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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방선대록

東方先代録


Original |

Translator | DanteSparda

그 18 「봉래인형」


  한눈에 봐도 유복하다는 것이 뻔히 보이는 옷차림의 남자가 걷고 있었다.
  이렇게 걷는 모습조차 보기 힘든 신분을 가진 남자.

  그는 마을에서도 유명한 거대한 상점의 주인이다. 마을 안이라고는 하지만 전속 차부를 놔두고 혼자 돌아 다녀도 될 사람이 아니다.
  거기다 검은색보다 흰색의 비율이 더 많은 머리카락과 얼굴에 새겨진 주름을 보면 알 수 있듯이 고령이기도 하다.

  그러나 그 걸음은 쇠약함 같은 것은 전혀 보이지 않을 정도로 힘찼으며, 기세 또한 당당했다. 강도 따위는 전혀 두렵지 않다고 외치는 듯하다.
  남자의 옷차림 때문일까, 아무리 상상해도 비싼 무언가 밖엔 떠오르지 않는 보자기로 싸맨 짐을 한 손에 들고 발을 옮기고 있다.

  이윽고, 남자는 목적지로 보이는 장소에 겨우 도착했다.
  부자인 그가 일부러 걸어가면서까지 방문한 장소란, 마을의 진료소── 그 남자와는 조화가 되지 않아 오히려 납득이 갈 것만 같은 장소였다.
  평소라면 노인이나 환자들의 활기로 가득 차있어야 할 그곳은, 닫힌 문에 「휴업 중」이라는 팻말이 걸려있었다.
  남자는 잠시 그 팻말을 바라보더니 이윽고 조심스레 미닫이를 열었다.

  이 진료소는 한 여성이 경영하는 곳이다.
  종업원도 그녀 한 사람 뿐.
  진료소의 주인인 그녀가 없다면, 당연히 집을 지킬 사람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열쇠는 처음부터 만들어져 있지 않은 것이다.
  부재중일 때 출입을 금지한다는 팻말조차 없다.
  놀랍게도 「휴업 중에 방문한 환자는 주인이 돌아올 때까지 얼마든지 있어도 좋다」라는 것이 이 진료소의 방침이었다.

  남자는 말 그대로 제멋대로 진료소의 안쪽에 발을 디뎠다.

「누구, 있나?」

  남자의 목적은 이 진료소의 주인과 만나는 것이었다.
  반쯤 기대를 풀고 안쪽을 향해 말했다.

「──이런, 이거 키리사메의 주인님 아니신가요」

  뜻밖에도 어떤 목소리가 대답했다.
  그러나 그것은 여성의 목소리가 아닌, 남자의 것이었다.

「뭐야, 린노스케 아니냐. 네가 여기에 오다니, 드문 일인걸」

  딱딱했던 말투가 갑자기 거리낌 없는 말투로 변했다.

「그건 이쪽이 할 말입니다」

  그 남자는── 대규모 상점 「키리사메 도구점」의 주인인 키리사메는, 진료소의 한쪽 벽을 바라보고서는 낙담했다.
  의자와 책상이 나열된 곳에 앉아 자기 집인 것 마냥 차를 마시고 있는 자는 향림당을 운영하는 모리치카 린노스케였다.

  서로가 이 진료소의 주인과 아는 사이다.
  그러나 키리사메는 지위 때문에, 린노스케는 외출 기피증인 성격 탓에 이렇게 바깥에서 얼굴을 마주하는 일은 드물다.
  덤으로 이 진료소에서 우연히 만나는 사건 또한 약 3년 만의 일이었다.

  ──반대로 말하자면, 3년 정도 전에 이 둘은 이곳에서 마주한 적이 있다는 소리다.
  딱 이 진료소가 생겼을 쯤── 주인인 선대 하쿠레이의 무녀가 은퇴한 날에.

「한가해 보이는구만, 선대는 역시 없는 겐가」
「예, 외출 중입니다. 바깥의 팻말 보셨죠?」
「너도 봤을 거 아니냐. 뭘 편하게 쉬고 있는 건가. 차를 마시고 싶다면 인기 좋다는 카페인가 뭔가 하는 곳이라도 가게나」

  키리사메의 심술에 린노스케는 작게 어깨를 들썩이는 것으로 답했다.
  겉만 보면 젊은이와 노인으로 보이나, 둘의 대화에는 동년배 사이에서나 느껴질 것 같은 친근함이 있었다.
  키리사메, 린노스케, 그리고 선대무녀. 이 세 명은 그 3년 전보다 더욱 전부터 관계를 가져왔다.
  반요인 린노스케는 외모 그대로의 연령이 아니다.

  주인이 없다는 것을 안 키리사메도 주저 없이 근처에 있던 의자에 앉았다.
  으랏차, 라며 무의식적으로 목소리가 나온 것을 뒤늦게 깨닫는다.
  무심코 시선을 돌려보니, 옆에 앉아 있던 린노스케가 쓴웃음을 짓고 있었다.

「나이라는 건 먹고 싶지 않은걸. 여기까지 걸어 왔을 뿐인데 묘하게 힘이 드니. 나 원」

  키리사메는 어쩔 수 없다는 듯 변명을 중얼거렸다.

「아무쪼록 잠시 쉬고 계세요」
「차를 마시러 온 게 아니야. 정말이지, 여기 주인 녀석도 여전하구만. 도둑에게 도둑질 뒤에 즐길 휴식시간이라도 줄 생각인가?」
「본인은 도둑맞을 만큼 가치 있는 물건은 없다지만 말이죠」
「흥, 그 선대무녀의 집에서 도둑질을 하려는 바보도 있을 리가 없지…… 아무리 그렇다지만 부재중일 때 오는 손님까지 환영하지 말란 말이다」
「부정기적으로 휴일을 내버리는 걸 신경 쓰고 있었으니까요」
「그게 과하다는 거야, 그 바보 녀석. 진료소의 주인 역할에 전념할 수 있을 만큼 그 녀석의 입장이 가볍지 않다는 것 정도는 누구라도 알고 있을 터인데」

  두 남자는 오랜 세월 사귀어온 동료의 얼굴을 떠올리며 그녀에 대해 말했다.

「오늘은 그녀의 문병을 오신 건가요?」
「흥, 드문 양과자가 손에 들어와서 가져왔을 뿐이다」

  키리사메는 던지듯이 짐을 책상 위에 놓았다.

  선대무녀가 양다리를 다친 것은 겨울에 접어들기 전의 일이다.
  이미 계절이 지나가 버렸을 정도니, 문병이라 하기엔 너무 늦고 말았다.

「그 녀석의 다리가 움직이지 않게 됐다고 들었을 때엔 꽤 소란을 피우긴 했어도, 이제 주변 녀석들도 적당히 침착해졌겠지」
「그래서 이제 와 상태를 보러온 건가요」
「그런 너는 어떠냐?」
「그녀의 지팡이를 새로 만들어서요. 사용한 감상을 해줬으면 해서, 기다리고 있었죠」
「변명 하나는 수준급이구만」
「키리사메의 주인님과 비교할 바는 못 됩니다」

  확실히 새삼스러운 이야기였다.
  다친 당시에는 문병도 오지 않았으며, 린노스케 또한 하쿠레이 신사를 방문했을 때 말고는 선대와 만나지 않았다. 이전의 지팡이는 선대 자신이 직접 주문하러 왔던 것이다.
  남이 보면 오랜 사이면서 박정하다고 말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둘은── 선대를 포함한 셋은 서로에 대해 충분히 이해하고 있었다.

