못했다.
결국, 지금 나는 살아 있다.
동료 오니가 도와주었을지도 모르고, 스스로 어떻게든 해결했을지도 모른다.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했다.
아니, 떠올리는 것이 너무나도 귀찮게 느껴질 뿐이었다.
사람과 오니의 관계는, 어느샌가 끝나버렸다.
정의의 깃발 아래 힘을 합쳐 정정당당히 오니와 대적하는 인간의 모습은 없어지고, 오니의 약점을 이용하기 위해 자신마저 속이며 방심하던 자의 목을 벤다.
인간들이 말하는「지혜를 가진 용기있는 자」가 오니를 퇴치하게 되었다.
도대체 어느 때부터, 두 종족의 두터운「정」이 변해 버린 건지는 그 누구도 몰랐다.
적어도 유우기에 있어서, 지금은 더 이상 기억하지 못하는「그 날」의 일이었다.
그 청년의 사체를 자신의 손으로 묻은 것만은 기억하고 있다.
그 후, 몇 년이 지났다.
이 환상향에 이주한 뒤, 지저로 들어와도, 어딘지 모르게 지루한 날들이 계속 되었다.
마음속에 뿌리를 내려버린 체념이, 점점 오니의 힘을 앗아가는 것을 느끼며, 잔을 손에서 놓지 않은 채 태평하게 놀며 살았다.
문득, 이런 생각을 할 때가 있다.
─언제까지 이런 시간이 계속되는 걸까?
끝은 없는 걸까.
인간을 포기했을 때에. 아니면 인간이 오니를 포기했을 때, 사실은 이미 모두 끝난 것은 아닐까.
그렇다면, 이렇게 살아있는 나는 뭐지?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하지?
스스로에게 질문하고, 떠오르는 대답은 매번 한가지였다.
돌아가고 싶다.
그 날, 아직 이 목을 줄 수 있는 인간이 있던 시대로─.
◆
어마어마한 격통을 느끼며 유우기는 눈을 떴다.
순간, 의식을 잃었던 것 같다.
싸움을 하다 기절하는 건, 정말이지 매우 오랜만이었다.
그러나, 그리움 따윈 요만큼도 들지 않았다.
지쳐버린 온몸엔, 의식은 돌아왔으나 힘은 돌아오지 않는다. 그 정도로 큰 타격을 입고 있었다. 꿈적도 못할 정도로 말이다.
유우기는 바로 옆에 서있는 선대를 보았다.
이런 꼴이 됐다고 한들, 적인 그녀를 향한 증오심 따윈 전혀 솟지 않았다.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피로한 몸에, 그저 필사적으로 호소했다.
─미안하다.
─지금 일어나지.
─아직 움직일 수 있다.
─아직, 즐길 수 있다고. 내 몸은!
「우……읏, 오라아아아아아아───!!!」
이미 외침보단 비명에 가까운 절규를 흘리며, 유우기는 넙죽 쓰러져있던 몸을 일으켰다.
몸속으로 퍼지는 통증은. 무시했다.
오른 어깨는 파괴되어 관절이 이상한 방향으로 꺾여 있었지만, 아무래도 좋다.
결코 가볍지 않을 선대를 업는 것처럼, 그대로 일어섰다.
목소리는 들리지 않았지만, 머리 위에서 경악에 빠진 모습이 전해졌다.
─그래, 놀라주는 건가.
─나는, 아직 너를 위협하는 오니로서 남을 수 있는 건가.
유우기는 기뻤다.
아픔도 피로도, 지금 느끼는 기쁨에 비하면, 그런 것은 신경 쓸 가치조차 없다.
움직이지 않는 오른팔을, 자신이 직접 뼈를 부술 기세로 무리하게 휘두른다.
한계를 넘어 발휘된 오니의 괴력이, 파괴된 오른팔로 선대를 던졌다.
근처에 놓여있던 포장마차에 격돌한다.
나무로 만들어진 포장마차가 가루가 되며, 엄청난 소리를 낸다.
치르노의 비통한 소리.
반대로 활기를 띤 거주자들의 환성.
승부가 결판난 것이라고 생각하던 그들은, 불굴의 오니에게 찬사를 보냈다.
그러나, 유우기에겐 그들의 환호 따위는 이미 아무래도 좋은 것이었다.
최강이라고 칭해지는 오니, 그 오니가 지금 만신창이가 되어 있는 것이다.
이런 꼴을 하고, 대체 어떤 찬사를 받으라는 것일까.
물론 수치 따위는 느끼지 않는다.
오히려 자랑이다.
그저 단 한 명의 인간에게 인정받고 싶은 것이다. 자신이 일어선 것을.
타자의 찬사 따위는 필요 없다.
유우기는 입속에 모여 있던 피을 천천히 토해냈다.
「……내가 말하기는 뭐하다만, 꽤 엄청난 기술을 먹었는걸.」
지면에는 피와 함께 흰색의 무언가가 몇 개인가 흩어져 있었다.
자신의 이빨이다.
인간을 뼈째로 씹어 먹으며, 이따금 무기로도 사용되는 오니의 이빨이, 끔찍하게 부숴져있다.
꺾인 것이 아니라, 턱을 차올려져 서로 부딪힌 이빨이 충격으로 가루가 되버린 것이다.
「이 쪽은 이미 움직이지 않는걸……」
유우기는 자신의 오른팔을 내려 보며 쓴웃음을 지었다.
어깨뼈가 꺾인 채, 무리하게 움직인 팔은 완전히 죽어 있었다.
이미 근육이 실룩실룩 경련할 뿐 주먹을 쥐는 것조차 불가능하다.
「아, 젠장……」
욕설이라기 보단 잔소리. 그것도 자신에게 향하는 잔소리였다.
거기까지 깨끗하게 져버렸는데, 다시 일어서 버렸다.
