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9 「사토리」
코메이지 사토리는 항상 자신이 불우(不遇)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어울리지 않는다고 말해도 좋다.
지령전의 주인으로서 옛 지옥의 일부인 작렬지옥을 관리하고 있지만, 그렇다한들 딱히 존경받거나하지는 않는다.
이건 그저 단순한 교환조건이다.
이 지저에서 살아가는 대가, 요컨대 집세 같은 것이다.
그런데, 어째선지 본의와는 다르게 이 장소의 권력자로서 알려지고 있다.
그것만으로도 머리가 아픈데, 정신을 차리고 보니 지저의 대표자 같은 역할을 하고 있었다.
확실히, 실질적으로 옛 지옥의 관리자 역할을 맡고있는 호시구마 유우기는 교섭이나 정치와는 좋은 말로도 어울린다고는 말 못할 성격이다.
결과적으로, 지상과의 문제는 지령전이 떠맡았으며, 그 지령전의 관리자인 자신도 그 문제를 떠맡게 되었다.
어느샌가「지저에 가려면 코메이지 사토리에게 가라」라는 느낌으로 일이 끝나있었다.
농담도 이쯤 되면 이쪽이 곤란하다.
자신에겐 그럴만한 권력도 힘도 없다, 그것이 사토리가 자기 자신에게 내리는 평가다.
처음부터 눈치채줬으면 했다.
확실히 자신이 가진「마음을 읽는 정도의 능력」은 기피해질 만큼 무서운 힘이다.
실제로, 이 힘에 의해 지저에 봉인될 정도의 사건, 사고를 일으킨 강대한 요괴들을 억제하며, 질서를 이루고 있다.
그러나, 이 능력이「지배를 위한 억지력」으로 사용되고 있냐고 묻는다면, 사실 그렇지도 않다.
애초에 마음을 읽는 게 어떻다는 걸까?
이 능력에는 적을 물리칠 수 있는 타격력 따위는 전무하다.
상대의 마음을 폭로해서, 트라우마나 약점을 도려내봤자 상대가 쇼크로 즉사할리도 없다.
그저 적이 꺼려하는 힘이나 기술을 읽어내 재현하는 것으로 전투 자체는 가능하지만, 그다지 절대적인 위력을 발휘하는 능력은 아닌 것이다.
사토리 자신의 순수한 전투력은, 요괴 중에서도 해봤자 중급에 불과하다.
진정한「지배력」이라는 것은, 그 힘 하나로 그 어떤 요괴도 두려워하며 전율할 정도로 절대적인 것──예를 들자면, 오니인 유우기가 그런 힘을 가지고 있다.
그렇다면, 어째서 그런 코메이지 사토리가, 이 지저의 지배자라고 생각되는 걸까?
조금 전에 말한 대로다.
코메이지 사토리는, 그 능력 때문에 기피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다지, 이 능력을 두려워하며 공포에 지배당하는 것은 당연 아니며, 그저 가까워지는 것조차 싫어할 정도로 기피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요컨대, 수동적인 복종인 것이다.
결과적으로 보면 그다지 차이는 없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사토리 자신은 언제나 이렇게 외치고 싶었다.
달라.
인상과 실제의 차이는, 치명적일 정도로 엄청난 골짜기가 되어 버렸다.
사토리는 그 차이의 끝에 얻은, 이 어울리지 않은 지위를 내심으로 진절머리 날 정도로 싫어했다.
자신은 권력자가 아니다.
그럴 야심도 그에 어울리는 카리스마도 없다.
예를 들면, 한 세력으로서 전란 속에 내던져져 봤자, 그 세력을 인솔할 만한 능력과 도량, 그리고 통솔력이 자신에게 있다고는 도저히 생각할 수 없는 것이다.
그런 것은 오니에게 맡기는 게 낫다.
그럴 터인데──.
「그러니까, 저는 지저의 관리자도 뭣도 아닌데……」
사토리는 종이에 쓰여진 글에 대해, 의미없는 불만을 내뱉지 않고서는 견딜 수 없었다.
발신인은 자타 모두 인정하는 지상의 실력자이며 관리자인 야쿠모 유카리.
쓰여진 내용은, 요약하자면 지상에서 시행된 새로운 결투법을 지저에 보급해 주었으면 한다는 것이다.
말로만 들으면 간단하지만, 실제로 실시하는 것은 힘들다.
옛 지옥의 요괴들은 자유분방하다.
폭력에는 폭력으로 해결한다는 지극히 심플한 법도로 통제되며 그 외의 복잡한 규칙으로는 억제하는 것이 불가능하게 되었기 때문에 지상에서 쫓겨난 것이다.
그런 녀석들에게 이제와 새로운 결투법을 시행하라니,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귀찮은 이야기였다.
사토리에게 권력이나 권위가 있다면 이야기는 간단하다.
절대적인 힘을 사용해, 정신적으로도 물리적으로도 굴복시켜 따르게 하면 된다.
그러나, 사토리에게 그런 힘은 없다.
이런 점이, 사토리 자신의 인식과 실제의 차에서 나오는 폐해였다.
──이 녀석이고 저 녀석이고, 나를 착각하고 있어.
지령전에서 나가기 전에 느낀 묘한 예감은, 어느 의미 적중했다.
서신을 꼼꼼하게 정리한 뒤 테이블 위에 두고는, 사토리는 지쳤다는 듯 한숨을 내뱉었다.
「스승이 더 대단해!」
「사토리님이 더 대단하다구!」
옆에서 들려오는 두통이 밀려오는 것만 같은 회화에, 사토리는 표정을 찌푸리며 시선을 돌렸다.
옆에서는 어린 소녀 두 명이 말다툼하는, 보는 사람의 주관에 따라서는 미소를 짓게하는 풍경이 펼쳐지고 있었다.
한쪽은 어째선지는 모르나 무녀와 함께 지상에서 온 얼음의 요정 치르노.
그리고 또 한쪽은, 최근 인간의 모습으로 변할 수 있게 됐을 정도로 힘과 지혜를 익힌 지옥까마귀의 오쿠. 사토리의 애완동물이다.
체격도 실력도 그렇게 크게 다르지 않은 둘은, 지금 당장이라도 싸울 것 같은 기세로 상대를 노려보고 있었다.
「스승은 금 무지 강한 녀석하고 싸워서 이겼다고!
다른 녀석들이 모두 쫄아버릴 정도로 강한 녀석이었지만, 스승이 한방에 날려 버리고, 스스로 고개를 숙이고 패배를 인정하게 했어!」
거짓말이다. 생사를 헤메는 빠듯한 사투였으며, 그 때문에 그 무녀는 현재 안정을 취해 잠에 빠져있다.
「유우기씨라면 나도 알아! 확실히 강하지만, 그렇지만 그런 유우기씨도 사토리님에겐 요만큼도 대들 수 없는걸! 즉, 사토리님이 훨씬 더 강하다는 거지!」
거짓말이다. 유우기는 사토리를「재미없는 녀석」이라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서로 피하고 있을 뿐이다.
「애초에, 승부에 이겼는데도 저렇게 엉망진창이 되버린 거지? 역시 인간은 안 돼, 정말로 별 볼일 없는걸!」
「네 주인님도, 저렇게 빼빼 말라선, 엄청 약해보이잖아!」
「말 다했어─!?」
「다했다, 뭐—!?」
그 요정과 오쿠를 대면시킨 것은 실패였다.
사토리는 점점 열기를 띄어가는 회화를 들으며 후회했다.
그 무녀는 치료를 한 뒤에 별실에서 안정을 취하게 하고 있지만, 멀쩡했던 치르노는 선대가 자고 있는 동안 쭉 떠들고 있을 뿐이었다.
그녀가 정체도 모르는 지령전의 주민들을 경계하는 것을, 사토리는 읽어낼 수 있었다.
실제로, 무녀가 눈을 뜬 후, 사태가 어떻게 글러갈 지는 모른다.
그러나, 지금은 화내거나 울거나하는 치르노의 폭주가 귀찮은데다, 자신은 무녀를 본격적으로 치료할 필요도 있었으므로, 요정의 말상대를 오쿠에게 맡겼다.
치료를 끝낸 뒤 돌아와 보니, 두 명은 어느새 의기투합하고 있었다.
아니, 애들 장난 같은 말싸움을, 의기투합이라고 판단 할 수 있을지 어떨지는 둘째치고.
우선, 싸울 정도로 거리낌 없이 대화할 수 있을 정도로 친해진 것 같기는 하다.
「둘 다, 싸움은 그만둬.」
「시끄러, 이 몸에게 명령하지 마!」
「너야말로 사토리님에게 실례되는 말 하지 마!」
한마디 말참견을 했더니, 이렇게 되버렸다.
사토리는 두통을 억누르기 위해 이마를 부여잡았다.
상당히 익숙해져버린 행동이다. 이 지위에 오르고 나서 골머리를 썩히는 일이 많아 졌기 때문일까.
그런 소란 속에, 방의 문에 만들어둔 애완동물용의 출입구에서 한 마리의 새끼고양이가 들어왔다.
다른 방에 대기시켜둔 또 다른 애완동물이었다.
「──그래, 알았어」
아직 요괴화 조차 하지 못한 순수한 동물인 그 새끼고양이의 사고를 읽어내, 간신히 이 상황에서 빠져 나갈 수 있게 됐다는 사실에 안도했다.
「치르노, 라고 했었지」
「뭐야, 친한 것처럼 부르지 마.」
「그 무녀가 눈을 떴다는데」
사나운 어투로 대답하는 치르노를 무시하며 말하자, 그 말은 절대적인 효과를 발휘했다.
「정말!? 부, 부탁해! 스승이 있는 곳에 데려가줘!」
안도와 불안이 섞인 필사적인 표정. 마음속과 겉. 표리의 차이가 없는 치르노의 모습이 사토리는 약간 마음에 들었다.
상냥하게 미소지으며 끄덕였다.
「그래, 따라오렴」
「사토리님, 나는?」
「오쿠도 오려면 오렴.
다만, 그녀는 부상자야. 그것도 중상. 싸우면 내쫓을거야」
오쿠와 치르노에게 다짐을 받고, 사토리는 두 명과 함께 방을 나섰다.
이 지령전에는 시종이 존재하지 않는다.
어느 정도 힘과 지혜를 가진 요괴나 애완동물들이 주축이 되어, 저택의 관리나 다른 애완동물을 돌보고 있지만, 특별한 부서나 인원은 없다.
