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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방선대록

東方先代録


원작 |

역자 | DanteSparda

그 16 「이누바시리」


『새로운 하쿠레이의 무녀, 착임』

  요 일 년간 자리가 비워져 있던 하쿠레이의 무녀 자리를, 마침내 새로운 무녀가 채웠다.
  하쿠레이의 무녀는 보통 선대무녀가 후계자를 직접 선택하여 자리를 계승하지만, 이번엔 사망한 선대무녀를 대신하여 야쿠모 유카리가 직접 선정했다고 한다.
  아직 젊은 그녀에게 환상향의 현자가 주목할 만한 재능이 있는 것일까?
  앞으로의 활약이 기대된다──.


『역대 하쿠레이들 보다 못한 재능!?』

  원래대로라면, 요괴와 인간, 각각의 대표인 야쿠모와 하쿠레이가 분담하여 관리해야하는 하쿠레이 대결계.
  환상향을 지탱하는 요점이라고도 할 수 있는 이 결계를 관리하는 것 또한 하쿠레이의 무녀로서 중요한 임무이나, 새로운 무녀는 이 역할을 맡지 않은 것 같다.
  이것은 새로운 관리 체제의 시행인가,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는 것일까.
  진상은 확실치 않으나, 지금까지 서로 두터운 신뢰 관계를 맺고 이어져 내려온 환상향의 관리 체제에 파문이 일어났다는 것은 틀림없다.

  독자적으로 입수한 정보에 따르면, 당대 무녀는 하쿠레이의 비술에 관한 수행이 미진하다고 한다.
  이번 사태는 혹시, 무녀 자신의 재능이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일말의 불안이 남는다──.


『하쿠레이의 무녀의 활약, 옳은가 그른가』

  하쿠레이의 무녀 중에서도 이채를 발하는 당대의 무녀.
  본분인 결계술은 허술하나, 요괴 퇴치 쪽에선 그 활약상이 유명하다.
  그러나, 자신의 영역을 넘은 활동이 좋은 결과를 낳는다고는 할 수 없다.

  마을의 수호만이 아니라, 소규모의 취락이나 요괴가 사는 영역까지 손을 뻗쳐 힘을 발휘하는 그녀의 활동이, 조금 주제를 넘은 것이 아닌가 하는 말도 있다.
  거기다 마을에서는 치안 유지를 명목으로 인간들의 싸움에까지 참견한다고.
  자경단의 존재를 무시한 이 월권행위로 보이는 행동은, 과연 같은 인간들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지고 있는 것일까.
  당대의 하쿠레이의 무녀가 이런 활동에 열정적인 것은, 그저 의욕이나 의무감 탓일까. 아니면, 강자로서의 자만일까.
  자신의 주제를 넘어서는 행동은, 위험의 징조다.
  역대 무녀 중에서도 유례가 없는 그녀의 특이한 행동은, 앞으로 어떠한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인가──.


  ​─​─​「​붕​붕​마​루​」​에​서​ 일부 발췌.







  요괴의 산을 감시하는 초계 텐구는 많으나, 그 중에서 가장 뛰어난 자는 누구냐 묻는다면 분명 모두가 하나같이 「이누바시리 모미지」의 이름을 말한다.

  우선 그녀의 능력이 하나의 이유다.
  모미지 가진 「천리 앞까지 내다 볼 수 있는 정도의 능력」은 요컨대 천리안이며, 그 능력에 걸맞게 광대한데다 나무와 바위 탓에 한치 앞을 보기 힘든 요괴의 산을 구석구석까지 지켜 볼 수 있다.
  침입자나 외적을 감지하고, 그에 대해 재빨리 대응하는 것이 가능한 높은 전투 또한 많은 존경을 받고 있다.

  텐구의 사회 안에서 백랑 텐구의 지위는 낮지만, 개인의 능력까지 그렇다는 건 아니다.
  특수한 능력이나 힘은 가지지 않았으나, 현장에서 단련된 모미지의 검술과 전술은 생사가 걸린 전투에서 무서운 살상력을 자랑한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그녀를 초계 텐구로서 가장 돋보이게 해주는 것은, 그리고 외부의 적들이 가장 두려움에 떨게 만드는 첫째가는 이유는 바로 그녀가 임무에 임하는 자세 때문이다.

  모미지는 임무 중에 순직할 각오가 되어 있다.
  그에 마땅한 이유가 있다면 그 자리에서 자신의 생명을 내다버릴 수 있는, 목숨을 걸 각오가 있다.
  같은 종족이라도 수준 낮은 자는 업신여기는 것이 당연한 텐구들이 이누바리시 모미지에게 그와는 관계없이 경의를 표하는 것도 당연할 만하다.
  지위가 높아질수록 실감되는 「보신」이라는 단어가, 모미지의 머릿속엔 들어있지 않다.
  필요하다면, 그 순간 바로 죽을 각오를 다잡을 수 있다. 말 그대로 개죽음을 맞이하는 것조차 마다하지 않는다.

  그런 성격이니 상사인 까마귀 텐구들은 그녀를 병사로서 신뢰하며, 그와 동시에 피하는 면 또한 있다.
  모미지는 「개」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나, 까딱하면 손을 물릴 위험한 번견이다.

  ──그날, 텐구의 마을에 다가오는 존재를 최초로 눈치챈 자는 역시 모미지였다.

  산기슭에서 올라오는 인간 여자가 시야에 들어오자마자, 모미지는 그곳을 향해 달려갔다.
  그녀의 눈에 거리 따윈 관계없다, 그 모습은 이미 선명하게 보이고 있다.

  젊은 여자였다.
  아직 어려보이는 얼굴이지만 상당한 장신이며, 체격을 보니 단련되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홍백의 무녀복을 입은 모습을 보아, 그녀가 단순한 여행자나 마을에서 온 행상인이 아니라는 것은 명백하다.

  긴 흑발을 하나로 적당하게 묶었으며, 손에는 작은 짐 하나 쥐어져 있지 않았다.
  뭣보다, 닳고 닳아 너덜너덜하게 된 소매 안쪽으로 엿보이는 양손은 상처로 가득 메워져 있다. 그것은 분명 단련의 흔적이라는 것을 모미지는 알 수 있었다.

  요괴의 산을 올라가려하는 이 여자는, 틀림없이 「싸울 수 있는 인간」이다.
  그렇게 확신하고, 보다 강하게 경게하며 모미지는 여자의 앞에 내려섰다.

「——이 앞은 텐구의 마을이다. 넌 누구냐?」

  초계 텐구에게 지급되는 딱히 특이할 것 없는 검과 방패를 쥐고 딱딱하게 묻는다.
  인간 중에도 요괴가 무시 할 수 없는 지위를 가진 자가 있다.
  눈앞의 무녀로 보이는 인간이 적이라고 정해진 것은 아니다.

「하쿠레이의 무녀」

  상대는 짧게 대답했다.

  모미지는 말수가 많은 편은 아니지만, 그것은 상대방도 같은 것 같다.
  기묘한 공감과 마주보며 다시 바라본 상대의 얼굴에 어째서일까 그리움을 느끼며, 모미지는 그런 감정을 요만큼도 겉으로 드러내지 않고 대답을 이었다.

  하쿠레이의 무녀── 생각대로, 눈앞의 인간은 문전박대 할 수 있을 만큼 만만한 지위를 가진 인간은 아니다.

「무녀가 무슨 일로 왔나?」
「인간으로 변하는 요괴를 찾고 있다. 이 산으로 도망쳤다고 들었다」
「어째서지?」
「마을에서 아이를 한 명, 납치했다」

  모미지는 상대의 사정을 파악했다.

  하쿠레이의 무녀라면, 마을의 수호자라는 입장을 가진 인간이다.
  가장 규모가 큰 마을을 지키기 위해, 그곳에서 악행을 저지른 요괴를 퇴치하는 것이 주된 역할이라는 것은 알고 있다.
  5년 정도 전에 선대 하쿠레이의 무녀가 사망하고, 그 일 년 뒤에 새로운 무녀가 그 자리를 차지했다는 것은 소문으로 알고 있다. 아마, 그 소문의 무녀가 눈앞의 어린 소녀일 것이다.

「아이의 어머니에게 부탁받았으므로, 그 아이를 구조하고, 요괴를 퇴치하기 위해 쫓고 있다만」

  모미지는 텐구 사회 안에서도 말단이지만, 까마귀 텐구의 신문을 읽고 당대 하쿠레이의 무녀에 대해 알고 있었다.

  ​요​컨​대​─​─​이​제​까​지​의​ 무녀들과 비교해 조금 「영역」을 벗어났다, 라고.
  그것은, 역대 하쿠레이의 무녀 중에서도 특히 뛰어난 힘을 가진 무녀를 지칭하는 뜻 외에도, 주어진 무녀로서의 임무를 망각하고 지나치게 활약하고 있다는 말이기도 하다.

