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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방선대록

東方先代録


원작 |

역자 | DanteSparda

한 달이나 갱신이 늦은 이유는 내가 니코동 폐인이라서다.
하지만 사과는 하지 않아!

그 14 「문화첩」


「──천하태평」

  쾌청한 하늘에서 지상을 내려다보며, 샤메이마루 아야는 중얼거렸다.

「──요풍순우」

  하려고 하면 환상향을 하루 종일 날아다닐 수 있는 날개를 가진 텐구 중에서도 일류의 「속도」를 가진 그녀였지만, 지금은 바람의 흐름에 몸을 맡기듯이 하늘을 헤엄치고 있다.
  잔잔한 바람에 몸을 맡기고, 온화한 녹색 빛을 뽐내는 지상을 보며 시간을 보낸다.
  말 그대로, 평화로운 하루의 참모습이었다.

​「​…​…​재​미​없​네​요​─​」​

  그러나 공교롭게도 그녀는 그런 평화를 즐길만한 순수한 심성을 가지진 않았다.
  머리카락을 느긋한 손동작으로 쓸어 올리며 아래 펼쳐진 경치를 근심 가득한 눈으로 노려보고 있다.

「그 「춘설이변」이후로 전혀 화제가 없네요…… 아아, 저는 어째서 이런 불모한 일을 하고 있는 걸까요?」

  한탄하며, 털썩 하고 고개를 떨궜다.

  ──환상향에 봄이 오지 않는 전대미문의 이변이 일어나고서 벌써 한 달 가까이 지났다.
  요괴의 산에 사는 까마귀 텐구들은 이번 이변을 누구 하나 빠짐없이 각각의 견해나 제멋대로 각색한 기사로 신문을 만들어 넓게 배포했다.
  아야의 「붕붕마루」는 그중에서도 천성의 스피드로 재빠르게 긁어모은 정보를 사용, 빠르게 기사를 써내는데다가 정확성도 있어 특히나 인기가 높았다.

  확실히 특종이었다.
  그러나, 이변이 해결된 후부터는 평화 그 자체.
  그때의 임팩트를 뛰어넘을 기사가 그렇게 빨리 발견될 리도 없다.

  신문의 기사 거리는 직접 찾자가 좌우명인 아야지만, 이렇게 먹이를 찾아다니는 하이에나처럼 환상향을 방황하는 자신의 모습에 허무함과 한심함을 느끼기 시작했다.

  세월아 네월아 하며 바람이 부는 대로 몸을 맡긴다.
  물론, 그렇게 마음이 편하지는 않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아야는 안개의 호수의 근처까지 와있었다.

「어라, 아야. 이런데서 뭐해?」

  멍한 표정으로 말을 건넨 자는 치르노였다.
  그녀가 다가오는 것은 눈치채기 쉽다. 주변의 온도가 내려가기 때문이다.
  이 소란스러운 얼음 요정과의 만남을 반쯤 기대하고 이곳에 방문한 아야는, 이미 익숙해진 표정을 가장하며 뒤돌아봤다.

「아야야, 치르노씨 아닙니까!  우연이네요」

  치르노와 만나서 기쁘다는 표정을 짓는다.

  적어도 겉으로는.

  요괴 중에서도 강력한 부류에 들어가는 텐구라는 종족은 「강자에게는 약하게, 약자에게는 강하게」라는 성질이 있다.
  아무리 규격외의 힘을 갖고 있다고는 해도, 요정인 치르노를 아야가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지는 명백하다.
  정중한 말투는 상대를 농락하기 위한 수단에 불과하다.

  가끔씩 엉뚱한 말썽을 일으키는 치르노의 존재는 아야에게 있어 신문을 채워주는 재료 중 하나다.
  겉만이라도 친하게 지내고 싶을 정도의 이익은 있다.

「아야는 또 취재?」
「예, 이게 일이니까요」
「그렇구나─, 그렇지만 오늘은 전에 했던 「인터뷰─」였나 뭔가 했던 건 못해. 오늘은 볼일이 있거든」
「아야야, 그건 유감이네요」

  아야는 과장된 몸짓으로 실망했다.

  전에 있던 「춘설이변」에 대해, 추위에 관계된 인물로서 치르노를 취재한 적이 있다.
  당연히 이변의 주모자는 완전히 따로 있었고, 아야도 그 시점에서 이변의 전모는 파악하고 있었지만, 신문지를 장식할 요소로서 하는 김에 덤으로 취재한 것이다.
  머릿속이 단순한 요정을 치켜세우고 생각대로 행동하게 하는 것 따위, 처세술에 뛰어난 아야에게는 간단한 일이었다.

  이번에도, 원래부터 기대하지 않았던 취재를 거절당했다는 것은 바로 머릿속에서 지워졌다. 지금은 오히려 치르노가 말하는 「볼일」에 구미가 당긴다. 물론, 겉으로는 드러나지 않지만.

「그래서, 치르노씨. 볼일이란 건 뭔가요?」
「스승을 만나러 마을에 갈 거야!」
「호오, 스승인가요」

  낮선 단어에 특종의 냄새를 느끼면서도, 온화한 말투를 무너뜨리지 않는 아야.
  그러나, 속으로는 승리의 포즈를 취하고 있다.
  최악이어도 시간 때울 거리는 될 만한, 좋은 기사 거리가 넝쿨 채 굴러들어왔다고 기뻐하고 있었다.