사토리는 이 저택의 주인이면서도, 가사를 스스로 맡지 않으면 안 되었다.
그것을 불편하다고 생각했던 적은 없다.
단지, 역시 자신은 누군가의 위에 설 권력자의 그릇은 아니라는 것을 절실히 실감했다.
애완동물의 울음소리 밖에 들리지 않는 복도를, 등 뒤에서 따라오는 두 명의 목소리를 들으며 걷는다.
오쿠 이외에 말을 할 수 있는 애완동물은 또 한 마리 있지만, 가장 고참이며 가장 신뢰하고 있는 그 애완동물은 사토리의 심부름을 받고 현재는 나가있다.
「여기야」
한 줄로 늘어서있는 방 중 하나의 앞에 멈춰서, 사토리는 소리도 내지 않으며 문을 열었다.
어차피 안의 모습은, 마음의 소리로 이미 알고 있다.
깨어난지 얼마 안돼서 그런지 상황을 파악하지 못한, 잡음과 의미 없는 단어가 엇갈리는 무녀의 사고를 읽어냈다.
「스승!」
「치르노……」
문을 여는 것과 동시에, 치르노가 뛰어들었다.
상반신을 일으킨 붕대 투성이의 무녀의 앞으로, 눈물을 흘리며 달려간다.
당장이라도 품에 안길듯 한 기세였지만, 상처를 염려해 충동을 참아낸 치르노의 뜻밖의 섬세함에, 사토리는 다시 한 번 단순하다고 생각하고 있던 그녀의 평가를 수정했다.
기본적으로 스스로의 재미가 우선이며, 타인에게 악의는 없지만 배려도 없는 요정으로선 드물게, 상대를 염려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다.
그 만큼 그 무녀가 존경받고 있다는 것이다.
무녀의 손을 붙잡는 치르노의 모습에, 오쿠도 치르노의 마음을 이해한 듯, 그저 둘을 조용히 지켜보고 있었다.
이 아이도, 사실은 매우 솔직하며 상냥한 아이다.
「안녕하세요, 지상에서 온 무녀. 저를 기억하고 있나요?」
「……사토리」
치르노의 마음이 침착해지는 것을 보며, 사토리는 선대에게 말을 걸었다.
일단 자칭은 했었지만, 그 직후 무녀가 기절했으니, 어디까지 상황을 파악하고 있을지 조사할 필요가 있었다.
물론, 일부러 이야기를 들을 필요는 없다.
애초에, 이쪽은 상호이해 같은 건 요구하지 않는다.
옛 지옥에서 일어난 번거로운 사건을, 그 중심인물 중 하나인 그녀를 어떻게든 능숙하게 처리하는 것이 사토리에게 있어 최우선 사항이었다.
우선, 당초의 예정대로 눈앞의 인간의 마음을 읽어내, 대화의 주도권을 이쪽에서 잡아──.
「……에?」
사토리는 전과 같이, 마음을 읽어내는 중 불가사의한 내용을 찾아냈다.
「원작과 같다, 라니……무슨 말이죠?」
무심코 중얼거린 의문을 들은, 무녀는 이렇다할만한 반응을 겉에 내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그 본심이 제3의 눈으로 봤을 때 분명하게 창백해졌다는 것을 사토리는 눈치챘다.
◇
……。
「그러면, 오쿠. 나는 이 인간과 중요한 이야기가 있어.」
「그 녀석이 이상한 짓이라도 하려고 하면 불러줘요. 나, 바로 올테니까!」
「스승이 그럴 리 없잖아!」
…………。
「이봐, 너 .스승에게 이상한 짓하면 용서하지 않을 거야. 이 몸은 아직 너희들을 믿지 않으니까」
「사토리님이 그럴 리 없잖아!」
「네네, 이제 됐으니까 나가줘요. 이야기를 할 수 없어.」
………………。
「자, 듣는 귀는 물렸어요. 누군가가 엿들으려 한들 제 능력이라면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고 있는 것이 제 능력의 대처법 같습니다만, 생각하지 않는다고 마음먹은 시점에 이미 무언가 생각하고 있다는 모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요?」
……핫!? 그, 그거 무슨 의미야?
나는 지금, 그 무엇도 생각하지 않으려고 했지만,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 자체가 이미 생각하고 있는 거고, 생각한다는 행위 자체가 생각…….
우우,「생각」이라는 말로 게슈탈트 붕괴라도 일으킬 것 같아. 아니, 생각한다는 것은 대체 뭘까? 우우읏…….
「거짓말이에요. 정말로 조금 전까지 당신의 마음을 읽을 수 없었어요.
심두멸각이라고 하나요? 정말로 그런 상태였어요. 무서운 사람이네요, 선인이라도 되는 건가하고 착각할 정도로요. 그래서 일부러 흔들림을 준거에요.」
그리고, 나는 보기 좋게 사토리에게 낚여버렸다.
뭐, 처음부터 이런 교섭에 승산이 있다고는 생각치 않았다만, 정말로 저항할 생각조차 잃을 것 같습니다.
애초에 저항하기도 묘하다.
유우기와의 사투로 힘이 다해서 기절한 내가 이렇게 치료를 받고 침대 위에서 눈을 뜰 수 있었던 것도 전부 사토리의 덕분인 것 같다.
감사할지언정, 사토리를 경계할 필요는 없겠지.
이렇게 안전히 쉬고 있어도, 전투시의 긴장감이 빠진 지금은 지나칠 정도로 괴롭게 느껴진다.
방치되어 있으면, 그대로 죽었을지도 모른다. 게다가, 주변 요괴에게서 좋은 분위기는 느끼지 못했고.
받은 데미지는 내 생각보다 큰 것 같다.
아니 그전에, 뼈의 마디마디마다 아픔이 느껴지는 상반신은 둘째치고, 제일 중상일 것이 분명한 양다리가 무겁게 느껴질 뿐 아픔은 커녕 감각조차 없다니 무지 위험한 거 아냐?
기절하기 전에 느낀 불안이 다시 되돌아 왔다.
「예, 아마추어의 눈으로 봐도 다리의 상처는 상당히 심했어요.
거기에 치료라고 한들, 공교롭게도 지저에 인간은 없습니다. 그래서 애완동물에게 하던 것을 응용한 수준 낮은 치료를 했을 뿐이니, 시급히 지상으로 돌아가서 전문의에게 진찰받는 편이 좋겠죠.」
그리고, 그런 나의 불안을 알면서 단언해버리는 도S 사토링.
「남의 이름을 맘대로 바꿔 부르지 말아주세요. 사토링이라니, 뭔가요 그게」
하앗!? 혼자서 중얼거리는 버릇 때문에 마음이 읽히고 있다는 것을 잊어버렸다.
이 버릇 빨리 고치지 않으면.
「……아무래도, 기절하기 전에 들은 마음의 소리는 착각이 아니었던 것 같네요.
뭐, 제3의 눈에 착각은 있을 수 없으니 알고는 있었습니다만. 당신은 외형과 달리 상당히 가벼운 사람 같네요」
좋아서 이런 무뚝뚝한 얼굴이 된 게 아닌걸─.
사실은 더 밝게 웃으면서 말도 잘하는 밝은 엄마가 되고 싶었단 말야.
아니, 그 때 레이무를 주울 때까지는 내가 엄마가 되다니 상상도 못했으니까 어쩔 수 없는 건가.
그 전까진 완전히 여자를 버리고 수행에 빠져있었으니까 말이지.
아, 그러고 보니 레이무는 지금 뭘 하고 있으려나?
「또 생각이 산으로 가버리네요. 게다가 딸바보.
그나저나, 레이무……하쿠레이 레이무인가요. 당대의 하쿠레이의 무녀이며, 당신은 그 선대이며 의모.
당신은 야쿠모 유카리의 부탁을 받아 지령전의 주인─, 즉 제게 편지를 가져 왔다. 그 도중에 옛 지옥에서 분쟁에 말려들어가 결과적으로 오니와 결투를 하게 되어, 더욱이 그 결투에서 승리.」
사토리가 전편의 개요를 간단하게 설명해 주었다. 라니, 전편이라니 뭐야 그게.
아니, 잠깐 기다려봐.
나는 아직 그에 관련된 사실을, 아직 한마디도 이야기하지 않았다.
물론, 사토리는 마음을 읽지만, 그렇기 때문에 나는 조금 전까지 마음을 읽히지 않게 노력하고 있었던 것이다. 사토리의 능력은「생각하고 있는 것」은 읽을 수 있지만「과거의 기억」까지는 읽을 수 없을 테니까.
그리고, 사토리의 말대로라면 그 노력은 성공했을 터다.
그런데, 어째서……?
「어째서냐면, 당신이 마음을 읽히면 위험하다는 결론에 이르기까지, 스스로 기억을 정리하며 상황판단에 노력하고 있었기 때문이에요. 그 틈에 전부 읽을 수 있었습니다」
나─란─녀─석 정말 바보!
「자신을 탓하지 말아주세요. 큰마음을 포함한 생각도 되도록 자제해 주세요. 담긴 마음에 따라서, 마음의 소리도 커져서 상당히 시끄러워요.」
아, 죄송합니다.
무심코 평범하게 사과해버리는 나.
그렇지만, 이렇게 되면 조금 위험하다고.
나의 생각을 읽고, 사토리는 대체 얼마만큼 알아버린 걸까…….
「그러면, 상황 정리를 계속할까요.
우선 당신의 목적인 서신입니다만, 이쪽에서 확실히 받았습니다. 그 치르노라는 요정이 가지고 있던 짐에서, 죄송하지만 맘대로 가져갔어요.
제가 제일 염려하고 있던, 옛 지옥에서의 소란의 진상도 이것으로 이해했습니다. 규모는 상당합니다만, 이런 분쟁은 옛 지옥에서는 일상다반사입니다. 승부는 결판났으니, 더 이상 악화될 리는 없겠죠.」
사토리는 침대 옆의 테이블에서 차를 따르며, 담담하게 설명했다.
이야기의 진도가 빠르다. 마음을 읽는 능력은 이럴 때 편리하구나.
으음, 우선 나와 사토리가 서로 제일 신경쓰고 있던 일은, 이걸로 해결한 셈이다.
나는 유카리의 심부름을 끝냈으니 나머지는 돌아갈 뿐.……이지만 이런 상태로 돌아갈 수 있으려나.