  이번 건도 그렇다.
  겨우 한 마리의 요괴를 쫓아 요괴의 산에 발을 들이밀고, 거기다 텐구의 마을에 들어오려 하는 행위는 지금까지의 하쿠레이의 무녀 중에서 누구도 행했던 적 없는 행동이다.
  명확한 약정 같은 것은 없으나, 텐구와 인간은 서로의 생활권에 참견하지 않는다. 때때로 텐구가 개인의 흥미로 마을에 방문할 때는 있지만, 종족으로서의 강함 탓일까. 그와 반대되는 일은 결코 없었다.
  그것은 하쿠레이의 무녀여도, 같은 인간인 이상 변하지 않는다.

「……떠나라. 이 앞은 텐구의 영역이다」

  무녀의 응답에 잠시 고민한 모미지는, 낮은 목소리로 고했다.

「텐구를 방해할 생각은 없다. 그 요괴를 찾고 싶을 뿐이다」
「떠나라고 했다」

  모미지는 완고함이 그대로 드러나는 목소리로 다시 한 번 답했다.
  상대가 그렇듯, 모미지에게도 이런 대응을 할 수밖에 없는 사정이 있다.
  무녀가 쫓는 요괴는, 확실히 텐구와 아무 관계 없는 존재다.
  혹, 이렇게 될 것을 예측하고 요괴의 산으로 도망쳤을지도 모른다. 만약 그렇다면, 사람으로 변장해 마을에서 아이를 납치한 것도 포함하여 꽤 교활한 요괴다.
  다른 텐구는 어떨지 모르지만. 개인적으로 납치된 아이나 그 어머니가 조금 불쌍하다고 생각하긴 한다.
  그렇지만, 그런 것들을 모두 무시할 수 있을 정도로, 모미지에게 있어 자신에게 주어진 임무는 절대적이었다.

  텐구의 영역에 허가 없이 들어가는 자를 지켜보고, 때로는 그런 자를 배제한다──.

  산으로 도망친 요괴가 어떻게 됐을지는 모른다.
  요괴의 산은 넓은데다가, 텐구의 영역에서 떨어져 있는 장소에 숨어있을지도 모르고, 아니면 모미지 이외의 초계 텐구가 감시를 게을리 한 틈을 찔러 침입해 있을지도 모른다.
  약간이지만, 고려할 여지는 있을 것이다.

「네 사정은 알 바가 아니다. 포기해라」

  지금, 확실하게 단언할 수 있는 것은 자신이 침입자를 찾아냈으며 이 이상의 침입을 허락하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이다.
  아무리 저쪽이 사정에 대한 설명을 거듭해도, 자신이 내린 판단이 상대에게 있어 불합리하다 해도 변할 것은 없다. 그 판단을 뒤집을 생각도 없다.
  그러니, 모미지는 그저 결론 만을 말할 뿐이다.
  그것이 마지막 통보라는 것을 보이기 위해, 모미지는 자신의 검에 손을 얹었다.

  모미지의 완고한 대답에, 무녀는 묵묵부답 자리를 지킨다.
  서로의 시선이 교차한다.
  싸울지도 모르는 상대를 방심 없이 관찰하던 그 순간, 모미지는 조금 전부터 떠오르던 그리움의 정체를 알았다.

  ──인간 소녀.
  ──단련으로 다친 신체.
  ──그때부터 오늘까지, 딱 5년이다.

「그런가…… 그 때의」

  모미지의 기억 속에 있는 아이의 모습과 눈앞의 무녀의 모습이 일치하자, 자신도 모르게 자그마한 목소리로 중얼거린다.
  그 혼잣말이 들릴 리는 없지만, 무녀가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떠나려는 채비가 아니라, 양손을 싸움에 임하기 위한 자세로 바꿔간다.

「그렇다면, 억지로라도 통과하겠다」

  무녀가 또박또박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렇다면, 벤다」

  모미지도 또 일절의 주저 없게 단언해, 검을 뽑아 발하는 것과 동시에, 개전이 되는 외침을 하나 올렸다.







  요괴의 산인가. 그립구나…….
  그런 느낌으로 풀린 눈으로 보면서 생각하는 건데, 아직 5년 밖에 지나지 않았구나.
  그럼에도, 이렇게나 그립게 느껴지는 이유는 이 산에서 나온 이래, 오늘까지 단 한 번도 이 산에 다가온 적이 없었기 때문일 것이다.
  실로 5년 만에, 나는 일찍이 수행을 하며 살아온 고향이라고도 말할 수 있는 장소로 돌아온 것이다.

  아니, 그렇지만 설마 이 산이 동방의 유명 스팟인 「요괴의 산」이었다고는 생각도 못했어.
  당연한 것이지만, 그것을 알 수 있었던 것은 산에서 내려온 뒤, 어느 정도 이 세계의 지식을 배운 후였다.
  유소년기의 자신이 얼마나 위험한 상황에 처해 있었는지 알고서 새파랗게 질릴 정도로 놀랐다.

  맨 처음 만난 요괴가 텐구였던 것도, 이걸로 납득이다. 요괴의 산이라고 하면, 동방에서는 텐구의 영역이니까 말이다.
  라기 보다, 게임에서 유명한 「샤메이마루 아야」나 「히메카이도 하타테」, 「이누바시리 모미지」가 사는 장소지.
  어릴 적에 그녀들을 만날 수 없었던 것은, 과연 운이 나빴던 걸까, 그렇지 않음 좋았던 걸까…….

  산을 내려와 하쿠레이의 무녀로서의 수행을 하며 마을 같은 곳에 출입하며 환상향의 정세를 배우는 도중 안 거지만── 아무래도, 인간과 요괴의 사이는 그다지 좋지 않은 것 같다.
  뭐, 종족적으로 보면 당연하지만, 동방은 이런 인요 관계가 온화하단 인상이 있어서 상당히 의외였다.
  틀림없이, 미소녀인 요괴와 인간이 어머어머 우후훗 같은 느낌으로 살아가는 세계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식인은 일상인데다, 스펠카드 룰이 아직도 성립되어 있지 않은 탓인지, 요괴 퇴치를 하겠다고 필사적이다.

  나도 지금까지 하쿠레이의 무녀로서 몇 번이고 요괴 퇴치를 실시해왔지만, 상대는 모두 죽였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이쪽이 당할 정도로 치열한 싸움이었기 때문이다.

  이 살벌한 세계에서, 과연 원작 캐릭터들과 만나 우호적으로 대화 같은 걸 할 수 있을런지 궁금하다.
  현재, 동방의 캐릭터는 유카리 밖에 만나지 못했지만 말이지.

  하쿠레이의 무녀로서의 수행이나 지식을 배우기 위해 다양하게 신세를 지고 있는 그 유카리지만, 그렇게 우호적인 관계를 맺고 있는 그녀에게도 가끔 공포를 느낄 때가 있다.
  틈새 능력을 사용할 때는 특히나 그렇다.
  대요괴의 능력답게, 그 능력을 사용하는 것 자체가 인간인 내게는 본능적으로 두렵게 느껴진다.

  응, 역시 게임과 현실은 다르구나.
  안 그래도 동방은 설정 쪽으로 알려진 바가 적으니. 사실 무서운 환상향이라는 걸까.

  ……그렇지만, 그렇게 두려움을 느끼면서도, 유카링의 아름다움엔 나도 모르게 매번 눈길을 빼앗겨 버리는 나는 위기감이 부족한 인간일지도 모른다.
  왜냐면 유카리는 정말로, 진짜로 미인이라고!?
  원작 캐릭터를 미화하고 있어서 그런 걸지도 모르지만, 요괴로서의 모습조차 하나의 매력 포인트로 보인다.
  너무 경계심이 적어서, 맨 처음 만났을 무렵엔 기막히다는 목소리로 상당히 충고 받았지만, 지금은 포기한 건지 유카리도 뭐라고 말하지 않는다.

  에에, 미안해. 그렇지만, 역시 모처럼 실제로 만난 거잖아. 일방적이라지만 지식으로 알고 있긴 해도, 원작의 유명한 캐릭터가 눈앞에 있다면 친한 사이가 되고 싶지 않아?
  뭐, 그렇지만 5년이나 하쿠레이의 무녀로서 지내자니, 이 환상향의 상식이라는 것도 몸에 배어들기 시작했다.
  이 의외로 살벌한 세계에서 살며 여러모로 아픈 꼴도 당해오며, 나는 많은 것을 배워온 것이다.
  그런 느낌으로 수행을 계속하며, 하쿠레이의 무녀로서의 직무도 열정적으로 해오던 어느 날.

  ──마을에서 아이가 한 명, 요괴에게 납치당했다.

  이것이 사건도 뭣도 아니라, 주변에서 평범하게 받아들여져 버리는 일이라는 것에 대해 침체하고 말았다. 아무리 나라도 싫어지는 살벌한 세계관이라지만, 그것을 나 자신이 받아들일 생각은 없다.
  마을 안에서 직접 소란을 부리는 시덥잖은 짓을 하는 요괴는 ──전에는 가끔 있었지만, 내가 철저하게 구축했으므로── 없다.