「치르노씨의 스승이라니, 도대체 누구시죠?」
「스승은 스승이야」
「하핫, 그런가요. 그럼 뭔가 배우는 거라도 있으신 건가요?」

  멍청한 요정을 상대로 대화하며 속으로는 화를 냈지만, 효율적으로 정보를 얻기 위해 정중한 말투로 다음 말을 재촉한다.
  만나기 위해 마을로 간다는 것을 보아, 그 정체는 인간일 것이다.
  요정에게 「스승」이라고 불릴만한 인간이 누굴지, 상상조차 가지 않지만, 그렇게 큰 화제는 아닐 것 같다, 라며 아야는 조금 낙담했다.
  인간과 요정. 과연 스케일이 작은 조합이다.
  이래서야 그 이변을 넘을만한 임팩트는 부족할 것이다.
  내용에 따라서, 이대로 적당히 잡담을 주고받은 뒤 다른 곳으로 이동하는 편이 좋을지도, 라고. 잠시 동안 생각한 아야는 치르노에게 다시 질문을 건넸다.

「그래서, 치르노씨의 스승님의 이름은 뭔가요?」
「……어?  그러고 보니, 이 몸 스승의 이름 몰라」

  얼마나 바보인건가요. 이래서 요정은 지친다구요.
  속으로 악담을 퍼붓는다.

「모두에게 「선대」라고 불리고 있으니까」
「그렇군요, 마을에서 「선대」라고 하면, 하쿠레이의 선대무녀 밖에──」

  말하던 중, 아야가 갑자기 한 번 크게 뿜더니 경악성을 내뱉는다.

「우왓, 더러워!?」
​「​서​서​서​서​서​서​선​대​무​녀​!​?​  치르노씨의 스승님이, 그 ​선​대​무​녀​인​가​요​!​!​?​」​

  아야는 노골적으로 당황하며 치르노에게 바싹 달라붙었다.
  
「잠……어떻게 된 건가요!?  어느새 그 사람과 접점을 가진 거죠!?」
「와앗, ​침​착​하​라​고​.​「​접​점​」​이​ 뭐야?」
「어디에서 알게 된 건가, 라는 말이에요!  치르노씨가 선대무녀와 사제관계라니, 그런 말 ​금​시​초​문​인​데​요​!​?​」​
「으음─ 그러니까, 처음 만났을 때가…… 겨울이 되기 전에 스승과 지저에 갔었어. 거기서 이 몸의 스승이 되어 줬어」
「지, 지저……」

  잔뜩 여유부리던 표정이 완전하게 무너진 아야는 치르노가 말하는 충격적인 사실들에 농락 당하고 있었다.

  지저가 봉인당한 요괴들의 세계라는 것은, 일부의 요괴 밖에 모르는 사실이다.
  오랜 세월 출입이 금지되어 왔던 그곳에, 인간과 요정이 방문했다는 것 자체가 대사건인데, 그 인간이 여러 의미로 유명한 선대무녀란다
  이변에 필적할 정도의 특종이다.
  그도 그럴 것이, 너무나 가까운 곳에 있던 특종을 지금까지 놓쳤다는 것에 반쯤 정신줄을 놓을뻔 했지만, 아야는 바로 자신을 다잡았다.

  이 찬스를 놓칠 수는 없다.
  헛기침을 한 뒤. 머리를 침착하게 만든다.

「그럼, 그—…… 치르노씨. 저도 치르노씨와 함께 마을에 가도 괜찮을까요?」
「응?  아, 응. 상관없어. 아야도 스승을 만나고 싶은 거야?」
「예. 선대무녀는 요괴들 사이에선 매우 유명한 분이에요. 모르셨나요?」
「스승이 엄청 강하다는 건 알고 있는데……」
「그래요. 강해서 유명한 거랍니다. 저희들 텐구들에게도 화제 거리인 사람이에요」
「그렇구나. 역시 이 몸의 스승. 오니만이 아니라 텐구보다도 최강이야!」
「……지지지지금, 「오니」라고 ​말​씀​하​신​건​가​요​─​─​─​!​?​」​
「우왓!?  정말이지, 아까 전부터 왜 그러는 거야……?」

  아야는 동요와 함께 이제까지 느껴본 적 업는 흥분에 휩싸였다.
  가벼운 기사 거리 찾기로부터 시작된 치르노와의 잡담이, 잇달아 특종을 낳는다.
  신문을 만들기 위해 변덕과 장난으로 쌓아왔던 치르노와의 친분을 이어온 것을 마음 속 깊이 감사했다.
  지금 당장이라도 날뛰고 싶은 기분을 억누르며 치르노에게 동행을 허락받은 아야는 속으로 강하게 주먹을 치켜들고 있었다.
  지금은 기쁨에 절정에 달해있던 아야. 하지만 아야는 이 행동이 어떤 결과를 낳을지, 아직 몰랐다.







「──그렇게 돼서 저도 선대의 댁에 들른 거에요」

  그렇게 말하며, 샤메이마루 아야는 나를 보며 생긋 웃었다.
  뭐라고 할까, 무지 알기 쉬운 영업 스마일이란 느낌이다. 왠지 손 비비고 있고.
  상대에게 아첨하기 위해 본심을 숨기고, 게다가 그게 너무 뻔해서 반대로 무례함마저 느껴지는 말투였다.

  응, 요즘 대화는커녕 왠지 만날 기회조차 없었지만, 텐구는 인간을 대충 이런 느낌으로 대했었지.
  인간을 얕보는 건 강자인 요괴로서 같지만, 겉만이라도 가족 대하듯이 가장한다고나 할까.
  불쾌하게 느끼거나 화를 내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저요?  제 경우는── 완전 괜찮습니다!