사토리가 걱정하고 있던 것은, 그 옛 지옥에서 일어난 대결전의 뒤처리겠지만, 이 건은 당사자인 나와 유우기의 사이에서 전부 끝났으니 문제는 없다.
아니, 부순 건물이라던가 문제가 많이 남아 있는 것 같지만, 그 문제는「로스는 일상다반사다!」같은 느낌으로 신경 쓰지 않는 것 같다.
지저, 진짜 세기말입니다.
그러나, 내가 신경 쓰고 있는 새로운 걱정거리는──.
「당신이 전생의 기억을 가진, 이른바 전생한 인간이라는 점이군요」
……역시, 들켜버린 건가.
「전생의 기억이나 전생 같은 것은, 그다지 희귀한 건 아닙니다.
애초에 이곳은 옛 지옥. 죽은 후에 나타나는 것들이 모이는 장소에요. 당신의 영혼이 일찍이 어디에 있었으며, 어떤 과정을 통해 지금 이 장소에 머물고 있는지에 대해선 사실 그다지 흥미가 없습니다.」
사토리의 반 정도 감은 두 눈과는 반대로 내 마음속까지 완전히 간파당하고 있는 것 같았다.
아니, 실제로 간파하고 있다.
「그러나, 당신이 가진 전생의 지식은 매우 흥미로워요.
당신이 지금도 취급하는 것을 고민하고 있는 정보─,「동방Project」라는 단어를 중심으로 한 여러 사건과 그 연결점도 저는 이미 약간이나마 이해하고 있습니다」
역시나…….
내가 가진 지식은, 이 환상향이라는 세계의 근본과 관련되어있는 것이다.
솔직히, 내가 알고 있기에는 너무 과중하다고 느껴진다.
필시 이 세계에 사는 그 누구도 알 필요는 없으며, 나 자신도 그 사실을 염두하고 이제까지 봉인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제와 그런 정보를 사토리에게 숨길 수는 없을 테니, 필사적으로 자신이 가지는 지식의 중요함을 측정하고 있었다.
그 과정을, 사토리는 제대로 읽어내고 있었던 듯하다.
내게 향해진 제3의 눈과 사토리의 눈이, 날 몰아세우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것은 착각이려나…….
「네, 착각이에요. 저는 그다지 당신을 유감스럽게 생각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어롸─?
「애초에 당신이 걱정하고 있는 것은「이 세계가 동방Project라는 창작물이다」라는 자신의 지식에 관한 것이겠죠.
당신은 환상향과 그 안에서 살아가는 인요가「게임」이라는 창작물 속의 존재라는 지식을 가지고 있다. 그것이 이 세계에서 사는 존재들의 가치를 깎아내리는 듯 한 기분이 들어버린다, 라고 생각하고 있을게 분명해요」
옙, 그 말대로입니다.
왜냐면, 갑자기「사실은 너희들 만들어진 존재야. 책에 나오는 등장인물 같은 거지. 이쪽은 그 책을 읽는 독자. 너희들이 하고 있는 것들 전부 시나리오대로 프헬헬(プゲラ)-폭소-」라던가 듣는다면, 그다지 기분이 좋지는 않을 테고.
「마지막의「프헬헬(プゲラ)」의 의미를 모르겠습니다만, 대충 말하고 싶은 것은 알겠어요.
저도 남일로 생각할 건 아닌 것 같으니까요.「동방 지령전」인가요? 가까운 미래, 이 지령전에서 일어나는 소동이 결정되어 있다니, 예언같이 두루뭉실한 것 보다 훨씬 귀찮네요.」
아─, 그것도 역시 읽혀버렸나─.
사토리와의 대면에서 동요했을 때나, 바로 조금 전 본 아이와 같은 모습을 한 레이우지 오쿠를 본 뒤 여러 가지 생각해버렸으니까 어쩔 수 없나.
그러나, 그렇게 순진하고 어린 여자아이가, 핵의 힘을 손에 넣고 슈퍼 파워업을 한다는 건가.
어쩐지 복잡한 기분인걸…….
「그건 저도 동감이에요.
가족에게 그런 일이 일어난다니 지금도 믿을 수 없고, 아직 환상향에 존재하지도 않는 사건의 주모자를 경계할 수도 없겠죠.
그렇지만, 그 사건들은 확실히 일어날 일. 그 사실은 지금까지의 사건에 의해 증명되고 있습니다. 반드시, 이 세계의 존재와 같이, 그런 사건도 일어나겠죠.」
……아니, 그건 또 어떠려나?
이렇게 나의 지식을 읽어낸 사토리가 전부 알아버린 시점에서 이미「원작」과는 차이가 생긴다.
사토리는 미래에 일어날 수도 있는 사건에 지금부터 대비할 수 있고, 애초에 이 세계에 줄거리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은 이곳에서 수십년을 살아온 내가 실감과 함께 확신하고 있다.
이미 흐름은 파탄났다고 봐도 좋다.
「확실히 그렇습니다.
당신은 이 세계가 자신이 살아가는 현실이라는 것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어요.
단순한 지식으로서만 이해하는 것이 아니며, 이곳이 창작물 위에 성립되는 무대라고 생각하지도 않았죠.
결국, 당신이 자신의 지식에 희롱당해 마음대로 죄악감이나 불안감을 느끼고 있을 뿐이에요. 당신은 저희들과 같은, 이 세계에 사는 존재들 중 하나입니다. 고민할 필요 따위는 없어요.」
사토리의 차가운 말이, 오히려 내게 있어서 큰 도움이 됐다.
역시 그렇겠지. 밥을 먹고, 자고, 사람과 만나고, 이야기하고, 괴로운 생각을 하거나 즐거운 것을 경험하거나── 나는, 여기서 살아있다.
그건 분명 틀림없는 것이다.
내가 가진 지식은 도움이 되거나 사용할 뿐, 결코 얽매이기 위한 것이 아니다.
「그 말대로에요. 그러니까 일일이 걱정하는 것은 그만두세요. 상당히 귀찮아요.」
고마워요. 그런 차가운 말조차, 지금의 내겐 츤데레라고 마음대로 해석되버린다.
덧붙여서 츤데레라는 게 뭐냐면…….
「아니, 그런 단어의 자세한 설명까지 듣고 싶지 않으니까 그만두세요. 평상시엔 츤츤……? 아니, 제의 어디가 말인가요!」
미안, 바깥 세계의 지식은 아직 너무 이를지도.
일본인은 미래에 살고 있다고 불릴 정도고.
그러나, 이렇게 내 걱정이 하찮은 것이라는 사실을, 환상향의 유명인사중 하나인 사토리에게 들을 수 있었다만…….
그렇지만, 정말로 신경 안 쓰여?
단순한 망언이라면 몰라도, 자신들이 인간이 만든 창작물의 등장인물이라는 것이 그렇게 가볍게 받아들일 수 있는 거야?
뭐랄까, 철학적인 질문으로 들릴지도 모르겠지만「자신의 존재-아이덴티티-」에 의문을 가지거나 하진 않아?
아니, 내가 말했기는 해도 그런 쪽의 이야기는 나로선 잘 모르겠지만.
「저도 잘 모릅니다만, 단지 그렇게 심각하게 고민할 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아까 당신 스스로 말하고 깨닫지 못했나요? 요괴라는 존재 자체가, 인간이 생각해 낸 환상이란 걸요.」
어, 그런 해석으로 괜찮아!?
확실히, 바깥 세계의 요괴란건「옛날 사람들이 겪었던 당시의 인식으로는 불가사의한 사건을 정의한 것」으로서 다뤄지고 있다.
과거에는 신이 만들어냈다고 여겨지던 비나 바람은 기온에 의한 대기의 변화이며, 지진은 지하의 암반이 움직여서 벌어지는 현상이다.
상처나 병은 요괴에 의해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지금은 과학적으로 해명된 것들이, 옛날에는 요괴로서 다루어지고 있었다.
이것이 바깥 세계의 인식일 것이다.
그러나, 그렇다면 내가 환상향에서 만나 온 수많은 요괴들은 대체 뭘까?
그들 혹은 그녀들은 실제로 존재하며, 전승 그대로의 능력을 사용하며 살아가고 있다.
내게 있어 요괴란 현실에 존재하는 것이며, 인간이 창작물이니 어쩌니 하는 것은, 결국 정말로 실재하던 요괴가 전래된 끝에 지금은 과학적으로 해석되어 환상을 깎아내려지고 있는 게 아닐까 생각하고 있었다.
──실은 존재하지 않지만, 인간에 의해 창작되었다.
──실은 존재하지만, 인간에 의한 창작으로 여겨졌다.
도대체, 어느 쪽이 맞는 걸까?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라는 거네요. 영원히 대답이 나오지 않울 문제입니다.
요괴의 기원도 같아요. 저희들은 확실히 존재합니다만, 현실과는 반대에 있는 환상의 존재라는 것 또한 사실입니다.
어느 쪽이 올바른지 확인할 방법은 없어요. 오히려 그 애매함마저, 저희들 요괴를 요괴답게 만들어주는 게 아닐까라고 저는 생각하고 있어요.」
으음. 어려운 이야기가 되돌아왔다.
미즈키 선생님을 불러오면 해결되려나?
우선, 자신들이 인간의 창작으로 태어난 가능성이 있다고는 한들, 요괴는 그런 거니까 신경 쓰지 않는다는 걸로 괜찮아?
「자신들의 태생을 진지하게 생각하는 건 애초에 인간정도밖에 없어요.
그런 생각에 답을 찾아봤자, 결국 자기해석에 의한 자기만족이나 자멸뿐일 텐데」
어떻게 됐던 간에, 자기 속에서만 이야기가 끝날 뿐이라는 말이구나.
마지막에 정말이지 차가운 말을 덧붙이며, 사토리는 나의 고민을 깔끔하게 정리해 줬다.
머리가 나쁜 나로서는 약간이나마 납득할 수밖에 없었지만, 뭐 그「약간」으로 충분하겠지.
결론짓자면, 내가 제멋대로 지나치게 생각해버려서 문제라는 거고.
아─, 뭐랄까 상쾌해─!
변함없이 몸의 상태는 최악이지만, 속마음은 상쾌함으로 가득 차 있었다.
아니, 이건 태어난 이래 제일 상쾌한 기분일지도 모른다.