「뭐, 그 녀석을 상대로 불만을 토해봤자 어쩔 도리도 없지. 녀석은 강한 여자니까」
「옛날부터 그랬으니까요」
「그렇지, 이쪽의 마음 따윈 알지도 못하면서 말이지.
  지금도 그래. 다리가 안 움직인다면서 뭐가 좋다고 외출을 하는 거냐?  게다가 최근 외출하는 빈도가 늘었다지 않나」
「……저도 오늘은 그 이유를 물으려고 했었습니다」

  이러니 저러니 불평은 해도, 키리사메가 선대의 행동을 자세하게 파악하고 있다는 사실에 속으로 쓴웃음을 지었다.
  물론 입 밖으로는 결코 내보내지 않는다.
  말한다면 일이 귀찮아진다는 것을 경험으로 알고 있는 것이다.

  린노스케는 젊은 시절의 그를 알고 있다.
  비뚤어진 젊은이에서, 젊음이 빠져나간 지금은 편벽한 노인이 되어 있다.

「마을 사람들에게 들은 말로는, 마을에서 혼자서 나가는 걸 봤다더군요」
「뭐라고……?  그 바보 녀석, 자신이 어떤 상태인지 알고 있는 건가. 상처가 없어도 이미 현역도 아닌 주제에 말이지」
「확실히 불편한 몸으로 여기저기 맘 편히 돌아다닐 수 있을 만큼 안전하지는 않습니다만, 그녀는 아직 쇠약해지지 않았으니까요」
「알고 있어. 방금 신문을 봤었지. 오니 퇴치라고?  정말이지, 앞만 보고 달려드는 것 밖에 못하는 바보 녀석이. 예전부터 아무것도 바뀌질 않았어!」
「이쪽이 아무리 불평해도 어쩔 수 없다, 그렇죠?」
「아아, 그래. 그렇지. 이제 신경 안 쓸 거다, 마음대로 하라고 해. 이 나이가 돼서까지 그 녀석이랑 어울려 다닐 수는 없으니까」

  키리사메는 무책임하게 고개를 저었다.
  그 불평을 태연하게 못 들은척하는 린노스케.
  화제의 중심이면서도, 이 장소에는 없는 선대.
  그것은 수십 년 전에도 나눴던, 그들에게 있어선 즐거운 대화였다.

「그럼, 나는 이만 가마. 그 녀석을 만나면 안부나 전해줘」

  추억을 곱씹으며 더욱 해나갈 것 같았던 대화를 그렇게 끝맺으며, 키리사메는 엉덩이를 들었다.
  이런 담박한 면이 셋을 묶어주는 공통점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린노스케는 그의 정이 두텁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전해주기야 하겠습니다만…… 여전히 그녀는 소동의 중심이라서 그러시다간 언제 만날 수 있을지 몰라요」
「뭐?  내가 언제 그 녀석이랑 만나고 싶다고 했나?」
「그런데──」

  린노스케를 한 번 노려보고는 코를 울리며 떠나간다.
  그런 그의 등 뒤에서, 지금 막 생각났다는 듯이 한 마디 말을 덧붙였다.

「그러고 보니, 「마리사」는 건강해 보였습니다」

  키리사메의 다리가 멈춘다.

「……핫!  그건 도대체 어디 사는 누구 이름인가?」

  린노스케는 얼빠진 표정을 지은 채 어깨 너머로 이쪽을 노려보는 키리사메의 시선을 받아 넘겼다.

「「마리사」라는 이름의 딸이라면 있다만, 그 아이는 죽었어. 한참 옛날에 말이지」

  그렇게 단언하며 키리사메는 올 때보다 조금 더 난폭한 발걸음으로 진료소를 나갔다.
  다시 홀로 남게 된 린노스케는 한숨을 내뱉었다.

「부모와 자식이라……」

  마법사가 되기 위해 집을 나온 딸과 그런 딸과 의절한 아버지.
  점점 멀어져가는 그 둘의 접점이 된 린노스케만이 알고 있는 서로의 말을 되새기며, 가슴 속 깊은 곳에서 나온 말을 중얼거렸다.

  피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부모와 아이는 누가 됐든 닮게 된다.
  정말이지, 어느 쪽이든 정말로 솔직하지 못한 성격이다.
  혈연을 가지지 못한 린노스케에게 있어 이 둘의 관계는 뭐라 표현할 수 없을 만큼 귀찮고 이상하게 보였다.

  그것은 그가 아는, 또 다른 부모 자식과 비교했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홍마관의 지하 도서관에는 사실 주인이 없다.

  그곳에 정착한 파츄리가 사역마와 함께 사서 흉내를 내고는 있으나, 그것이 그녀에게 부과된 업무냐고 묻는다면 딱히 그런 것도 아니다.
  파츄리에게 있어 이 도서관은 자신의 취미와 실익을 동시에 챙길 수 있는 장소이기는 하나, 결코 원해서 얻은 것은 아니다.
  일찍이, 이 홍마관에 붙잡혀있었을 무렵엔 그저 적절한 위치에 배치된 말에 지나지 않았다.
  그렇기에 바라는 것일지도 모른다.

  ──구하라, 그리하면 얻을 것이다.

  파츄리는 이 장소를 진실로 필요로 하는 자의 방문은 딱히 막지 않고 받아들이고 있다.

「이것과……이것!  좋아, 오늘은 이만큼 빌려갈게. 죽을 때까지」

  단지, 그 방문자에게 도덕성과 매너가 결핍되어 있다는 점이 두통거리일 뿐이다.

「……마리사. 나도 정식적 사서는 아니고, 이 도서관의 대출 시스템도 그저 형식 맞추기일 뿐이야」

  이변 해결된 뒤부터 정기적으로 이곳에 방문하게 된 미숙한 마법사에게 파츄리는 지긋지긋 하다는 말투로 말했다.

「그러니까 강요는 하지 않을게. 그렇게 고집 부릴 필요는 없잖아.
  빌려갈 책을 내게 보여줘, 너는 대출기록을 쓰기만 하면 되는 거야?  그렇게만 하면 그 책의 대출은 정식적인 것이 돼. 그러니 펜을 쥐어」
「거절한다!」
「왜 그렇게까지 강하게 반대하는 거야……」

  파츄리에겐 마리사의 말이 전혀 이해되지 않았다.
  매번 문지기인 메이링에게 탄막놀이를 신청하고, 이기면 도서관에 방문하여 마음대로 책을 꺼내간다. 졌을 땐── 이길 때까지 반복한다.

  서로 사이가 좋지 않다거나 적대하는 관계라면 이해는 할 수 있다.
  교섭이 성립되지 않는다면 힘에 의한 강탈을 시도하는 건 당연하다. ……당하는 쪽에서는 불합리한 처사겠지만 말이다.

  그러나, 파츄리는 자신이 마리사와 자기 나름대로 양호한 관계를 맺었다고 생각한다.
  거리낌 없이 부를 수 있을 만큼 친한 사이는 아니지만, 당연히 서로에게 적의는 없으며, 마리사도 도서관에 들렀을 때엔 반드시 마법사의 후배로서 파츄리에게 가르침을 받는다.

  파츄리도 그것을 거절하지 않는다.
  마리사는 배우고, 파츄리는 가르친다.
  서로 계약을 나누지는 않았으나, 두 명은 이미 마법사로서 사제지간이나 다름없는 관계였다.

  그렇기에 파츄리는 매번 불가사의하게 생각한다.

  ──어째서 일부러 훔쳐가는 것처럼 책을 가져가는 거지?

「이 도서관에는 지금의 너로선 어쩔 방도가 없는 레벨의 마도서도 많아.
  성장을 위해 자주성이 필요하다는 건 인정하겠지만, 마법이라는 걸 얕보지 마」
「이봐, 네가 내 엄마라도 되냐?  그렇게까지 보살펴질 의리는 없다구」
「내게 그 정도는 보살핌이라고 할 정도도 못 된다는 말이야.
  꺼낸 책을 내가 대충 훑어보기만 하면 돼. 내가 파악한 네 실력에 알맞은 물건인지 판단하고, 충고해줄게. 그 편이 효율적이잖니」
「그러니까, 그런 걸 「보살핌」이라고 하는 거야.
  내가 아픈 꼴을 보든 어쩌든, 그건 내 자업자득이잖아?  파츄리랑은 상관없는 이야기 아니냐고」

  마리사의 말투에, 파츄리는 몇 번 느껴보지 못한 초조함을 느꼈다.