  인간으로 변신하여, 소동이 나기 전에 도망친 것 같다.
  목적은 역시 식인을 위해서일까. 납치해서 도망친 뒤 천천히 먹을 셈일 것이다.
  다행히, 내가 마을을 방문한 타이밍에 일어난 사건이므로 시간적인 여유는 있지만, 도망친 장소가 귀찮았다.

  요괴의 산이다.
  조금 전에도 말했지만, 그곳엔 텐구의 영역이 있다.
  구체적으로 설명하자면 초계 텐구가 산의 일부를 지키고 있으며 기본적으로 인간은 들어갈 수 없게끔 되어 있다.
  그것은 하쿠레이의 무녀인 나도 예외는 아닌 것 같다. 무턱대고 침입하면 요격 당할 거라고 유카리에게 사전에 충고를 받았다.
  의외로 하쿠레이의 무녀는 입장이 낮다. 이건 레이무가 아니어서 그런 걸까.

  그 이름대로 「요괴의 산」은 인간을 위한 장소가 아니다.
  그리고, 중요한 유카리는 타이밍 나쁘게도 현재 동면에 빠져 있으며, 그 사이의 관리를 맡고 있는 란은 기본적으로 내 일에 간섭하지 않는다.
  라기 보다, 저건 아무리 봐도 미움 받고 있는 거다.

  뭐랄까, 나를 향한 대응이 사무적인 걸 넘어서 차가운걸.
  유카리가 동면하는 이 시기가 아니면 얼굴 보기도 힘들 정도다.
  상당히 충격입니다…….

  이야기가 엇나갔지만, 어쨌든 내 지위나 권력 같은 게 전혀 통하지 않는 곳에, 그 요괴는 도망쳤다는 것이다.
  그럼, 어떻게 할까? 라고 나는 잠깐 고민했지만, 사정을 이해하고 절망하던 사람들 속에서, 쓰러져 울던 아이의 어머니를 보고, 곧바로 생각은 정해졌다.

「알았다. 지금 당장 도우러 가지」

  나는 짧게 말하며 그 아주머니의 어깨를 두드렸다.
  그녀를 포함한 주변 사람들이 입을 쩍 벌리고 나를 쳐다봤지만, 나는 그것을 뒤로 하고 요괴의 산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늦장부릴 시간은 없다. 서두르지 않으면, 아이가 먹혀 버린다.
  냉정하게 생각할 것도 없이, 이번 사건엔 지금까지 경험해보지 못한 수많은 장해가 존재하고 있을 테지만, 나는 망설임 없이 행동하고 있었다.

  납치된 아이는 어머니와 단 둘이서 생활해왔으며, 아버지 쪽은 병으로 상당히 오래 전에 죽은 것 같다.
  어머니는 혼자서 아이를 길러왔고, 그 탓에 일에 찌들어 보였다.
  조금 야윈 얼굴과 너덜너덜한 두 손을 나는 보았다.
  아무런 근거도 없지만, 그 손의 상처가 내 손의 상처보다도 훨씬 가치 있는, 무거운 것이라고 생각했다.
  내가 이렇게 요괴의 산에 쳐들어갈 합당한 이유가 있을지 없을지는, 사실 나 자신도 모른다.
  그저, 나는 그 손을 보고, 돕고 싶다고 생각했다.
  그뿐이다.

  ──부모와 자식, 인가.

  왠지 모르게 나의 출생에 대해 떠올리며, 나는 요괴의 산에 발을 디디고 있었다.
  어디부터 어디까지가 텐구의 영역인지는 모른다.
  할 수 있다면 분쟁은 일으키고 싶지 않지만, 아이를 납치한 요괴를 찾아내려면, 무턱대고 찾든가, 이 산에 사는 자에게 협력 받을 필요가 있다.
  어느 쪽이 됐던 텐구와의 접촉은 피할 수 없을 것이다.
  그리고, 아니나 다를까.

「——이 앞은 텐구의 마을이다. 넌 누구냐?」

  나타난 백랑텐구 같은 요괴를 보고, 나는 온몸을 긴장시켰다.
  검과 방패로 무장하고, 틈이 보이지 않는 말투로 날카롭게 이쪽을 노려본다.
  방심할 수 없는 상대다.
  그렇지만, 그건 별로 중요한 것이 아니다.

  이거……혹시 「이누바시리 모미지」아냐!?

  나에게는 그 의문이 제일 중요했다.
  으음, 모미지는 원작에서 도트 캐릭터 밖에 등장하지 않아 제대로 된 그림이 존재하지 않으니 확실하게 단언할 수는 없지만, 그럼에도 각 부분의 특징이 내 지식에 있는 그것과 일치한다.
  위험해, 긴장됐다. 원작 캐릭터와 만나서 그런가.

  우선, 수행으로 기른 포커페이스로 속마음의 동요를 숨기며 자기소개 뒤, 교섭에 들어간다.
  아니, 교섭을 할 수 있을 만큼 난 말재주가 없는데.
  오히려, 평소엔 아무도 방문하지 않는 신사에 혼자 살고 있는 탓에, 커뮤니케이션 장애 레벨로 말재주가 없다.
  침입자인 나를 딱딱한 태도로 대하는 모미지가 상대인 탓도 있어, 대화라기보다, 말로 캐치볼을 한다는 느낌으로 말을 주고받았다.

「떠나라고 했다」

  네, 죄송해요. 돌아가겠습니다.
  무심코 그렇게 대답하고 등을 돌려버릴 것 같은 흉흉한 기세가 담긴 목소리로 거절당해 버렸다.
  어느 정도 예상하고는 있었지만, 역시 잘 풀리진 않은 것 같다.

「네 사정은 알 바가 아니다. 포기해라」

  마지막 선고를 받으며, 교섭이 완전하게 결렬되었다는 것을 깨달은 나는, 속으로 포기한 것처럼 한숨을 내뱉었다.
  물론, 그 포기란, 이 이상 나아가는 것에 대한 포기가 아니라, 교섭에 의해 허가를 받지 못했다는 것에 관해서다.

  아-아, 내가 좀 더 머리가 좋아서, 입이 잘 돌아가는 인간이라면 둥글둥글하게 대화가 진행됐을지도 모르겠네.
  하쿠레이의 무녀가 된 뒤로, 사실 몇 번이고 실감하는 거긴 하지만, 나는 정말로 서투른 인간이다.
  서투르다고 할까, 바보라고 할까.

  이런 꼴이니, 수행을 하면서 하쿠레이의 비술은 거의 익히지 못하고, 육탄전을 위한 기술만 단련되어 버렸다.
  그런 자신이 기막히긴 하지만, 지금 할 수 있는 것이 그뿐이라는 것을 자각하며, 나는 천천히 주먹을 쥐었다.

「그렇다면, 억지로라도 통과하겠다」

  말로 통과할 수 없다면, 주먹으로 통과한다.
  모미지의 입에서 나온 외침이, 전투의 시작을 알렸다.

  ……이제 와서 말하는 건데, 이거 나중에 문제가 되거나 하진 않겠지?
  유카리가 날 죽일 만큼 화를 낼지도 모르겠다.







  모미지가 사용하는 검의 특징을 굳이 꼽자면 「두껍고, 무디다」라는 점을 들 수 있다.
  외관은 외날에 휘어진 모습을 하고 있어 일본도를 닮았지만, 검신의 폭은 대륙의 청룡도와 유사하고, 무게와 두께는 서양의 양손검에 버금간다.

  이것은, 유사시에는 병사로서 싸워야 할 때도 있는 초계 텐구인 모미지에겐 무기를 제대로 손질할 수 있을 만한 시간이 없기에, 장기적인 임무나 갑작스런 출동에 견딜 수 있도록 「내구성」을 중시하여 대장간에 주문한 결과 만들어진 물건이다.

  그런 무거운 무기를 오른손에 들고. 왼손에는 반구형태의 작은 방패를 쥔 자세가 모미지의 기본적인 전투 스타일이다.
  이 역시, 일본적인 외관과는 다르게 무사보다는 기사와 가깝다.
  사용하는 검술도 아류.
  처음부터 실전으로 익힌 실전파 검술이다.

  짐승 같이 땅을 박차, 모미지가 상대와의 거리를 좁힌다.
  검을 뽑아 쥔 채, 그것을 휘두를 수 없을 만큼 선대의 품 안까지 발을 디딘 모미지는 눈앞으로 내민 방패를 그대로 밀쳤다.
  빈틈을 찔린데다 방패라는 넓은 면의 타격을 피하지 않고, 그 순간 바로 양팔을 교차시켜 막아낸다.
  무겁고, 단단한 충격에 제대로 견디지 못하고 선대의 몸이 비틀거렸다.
  그 한순간의 틈을 놓치지 않고, 이번에야말로 시퍼런 칼날이 선을 긋는다.

  역시 상대가 특별한 입장에 있는 무녀라는 것을 고려한 것일까, 표적은 목 같은 치명적인 부분은 아니다.
  그러나, 적대한 자에게 베풀 용서는 없다.