  뭐, 강한 요괴 대부분에게 들어맞는 말이지만, 대부분 인간의 모습을 하고 있고, 게다가 말 그대로 인외의 미모를 가진 소녀가 대부분이니까, 그런 태도나 대응을 받아도 아무래도 좋아진다.

  이야─, 미인은 좋겠네. 뭐든지 그림이 되니까.

  이 샤메이마루 아야도 그렇다.
  아니, 대표적이라고 해도 좋다.
  내가 아는 한, 2차 창작에서도 그런 이미지가 강한 캐릭터였으니까. 원작은 노코멘트.
  그리고, 실제로 만나보니 그 이미지가 정확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샤메이마루 아야와 마지막으로 만난 건 떠올려보면 상당히 옛날 일이었지만, 그때 내게 관심을 가진 이유는 「지금까지와는 다른 이색적인 하쿠레이의 무녀」라는 신문의 기사 거리로서 재미로 그런 것이었다.
  명백한 타산적인 관계라고는 해도, 아는 요괴들 중에서는 비교적 원만한 관계였다.
  그 만큼, 마음의 거리는 상당히 떨어져 있지만.

  샤메이마루 아야 뿐만이 아니라, 텐구라는 종족 전체가, 나와 상당히 거리를 벌리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 원인은, 아마 내가 옛날에 요괴의 산에 갔을 때의 사건일 것이다.

  ──그때의 사정이나 과정을 생략하고 간단하게 말하자면, 텐구들의 보스를 패버렸다.

  그때 샤메이마루와 한 번 싸우기도 했고, 그 사건 이후 요괴들 사이에 내 얼굴도 널리 알려졌으니, 우선 틀림없다.
  그러니까, 나는 이따금 보는 텐구의 신문에 화제로서 다뤄지는 일이 거의 없다.
  춘설이변 때도 그랬지만, 이변은 호외로 넓게 퍼뜨리는 주제에…… 조금 외롭다.
  그래서 샤메이마루가 내 진료소를 방문해 상당히 놀라고 말았다.

「뭔가 볼일이라도 있나?」
「아야야, 그렇게 무서운 표정 짓지 말아주세요. 무섭다구요. 아아, 무서워라」

  미안, 이 무뚝뚝한 얼굴은 기본 사양이다.
  최근에는 이 표정에 익숙한 상대가 많았으니까, 샤메이마루 같은 반응도 오랜만이었다.
  역시 나는 무의식적으로 상대에게 압박감을 주는 얼굴을 하고 있는 걸까.

  ……그런데, 샤메이마루는 왜 저렇게 히죽거리는 것 같은 미소를 짓고 있는 걸까?

「그렇게 경계하지 마세요, 저는 아무것도 하지 않을 거니까요.
  그저, 조금 흥미로운 것뿐이에요. 언제 다리가「그렇게」 되어버린 건지, 그 과정이 신경 쓰여서 말이죠. 아야야, 정말로 좋은 기사 거리가 될 것 같지 않나요」

  아, 움직이지 못하게 된 다리 말인가!

  어쩐지 뒷북치는 느낌이지만, 그러고 보니 다리가 이렇게 된 이유를 알고 있는 사람 적구나. 옆집 이웃이라던가, 내가 다쳤다는 걸 알고있을 뿐 자세히 불어보지는 않고 말이지.
  은퇴한 하쿠레이의 무녀 이야기는 딱히 흥미를 가지지 않을 거라고 생각해서 신경 쓰지 않았지만, 텐구의 신문에도 내 다리 이야기 전혀 실리지 않았고 말이지.
  샤메이마루가 지금 와서 다리의 부상에 대한 것을 취재하러 올 거라고는 생각 못했다.

  그리고, 호기심을 가지는 건 이해하겠는데 왜 그렇게 악의 가득한 표정이야?
  경계할 생각은 없지만, 그 표정이 오히려 상대를 도발하는 것 같다.
  그런 악녀얼굴조차, 원판이 샤메이마루라면 한 폭의 그림이지만.
  응, 동방 캐릭터의 얼굴은 아무리 봐도 질리지 않는구나.

  조금 전에 말한 대로, 샤메이마루와 만나는 것은 수년만. 게다가 이렇게 제대로 얼굴을 마주하는 건 처음이다.
  나는 신선한 기분으로 상대의 일거수일투족을 주목하고 있었다.
  무의식적으로 평소보다 더욱 말수가 적어진다.

「응?  상심하셨나요?
  죄송해요, 진실을 알고 싶어 하는 건 신문기자로서의 버릇 같은 거라서요──」
「여전히 약자를 상대로는 상당히 강하게 나오네. 텐구」

  목소리도 예쁘고, 발음도 좋구나~ 하며 지금 상황과 전혀 상관없는 일에 생각이 딴 곳으로 새있자니, 갑자기 한 목소리가 끼어들었다.
  틈새에서 나타난 유카리였다.