정말이지, 나도 끈질긴 녀석이다.
쓰러진 시점에서, 패배를 결정지어도 괜찮았다.
충분한 결과일 것이다.
그 어떤 적이라도 매장하고, 그 어떤 명검에도 베이지 않았으며, 어떤 창으로도 꿰뚫을 수 없었던, 그 자랑스러운 오른 팔을, 그 인간은 맨손으로 분쇄한 것이다.
원래대로라면, 그 시점에서 승부는 났을 것이다.「인간 이면서도, 훌륭한 성과다!」라며, 솔직히 패배를 인정해야 마땅했다.
인간과 오니의 격차가 있다.
오니가 백보를 양보해야, 간신히 평등한 위치에 설 수 있다.
그렇게 해야지만, 간신히 인간을「친구」로서 대할 수 있다.
그러나, 안 된다.
이젠 안 된다. 그렇게 생각해 버렸다.
이 포기를 모르는 바보가, 극한의 싸움 속에서 실감해 버린 것이다.
아무리 바란들 얻을 수 없다고 생각했던, 인간의 몸으로 오니와 대등해질 때까지 단련을 거듭한 맹자와 지금 이 자리에서 만나고 있다는 것을.
먼 옛날부터, 오니가 인간과 맺어온 살벌한 관계.
둘도 없는 우정.
유우기는, 선대에게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의「정」을 느끼고 있었다.
─그러니까, 이젠 안 된다.
─더 이상 타협은 불가능하다.
─나는 이 녀석과 갈 데까지 가보고 싶다!
마음속으로부터 간절히 바라던 유우기에게 답하듯, 기왓장과 돌무더기 속에서 천천히 선대가 일어섰다.
데미지를 받아 흔들리는, 불안불안한 걸음으로, 유우기의 앞에 다가온다.
모든 힘을 쓰고 있던 것은 유우기 만이 아니었다.
선대도 한계를 넘어 있었다.
오니의 맹공에 계속 노출되던 전신엔 무수한 상처 자국이 났으며, 무녀복의 흰 부분이 새빨갛게 물들여져 있다.
입과 코의 출혈과 함께, 피눈물마저 흐르고 있었다.
호흡은 난폭했으며, 무엇보다도 조금 전까지 압도될 것만 같았던 힘의 파도를 감지할 수 없다.
역시, 그 인외적인 전투력은 육체의 한계를 넘은 것이었다.
그것이 끝난 지금, 그 기술의 반동이 그녀에게서 남은 힘을 앗아가고 있었다.
그런데도, 그 눈에서 빛나는 강한 의지의 빛이 전혀 흐려지지 않았다.
유우기는 다시 자신과 마주선 그녀에게 깊은 감사와 애정을 느꼈다.
세번째의 대치.
그러나, 상황은 이미 끝나있다.
모두 만신창이기는 하나, 오니와 인간의 몸으로선 그 전체적인 내구도가 판이하게 다르다.
유우기는 왼팔만으로도 인간을 찢어 죽일 수 있다. 그러나, 선대는 이미 힘을 다했다.
치르노의 필사적인 성원이 계속된다.
그러나 요괴들의 환성과 조금 섞여있는 비웃음과 매도하는 소리가 그것을 긁어 지웠다.
어느 쪽이던 미동조차 하지 않는 선대에게 들리고 있을지는 모른다.
단지, 유우기는 그 목소리에 번거로움을 느끼고 있었다.
지금 이 순간을 방해하는 것, 그것이 단순한 소리라 한들 번거롭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헤헤헤, 승부는 이미 난 것 같네요. 유우기씨」
그저 방관하고 있던 선대에게 시비를 털던 요괴중 하나가 바짝 다가왔다.
「저래서야, 이미 죽은 거나 다름없으니. 뒤처리는 일단, 제게 맡겨……」
유우기는 말없이 주먹을 휘둘러, 그 요괴를 아득한 저편으로 날려 버렸다.
귀에 거슬리는 농담을 들어줄 여유 따윈, 지금의 유우기에게는 존재치 않았다.
노기와 살기가 뒤섞인 목소리로, 소란을 피우던 주위를 압도한다.
「이놈이고 저놈이고 시끄럽게 굴기는……. 방해 하는 새끼는, 내장을 찢어발겨주마!!」
그 일갈로, 들떠있던 요괴들은 입을 다물었다.
타자가 지껄이는「결판」따위는 무의미하다.
상황의 좋고 나쁨을 들먹이다니, 쓸데없는 말에도 정도가 있다.
눈앞의 취약할 터인 인간은, 오니와 대등하게 싸운다는 전대미문의 소행을 벌이고 있다.
안이한 예상이나, 그에 따른 방심 따위가 용서될 리 없다는 것은 유우기 자신의 몸에 스며들어 이해하고 있었다.
「……이 녀석은 정진정명, 내 몫이다」
남아있던 전신의 힘을 왼주먹에 모아서, 쥔다.
「인간상대로 진심으로 사용하는 건, 네가 최초며 최후다.」
비장의 수를 아끼는 성격은 아니다.
단지, 전신전령을 건 일격으로 가장 알맞는 기술이라고 유우기는 생각했던 것이다.
주먹을 쥐는 것만으로 주변의 공기가 무거워진다.
진짜 결판은, 이 일격으로 난다─.
모든 사람이 그렇게 확신할 정도의 힘이, 유우기의 왼주먹에 모인다.
제 3자의 입장으로서는 무의미한 저항으로 밖에 생각되지 않는, 선대의 자세를 일절의 방심 없이 노려본다.
「사천왕 오의──」
호시구마 유우기의 최대최강의 공격이, 가해졌다.
「三歩必殺-삼보필살-!!!」
◇
……진심으로 장난이 아닙니다.
