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및 문화 콘텐츠 사이트 삼천세계

동방선대록

東方先代録


Original |

Translator | DanteSparda

그 26 「난제」


췌몽상 편 그 26 「연회」

「……이 선대 무녀란 녀석, 너무 위험해」

 방에서 홀로 그렇게 중얼거린 자는 바로 카엔뵤우 린이었다.
 린의 손엔 한 신문이 쥐어져 있었다.
 샤메이마루 아야가 발행하는 「붕붕마루」다.
 원래는 지상에서 밖에 볼 수 없어야 할 그 신문을, 이 지저에 있는 지령전의 애완동물인 린이 가지고 있는 이유는, 주인인 코메이지 사토리가 원인이었다.

 대략 세 달 정도 전, 이 지령전에 샤메이마루 아야가 직접 지저까지 찾아온 적이 있었다.
 그때, 지령전과 지상의 방문자 사이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어떤 대화가 오갔는지, 린은 모른다.
 그저, 그날 이후로 이 신문이 정기적으로 지저의 입구에 놓이게 되어, 린은 사토리의 명령에 따라 그것을 가지러 가는 일을 맡았다.

 사토리는 이 신문을 애독하고 있다.
 오락을 즐기기 위해선지, 아니면 지상의 상황을 알기 위해서 읽고 있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주인의 일과가 되었다는 건 알고 있다.
 그리고 다 읽은 신문을 처분하는 것 또한 린의 새로운 일이다.

 이를 계기로, 린 또한 변덕이 생겨 신문을 처분하기 전에 자신도 읽어보게 되었다.
 좋은 의미와 나쁜 의미, 양쪽 모두에 대한 흥미 때문이다.
 지상에는 적어도 「세 마리」의 괴물이 있다는 것을, 린은 알고 있다.

 가능하다면, 절대로 보고 싶지 않지만, 그 중 한 사람인 「야쿠모 유카리」는 자신의 주인과도 관계있는 요괴다.
 게다가, 최근에 들어서 그 관계가 서서히 깊어져가기 시작했다.
 무섭고, 두려운 요괴다.
 그러나 야쿠모 유카리와 그녀가 관리하는 지상의 정보는, 조금이라도 알아두지 않으면 안 된다.
 주인을 생각한, 기특한 행동거지였다.

「그 녀석이 사지 멀쩡히 돌아왔다는 것만도 불안했는데, 설마 이런……」

 린은, 처음으로 지저와 지상 사이에서 관계를 맺었을 때부터, 여태까지 일어났던 사건, 인요의 동향을 살펴, 그 관계를 대충이나마 파악할 수 있었다.

 ――선대 무녀.

 본명조차 확실치 않은, 단 한 명의 인간.
 그 녀석이 모든 사건의 중심이었다.
 이 무녀가 지저를 방문한 뒤로 모든 것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인간의 몸으로, 오니인 호시구마 유우기를 물리친 진짜 괴물.
 그것만 봐도 무서운데, 거기에 야쿠모 유카리와 카자미 유카라는 대요괴가 뒤따라온다.
 지저에서도, 승부에서 패배한 유우기는 물론, 지령전에 들였을 때 친구인 우츠호가――그리고 가장 중요한 주인인 사토리 님이, 이 인간과 우호관계를 맺어버리고 만 것이다.
 상당히 귀찮은 관계였다.
 적어도, 린은 사토리와 선대의 관계에 대해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지상에도, 그 녀석을 막을 수 있는 요괴는 없는 걸까」

 린이 지금, 씁쓸한 표정으로 뚫어져라 보고 있는 것은 신문의 신간이었다.
 저번 신문에는 「지상에서 일어난 어떤 이변을 거쳐, 선대가 유우기에게 입은 다리의 상처가 완벽하게 나았다」라는 내용이 쓰여 있었다.
 그것을 안 유우기는, 연회에서도 뛸 듯이 기뻐했다.
 주인인 사토리는 겉으로 내색하지는 않았지만, 속으로는 기뻐하고 있었다는 것을, 애완동물인 린은 잘 알 수 있었다.

 솔직히, 경사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린은 주인의 기쁨에 공감할 수 없었다.
 그런 마음은, 이 신문을 읽고 더더욱 강해져가고 있었다.

 신문에는 부활한 선대 무녀가 과거에 이룩한 업적들이 편집되어 실려 있었다.
 가장 대표적인 「지저의 오니 퇴치」를 필두로, 현역 시절의 수많은 요괴들을 퇴치한 사건. 어디서 알아낸 건지 모를 카자미 유카와의 관계. 선대가 가진 힘이나 기술의 해설――.

 읽어 보니, 신문의 모든 기사가 선대 무녀의 이야기로 도배되어 있다.
 날조나 과장이 아니라는 증거로서 그 당시의 사진이나 다른 문헌까지 인용한, 자세하면서도 간단한 편집이었다.
 그렇다, 그렇게 간단하기에야말로, 선대 무녀라는 인간의 전모를 린은 싫을 정도로 이해할 수 있었다.

 그 무녀는, 주인에게――아니, 지저 그 자체에 재앙의 씨앗이다.
 인간으로서는 너무나도 강하다.
 다른 인요와의 인맥이 너무 넓다.
 거기다 은퇴했음이 분명한 하쿠레이의 무녀의 후계자를 맡은 것이 그 딸이다.
 지상에서도 지저에서도, 많은 의미로 영향력이 너무 강한 존재였다.

「……안 돼, 사토리 님. 이 녀석, 관계를 맺기엔 너무 위험해!」

 린은 걱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너무 무겁다. 이 인간은 부담 없이 우호관계를 맺기엔, 벅찰 정도로 무거운 힘과 지위를 가지고 있다.
 지금은 딱히 큰 문제는 일어나지 않았으나,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알 수 없다.
 그 결과 어떤 소란에 지저가, 끝으로는 그 관리자인 사토리마저 휘말려버리지 않을지, 불안하여 어쩔 방도가 없었다.

 자신의 주인은 주변의 평가와는 반대로 순박하며 평화로운 요괴다.
 분쟁을 좋아하지도 않을 뿐더러, 강하지도 않다.
 지저의 관리자니 뭐니 하며 떠받들어지지만, 실제로는 연약한 사토리를 린은 항상 마음에 두고 있었다.
 그런 사랑하는 주인을, 이 이상 귀찮은 일에 휘말리게 두어선 안 된다.

 그 선대 무녀가 종종 사토리를 보러 지저에 오는 것은 알고 있다.
 원래는 지상에서 지저에 오려면 오만가지 절차가 필요하지만, 선대는 특례로서 그 절차들을 거의 지나치고 있었다.
 뒤에 지상의 관리자인 야쿠모 유카리의 조치가 있는 것이 틀림없다.
 그 시점에서 위험하다.
 권력과 인연이 깊은 인간이다.

 지금까지 선대가 사토리를 찾아온 이유는 딱히 대단치 않은 것들이 전부였다.
 서로의 지위를 너무 가볍게 보고 있다는 것을 제외하면, 정말로 거리낌 없는 친구 사이다.

 ――그래도 큰 실례가 되겠지만, 사토리 님이 앞으로 저런 녀석과 사귀어선 안 돼!

 린은 신문에서 눈을 떼고는 사토리의 방으로 발을 옮겼다.
 우연히 오늘 그 선대가 지령전에 있다.
 지금은 사토리의 방에 둘이 함께 있을 것이다.
 매번 선대 무녀를 데려다주는 야쿠모 유카리는, 지저까지 따라오지 않고 지상에 있다.
 가끔 선대와 함께 오는 이상한 요정도, 오늘은 따라오지 않았다.

 그래서 어쩌지?
 저 귀찮은 녀석을 여기서 암살이라도 한 다음 어둠 속에 묻어버릴까?
 그런 짓을 해봤자 돌이킬 수 없는 사태를 만들 뿐인데다, 뭣보다 자신의 힘으로 가능할 것이라곤 생각할 수 없다.
 그러나 이대로 선대가 지상으로 돌아가, 다시 찾아오는 걸 가만 놔둘 수도 없다.

 진전 없는 고민에 휩싸인 채, 린은 사토리의 방에 도착했다.
 문 한 장 너머로 두 사람이 있다. 분명 사토리는 자신이 왔다는 것을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안으로 들어갈 엄두가 안 난 린은 조심스레 문을 열어 그 안을 살폈다.

(둘이서 뭘 하고 ​있​을​―​―​냐​앗​!​!​?​)​

 힐끔 내다본 방에서 벌어지고 있는 사태에, 린은 경악했다.
 무심코 목소리가 멎을 정도의 충격을 먹은 것은, 오히려 다행이였다. 말 그대로 소리 없는 절규였다.

 사토리와 선대.
 그 둘은 서로 마주보고 앉아있었다.

 다만, 사토리가 의자에 다리를 꼬고 앉아있는 것과는 반대로, 선대는 바닥에 앉아있다. 거기다 정좌로.
 게다가 머리를 깊게 숙이고 있었다.
 선대는, 사토리에게 석고대죄를 하고 있던 것이다.

「——당신에겐 실망했습니다」

 사토리가 속삭이는 듯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것은 발밑에 엎드린 선대를 향한 말일 것이다.
 그러나 린은 마치 그 말이 자신에게 향해진 것만 같은 충격을 받았다.
 평소에는 상냥한 주인이라곤 상상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무서우리만치 쌀쌀맞은 목소리였다.