「……그런 상관없는 내게 끈질기게 가르침을 졸랐던 너는 도대체 뭐라는 건데?」

  그렇게 초조해하며 화낼 이유가 방금 그 말 어디에 있는 것까지는 생각하지 못한 채, 무의식적으로 입을 열었다.
  그러나 그런 야유 섞인 질문에 마리사는 주저 없이 대답했다.

「주제 분간도 못하는 평범한 마법사야. 싫으면, 딱히 가르쳐 주지 않아도 된다구?」
「저번보다 약간 지식과 힘을 늘렸다고 잘난척이라도 하는 거니?」
「아니, 내가 지금도 네 발끝에조차 미치지 않았다는 건 알고 있어」
「그렇다면──」
「그러면 그런 네가 나한테 친절하게 대해주는 이유는 뭔데?」
「뭐?」
「수준 낮은 녀석이 발버둥치고 있을 뿐이니까, 그냥 내려다보고만 있어도 되잖아. 도와줘서 이득 볼 것도 없을 테고.
  내가 파츄리에게 질문하는 이유는 제일 빨리 대답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야. 딱히 거절해도 상관없어. 나는 언제나 거절당할 각오로 부탁하는 거니까」

  마리사의 대답을 들은 파츄리의 초조함은 더욱 더 강해져 갔다.

「그렇다면…… 지금부터 너를 책을 노리는 도둑으로서 환영해줄까?  난폭하게 말이지」
「오, 그거 좋네. 지금 당장 승부라도 할래?」

  위협하는 것 같은 기세를 뿜어내는 파츄리에게 마리사는 오히려 기뻐하며 스펠카드를 꺼내 들었다.
  상대가 보이는 거친 분위기에 어떠한 반응조차 없다.
  적의는 없었으나, 그와 동시에 지기에게 향하는 그 눈빛엔 불안과 망설임 따윈 없었다.

  그런 변함없는 태도를 보며 파츄리는 높게 솟구치던 격정이 급속하게 약해져가는 것을 느꼈다.

「…………그걸 가지고 냉큼 사라져」

  의자에서 떼어놓았던 등을 힘없이 등받이에 걸치고, 무책임하게 손을 흔든다.

「뭐야, 나는 결투할 생각이었다고?」
「사라져. 그렇지 않으면 죽일 거야」

  살기를 담아 노려보니 아무리 마리사도 무리였는지 어깨를 움츠리며 순순히 따랐다.
  자신과 상대 사이의 실력차이를 이해하고 있다.
  역시, 자만심에 빠진 자의 태도로는 보이지 않는다.
  그렇기에 파츄리는 마리사의 완고한 고집이나 조건을 요만큼도 이해할 수 없었다.

  어째서 솔직하게 자신을──.

「──마리사」
「응?」

  도서관의 문에 손을 올린 마리사의 등을 향해 작은 목소리로 묻는다.

「왜, 무슨 일인데?」

  파츄리는 마리사가 도서관을 방문하고 나서부터 쭉 신경 쓰이던 것을 물었다.

  그녀의 오른쪽 눈은 붕대로 덮여 있었다.
  언뜻 보면 부상이나 병을 앓는 것처럼 보이지만, 파츄리는 그 붕대 아래에서 배어 나오는 독기를 확실히 느낄 수 있었다.
  마리사 자신에게 물을 것도 없이, 그 자체가 상태를 말해주고 있다.

  그러나 마리사 자신은 이곳에 방문했을 때부터 쭉, 오른 눈에 이상 따윈 없는 것처럼 행동했기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던 것이다.
  자신의 오른 눈이 지금 어떤 상태에 빠져 있는 건지 모를만큼 마법사로서 무지하지는 않을 터인데.

「딱히 아무것도 아냐」

  솔직하게 대답해줬으면 한다── 무의식적으로 그렇게 파라던 파츄리의 속마음을 비웃는 것처럼, 마리사는 미소를 지으며 그렇게 대답했다.

  그럼 이만, 이라며 태평하게 인사를 남기고 마리사는 도서관을 떠났다.
  남겨진 파츄리는 당분간 닫힌 문을 바라보고 있었다.

「소악마, 뭐가 그렇게 웃긴 거니」

  발소리와 기척을 숨긴 채 바로 등 뒤까지 다가와 있던 소악마의 존재를 돌아보지도 않고 간파한 파츄리가 말한다.

「어머머, 엉뚱한 화풀이신가요?」
「상당히 즐긴 것 같네. 다음에 마리사가 왔을 때엔 평범하게 대접해. 이 다음 이야기는 내가 알아서 끝낼 테니」

  파츄리는 평소의 농담에 어울려주지 않았다.
  단도직입적으로 핵심만을 찔러든다.
  소악마는 방금까지 둘이 나누던 대화에 귀를 곤두세우며 다음에 마리사가 방문했을 때에는 「주인의 뜻에 따라」라며 탄막놀이로 맞서 싸울 생각이었던 것이다. 이야기를 재미있게 하기 위해서 말이다.

  그러한 기대를 눈치챈 파츄리는 빈틈없이 다짐을 받아냈다.

「과연 제가 두려워하는 아름다운 마녀님」

  소악마는 감복했다는 듯이 깊게 고개를 숙였다.
  그러나 그림자에 가려진 그 얼굴은 비뚤어진 미소로 가득 차있었다.

「──그러나 그건 여유가 없는 자나 가질 두려움입니다.
  안되겠네요, 파츄리님. 마법사가 감정에 좌지우지 되어서야 못쓰죠. 저 같은 악마를 포함해서 당신을 삼키려 기다리는 중인 이계의 입은 어디에나 있다는 것을 잊지 마세요」

  소악마는 마도와 관련된 자들이 항상 들어온 충고를 언급했다.

「……그렇네. 고마워」
「아니요」

  그녀의 종족을 생각하자면 의외일 정도의 상냥한 충고를 들은 파츄리는 순순히 반성하며 사과했다.
  얼마 안 되는 시간이지만, 평소와는 다르게 두 주종이 서로가 서로를 위하며 침묵한다

「마리사 말인데」

  파츄리가 먼저 주제를 언급했다.

「아무래도, 나 말고 다른 마법사에게도 가르침을 사사 받기 시작한 것 같네」

  마리사에게는 어떤 말도 듣지 않았음에도 파츄리는 반쯤 확신했다는 듯 추측한 내용을 말했다.
  그것을 들은 소악마 또한 부정하지 않는다.

「실력은 적어도 마리사 이상. ​상​한​은​─​─​모​르​겠​네​요​,​ 최악이면 파츄리 님과 같거나 그 이상일지도요」
「중급 이상의 강력한 마도서를 소지하고 있다는 건 확실해.
  마리사는 자신을 조금 비하하고 있기는 해도, 그녀의 소질 자체는 결코 나쁘지 않아. 마법사로서의 적정은 있지」
「저주에 대한 저항력도 그 나름대로 있겠죠. 그런데도 눈이 그렇게 됐다는 건──」

  파츄리도 소악마도 마리사의 오른 눈이 어떠한 저주를 받았다는 것을 눈치채고 있었다.
  그 증상 자체는 그렇게 희귀한 것이 아니다. 적어도 마법사라는 종족에게 있어서는.
  그 자체로 힘을 가진 마도서에는 그 힘에 비례될 정도의 위험성도 가지고 있다.
  잉크 대신 피로 쓰인 책이라거나 인간 가죽으로 만들어진 커버와 페이지를 가진 기괴한 책마저 있다.
  강력한 마도서 쯤 되면 평범한 인간 따윈 읽는 것만으로 미쳐버린다.
  파츄리가 마리사가 꺼내가는 책을 검열해보길 원했던 것 또한 그 때문이었다.