나무조각에 깔린, 나는 가볍게 절망하고 있었다.
유우기 무지 쎄─.
솔직히 이젠 뭔가 말할 여유조차 없다.
오니라는 종족이, 동방의 세계에서는 히든보스라는 건 알고 있었지만. 이래서야 도전 자체가 실수 아냐?
뭐, 그런 말도 안 돼는 짓을 나는 전력으로 하고 있다만.
그나저나, 정말로 승산이 보이지 않는다.
내가 가진 최대한의 기술과 힘을 사용해 승부를 걸었다만, 결과는 보는 대로.
설마「호왕」까지 버틸거라고는 생각 못했다.
그 기술은 연습상대가 필요한 기술이라, 실전 속에서 생명을 걸고 필사적으로 습득한 기술인데…….
아니, 요괴를 상대로 한 거니 대인전투에 절대적인 자신 같은 건 없었지만, 지금까지의 경험을 따져서 인간의 모습을 가진 대요괴들에게 유효한 기술이었다고.
강한 요괴들 중에서도 더욱 특별하다는 건가.
아니 그전에, 저 기술에 직격당하고 일어서면 정말로 어떻게 해야 할지 전혀 모르겠는데.
반응도 무서울 정도로 확실했고, 모든 동작이 성공적으로 맞물린 완벽한 일격이었다고.
어느 정도 맞을 각오였던 유우기의 일격도 완벽하게 흘려내고 팔을 박살냈다고…… 아니, 정말로 완벽하게 흘렸는데 여파만으로 턱의 뼈에 금이 간 것 같다만.
맞을 각오고 뭐고 맞으면 그대로 죽어 버렸을 지도 모를 아슬아슬한 상황이었다.
유우기도, 한계를 넘으며 견뎌냈다는 것은 알 수 있다.
그러나, 도대체 어떤 이유가 그녀를 저렇게까지 지탱하는 걸까?
오니의 프라이드라는 걸까, 아니면 다른 무언가일까.
모르겠다, 분명 인간인 내게는 상상도 할 수 없는 무언가가 있는 걸까.
아, 안 돼. 정신면에서도 압도당할 것 같다.
나는 힘을 잃어가는 자신을 질타하고, 나무 조각을 밀어 헤치며 일어섰다.
크으윽……예상보다 소모가 격렬한걸.
전신의 아픔조차 둔하게 느껴질 정도로, 탈진감이 엄청나다.
역시, 능력을 끌어올린 반동인 건가. 몸안의 에너지를 단번에 죄다 쏟아 부어버린 느낌. 입이나 코나 눈에서 정말로 쏟아지고 있군요, 압니다.
더욱 약해져만 가는 전의를, 몸과 함께 어떻게든 일으켜서, 흔들리는 발걸음으로 유우기의 앞으로 돌아온다.
아직 싸움은 끝나지 않았다.
조금 몽롱해진 의식에, 치르노의 필사적인 목소리가 들렸다.
이거 위험해, 뭐라고 말하는 건지 알아들을 수 없을 정도라니. 상당히 위험한 거 아닐까, 지금의 나.
그렇지만, 응원이라는 것은 알 수 있다.
조금 힘이 돌아왔다. 착각이겠지만.
유카는 전투가 시작되고 난 뒤, 줄곧 입을 다물고만 있다.
여기서 보기흉한 꼴을 하고 있는 나에게 험담이라도 해준다면, 좀 더 힘이 날 것 같은데.
……아니, 나는 M이 아니라고?
동료의 말을 들으면, 뭔가 힘이 날 것 같다는 뜻이라고?
그러나, 유카는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뭐, 나를 응원하는 유카라니, 절대로 상상 못하겠지만.
타격을 받은 나를 내려다보며, 비웃는 모습을 쉽게 상상할 수 있어서, 무심코 속으로 쓰게 웃었다.
아, 뭔가 지금 그걸로 조금 더 힘이 돌아온 것 같은 느낌.
내가 말하기에도 뭐하지만, 정말로 단순한 정신 구조구나, 나. 하지만, 덕분에 유우기와 다시 마주섰을 때엔 심신 모두 약간이나마 회복해 있었다.
「……이 녀석은 정진정명, 내 몫이다」
지금 와서 필살기라고요, 하하, 울거야, 울어버릴 거라고.
더 안 좋아진 상황 탓에 헛웃음이 나올 뻔 했지만, 그 웃음에 쓸 힘조차 아깝다고 생각하며 의식을 집중했다.
의미가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체념을 그만두고 자세를 잡는다.
이길 기회는 거의 남아 있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굳이 노린다면 카운터다.
내 체력은 이미 한계를 넘었고, 결사의 각오라던가 모두의 의지라던가 그런걸 아무리 긁어 모아봤자 일격을 휘두르는 것이 고작일 테지.
그래서야, 오니의 육체에 치명상을 입히기엔 부족하다.
최대의 공격이 오는 순간에, 가장 무방비해 진다……라는 이론을 어떤 만화에서 들었던 것 같다. 유우기의 존재가 이론을 들먹일 수 있을 정도로 상식적일지 어떨지는 모르겠다만.
어쨌든, 그 일순간에 걸 수밖에 없다.
마음아 약해지지 말아라! 나머지는 용기로 보충하면 된다!!
「사천왕 오의──」
보충에도 한도가 있잖냐? 라는 것처럼 시궁창 같은 현실이 눈앞에서 송곳니를 드러내고 있었다.
오의라니, 어이 설마 아니겠지…….
진짜로 혹시나 하는건데 이거「삼보필살」인가!
원작의 탄막의 형태로 밖에 볼 수 없었지만, 그 귀축 스펠이 맨주먹으로 발휘된다니, 어떤 위력일지는 몰라도 상상을 초월할 것이다.
처음부터 없었지만, 이걸로 방어나 회피라는 선택지가 사라졌다.