 이런――.
 이렇게나 차가운 목소리가, 사토리 님의 입에서 나오다니――.

「……미안하다」
「사과만 하는 건 바보라도 할 수 있어요」

 내뱉듯 날아오는 사토리의 매도에도 선대는 고개를 숙인 채 전혀 움직이지 않았다.
 그 호시구마 유우기를 물리친 저 무서운 인간이, 반항하지도 못하고 엎드린 모습을 보며, 린은 놀라움을 넘어 전율마저 느끼고 있었다.
 사토리는 꼬고 있던 다리를 풀더니, 그대로 발가락을 선대의 턱에 걸어 억지로 얼굴을 들어올렸다.

「사죄를 할 거면, 더 성의를 보여주시죠」
「……죄송합니다」
「그게 다인가요?」
「용서해주십시오」
「흐응」

 눈이 의심되는 광경이었다.
 너무나도 망연해진 나머지, 린은 자신이 대체 뭐하러 이곳에 온 건지, 반쯤 잊고 말았다.

 발에 농락당하며 간절히 애원하는 선대와 그것을 냉정하게 내려다보는 사토리.
 능멸하는 자와 멸시당하는 자.
 절대적인 상하관계가, 저 둘 사이에 존재하고 있다.
 어느 쪽의, 어느 모습도, 린으로선 상상도 못했던 것들이다.

(어……어떻게 된 거지? 저 둘, 적어도 지금까진 보통 친구였을 텐데……그렇지 않으면, 이건 내가 지금까지 몰랐던 진짜 모습이라는 거야!?)

 린의 가슴속에서 갑자기 불안감과 공포심이 솟구쳐 올랐다.
 그건 이 방에 오기 전에 느끼던 것과는, 다른 의미를 가진 감정이었다.
 린은, 지금 처음으로 경애하는 주인인 ​사​토​리​를​―​―​무​섭​다​,​ 고 느끼고 있었다.
 그리고 혼란에 빠진 린은 지금 자신이 처한 상황을 깜빡 잊어버리고 말았다.

「——오린! 너, 보고 있구나!」
「히익!?」

 아주 작게 열린 문의 틈새로 방을 훔쳐보던 린의 눈을, 사토리의 날카로운 눈빛이 쏘아 맞혔다.
 선대를 가학하고 있던 사토리가 어느새 숨어있던 린을 찾아낸 것이다.

 생각해 보면 당연한 것이다.
 사토리의 능력이라면, 문 너머로 린의 마음을 읽어 주변에 있다는 것쯤은 간단하게 알아낼 수 있다. 린 자신도 분명히 알고 있었던 것이다.

 린은 손과 함께 덜컹거리는 소리를 내며 떨리는 문을 열려고 했다.
 사실은, 문을 닫고 도망가고 싶었다.
 정말 좋아하는 주인 앞에서, 이런 기분이 드는 건 처음이었다.

「문은 열지 않아도 괜찮아」

 린의 마음을 읽은 사토리가 먼저 입을 열어 린의 말을 막았다.

「그대로 문을 닫고, 다른 곳에 가있으렴. 지금, 중요한 이야기를 하고 있으니까」
「아, 예. 알겠습니다……」
「——오린」

 사토리의 시선에 견디지 못하고 고개를 숙이고 있던 린은, 그 부름에 무심코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그것을 후회했다.

「착각하지 마렴. 나와 그녀의 관계는 양호해. 그렇지, 선대?」
「예」

 어딘가 부자연스럽게 느껴지는 사토리의 꾸민 것 같은 미소와 힘없이 순순히 내뱉어진 선대의 대답.
 린은 솟구치는 공포를 참지 못하고, 당황하며 고개를 숙이고는 바로 문을 닫았다.
 그 이상, 볼 수 없었다

(나, 혹시 터무니없는 착각을 하고 있던 걸까……?)

 도망치듯이 사토리의 방에서 달려 나오며, 왠지 눈물이 흘러나올 것만 같은 마음을 필사적으로 다잡았다.
 불안했다.
 무서웠다.
 그런 감정을, 그렇게나 경애하던 사토리에게 향한 자기 자신을 믿을 수 없었다.

(내가 몰랐을 뿐이지, 사토리 님의 진짜 모습은, 설마――)

 그 방에서 본 광경을, 당분간은 잊을 수 있을 것 같지 않았다.
 마치 악몽처럼.







 오린이 당황하며 문을 닫자마자 바로 멀어져가는 발소리가 들렸다.
 사토리는 꾸며낸 미소를 지은 채, 닫힌 문을 계속 바라보고 있다.

 ……에, 그러니까.
 일단, 사토링.
 DIO 님의 흉내, 꽤 비슷했었다GU!

「바닥이 아니라 달군 철판에 정좌하고 싶으시다면, 그렇다고 말해주세요. 당장 준비할 테니까」

 엄지를 치켜올린 나를 양돈장의 돼지를 보는 눈으로 내려다보며, 사토리는 무서운 대사를 당연하다는 듯 읇었다.

 ​―​―​잘​못​했​습​니​다​!​!​

 다시 그 자리에서 땅에 머리를 박는 나.
 남의 시선에도 신경 쓸 필요 없는데다가, 지금 이 상황에 불만도 뭣도 없다.
 내가 이렇게 땅에 머리를 박고 있는 건 당연히 내 자업자득이니까.
 나는 사토리가 용서해줄 때까지, 기쁘게 방아깨비처럼 굴 테니까!

「……고개를 들어주세요. 지금 그건, 딱히 당신이 잘못한 게 아니에요」

 그래?

「예. 린의 마음을 읽고, 오해 당한걸 알아버려서, 조금 우울해졌을 뿐이에요」

 흐음, 오해라.

 ……확실히, 지금 나랑 사토리가 남한테 어떻게 보일지 쉽게 상상이 간다.
 그거다, 굳이 테마를 붙인다면 「여왕님과 하인」이라는 느낌?

「그러네요, 확실히 그런 느낌의 인식을 린에게 주고 말았군요.
 오해를 풀 생각도 있었습니다만, 전혀 믿을 것 같지 않네요. 이래선 린이 저를 다르게 볼 것 같군요」

 하하, 뭐 어쩔 수 없지.
 그 사토링은 나도 무서웠다니까, 나 참.

「그랬었죠—, 저 화내고 있었죠—?
 ​당​.​신​.​때​.​문​.​이​라​구​요​.​ 알고는 있는 건가요? 반성하란 말이에요, 정말이지!」

 드물게 목청을 높이며, 사토리는 죄여든 미소가 지어진 얼굴을 들이댔다.
 양손으로 나의 관자놀이에 손을 얹어 힘을 주며, 눈에 보일 정도의 분노를 불태우며 나를 노려본다.
 사토리는 힘이 약해서 전혀 아프지 않았지만, 형상을 띈 분노는 상당한 박력을 가지고 있었다.

「미안하다」
「아까부터 그 말 뿐이군요. 사실은 이 사태의 심각성을 이해하지 못한 거 아닌가요?
 고생하는 건 저랍니다. 당신이 있는 소리 없는 소리 전부 해가며 온갖 뒤처리를 저한테 ​내​맡​겨​버​리​고​…​…​결​국​,​ 뒤처리를 해야 할 상대라곤 전부 손도 못 댈 ​거​물​뿐​이​잖​습​니​까​!​」​

 내 두개골의 단단함에 포기한 사토리는, 이번은 뺨으로 손을 옮겼다.
 아, 아무리 그래도 그것만은 그만둬줘! 붕어입이 돼버린다고!

「미얀햐댜」
「사과할 바엔, 처음부터 하질 마세요.
 조금만 생각해도 어쩔 방법이 없다는 것 정돈 알 수 있지 않나요? 요괴의 현자도 모르던 정보를, 어떻게 제가 알 수 있다는 건가요」

 사토리가 화난 이유――그것은, 내가 영원정에서 에이린에게 추궁당할 때 폭로해버린 정보와 그 탓에 정보를 알려준 자가 사토리라고 날조한 사건 때문이다.

 환상향 안에서 유카리에게도 들키지 않고 숨어 살던 영원정 일행.
 원작의 지식을 활용하여 그녀들을 찾아낸 나는, 거기서 에이린에게 어떻게 자기들을 찾아낸 건지 의문과 의심을 심고 말았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에이린이 의사라고 믿었던 이유와, 꽁꽁 숨기고 있던 카구야의 존재 등――사정을 모르는 에이린의  입장에서 볼 땐 불가사의하다고 밖에는 할 수 없는 수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들키고 말았던 것이다.

 그런 정보를 어디서 손에 넣었나? 라는 질문에 당연히 「원작 설정으로 알았습니다」라고 대답할 수 있을 리도 만무했다.
 격하게 추궁당하던 내가 임기응변을 발휘해 내놓은 비장의 카드가 바로―― 「그건 전부, 코메이지 사토리라는 녀석의 짓이다」라는 느낌의 대답이었던 것이다!

「그렇군요. 죽어주세요」
「죄송합니다. 용서해주십시오」

 나는 다시금 아까와 똑같은 사과를 되풀이하며, 머리를 바닥에 박았다.

 그렇지, 자업자득이지?
 ……。
 …………。
 아니, 그……이렇게 드립치고 있을 때가 아니란 건 알고 있습니다……. 정말로 죄송합니다.

 생각보다는 진심으로 사토리에게 면목이 없는 나.