  노린 곳은 얼굴. 정확하게는 눈을 베기 위해, 망설임 없이 검이 휘둘러진다.
  반사적으로 얼굴을 돌린 선대의 뺨을 칼끝이 얕게 벤다.
  얼마 안 되는 선혈이 흩날리고, 빗나간 칼이 다시 선대를 덮치기 직전. 선대의 장타가 방패에 박히자, 이번엔 모미지가 충격을 받으며 뒤로 날아갔다.
  아니, 일부러 뒤로 뛰어 자세를 무너뜨리지 않고 충격을 완화한 것이다.

  다시 대치하는 둘.
  모미지는 속으로 약간이지만 감탄하고 있었다.
  상대를 인간 따위라며 얕봤던 적은 모미지의 성격상 전무였지만, 한순간에 승부를 끝낼 수 있을 것이란 예상이 뒤집혔다는 것은 틀림없다.
  인물에 따라선 농담이나 도발이라도 말할 타이밍이지만, 그 모미지다. 말없이 눈앞의 무녀를 보며 경계심을 높힌다.

  그런 모미지와 마주한 무녀도 또한 실명 할 뻔 했음에도 망설이는 모습 따윈 요만큼도 드러내지 않으며, 뺨에서 흐르는 피를 손가락으로 닦은 뒤, 그것을 가볍게 핧고는 다시 자세를 잡았다.
  그 모습은 그야말로 대담함의 극치였다.
  말로는 내뱉지 않았지만, 모미지는 나이에 어울리지 않는 무녀의 담력에 감탄했다.

  숨통이 막힐 것 같은 긴장감 속, 나눌 대화는 없다. 차가운 적의만이 서로에게 부딪힌다.

  선대가 먼저 움직임을 보인다.
  양 소매에서 몇 장의 부적이 붙은 홀쭉한 두루마리 같은 것이 나오더니, 그 두루마리에 담겨진 영력으로 움직여서는 선대의 양팔에 감겼다.
  손가락 끝부터 손목까지가 부적으로 완전히 감기자, 주먹을 쥔 선대가 모미지를 향해 달리기 시작한다.
  요괴인 모미지와 비교해도 꿀리지 않는 순발력으로 거리를 좁혔으나, 주먹보다 리치가 긴 검을 가진 모미지가 선수를 취했다.

  가로 방향으로 휘둘러지는 검.
  그러나, 그 일격을 선대는 한 손으로 막아냈다.
  마치 평범한 발차기나 주먹을 막는 것처럼, 간단하게 손바닥으로, 다.

  묵중한 무게와 예리함을 겸비한 모미지의 검격이, 금속음과 불똥을 튀기며 선대의 손바닥에서 튕겨난다.

  ──결계인가!?

  양손을 감싼 부적들이 결계를 만들어내고 있다는 것은 바로 알 수 있었다.
  그렇지만 결계라는 기술을 약간이나마 아는 자라면 너무나도 변칙적인 사용법에 동요했겠지만, 모미지는 그런 잡념을 머릿속에 떠올리지 않았다.

  2격, 3격. 검을 내리칠 때마다 양손으로 튕겨나간다.
「맨몸으로 막을 수 없는 살상력」이라는 검의 이점을 막히고, 그 대신 육탄전에 의한 수단의 다양성과 속도가 모미지를 압도하기 시작했다.
  끊임없이 덮쳐오는 타격의 폭풍우는 방패로 막히며 반격의 일섬은 맨손에 튕겨나간다.

  제 3자 입장에서는 기괴한 전투였다.
  모양이 전혀 다른 톱니바퀴가 억지로 맞물리는 것 같은 공방이 격렬하게 반복된다.

「——하앗!」

  선대가 날카로운 기합을 내뱉는다.
  여태까지 내뻗던 연격과는 다른, 힘이 집약된 정권이 곧게 내질러진다.
  주먹을 부적으로 감싸, 관통력을 얻은 이 일격을 아까처럼 방패로 막아내는 것은 불가능.

「미숙하군!」

  그러나, 모미지는 그 혼신의 일격을 「미숙」이란 단 한마디 말로 정리해버렸다.
  승리의 기회라는 것을 제대로 판단하지 못한다, 라고.
  무서운 위력이 숨겨진 일격을, 모미지는 깔끔하게 흘려냈다.
  둥그런 모양을 한 반구형태의 방패 겉면을 스쳐가게 하여 주먹의 궤도를 바꾼 것이다.
  혼신의 일격이기에, 선대는 치명적인 빈틈을 보이고 말았다.

  방패가 그대로 휘둘러지고, 텅 비어 있던 옆구리에 꽂히며 뼈가 부러지는 둔탁한 소리가 울린다.
  선대의 얼굴이 틀어지고, 악문 이에서 신음 소리가 새어나온다.
  뒤를 이어 내뻗어진 칼날은, 이번에야말로 주저 없이 생명을 베어 내기 위해 선대를 덮친다.
  목젖을 목표로 뻗어진 그것을 어떻게든 피하고 목덜미를 얕게 베이면서, 선대는 간신히 그 자리에서 크게 후퇴했다.

  두 번 째의 대치.
  그러나, 이번엔 단 한순간의 틈뿐이었다.
  자세를 고칠 시간 따윈 주지 않겠다는 듯, 모미지가 바로 선대를 쫒는다.
  모미지는 이미 적을 사냥하는 사냥개가 되어 있었다.







  ​모​미​지​S​E​E​E​E​E​E​!​!​
  이건 이미 모미지가 아니라 ​「​M​O​・​M​I​・​J​I​」​잖​아​!​

  내가 방심 할 수 있을만한 입장이 아니라는 건 알고 있다.
  이누바시리 모미지라는 상대를 사전에 지식으로 알고 있었다고는 해도, 「원작 게임에서는 아오안 보스 취급이었지」라고 얕보고 있을 리도 없다.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지만── 나는 예상치 못한 사태에 궁지에 빠져버리고 말았다.

  나한테 부족한 건 ​「​위​기​감​」​이​었​구​나​…​…​!​
  하쿠레이의 무녀로서 일하게 된 뒤로 수많은 요괴를 이 주먹으로 매장해 왔지만, 그것들이 진정한 의미의 실전이 아니었다는 것을 통감했다.
  지금까지는 적을 향해, 전력으로 움직여, 전력으로 공격을 박아 넣으면 그걸로 승부는 끝났었다.

  그러나, 이번 싸움은 다르다.
  모미지는, 지금까지 싸워온 요괴들과는 확실하게 격이 다른 상대였다.
  싸우는 방법 하나하나가 이쪽의 의표나 빈틈을 찔러오는 교묘함이 있다.
  검을 휘두를까 했더니, 갑자기 실드 배쉬를 써대고, 자세가 무너진 뒤 휘둘러진 검을 피한 것은 운이 좋았다고 밖엔 말할 수 없다.

  게다가, 전혀 용서가 없다.
  망설임 없이 눈을 노린 공격을 피했을 땐 등골이 오싹해졌다.

  이것이 생명을 건 실전에서 느끼는 공포라는 건가…….
  브루스 리를 흉내 낸 것은 여유가 있던 게 아니라, 진짜로 쫄아 버려서, 내가 아는 강한 사람의 흉내를 내서라도 동요를 숨기려 했을 뿐이다.
  것보다, 지금까지 딱히 작전을 짜면서 싸워본 적이 없어서, 이런 상황엔 어떤 행동이 최적인가 전혀 모르겠다.
  압도적으로 경험이 부족하다.

  우선, 검에 대항하기 위해 양손을 방어용의 부적으로 감싸 즉석의 너클 가드를 만들어 낸다. 「건틀릿」쪽에 가까울지도 모르겠지만.
  하쿠레이 결계술의 응용이다── 라고 폼 잡아서 말하고 싶지만, 솔직히 말해서 이건 본래 사용 가능한 결계의 다운 그레이드다.

  원래대로라면, 더 광범위하게 방어벽을 만들거나 상대의 움직임을 봉인하거나 하는 것도 가능하지만, 내게는 하쿠레이의 비술 쪽으론 전혀 재능이 없어서 이 정도가 최선이다.
  뭐, 이걸로 방어력은 상당히 올라갔다고 생각하지만, 준비하는데 시간도 많이 들고, 다룰 수 있게 된 영력을 주먹에 모아서 직접 강화하는 편이 빠르고 강할 것 같다.
  다음부터 그런 쪽으로 수행하자.

  검을 맨손으로 막을 수 있게 된 뒤 대략 5분 정도 지나서야 조금 유리하게 됐지만. 그것이 또 다른 빈틈을 만들고 말았다.
  양손을 사용할 수 있으니 단순하게 수단의 다양성으로 압도할 수 있게 되었으니, 기세를 타 과감하게 크게 발을 내디뎌 주먹을 내뻗는다.
  연격으로는 방패를 깰 수 없을 것 같으니 관통력을 더한 일격을── 이라는 판단이었지만, 이건 내 실수였던 모양이다.
  모미지는 깔끔하게 혼신의 일격을 흘려내고, 더한 반격을 먹고 말았다.