맞는다면 그대로 가루가 되고, 피하면 여파로 넝마가 되던, 둘 중 하나다. 어느 쪽이던 확실히 죽는다.
확실히 죽음 속에서 살길을 찾아내야 하는 상황.
유우기를 중심으로 뿜어지는 압박감을 흘리며, 나는 최대한 집중했다.
「三歩必殺-삼보필살-!!!」
왔다.
죽을 만큼 무섭지만 눈을 감으면 진짜 죽는다.
그 기술의 이름과 같이, 세걸음(三歩-삼보-)의 움직임이 이 기술의 중심이 될 것이다.
의식을 집중해서, 파악한다──!
우선 한 걸음 째.
지진을 동반한 심상치 않은 발소리. 역시, 최초의 한 걸음은 표적을 간격 안으로 들이기 위한 단순한 돌격인가.
……그리고, 그 한 걸음으로 유우기가 바로 눈앞에 있다.
아니 잠깐만.
전혀 안보였다. 아마, 이 한 순간 발을 디딜 때 한정이겠지만, 텐구 수준의 속도라고!?
게다가 몸놀림이 극한까지 단련되어 있어서, 소리나 기색조차 느끼지 못했다.
경악하는 동안 두 걸음 째.
높이 올려든 다리를, 대지에 박아 넣는다.
그것은 이동이 아닌, 공격에 가까웠다.
아니, 실제로 공격이었다.
대지를 향한 일격은 충격파를 만들고, 그것이 땅 속을 달려 내 발밑에서 폭발한 것이다.
땅이 뒤집어질 정도의 파괴를 동반하는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충격은 직접적으로 나의 다리를 덮쳤다.
칫, 다리를 당했나!
저리거나 하는 레벨이 아니다. 안쪽까지 전해진 충격이 뼈를 부수고, 근육을 찢는다.
두 걸음 째에 표적의 움직임을 멈추게 하는 건가!
아니, 이건 도망뿐만 아니라 반격조차 봉쇄되고 있다.
이 다리로는 제대로 된 회피나 체중이동이 불가능 한데다, 주먹에도 힘이 실리지 않는다.
그리고 뭣보다, 이것만으로도 데미지가 심각합니다!
경악에 초조가 더해져, 단번에 궁지에 몰린 내 눈앞에서 마지막 한 걸음이 디뎌지고 있었다.
이것이 세 걸음 째.
움직일 수 없게 된 표적을 향해 전신전령을 담은 일격을 휘두르기 위해, 유우기의 다리가 대지를 밟았다.
아, 유우기의 움직임이 느려졌다.
물론, 그것은 정말로 움직임이 느려진 것이 아니고, 죽음과 직면한 나의 집중력이 한계를 넘은 결과였다.
몇 번이고 경험한 적이 있다. 나는 지금, 죽는 일보직전이라는 것이다.
봐봐, 주마등이 보인다고.
어라 나다, 레이무가 어릴 적이구나. 여름인가─.
……라니, 그런걸 느긋하게 보고 있을 때가 아니잖아─!
어떻게든 하지 않으면. 직격을 먹고 아픔을 느낄 새도 없이, 말 그대로 이 세상에서 없어져 버린다고!
나는 움직일 수 있는 모든 부위를 총동원해 반격을 시도했다.
다리가 전혀 움직이지 않는다. 쓰러지지 않게 서있는 것만으로도 지친다.
회피도 불가능하고, 유우기의 일격에 카운터를 시도하지만. 이래서야 한발 늦는다.
주먹을 뻗는다.
느리다.
가속해라.
뭐든지 좋으니까. 몸안에 남아있는 힘 전부를 이 팔 하나에 모아라.
움직일 수 있는 것은 상반신 뿐.
근력만으로는 불가능하다. 영력의 집중. 관절의 가속. 오니의 육체를 꿰뚫기 위한 이상적인 힘의 흐름. 가속. 회전.
──모든 것을 때려 박는다!
◆
유카는 솟구치는 감정을 참지 못하고, 테이블을 내리쳤다.
쨍그랑 하는 소리를 내며, 티 세트가 떨어졌다.
내용물은 넓게 튀어서 파편과 함께 마루를 더럽힌다.
「……정말이지, 얼마만큼 나를 초조하게 해야 기분이 풀리는 거야, 그 바보는 」
떨리는 손에 힘을 담으며 주먹을 쥔다.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마음속의 격정이 겉으로 넘쳐흐를 것만 같았다.
지금, 눈앞에 인간이나 요괴가 나타난다면, 유카는 일말의 주저도 없이 그 녀석을 고통스럽게 괴롭히며 죽였을 것이다.
괜히 설치고 싶은 기분이었다.
강대한 요괴로서의 자부심과 품위가, 날뛰려는 포학함을 억누르고 있었다.
선대무녀가 싸우는 모습이 뇌리에 새겨져 사라지지 않는다.
「젠장! 오니인지 뭔지 모르겠지만, 뭘 멋대로 싸우는 거야. 나하고의 싸움은 피하기만 했으면서!」
욕설을 내뱉으며, 자신이 한 말을 다시 생각해보니 마치 질투하는 것 같다고 깨달은 유카는 더욱 더 초조해했다.
복잡하기 그지없는 속마음이, 유카 자신의 표정에도 나타나고 있다.
아름다운 미소를 지으면서, 분노를 견디듯이 이를 악물고 있다.
기쁘기도 했다.
자신의 말 대로, 선대는 누가 상대여도 자신의 힘을 증명해보였던 것이다.
분하기도 했다.
그러한 상황에 빠졌다고는 하나 자신을 놔두고 갑자기 튀어나온 요괴와 사투를 펼치고 있다. 추월당한 기분이다.
당연하지만 짜증나기도 했다.