「……뭐, 당신의 사죄가 진심이란 건 충분히 알고 있습니다. 생각도 없이 머리를 땅에 박을 때엔 무슨 일인가 했습니다만」

 이번에 지령전을 방문한 이유 중 하나는 바로 이것 때문이었다.
 에이린에게 그런 말을 꺼냈을 때부터, 이미 터무니없는 짓이란 생각을 했었으니까.
 사토리에겐 석고대죄를 하더라도 사과해야 해, 라고 생각한 것이다.
 농담 취급하며 말을 돌릴 생각은 없다. 내 머리를 숙일 필요가 있다면, 나는 주저 없이 한다.

「그 성의를 봐서라도 용서해드리고 ​싶​습​니​다​만​…​…​솔​직​히​,​ 문제가 너무 커져서 순순히 용서해드릴 수가 없네요. 발을 댄 것도 사과하지 않을 거에요」

 사토리는 원망이 깃든 목소리로 말했다.

 아, 알겠습니다…….
 하지만 정말로 어떻게든 안 되는 거야?
 저번에 저지른 일에 대해 내가 입을 놀릴 자격은 없지만, 그래도 이미 쏟아진 물, 사토리가 어떻게든 해결해줄 방법은 없는 걸까.

「쉽게도 말하네요」

 사토리는 진심으로 지쳤다는 듯 한숨을 내뱉었다.
 분노가 진정되었다기 보다는, 그저 지쳐 쓰러진 것만 같은 모습이다.
 내가 조심스레 고개를 들자, 사토리는 복잡한 표정을 지으면서도, 말없이 자리를 권했다.
 호의에 감사하며 나도 사토리의 반대편에 앉는다.

「애당초 저도 당신과 다를 바가 없습니다.
 보지도 못한 야고코로 에이린이라는 인물을 제가 알고 있는 이유는, 당신에게서 「원작」에 대해 들었기 때문입니다. 결국, 정보의 원천은 그 지식이니, 저한테 뭐라 말해도 진실이 바뀔 리가 없죠」
「무리라는 건가?」
「그걸 다르게 말하라는 건, 한 마디로 거짓말을 하라는 거나 다름없습니다」

 뭐……그건 그렇지.
 나는 지금 사토리에게 진실과는 다르게――요컨대, 속여달라고 하는 거다.
 그것도 유카리와 에이린을.

 ……위험해, 냉정하게 다시 생각해보니, 왠지 무지 말도 안 되는 짓을 하고 있는 것 같아.

「야고코로 에이린의 됨됨이는 저도 모릅니다만, 야쿠모 유카리와 동급이라니, 까무러칠 만큼 위험하다는 걸 알 수 있겠네요. 어떻게 속이라는 건가요?」

 지위만 놓고 보면 「지저의 관리자」인 사토리는 유카리랑 동급이니, 세게 나가면 어떻게든 통하지 않을까.
 내 생각으론 그럴 것 같았는데――.


 유카리에게 추궁 당하던 사토리는, 마치 손바닥 뒤집듯 태도가 변하더니 대담한 미소를 지었다.
 그 미소엔, 강자로서의 절대적인 자신감이 깃들어 있었다.

「제가 진지하게 나섰을 때, 마음을 읽을 수 있는 범위가 얼마나 늘어나는지 아시나요?
 어쩔 수 없군요. 당신들도 잘 알 수 있도록 그쪽 단위로 가르쳐드리죠.

 ​―​―​1​3​k​m​입​니​다​」​

 쿠궁!


 이런 느낌으로 강하게 나가면, 유카리나 에이린이라도 쫄아서…….

「아니, 그건 무리에요」

 단번에 퇴짜 맞았다.
 그럴 수가, 내 머릿속에선 이 뒤에 유카리가 전율스런 표정으로 ​「​…​뭐​…​라​고​…​」​라​며​ 신음하는 모습이 떠올랐는데.

「아무리 그래도 그건 도가 지나치다고 할까, 순식간에 들킬 거라고 생각합니다만」
「하지만……」
「하지만이고 뭐고, 실제로 그렇게 넓은 범위로 마음을 읽을 순 없으니, 곧바로 들통 날 거에요」

 에—, 무리인 거야?
 지령전 안에서 지상의 모든 인요의 마음을 읽어내고, 모든 정보를 통괄하는 흑막――이라든가, 옛 지옥의 지배자로서 적당한 능력 아닐까?

「아니 이보세요, 멋대로 남의 능력을 확대 해석하지 마시죠.
 애당초 「옛 지옥의 지배자」라는 지위 자체가 아직도 이해할 수 없다고나 할까, 솔직히 말해서 오해 같은 겁니다」

 아, 확실히 그런 푸념을 가끔 들었다.

「그래요. 이 옛 지옥을 통제하고 있는 것도 실질적으로 유우기 씨 덕이니까요.
 제가 지저의 지배자처럼 보이는 건, 이 지령전이라는 장소와 지위, 그리고 제가 맡은 일 때문에 그런 인상으로 보일 수밖에 없는 거죠」
「유카리는 그걸……」
「아마, 이해하고 있을 겁니다. 저는 지저 세계에 간섭하기 위해 이용당하는 입장이에요.
 당신이 처음으로 지저에 방문했을 때도, 야쿠모 유카리는 제게 「스펠카드 룰의 시행」이라는 일을 떠맡겼으니까요」

 확실히, 유카리라면 사토리의 실력 정도는 이미 꿰뚫어보고 있을지도 모른다.
 유카리의 머릿속은, 나 따위는 예측할 수 없을 만큼 깊고 넓을 테니까.
 그느느, 허세로 속이자니 말도 안 돼는 소리였구나.
 그럼 이제 대체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아니요. 적당하게 얼버무리는 정도로 끝낼 수만 있다면, 그런 허세부리기도 꽤나 먹힐지도 모르겠네요」

 에, 무슨 뜻이야?

「생각해보세요. 야쿠모 유카리나 야고코로 에이린 같이 술수에 능통한 자들이 바보처럼 솔직하게 이번 일에 대해 질문할 가능성은 낮습니다.
 최악이어도 적대심을 부추기려고 하진 않을 테니, 말을 돌려서 떠보려고 하겠죠. 그 떠보기를 정확한 대답이 아닌, 애매한 대답으로 넘어간다면 의외로 속일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애매하게?」
「예. 결국, 저쪽은 정체를 알 수 없는 정보원을 경계하고 있을 테니까요.
 반대로 「역시 뭔가를 숨기고 있다」는 태도를 보이며, 자세한 내용을 피하고 나름 있을법한 대답을 내놓는다면, 어느 쪽이건 경계심을 강하게 품고 쉽게 발을 디디려고 하지 않는다――그럴 테죠」

 ……과연!
 초반에 얼굴을 드러낸 보스 캐릭터가 자주 하는 「복선 같은 걸 중얼거리며 상대방의 의심과 경계심을 부추긴다」라는 수법이라는 건가!
 좋아, 사토링. 유카리와 에이린이 정보의 출처를 절대로 모른다는 점을 반대로 이용한, 훌륭한 공략법이야.

「다만, 이 방법엔 문제가 하나 있습니다」

 사토리는 신묘한 얼굴로 중얼거렸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제가 이런 대응을 한다면 그 둘에게 믿음을 주기는커녕 오히려 경계심을 더 강하게 품어줄 거라는 점입니다.
 저한테 쓰인 틀려먹은 평가가, 더 깊어지겠네요」

 ……죄송합니다, 사토리 씨.
 정말로 미안해요.

「뭐, 슬슬 이런 말투를 쓰는 것도 질렸으니, 이제 괜찮지만요」

 다시 한 번 땅에 머리를 박으려던 나를 쓴웃음을 지은 사토리가 말렸다.
 괜찮은 거야, 사토리?
 그거, 해줘도 괜찮은 거야?

「이번 문제에 관해선 이 정도가 최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좋아요, 할게요. 당신과 말을 맞춰보죠.
 야쿠모 유카리에게 약간이나마 허세를 부려보는 것도, 의외로 제게 이익이 될지도 모르니까요」

 ――게다가, 이 방법이 그렇게 잘 통할 거라곤 생각하지 않지만요.

 사토리는 어깨를 움츠려 보이며 말을 덧붙였다.
 확실히, 유카리가 사토리의 힘을 정확하게 꿰뚫어보고 있다면, 아무리 의미심장한 태도를 내보여봤자 그것을 제대로 믿을 리가 없다.
 해봤자 약간 주저할 정도의 경계심을 심는 게 다겠지.
 사토리에게 「만일」 「혹시나」라는 한 줌의 불안감이나 위협이라도 느껴준다면, 그걸로도 충분히 이야기를 얼버무릴 수 있을 것이다.

「그러네요, 그쯤이 타당하겠네요」

 OK, 알았어.
 정말로 민폐를 끼치고 말았다만 부디 잘 부탁해.

「어쩔 수 없네요. 그 일은 제가 맡도록 하죠」

 고마워, 내 마음의 친구여!
 진짜로 사토리를 볼 면목이 없는걸.
 아니, 정말이야. 내가 할 수 있는 거라면 뭐든지 할 테니 필요하면 얼마든지 말해줘.
 변호해줄 사람이 필요하면 의심 받지 않는 선에서 사토리를 도와줄 테니까.
 나한테도 내 입장이나 지위라는 게 있으니, 그게 어느 정도 도움이 될지도 몰라.