「아야야, 그 야쿠모 유카리가 직접에 행차하신건가요. 여전히 끼어들기 좋아하시네요. 그럼 오늘은 그런 종족을 넘어선 두 분의 관계도 자세하게 취재하고 싶습니다만!」
「본디 요괴란 세월을 보낼 만큼 품격이 생겨야하는데, 너는 반대네. 예전과 비교해 꽤 품위가 사라져버렸어」
「하쿠레이의 무녀 따위, 인간이 만든 단순한 관직── 그 영역에서 벗어난 건 당신들 아닌가요. 그냥 길바닥에 널려있을 돌멩이일 뿐이라면, 저도 관심 없어요」
「그 돌에 걸려서 성대하게 구른 건 어디의 누구려나? 한 번 더 아픈 꼴을 보기 전에 물러나」
「그렇기에야말로, 지금 기세등등하게 나오고 있는 거에요. 저기, 선대?  얼쩡거리는 벌레가 귀찮으면 쫒아버리면 되지 않나요. 지금의 당신이 할 수 있다면 말이죠, 예?」

  왠지 묘하게 위가 아파지는 적의와 악의가 뒤섞인 둘의 대화를 듣고 있던 나는, 갑작스레 내게 말을 건네서 당황하고 말았다.
  아, 미안. 듣고 있었어. 이야기 듣고 있었다구요?
  ……그렇지만, 솔직히 표현이 너무 은유적이어서 대화의 내용을 요만큼도 이해할 수 없다.

  우선, 유카리와 샤메이마루가 서로를 환영하지 않는다는 건 알겠지만, 나로서는 그 이유를 알 수 없었다.
  응, 아무래도 내가 둘이 싸우는 원인인 것 같으니, 여기는 말리는 편이 나으려나.

「샤메이마루. 내 다리가 이렇게 된 이유를 알고 싶다면 알려줘도 괜찮다만」
「오오, 역시 선대!  말이 통하네요」
「선대」

  유카리의 경계심 섞인 시선을 마주하며, 나는 고개를 저었다.
  나를 배려해주고 있다는 건 알고 있지만, 딱히 거절할 필요가 있는 것도 아니다.
  샤메이마루도 물러날 것 같지 않고. 이대로 싸우기만 하면서, 시간만 보내봤자 성과가 없다.
  그리고, 오늘 나한테는 볼일이 있으니까 말이다.
  샤메이마루를 데려온 치르노가 아직도 저렇게 뻘쭘하게 있잖아.

「그렇지만, 나도 오늘은 치르노와 나갈 예정이었다만」
「흐음, 치르노씨와 오늘 만난 이유는 함께 갈 곳이 있어서라는 거군요?」
「그렇다」
「그렇군요. 그렇다면 다음에…… 라고 말하고 싶습니다만, 기왕 이렇게 된 거 저도 외출에 동행해도 괜찮을까요?」

  말투는 정중하지만, 뭔가 강요하는 것 같은 프레셔를 내뿜는 샤메이마루의 제안에, 유카리는 살그머니 입가를 부채로 숨겼다.

  아, 저거 엄청 화난 것 같은데.
  유카리는 가끔 감정이 격해지면 언제나 부채로 입가를 숨기는 버릇이 있다.
  또 아까 전처럼 말싸움이 시작되기 전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상관없다」
「오옷!  괜찮은 건가요, 역시 선대! 그릇이 크네요!!」

  어째선지 큰 몸동작으로 기뻐하는 샤메이마루.
  그렇게까지 기뻐할 필요가 있나?
  나는 딱히 마음대로 따라오던 어쩌던 상관없는데.
  뭔가 중요한 일을 하러 가는 것도 아니고, 오히려 놀러 나가는 거나 다름없으니 딱히 긴장할 필요도 하고.

  그저, 이번 외출에 협력해 줄 유카리의 동의도 필요했다.

「유카리, 괜찮겠지?」
「……그렇구나. 뭐, 별로 상관없겠네」

  유카리는 잠시 동안 굳은 표정으로 있다가, 시원스럽게 승낙했다.

  ……뭐랄까, 칙칙한 미소였다.

「저기—, 스승. 이야기 끝났어?  나, 빨리 가고 싶어!」

  치르노가 재촉하듯이 소매를 당긴다.
  그렇구나─. 솔직히 말해 왜 이렇게까지 시리어스한 전개가 된 건지는 모르겠지만, 나도 빨리 나가고 싶다.
  지금 갈 곳은 유카리의 협력이 없으면 쉽게는 갈 수 없는 곳이니까.

「그러면, 유카리. 부탁하마」
「그래, 알겠어.「약속」은 약속이니까」

  그렇게 말하고, 유카리는 게이트가 될 틈새를 열었다.
  이것이 목적지와 연결되어 있다.

「 「저쪽」에는 먼저 연락을 보내놨어. 여기로 들어가서, 나가면 바로 목적지야」
「호오, 틈새를 사용해서 가야할 정도라면 꽤 먼 곳인가 보네요」

  샤메이마루 아야가 신기하다는 듯이 틈새를 바라보며 자연스럽게 사진을 찍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이번에는 이동수단으로 사용하기는 해도, 유카리의 능력은 엄청 강하고 특별한 능력이잖아.
  뭐랄까, 이제 와서 말하기도 뭐하지만 엄청 황송한 기분이다.

「선대와 치르노씨가 함께 볼일이라니, 도대체 뭔가요?」
「가면 알거야」

  샤메이마루의 질문에, 유카리는 평소처럼 묘하게 수상한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그렇게 숨길만한 것도 아닌데 말이지.
  치르노의 손을 잡고, 틈새로 발을 디디며 내가 대신 대답했다.

「친구를 만나러 간다」
「이 몸은 라이벌을 만나러 가!」
「아야야, 그거 흥미롭네요」

  자연스럽게 샤메이마루도 치르노의 반대쪽 손을 잡으며 따라왔다.
  으음, 이 둘은 의외로 사이가 좋은 건가.
  좋구나, 역시 샤메이마루도 치르노의 순수함에는 호의를 품는다는 걸까.

  주변에 엄청난 수의 눈이 박혀있는 기분 나쁜 틈새의 안을 지나, 우리들은 몇 걸음 만에 바깥으로 나올 수 있었다.
  그곳은 이미 지상과는 다른 이세계였다.