왜 인간을 사애로 이렇게까지 안달복달해야 하는지. 자신이 품은 감정을 어떻게든 이해하니, 또 다른 감정이 솟아올라 점점 더 영문 모를 감정에 휩싸인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끓어오르는 흥분을 참을 수 없었다.
「저 녀석, 아직 저런 힘을 숨기고 있었다니……!」
이제까지 제대로 싸운 적조차 없으니, 모르는 것도 당연했다.
꽃을 통해 보이는 선대와 오니의 싸움은, 유카를 전율케 할 정도로 격렬했다.
서로의 사력을 다하는, 확실히 사투.
강하다. 인정할 수밖에 없다.
어느 쪽이던 유카에게 위협이 될 정도의 힘을 가졌다는 것이, 유카를 불쾌하게 했다.
그러나, 그 이상으로 자랑스럽게 보였다.
엄청난 힘과 훌륭한 기술로 싸워나가는 두 인요의 모습이, 유카의 영혼을 크게 떨리게 했던 것이다.
그렇게 꽃을 매개로 보내지는 영상을 말없이 응시하고 있자니, 마지막 격돌의 순간. 갑작스럽게 그 영상이 끊긴 것이다.
선대가 뻗은 주먹이, 먼저 적에게 닿았다……. 그렇게 보였다.
단정할 수는 없다.
끝은 지켜볼 수 없었다.
아니, 볼 필요는 없다.
이미 볼만큼 보고 말았다. 선대무녀의 진정한 힘을.
그녀는 이겼음이 틀림없을 것이다.
갑자기 훔쳐가는 것처럼 그녀와의 싸움을 채간, 힘만 센 어리석은 요괴를 퇴치하고, 평소의 얄미운 정도로 시원스러운 표정을 하고 지상으로 돌아올 것이다.
이쪽에서도 평상시의 표정으로 마중 나가자.
초조해 할 필요는 없다.
천천히 기회를 기다리고, 상처가 치유되었을 쯤에 이쪽에서 찾아가 싸우면 되는 것이다.
「귀여워 해줄 테니까 말이지, 선대……!」
이번이야말로 방해하는 녀석이 없는, 나와 둘이서 서로 죽고 죽일 때까지─.
◆
삼보필살이 발해진 직후, 선대의 몸이 공중을 날았다.
맥없이 땅바닥에 추락한 뒤 굴러가다가 간신히 멈춘다.
「스승!!」
치르노의 비통한 목소리가 울려 퍼진다.
두 주먹이 교차하고, 한 쪽이 튕겨 날아갔다.
끝났다.
역시 인간이 오니에게 당해 낼 리가 없다.
지저의 요괴들은, 자신들의 주거지를 관리하는 최강의 존재에게 갈채를 올리다가─. 곧바로 위화감을 느껴 인상을 찡그렸다.
왜, 저 인간은 사지 멀쩡히 쓰러져 있는 거지?
호시구마 유우기의 오의에 직격 당한 인간이 제 모습을 남기다니 있을 수 없다.
전원이, 그제야 승자여야 할 유우기에게 시선을 돌렸다.
유우기는 주먹을 앞으로 뻗은 채 서있었다.
그 가슴에, 등까지 꿰뚫린 커다란 바람구멍이 뚫려 있었다.
「……훌륭한 성과, 인걸」
유우기는 유쾌하게 웃고는, 피를 토하며 뒤로 쓰러졌다.
주변이 떠들석하다.
그렇다면, 승자는 누구지─?
「스승, 정신차려! 괜찮아!?」
「……그래」
넝마같은 모습이 된 선대는, 자신보다 몸집이 작은 치르노에게 기대 간신히, 그러나 자신의 다리로 일어섰다.
오니는 쓰러지고 인간은 살아있다.
승패는 분명했다.
지저의 요괴들은 그 누구도 인정할 수 없었다.
그러나, 인정할 수밖에 없다.
그 최후의 순간에 서있는 자는, 지상에서 온 한 명의 무녀였다.
「우우~, 다행이다〜! 다행이야……」
치르노는 피로 더럽혀진 옷을 신경 쓰지 않고 얼굴을 선대의 품에 누르며 안도의 눈물을 흘렸다.
이기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 다음에, 이 사람이 얼마나 강한지 다른 녀석들에게 자랑하려고 했다.
그러나, 싸움이 끝난 지금은 그런 것은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그저 안심했다.
밀착해있는 얼굴로 느껴지는 선대의 체온이 기뻤다.
「……치르노, 유우기에게 데려다다오」
여러 의미를 함축한 주변의 시선이 교차하던 중, 선대는 치르노에게 기대서, 쓰러진 유우기에게 다가갔다.
사투의 패자로서 알맞는 너덜너덜한 모습으로, 유우기는 만족한 듯 미소 짓고 있었다.
「대단한걸. 패배다. 나의 완패야.」
「그런가」
「자, 오니 퇴치의 마무리를 부탁하마.」
유우기는 상쾌한 듯 말했다.
「오니의 목을 가져라」
「……뭐라고?」
「너라면, 이 목을 줘도 괜찮다는 뜻이야」
그 제안에, 오히려 본인들이 아닌 주변의 요괴들이 더 크게 동요했다.
이 옛 지옥 거리를 나누는 절대적인 존재로서 오랜 세월 군림하고 있던 호시구마 유우기가, 지금 이 순간 자신의 생명을 잃으려 하고 있다.
너무나 갑작스러운 최후였다.
그녀를 두려워하며 한편으로는 존경하고 있던 많은 요괴들이 긍정도 부정도 할 수 없는 심정으로, 단지 가슴 졸이며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거절한다」
선대는 지쳤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그 대답에, 유우기는 더욱 선대를 재촉했다.
「미안, 허세를 부렸군.