내가 전생의 지식을 자각하고 나서 줄곧, 타인에게는 밝힐 수 없다고 생각하고 봉인해 왔던 부분을, 방금 눈치채여서 전부 털어 놓을 수 있었던 것이다.
게다가, 아무 문제없다고 설득당하기까지 했으니, 이 인생 수십 년분의 고뇌가 단번에 해결된 거나 마찬가지다.
그렇게까지 과장해서 말할 정도로 고민하고 있지는 않았지만, 그럼에도 이번에 사토리를 만나지 않았다면 평생 짊어지고 있었을지도 모르는 짐을 내려놓은 것 같은 기분이다.
뭐랄까, 굉장~히 상쾌한 기분. 새로운 바지를 입은 지 얼마 안 된 새해 아침 같은 기분이라고나 할까.
다시 한 번, 사토리에게는 감사인사를 해야만 한다.
상처 입은 나를 도와 준 것도 포함해서, 정말로 고마워.
「고맙다」
「……일일이 말하지 않아도 괜찮아요.」
「말로 하면 중량감도 다르니 말이다.」
내가 그렇게 말하자, 사토리는 어째선지 그대로 입을 다물어 버렸다.
어라? 뭔가 마음에 안 드는 말투였던가.
아니, 기다려봐. 사토리는 내가 생각하는 것을 알고 있을 테니까, 뭔가 무의식중에 불쾌한 일을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조금 전의 인사는 다른 생각 없이 순수한 기분을 말로 했을 뿐이니, 불필요한 생각은 하지 않았다고 생각하는데……어머? 사토리의 얼굴이 조금 붉어졌──.
「그, 그만두세요. 아무것도 아니니까, 그 이상 저에 대해 생각하지 말아 주세요. 부끄러워요」
부끄러워?
어째서?
「……다시 한 번, 당신이라는 인간을 알 수 있었어요. 의외로 둔감하군요. 당신」
뭐라굽쇼!?
◆
요괴의 산의 산기슭에 있는 거대한 구멍에서, 검은 고양이 한마리가 튀어 나왔다.
그 뿐이라면 그다지 드문 광경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그 거대한 구멍은 지저와 연결되는 출입구.
그「안쪽」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었다면.
구멍의 안쪽에 있는 곳은 꺼려지는 요괴들이 봉인된 세계이며, 그 곳에서 나왔다면 이 고양이 또한 같다──.
「헤에, 여기가 지상인가」
두 개의 꼬리를 가진 변신하는 능력을 지닌 고양이는, 밖에 나옴과 동시에 소녀의 모습으로 변화했다.
시야에는 처음 보는 광경이 퍼지고 있다.
바위나 이끼뿐인 지저와는 달리, 지상은 풍부한 생명의 녹색으로 흘러넘치는 세계였다.
나무들의 흔들림, 시냇물이 흐르는 소리, 작은 새의 지저귐 소리─ 정말로, 평화롭다.
「바보같이 시끄러운 옛 지옥과는 상당한 차이구나.」
변신하는 능력을 지닌 고양이는 소란스럽다 못해 항상 난장판인 그곳을 생각하며, 어째선지 벌써부터 그리움을 느끼고 있었다.
지상에는 호기심 반, 흥미 반 정도의 감정을 품고 있었지만, 실제로 보고 절실히 실감했다.
이곳는 아무래도 몸에 맞지 않는다.
너무 평화롭다.
골목 어딘가에서 언제나 욕설과 싸움이 난무하는 옛 지옥과 비교하면, 이 세계에는 피부로 느껴지는「열기」가 부족하다.
「뭐랄까, 노곤해지는구나.」
눈앞의 풍경을 비웃는 것처럼 농담을 내뱉으며, 변신하는 능력을 가진 고양이는 어깨를 들썩였다.
마음을 다잡는다.
일부러 지저에서 지상까지 관광하러 기어나온 것이 아니다.
경애하는 주인에게 명령받은 일을 수행하기 위해, 느슨해지고 있던 마음을 단단히 먹었다.
주어진 지도를 꺼내, 향해야 할 장소를 확인한다.
완전히 미지의 토지였지만, 불안이나 긴장은 전혀 없었다.
이곳은 지저에 비해선, 지령전의 마당같이 평화롭고 안전할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면, 하쿠레이 신사는 어디려나……」
「하쿠레이에 뭔가 볼 일이라도 있니, 새끼고양아?」
갑자기 들려온 목소리에, 전신에 소름이 끼쳤다.
마음은 단단히 먹고 있었을 터다.
그런데도, 말 그대로 아무 반응조차 할 수 없었다.
위협이나 견제조차도 잊은 채, 단번에 경직된 전신을 필사적으로 움직인다.
자신에게 말을 걸었던 목소리의 주인은, 카자미 유카라는 이름의 대요괴였다.
「……아, 그─?」
「네 이름은?」
「카엔뵤우 린이야.」
상냥한 목소리로 말하는 유카의 재촉에, 절대적인 억제력을 느끼며 린은 즉답했다.
억제력이라는 것은 즉, 상대의 말에 거역한 순간 자신을 덮칠 것이 분명한 죽음의 예감이었다.
린은 조금 전에 내린 자신의 판단을 수정했다.
지상은, 사실 생각 이상으로 무서운 장소인가?
그렇지 않으면, 자신은 불행하게도 이 지상에서 제일 무서운 요괴를 갑자기 만나버린 건가?
「그……그런데 언니, 이 몸에게 뭔가 볼 일이라도 있어?」
「너, 그 구멍에서 나온걸 보니 지저의 요괴?」
「그렇지만……제대로 허가증을 가지고 나왔어. 지저에서 제일 훌륭한 주인님의 명령으로」
린은 조심조심, 결계를 지나기 위한 허가증으로 기능하는 부적을 꺼냈다.
이 부적은 지저에서 지상에 나올 때 밖에 기능하지 않는다.
지상에서 다시 지저로 돌아오기 위해선, 지상의 관리자에게서 새로운 허가증을 얻을 필요가 있다.
즉, 제멋대로 지상에 나오는 것은 불가능하며, 한 번 나오면 맘대로 돌아갈 수도 없다.
「알겠어? 이 몸은 일이 있어서 온거야. 놀이라던가, 길을 잃은게 아니라……」
「무슨 일일까?」
말을 끊으며 유카가 다그쳤다.
과연 그 질문에는 린도 즉답하지 못하고 숨을 삼킨다.
눈앞의 요괴가 자기보다도 강하고, 두려우며 무엇보다도 잔인하다는 것을 린은 느끼고 있었지만, 그녀의 주인에게의 충성심은 높았다.
「……안 돼, 말할 수 없어」
「너, 필요 없는 게 너무 많구나」
유카는 웃는 얼굴을 유지한 채, 서리가 맺힐 것만 같은 목소리로 말했다.
「귀. 꼬리. 팔. 다리. 눈.」
「에…………」
「그 반만 있어도, 충분히 살 수 있지 않니?」
천천히 손을 내밀며, 유카가 천천히 다가왔다.
그 손이 닿으면, 접한 부위가 간단하게 찢어발겨질 것임에 틀림없다.
불과 수 걸음 정도의 거리가, 자신에게 주어진 유예라는 것을, 린은 깨달았다.
유카의 요구에 응할 수는 없다.
대항하는 것도 할 수 없다.
그리고, 도망치는 것조차 할 수 없었다.
남은 길은, 그저 공포와 고통에 단지 참아내는 것뿐이라는 사실을 이해한 린은 눈에 눈물을 맺으며, 필사적으로 이를 악물었다.
「그만둬, 카자미 유카」
유카의 걸음이 멈추었다.
하늘의 도움을 받은 것만 같은 목소리에, 린은 당황해서 그 방향을 보았다.
이 절대적인 궁지에서 구해주는 희망의 빛.
「그 고양이는 당신의 손님이 아니야. 나의 손님이지.」
「야쿠모 유카리……」
빛 같은 건 없었다.
새로이 나타난 자는, 지상에서 제일 두렵다고 생각하고 있던 요괴와 대등한 괴물이었다.
도대체 어떤 능력을 사용하고 있는 것인지 짐작조차 가지 않는다. 공간에 만들어진 틈새 속. 지저에서도 느껴보지 못할 정도의 독기가 흘러넘치는 그 곳에서 걸어 나온다.
카자미 유카와 야쿠모 유카리.
린에게 있어서 별세계의 존재라고도 말할 수 있는 두 대요괴가, 좌우에 멈춰서 묵묵부답의 태도를 유지하며 적의를 부딪치고 있다.
왜, 내가 이런 꼴인거야……?
발버둥치는 것조차 불가능한 궁지에 몰린 린은 그저 자신의 불운을 한탄할 수밖에 없었다.
「무슨 뜻이야? 이 고양이가 네 손님이라니」
「말 그대로의 의미야. 당신은 외부인이라는 거지, 유카」
「친한 것처럼 부르지 말아줬으면 하는데.」
「어머, 선대에게는 불려도 괜찮으면서?」
「……죽인다」
「진부한 대사를 하지 말아줬으면 해, 대요괴씨」
이 활짝 갠 맑은 하늘 아래에서, 어째서 일부러 지옥을 만들려 하는 건지 린으로서는 이해 할 수 없었다.
두 명은 마치 자석이 서로를 밀어내는 것처럼, 상대에게의 견제를 반복하고 있다.
「심부름 보낸 어릴 적부터 길러오던 무녀가 돌아오지 않아서, 당황해서 귀중한 단서를 확보하러 온 걸까?」
「그녀는 내 소중한 친구야. 당신과 달리, 흥미만 가지고 대하는 게 아니야.」
「흐응, 용케도 그렇게까지 정색할 수 있구나. 요괴로서 어딘가 비뚤어진 거 아닐까?」
「부러워? 그렇지만 당신은 안 돼. 당신으로선 그녀와 그 이상 나아갈 수 없어. 해봤자 만만치 않은 적이라는 정도의 인식이려나.」
「……뭐가 그렇게 자랑스러운지 모르겠지만, 그렇게 중요한 무녀가 지금 어떤 상태인지 넌 알고 있어?」
「헤에, 흥미로운 발언이 나왔구나. 애시당초 당신이 왜 이곳에 있는 거야?」
「글세. 사정을 모르는 외부인인 너와는 관계없을 텐데.」
「사정이라면 들었던 적이 있어. 최강을 자칭하던 대요괴가, 자신을 이긴 무녀의 뒤꽁무니를 쫓아다니고 있다던데.」
「뭐?」
「왜?」
이미 견제라기보다 완전히 전투태세를 갖춘 두 요괴의 사이에 끼워진 린은 그 자리에 있는 것만으로 수명이 깎아지는 것만 같은 감각을 느끼고 있었다.