  심하달까…… 무지 아프다. 뭔가 뿌득, 하는 소리가 났다.
  후, 수행으로 매일같이 뼈가 부러지는 경험을 하지 않았다면 분명 비명을 질렀을 것이다.
  속으로는 심각한 얼굴로 비지땀을 마구 흘리고 있다.
  그저 깡으로 버틸 뿐, 아픔이 느껴지지 않는 건 아니다.
  우우……진짜로 아프다.

  그리고, 지금부터 어떻게 싸워야할지 모르겠다.
  현재 진행형으로 나는 추격당하고 있다.
  내가 옆구리의 고통에 의식을 빼앗기고 있는 빈틈을 정확하게 간파하고, 모미지는 그대로 쉴 틈조차 주지 않겠다는 듯이 나를 덮쳐왔다.
  어설프게 반격하면 이번에야말로 진짜 당해버릴 것 같아서, 나는 일방적인 방어전밖에 할 수 없었다.
  게다가, 옆구리의 격통이 때때로 움직임을 방해한다.

  솔직히 말해, 움직이고 싶지 않다. 당장이라도 배를 움켜잡고 땅바닥에서 뒹굴고 싶다.
  나는 지금, 확실하게 궁지에 몰렸다.
  그렇지만, 이 상황에서 어떤 행동을 취해야 할지 모른다.

  젠장……나는 지금까지 뭘 해온거지?
  그저 요괴를 힘껏 패왔을 뿐, 실전 경험은 전무하리만치 없다.
  피가 배는 수행으로 몸에 익힌 기술이 있어봤자, 그걸 사용 할 기회를 판단할 수 없어서야 의미가 없다.

  어……어쩌지?
  생각해라. 경험에 대한 걸 이제 와 말해봤자 어쩔 수 없다.
  냉정해져라.

  지금, 필요한 행동은 뭐지?
  그것은 모미지에 어떻게든 일격이라도 맞히는 것이다.
  그걸 위해선 저 방패를 어떻게든 해야 한다.

  우선 검을 피해서 거리를 좁힌 뒤, 주먹이 닿을 정도로 다가간다── 여기까지는 어떻게든 할 수 있다.
  그렇지만, 거기서 부터가 문제다.

  가벼운 공격은 방패로 막힌다.
  하지만, 디딤발을 세워 힘을 모은 일격을 뻗어봤자, 예비 동작을 읽혀 조금 전처럼 비껴내질 것이다.
  받아 넘기지도 못할 만큼 강력한 공격이나, 아니면 모미지가 예측할 수 없는 공격 수단이 필요하다.

  확실한 방법이 있다면, 나의 최후의 수라고 할 수 있는 「백식관음」을 사용하는 것이다.
  단순한 단련 외에 제일 처음 시작한 만화의 수행으로 몸에 익힌 뒤로 아직까지 단 하루도 빠뜨리지 않고 계속 단련하고 있는 기술. 그 위력에 움직임으로 예측하기 어려운 점까지 들면, 아무리 모미지라도 대응할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자신이 최후의 수단을 숨기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는 듯이, 모미지는 격렬한 공세를 멈추지 않는다.
「합장하고, 내뻗는다」라는 동작이 필요한 이 기술은, 사용하기 위해선 한순간이라도 틈이 필요하다.
  근데 모미지의 공격은 그 한순간의 틈마저 주지 않을 만큼 격렬하다.

  진짜로 모미지 강하구나.
  강하다고 할까, 능숙하다고 할까, 아님 무른 점이 없다고나 할까.
  어쨌든, 전투의 흐름은 모미지가 완벽하게 장악하고 있었다.
  라기 보다, 방어가 너무 단단하다.
  방패로 흘려낸다니, 무슨 심안의 우스이 놈이 쓰는 검법이냐!

  ……어?

  잠깐 기다려봐.
  그 만화에서 나온 배틀, 참고 할 수 있지 않아?







  눈은 입만큼 말을 한다.
  모미지는 수세에 몰린 무녀가 무언가 방도를 찾아냈다는 것을 정확하게 간파했다.

  ──무언가 할 생각이다.
  ──미숙하군, 너무 알기 쉽지 않은가.

  더욱 경계하며 저도 모르게 속으로 질책을 했다는 것을 늦게 깨달았다.

  ──나는 적에게 무슨 말을 하려 한 거지?

  자기 자신을 질책했지만, 그런 마음의 미묘한 흔들림마저 칼놀림에는 전혀 방해가 되지 않았다.
  모미지의 공격은 변함없이 정확하고, 냉철했다.
  그러나, 그 날카로우며 무거운 참격을, 무녀는 모두 막아내고 있다.

  싸움의 페이스 배분이나 방법이 경험의 부족 탓인지 미숙하지만, 기술 하나하나가 비정상적일 정도로 완성되어 있다.
  여러모로 조화가 안 되는 인간이다.
  인간의 몸으로 어떤 단련을 얼마나 거듭해 몸에 익힌 것일까. 개인으로서의 힘은 무녀가 모미지를 크게 압도하고 있었다.

  그 무녀가, 궁지에서 벗어나기 위해 모미지에게 숨기고 있던 비장의 카드를 보인다.
  내리쳐진 검의 옆면을 손으로 쳐서 궤도를 바꾸며 더욱 가까이 발을 디뎠다.
  거리가 좁혀져, 발을 디뎌 주먹을 내지르는 것도, 검을 휘두르는 것도 불가능.

  그러나, 모미지는 이미 방패를 앞으로 내밀고 있었다.
  급소인 안면을 가리듯이 지킨다.
  공격 수단이 한정되어 있는 이 상태에서, 방어를 꿰뚫기 위해 어떤 일격을 가할 셈일까.

  시선을 떨어뜨려, 상대의 다리의 움직임을 보며 방패 너머에 있는 상대의 행동을 파악하려 했던 모미지는, 다음 순간 굉장한 충격에 덮쳐졌다.

「……!?」

  무녀의 다리는 그 장소에서 단 한 걸음도 움직이지 않았다.
  그러나, 공격은 왔다.
  가볍게 하기 위해 나무로 만들어져 있다고는 해도, 겉면에 철판을 덧댄 방패를 꿰뚫고, 무녀의 주먹이 모미지의 안면을 쳐 날렸다.

  ──이런 가까운 거리에서, 상반신의 움직임만으로 이 정도로 강한 공격이 가능하다고!?

  의식이 통째로 날아갈 것 같은 충격을 느끼며, 모미지는 경악했다.

  순수하게 단련된 상반신의 탄력, 그에 더해진 관절의 회전과 이런 가까운 거리에서 주먹에 힘을 싣는 움직임. 모든 것이 즉석으로 만들어 질 수 있을 법한 기술이 아니다.
  그것은 분명히, 이런 상황을 상정하여 만들어진 「기술」이었다.

  기본적인 싸움의 흐름마저 제대로 읽을 수 없는 아마추어의 속에, 마치 백전연마의 전사 같은 노련함이 엿보인다.
  역시, 이 인간은 뭔가 이상하다.
  단순한 우연일까, 아니면 바닥이 보이지 않는 힘을 숨기고 있는 것일까. 어쨌든…….

  ──강하다!

  단 일격에 승부는 끝나버리고 말았다.
  흐릿해져가는 풍경을 보고 쓰러지기 직전── 모미지의 다리가 땅을 박찬다.

​「​…​…​크​아​아​아​아​아​아​아​″​아​″​!​!​」​

  몸을 억지로 다시 세우며, 괴성과 함께 말 그대로 송곳니를 드러낸다.
  거의 밀착 상태였기에 무녀는 피하지 못하고, 내민 채로 있던 오른팔을 그대로 맹수가 물어뜯듯이 깨물었다.

  외모는 인간의 모습이지만, 그 본질은 틀림없이 짐승인 모미지의 송곳니가 팔을 파고 들어간다.
  선혈이 흩날리고, 무녀의 얼굴이 고통으로 일그러진다.

  그저 물 뿐만이 아니라, 모미지는 그대로 팔을 잘라버릴 각오로 턱에 모든 힘을 모았다.
  빠직, 하고 팔의 뼈가 삐걱거리는 소리가 울린다.

​「​크​…​…​읏​…​…​하​아​아​아​아​아​아​아​앗​!​!​!​!​」​

  비명이 아닌, 힘이 담긴 기합.

  이대로 팔을 잃을까 아닐까의 갈림길에서, 물러나지 않고 오히려 발을 내디디는 무녀.
  오른팔을 모미지 째 그대로 들어올려, 혼신의 힘을 다해 땅에 내려찍는다.
  파고든 송곳니가 상처를 벌려가는 것 따윈 상관없다는 듯이 팔이 내리쳐지고 모미지의 후두부가 끔찍한 소리를 내며 땅에 격돌했다.