「…………어?  여긴」

  옆에서 샤메이마루가 뭐라 중얼거리고 있지만, 공교롭게도 나는 틈새 앞에서 기다리고 있던 인물에게 정신을 빼앗기고 말았다.

  이야─, 「여기」에 오는 것도 몇 달 만이구나.
  그렇지만, 약속한 대로 다시 왔어.

「오랜만이군, 선대. 어서 와라!」

  우리들을 마중 나온 것은, 변함없이 대담하며 쾌활한 오니. 유우기.

「흥, 잘도 왔구나, 요정!」
「오오, 기다렸지 바보 까마귀!」

  이미 보고 있는 사람을 훈훈하게 하는 대화를 나누는 치르노와 우츠호.
  그리고──.

「어서 오세요. ……변함없이 머릿속이 떠들썩하네요. 재회를 기뻐하는 건 알겠으니까, 낮선 단어를 마구 내뱉는 건 그만둬주세요」

  마음의 친구라고 쓰고 「친우—」라고 읽는, 사토링이다.
  오랜만이야─!  내 마음을 읽으면 알거라고 생각하지만, 진심으로 다시 만나고 싶었어!

「알아요, 부끄럽네요」

  몇 달 만의 재회인데 그런 차가운 반응이라니…… 재미없네.
  차분하게 나를 환영하는 사토리와 재회한 기쁨을 느끼며, 나는 지령전에 왔다는 것을 실감했다.

「이번엔 딱히 말썽이 일어날 것 같지는 않네요. 그런데──」

  갑자기, 사토리가 게슴츠레한 눈으로 내 옆에 시선을 돌렸다.

  에, 뭐야?
  ……아, 그렇구나. 소개가 늦었다. 나와 치르노 말고도 같이 온 인물이 있었다.
  소개할게, 그녀는 샤메이마루 아야라고 해서…….

「샤메이마루 아야군요. 어서 오세요. 지령전의 주인, 코메이지 사토리입니다」

  어?  샤메이마루 왜 그렇게 사색이 된 거야? 땀 마구 흐르고 있다고?
  입을 꾹 다물고 굳어서 움직이지 않는 샤메이마루 아야를 불가사의한 눈으로 바라보는 나를 무시하며, 사토리는 뭔가 다 안다는 얼굴로 그녀에게 미소 지었다.

「──예, 그렇습니다. 당신은 야쿠모 유카리에 속은 거에요.
  선대무녀가 쓰러뜨린 오니는 지금 그곳에 계신 호시구마 유우기씨입니다.
  그 때의 이야기를 듣고 싶으신 거죠?  사양하지 마세요. 이미 틈새는 닫혀 있어요. 자, 그럼 안으로 들어오세요. 여러분도 같이──」







  ──어째서 이렇게 된 거야?

  예상했던 것과 완전히 다른 전개에, 아야는 속으로 한탄했다.
  처음 치르노에게서 선대무녀의 정보를 얻었을 때, 찬스라고 생각했다.
  여러 의미의 찬스다.

  현역 시절에는 모든 요괴를 떨게 만들며 그때까지 인간의 수호자 정도에 지나지 않던 입장을, 환상향의 파워 밸런스의 주역으로 끌어올린 선대 하쿠레이의 무녀.
  그 실력은 아야 자신도 눈앞에서 본적 있지만, 그때부터 수십 년, 아직까지 성장하고 있었다니 놀랐다.
  인간이 오니에게 이긴다.
  도대체, 이 얼마나 말도 안돼는 것인가?
  그러나, 치르노의 말에서 거짓은 느껴지지 않았다.
  요정이라는 단순하며, 동시에 순수하기도 한 그녀의 말이기에 기묘한 설득력이 있었던 것이다.

  선대무녀가 금기로 여겨지는 지저에 갔으며, 오니와 싸워서 이겼다── 상당히 생략되기는 했어도, 이 결과만으로도 터무니없는 특종이다.
  부디, 자세하게 이야기를 듣고 싶다!

  그렇게 날뛰고 싶은 심정과는 반대로, 속으로는 주저하고 있기도 했다.
  이번 사건만이 아니라, 인간이면서 모든 점에서 규격외인 선대무녀는 까마귀 텐구에게 있어서 절호의 취재 대상이었다. 이것은 현역 시절부터 변하지 않는 사실이다.
  그렇지만, 그런 그녀의 존재가 텐구의 신문에 자주 실리지 않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실로 단순한 이유다.

  텐구가 자기보다 강한 존재──예를 들면 오니──를 피하듯이, 선대무녀를 무서워하기 때문이다.
  일찍이, 선대무녀가 요괴의 산에 쳐들어왔을 때 일어난 사건.
  그때를 경계로, 하쿠레이의 무녀에 대한 요괴들의 의식이 뒤바뀌었다.

  그녀는 공포의 대상이 된 것이다.
  아야가 이번 취재를 주저하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솔직히 말해서, 무섭다.
  단순한 실력은 물론, 아무리 화술을 구사해도 표정이나 감정의 변화를 읽어낼 수 없는 점이 개인적으로 서투르기도 했다.
  이쪽을 경계하거나 싫어한다면, 차라리 낫다.
  하지만, 선대는 완전히 반대로 아야에게 매우 우호적이며 경계심을 갖지 않았다.