「야쿠모 유카리가 상대라면 당신의 변호도 어느 정도 효과가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믿을 게요」

 알겠어. 유카리한테 거짓말을 하는 건 정말로 마음 아프지만, 어쩔 수 없는걸.
 내가 실수를 저질러버린 탓에 사토리에게 부담을 주고 있다. 나도, 어느 정도의 부담은 짊어져야만 하겠지.
 용서해줘, 유카링.

「——그럼. 이 이야기는 이걸로 끝이라고 생각됩니다만」

 석고대죄로부터 시작된 대화를 끝내어 남몰래 안심한 내 앞에서, 사토리가 손뼉을 치며 질문했다.
 그것이 의식을 돌리는 신호라는 듯, 화제가 바뀐다.

「아직 볼일이 남으셨죠?」
「아는 건가」
「말을 끊기 전에 잠깐 생각한 걸 읽었으니까요.
 사과 하나 하자고 일부러 야쿠모 유카리에게 부탁까지 해가며 지저에 온 건 아니겠죠?」
「그렇다」
「그래서, 당신은 「연회가 어쩌구」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만」
「그 말대로다」

 그렇구나, 사토리.
 나는, 깨닫고 말았어.
 네타 소재 이야기기는 하지만 「홍무이변」 「춘설이변」 「영야이변」 같은 원작의 중요한 이변들을 거쳐 지금까지 왔어.
 아무리 나라도 외전까지 포함한 사소한 순서까진 잘 모르니, 원작과 똑같을지 어떨지는 모르겠지만, 이변들이 해결되지 않아 문제가 일어나지도 않았고, 확실하게 해결됐지.

「개인적으로는 심정이 복잡하군요」

 에, 어째서?
 이변을 해결하면 곤란한 거야?

「 「원작대로」라는 점이 말이에요. 이대로 가다간 오쿠가 지령전에서 이변을 일으키게 될 테니 말이죠」

 아……, 미안. 너무 신경이 없었나?

「아니요. 잠깐 생각이 미쳤을 뿐입니다. 나중 일을 지금 걱정해봤자 어쩔 수 없죠. 미래를 바꿀 수 있을지도 모르니까요.
 어쨌든, 지금 할 말은 이게 아닙니다. 자, 이야기를 계속해주세요. 이변은 문제없이 해결되고 있는데, 당신은 뭐가 걸린다는 거죠?」

 응. 뭐, 지령전의 이변은 때가 되면 나도 친구로서 가능한 한 협력할게.
 그거 말인데, 이변이 해결되는 건 좋아.
 문제는, 그 다음이야.

 ――사실, 지금까지 이변이 해결된 뒤에 단 한 번도 연회를 열지 않았어.

「……그게 무슨 문제라도?」

 문제야, 엄청 큰 문제라고!
 이변을 해결엔 뒤엔, 그 이변의 주모자들도 모여 다함께 연회를 한다――여기까지가 정해진 수순이잖아! 집에 돌아갈 때까지가 소풍이라고!
 이 연회로 인해 이변 중에 서로 싸웠던 자들끼리 술잔을 나누고, 새로운 동료로서 맞이할 수 있다.
 이게 빠져서야, 이변이 진짜로 해결됐다고 할 순 없지!

「그건 이 세계를 「동방 프로젝트」라는 픽션을 알고 있는 당신만의 믿음 아닌가요?」

 아니, 틀리다.
 실제로 연회를 하지 않으므로 인해 현실에서의 폐해가 드러나고 있다.

「어떤 게 말이죠?」

 응, 예전부터 신경 쓰이던 건데――레이무와 다른 인요들의 관계, 나쁘지 않아?

「결국은 당신 딸 때문이라 그거군요」

 아니, 봐봐! 이거 정말로 걱정이라고!
 비교하기도 뭐하지만, 내가 아는 원작이랑 비교해봤을 때 레이무를 둘러싼 인요 관계가 소원하다면 소원하달까, 심하게 말해 험악할 정도다.
 우선, 친구인 마리사의 경우엔 지금까지는 나름 안정되어 있던 좋은 관계였으나, 영야이변이 지난 뒤로 약간 삐걱거리는 모습이 엿보인다.

 그 이변 덕에 파트너가 되어, 제대로 친교를 다졌을 터인 유카리와의 사이는 전혀 나아지지 않았다.
 나아지지 않았다는 것은, 한 마디로 레이무가 유카리를 변함없이 싫어하고 있다는 뜻이다. 이번에 지령전에 유카리가 데려가준다는 것을 설명했더니, 노골적으로 싫다는 표정을 지었을 정도다.

  유카리 쪽에선 그런 레이무의 태도 따윈 전혀 신경 쓸 게 못된다는 느낌이어서, 어느 쪽도 사이좋게 지낼 생각이 없다는 것을 잘 알 수 있었다.
 그 외에도, 홍무이변을 계기로 신사를 방문했어야 할 레밀리아는 오지 않지, 요우무에 대해 물으니 「그게 누구더라?」라고 대답하지, 영원정의 관계자에 이르러선 관심조차 없어!

 이건, 심각한 사태다.
 하쿠레이 신사라고 한다면, 참배객보다도 별 이유 없이 인외들이 모이는 떠들썩한 장소.
 환상향에서 연회를 연다면, 우선 이곳! 이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인상을 가진 곳이다.
 그럼에도 내 시절과 환경이 그다지 달라지지 않았다니,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하다.

「우호관계를 누구하고 맺느냐는 각자의 자유라고 생각합니다만」

 좋아, 이거고 저거고 전부 연회를 열지 않았기 때문이구나. 단언 할 수 있어.
 교류를 나눌 장소나 계기가 없었기에 레이무도 다른 것에 흥미를 품지 않는 거고, 아무도 우리 딸의 좋은 점을 몰라주는 거야.
 그렇지 않고서야, 내 딸이 이렇게 아웃사이더일 리가 없잖아!

「……예,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것 같으니, 더 이상 말은 않죠.
 그래서, 당신은 그걸 해결하기 위해 지금까지 이변에 연관된 자들을 전부 모아 연회를 하고 싶다, 라는 거군요. 아무도 하지 않으니, 자신이 직접 주최하려는 거고요」

 그 말대로!

「그렇지만, 반쯤은 자기도 즐기고 싶은 것 뿐이군요」

 ……그, 그렇습니다.
 저도 모두랑 다 같이 즐겁게 연회를 즐기고 싶습니다.

「솔직해서 좋네요. 뭐, 저한테 비밀을 숨길 수 없을 뿐이겠지만요」

 애당초 숨길 생각도 없었지만 말이지.
 레이무가 걱정된다는 건 진심이고, 내가 연회를 즐기고 싶다는 마음 또한 진심이다.
 그 외에도 나와 친해진 자들이 또 서로와 친해지며, 그런 정의 고리가 더욱 넓게 퍼졌으면 하는 생각도 있다.

 이 연회에, 아직 초대조차 시작하지 않긴 했어도 얼마나 많은 인요가 모일지는 모르겠지만, 조금이라도 더 많이 참가해주면 기쁠 것이다.
 덤으로 연회를 여는 명목으로서 「선대 무녀의 완치를 축하하기 위하여」라는, 일단 나름 훌륭한 목표를 가지고 있기도 하다.
 그저, 이 명목만으론 어쩔 수 없이 내 개인적인 경사를 축하하는 자리가 될 테니, 얼마나 모일지 조금 불안하긴 하지만.

「당신의 덕망이라면, 분명 많이 모일 겁니다」

 그런 말을 들으니 기쁜걸.
 그럼 이왕 들은 김에, 지금부터 그 덕망을 써볼까.
 그런고로, 사토리.
 함께 연회――하지 않겠는가.

「에, 싫은데요」

 즉답!?

「연회는 그냥 참가하고 싶지 않은데다, 제 입장으로선 참가 할 수 없습니다. 지상에서 개최할 거 아닌가요?」

 일단, 하쿠레이 신사에서 할 예정이긴 한데.
 아직 레이무랑 상담도 하지 않았지만.

「그럼, 무리네요. 지저와 지상의 협정을 잊진 않았겠죠. 예외인 건 어디까지나 당신 뿐이에요」

 그거라면 문제없다……고 생각해.
 협정이라곤 했어도, 지상과 지저가 서로 결코 불가침을 지켜야 한다는 규칙은 아니잖아.
 두 지역의 관리자에게서 허가만 맡을 수 있다면, 어느 쪽의 거주자든 왕래 할 수 있다는 소리니까, 정확하게 따지자면 오직 나만 예외일 수는 없다는 거 아냐?

「……뭐, 그것도 그렇군요. 저도 린을 위로 보낸 적도 있으니까요」

 애당초 원작에서도 이 협정이라는 게 묘하게 허당 같은 이미지가 있었지.
 지저에서 일어난 이변은 카엔뵤우 린이 지상에 원령을 보내서 시작된 거였고, 이 행동 또한 독단이었다.
 이변을 해결한 뒤엔 지저와의 교류도 조금이나마 이어졌을 정도니, 원작과 시기가 다를 뿐이지 지저의 요괴가 지상으로 올라가는 것 자체는 그렇게 큰 문제는 아닐 것이다.
 물론, 무단으로 갈 생각은 없어. 제대로 유카리한테 부탁할게.
 거기다 분명 허가를 받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

「최악이네요, 허락이 떨어질 때까지 사정할 생각……인가요. 무리하기는」

 에헤헤, 그만큼 사토리랑 같이 연회를 즐기고 싶다는 거야.
 딱히 지상과 지저의 관계에 끼어들고 싶다든가 하는 생각은 없다.
 그저, 친구를 연회에 초대하는데 조금은 융통성을 발휘해주기를 바라고 있을 뿐이다.