아니, 과연 느낌뿐이라고 단언할 수 있을까.
가슴이 답답해서, 지금 당장이라도 심장이 멈출 것 같다.
「……이대로는 평행선일 뿐이네.」
「내가 네게 건네줄 정보는 없어.」
「이쪽도야, 그렇지만 정도의 차이는 있어도, 서로 정보가 부족하네. 우선, 최초의 목적을 끝내는게 어떨까」
「그렇네. 슬슬, 진도를 나가고 싶어.」
유카리와 유카는, 서로가 서로를 비난하는 이득 없는 싸움을 멈추었다.
그 대신, 두 명이 동시에 변신하는 능력을 지닌 불쌍한 고양이에게 주의를 돌렸다.
「그러면, 기다리게 했구나.」
「이야기해 줄래? 여러 가지……를 말이지」
린은, 지상의 지식 중 제일 중요한 것을, 그 날 기억에 새겼다.
──지상의 요괴 중에서 양산을 가지고 다니는 녀석은 전부 최악이야!
◇
──에헤헤……넌……착하구나.
──미노루처럼 말이야…….
「이렇게 되서, 호야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거짓말을 했습니다.「그네를 타던 날」끝.」
「우우웃……훌쩍. 히끅……!」
사토링, 진짜 울고있어.
「……미안해요. 만들어진 이야기라고 해도, 동족의 이야기가 이렇게까지 보기 좋게 그려지면, 아무래도 감정이입이 되버려서……훌쩍」
아니, 확실히 명작이라고 생각하지만 말이지.
그 후, 사토리와의 화제는 자연스럽게 내가 가진 전생의 지식의 내용으로 돌아갔다.
오히려 서로의 문제도 없어졌으니, 원작이나 미래를 운운하는 것보다, 완전히 미지의 영역에 있는 세계의 이야기에 흥미를 가진 것 같다.
전생의 내가 살아가던 세계가, 이 환상향의 바깥 세계와 동일하다고는 생각할 수 없지만, 현대 지식으로서 공통되는 부분은 상당히 많을 것이다.
나는 사토리의 질문을 들으며 그에 대해 대답했다.
바깥 세계의 인간은 어떻게 살고 있나요? 라는 질문부터 시작해서, 설명 중 나오는 이 세계에서는 친숙하지 않은 단어를 해설하고, 거기에서 또다시 새로운 질문─.
차와 과자를 먹으며 이야기하고 있는 도중, 내가 무의식적으로 떠올린 것을 사토리는 읽어냈다.
─나와 같은 사토리 요괴를 소재로 한 이야기가, 바깥 세계에 있나요?
그때 생각난 것은 인간과 요괴의 정을 그린, 개인적으로 성서라고 생각하는 초 걸작 만화.
그 때 내 텐션은 급상승했다.
물었구나?
물어 버렸구나?
내게 좋아하는 것을 말하게 하면 쉽게는 끝나지 않는다고!
뭐, 사실 말주변이 없어서 오히려 회화 자체가 이어지지 않지만, 마음을 읽어내 그대로 대화가 가능한 사토리가 상대라면 이야기는 다르다..
나는 우선 만화의 설명을 시작으로, 그 작품의 전체적인 해설, 만화안의 세계관을 가르치기 위한 몇 개의 에피소드를 간단하게 이야기한 뒤, 마지막으로 질문 받은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그 결과, 사토리는 감동해서 코를 훌쩍이고 있다.
후우, 어째선지 마음속에 달성감이 차오른다.
아아…….
「딱히 당신이 만들어낸 이야기는 아니지 않나요. 기분 나쁘니까 그만둬 주세요. 표정으로 드러나지 않아서 묘하게 더 화나니까.」
아, 네. 죄송합니다.
조금 눈이 충혈 된 사토리에게 혼나버렸다.
「그러나, 확실히 매우 재미있는 이야기였어요. 이렇게 감동해본 건 오랜만입니다.
지저에는 문학이나 예술이라는 오락이 극단적으로 적어서 술과 싸움만으로 매일을 즐기는 요괴 밖에 없으니까요.」
확실히. 옛 지옥을 지나오며 느낀 지저의 인상과 사토리의 조용한 인품은 아무리 봐도 궁합이 맞지 않는다.
처음만난 상대에게「핫하! 그 목을 잘라 장난감으로 써주마—!」같은 느낌으로 살아가는 녀석들을 통솔하는 존재라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폭력적인 분위기가 전혀 느껴지지 않는, 이지적이고 얌전한 인격자다.
「그게 요괴에게 있어 칭찬인지 어떤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이해해 줘서 기뻐요.
저 자신으로서도 옛 지옥이 몸에 맞는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러니까, 그다지 가까워지지 않게 생활하고 있어요. 즐길 수 있는 것은 적습니다만, 이 지령전에서 조용한 시간을 보내는 것을 좋아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볼 때, 당신이 가진 지식과 만날 수 있던 것은 행운이었다고 생각합니다.오락으로서 더할 나위 없어요. 특히 그「만화」라는 것은 훌륭해요. 문장이 아니라 그림을 주체로 한 실제감이 있는 이야기의 전달은, 보고 있으면 질리지 않습니다.」
어, 보고 있다고……?
사토리의 마음을 읽는 능력은, 내가 떠올린 영상도 함께 볼 수 있는 거야?
「이런 감각은, 아마 저 밖에 이해할 수 없을 거라고 생각합니다만, 대충 맞아요.
지금 제 독심술은, 당신이 설명해 준 바깥 세계의「애니메이션」이라는 것과 매우 가까운 상태로 기능하고 있습니다.
마음의 소리를 듣는 것만이 아니라, 시각적으로 떠올린 이미지도 동시에 보는 것이 가능해요」
─우와, 굉장해!
아니, 말하고 있는 중에「꼭, 이 만화 그 자체를 읽어 줬으면 해」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미 실현되고 있었다니.
나의 변변치 않은 말재주로는, 이야기의 매력이나 실제감을 충분히 전하고 있었는지 불안했지만, 그런 걱정을 할 필요는 없었던 것 같다.
「후후, 당신의 이야기도 꽤 재밌었어요.
실제로 내뱉는 말만으로는 그럴지도 모릅니다만, 마음속에서는 감정을 담아 필사적으로 말하고 있는 것이 들렸어요.」
어쩐지 그거 무지 부끄럽습니다만…….
뜨겁게 말한 후에, 냉정하게 되서 다시 생각해보니 상당히 꺄악꺄악거리며 떠들고 있었던 것 같다.
뭐, 이런 취미로 이야기를 주고받을 수 있는 상대는 지금까지 없었으니까.
내게 있어서도, 사토리와의 만남은 지금까지의 인생 중에서 최고의 행운이었다고 생각해.
고마워.
「……그러니까 그런 부끄러운 생각은 그만둬 주세요.」
하하하, 이 부끄럼쟁이가!
사토리에게 둔하다고 평가받은 나라도, 이렇게 제대로 대화가 가능하다면 상대의 기분도 평범하게 알 수 있다.
조금 전의 대화에서의 반응을 보자니, 사토리는 호의적인 반응에 약한 것 같다.
호의적인 반응에 어째서 동요할 필요가 있는지 모르겠지만, 나는 딱히 노려서 말하는 게 아니다.
그냥 자연스럽게 대답했을 뿐이니, 그렇게 혼나봤자 곤란한걸.
부끄러워하는 사토리를 보며, 즐기고는 있습니다만!
「자신의 마음을 읽는 상대라니, 보통 기분 나쁘지 않나요?
당신의 원작의 지식에도 있듯이, 이 능력이 다른 요괴에게 기피당하는 원인이에요.」
응, 마음속을 보이면 곤란하다고는 생각하지만, 기피할 만큼 기분나쁘냐고 묻는다면 딱히 그렇지도 않다고 생각해.
그렇지만, 이건 분명 나에게만 한정된 이야기일 것이다.
예를 들면 연경의 남자가 이렇게 미소녀와 대면하면, 무의식중에 성적인 생각을 할 수도 있고.
실제, 내 지식에도「뿅가죽네」라던가 하는 욕망의 대상으로 표현되기도 하고 그런 방면의 창작물도 존재한다.
그런 욕망을 읽어내지면, 당연히 부끄럽다.
아니, 부끄럽다는건 그나마 나은 반응이겠지.
「그런 거에요.
거기다 읽혀지는 것은 일방적이라, 상대는 제가 마음을 읽어내고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는 모르니 바보취급 당하고 있다던가, 얕보이고 있다고 믿는 반응이 대부분이죠.」
그렇구나. 커뮤니케이션이라는 건 정말로 어려운거야.
「남일처럼 말하네요……그런 덜렁이 같은 천성이 있으니 저와 대화할 수 있는 거겠지만.
당신의 마음은 남성이나 여성, 어느 쪽으로도 기울지 않았어요. 매우 중립적인 균형을 유지하고 있죠. 아마 전생이 어떠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만……」
예를 들면, 전생의 내가 남자였고, 그것을 지금의 여성이 상쇄했다는 건가?
그건 나도 몇 번인가 생각해본 적이 있지만, 생각해도 대답은 나오지 않는데다 생각해봤자 딱히 의미도 없다고 생각해서 길게 이어지지 않는 의문이었다.
일단, 성적인 눈으로 사토리를 봐버리면 어떻게 할지 고민하지 않는 것만 해도 안심되니까 괜찮다.
「……뭐, 저로서도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되니까 고맙습니다만.
덧붙여서 성별은 마음의 소리에도 영향을 줍니다만. 당신의 그 중립적인 목소리는, 높지도 않고 낮지도 않게 울려 퍼지므로, 침착한 느낌이라 꽤 좋아요.」
우왓! 꽤 스트레이트하게 말하는구나.
응, 뭐……그, 그렇네.
좋다던가 싫다던가 남에게 들은 건 오랜만인데…….
「당신도 꽤 부끄럼쟁이군요.」
히죽거리는 느낌의 미소를 띄우며 게슴츠레한 눈으로 나를 보는 사도링(역사 : 사토리의 사디스트 성격을 비꼰 별명.)
우웃……조금 전의 복수를 당한 느낌이야.