  처음 만났을 때부터 기묘할 정도로 자신에게 마음을 열고 있는 것 같았다.
  요만큼도 이해할 수 없다. 그러니까 기분 나빴다.
  말수도 적은 주제에, 어느새 자신의 마음을 간파당하는 것 같은 불안감을 느끼고 만다.
  아야는 최근 수십 년 동안, 의도적으로 마을을 방문하는 것을 피하고 있었다.

  ──요컨대, 쫄았다는 거다.

  그러나, 그런 걱정도 치르노를 구슬려 자세한 이야기를 듣고 고민하던 중, 생각지 못한 대답을 얻는 것으로 해결됐다.
  선대무녀는 그 오니와의 전투로 부상을 당해, 현재 다리에 부상을 입었다는 것이다.
  그 정보를 들었을 때, 아야는 표정으로는 드러내지 않았지만 속으로 크게 환희했다.
  선대의 불행을 기뻐했다. 그것은 틀림없이 아야에게 있어서 행운이었기 때문이다.

  그 무적의 선대무녀가 부상──!  

  그것만으로도 훌륭한 기사 거리지만, 거기에 선대의 힘이 크게 약해졌다는 사실이 마음속에 자리잡아있던 주저를 완전히 없앴다.
  제대로 움직일 수 없는 선대 따위를 무서워할 필요는 없다.
  아야에게 선대가 다른 인간들 같이 수준 낮은 존재가 된 순간이었다.
  듣자하니, 그녀가 그런 상처를 입은 건 이미 수개월 전의 이야기며,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텐구들 사이에서 소문조차 나지 않은 것을 보아, 마을 전체에 대규모 정보 규제를 실시하고 있었을 것이다.

  그 덕망. 변함없이, 순수한 전투력 외에도 무서운 것을 가진 무녀다.
  그러나, 아무리 꼭꼭 숨겨봤자 한계는 있다.
  지금이 확실히 그런 상황이다.

  그 정보를 들은 뒤 아까와는 다르게 적극적인 기분으로 치르노를 따라 마을로 가서, 선대가 사는 진료소에 들렸다.
  안에 있던 선대가 지팡이를 쥐고 조금 부자연스러운 자세로 서있는 것을 보고, 속으로 승리의 포즈를 취한다. 확실히 약해져 있는 상대가 이미 사냥감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인간 따위의 눈치를 보고 있던 지금까지의 울분을 풀듯이, 굳이 무례하게 보일 정도로 정중한 태도로 대화를 나눴다.

  오랜만에 마주한 선대는, 부상을 입었으면서도 변함없이 아무렇지도 않게 자신을 대했으며, 이쪽의 태도에 화난 모습도 보이지 않는다.
  예상했던 전개에서 빗나간 것에 조금 실망하고, 대화중에 참견한 야쿠모 유카리에게 의식을 돌린다.
  야쿠모 유카리가 끼어들어 올 것이란 건 예상했었다.

  선대무녀에게 야쿠모 유카리가 품고 있는 감정은, 공적으로는 밝힐 수 없는 기사 거리로서 예전부터 노리고 있었다.
  그러나, 지금이라면 무서워할 필요 따위는 없다.
  야쿠모 유카리 또한 강력한 요괴지만, 그녀에게는 환상향의 관리자로서의 복잡한 관계나 쉽게 내버릴 수 없는 입장이 있다.
  단순한 힘의 권화인 선대무녀보다 훨씬 더 다루기 쉬운 상대였다.
  이때, 이 강력한 요괴와 인간 사이의 스캔들도 마음껏 조사해버리자, 라고. 아야는 유카리에게서 뿜어지는 적의를 받으며 더욱더 유열에 잠겨있었다.

  듣자하니, 선대는 오늘 다녀올 곳이 있다고 한다.
  놓칠까보냐, 라며 오늘 하루는 쭉 달라붙어있을 속셈으로 동행을 신청했다.
  당연히 그런 자신을 적대시하는 야쿠모 유카리에게 충분히 주의하고, 도중에 헤메이지 않도록, 제대로 치르노와 손을 잡고, 막상 발을 디뎌보니──.

「인연이란 재미있는걸. 친구와의 재회에, 낮 익은 요괴까지 따라오다니」
「하, 하하……아, 아무쪼록. 오랫동안 연락을 못 드려서 죄송합니다」

  현재. 아야는 지령전의 발코니에서 유우기와 서로 마주하고 앉아있다.

  도대체 어째서 둘이서 이러고 있는 걸까.
  치르노는 우츠호와 바깥으로 뛰쳐나가고, 선대는 사토리와 함께 지령전의 안으로 가 버렸다.

  특히 후자는--아마 독심을 이용한 ​거​겠​지​만​-​-​대​화​조​차​ 없이 자연스레 사라져 버렸으므로 그 진상과 둘의 관계를 파악하기 위해 부디 따라가고 싶었지만…….

  당연히 그런 것이 눈앞의 오니를 상대로 용서될 리 없다.
  아야는 말 그대로 못 박힌 듯이, 이곳에 남아있을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긴장하지 않아도 괜찮아. 얼굴은 기억나지 않지만, 보아하니 꽤 오래 산 텐구 같은데. 강하겠지?」
「아, 아뇨!  저는 쓸데없이 오래 살고 있을 뿐입니다!」
「흐음…… 그러냐」

  얼굴을 맞댄 후 여태까지 쫄아서 초조해하고 있는 아야를 응시하며, 유우기는 재밌다는 듯 웃고 있었다.
  정작 아야는 어떠냐고 물어보면, 그야말로 죽을 맛이었다.
  유우기의 말대로, 직접 만난 적은 없지만, 호시구마 유우기라면 요괴의 산을 오니가 지배하고 있었을 때 매우 유명했던 요괴다.
  오니가 강하니 텐구는 따른다── 그런 단순한 논리를 가능케 하는 오니들 중 하나가 바로 이 유우기였으니까.