  그 충격에는 견딜 수 없었다.
  한순간 의식이 끊기고 힘이 빠져 전신의 근육이 풀린다.

  그 순간, 긴장이 풀린 명치에 왼주먹이 꽂힌다.

「——!!?」

  소리조차 내지 못한 채, 폐의 공기가 새어나오는 소리만이 울려 퍼진다.
  이 꼴이 될 때까지 꽉 쥐고 있던 검이 마침내 손에서 떨어지고, 모미지가 사지를 늘어뜨리더니 완전히 쓰러진다.
  제대로 닫히지 않은 입에서, 무녀는 피가 묻은 오른팔을 뽑아냈다.
  간당간당하게 이어진 의식 속에서, 모미지는 초점마저 잡히지 않는 시야로 상대의 얼굴을 확인했다.

  자신을 완전하게 끝내려 하지 않는 무녀를 향한 의문이나, 침입자를 향한 전의마저 사라진 뒤, 모미지의 마음속에는 기묘하게도 약간의 만족감이 남아 있었다.

  그 상황에서 두려워하지 않고, 물러나지 않고, 굳이 발을 내디뎌 승부를 결정짓는다.
  경험에 의한 판단이라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본능적인 반사인가, 아니면 의지의 힘인가.

  어쨌든, 이 인간은 강하다.
  그리고, 앞으로도 점점 강해질 것이다.

  그것을 다시 확신하자, 어째서일까 모미지에게는 그것이 마치 자신에게의 구원처럼 느껴졌다.

「……너」

  시야가 희미해진 탓일까.
  눈앞에 선 소녀의 얼굴이, 5년 전에 본 어린 아이의 얼굴과 겹쳐지기 시작한다.
  허약하고, 천진난만하고, 금방이라도 죽어 버릴 것 같았던 어린 아이의 얼굴.

  그로부터 5년.
  겨우 5년이다.

  그런 짧은 시간에 이렇게나──.

「강해졌구나……」

  모미지는 자신도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작게 웃고는, 정신을 잃었다.







  ​가​토​츠​・​제​로​스​타​일​!​!​

  기술 이름을 외친다면 그런 느낌의 일격이 훌륭하게 먹혀들어갔다.
  원래대로라면 칼을 써서 해야 할 공격을 칼 대신 주먹으로 사용한 제로거리에서의 일격은, 방패를 꿰뚫고 모미지에게 클린 히트 했다.

  진짜 기술 이름은 「아돌・영식」
  기술의 원리를 살펴보니 타격기술에도 응용 할 수 있을 것 같았던 데다가, 뭣보다 옛날에 봤을 때 무지 멋있어 보여서 힘들게 수행하여 익힌 기술이다.

  만화의 상황을 흉내 내서 사용해 봤지만, 깜짝 놀랄 만큼 잘 풀려버렸다.
  그렇구나, 이런 상황에서 사용하면 되는 기술인가. 공부가 됐어.

  기술을 습득하고 활용하기까지의 흐름이 완전히 반대인 것 같긴 하지만 우선 결과 올 라이트. 수행해놔서 다행이야!
  생각해 보니, 동방도 원래는 게임이다. 배틀 만화에서 나오는 전개나 법칙도 결코 바보 취급 할 수는 없다. 앞으로도 참고하자.
  말 그대로 일발 역전.
  여태까지 모든 공격을 막혀왔기 때문일까, 오른손으로 전해지는 확실한 반응에 무심코 속으로 승리의 포즈를 지어버릴 것 같다.

  ──됐나!?

  그것이 실패의 플래그였다는 것과, 실전에 너무 무지했다는 것을, 나는 다음 순간 이해할 수 있었다.
  말 그대로, 뼈가 저릴 정도로.

  승부가 끝났다고 착각한 내가 방심한 틈을 타, 모미지가 역습했다.
  의식을 잃기 직전이던 두 눈이 흉흉하게 빛나고, 그것을 보고서 「위험하다」라고 생각한 순간 이미 오른팔에 송곳니가 꽂혀 있었다.

  아야야야야야야얏, ​물​렸​다​아​아​아​아​아​─​─​!​!​!​

  아픔에 내성은 있지만, 물리는 건 첫경험이다.
  깊게 박힌 송곳니도 아프지만, 무엇보다도 모미지에게 물렸다는 것이, 그것도 엄청난 힘이 담겨져 있다는 것에 공포를 느꼈다.

  ──이 녀석, 팔을 잘라낼 생각인가!

  등골에 한기가 달린다.
  머릿속에 떠오른 처참한 이미지와 그것을 현실로 만들어버릴 것 같은 오른팔의 격통이 공포를 배로 만든다.

  위, 위험해!  이대로 가다간 뼈가 부서져버려……!

  비명이 터져 나올 것 같은 입을 다물고 꺾여버릴 것 같은 정신을 억지로 일깨운다.
  여기서 내가 「도망친다」라는 선택을 하지 않았던 것은, 오로지 전생의 지식 덕분이었다.
  보통은 팔을 보호하기 위해 모미지를 공격하여 어떻게든 이 상황에서 벗어나려고 했을 것이다.
  그 「벗어나려는 행동」이, 결국 치명상을 만든다.
  생존본능에는 쉽게 거스를 수 없다.
  실전에서, 그것도 이런 궁지에 몰렸을 때 순간적인 판단을 해본 경험이 없는 나라면 말할 것도 없다.
  그러나, 이런 궁지 속에서도 내 머릿속에서는 한 이미지가 선명하게 떠올라 있었다.

  ──마치 아론과 싸울 때의 루피 같은 상황이다.

  지금 처한 사태를 뒷전으로 하고 떠오른 위기감이 결여된 이 무의식적인 발상이 반대로 나를 구했다.

  ──라는 건, 여기서 도망치면 반대로 당한다!

  만화 속에서의 전개에 전폭적인 신뢰를 품으며 확신한 나는, 머릿속으로 주인공의 행동을 흉내 내어 목숨을 건 공격에 나섰다.

  오른팔의 상처가 벌어지는 것을 무시하고, 그대로 팔을 내줄 각오로 팔을 들어올려, 아래로 내려찍는다.
  격통과 공포, 그것을 잊기 위해 짐승 같은 외침을 내지르며, 모미지의 머리를 땅에 내려찍는다.
  후두부가 부딪히는 둔탁한 소리와 충격이 내 팔에까지 전달되고, 확실한 반응과 함께 턱의 힘이 풀린다.
  여기서 팔을 뽑아낸다는 선택지는, 이미 머릿속에 없었다.

  다시 공격을 가한다.
  빈 왼 주먹을 힘차게 쥐어 명치에 박아 넣는다.
  힘이 빠진 복근으로 느껴지는 부드러운 육체의 감촉을 확인하며, 이번에야말로 큰 데미지를 줬다는 것을 확신한다.

「큭……」

  완전히 정신을 잃은 모미지의 입에서 팔을 뽑아낸다.
  저항은 없다.
  이번에야말로 승부가 끝난 것이다.

  ……송곳니에서 뽑아낼 때, 푸슉, 하는 비현실적이라고 느껴질 정도로 큰 소리가 들렸을 때엔 다른 의미로 등골이 차가워 졌었다.

  내 몸에 난 상천데, 왠지 묘한 기분이다.
  일반적인 상처 자국이 아니라서 그런 걸까.
  아픈 것도 아픈 거지만, 그 이상으로 무섭다. 보고 싶지 않다. 기분 나빠.

  씹힌 곳엔 구멍이 난 데다가, 팔은 피를 철철 흘리고 있지만 일단 주먹을 쥐는 것 정도는 가능한 것 같다.
  겉으로만 봐선 전혀 안심 할 수 없지만, 점점 진정이 된다.
  크게 한숨을 내뱉고 고개를 돌려보니, 초점이 맞지 않는 모미지와 눈이 마주쳤다.

「너……」

  의식이 있는 한 덤벼들 것 같아서 무섭지만, 역시 방금 그 일격이 결정타였던 것 같다.
  모미지는 그저 작은 목소리로 말할 뿐이다.
  왠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그것을 듣기 위해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강해졌구나……」

  ──모미지는, 그대로 기절했다.

  나는 조금 전까지 보여주던 흉포함이 거짓말이라는 듯이 편히 잠든 얼굴을 바라보며 들은 말에 대해 고민했다.

  강해졌다……인가.
  단순한 칭찬일 뿐이지만, 이해할 수 없는 부분도 있다.
  과거형이라는 것은, 모미지는 내가 강하지 않았던 시기를 알고 있었다는 걸까.

  과거에 모미지와 만났던 기억은 없다.
  요괴의 산에서 눈을 떴을 때보다 더욱 예전에 만났었던 것이라 한다면, 지금의 나로서는 알 방법이 없지만.
  아니면 혹시, 어릴 적에 몇 번이나 날 도와준 은인이 사실 모미지였다는 걸까?