「마리사 씨의 오른 눈은 자신의 역량에 맞지 않는 마도서를 무리하게 읽어버린 영향이 틀림없겠죠」
「문제는 마리사의 실력을 알면서 어울리지 않은 마도서를 읽게 한 상대」

  파츄리의 은밀한 적의는 모습도 모르는 또 다른 마법사를 향하고 있었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소악마는 다시 ​충​고​하​려​다​─​─​그​대​로​ 멈췄다.
  그러한 결론에 이르게 된 과정 자체가 이미 실수다.

  마리사도 말하지 않았던가── 상관없는 이야기다. 이익 같은 건 없을 것이다, 라고.
  딱히 마리사가 사사 받기를 바란 것도 아닌데, 그녀의 안전을 고려하며, 걱정한다.
  그런 감정이나 생각은 평범한 인간에게는 미덕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어둠의 이치를 다루는 마법사로서는 어떨까?
  지나친 인간성은 마법사라는 「요괴」인 ​파​츄​리​·​노​우​렛​지​에​게​ 있어 치명적인 약점이다.
  소악마는 그것을 알고 있었다.
  알면서, 충고를 하려던 자신을 멈췄다.

  별 이유는 없다.
  그러는 편이 재미있을 것 같아서. 그것이 이유였다.







  레이무는 신사의 마당에서 강대한 대요괴와 마주하고 있었다.
  팽팽하게 긴장된 분위기가 전장을 방불케한다.

  그 상대는 바로 야쿠모 유카리.
  스펠카드 룰이 아닌 순수한 전투로만 따지면 이 환상향에서도 톱 클래스에 드는 강적이다.

「──허구한 날 이러고 있으니까 우리의 신사에는 참배객이 오지 않는 거야」
「얘도 참, 긴장을 풀면 안 된다니까」

  긴장감이라곤 눈곱만큼도 느껴지지 않는 평소 그대로의 텐션인 레이무에게 유카리가 충고한다.
  당장이라도 서로 싸울 듯이 마주선 두 명이었으나, 딱히 적의를 품고 싸우는 것은 아니다.
  유카리의 훈계를 들으면서도, 지금 이 상황에 의문을 품고 있던 레이무는 머리를 긁적이며 재차 물었다.

「왜 갑자기 연습 같은걸 하자는 건데?」

  이미 시작한지 몇 시간이나 지나 나온 의문은, 상당히 뒷북치는 내용이었다.

「이쪽에도 예정이라는 게 있으니까 갑자기 덤비는 건 사양인데」
「변함없이 태평한 성격이구나」

  귀찮다는 어조로 내뱉어지는 레이무의 독설을 유카리는 태평하게 받아 넘긴다.
  제 3자 입장에서 볼 때 저 둘의 관계는 좋게 봐도 우호적이라고 보긴 어렵다.
  실제로 레이무와 유카리는 어떤 이변을 겪은 뒤부터 서로가 서로에게 결코 어울리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고 있었다.
  종족적으로 따져 봐도, 지위를 놓고 따져 봐도. 그리고─ 한 인간을 사이에 둔 관계적으로 봐도 말이다.

  그러나 짓궂게도 그 한 인간이 한때 반발할 뿐이었던 상대와 마음을 통할 수 있게 된 계기가 되었다.
  처음 만난이래, 하쿠레이 레이무와 야쿠모 유카리의 미묘한 균형이 맞춰진 새로운 관계는 이어지고 있다.

「레이무, 네 강함은 인정해」

  유카리는 진지한 표정을 짓고는 말했다.

「스펠카드 룰이 적용된 전투에서 보여준 네 강함은 이미 누구와도 비교할 수 없어.
  명계에서 이변이 일어났을 때엔 정체불명의 적을 상대로 한 걸음도 물러서지 않고 이겨내기도 했고, 내 소중한 스펠까지 격파할 정도로 말이지」

  덤빈다, 라고 말한 레이무의 푸념은 결코 비유적인 표현이 아니었다.
  대여섯 시간 정도 전에 신사에 방문한 유카리는 갑자기 레이무에게 탄막놀이로 결투를 하자며 덤벼든 것이다.
  그 사이교우지 유유코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는 무섭도록 치밀하고 농밀한 탄막이 차례차례 덮쳐왔다. 그러나 레이무는 그 탄막을 전부 돌파했다.
  마지막에 사용된 스펠카드는 이미 탄막의 결계로 보일 정도로 흉악한 것이었으나, 그것마저도 레이무를 격추하지는 못했다.

「이변을 해결하는 하쿠레이의 무녀로서는, 믿음직할 따름이야」
「너한테 칭찬 받아봤자 딱히 기쁘지 않은데」
「나도 좋아서 칭찬하는 게 아니야. 그냥 겉치레니까 조용히 듣기나 해」

  입으로 지지 않는 건 레이무나 유카리나 같았다.
  서로의 듣기 싫은 말을 평탄한 얼굴로 한귀로 듣고 한귀로 흘리며 대화를 이어나간다.

「그렇지만 환상향은 고작 규칙 하나에 속박될 만큼 단순하지 않아.
  당신은 이미 역대의 무녀 중에서도 최고의 재능을 보여주고 있지만, 솔직히 환상향의 관리자로서 보자면 아무리 완벽함을 추구해도 충분치 않아」
「좀 더 힘을 기르라는 거야?」
「넌 아직 젊어. 「힘」이라는 것에는 여러 가지 모습이 존재하지. 예를 들면, 무녀에게는 신의 힘을 빌리는 방법도 있겠네」
「흐응……」

  레이무는 의욕이 생기지 않는다는 듯, 작게 등을 굽혔다.
  그리고 다음 순간, 단번에 유카리와의 간격을 좁힌다.
  어느새 그 양손에는 부적이 쥐어져 손가락으로 재빠르게 인을 맺는다.
  결계붕괴의 특성을 가진 술식을 전개하여, 그 부적을 유카리를 향해 때려 박는다.
  아무것도 없어야 할 두 명 사이에서 격돌음과 함께 불꽃이 튄다.

「그럼 안 된다니까 그러네, 이야기 제대로 들은 거야?  그렇게 단순한 술식으로는 이 결계를 부술 수 없어」

  유카리는 자신의 눈앞에 보이지 않는 장벽을 펼쳐 놓고 있었다.
  레이무와 유카리의 탄막놀이는 레이무의 승리였지만, 순수한 결계술에서 한 수 낮다.
  하쿠레이의 기술을 선대를 통하여 레이무에게 가르친 것은 유카리다.

「이 결계는 어느 특정한 신성을 가진 힘만을 통과시켜.
  알겠니?  강신에 의해 그 힘을 조종해야 하는 거야. 이 수행을 해낼 수 있다면 오늘은 이만 해산」
「귀찮아」

  나른하게 불평을 내뱉은 레이무는 냉정하게 다시 거리를 벌렸다.
  저렇게 말은 해도 제대로 이쪽의 지도에 따르고 있다는 증거다.
  유카리는 상대가 눈치채지 못하도록 입가를 숨기며 만족스럽게 미소 지었다.

「──레이무, 네게는 천성의 재능이 있어. 그리고 그 재능을 갈고 닦는 노력도 하고 있지. 미래가 두려워질 정도야」

  칭찬과 두려움이 섞인 목소리가 또박또박 울려 퍼진다.

「넌 이미 하쿠레이의 무녀로서 충분한 힘을 가지고 있어. 자신의 역할에도 제대로 임하고 있지」
「……」
「그러니까, 이 앞으론 내가 개인적으로 바라고 있을 뿐이야」
「알고 있어. 나도 더욱 앞으로 가길 바라고 있으니까」
「제법이네. 그렇다면, 우리들은 이해관계가 일치하고 있어」

  두 명의 뇌리에 떠오르는 것은, 한 인간의 모습이엇다.