「그렇지만 저는 싫다고 했습니다. 이 문제는 어떻게 해결할 셈이죠?」

 그렇게 묻는 사토리의 얼굴에는 묘하게 재미있다는 듯한 미소가 지어져 있었다.
 지금도 능력을 사용하여 내가 하는 생각을 전부 읽고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나는 일부러 말로서 그녀에게 전했다.
 속셈이라든가, 그런 건 어차피 숨길 수도 없을 테고, 숨길 생각도 없다.
 내게 있는 것은, 오로지 올곧은 마음뿐이다.

「유카리와 같다. 간절히 부탁할 수밖에 없지」
「그래. 고집을 부리겠다는 거군요」
「그렇다, 내 고집이다」
「그 이야기를 받아들인다는 건, 제가 무리를 해야 한다는 겁니다. 제게 민폐를 끼치는 거라구요. 그런데도, 당신은 고집을 부리겠다는 건가요?」
「……그렇다 해도, 나는 사토리와 함께 연회를 즐기고 싶다」
「반드시?」
「반드시다. 부탁이다」

 나는 고개를 숙이며 간절히 부탁했다.
 그대로 고개들 들지 않는다. 사토리에게서 내가 원하는 대답이 나올 때까지, 이대로 매달릴 수밖에 없다.
 나라지만 정말로 고집스럽단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상대의 입장일 생각하지 않고, 자신만의 욕망을 밀어 붙이는 건 처음이다.
 사토리의 표정은 볼 수 없었지만, 이런 내 필사적인 모습을 내려다보며, 재미있다는 듯 웃고 있으려나?

「부탁하마」

 나는 묵묵부답인 사토리를 더욱 재촉했다.
 마음속으로부터 우러나온 진심이다.

「일생일대의 부탁이다」
「……풉」

 마치 아이가 조를 때나 말할법한 대사를 입에 담은 내 태도에 사토리는 버티지 못한 듯 뿜고 말았다.
 억지로 억누른 것 같은 웃음소리가 들려 조심조심 고개를 들어 보니, 사토리가 입을 막고 어깨를 움찔거리고 있었다.

「알겠어요, 알겠다구요. 연회에 참가하도록 하죠. 당신이 이겼어요」

 사토리는 눈가를 비비며 그렇게 대답했다.
 사토링……큭, 상냥해 ……! 감사! 압도적인, 감사……!

 너무나 기쁜 나머지 카이지처럼 너저분하게 눈물을 흘리는 나. 마음속에서만 흐르긴 해도.
 그럼에도 지금 느끼고 있는 이 심정은 진짜다.

 사토리가 연회에 참가하고 싶지 않아하는 이유는 대충 알고 있다.
 애당초 그녀는 남과의 접촉이 싫어서 지저로 내려온 것이다.
 그런 그녀를 지상으로 불러내서, 수많은 인요가 모일 연회에 참가시키다니, 민폐 밖에 되지 않는다.

 나는 알고 있다.
 알면서도, 억지로 초대한 것이다.
 사토리에겐  「고맙다」 는 말 밖에 할 수 없다.
 사과와 감사는 다르다고 생각하는 나다.

 내 억지를 들어줘서, 고마워!

「이것 또한 우정, 이란 걸로 할까요. 당신이 처음으로 부려본 고집이니까」

 그러게. 이렇게나 남에게 무언가를 강요하다니, 내가 한 짓이라지만 놀랐어.
 하지만 지금은 기쁨이 놀라움보다 크다.
 해냈다고. 나는, 처음으로 인생 최대의 내기에서 이겼다!

 이걸로 연회는, 벌써 성공한 거나 다름없지!
 이 다음엔 연회를 열기에 필요한 절차를 준비하는 걸까, 할 맘이 생기는걸, 안 그래?

「제가 참가해서 연회가 실패해도 전 몰라요. 누가 뭐래도 전 원령에게도 미움 받는 요괴니까요」

 내가 싫어하지 않으니까 괜찮아!
 이게 바로 우정이라는 거지.

 후후훗. 그리고 사토리. 나는 놓치지 않았어.
 방금, 드디어 내게 반말을 했다는 걸 말이지!

 자, 사토리. 이걸 계기로 존댓말은 이제 그만두고, 더 프렌들리하게 가자고.
 연회에서도 다른 모두에게 내 「친구」라는 것을 어필해서, 우호적인 요괴라는 인상을 보여준다는 작전은 어때.

「아, 그건 절대 각하에요. 분명 안 됩니다」

 한치의 동요도 없이 내 제안을 거부하는 사토리.
 에—, 왜 안 되는데?

「당신과 쓸데없이 사이가 좋아 보이면, 주변에서 의심스럽게 생각할 테니까요. 귀찮은 건 사양이에요」

 우정은 어딨어!?

「우정에도 무게가 있어요. 제 평화보다는 가벼우니, 양해해주세요」

 사토리는 히죽거리는 듯한, 기분 나쁜 미소로 대답했다.

 너, 너무해……!
 귀찮다니 분명 너무 지나치게 걱정하는 거라고 생각하는데.
 내가 누구랑 사이좋게 지내든, 딱히 아무도 신경 안 쓰지 않으려나.
 하쿠레이의 무녀에서는 은퇴했고, 내 입장이 끼치는 영향도 그렇게 없으니.

「적어도, 야쿠모 유카리는 저와 당신의 관계를 좋게 보지 않겠죠」

 유카리가?
 왜, 나랑 사토리의 사이가 좋아서 질투하고 있다든가?
 그런 이유로 사토리를 ​싫​어​하​다​니​…​…​상​상​이​ 가질 않는걸. 그렇게 단순한 이유는 아닐 테고.

「단순하지 않으니까, 무서운 겁니다만…….
 뭐, 이건 제가 불안할 뿐이니까 신경 쓰지 마세요. 어차피 그녀의 마음은 읽을 수 없을 것 같으니」

 흐음……뭐, 사토리의 생각에 딴지를 걸 마음은 없지만.
 유카리랑 사이좋게 지내줬으면 해, 네 말대로 우호관계는 각자의 자유인걸.
 연회에서의 만남이 뭔가 계기가 되어준다면 좋으련만.
 존댓말은 앞으로 우리들의 우정 파워가 더 강해지면 자연스레 해결될 테고.
 왜냐면, 일부러 내보이지 않아도 나와 사토리는 이미 「친구」니까.
 중요한 일이므로, 2번 말했습니다.

「그렇게 생각할 때부터 이미 내보이는 거 아닌가요. 당신 안에서는」

 ……내가 가진 전생의 지식 때문인지, 최근엔 대답이 날카로운걸.
 내가 드립을 칠 때마다 농락당하던 처음의 사토리와는 딴판이다.

「당신과는 적당하게 지내는 정도가 딱 좋아요. 그렇지 않으면 지치거든요」

 뭐, 저런 싸늘한 반응도 사토리가 하면 상입니다만.

「바보. 그래서, 볼일은 그게 끝인가요?」

 응, 그래. 연회 날짜라든가 하는 자세한 내용은 정해지는 대로 다시 알려줄게.
 돌아가면서 유우기도 연회에 초대할 생각이다.
 유카리가 어디까지 허락해 줄지는 모르겠지만, 사토리도 함께 데려가고 싶은 친구가 있다면 함께 갈 수 있도록 부탁해볼게.

「아니요. 지령전에서는 저만 갈 생각입니다.
 오쿠는 아직 지상에 데려 가기엔 힘도, 분별력도 미숙하고, 오린은 지상을 무서워하는 것 같으니까요」

 오린, 대체 무슨 일을 겪었길래……?

「딱히 튀고 싶지도 않으니까요. 만약, 유우기 씨가 참가한다면 어떻게 되든 튈 거라고 생각하긴 합니다만」

 그러고 보니, 지상에서 떠난 오니니까.
 게다가 그 종족 중에서도 유명하고.
 이래서야 오니의 존재가 미리 알려지지 않았으면 역시 큰 소란이 일어났을 테니 유우기는 초대할 수 없었을 것이다.

「아, 그러고 보니 지저에서의 싸움이 신문에 실렸더군요. 유우기 씨 개인에게 초점을 맞춰서, 오니라는 종족 자체에 대해서는 애매하게 넘어간 훌륭한 편집이었어요」

 오, 사토리도 붕붕마루 읽고 있구나.
 정말 그렇다니가, 아야가 이야기 정리를 엄청 잘 해줬어. 지상에서도 오니에 대해 아는 인간이나 요괴가 늘었어.
 덕분에 레이무부터 시작해서 이번 연회에 초대할 인요들은 전부 오니에 대해서 미리 알게 돼서 다행이야.
 이걸로 첫 만남에서 일어날 마찰은 적어지겠지.

「텐구가 만든 신문답게, 오니의 힘, 두려움에 대해서도 확실하게 쓰여있었어요」

 그러고 보니, 지저에서 지상의 신문을 어떻게 읽는 거야?

「전에 샤메이마루 아야 씨와 함께 지령전에 왔었죠? 그때부터 신문을 받게 됐습니다. 그것도 무료로」

 이 무슨 대인배.
 아야랑 그렇게 친했었어?