줘도 괜찮은 게 아니다. 네게 이 목을 주고 싶어.
제대로 나를 퇴치해다오. 힘의 유우기는 여기서 끝이다. 죽기에는 지나칠 정도로, 좋은 싸움이었다.」
유우기의 얼굴에, 패자의 좌절감이나 비굴함은 전혀 존재치 않았다.
그녀는 진심으로 그렇게 말했다.
마음속 깊게 만족한 것이다.
긴 세월을 살아온 목숨. 끝낼 때는, 분명 지금 이때다.
유우기는 천천히 눈을 감았다.
「…………거절한다」
그리고 긴 침묵이 흐른 뒤, 선대가 낸 대답은 역시 같았다.
완전히 지친 몸으로, 확실한 의지를 담고 말한다.
그 대답을 들으며 유우기는 크게 한숨을 내뱉었다.
「그런가. 유감이다」
낙담하는 것 같은 목소리는 아니었다.
물론 본심은 분명 실망하고 있었지만, 자신이 패자라는 사실을 고려한 것이다.
패자가 승자에게 뭔가를 바라다니, 우스운 이야기다.
선대의 판단에 불만을 말할 수 있을 리가 없다.
단지, 이 최고의 순간을 놓친 자신의 남은 삶이 대체 어떤 의미가 있을지, 생각하는 것이 조금 귀찮게 되었을 뿐이다.
이미 지칠대로 지쳐 패기를 잃은 유우기를 선대는 조용히 내려다 보고 있었다.
「……머지않아, 내 딸이 네 앞에 나타난다.」
잠시 동안 무언가를 담담히 생각하고 있던 선대가, 유우기에게 말을 걸었다.
「하쿠레이의 무녀로서 이 지저에서 일어날 소동을 해결하러 온다.
그리고, 반드시 너와 승부하게 되겠지. 그 때 그 아이에게 퇴치되는 즐거움도 취해보는게 좋지 않겠나.」
「……강한가?」
「물론. 자랑스러운 딸이다.」
그렇게 말하며, 선대는 생긋 웃었다.
생각해보니 처음으로 보는 상대의 웃는 얼굴이다.
이런 얼굴도 할 수 있었나, 라고 생각하며 유우기는 무심코 넋을 잃은 채 보고 있었다.
「후우……내년의 일을 말하면 오니가 웃는다고들 하지.
정해지지 않은 앞일을 다 안다는 듯이 말하는 것은, 나도 싫어. 왜냐면 거짓말 같으니까.
……그렇지만, 이상하게 네가 말하면, 정말로 그렇게 될 것 같은걸. 분명, 거짓말은 아니겠지……」
「그래. 거짓말이 아니다」
선대는 치르노에게서 떨어져 간신히 유우기의 옆에 주저앉아 , 그녀에게만 들릴 법한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이다」
「뭐?」
「내 이름이다. 지금은 지상에서 아는 사람도 적다만.」
유우기의 의식은 점점 흐려지고 있었지만, 그 이름만은 제대로 듣고, 기억에 새겼다.
최초에 선언한 대로, 자신은 이 이름을 죽을 때까지 잊지 않을 것이다.
선대를 올려보며 미소를 돌려준다.
「그건, 꽤 괜찮은 자랑거리가 될 것 같은걸……」
그리고, 유우기는 잠에 빠져들듯 정신을 잃었다.
그 날 이후 처음으로, 다음에 눈을 뜰 때가 조금 기대됐다.
◇
순간, 정신을 잃고 있었다.
나는 눈을 떴다.
눈을 뜰 수 있었다는 건, 나는 죽지 않았다는 것이다.
……아니, 방심은 할 수 없나. 이 세계는 평범하게 저세상 있으니까.
우선, 기절하기 전보다 심해진 전신의 격통이 살아있는 증거라고 생각하자.
으그극, 진짜로 아파……눈물이 나올 것 같다.
이렇게 아파하고 있을 수 있다는 것은, 어떻게든 유우기와의 승부는 끝났다는 것이다.
그 한순간의 교차 중, 내가졌다면 말 그대로 이 세상에 없을 테고.
「스승, 정신차려! 괜찮아!?」
내게 달려온 치르노에게 기대서, 어떻게든 일어선다.
다리에 힘이 들어가지 않는다.
이거, 치료 되도 제대로 걸을 수 없는거 아냐?
불안을 밀어 넣으며, 나는 다시 한 번 상황을 둘러봤다.
나는 너덜너덜. 이건 말할 필요도 없다.
치르노는 울고 있다. 미안해, 내가 보기 흉하게 싸우서 불안하게 만들어 버린 것 같다.
그리고 시야의 한쪽 구석에서 나풀나풀 흰 꽃잎이 흩날리는 것을 보며, 머리카락에 손을 올렸다.
유카의 꽃이 지고 있었다.
……뭐, 그 정도로 격전을 펼쳤으니까, 머리카락에 꽂은 꽃 정도야 져도 이상하지 않지만.
안 돼, 의외로 쇼크다. 모처럼, 유카에게 선물 받은 건데.
지금과 걸맞지 않은 이유로 텐션이 가라앉은 상태에 빠져있던 나는, 간신히 유우기가 있던 쪽을 바라봤다.
절대로 쓰러뜨릴 수 없다고 생각한 오니가, 땅바닥에 대자로 쓰러져 있었다.
나의 승리, 로 좋은 건가?
전혀 실감이 나지 않았지만, 그것은 주변의 요괴들도 같은 듯 나와 유우기를 믿을 수 없다는 듯 보고 있다.
나는 치르노에게 부탁해, 유우기의 옆까지 다가갔다.
쓰러진 유우기의 가슴에는 주먹 크기의 구멍이 뚫려 있었다.
이것은 내가 한거……지? 솔직히, 그 때는 무모함이 도를 지나쳐서 제대로 기억나지 않는다.