「명계에서는 꽤 잘나게 말했었으니까, 자신의 행동으로 증명하도록 해」
「시끄러워, 말 안 해도 할 거야. 누구보다도 내 자신을 위해서」
「힘을 기르는 것만이 아니라, 그것을 올바르게 사용하여 부과된 책무를 완수하도록」
「들을 필요도 없어」

  ──훌륭한 하쿠레이의 무녀가 되거라.

  ──우리들의 전쟁은 끝났다.

  레이무와 유카리. 두 명의 마음에는 각각 다른 말이 새겨져 있었다.

  레이무에게는 어머니인.
  유카리에게는 친구인.

  공통된 한 인간이 서로의 마음의 한 구석을 크게 차지했고, 그러므로 서로 결코 어울릴 수 없다는 것을 깨닫고 있다.
  그러나, 동시에 그것이 그 둘에게 기묘한 동질감을 주기도 했다.

「네 어머니를 넘어서 봐, 레이무」
「너한테 비교 받을 필요는 없어, 유카리」

  두 명은 마치 서로 짜기라도 한 것 같은 절묘한 타이밍에 대담한 미소를 보냈다.

「──그래서, 이 수행 말인데」
「그래, 빨리 이 결계를 부숴보렴. 시행착오는 얼마든지 해도 되니까」
「뭐, 강림을 하는 것도 좋겠지만…… 솔직히 네가 알려준 방법대로 하는 건 마음에 안 들어. 역시, 이대로 가야겠어」
「뭐……?」
「조금 전에 그걸로 패턴은 감 잡았으니까」

  별것 아니라는 듯이 태평한 말투로 중얼거린 레이무는 천천히 걸어서 다가가더니 조용히 결계에 양손을 집어넣었다.
  틈 사이로 미끄러져 들어가듯이, 장벽의 저 너머로 양손이 빠져나간다.

「여기를……이렇게 해서」

  열쇠를 여는 것 같이 간단하게, 결계가 붕괴됐다.
  반쯤 벙 쪄있던 유카리는 레이무의 물이 흐르는 것 같은 행동에 반응이 늦어 간단하게 손목을 잡혔다.

「그리고, 이렇게 돌리면」

  레이무는 그대로 유카리의 팔을 당기더니 관절을 비틀며 압박했다.

「엣……아, 아퍼. 이건 기억에 있는 아픔이야……!」
「신의 힘을 빌리는 것보다 확실하네. 과연 어머니」

  레이무가 유카리에게 사용한 관절을 꺾는 기술은, 일찍이 선대가 보였던 암록이었다.
  어머니의 기술을, 그 딸이 계승한 것이다.

「그런 수행이 아니야, 이 바보!」

  눈물 범벅이 됨 유카리가 찢어질듯 한 비명을 외쳤다.







  ──「마음이 깎여나가는 것 같은 시간을 보낸다」라는 표현마저 진부해보일 정도로 영원한 시간을 살기 위해 제일 편리한 방법은 뭘까?

  ──필요한 것은 자신과 같은 시간의 흐름을 가진 장소다.

  ──자신의 시간이 멈추어 있다면, 가능한 한 변하지 않는 장소가 최적.

  ──아무것도 변하지 않으며. 아무도 오지 않고. 어디와도 연결되지 않은.


  ──그것을 「살아 있다」라고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헤매임의 죽림이라는 곳에 사는 자는 시간의 흐름으로부터 뒤쳐진다고 봐도 무방하다.
  그 이름과 같이, 주변 일대에 군생하는 것은 대나무뿐. 어디를 어떻게 봐도 똑같이 보인다.
  대나무는 성장이 빠르기에 풍경이 시시각각 변하기는 하나, 그래봤자 대나무뿐. 그 이외의 식물이 변할 리도 없다.
  경치 그 자체는 몇 십 년이 지나더라도 변하지 않는다.

  그곳이 자칫하면 헤매기 쉽다는 것과 요괴로 변해버린 짐승이 살고 있다는 것이 널리 알려져 있어 그곳에서 헤매는 인간은 거의 없다.
  날씨나 계절의 변화만이 정상적으로 시간이 흘러가고 있다는 것을 알게 해주는 그곳.
  밖에서는 아무도 오지 않으며, 안에서는 어떤 변화도 일어나지 않는다.

  그곳은 마치 비경인 환상향 안에서도 잊혀져버린 것 같았다.
  이곳에 산다는 것은, 마치 식물처럼 그 어떤 감동조차 없는 나날을 반복한다는 것과 같다.
  반대로 말하자면, 이곳에 사는 자는 그런 생활을 바라며 살아가는 것이다.

  그녀도 그런 자들 중 하나였다.
  죽림의 안에서 소녀가 걷고 있다.
  그 모습은 매우 이질적이었다.
  추악하거나 괴상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아름다운 소녀였다. 젊으며, 생기 넘치는 인간이다.
  그렇기에 인간이 발을 디디면 반드시 헤매며, 굶어 죽기 전에 짐승에게 물려 죽는 이곳에서는 이질적인 존재였다.

  목표도 없이 매일 풍경이 변해버리는 죽림을 집의 뜰을 걷는 것처럼 가벼운 걸음으로 걸어간다.
  그 소녀에게는 오늘도 별다를 것 없는 일상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날 헤매임의 죽림에는 드물게도 변화가 찾아왔다.

  갑자기 소녀의 다리가 멈춘다.
  그 시선은 저 멀리 보이는 무언가의 모습에 멈춰 있었다.

「……인간?」

  무심코 입에서 말이 튀어나온다
  온천지에 녹색뿐인 풍경 속에 홍백의 색채가 돋보인다.
  그 바로 옆에는 작은 푸른색도 함께였다.

​「​그​리​고​…​…​요​정​인​가​?​」​

  무녀복을 입은 여자와 어째선지 그 뒤에 따라붙은 푸른 요정.
  기묘한 조합을 이른 일행이 이 죽림을 걷고 있었다.

  소녀는 약간 놀랐다.
  보낸 세월조차 잊을 정도로 변화가 없는 이곳에서 오랜만에 시간의 흐름을 느끼게 하는 존재를 만난 것이다.
  자신 이외의 인간과 마지막으로 만난 적은 일 년 전일까, 십 년 전일까, 혹은 더욱 옛날의 일일까──.

「평범한 미아로 보이지는 않는걸……」

  차림새나 요정을 데리고 있는 것을 보아 여자는 평범한 인간은 아닌 것 같았다.
  그러나, 이곳은 설령 인외의 존재가 오더라도 해매는 곳이다.
  혹시 요정이 장난으로 인간을 속이려는 것일지도 모른다.

  한숨을 한 번 내뱉고, 소녀는 두 명에게 다가가기 시작했다.
  어딘가 목표가 있는 것일까, 그렇지 않으면 단지 방황하는 것일 뿐인가, 점차 깊은 죽림 속으로 들어가는 여자와 요정의 뒤를 쫓듯이 다가간다.

「──인간인가」

  갑자기 여자가 이쪽을 향해 몸을 돌리자, 소녀는 무심코 그 자리에 멈춰 섰다.
  이쪽에 등을 돌리고 있었을 텐데.
  그러나, 여자는 놀랍게도 자신의 접근을 눈치챘으며, 거기다 요괴나 짐승이 아닌 인간이라는 것까지 간파하고 있었다.

  서로 발을 멈추고 마주선다.

「……그래, 나는 이곳에서 살아온 인간이야」

  마음속 동요를 억누르며 대답한다.
  요정은 그제야 눈치챈듯 이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앗, 뭐야 넌!  이 몸들한테 볼일이라도 있냐!」
「그건 내가 묻고 싶은데. 이런 곳에 오는 바보가 아직도 있다니 말이지」
「뭐라고─!  바보라니 무슨 소리야, 바보라니!  이 바~보!」
「나 참……. 당신은 인간 같은데, 그 요정이 안내역을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건 아니지?」

  헤매임의 죽림에서는 요정마저 헤맨다.
  그 때문에 이 장소에 접근하지 않는 것은 인간만이 아니라 요정도 그렇다.