「아니요. 유우기 씨도 읽고 싶으셨나본지, 본인에게 「부탁」했었죠.
 유우기 씨 입장에선 그냥 꺼내본 말이었겠지만, 부탁받은 당사자는……뭐, 심정은 알아서 추측해보세요」

 샤메이마루…….
 텐구는, 정말로 오니한테는 거스를 수 없다는 거구나.
 ……연회에는 아야도 초대하려고 했는데, 유우기가 참가한다면 그만두는 게 좋으려나.

「그래서, 이제 유우기 씨에게 가실 건가요?」

 아니, 조금 전에도 말했잖아, 돌아가는 길에 초대할 생각이라고.
 유카리가 마중 나오는 건 내일이거든.

「그럼, 여기서 묵고 가실 계획인가요?」

 예이. 신세를 지겠습니다.

「이렇게 갑자기 왔으니, 식사도 간단한 것밖엔 준비할 수 없습니다만」

 아니, 사토리랑 함께 먹을 수 있다면 뭐든지 맛있으니까 충분해.
 하는 김에, 욕실도 빌릴 수 있을까?

「사치스러운 손님이네요」

 에헤헤, 예전에 들어갔던 온천이 엄청 기분 좋았거든. 마음에 들어버렸어.

「이번엔 다리도 움직이니 원할 때에 들어가세요」

 서로 등 닦아주자!

「싫어요. 변태 같으니」

 어째서!?







「하쿠레이 신사에서 백귀야행의 대연회 개최 예정!」

 며칠 뒤, 붕붕마루의 간판에는 그런 문구가 커다랗게 쓰였다
 기사를 겸한 참가자를 모집하는 광고이기도 했다.
 선대가 아야에게 구독 신청자가 아닌 자들에게도 신문을 나눠주게끔 부탁한 것이다.

 연회의 목적은 「선대 무녀의 복귀 축하」.
 누구든 축하하고 싶은 자, 흥미를 가진 자라면 언제든 참가를 환영한다는 취지의 문구가 쓰여 있었으나, 당연히 평범한 인간이나 요괴가 그 연회에 좋아서 참가할 리는 없다.
 이미 참가가 결정되어 있는 자들의 이름도 함께 실려 있었으나, 전부 유명한 대요괴 뿐이었기 때문이다.

 ――붕붕마루의 구독수를 단숨에 늘린 오니퇴치 기사에서 화제가 된 「호시구마 유우기」
 ――그 지저의 관리자인 수수께끼가 가득한 대요괴 「코메이지 사토리」
 ――그와 반대로 지상의 관리자이며, 요괴의 현자인 「야쿠모 유카리」
 ――연회를 위해 자리를 제공하며, 그와 함께 감시 또한 겸하는 하쿠레이의 무녀 「하쿠레이 레이무」
 ――그리고, 이번 연회의 주최자이며 주역인, 부활한 최강의 하쿠레이 「선대 무녀」

 그 외에도 선대 무녀가 주최한다는 소식에 참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인요 또한 거물들 뿐.
 그런 자들이, 하쿠레이 신사에서 모두 모여 연회를 연다는 것이다.
 「백귀야행」이란 수식어에 토를 달 수 없는, 그야말로 인외마경.

 연회의 뒤에서 어떤 거대한 음모가 소용돌이치고 있을지 의심하는 자가 나오는 것도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평범한 인간이나 요괴는 두려움에 떨며, 참가는 물론이고 신사에 다가오려고 조차 하지 않을 것이다.

 시작하기 전부터 이 뜨거운 반응.
 기사 재료로서 너무나도 훌륭한 내용에, 아야는 선대의 의뢰를 기꺼이 도맡아 대대적으로 광고를 날린 것이었다.

 여담으로, 아야 또한 연회에 초대 받았으나, ​정​중​하​게​―​―​당​장​이​라​도​ 토할 것만 같은 얼굴로 맹렬하게 저항하여――참가를 거절했다.
 현장 취재를 할 수 없기에 더더욱, 이번에 쓴 기사에는 기합이 담겨 있다.
 연회를 향한 나날이 지나며, 참가자 또한 잇달아 증가해나가고 있었다.


 ――홍마관에서.

「언니! 연회래, 연회!!」
「그래 알겠어, 알겠으니까 진정하렴」

 흥분하는 플랑도르를 레밀리아가 광고가 쓰인 신문을 한 쪽 손에 쥐고 말렸다.
 그러나 그 얼굴은 미소로 물들어, 산만하게 떠드는 여동생을 바라보고 있다.

「어머, 시간대는 밤이네」
「이건 아가씨들을 위한 배려가 아닐까요?」
「그러네요, 이건 홍마관 일동이 부디 참가해줬으면 한다는 선대의 숨겨진 뜻임이 틀림없어요. 이래서야 거절할 수 없겠는걸요. 선대의 복귀를 가장 먼저 축하해야 하는 건 반드시 저희들이어야 해요. 예」

 평소와 다름없이 침착한 사쿠야와 반대로 흥분을 감추지 못하는 메이링.
 메이링은 직접적으로 말하지는 않았으나, 플랑도르와 함께 있는 모습을 보면 그 둘이 완전히 똑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것을 간단히 알 수 있었다.
 레밀리아는 무심코 웃음이 나오려는 것을 버티며, 겉으로는 고뇌하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

「흐음. 밤이라는 건 좋지만, 신기하게도 이 날은 보름달이 뜨는 날이네. 우리 흡혈귀의 힘이 가장 크게 늘어나는 시간이야.
 그럼 어떻게 할까. 참가하고야 싶지만, 과연 지금의 플랑이 자제할 수 있을까? 만약, 날뛰어서 주변에 폐를 끼치면 연회를 엉망으로 만들어버릴 수도 있고……」
「나, 노력할게!」
「어머, 괜찮다고 말해주진 않는 거니?」
「읏……응. 역시, 분명 괜찮을 거라곤 말 못해. 진짜로 가보지 않으면 모르겠지만, 만약 참을 수 없게 되면 폐를 끼치기 전에 돌아갈게. 그러니까 부탁해! 언니!」

 플랑도르의 기특하면서도, 냉정하고 이지적인 대답에 만족한 레밀리아는 드디어 얼굴에 밝은 미소를 지었다.

「잘 대답했어, 플랑. 함께 연회에 참가하자」
「와아―!」
「잘 됐네요, 작은 아가씨! 뭐, 그 날은 저도 있을 테니 만약의 경우가 되면 맡겨주세요!」
「어머, 왜 메이링까지 간다고 하는 거야? 넌 문지기잖니?」
​「​아​가​씨​이​이​이​~​!​!​」​
「노, 농담이야! 자, 콧물 흘리지 마!!」

 달라붙는 메이링을 레밀리아는 당황하며 떼어냈다.
 그런 어수선한 현장 옆에서 묵묵히 서있던 사쿠야는 이미 동행이 결정되어 있었다.
 참가자는 연회를 위한 술이나 요리를 지참해야 한다. 그런 점으로 볼 때, 사쿠야는 홍마관의 참가 멤버 중에서도 요점을 맡고 있었다.
 여담으로, 파츄리는 연회에 참가하지 않는 것으로 결정났다.

「나는 사양할게. 바깥은 서툴고, 천식 때문에 술자리도 즐길 수 없을 것 같으니까」

 파츄리는 레밀리아의 권유에 그렇게 대답했다.

「그 날은 메이링 대신 홍마관이라도 지키고 있을게.
 보름달이 뜨는 밤엔 다른 요괴도 난폭해지니까. 유래 없는 인외들의 연회가 열리는 마성의 밤이니, 무슨 일이 일어날지도 모르고」
「죄송합니다, 저도 사양할게요」
「아니, 아무도 널 데려가겠다고 하지 않았는데. 소악마」
「정말로요? 너무하네요, 작은 아가씨한테 울면서 매달려볼까요」
「그만두렴」

 이러쿵저러쿵 소란은 일었으나, 결국 소악마도 파츄리와 함께 홍마관에 남게 됐다.

 ――홍마관의 주인이자, 고귀한 흡혈귀 「레밀리아 스칼렛」
 ――그 당주의 여동생이자, 홍마관의 소중한 어린 흡혈귀 「플랑도르 스칼렛」
 ――인간임에도 흡혈귀를 모시는 악마의 메이드 「이자요이 사쿠야」
 ――반대로 요괴임에도 선대 무녀를 신봉하는 홍마관의 고참 「홍 메이링」

 이 넷의 참가가 결정.


 ――마을에서.

「왠지 엄청난 일이 됐는걸」
「네 말대로, 유래 없는 이변이군」

 모코우와 케이네는 함께 신문을 읽고 있었다.
 일 사이에 낀 휴식시간이다.
 단련을 겸한 장작패기가 모코우의 일이었다.
 지금의 모코우는 이 정도의 단련은 「약간의 용돈벌이」쯤으로 끝낼 수 있게 됐다.

「케이네는 여기 참가할 거야?」
「아니, 그날은 보름달이 뜰 것 같더군. 난 가지 않기로 했다」

 이런 케이네의 말을 모코우는 「연회에 참가하지 않은 요괴가 말썽을 일으키지 않도록 감시하기 위해서」라고 해석했다.
 실제로 그런 이유도 ​있​었​으​나​―​―​케​이​네​는​ 복잡한 심정을 어렵사리 웃음 밑으로 숨겼다.

「모코우 넌?」

 자연스럽게 화두를 돌린다.
 모코우는 잠시 생각하고 난 뒤, 대답했다.