부끄러워서 머리가 어질어질하다.
……어? 뭐랄까 진짜로 어질어질하다.
「이건……」
갑작스레 머리가 어지러워져 침대에 쓰러진 나의 이마에 사토리의 손이 살짝 닿았다.
작은 손이구나. 거기다 차갑다.
그치만, 알고 있니?
손이 차가운 사람은 마음이 따뜻하다고 해.
그럼, 수행을 너무해서 손이 바위같이 되어버린 내 마음은 어떨 까나.
「이런 상태로, 잘도 그런 생각을 할 수 있네요.
……어쨌든, 상당한 열이에요. 상처로 균이 들어갔을지도 모릅니다. 좀 들떠서 너무 많이 이야기해버렸군요.」
그러고 보니 나 진짜로 중상이던가.
오니와 사투를 펼쳐 반쯤 죽었는데, 응급처치만 하고 조금 잔 정도로 상태가 좋아질 리가 없다.
아니, 오히려 악화된 거 아닙니까?
사토리와의 대화가 너무 즐거워서, 내 일인데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일단, 영광으로 받아들이겠어요.
당신이 눈을 뜨기 전에, 제 애완동물……아, 설명할 필요도 없겠죠. 린을 지상에 심부름을 보내놨습니다. 아마, 오늘 안에 마중이 오겠죠.」
아……항상 미안했어…….
「그건 말하지 않기로 했잖아요, 아버지-라니, 이 대화에 무슨 의미가 있나요?
내가 밖의 세계의 지식을 잘 모른다고는 해도, 일부러 마음을 읽혀서 놀리는 건 그만둬주세요. 그럴 여유가 있다면, 지상에서 마중 나올 때까지 죽지 않게 조심하기나 해요.」
사, 상당히 무서운 말을 하는구나.
그치만 사실, 유우기와의 싸움에서는 정말로 죽음을 각오했었고, 그런 전투를 끝낸 몸으로 방심은 할 수 없으려나.
그럼, 조금이라도 체력을 보존하기 위해 자겠습니다.
잠든 채 죽어버리는 거 아닐까 하는 불안은 있지만, 다시 의식이 어지러워졌고.
무서우니까, 잠들 때까지 손을 잡아줘요 마망(ママン).
「알겠어요. 자」
…………진짜로?
농담이었는데, 사토리는 시원스럽게 나의 손을 잡아 주었다.
「농담이었어도, 불안한건 본심이죠?」
으, 으응…….
마음 읽을 수 있으니까 눈속임도 효과 없구나.
어쩐지 그게 부끄럽기도 하고, 고맙기도 한. 복잡한 기분이다.
상처 때문인지 무기력해진 것은 확실하지만, 이렇게 나약한 말은 그다지 한 기억이 없다.
옛날부터 안면을 터온 유카리를 상대로도 거의 말한 적 없고.
사토리와의 대화가 너무 익숙해져서 , 무심코 말해버린 것 같다.
「별로 상관없어요, 손잡는 것 정도는.」
딱딱한 말투가, 오히려 기분 좋다.
그러면, 호의를 받아들여볼까.
그럼 이만 잘게.
고마워──.
◆
「정말로, 덜렁이.」
잠에 빠진 선대를 내려다보며, 사토리는 기막힌 듯 중얼거렸다.
그녀의 마음을 처음으로 들여다보려고 했을 때, 그 안쪽이 상상을 초월할 것이라 각오하고 있었다.
그리고, 실제로 어느 의미 그것은 들어 맞았다.
강력한 오니. 게다가 그 중에서도 초특급의 거물을 상대로 싸워서 이긴 인간은, 겉모습만 봤을 때는 상상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순박이에 덜렁이였던 것이다.
특이한 전생의 지식 이상으로, 그 사실이 사토리를 제일 놀래켰다.
지금도 이렇게, 기피당하는 요괴의 손을 붙잡고, 어딘지도 모르는 장소에서, 죽기 적전의 상처를 입은 채 매우 편안한 얼굴로 자고 있다.
경계심이 적은 마음은 바람직하다.
특수한 태생 덕택인지, 사토리 요괴를 상대로 저렇게까지 호의적인 생각을 가져주는 것도 기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사토리에게 있어서 선대무녀는 단순히 인품만 따지고 사귀기 어려운 상대였다.
우선은 그 전투력.
두렵기도 하지만 동시에 든든하다고 생각한다.
그 호시구마 유우기에게 이겼을 정도의 힘이다. 적이라면 두렵지만, 아군이라면 실로 믿음직하다.
다음으로 보유한 지식.
미래예지에 가까운 이 세계의 지식에 더해, 바깥 세계에 관한 여러가지 정보는 실로 유익하다.
힘과 지혜.
이 둘을 함께 겸비한 인물을 아군으로 만들 수 있다면, 그 이상 든든할 리 없다.
사토리는 자신의 이러한 생각을 간사하다고 자각하고 있었다.
물론, 별로 엄청난 일을 꾸미고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런 야심은 사토리에게는 존재치 않는다.
약간의 타산이다.
그녀가 자신의 친구가 되어 준다면, 자신에게 부족한 것을 채워줄 수 있다.
선대에게 자신이 호의를 품고 있는 것은 틀림없지만, 그 호의에는 이런 것 또한 포함된다는 것뿐이다.
「뭐, 거짓말은 아니니까.」
자각하지 못한 채 비굴한 미소를 띄우며, 변명을 내뱉듯 중얼거린다.
그녀에게 들은 바깥 세계의 이야기는, 정말로 감동했고, 다음에 또 듣고 싶다.
그것을 말하는 그녀의 목소리도 좋아한다.
거기에 더해, 자신의 이익이 될 만한 힘을 갖고 있다.
그런 그녀와 우호관계를 맺고 싶은 것은, 특별히 이상하지도 불합리하지도 않다. 실로 단순한 결론이 아닌가.
다행히, 상대도 똑같이 호의를 품고 있다.
서로 불이익한 것 따위 그 무엇도 없는 관계다.
상대의 마음을 알기 위해, 이런 식으로 교류 중 이익을 먼저 생각해버리는 자신이 짜증스럽지만, 그것 또한 익숙해진 감정이었다.
이 능력과는 태어나서 지금까지 쭉 함께해왔으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요괴로서의 능력인 이상, 스스로 부정할 수는 없다.
이것이 미움 받는 요괴「코메이지 사토리」의 살아가는 방법이다.
「서로 악연이 되지는 말자구요, 알겠죠?」
사토리는 잠들은 선대의 얼굴을 살며시 어루만졌다.
깊게 잠든 것을 확인하고, 맞잡은 손을 상냥하게 푼다.
우호관계가 필요한 이상, 그녀의 간호는 빈틈없이 실시할 셈이다.
우선은 해열용의 얼음주머니와 약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고는, 방을 나섰다.
하는 김에, 다른 방으로 가있는 치르노와 오쿠가 다시 소동이라도 일으키지 않을까 걱정된다.
다양한 생각을 하며, 이렇게 고민하는 것이 묘하게 즐겁다는 것을 깨달았다.
가족이나 일 때문에 골머리를 앓는 일은 많았지만, 그런 때와의 불안감과는 완전히 정반대였다.
이건 오랜만에 접한 밝고 가벼운 마음 탓일까?
그렇게 신선한 기분으로 복도를 걷는 도중에, 귀에 익은 마음의 목소리가 당황해서 가까워지는 것을 눈치챘다.
「린?」
다가오던 자의 정체를 눈치챈 순간, 모퉁이에서 검은 고양이가 튀어 나왔다.
린이 고양이로 변해있을 때의 모습이다.
「심부름은 끝낸 건가요. 꽤 빨리──」
털은 삐쳐있고 사고는 혼란에 빠져, 그야말로 전력 질주를 한 직후의 린을 보며, 보다 깊게 마음을 읽고, 그 자리에서 얼어붙었다.
린의 마음의 목소리는, 지령전에 울리는 긴급경보와 동일했다.
─야쿠모 유카리와 카자미 유카라는 지상에서 온 요괴 둘이, 현재 지령전의 입구에서 호시구마 유우기와 노려보고 있었다.
◆
「멀고 먼 지상에서 용케도 왔군. 지상과의 왕래에 대한 결정은, 이 때 해둬야겠는걸. 환영하지.」
유우기는 호쾌하게 웃으며, 두 명의 내방자를 마중했다.
「조약을 바꿀 생각은 없어요. 코메이지 사토리에게서 소환장을 받았으므로, 지상의 관리자로서 특례로 들어왔을 뿐. 옆에 있는 요괴는 모르겠지만」
유카리는 부드러운 어조로 답했다.
「지상이나 지저를 드나드는 허가 따위 나한테는 중요하지 않아. 이곳에 온 이유는 단순한 이유일 뿐.」
유카는 송곳니를 드러내며, 장해물이 될 가능성이 있는 자 모두를 위협했다.
지령전의 입구에서, 환상향 모두를 포함해도 톱 클래스에 위치하는 요괴들이 대치하고 있다.
세 명 모두 웃는 얼굴인데도, 그 앞에 서면 그대로 즉사할 것만 같은 기세를 뿜어내고 있었다.
지령전은 옛 지옥의 중심에 위치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이미 주변에 요괴나 생물 따위는 존재치 않았다.
모두가 본능적으로 위기를 느끼고 도망간 것이다.
「이 저택에 선대무녀가 있다는 건 알고 있어. 데려와」
「호오, 데려오면 어쩔 거지?」
「네게 이야기할 필요는 없어」
「하핫, 꽤 기세등등한걸.」
살기를 내뿜는 유카에 비해 유우기는 느긋한 어조로 답했다.
그러나, 마치 우뚝 선 산 같은 부동의 태도는, 그녀의 말을 거절한다는 것을 내보이고 있었다.
「그런 상태로 나와 싸울 수 있다고 생각해?」
상처투성이의 유우기를 가리키며, 위협하듯이 말한다.
유우기와 선대의 싸움을 보고 있던 유카는, 그 데미지가 얼마나 심각한지 알고 있었다.
부어 오른 얼굴과 너덜너덜한 이빨. 몸에 붕대를 감았을 뿐인 치료로는 숨기지 못할 상처와 분쇄당한 오른팔로는 잔을 드는 것조차 할 수 없다.
마지막 순간만은 유카도 지켜보지 못했지만, 가슴에 뚫린 구멍은 당연히 낫지 않았다.