  오랫동안 보지 못했던 요정이라는 종족이 변함없이 시끄러우며 머리도 나쁘다는 사실을 확인한 소녀는 옆의 무녀복을 입은 여자에게 말을 걸었다.
  요정을 상대로는 이야기에 진전이 없다.

「이 장소를 「헤매임의 죽림」이라는 어마어마한 이름까지 붙여가며 무서워하던 건 너희 인간일 텐데. 아니면 그 이유마저 잊어질 만큼 시간이 지나가 버린 건가?」
「아니, 이 장소의 위험성은 알고 있다」

  여자는 주저 없이 대답했다.
  조금 낮은 목소리가 이상하게 기분 좋게 귀에 울린다.

「알면 빨리 나가라고. ……라고는 해도, 한 번 들어온 당신들한텐 나가는 것도 어렵나」
「목적이 있어서 왔다. 아직 이곳에서 나갈 수는 없다」
「……아아~, 이거 진짜로 멍청이구만」

  크게 솟구친 초조함을 속이듯이, 소녀는 기막히다는 말투로 부자연스럽게 투덜댔다.

「어이 너, 스승을 바보라고 하지 마!」
「아니, 주제도 모르는 바보야.
  잘 보니, 당신 다리가 불편해 보이는데. 그냥 외출도 힘들 사람이 이 죽림에 들어오다니, 위기감이 부족한 거 아니냐고」

  그 여자가 평범한 인간이 아니라는 것쯤은 처음의 반응을 보면 안다.
  자세히 관찰해보니 특징적인 무녀복에 가려져 처음엔 몰랐지만, 상당히 단련된 몸을 하고 있다.
  그러나 그런 요소가 있다지만 지팡이로 몸을 지탱하며 서있는 모습이 ​그​녀​를​「​약​자​다​」​라​고​ 보이게 한다.
  옆의 요정과의 관계는 모르겠지만, 솔직히 호위라고 보기에는 조금 못미덥다.

  기세가 좋은 점만은 한 사람 몫인 요정의 소란을 무시하며, 소녀는 위협하듯이 여자를 노려봤다.

「빨리 여기서 나가. 출구까지는 내가 안내해줄 테니까」
「……고맙다」

  여자는 그대로 감사를 표했다.
  깊숙이 고개를 숙인다.
  다른 의미로 동요해 버릴 것 같은, 정말로 솔직한 감사의 마음이 드러나고 있었다.
  오랜만에 사람과 만나 우호적인 인사를 들은 소녀의 뺨이 자신도 모르게 붉게 물든다.

「하지만, 미안하다. 무슨 일이 있어도 목적을 완수하고 싶다」

  부드러운 말투였으나, 대답은 의외로 고집스러웠다.
  소녀는 조금 높아졌던 고동을 침착하게 하기 위해 심호흡을 한 뒤, 재차 상대를 바라봤다.

「알았어」

  짧게 대답하며 주머니에 넣어져 있던 양손을 뽑는다.

「내 충고를 듣지 않는 녀석은 자주 있어. 주제도 모르는 바보를 어떻게든 도와줄 만큼, 나는 착한 녀석이 아냐」
「스승, 물러서」
「그렇지만, 당신은 좋은 인간이야」
「──이 녀석, 싸울 생각이야!」

  요정이 앞으로 뛰어들며 요격을 위한 스펠카드를 재빠르게 꺼냈다.
  그러나, 소녀는 그에 응하지 않고 오른손에서 불길을 뿜어낸다.
  불길이 휘감긴 오른팔을 옆으로 휘두르자, 강렬한 열풍이 일어나며 요정의 몸을 날려 버렸다.

「앗!  너, 비겁하잖아!」
「스펠카드 룰이라면 알고 있어. 그렇지만, 이 죽림에 사는 녀석들은 본능 밖에 없는 짐승 일 뿐이야. 너는 그 인간을 지킬 수 없어」

  방해가 되는 요정을 물려내고 무방비한 여자를 향해 단번에 거리를 좁힌다.

「미안하지만, 억지로라도 바깥으로 데리고 나가주겠어. 불평이라면 여기서 나간 다음 들어 줄 테니까!」

  그 행위에 악의는 없었다.
  어중간한 호위와 만일의 경우 맘대로 도망치는 것조차 할 수 없는 인간. 이 장소에 있기에는 위험하다고 판단했다.
  제압해서 데려 나가든가, 아니면 기절시키는 한이 있더라도 이곳에서 내보내야 한다──.
  그것은 스스로 바라여 은둔자가 된 소녀의 안에, 아직까지 남아 있는 인간으로서의 상냥함이었다.







  내가 이 환상향에서 산지도 어언 50년 이상──정확한 연령은 잊어 버렸다.
  나이를 먹으면 ​이​런​다​니​까​…​…​라​니​,​ 노, 노노, 노망든 건 아냐!

  아니, 솔직히 50년은 제법 길다고?
  소설의 주인공들은 백년 천년은 당연하고. 그중에는 원래는 인간이었으면서 만 단위로 사는 사람도 있지만 말이지.

  뭐, 어쨌든.
  그렇게 완벽한 환상향의 거주자가 되긴 했지만, 당연하게도 이 세계의 구석구석까지 전부 다녀본 경험이 있는 것은 아니다.
  생전의 지식에 의해 환상향의 유명 스폿들의 정보만이라면 모두 알고 있지만, 하쿠레이의 무녀 시절에는 내 자신의 직무도 있으므로 마을이 아닌 다른 곳에 갈 기회는 그다지 없었다.

  그래서 환상향에서 가본 적 없는 장소는 의외로 많다.
  헤매임의 죽림도 그중 하나였다.
  마을에서도 들어가면 돌아올 수 없다는 위험한 장소라며 예전부터 알려져 있었다.
  당연히 사람들은 대부분 그 장소를 기피하여 일찍이 요괴의 산에서의 사건처럼 굳이 가야만 하는 사태도 일어나지 않았다.

  그런 장소에 나는 예전부터 방문할 계획을 잡고 있었다.
  목적은 이 움직이지 못하게 된 다리와 관련된 것이다.
  멀리 나가게 되므로 어느 정도는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도록 몸을 길들일 필요가 있었지만, 최근에 와서야 간신히 지팡이를 써서 이동할 수 있게 된 참이다.
  이 정도라면 충분히 걸어 다닐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오늘. 나는 드디어 헤매임의 죽림을 향해 출발한 것이었다.
  ──물론, 케이네를 포함한 다른 사람들에게는 비밀이다.
  걱정을 끼치거나 말려질 우려가 있다는 것도 이유지만, 좀 더 근본적인 문제를 들먹이자면 「왜 거길 가는 건데? 」같은 질문을 들어버리면 대답할 방법이 없는 것이다.

  그곳은 사람이 다가가지 않는 장소이며, 그 안에 무엇이 있는지도 「아직」아무도 모른다.
  대답할 거리가 없는 이상 몰래 움직일 수밖에 없게 됐다는 것이다.

  진료소 앞의 팻말을 휴업 중으로 바꾸고 누구에게 들키지 않도록 조용하게 마을을 나선다.
  여행이랄 만큼 멀지는 않지만, 길동무 하나 없어 일말의 외로움과 불안감이 깃든 출발이었다.
  스펠카드 룰이 보급됐다고는 하나 혼자 다니는 게 안전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때때로 휴식을 해가며 가다보니, 생각지 못한 만남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스승!  여기서 뭐 하는 거야?」

  바로 요전 날, 지령전에서 함께 돌아온 치르노였다.
  지령전 일도 그렇지만, 그 춘설이변 이후로 치르노와 자주 만난다.
  이것이 우연이 아니라 치르노가 일부로 내게 왔다는 것 정도는 대충 눈치채고 있었다.
  그리고 치르노는 가끔 내 다리나 몸을 신경 써주는 말을 해준다.
  즉, 치르노는 내가 걱정돼서 신경써주고 있는 것이었다.