「나도 안 갈래. 사부의 복귀를 축하하는 건 이미 우리들끼리 먼저 했으니까」
「그래, 나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그럼, 그 날엔 케이네의 집에 묵고 같이 마을의 경비라도 할까나」
「아니, 그건……안 되겠는걸」
「안 된다고?」
「그게. 저기, 보름달이 뜨는 밤엔……사정이 있어서 말이다」

 말끝을 흐리는 케이네를, 모코우는 불가사의하다는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물론, 이 둘을 포함해 마을에서 연회에 참가하려는 용감한 인간은 단 한 명도 없었다.


 ――향림당에서.

「아니, 가지 않아」

 린노스케는 신문을 한 손에 움켜쥐고 있는 마리사에게 그렇게 대답했다.
 예상했지만, 의외로운 대답에 마리사는 복잡한 표정을 지었다.

「코우린은, 레이무의 어머니랑 친구 아니었어?」
「그렇지, 꽤 오래된 사이긴 하다만」
「입원했을 때도 문병하러 갔었잖아」
「상처를 입었다면 큰일이지. 하지만 상처가 나았다면, 경사스러운 일이긴 해도 큰일은 아니야」
「뭐야, 그게」

 박정하게도 들리는 말에 마리사는 입을 삐죽였다.
 하지만 마리사가 이런 반응을 보이긴 했어도 린노스케의 됨됨이는 잘 알고 있다.
 이 단순히 성격이나 성품이 담백하고 단순할 뿐이지 선대에게 쌀쌀맞은 것은 아니라는 것을 이해하고 있는 것이다.
 마리사가 불만스러운 이유는 그것이 아니었다.

「미안하지만, 같이 갈 사람을 찾는다면 다른 사람을 찾아봐」
「무, 무슨 말이야?」
「사실 선대가 너보다 먼저 여기에 왔었거든. 물론 그녀의 초대도 거절했지만.
 이번 연회는 여러모로 생각해서, 내가 가선 안 되겠다고 생각했어. 그도 그럴게 연회를 연 이유 중에 하나가 레이무를 위해서라고 했으니까」
「……레이무를, 위해서?」
「이번 연회를 계기로 다양한 인요와 만나봤으면 좋겠다던데. 그리고……마리사, 너와도 화해해주길 바라고 있어」

 그 말을 들은 마리사의 얼굴이 붉게 물든다.

「따, 딱히 레이무랑 싸우지는 않았다구!」
「그래? 나는 자세한 이야기까진 듣지 못했다만. 그런가, 선대의 오해였나」

 일부러 알아들었다는 듯 비꼬는 린노스케의 옆모습을 마리사는 신음소리를 흘리며 노려봤다 있었다.
 물론, 당사자는 상쾌하게 무시하고 있다.
 이윽고 마리사는 쥐고 있던 신문을 린노스케에 내던지더니, 발을 돌렸다.
 그런 마리사의 등을 향해 침착하기 그지없는 목소리로 린노스케가 묻는다.

「그래서 마리사, 넌 연회에 참가할 생각인가?」
「몰라!」


 ――헤매임 죽림에서.

「공주님은 참가하지 않는다던데. 뭐, 참가한다고 했어봤자 사부가 말렸을 테지만. 참가자가 너무 위험해.
 그리고 그 사부는 뭔가 꾸미고 있고. 그 이변 뒤로 야쿠모 유카리와 왠지 수상한 고리가 생긴 것 같거든. 뭐가 됐든 틀림없이 꿍꿍이가 있을 테지만, 그게 뭔지는 모르겠어」
「왜 그렇게 고민하는 거야? 연회는 그냥 즐기면 되잖아」
「응, 그렇네. 진리야. 너, 역시 머리 좋구나」
「역시? 이 몸은 천재?」
「응, 천재. 천재는 즉 최강. 너가 최강」
「정말로!? 이 몸, 최강이구나!」
「그래그래, 최강이야. 아, 죽순 다 구워졌다」
「먹을래!」
「뜨거울 텐데」
「앗 뜨거!?」
「그러길래 말했잖아」

 테위와 치르노.
 요괴토끼와 얼음요정이라는 최근 해메임의 죽림에서 자주 눈에 띄는 이 기묘한 콤비는, 모닥불 주변에 둘러앉아 떠들썩하게 수다를 떨고 있었다.
 죽림의 안이긴 해도 장소는 모코우가 사는 집의 앞이다. 집주인은 지금 없다.
 이곳은 그 이변 뒤로 매일은 아니어도 그때의 동료들이 자연스레 모이는 집합소가 되어 있었다.

「자, 여기 물」
​「​고​마​워​…​…​그​렇​지​만​,​ 왜 이 몸까지 연회에 가면 안 되는 거야?」
「너는 연회에 초대받지 못했잖아」
「하지만 신문에는 자유 참가라고 써져있었는걸」
「이런—, 너 드디어 한자를 읽을 수 있게 돼버렸구나. 선생님도 쓸데없는 일을 하셔선」
「왜!? 칭찬하라구!」
「알았어. 자, 머리 내밀어봐」

 테위는 체격이 거의 비슷한 치르노를 「쓰다듬 쓰다듬」했다.

「에헤헤」
「훌륭하지만, 제대로 설명해도 너로선 알기 어려울 거라고 생각해」
「어째서?」
「응, 쉽게 말해 연회는 위험할지도 모른다는 거야」
「위험해?」
「참가하는 녀석들이 거물뿐이니까.
 우선, 주최자인 선대 무녀의 의도를 알 수 없어. 보통 복귀 축하는 본인이 아니라 남이 해주는 거잖아. 그러니까 이 이유는 단순한 명분일 거야.
 그런 알 수 없는 선대의 부름에도 수많은 인요가 응해서, 원래는 만날 일도 없었을 거물들이 한 장소에 모여. 당연히 평화롭게 넘어가진 않을걸.
 다른 종류의 화약들을 한 곳에 몰아넣는 거야. 언제, 어떤 폭발이 일어날지 알 수 없단 말이지」
「……사부는, 모두 함께 사이좋게 연회를 하고 싶은 게 아니야?」

 필사적으로 머리를 굴린 치르노의 대답을 들은 테위는 쓴웃음을 지으며 「그럼 좋겠네」라고 맞장구를 쳤다.
 놀리는 것이 아니었다. 
 정말로, 그러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치르노는 모르겠지만, 옛날엔 누구든 이름만 들어도 벌벌 떨 정도로 무서운 요괴가 오니였거든. 지금은 점점 잊혀져가고 있지만.
 오니가 얽힌 연회라는 건 인간 입장에서 볼 땐 지옥이나 다름없어. 그런 오니가 참가하는 연회에 인간이 껴서 함께 즐긴다니. 정말이지, 분명 상식으론 잴 수 없는 밤이 될 거야」
「그게 왜 위험한데?」
「라곤 해도, 너라면 의외로 괜찮을지도 모르겠지……만」

 테위는 말끝을 애매하게 흐렸다.
 그대로 입을 다문 테위를 살피듯이 바라보던 치르노는, 이윽고 팔짱을 끼고는 골똘히 생각에 빠지더니, 얼마 걸리지 않아 다시 팔짱을 풀었다.

「그럼, 테위는 이 몸이 걱정되는 거야?」

 치르노는 심플한 결론을 내놓았다.
 그 말을 들은 테위는 대답 없이 그저 묵묵히 모닥불을 바라봤다.
 그 변함없는 표정에서 무언가를 깨달은 듯, 치르노는 고개를 크게 끄덕였다.

「알았어. 테위가 가지 말라면  안 갈게」
「그래」

 그렇게 말하자, 테위는 눈치 채이지 않게끔 작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런데, 이 몸 오니 알고 있어」
「에, 진짜!?」
「사부랑 싸우는 걸 봤었어. 무―지 셌었다구. 사부가 최강이었지만」
「……너, 정말로 요정치고는 엄청난 경험을 해봤구나」

 붕붕마루에는 쓰여 있지 않던 사실을 안 테위는 감탄함과 동시에 기가 막혔다.


 ――마법의 숲에서.

 마법의 숲에 사는 두 마법사중 한 명의 저택.
 또 다른 마법사의 집과는 반대로, 그 집의 안은 완벽하게 정돈되어 있다.
 사람이 많을수록, 청소도 쉬워진다.
 정확하게는 「인형」이지만.

 허공을 돌아다니는 인형에게 둘러싸인 앨리스는 신문을 읽고 있었다.
 시선 끝에는 연회에 대한 기사가 실려 있었다.
 수많은 인요가 모이는 대연회. 개최하는 곳은 하쿠레이 신사.

 앨리스는 당연히 그 연회에 참가할 생각이 없었다.
 그곳에 모일 인요는 물론이요 장소마저 앨리스와는 인연이 없다.
 그런 곳에 낯선 마법사가 홀로 나서봤자 환영받을 리가 없다.

 결론은, 이미 나왔다.
 나왔으나, 그럼에도 항상 그런 생각을 했다.

 ――익숙한 것이 없다.

 그것은, 앨리스가 항상 느끼는 「위화감」이었다.
 항상 마법의 숲에서 살며 느껴지는 그것.
 마리사와 함께 행동하며, 그 이변이 일어난 밤에 처음으로 수많은 인요와 만났다.
 그러니까, 익숙하지 않은 게 당연하다.