선대무녀와의 싸움에서 패배한 유우기는 치명적인 데미지와 피로가 남아 있다.
「그래, 내 상태는 지금 최고조라구. 이 상처는 ■■■와의 우정의 증거다. 지금의 나라면 한계정도는 가볍게 돌파 할 수 있어. 시험해 볼래?」
유우기는 허풍도 뭣도 아닌, 자신감을 갖고 진심으로 대답했다.
어리석은 허세라는 것을 알면서도, 그 싸움을 봤기에 부정하지 못하고 혀를 찬 뒤 입을 다무는 유카의 옆에 서있던 유카리가 유우기가 입에 올린 이름에 반응했다.
「어째서, 당신이 선대의 이름을 알고 있는 걸까?」
「어이쿠, 그러고 보니 이 이름을 알고 있는 녀석은 적다고 했던가.
그녀석도 참 과분한 것을 줬는걸. 공짜로 들려줄 수 있을 정도로, 싸게 얻은게 아니라서 말이야」
「얻었다고……? 그녀가, 당신에게 직접 알려줬다는 거야?」
「후후후, 좋은걸, 너, 조금 전처럼 내숭떠는 말투보다 훨씬 매력적이야」
무의식중에 진심 섞인 분노가, 유카리의 말에 드러나고 있었다.
위압적인 유카의 그것과는 다른 유카리의 조용한 살기를 피부로 느끼며, 유우기는 기쁜 듯이 미소 지었다.
삼자 사이의 긴장된 공기는, 지금 절정을 맞이하려 하고 있었다.
생각할 수 있는 최악의 편성으로, 주위가 난장판이 될 것이 분명한 사투가 시작되려 하고 있다.
「거기까지로 해주실 수 있겠습니까. 아무리 소란스러운 지저라도, 오늘은 이제 충분해요」
지령전의 문이 열리고, 일촉즉발의 상황에 한 목소리가 끼어들었다.
사토리였다.
곁에는 투쟁의 공기에 긴장한 표정의 오쿠와 유카를 보고 놀란 얼굴을 하는 치르노를 동반하고 있었다.
사토리가 서로 적의를 불태우는 세 명에게 다가가는 것보다도 빨리, 치르노가 달리기 시작했다.
「저기, 너 유카 맞지」
「……그래, 직접 만나는 건 처음이구나.」
한 번, 폭탄용의 분신을 만들어 내 치르노와 마주했었던 유카는 지금 다시 한 번 얼굴을 맞대고 있었다.
서로 선대무녀라는 인간을 접점으로 알게 된 관계다.
유카는 요정을 얕보고 있고, 치르노는 눈앞의 요괴를 심술궂은 녀석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그러나, 그 두 명은 잠시 시선을 교환하고는, 서로 작게 웃었다.
「선대와 저기 오니와의 싸움, 끝까지 지켜봤겠지?」
「응, 스승이 이겼어!」
「그야 당연하지.」
「……정말로 당연하다는 듯이 말하는구나.」
두 명의 갑작스런 웃음에 꽤 놀란 듯 유우기가 쓴웃음을 띄웠다.
거기에 이어, 유카리도 평상시의 냉정함을 되찾았다.
그나마 이야기가 통할법한 지령전의 주인이 등장함에 따라 이성적인 사고가 가동하기 시작했다.
능력에 대처하기 위해 자신의 경계를 조작한 뒤, 태연한 얼굴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오랜만이야, 코메이지 사토리. 이렇게 얼굴을 맞대는 일은 원래 있어선 안 되지만 말이지.」
「마지막으로 만난 건 지상과 지저의 사이에 결계를 칠 때던가요. 또 귀찮은 일을 넘겨주는군요.」
「그건 선대에게 준 서신이야기일까? 아니면 선대 그 자체?」
「둘 다에요.
그러나, 당신이 직접 온다고는 예상외였습니다. 하쿠레이의 무녀에게 그녀의 마중을 부탁할 생각이었습니다만」
「선대의 상태가 꽤 안 좋다고 들어서 말이지.」
─그건 지금 알았을 텐데.
태연하게 대답하는 유카리의 음흉한 미소에 대한 불평을, 사토리는 마음속에 묻었다.
떨고 있던 린의 마음에서 읽어낸 것이지만, 정보를 얻기 위해 상당히 협박당했다.
게다가, 하쿠레이의 무녀에게는 전하지 않은 것 같다.
유카리는 독자적으로 이 장소에 온 것이 된다.
「잘 알고 있는 것 같네요」
「그럼, 꽤 오래된 친구니까 말이지.」
「선대무녀는 현재, 지령전의 안에서 안정을 취하기 위해 자고 있습니다.
상태에 관해서는, 조금씩 악화되고 있어요. 빨리 지상으로 돌려보내서, 제대로 치료를 하는 것이 좋을 테죠.」
「……중상이야?」
「한 번, 눈은 떴습니다. 대화도 했습니다만, 제대로 대답도 했었구요.
그러나, 역시 상처가 심해요. 특히 양다리는 위험할지도 모릅니다. 뭐, 오니의 오의를 맞았다고 하니 어쩔 수 없습니다만.」
이야기를 하며 유카리의 표점이 점점 딱딱해지고 있다는 것을 눈치 채고, 사토리는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유우기에게 돌렸다. 유카리 자신은 알지 못하겠지만, 살기와 비슷한 기세가 흘러넘치고 있다.
전투에 소질이 없는 사토리로선 바람직한 전개가 아니다.
오쿠는 사토리의 뒤에 숨어서 떨고 있다.
덤으로, 불안한 듯한 얼굴의 치르노의 옆에서 살기와 적의를 흩뿌리는 유카의 존재도 압도적이었다.
「인간을 상대로 오의라니, 장난이라고 생각하기엔 너무하지 않아?」
「네가 그 무녀와 어떤 관계인지는 모르겠다만……그만두어 주지 않겠나 , 저 녀석을 얕보는 것 같은 대사는.」
유카리의 야유를 받은 유우기는 이제까지의 느긋한 태도와는 달리 분노를 드러냈다.
「내가 사력을 다하기에 손색이 없는 인간이었어.
다른 녀석들과 하는 승부놀이 같은 게 아냐. 모든 힘을 쓰고서도, 나는 졌지. 어떤 결과가 남는다 한들, 후회 같은 건 하지 않아.」
「제멋대로인 말이네. 오니의 도리에 굳이 인간을 억지로 어울리게 할 필요가 있는 걸까?」
「없지. 그래서 오니는 인간을 포기했고, 인간에게 포기당했다.
하지만, 그 녀석은 그런 오니의 제멋대로인 도리에 전력으로 맞서 줬어. 나를 탓할 수 있는 건, 그 녀석뿐이야. 네가 뭐라 말할 권리는 없어.」
사토리는 유우기가 싸울 마음을 먹는 것을 읽어내고 속으로 당황했다.
냉철하고 이성적인 유카리와 대부분의 사건, 사고에 대해 너그러운 유우기가, 서로 이렇게까지 한 명의 인간에게 정을 품고 있을 거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사토리의 오산이다.
「싸움이라면 다음에 해」
지령전 그 자체를 붕괴시킬지도 모를 전투를 말린 것은, 의외로 싸움에 껴들 가능성이 높은 유카였다.
조금 전부터 일촉즉발의 연속이다. 지금 당장이라도 폭발할 것만 같은 공기가 이어지고 있다.
「이야기를 복잡하게 만들지 마. 그 바보를 빨리 데리고 돌아가면 끝이잖아」
말투는 난폭했지만, 유카는 선대의 상태를 걱정하고 있는 듯이 보였다.
혼자서만 묘하게 상쾌한 얼굴을 하고 있다.
그러나, 겉으로 보이는 그 모습이 아닌 마음을 본 사토리는 속으로 식은땀을 흘렸다.
이건, 정말이지─ 비뚤어진 호의다.
아니, 요괴답다고 납득해야 할까.
어느 쪽이 됐건, 이 카자미 유카라는 요괴도 선대를 신경 쓰고 있다는 사실에 주춤했다.
집의 문 앞에서 이런 세기말 같은 풍경이 펼쳐지고 있는 이유가, 단 한 명의 인간 때문인 것이다.
「……그렇네. 이렇게 얼굴을 맞대고 있어봤자 이득이 없어.」
「그런가」
다시 미소란 이름의 가면을 쓰는 유카리에게서 유우기는 흥미를 잃었는지 시선을 돌렸다.
틈새를 열어 선대가 자는 방과의 공간을 연결한다.
유카리는 사토리의 허가를 얻고 잠시 후, 선대를 침대 채로 이 장소로 이동시켰다.
「에……유카리, 인가?」
「좋은 아침. 간단한 심부름이었는데, 꽤 고생한 것 같네.」
사토리가「내 침대가……」라고 중얼거리고 있었지만, 유카리는 그를 무시하고 눈을 뜬 선대에게 미소 지었다.
지령전의 밖에서 잠이 깨니 주변에는 유카리를 시작으로 어쩌다 알게된 요괴들에게 둘러싸여 있는 상황.
선대는 드물게 동요해서, 상당히 당황하고 있었다.
「마중이 왔네요. 이만 작별해야 할 것 같아요.」
「……그런가」
사토리의 말을 듣고 상황을 파악한 선대는 안타깝다는 어조로 중얼거렸다.
「에……사토리님, 저 녀석들 돌아가는 거야?」
사토리가 끄덕이는 것을 보며, 오쿠는 조금 고민하다가, 선대의 뒤를 따라가는 치르노에게 달려갔다.
「기다려, 요정!」
「뭐야?」
「다음에 왔을 때엔, 사토리님이 얼마나 대단한지 가르쳐 주겠어!」
「헤헹, 그 때 이 몸은 스승에게 단련 받아서, 네 주인님보다 강해져 있을 거라구!」
「그럼, 나도 강해져서 사토리님을 지킬 거야!」
시비 거는 것만 같은 말을 주고받으며 서로 노려보던 두 명은 잠깐 입을 다물고 있다가, 조용하지만 강하게 서로를 감싸 안았다.
타인의 시점으로는 뭐가 뭔지 전혀 모르겠지만, 어쨌든 단단한 우정으로 맺어진 것 같다.
「아하핫, 멋진 장면을 봤는걸.