「……아, 그러니까~ 호시구마님?」

  마치 시계처럼 그저 시간이 빨리 지나가기를 바라던 아야. 그렇지만 아무래도 침묵을 견디지 못한 듯 입을 열었다.
  예상외의 사태라고는 해도, 모처럼 평소에는 들어가는 것조차 불가능한 지저까지 왔다.
  기자로서의 근성이, 공포심을 능가했다.

「오, 뭐냐?  그리고, 나는 유우기라고 불러도 괜찮다고」

  유우기는 왠지 모르게 기쁜 듯이, 애교 있는 미소를 지었다.
  표정 변화 하나하나에 쓸데없는 압박감을 느끼면서, 아야는 잔뜩 굳은 미소로 답한다.

「그, 그럼 유우기……씨. 선대무녀와 승부를 해서, 그………… 졌다는 건 진짜인가요?」
「그 이야기 말이냐!  이야, 그 말대로야. 져버렸다고!  완패였지!!」

  잘못하면 기분을 해쳐서 최악의 경우 화풀이로 맞지 않을까 라며 불안에 떨고 있던 아야의 생각과는 다르게, 유우기는 크게 웃으며 긍정했다.

「이 이야기, 그 신문인가 뭔가로 지상에 알릴 생각이냐?」
「아, 아니에요!  그럴 생각은 요만큼도 없습니다. 그저 조금 신경이 쓰여서 그런 거에요!  입 다물라면 무덤까지 가져갈게요. 옙!」
「아니. 그런 의미가 아냐. 오히려 마구 퍼뜨리라고.
  오니를 물리친 인간의 이야기. 동화에나 나올 법한 일이 진짜로 일어났지. 부디, 지상의 인간이나 요괴가 알아줬으면 해」

  뭐, 이런저런 계약이 많으니 어려울지도 모르겠지만, 이라고 말하며 유우기는 쾌활하게 웃고는 잔을 들이켰다.

  그 웃음에 승부에서 졌다는 좌절감이나 분노 따위는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새삼스레 오니라는 종족의 사고는 이해가 불가능하다고 속으로 황당해하면서도, 아야는 문제 하나가 해결됐다는 것에 안심했다.
  운 나쁘면 입막음조차 각오하고 있던 몸에서 단번에 힘이 빠져나간다.
  아무래도, 너무 지나치게 걱정하고 있었던 것 같다.

「괜찮으시다면, 그때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을지……」
「상관없어. 선대는 하루 밤 묵고 간다고 했으니까, 너도 그렇지?  술잔이라도 나누면서 천천히 말해주마」
「하하…… 글쎄요. 술은 어떨지……」
「텐구도 폭주가로 유명한 종족 아니냐. 박정한 말 하지 말라고.
  좋아!  비장의 술을 먹여주지. 동족 말고는 보여준 적도 없는 술이라고?  후후, 간만에 기대되는 걸」

  ──오니의 술!

  아야는 무심코 뺨이 풀려버리고 말았다.
  이런 기회가 아니면 보지도 못할 물건이다.
  뒤틀린 성격을 가진 아야라고는 해도 유우기가 말하는 대로 텐구다 .술은 정말 좋아한다.
  아마 밤의 술잔치는 지금처럼 기분이 편안해지지 않는 상대의 눈치를 살펴야할 시간이 되겠지만, 그럼에도 그 속에서 약간의 즐거움을 찾아낼 수 있었다.
  유우기 또한 지상에서 떠난 이래 만난 적 없는 동료와의 술잔치에 기분이 좋아지고 있었다.
  서로가 가진 말은 밤까지 소중하게 간직하기 위해 자연스럽게 회화가 멈추고, 둘은 함께 지령전의 하늘을 올려다본다.

  땅 아래에 있으면서 「하늘」이라고 표현이 가능할 정도로 광대한 공간에서, 어린 요괴와 요정이 탄막놀이를 펼치고 있었다.
  배운지 얼마 안 되는 스펠카드를 우츠호가 발사하고, 그것을 익숙한 몸놀림으로 치르노가 회피한다.
  역시 경험이 더 많은 치르노가 우세했다.
  그러나, 지금 저 둘의 사이엔 그런 승부의 우열 따위는 관계없이, 그저 즐기며 서로 경쟁하는 순수한 의욕만이 얼굴에 떠올라 있다.

  그것을 바라보는 유우기의 뇌리에는, 수개월 전에 펼쳐진 생애최고의 사투가 선명하게 떠오르고 있었다.
  아무리 되새겨도 즐거움과 기쁨만이 솟아오른다.
  후회하지도 않으며, 분하지도 않다.

  ──그저, 오늘 재회한 선대를 보고 하나의 사실을 깨달았다.

「……샤메이마루」
「아, 예?」
「선대의 다리는…… 더 이상 움직이지 않는 거냐?」

  유우기는 아득히 위쪽에서 펼쳐지는 떠들썩한 탄막놀이를 즐기면서── 적어도 표정만은 그렇게 가장하며, 조용히 물었다.