  모른겠다.
  어느 정도 짐작 가는 바는 있지만, 확실치가 않다.
  그저, 이상한 감정만이 높게 솟구치고 있었다.
  모미지에게 칭찬받은 것, 인정받은 것이, 나는 조금 기뻤던 것이다.  

  응……뭘까, 이 기분.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온다고나 할까…… 그야 정말로 좋아하는 게임 캐릭터가 해준 말이라는 점에서도 그렇지만, 어쩐지 그런 이유를 빼고서라도 순수하게 기쁘다.
  애당초 누군가에게 인정받기 위해 사는 몸은 아니지만, 수행에 매진한 보람이 있었다고 생각한다.

  ……뭐, 오른팔의 고통이 장난 아니게 심해졌으니 당장 텐션이 낮아지긴 하지만 말이지.
  이 상처를 입힌 게, 2차 창작에선 귀여운 멍멍이 같은 이미지가 있던 그녀입니다.
  그런 상대에게 조금 칭찬 받은 정도로 히죽거리다니, 방금까지 싸우던 상대잖냐, 나.
  물론, 조금 당했다고 모미지를 싫어하게 될 리는 없지만 말이지.
  오히려 이 사건을 계기로 가까워질 수 있을까 하는 흑심마저 떠오른다.

  전생의 지식 보정 굉장해.
  이 지식이 내 판단을 결과적으로 좋게 만드는 건지, 나쁘게 만드는 건지 아직도 모르겠지만…… 뭐, 괜찮아. 후회는 없다!

  전투 태세를 간신히 풀고, 나는 오른팔을 치료하기 시작했다.
  옆구리도 아프지만, 이쪽이 더 심각하다.
  솔직히, 지금 당장이라도 의사가 봐줬으면 하지만 지금 마을로 돌아갈 수는 없다.

  나는 양손을 감싼 것과 같은 긴 부적 다발을 꺼내, 그것에 영력을 담아 상처 위로 감았다.
  오른팔을 감싸가는 부적이 상처를 강하게 얽맨다.
  굉장히 아프지만, 참자. 실혈사하는 것보다야 나으니.

  원래대로라면 이런 부적은 적을 구속하기 위한 포박결계용이다.
  그러나, 역시 내게 그쪽의 재능은 없어서 포박할 수 있는 건 겨우 요정이나 약한 요괴뿐이다.
  그렇지만 부적 자체의 구속력이 꽤 강해서, 이렇게 상처를 지혈하거나 골절된 뼈를 고정할 때 활용하고 있다. 세균도 들어가지 않아서 편리하다.

  ……반대로 말하자면, 나로선 이런 걸로밖에 활용이 불가능 하다는 거지만.

  그래서 때리고 또 때리는 게 내 기본적인 전투법이다.
  당연한 소리지만, 무녀의 역할 중 하나인 하쿠레이 대결계의 관리는 유카리에게 모두 맡겨 놨다.

  가끔 생각하는 건데 말이지, 유카리…………왜 나를 하쿠레이의 무녀로 선택한 걸까?

  그런 부정적인 의문이 때때로 떠오르지만, 그렇다고 내게 약한 소리를 할 자격은 없다.
  적어도 할 수 있는 것은 전력으로 해내기 위해 요괴 퇴치나 마을의 치안 유지에 열심이다.
  그건 그렇다 치고, 요괴의 산에 들어와 빠르게도 사투를 펼쳐 버린 나. 그렇지만 여기서 물러난다는 선택지는 없다.
  어떻게 해서든 납치당한 아이를 되찾아야한다.
  요괴의 산은 넓고, 남은 일은 많겠지만, 앞으로 텐구와는 더 이상 충돌하지 않도록 조심하면서, 아이를 찾아내지 않으면──.

「있다, 침입자다!」

  ……에?

「모미지가 당했다!」
「바보 같은, 그 녀석이 당했다고!?」
「방심하지 마라, 포위해라!  경고는 필요 없다!  확실하게 죽인다!!」

  어안이 벙벙한 나를 무시하며, 갑자기 나타난 모미지와 비슷한 모습을 한 자들이 셋, 주위를 둘러쌌다.
  이미 검을 뽑고 엄청난 적의와 살기를 내게 보내고 있다.

  에, ​그​러​니​까​…​…​모​미​지​씨​의​ 동료들이신가요?

  …………어, 어째서?

  이 상황에서 어떤 변명을 해봤자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자, 다른 의문이 머릿속에 난무한다.

  왜 이 타이밍에 지원군이 오는 거야!?
  이상하잖아!  왜냐면, 모미지가 그 전투 중에 동료를 부를 수 있었을 리가……!

  ──「모미지의 입에서 나온 외침이, 전투의 시작을 알렸다.」

  ​아​…​…​아​아​아​아​아​앗​!​!​  그땐가---!!?
  그건 싸움에 임하는 기합이 아니라, 동료를 부르기 위한 외침이었던 건가!?

  ​잠​깐​…​…​기​다​리​라​고​!​
  치사하잖아, 그거 어딜 어떻게 봐도 일대일의 결투씬이었잖아!  이래도 되는 거냐!?

「죽어라!」

  예상외의 사태에, 반 패닉상태인 채 멍하니 서있을 수밖에 없었던 나를 향해, 세 명의 초계 텐구들이 문답무용으로 덤벼들었다.
  상황이 단번에 나쁜 방향으로 커지고 있다.

  ──뭐가 시작되는 거죠?
  ──제1차 요괴의 산 대전이다!

  아니, 진짜로 그런 사건이 되면 농담으로는 안 끝난다고.
  어쩌지, 너희들 그만두라고!?







「오호호! 이야기가 이렇게 풀리다니, 점점 재밌어지네」
「그런 이상한 웃음소리 내지 말라고. 너, 지금 무지 기분 나쁜 표정이야……」

  초계 텐구와 하쿠레이의 무녀의 싸움을 멀리 떨어진 나무 위에서 바라보고 있는 두 그림자가 있었다.
  샤메이마루 아야와 히메카이도 하타테.

  겉으로만 봐선 당장이라도 부러질 것 같은 홀쭉한 나뭇가지 끝에 한쪽 다리만을 얹고 다른 한쪽 다리를 그 위로 꼬은 기묘한 자세로 공중에 「앉아」있었다.

  바람을 조종하는 아야에게 있어, 땅이던 공중이던 발판으로서 큰 차이가 없다.
  모미지만큼은 아니어도, 인간과 비교하지도 못할 만큼 뛰어난 시력으로 상황을 보며, 소리를 바람으로 이쪽에까지 들리게 하여 이렇게나 멀리 떨어진 곳에서 상황을 파악하고 있다.

  하는 짓은 훔쳐보기지만, 사용되는 능력의 조종에 하타테는 속으로 기막혀하고 있었다.
  샤메이마루 아야가 가진 「바람을 다루는 정도의 능력」은, 보는 바대로 응용의 폭이 넓으며, 순수하게 강력하기까지 하다.

  텐구 중에는 물론 「칼바람을 만드는 정도의 능력」이라거나 「회오리를 일으키는 정도의 능력」 같은, 바람에 관련된 능력을 가진 자들이 많다.
  상위의 텐구라면, 그 위력 또한 재해 수준으로 엄청나다.

  그러나, 바람 그 자체를 다루는 능력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야뿐.
  그야말로 풍신이다.

  지위는 평범한 까마귀 텐구에 불과하지만, 요괴로서의 연륜은 천마와 엇비슷하다 한다.
  그런 이유로 아야는 텐구 사이에서도 상하관계를 따지지 않고 유명한 것이다.
  무서운 요괴다.

「아니 봐봐, 저걸 안 웃고 배길 수 있을 리 없잖아!
  그 빌어먹을 정도로 성실한 경비견 녀석이 인간 따위한테 졌다고?  평소에 내던 쓸데없는 위압감은 허세였다는 거지. 아─ 우스워라!」

  ──자신의 힘에 대한 자각이 있는 건지 없는 건지 미묘한 동료의 험담을, 하타테는 짜게 식은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텐구 중에서도 인간과 비슷한 성격을 가진 하타테에게 있어, 아야의 조소 섞인 험담은 조금 걸리는 부분이 있었지만, 나름 길게 사귀어온 사이다 보니 이 정도는 익숙하다.
  뭐라고 해봤자 농담하며 기세 좋게 대답할 뿐이라는 것을 예측하고, 화제를 바꾼다.

「인간 따위라고는 해도, 저 하쿠레이의 무녀도 꽤 하잖아?  너도 상당히 전부터 주목하고 있기도 했고」
「아, 뭐 그렇네. 인간으로서는, 이지만.
  내 기대대로 상당히 힘을 길러 줬어. 역시 하쿠레이의 무녀라는 것만으로는 화제로 써먹기엔 「임팩트」라는 게 부족하니까」

  아야의 만족스럽다는 미소는, 비웃음의 영역을 벗어나지 못했다.
  하타테는 그 표정과 행동을 잠시 관찰하고는, 그것이 진심이라고 깨닫고, 기막히다는 듯이 한숨을 내뱉었다.