  ……뭐야 이 천사. 아니, 요정이긴 한데.

  치르노야말로 호수에서 여기까지 뭐하러 온거니 하고 묻자 「왠지 스승이 신경쓰여서 날아다녔어! 」라며 웃는 얼굴로 대답해 주었다.

  우웃, 눈부셔……!
  그 미소에서 뿜어지는 빛이 후광처럼 주위를 정화한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혹시 지금 그 미소로 내 다리 나은 거 아냐?  수명이 10년 정도 늘어난 것 같은데?

  무심코 그런 바보 같은 생각을 진심으로 해버렸을 정도로 감동했다.
  지금이라도 아직 늦지 않았다. 저기, 레이무. 여동생이 갖고 싶지 않니?

「조금 가고 싶은 곳이 있어서 나왔다」
「그렇지만 스승의 다리 많이 아프잖아, 위험하다구……. 좋아!  이 몸이 함께 따라가 줄게!」
「치르노는 따로 볼일이 있는 거 아니었니?」
「응, 스승을 돕는 거야!  최강인 이 몸이 있으면, 스승도 절대로 안전할 테니까!」

  이렇게 해서 의외롭게도 외로웠던 여행의 길동무가 생기게 되었다.
  진짜로 너무 착하잖아…… 치르노라면 죽림에 가는 이유를 자세히 묻지 않을 거야, 라고 무의식중에 머릿속으로 계산에 급급하던 내 자신이 부끄럽습니다.

  뭐, 어쨌든──이렇게 내 여행길이 밝고 떠들썩해졌다.
  치르노와 이야기를 나누며 걷는 것만으로도 묘하게 발걸음도 가벼워지는 것 같다. 움직이지 않는 다리가 불편하지 않을 정도다.

  그런데, 이제와 말하는 거지만 치르노는 나를 「스승」이라고 부른다.
  처음으로 만났을 때 이후로 쭉 나를 존경하고 있는 것 같지만, 사실 나는 치르노에게 별다른 수행을 시킨 적이 없다.
  상식적으로 생각해서 치르노에게 손가락이 꺾일 때까지 관수 연습을 시킬 수도 없는 노릇.
  거기다 탄막에 관해서는 문외한이라 조언조차 못해준다.

  그 결과, 나는 「수행」이라고 말하며 치르노에게 간단한 체조나 운동법, 약간의 공부를 가르치며 때때로 아이의 놀이도 가르쳐주기도 했다.
  다른 사람이 보면 그냥 노는 걸로 보이겠다만, 실로 맞는 말씀!

  ……서로 불만은 없으니, 괜찮잖아. 그치?

  그러고 보니 치르노 요새 묘하게 탄막놀이가 세졌다.
  어째서지?  나와 한 놀이……가 아니라 수행으로 강하게 된 건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이상하긴 하지만, 어쨌든 호위로서는 든든하다고 생각하는 이유였다.

  이차저차해서 우리들은 헤매임의 죽림에 간신히 도착할 수 있었다.

「……스승, 여기는 이 몸도 헤매본 적 있는 곳이야. 위험하니까 들어가지 말자」

  역시나라고 해야 할까, 치르노는 내키지 않은 듯 보였다.
  여기서 이곳에 온 이유를 묻지 않고, 그저 순수하게 내 몸을 걱정하는 것이 착한 아이라는 증거다.
  나는 안심시키듯이 웃었다.

「만약의 경우에는 날아서 탈출하면 된다」
「……과연!  스승은 정말로 천재네!」

  그리고 진짜 위험할 땐 하쿠레이파로 구멍을 뚫어서라도 탈출할 각오도 했다.
  나뿐이라면 몰라도 치르노까지 조난시킬 수는 없지!
  죽림의 거주자들에게는 민폐이기 그지없는 생각을 하면서, 나와 치르노는 앞을 향해 발을 디뎠다.

  그렇다, 「앞」을 향해.

  ──여기서 자백하지. 목적지는 확실하게 정해놨지만, 그곳이 「어디」에 있는지는 나도 모른다!

  헤매임의 죽림에 있다는 것만은 틀림없다.
  그러나 내가 아는 것은 그런 막연한 위치뿐. 정확하게 어디로 어떻게 가야 하는 건지 전혀 모르는 것이다.
  반쯤 조난당할 각오로 온 것이다. 탈출할 각오를 굳히고 있던 이유는 이걸로 이해할 것이라 생각한다.

  그야말로 무모한 계획인 만큼 될 대로 되라는 느낌이긴 하지만, 전혀 믿는 구석이 없는 것도 아니다.
  나에게는 이 환상향을 망라하는 지식이 있다.
  환상향에서 산지 50년. 아직도 만난 적은 없다.
  그러나, 나의 ​지​식​대​로​라​면​…​…​있​을​ 것이다.
  이곳에 「그녀」가……!

「──인간인가」
「……그래, 나는 이곳에서 살아온 인간이야」


  모코땅 떴다!


  마침 만나기 원했던 캐릭터와의 대면에 나는 속으로 외치고 있었다.

  점점 이쪽으로 다가오는 기척──변함없이 편리하지만 기분 나쁠 정도로 정체 모를 감각──을 읽은 내가 반쯤 확신하며 중얼거리자, 그에 답하듯이 한 소녀가 나타났다.
  길디긴 백은의 머리카락과 그 위에서 색채를 뽐내는 붉은 리본. 체격은 예상보다 훨씬 몸집이 작다. 아니, 젊다.

  이럴 때마다 매번 황송하긴 하지만, 상대의 정체는 듣지 않아도 알고 있다.
  이 헤매임의 죽림에 사는 봉래인 「후지와라 모코우」다.

「앗, 뭐야 넌!  이 몸들한테 볼일이라도 있냐!」
「그건 내가 묻고 싶은데. 이런 곳에 오는 바보가 아직도 있다니 말이지」

  치르노와 모코우가 말다툼을 시작해버린 것은 예상 밖이었으나, 그녀의 등장은 나의 예상 대로였다.
  내가 생각하는 「믿는 구석」이라는 것은 바로 이것이었다.
  목적지에 도착하게 해줄 인물이라면 이외에도 몇 명 있었고, 이 장소에서 만날 가능성을 고려한 캐릭터들이 대부분이었으나 모코우라면 그중에서도 제일 적합한 상대다.

「목적이 있어서 왔다」

  치르노와의 말다툼 뒤 질문을 들은 나는 재빨리 용건을 말했다.
  그러나 되돌아 온 대답에는 그렇게 좋은 것이 아니었다.

「빨리 여기서 나가. 출구까지는 내가 안내해줄 테니까」

  거절은 용납하지 않겠다는 눈빛이 나를 향한다.
  모코우의 협력을 받을 수 없다면 나도 목적을 이룰 수 없다.
  하지만 그건 우선 제쳐두고, 나는 이렇게 직접 마주하는 것으로 느껴지는 그녀의 인품에 남몰래 감동하고 있었다.

  ──지나치게 사람이 좋다.
  모코우의 말은 모두 맞는 말이다.
  다리도 불편한 주제에 마을에서 멀리 떨어져있는 위험한 장소로 온 바보.
  이런 장소에 살고 있다는 것은 타인과 관계를 맺는 것을 피하려고 했다는 것이다.
  그런 그녀가 상대하는 것도 귀찮은 낯선 타인인 내 몸을 이렇게나 걱정해주고 있다.

  이것을 상냥함이라고 말하지 않으면 뭐라고 할 수 있을까.

「……고맙다」

  나는 모코우의 선의에 깊이 감사했다.
  치르노도 그렇고 모코우도 그렇고. 나는 사람 운이 타고난 거 아닐까?
  그냥 이대로 모코우의 호의에 기대며 죽림의 바깥까지 안내받으면서 그 사이 잡담으로 사이가 깊어지는 것도 좋지 않을까 생각났을 정도다.