예상외라는 것이 본심이다.
오니의 육체를 이렇게까지 완벽하게 파괴하는 건, 적어도 그 때의 내게는 불가능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유우기의 공격보다 먼저 닿은 것은 매일 해왔던 정권지르기의 수행의 덕분이라고 쳐도, 카운터가 그렇게까지 효과가 좋았던 건가?
그렇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 때 내뻗은 일격은, 무게 이동이 불가능한 상태에서 하반신을 움직이지 않고 상반신의 탄력만으로 내지른 것이다.
말하자면, 칼없이 쓰는「아돌・영식」이다.
기술명을 외친다면 「가도츠・제로스타일(빠르고 센 발음으로)」.
……아니 뭐, 이건 농담이니 제쳐두고 칼을 사용하지 않았으니까 아돌이라고 부르는 것도 미묘하다.
실제로는 상반신의 탄력과 조금이라도 주먹에 관통력을 높이기 위해 모든 관절의 회전을 극한까지 더한 변칙적인 코크스크류 펀치라고나 할까.
어쨌든 가능한 모든 힘을 담아, 코스모를 불태운 혼신의 일격이었지만, 뭐랄까 이런 파괴력이라니 예상 이상이었다.
자세히 보면, 가슴의 구멍은 나선모양으로 도려내져 있었다.
박힌 충격이 회전하면서 꿰뚫고 나간 흔적이다.
순수하게 주먹의 회전만으로 이렇게 될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주먹에 담은 영력도 같이 회전하고 있었다는 건가? 눈에 보이지 않는 영력이 회전하다니, 어떻게 된 거지?
흐음, 이 파괴력을 보고 떠올린 거지만, 이건 혹시「황금의 회전」인가?
……응, 그걸 알기 위해서라도 새로운 수행을 해 보고 싶은걸.
죽을 뻔한 싸움 뒤에, 수행을 떠올리고 마는 나도 상당히 괴짜다.
우선, 지금은 아직 살아있는 유우기에게 의식을 돌린다.
우웃, 이제 와서 어지러워.
피가 부족해애〜.
「대단한걸. 패배다. 나의 완패야」
유우기가 스스로 그렇게 인정하는 것으로, 간신히 승패가 결정났다.
그렇구나. 내 승리구나…….
안심된다기보다 멍합니다만.
뭐랄까 모여 있던 피로와 아픔이 단번에 몰려왔다.
그러나, 그 다음 유우기가 입에 올린 말 덕에, 그런 태평한 기분도 날아갔다.
아니, 목을 가지라니……나는 그렇게 철저하게 퇴치할 생각은 없다고요.
오히려, 그 호시구마 유우기와 진심으로 싸워 버린 이유가 이제 와서 궁금해졌을 정도다.
이렇게 갈 데까지 가버리다니, 아까 전까지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거절하는 내게, 유우기는 더욱 간절히 부탁했다.
나로선 오니의 가치관이나, 그 눈으로 보고 있는 세계가 어떨지는 모른다.
단지, 유우기의 부탁은 진지했으며, 진심이라는 것은 저릴 정도로 느껴졌다.
……에, 어떻게 해야 하지?
솔직히 말해서, 나는 유우기를 죽이고 싶지 않다.
원작의 미래가 어쩌니 하는 시시한 이유가 아니라, 이 환상향의 인요 모두에게의 마음과 주먹을 섞어오며 그저 정이 생겨버렸을 뿐이다.
진짜로 죽을 뻔 했지만, 나는 유우기와의 싸움에서 큰불이 될법한 불씨 따윈 일절 남기지 않았다.
엉망진창에 너덜너덜해서 이미 지칠 대로 지쳐버렸지만, 싸움이 끝난 지금은 약간의 상쾌함마저 느끼고 있었다.
유우기가 말하던 것처럼, 내게 있어서도 이건「기분 좋은 싸움」이었다.
아니, 전 전투광이 아닙니다. 다시 한 번 하자고 말하면 그 땐 진짜로 도망칠 거야.
그렇지만, 뭐 일단.
유우기에게는 미안하다만 내 대답은 변치 않는다.
무엇보다 나는 승자다.
승자가 패자의 말에 따를 필요는 없으니. 우선 확실하게 거절해 드리겠다구.
그 대신, 어쩐지 실망한 것처럼 보이는 유우기에게 말했다.
가까운 장래 일어날, 지령전의 이변을 살짝 알려뒀다.
레이무나 마리사라면, 유우기에게 있어서 좋은 상대가 된다고 생각해.
그 무렵엔 지저에서도 스펠카드 룰이 보급됐을 테니까, 나같이 죽기 일보직전까지 무리를 할 필요도 없을 테고. 훨씬 건전한 결투를 할 수 있을 것이다. 해냈다, 나.
……젠장! 나도 좀 더 나중에 지저에 올걸!
왜 나만 이런 극한 상태에서 싸워야 하는 거냐구요…….
「그렇지만, 이상하게 네가 말하면, 정말로 그렇게 될 것 같은걸. 분명, 거짓말은 아니겠지……」
그야 뭐, 어느 의미 확정된 미래의 사건이니까.
원작을 들먹이기도 뭐하니, 나는 말하는 김에 내 이름을 알려주었다.
승부가 끝나면 가르쳐준다고 했으니까.
이야기를 끝내고 모든 결착을 완수한 뒤, 잠에 빠진 유우기에게서 시선을 돌려 하늘을 바라보았다.
아, 지저니까 하늘 없구나.
안 돼. 슬슬 의식을 잡고있는 것도 한계다.
그렇지만, 여기서 쓰러지면 그 다음은 어떻게 되려나?
옛 지옥 거리의 지배자인 유우기를 쓰러트려버렸으니, 다른 요괴에게 보복당하려나…… 나는 둘 째 치고, 치르노가 연관되는 건 위험한데.