이쪽도, 이별을 아쉬워하는 건 정도껏하고, 이만 이별을 끝내기로 할까.」
미소를 지으며 둘을 지켜보던 선대의 옆에서, 유우기가 근방에 서있던 수레를 끌고 가져왔다.
「그건?」
「네게 주는 이별 선물이다.
모처럼, 오니퇴치를 했으니. 목이 필요 없다면 적어도 금은재화 정도는 가져가는게 어때?」
히죽하고 웃으며, 유우기는 수레에 실린 짐을 내보였다.
그것을 본 전원의 눈이 크게 뜨인다.
금은재화라는 표현은 전혀 과장되지 않았다.
상질의 금, 은괴들과 눈부실 정도의 광택을 내뿜는 보석, 장식물이 모두의 시선을 앗아간다. 내다팔면 그중 하나만 있어도 한몫을 챙기는 것쯤은 간단해보일 정도다.
그 외에도, 요괴의 눈으로도 고가라는 것이 느껴지는 비보나 유서 있는 명검등의 무기. 이미 없어졌다고 여겨지는 신물까지 널려 있다.
「집에서 적당하게 가져온 물건들이야. 뭐, 지옥에서는 이런건 그다지 가치가 없으니까 말야.」
「……이걸 모두 선대에게 건네줄 셈?」
「전부 갖고 싶다면. 좋을 대로 가져가라구!」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단언하는 유우기를 보며, 유카리는 이마를 부여잡았다.
바깥 세계의 기술과 같을 정도로, 환상향에 반입되면 곤란한 물건들뿐이다.
특히 신물 같은 것은, 그 이름에 알맞게 어떤 능력이나 효과를 품고 있으므로, 개인이 가지고 있을만한 재보가 아니다. 그에 적합한 장소에 봉인하거나 보관해야 하는 것이다.
그렇다 한들, 오니의 제의에 제삼자가 참견해버리면, 또 이야기가 복잡해 진다는 것을 숙지하고 있으므로, 유카리는 어쩔 수 없이 입을 다문 채 보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유카리의 걱정이 필요 없다는 듯, 대충 물건들을 둘러본 선대는 고개를 저었다.
「뭐야, 마음에 들지 않았나?」
「아니……」
단 하나만 있어도 인생 따위는 가볍게 바꾸는 것이 가능한 수많은 비보를 앞에 두고, 그것을 당연하다는 듯이 거절한다.
「갖고 싶은 것은……벌써, 잔뜩 있으니까」
선대는 충분하다는 듯, 미소지으며 답했다.
보는 사람의 가슴이 막힐 것만 같은 미소였다.
그 대답에 유우기는 마음속 깊이 감동하고, 유카리는 온화하게 미소 지었으며, 유카는 자신의 감정을 숨기듯 코웃음을 쳤다.
─단 한명. 선대가 지금 무슨 생각을 하는지 잘 알고 있는 사토리는, 기가 막히다는 듯 한숨을 내뱉었다.
「네네, 이 호야 빠돌이 같으니라구.」
작은 소리로 중얼거리며, 약하게 선대의 머리를 친다.
그 행동에 당황한 주변의 요괴들에게서 시선을 돌리며, 선대는 쑥스러운 듯이 미소로 답했다.
오직 두 명 사이에서만 통하는 이심전심.
「겉멋만 챙기지 말고, 준비한 요괴 생각도 하고 받아 두세요. 유우기씨, 이건 어떤가요?」
「……응? 아, 그건가. 그건 꽤 옛날에 요괴의 산을 방문한 어떤 할아버지에게 받은 거야.「먹어도 먹어도 줄지 않는 주먹밥」이다. 그렇지만, 그런 걸로……」
「가, 갖고 싶다!」
설명을 들은 선대가 눈빛을 바꾸며 달려들었다.
예상을 뛰어넘은 반응에, 사토리를 제외한 전원이 놀란다.
「이, 이런 걸로 괜찮아?」
「이게 좋다」
「으음……그런가. 뭐, 갖고 싶다면 뭐든지 괜찮지만」
대나무 잎에 싸인 주먹밥을 받은 선대는, 그것으로 힘이 다한 듯 침대에 쓰러진다.
호흡이 거칠어진 것은 열 때문만은 아니고, 흥분해서 그렇기도 했다.
선대가 이렇게까지 물건에 집착하는 모습은 한 번도 본 적 없다.
유카리는 석연치 않은 감정을 느끼며 선물을 가슴에 품은 채 누워있는 선대를 내려다 본 뒤, 그 후 의문이 담겨진 시선을 사토리에게 향했다.
두 명의 사이에 위화감이 느껴졌다.
뭐야, 그 허물없는 대화는?
생각을 읽을 수 있다 한들, 그 본성이나 내면까지 읽어낼 수 있을 리 없다.
뭔가 사건이 있었음이 틀림없다.
그「뭔가」때문에, 선대는 본디 침범당하지 않았을 영역까지 사토리에게 방심한 것이다.
의념은 경계로 바뀌고, 코메이지 사토리라는 요괴에 대한 평가를 고치게 되었다.
생각이상으로 방심이 불가능한 상대일지도 모른다.
대체 무엇에 대한 방심인지는 이해하지 못한 채, 유카리는 무의식중에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면 이별도 끝마쳤으니, 이제 지상으로 돌아가도록 하세요.」
사토리는 작은 목소리로 그렇게 말했다.
딱히 성가신 일을 해결할 작정은 아니지만, 그런 감정을 품고 있기도 하다.
세 명의 적의나 경계심이, 또다시 임계점에 이를지 모른다.
사토리도 선대와의 이별이 아쉽기는 했지만, 굳이 질질 끌 정도는 아니었다.
「기분이 내키면, 또 와주세요. 트러블만 없다면 환영할테니까.」
침대에 가로 놓인 선대에게, 가벼운 어조로 말한다.
강하게 바라지는 않는다. 굵고 짧게 한번 즐기는 정도가 딱 좋다.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또 오마」
선대도, 그런 사토리의 태도가 기쁜지, 흔쾌히 약속했다.
무의식중에 내민 손을 사토리가 붙잡아 한 번 서로 악수를 나눈 후, 끝까지 닿고 있던 검지를 아쉬워하며 떨어뜨린다.
그것이 마지막 이별인사가 되었다.
유카리가 지상으로 직결된 틈새를 만들어내서 그 안으로 선대가 천천히 옮겨지고 그 후 치르노와 유카가 들어간다.
마지막으로 남은 유카리는, 틈새에 발을 디디고는 잠시 그대로 뒤로 시선을 돌렸다.
그러나, 곧바로 시선을 앞으로 되돌리고는, 그대로 틈새 저편으로 사라졌다.
틈새도 그대로 사라지고, 지령전의 앞에는 지저의 주민만이 남겨졌다.
「우뉴……가버렸어.」
「친구가 됐구나, 그 요정과」
「……응. 사토리님, 또 만날 수 있을까?」
「글쎄, 힘들지 않으려나?」
「어이어이, 그렇게 무정하게 말하다니, 너무하잖아.」
아쉬운 듯 말하는 오쿠에게 상당히 딱딱한 말투로 대답하는 사토리의 말을 들은 유우기가 호쾌하게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또 만날 수 있을 거야. 틀림없어, 그 녀석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 녀석이니까」
「……그럴지도 모르겠네요.」
평소의 사토리라면 유우기의 근거 없는 말에 동의하지 않았을 것이 분명했지만, 그녀의 마음을 읽고는 무심코 납득해 버렸다.
과연, 선대가 그렇게 말했었구나.
확실히 가까운 미래에, 다시 지상에서 내방자가 올 것이다.
이 지령전에서 일어나는 소동을 해결하러.
「이 아이가 핵의 힘을, 헤에……」
「응, 왜그래? 사토리님」
「아니, 아무것도 아니야. 자, 안에 들어가죠.
유우기씨도, 조금 쉬고 가는게 어떤가요? 아직 상처가 낫지 않았죠?」
「아하, 역시 들켜버렸나. 정말로, 저 녀석은 강했어.」
「알고 있어요」
「너도 저 녀석에게 꽤 허물없이 대하고 있었구나. 의외인걸.
하핫, 전에 말했던「재미없는 녀석」이란 말은 취소하지 않으면 안 되겠는걸. 미안했다」
「별로 신경 쓰지 않아도 괜찮습니다만……사과? 그렇게까지 하지 않아도 괜찮아요」
「사양할 필요가 없다는 것도, 그 눈으로 알 수 있겠지? 옛 지옥에서 뭔가 신경 쓰이는 거라도 있다면 상담이라도 해줄게.」
「그렇다면 호의를 받도록 하죠. 안에서 조금 이야기 할 게 있어요─」
지령전에 유우기를 들이며, 사토리는 혼자서 조용히 안도하고 있었다.
한때는 큰일이라도 나는 거 아닌가 하고 걱정하고 있었지만, 다행히 옛 지옥 거리의 소동부터 시작해서 지금까지 이어진 문제가 간신히 정리되었다.
자신의 손에 남겨진 결과는 꽤 좋은 편이다.
선대무녀라는 친구를 얻었으며, 덕택에 단순한 우정 외에도 많은 이익을 얻었다.
이렇게, 유우기의 협력을 얻을 수 있게 된 것도 그중 하나다.
야쿠모 유카리에게 강요받은 난제도, 이것으로 비교적 해결하는 것이 쉬워진다.
머지않아 지령전에서 일어날 이변도 알 수 있었던 것처럼, 향후도 그녀라는 친구는 많은 도움을 자신에게 줄 것이다.
그렇게 자신에게 돌아올 이익을 기대하기도 했지만, 순수하게 다시 한 번 만나 이야기를 하고 싶기도 했다.
─정말로 좋은 친구를 얻을 수 있었군요.
─뭐, 그녀 자신은 꽤 고생할 것 같지만 말이죠.
사토리는 선대와 만날 수 있었던 인연에 감사하며, 동정했다.
단지 하나, 신경이 쓰이는 일이 있었다.
마지막에 이별할 때.
뒤돌아 본 유카리의 시선의 끝에 있던 것은, 우선 틀림없이 자신이었다.
마음을 읽는 것에 익숙해진 사토리에겐, 마음을 읽어낼 수 없는 유카리의 심정을 능숙하게 이해할 수 없었다.
그러니까 그 한순간 느껴진, 오싹한 느낌을 기분 탓이라고 생각했다.
그 때, 코메이지 사토리를 보는 야쿠모 유카리의 눈동자에 떠올라 있던 감정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