「예, 듣자하니. 고칠 수도 없다고 합니다」
「……그런가」

  그 한마디를 내뱉은 유우기는 입을 다물었다.
  그 옆모습에서는 그녀의 진심을 알 수 없었다.
  이래봬도 텐구 중에서도 상당히 나이를 먹은 아야는, 유우기의 속마음을 약간이나마 알 수 있었다. 모두 확신 없는 억측이었지만.
  그러나, 그것을 말로 표현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필요 없는 말을 입에 올리는 게 무섭다는 이유가 대부분이었지만, 약간 여유가 남아있던 속마음 한편으로는 멋 없는 짓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오니에게 있어서 인간과의 투쟁이 어째서 신성한가── 이해는 할 수 없지만, 알고는 있다.
  아야는 유우기와 선대가 싸웠을 때의 일을 더 자세하게 알고 싶어졌다.

「그런데」
「네?」

  자리에 앉았을 때 따라둔 채, 전혀 손을 대지 않고 있던 유우기의 술을 한 모금 들이키며, 그 맛에 속으로 감동하고 있던 아야에게, 유우기가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너와 선대는 친구인가?」
「……예?」
「아니, 어떤 관계인가 생각해봤는데. 적어도 이번에 동행을 허락할 정도로 친한 동료인 거냐?  텐구가 인간과 인연을 맺었다는 것 자체가 드문 일이니까 말이지」
「……저기. 그러니까—…… 그게—」

  아야는 애매한 신음소리를 낼 수밖에 없었다.
  잊고 있던 초조함이 단번에 다시 몸에 스며든다.
  유우기의 질문에 대한 대답은 하나였다.

  ──아니에요. 친구는커녕 우호적이지도 않습니다. 선대의 약점을 이용해서 억지로 동행해 그 약점이 생긴 원인을 기사 거리로 만들려고 했습니다.

  마음속에서 자신의 상황을 정리한 아야는 폭포수처럼 땀을 흘리며 사색이 됐다.
  사실대로 대답하면, 죽는다.
  의리와 인정을 최우선으로 하는 오니의 분노를 사면 스펠카드 룰이고 뭐고 구타당해서 죽는다.
  아야는 아무 근거도 없이 확신했다.

  속여야 돼.

  그러나, 거짓말은 할 수 없다.
  왜냐하면, 오니는 거짓말을 제일 싫어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거짓말을 들키면, 역시 결말은 같다.
  그리고, 선대무녀 당사자가 있는 이상, 거짓말이 언젠가 들키는 것을 각오해야만 한다.

  대답하지 않는 자신을 유우기가 이상하게 보기 전에 뭔가 적절한 대답을 생각해내지 못하면, 이라고 빠르게 머리를 돌리던 아야가, 이내 입을 열었다──.

「──친구는 아닙니다」
「호오……?」
「그저, 오래 전부터 인연이 있을 뿐이에요. 선대와는 어릴 적부터 아는 사이니까요」

  아야는 그렇게 대답했다.
  말은 애매하게 했지만, 결코 거짓말은 아니었다.

「선대의 어릴 적이라고?」

  유우기는 순수하게 놀란 듯이 눈을 둥글게 떴다.
  자신을 이길 정도로 단련해온 인간의 어릴적──.

「궁금한걸」

  유열에 견디지 못한 입가에서, 혼잣말이 나온다.
  생각지 못한 화제였다.
  시간을 들여서라도 듣고 싶다.

「그 이야기, 들려주지 않겠어?」
「예, 상관없어요」

  미소를 가장하며, 아야는 어떻게든 위기를 넘겼다는 사실에 가슴을 쓸어내렸다.
  뜻밖의 위기에 어쩌다 나온 화제에 대한 유우기의 관심은 컸다.
  이대로 이야기를 계속해서, 애매하게 해 버리자.

「제가 처음으로 그녀와 요괴의 산에서 만났을 때였습니다──」

  그 이야기를 기억 속에서 떠올리는 것은, 그다지 어려운 것은 아니었다.
  요괴에게 있어서 수십 년 전의 과거는 「옛날」이 아니다.
  과거의 사건 중 자세하게 기억하고 있는 일은 거의 없지만, 적어도 아야에게 있어서 그 날의 기억만은 아직까지도 선명하게 기억한다.

  설마, 그 아이가 그렇게 될 거라고는, 전혀 생각지 못했으니까.
작자후기


아야 「이야기를 하죠」(피잉)

오랫동안 안 썼으면서 내용이 애매해서 죄송합니다. 실제 집필 시간은 3일 정도였으므로.
그 이외의 시간은 전부 다른 취미에 마구 써버렸습니다만, 쓰기 시작한 이상 집중해서, 다시 정기적으로 쓰려고 합니다.

그렇지만 니지팬에 투고하는 건 이걸로 마지막이군요.
앞으로 투고할 장소는 홈페이지에 써놨으므로 그쪽을 봐주세요.
이제 곧 저작권 문제 때문에 모두 삭제되게 됐습니다만 우선 예정대로 주인공의 과거편을 쓰겠습니다.

근데 생각보다 너무 오랜만에 써버렸으므로, 몇 개 정도 계획 중이던 과거 에피소드를 샤메이마루 아야와의 옛날이야기 하나로 좁혀서 가능한 재빠르게 끝내고 영야초 편을 진행하려고 합니다.
과거편은 본편을 끝내고 예외로 쓰는 편이 좋을 것 같구요.

앞으로도 「동방선대록」을 잘 부탁드립니다.


역자후기

사실 이편 번역하면서 저놈의 조중동 까마귀 명복이나 빌어주자느니 유카리의 트랩 스키마니 뭐니 할 말 많았는데 마지막 한마디 때문에 잊어먹었습니다.

이쯤되면 하이렌더씨가 무슨 예지 능력이라도 같고있는 것 같음. 장난으로 그려봤다는 로리 선대를 진짜로 볼 날이 올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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