으으, 어쩌지…….
「이거야 원, 정말로 화려하게 난장판을 만들어놨네」
긴장을 풀면 멈춰버릴 것만 같은 머리를 필사적으로 돌리며 고민하는 내게, 천재일우의 기회라고도 말할 수 있는 목소리가 들렸다.
나타난 것은, 지령전의 주인 코메이지 사토리였다.
PO독심술WER 떳다! 이걸로, 이쪽의 승리다……!
─냉정하게 생각해보니, 내 지식은 여기에서 들키면 위험하지 않아?
◆
「이거야 원, 정말로 화려하게 난장판을 만들어놨네」
사토리가 그 자리에 나타나는 것과 동시에, 공포와 기피감이 주변에서 난무했다.
딱히 아무렇지도 않다.
사토리에게 있어서, 그런 반응은 일상다반사니까.
냉정하게 주위의 요괴들의 사고를 읽어내며, 단편적인 정보를 짜맞춘 뒤 이 장소의 상황을 분석해, 정확한 상황과 경위를 이해한다.
「……인간이, 그 호시구마 유우기를?」
사토리라 한들 동요를 숨길 수 없는 사실이 드러났다.
지상에서 온 무녀가 단 혼자서 오니와 싸워, 결국 이겨 버렸다는 것이다.
파괴된 가옥이나 지면에 퍼진 엄청난 양의 피를 보니, 엄청난 수준의 전투가 있었다는 것은 납득 할 수 있었지만, 그 결과는 완전히 예상외였다.
앞의 무녀에게 시선을 옮긴다.
만신창이라고 밖에 표현이 불가능한 모습이었다.
스스로 서는 것도 힘든 듯, 옆의 요정에게 기대서 간신히 서있다.
그 약해보이는 모습에서 승자의 위엄 따위는 전혀 느껴지지 않았지만, 그 옆에 쓰러진 유우기의 모습을 보니, 싫어도 납득할 수밖에 없다.
이 인간은 오니와의 사투에서 승리한 것이다..
이것은 생각 이상으로 귀찮은걸, 하며. 사토리는 경계심을 드러냈다.
오니를 쓰러뜨린 상대에게, 정면에서 싸워서는 승산 같은 건 없다.
싸우는 상황이 되지 않게, 신중히 대응할 필요가 있었다.
「당신이 지상에서 왔다는 무녀인가요.」
이쪽을 노려보는 요정의 경계심어린 마음은 무시하고, 제3의 눈을 무녀에게 향한다.
깊은 데미지를 입은 것은 틀림없는 것 같다.
피로로 몽롱해진 의식은 읽어내기 어려웠다.
「나는 지령전의 주인인, 코메이지 사토리입니다」
우선은 자신부터 이름을 댄다.
상대가 어떻게 답할지는 모르나, 그 때 떠올린 마음을 읽어낸 뒤, 그것을 주축으로 마음을 폭로한다.
그것이 사토리가 교섭에서 사용하는 상투적인 수단이었다.
마음을 읽어내면 위협도 간단하며, 이야기의 흐름을 주도할 수 있다.
그것이 사토리가 지저의 요괴들에게 기피당하는 이유였다.
(사토리……이 소녀가……)
당장 끊어질 것 같았으나, 눈앞의 인간의 사고가 보이기 시작했다.
그렇다면, 당신은 지금 생각하고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알겠나, 짜식들아.「초등학교 5학년(小五)」과「로리(ロリ)」를 따로따로 보면 그냥 범죄다만, 둘이 합쳐지면「깨달음-사토리(悟り)」가 된다)-역자 : 한자를 잘 보시면 아시겠지만 한자와 일본어를 결합한 말장난-
「…………에?」
눈을 의심했다고 해야 할까, 귀를 의심했다고 해야 할까.
어쨌든, 사토리는 무심코 입에서 바람이 빠지는 소리를 낼 수밖에 없었다.
(덧붙여서, 사실「깨달음(悟り)」이 아니라「깨닫다(覚)」라고 쓰는 게 맞다더라, 사토링……)
「사토……, 뭐?」
(……예쁘다)
갑자기 마음의 소리가 끊겼다.
전혀 예상하지 못한 마음속을 보고 혼란의 극한에 빠진 사토리는, 상대가 기절하여 사고가 끊긴 것이라고 이해하는 것이 일순간 늦어 버렸다.
완전하게 힘을 잃은 몸이 치르노만으로는 지지하지 못해서, 사토리를 향해 쓰러진다.
사토리는 작은 비명과 함께 그 몸에 깔렸다.
「스, 스승!? 이봐, 너 빨리 스승한테서 비켜!」
「……그건 이쪽이 할 말인데」
느껴지는 무게와, 비리게 풍기는 피비린내에 새삼스럽게 무녀의 상처를 헤아리며, 사토리는 한숨을 내뱉었다.
귀찮은 문제투성이.
이 인간을 죽게 할 수는 없다.
상처 때문이기도 하지만, 이곳에 방치해 둘 수는 없다.
옛 지옥 거리에서 최강의 실력자를 넘어뜨린 이 인간은, 도대체 무슨 목적으로 여기까지 온 걸까.
아니 그 전에, 이 인간은 도대체 뭘까.
「예쁘다니, 뭐야 그게……」
제3눈으로 읽어버린, 거짓말이나 괜한 겉치례가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는 마음의 말을 생각해낸 사토리는 조금 얼굴을 붉혔다.
이 인간은 대체 무슨 속셈으로, 저런 말을 생각한 걸까.
형편을 따져보니, 귀찮은 일의 중심에 있는 인간이지만, 조금 흥미가 생겼다.
……그런데, 제일 궁금한 거지만「로리」란건 대체 뭐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