  ……하지만 그럴 수는 없다.

「하지만, 미안하다. 무슨 일이 있어도 목적을 완수하고 싶다」

  마음의 괴로움을 참으면서 나는 확실하게 의지를 표했다.
  그런 내게 돌려준 모코우의 대답은 역시나 착한 사람다운 반응이었다.

「미안하지만, 억지로라도 바깥으로 데리고 나가주겠어. 불평이라면 여기서 나간 다음 들어 줄 테니까!」

  달려들려고 한 치르노를 날려버리고 모코우가 다가온다.
  그 눈동자에 적의는 없다.
  그녀가 선의로 움직이고 있다는 것은 안다.
  도리나 예의를 무시하고 불합리한 행동을 하고 있는 것은 내 쪽이다.
  물러나려 하지 않는 내 고집이 나쁜 것이다.
  그런 사실을 알고는 있으나, 나는 역시 물러날 수 없었다.

  젠장, 이런 일로 모코우와 싸우다니 어처구니없는 데도 정도가 있다고……!
  이젠 물러설 수 없다!  싸울 수밖에──!

「스승!」
「치르노, 손을 대지 마라!」

  불사신인 봉래인을 상대로 결코 바라지 않는 전투가 시작되었다.
  이 움직이지 않는 다리로 나는 모코우에 이길 수 있을까……!

「으랴!」
「읏……!」

  아마 내 멱살을 잡으려 했을 터인 모코우의 손을 몸을 기울여 옆으로 피하며, 손목을 잡는다.
  이미 다른 한쪽 손은 쥐고 있던 지팡이를 놓고 어깨를 붙잡고 있다.
  다리에 힘이 들어가지 않기 때문에 옆으로 넘어질 뻔 했지만, 잡은 모코우의 몸을 축으로 원심력을 이용하여 몸을 움직인다.
  댄스에서 턴을 하듯이 모코우의 등 뒤로 이동하여 잡고 있던 팔을 그대로 함께 비틀어 누른다.

​「​어​…​…​어​라​…​…​?​」​

  일련된 흐름 속에서 자신의 움직임마저 파악하지 못한 채 혼란에 빠진 모코우의 신음성을 무시하며 나는 마지막 마무리를 위해 앞으로 쓰러졌다.
  깔린 모코우의 위에 업드린 채 위를 잡은 나는 비틀은 팔을 체중으로 누르는 형상이 된다.

  움직임을 봉했다.
  이것이야 말로 하쿠레이 오의 ​「​몽​상​봉​인​·​관​절​」​이​다​.​

「아파아아앗──!  아야야야, 아파!  아프다니깐!」

  이겼다!  제3부 끝!

「오오, 역시 스승은 최강이구나!  어때, 꼴좋다 비겁한 녀석!」
「누, 누가 비겁한 녀석이냐!  누구 때문에 이러고 있는 건데…… 아파, 아프다고 바보야!  놔줘!  우우, 어째서 내가 이런 꼴을 당해야 하냐고─!」

  드디어 울먹이기 시작한 모코우의 비명을 듣고 제 정신이 든 나는 당황하며 그녀의 위에서 몸을 치웠다.
  치르노에게 부축 받아 일어서며 팔을 눌려 눈물이 맵힌 모코우와 다시 마주선다.

  응, 미안하지만 불가항력이었어. 그렇지만 최대한 상처를 입히지 않으려고 생각한 방법이었는데──.

「이젠 됐어, 마음대로 하지 그래?  사람이 모처럼 걱정해서 충고해줬는데…… 마음대로 헤매다 죽어버리라고!」

  ……죄송합니다.
  정말, 뭐라 할 말이 없습니다…… 미안합니다.

  마치 진심으로 화내는 선생님에게 설교를 받는 학생 같은 느낌.
  질책하는 것 같은 모코우의 말을 들으니 진짜로 마음이 도려내지는 것 같다.

  안 그래도 모코우의 말이 전부 맞은 말이었으니 변명을 할 수 있을 리도 없다.

「미안하다」
「몰라. 저리 가버려」
「……미안하다」

  완전히 삐져버린 모코우에게 나는 몇 번이고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었다.
  덧붙여서, 뭔가 말하고 싶은 것 같은 표정의 치르노의 입을 막고 날뛰지 않도록 몸을 누르고 있다.
  나를 옹호해주려고 하는 거겠지만, 잘못은 내게 있으니 아무 말도 하지 않는게 낫다.

  당분간 나는 모코우가 진정될 때까지 사죄를 반복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지만, 의외네. 조금 전까지는 딱딱한 말투였는데, 모코우는 제법 여자애 같은 말투를 쓰는 구나.
  그렇게 들뜬 속마음이 들켜버린 듯, 모코우에 큭 하고 이쪽을 노려봤다.

  히익……죄, 죄송합니다.

​「​…​…​…​…​그​래​서​?​」​

  잠깐 거북한 침묵이 흐른 뒤, 모코우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그렇게까지 완수하고 싶다는 당신의 목적이 뭔데?」

  이런 상황이 됐는데도 아직 내게 관심을 가져주는 모코우는 정말로 착한 아이다.
  조금 전의 자신이 저지른 만행이 진짜로 못된 짓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대로 눞혀져도 괜찮으니 대화에 집중했어야 했나…….

「──의사야!」

  죄책감에 물들어 반응이 늦은 나를 대신하여 손에서 놓여서 자유롭게 된 치르노가 가슴을 피며 대답했다.
  치르노에게는 죽림에서 돌아다니던 도중에 이번 목적에 대해 간단하게 설명해줬다.
  간단히라는 것은, 요컨대 자세한 내용은 애매하게 얼버무렸다는 소리다.

「다리를 고쳐줄 의사를 찾아 왔어!」
「……의사를 찾는다고?  무슨 생각이야, 이런 곳에 의사가 있을 리가 없잖아」
「흐흥, 시치미 떼도 소용없어. 이 몸의 스승은 뭐든지 간파할 수 있으니까!  여기에 스승의 다리를 고칠 수 있는 의사가 있을 거야!」

  뭐, 정확하게는 약사지만.
  2차 창작에서는 만능 닥터 취급을 받는 일이 많으니까, 실제로는 어떨지 아직 모르겠지만.

  거기에, 치르노는 어느새 다리가 낫는다고 굳게 믿고 있으나, 내 생각으로 가능성은 반반이든가, 아니면 그 이하라고 생각하고 있다.

  어쨌든, 가능성을 찾아온 것이다.

「조금 전 일에 관한건 정말로 미안하다. 그러니까 힘을 빌려주길 바란다」
「내 힘을?」
「그렇다. 안내가 필요하다」

  나의 갑작스러운 부탁에 모코우는 의아하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당연하다.
  그녀는 나를 모른다.
  그렇지만 나는 그녀를 알고 있다.
  이 장소를 알고 있다.

  그리고, 이곳에서 더욱 숨겨진 장소와 그곳에 사는 사람들을 알고 있다.

​「​안​내​라​니​…​…​어​디​에​?​」​

  모코우의 질문에 나는 대답했다.


「영원정이다」
역자후기

선대「모코우. 네 패인은 단 하나다. 단 하나의 심플한 답이다. 넌 내게 근접전을 신청했다.」

마지막 부분을 단 한 마디 대사로 ​정​리​해​봤​습​니​다​(​.​.​.​)​

어쨌든. 이번편은 꽤 술술 번역되서 편했습니다만, 다음편은 어떨런지...


P.S

단테 "야 이 독자들아!
        이거 최신편이야!
        불러! 구지가 불러보라고!
        너님들은 이거 보면 볼 게 없다고!"

단테 "나 이제 번역 안해! 이거 최신편이라고!"

작가 "아직 한편 남았다..."

단테 ​"​으​A​ㅏ​A​ㅏ​A​ㅏ​A​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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