  정말이지── 비틀려 있다.

「5년 전에 돌봐줬던 아이가, 하쿠레이의 무녀가 됐네……」

  이누바시리 모미지를 꺾고, 지금도 세 명이나 되는 적을 앞에 두고 한걸음도 물러서지 않으며 대항하는 소녀의 모습을 바라보던 하타테가 아야에게 들리게끔 중얼거렸다.

「뭔가 그 외에 할 말은 없는 거야?」
「그건 「훌륭하게 자랐구나」같은 감동적인 대사라도 해줬으면 한다는 걸까? 이 내가?」

  아야는 무슨 바보 같은 말이냐는 듯 조소 섞인 미소를 지었다.

「아야가 그 아이를 걱정하고 있던 건 맞잖아?
  당대의 하쿠레이의 무녀에 대한 걸 신문에 실은 건 너밖에 없었어. 네 말대로 「인간 따위」의 활동 같은 대단한 화제성도 없는 소재나 쓴다고 비웃음 당했으면서」
「이런 때를 위한 거였어.
  그래, 모든 것을 예상하고 있었기 때문이야!  지금까지 잔뜩 귀찮은 짓을 하면서 키운 성과가 지금 나온 거라고. 예상대로, 저 아이는 소동을 일으키러 와줬어.
  야쿠모 유카리에게 멋대로 빼앗겼을 때엔 상당히 낙담했지만, 이렇게 은혜를 갚으러 와줄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어. 이번 사건은 특보로 쓸 만하겠어.
  하쿠레이의 무녀, 마침내 폭주!  요괴의 산에 도전하다, 과연 이 무모한 도전의 결말은!?  ——이번 신문의 머리기사는 이걸로 결정이네!」
「……귀염성 없이 커버렸네, 라는 느낌이려나」

  하타테는 희희낙락하며 떠오른 문구를 수첩에 쓰는 아야에게 들키지 않게 그런 말을 중얼거렸다.
  아야의 말은 인간인 하쿠레이의 무녀를 얕보며 비웃는, 그저 악랄한 말로만 들린다.

  사실, 그녀는 그럴 생각으로 말한 것일 것이다.
  이 태도가 동족에게도 향하기 때문에 악명이 자자하다.
  아야의 성격이 비뚤어져 있다는 것 정도는 하타테도 충분히 알고 있다.

  그리고, 하타테는 또 다른 시점에서 아야를 이해하고 있었다.
  아야 자신은 그 견해를 오해이며, 말도 안 되는 착각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적어도 하타테 만은 자신의 생각을 한치의 의심도 없이 믿고 있다.
  그러니까, 친구로 있을 수 있을 것이다.

  ──그 아이가 야쿠모 유카리와 함께 사라진 후의 아야의 모습을 알고 있다.
  ──그 아이가 새로운 하쿠레이의 무녀로서 선택 받았다는 정보를, 아야가 제일 먼저 손에 넣은 것을 알고 있다.
  ──인간이어도 요괴여도, 누군가를 향한 호의를 드러낼만한 솔직함 따위는 눈꼽만큼도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
  ──적어도 아야가 그 아이에게 지금도 변함없는 흥미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어느 요소건 간에 너무 긍정적인 방향으로 해석하고 있다는 자각은 있지만, 하타테에겐 그런 이유로 자신의 뜻을 바꿀 생각은 없었다.
  오만하고 불쾌하지만, 결코 상스럽거나 외도라는 것이 아니다── 그것이 샤메이마루 아야라는 텐구였다.

「그래서, 아야는 지금부터 어떻게 할 생각인데?  이대로 보고만 있을 셈?」
「응—, 뭐 저렇게 놔두면 얼마 안가서 소란은 가라앉겠지」

  아야는 조금 고민하더니, 이윽고 무언가 생각난 듯 히죽하고 웃었다.
  하타테의 표현에 따르면 「엄청 기분 나쁜 표정」이다.

「응, 모처럼이니. 조금 수를 써볼까」

  뭐가 모처럼이냐. 그냥 악의적인 장난일 뿐이라는 것을 알고, 하타테는 진절머리 난다는 표정을 지었다.

  ──저러니까 친구가 없지.

  말하면 분명 넌 어떠냐고 대답할 테니 말하지 않는다.

  하타테는 입을 다물고 묘하게 화가 나는 웃음소리를 내며 날아가는 아야의 모습을 바라봤다.
  5년 전에 갑작스레 헤어지고 만, 인간 소녀와 요괴의 재회다.
  물론, 그것이 감동적인 장면일 거라고는 도저히 상상하지 못하겠지만.

  그때로부터 정신적으로도 성장했을 그 아이가, 과연 아야와 만났을 때 어떤 감정을 품을까?
  애당초 아야는 인간에게도, 동족에게도 미움 받는 ​녀​석​이​지​만​─​─​과​연​?​

  그 인간도, 어릴 적부터 상당한 괴짜였다.
  불안보다 기대가 앞선다.
  반드시, 잘 풀릴 것이다. 아마도. 그럼 다행이겠지만.

「뭐, 어떻게든 되겠지. 심각하게 고민하는 건 낭비야, 너는 네 생각 이상으로 소심한 녀석이니까」

  멀리서 눈에 들어오는 아야를 향해 심술궂게 웃으며, 하타테는 두 명의 재회를 지켜보지 않고 등을 돌렸다.
  지금은 자신도 해야 할 것이 있다.
  자신에 일에는 만년 귀차니즘 폭발에 방구석폐인 기질이 있는 까마귀 텐구는, 쓸데없이 오지랖 넓은 성격을 발휘하여 행동을 개시했다.

  텐구의 마을로 돌아와, 평소엔 가지 않는 하급 텐구들이 모이는 장소로 하타테는 발을 옮겼다.
  모미지의 천리안만큼은 아니어도, 초계 텐구 중에는 무언가를 수색, 탐색하는 것에 적합한 능력을 가진 자가 많다.
  상사 주제에 부하들에게 긴장하는 속마음을 노력해서 만든 딱딱한 표정으로 숨기며, 하타테는 그날 처음 하급 텐구들을 부려먹었다.

  ──너희가 지금 당장 찾아줬으면 하는 요괴가 있는데. 미리 말해 두겠는데, 거부권은 없어.

  속으로 싫다는 표정 하고 있는 걸까─, 날 귀찮다고 생각하는 걸까─, 라며 맘대로 부하들의 마음속을 상상하고 주늑들면서도 서투른 말투를 잇는다.

  ──마을에서 아이를 납치한 요괴를 찾아라. 이 산 어딘가에, 사냥감을 데리고 숨어있을 터. 가능한 서둘러서, 이 장소에 있는 전원이 함께 찾아.

  거부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비번인 자까지 동원하라 명령하는 자신의 행동이 불합리하다는 것을 알고 있으니 마음이 아프다.
  분명, 찾으러 나가서 모두들 내 뒷담을 깔 거다.
  멋대로 그 모습을 상상하니, 마음뿐만이 아니라 배까지 아파졌다.
  기분도 나쁘다.
  토할 것 같다.
  그것을 견디며 결사적인 각오로 목소리를 낸다.

  ──빨리 가!  만약 ​늦​는​다​면​…​…​알​겠​지​?​

  아이가 요괴에게 살해당해버리면 헛수고다.
  그렇게 되기 전에 찾아낼 필요가 있다.
  그래, 필요한 일이다.
  그러니까 위협까지 하며 명령한다.
  이걸로 기분 나쁜 녀석이라고 들어도 어쩔 수 없다.
  두루두루 완만하게 수습할 있다면, 조금 미움 받는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다.

  필사적으로 자신을 응원하며 하타테는 강직한 태도를 유지한다.
  명령을 받은 하급 텐구들이 그 즉시 날아오른다.

  ──떠날 때, 그중의 한 명이 작게 혀를 차는 것을, 하타테는 보고 말았다.

  모두가 사라진 뒤, 견디지 못하고 구역질을 했다.
작자후기

1화에 담기엔 무리가 있는 용량이었으므로, 두 편으로 나눠서 모처럼이니 내용을 더해가다 보니, 이런 내용이 되어 버렸습니다.  동방 작품을 쓸 때 설정이 애매한 캐릭터는 오리지날 요소가 너무 들어가 버리므로, 그런 캐릭을 많이 활용할 생각은 없었습니다만, 모미지만은 예외였습니다.  사실 맨 처음 플롯으로는, 샤메이마루 아야를 모미지 역할로 내세울 생각이었어요.

역자후기

번역은 이걸로 끝났어. 댓글 때문에 하는 거지. 그러니까 여러분 다 보시면 댓글좀 남겨주세요.

그나저나 이번편은 마음에 드는 장면이 많네요.

가토츠 제로스타일! 이라거나 아론전 루피 흉내라거나 자기 최면을 걸면서까지 츤츤거리는 걸 멈추지 않는 아야나 요괴 주제에 성격이 너무 괴멸적으로 착한 하타테나 그냥 전부 좋음.


....하타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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