 하지만―― 「나」는 언제부터, 마법의 숲에서 살고 있었지?
 최근, 당연한 것들에 의문을 가지는 일이 많아졌다.
 아니, 애당초 그 「최근」은 언제부터였지?

「……상하이」

 앨리스는 갑작스레 애용하는 인형을 불렀다.

「이 신문을 읽어봐」
「——」

 앨리스가 신문을 내밀자, 상하이 인형은 그것을 말없이 받는다.

「감상을 들려줘」
「——」

 상하이 인형은, 신문을 들고는 얼굴을 바닥을 향한 채, 그대로 얼어붙은 듯 움직이지 않는다.
 신문을 읽을 수 있을 리가 없다.
 하물며 감상을 느낄 마음 따위가 존재할 리도 없다.
 그것을 알면서도, 일부러 인형에게 그렇게 명령한 자신의 속내를 알 수 없었다.

 앨리스는, 상하이 인형처럼, 아무 움직임도 없이, 그저 멈춰 있을 뿐이었다.
 마치, 실이 끊어진 인형 같았다.

「——앨리스, 있어!?」

 힘차게 문을 열어젖히며 들어온 마리사의 목소리가 집안에 메아리친다.
 시끄러운 목소리였다.
 살아 있는 목소리였다.

「있어. 무슨 일이야?」

 움직이기 시작한 앨리스는, 갑작스런 방문자를 무덤덤한 얼굴로 환영했다.


 ――영원정에서.

 세 종자가 서로 다른 둘을 노려보고 있었다.
 모두 단 한마디 말도 없고, 무기도 가지고 있지 않다.
 분쟁은 금지라고 각자의 주인에게서 엄명이 내려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만약 시선이 칼이나 총이었다면, 이 셋은 지금 확실히 살인을 하고 있었다.

「짐승 냄새가 진동하는걸. 영원정이 더러워져」——라고 눈으로 말하는 레이센 우돈게인 이나바.
「당신들을 이해할 생각은 없습니다. 조금이라도 의심스러운 짓을 했다간, 그저 벨뿐」——이라 답하는 콘파쿠 요우무.
「나의 주인이 용납하는 한, 나 또한 관대하다. 너희들이 지금 이 장소에서 생존하는 것을 ​용​납​해​주​지​」​—​—​라​고​ 그 둘을 혐오스런 눈빛으로 내려다보는 야쿠모 란.

 서로의 종자를 앞세운 그녀들의 주인들은 긴장과 살기가 가득 차오른 방에서 서로 쓴웃음을 보였다.

「이래서 집에서 만나자고 한 건데」
「우리 셋 중 누구의 집이든 간에 다른 둘이 불리해질 뿐이야. 어차피 거기서 거기지」
「여기엔 내 약점이 있으니까 봐달라고 한 건데」

 곤란하다는 듯 중얼거리는 유유코에게 유카리가 대답하고, 에이린이 카구야의 존재를 은근히 언급하며 어깨를 들썩였다.
 인간도 요괴도 다가오지 않는 헤매임의 죽림 속에 자리 잡은 영원정에, 마치 밀회라도 꾸미는 듯 이 셋이 모인 데에는 다 이유가 있었다.
 그녀들이 둘러앉은 책상 위에는, 이번 연회에 대한 기사가 실린 신문이 놓여 있었다.

「그럼 영원정에서는 당신과 그 종자가 참가하기로 결정한 거야?」
「그래. 테위는 거절했거든. 상호 불간섭에서 벗어나고 싶지 않은가봐」

 에이린은 그렇게 대답했다.
 종자란 즉, 레이센이다.

「그리고 유유코는」
「응, 요우무와 함께 참가하기로 했어. 기대되네」

 유유코 또한 연회에 참가함을 고했다.
 그러나 정말로 기대된다는 듯이 부드럽게 미소 짓는 그녀를 제외한 다른 둘은 마음을 다잡으며 미소를 지웠다.

「어머, 너희는 기대되지 않아?」
「유유코. 널 이곳에 부른 목적, 알고 있지?」
「응, 그게 궁금하긴 한데. 정말로 그렇게 경계할 필요가 있는 거야?」

 ――코메이지 사토리, 는.

 신문에 실린 그 이름을, 유카리와 에이린이 바라본다.
 잉크로 쓰인 무기질적인 글자에서, 그 요괴의 실체를 파악해두기 위해서.

「이번 연회, 선대의 발안이라고 생각하기엔 조금 갑작스럽다고 생각해」
「긴 시간을 함께한 네가 위화감을 느낀다면, 뭔가 속셈이 있다고 생각하는 게 당연한걸」
「선대에게, 그런 건 없어. 그건 보증해」
「사적인 생각이 섞인 보증을 믿을 만큼 낙관적인 상황이 아니야」

 묵묵부답. 유카리와 에이린은 서로 조용히 시선을 나눴다.
 서로의 종자처럼, 노골적으로 째려보며 살기를 흘린 것은 아니다.
 그러나, 둘 사이의 공간이 천천히 비뚤어져가며, 수면 아래에서 일어난 격돌이 점점 격해져가고 있었다.
 그 뒤를 따르듯이, 란과 레이센도 앞으로 나선다.

「어머어머, 그쯤 해둬」

 그 순간, 아직 평정을 유지하고 있던 유유코가 여유로운 목소리로 끼어들어 둘의 싸움을 말렸다.
 정말로, 평범한 참견이었다.
 그런 평범함을 대요괴와 봉래인에게 당연하다는 듯 보였기에, 그 효과는 발군이었다.

「……유유코를 부른 게 정답이었어」
「나와 너 뿐이었다면 이야기는 거기서 끝났을 거야. 셋이 모인 건 이걸 위해서였구나」

 유카리와 에이린의 몸에서 흘러나오기 직전이던, 뭔가 「무서운 것」이 빠져나간다.
 싱글벙글 웃는 유유코에게 휘말리듯이, 다른 둘도 쓴웃음을 지었다.

「결국, 둘 다 이번 연회에 뭔가 뒤가 있다고 생각하고 있고,  유카리는 코메이지 사토리만을, 에이린은 그 사토리에 더해 선대까지 함께 경계하고 있는 거네」

 유유코의 결론을, 그녀들은 말없이 긍정했다.

「그리고 에이린이 선대를 의심하는 건 어쩔 수 없어, 사이가 얕은걸」
「……그러네. 그건, 각자의 사정이구나」

 유카리는 납득한다는 듯 중얼거렸다.
 겉으로 전혀 드러나지 않는 유카리의 심정을 헤아리던 에이린은, 이윽고 작게 한숨을 내뱉었다.

「그녀가 뭔가 악의를 가지고 연회를 주최했을 가능성은 한없이 낮아. 그렇게, 생각해」

 포기하듯이 말했다.
 좋아서 의심한 게 아니다, 라고 해명하는 것이다.
 유유코는 유카리의 속내에 남아있던 응어리가 사라져가는 것을 눈치챘다.

「그러면, 그날 제일 조심해야 할 상대는 이 코메이지 사토리――라는 걸로 결정이네」
「유유코. 너무 속편하게 끝내지 말아줘」
「확실히 드문 사건이긴 하지만, 겨우 연회에 너희가 너무 지나치게 생각하는 것 같아서 그래. 드물수록, 오히려 즐겨야지」

 유유코는 명랑하게 웃으며, 「거기다」라는 말을 덧붙였다.

「나는 너희랑 달리 반드시 지켜야 할 마지노선이란 게  없거든. 코메이지 사토리의 진심과 정체에 발을 디디기에, 딱 알맞을 정도로 홀가분한걸」

 ――그러니까, 즐기자. 이 연회에서, 일어날지도 모를 사건도 함께.

 유유코의 결론에 그녀들은 더 이상 반론을 내세울 수 없었다.
 결국, 추측만으로 정할 수 있는 대처라곤 얼마 되지 못한다.
 연회 당일. 코메이지 사토리가 나타났을 때, 모든 것이 시작된다.
 거기서 무슨 일이 일어날지, 혹은 일어나지 않을지.
 사토리에 대해 무언가를 알아낼지, 혹은 아무것도 알아낼 수 없을지.
 아직 시작되지도 않은 것들을, 알 수는 없다.

(코메이지 사토리의 외모, 능력, 지위, 내가 안 모든 정보를 유유코와 에이린에게 알려줬어. 이게 지금 할 수 있는 모든 것――)

 이중에 단 한 명, 사토리와 마주한 적 있는 유카리는 아직도 생각하고 있었다.
 선대에게서 갑작스레 제안 받은 연회.
 처음이었다. 그렇게나 행동이 앞서는 선대는, 지금까지 본 적이 없다.
 마치 무언가에 등을 떠밀리듯이, 주저 없이 움직이고 있다.

(그녀는, 가장 첫 참가자가 코메이지 사토리라고 말했어)

 그때부터, 계속 무언가가 걸린다.
 또, 사토리다.
 모든 시작에, 그녀가 관련되어 있는 것만 같은 생각마저 든다.
 정말로 이번 연회는 선대가 생각한 걸까?
 모른다. 그 둘이 어떤 대화를 나눈 걸가. 경계했어야만 했나. 감시했어야 했나. 아니, 하지만 만약 최악의 상상이 맞아 떨어진다면――.
 생각에 진전이 없다.

(나는, 무서워하는 걸까)

 ――뭘?

 스스로에게 묻는다.
 대답은 나오지 않는다.
 일찍이, 코메이지 사토리는 자신이 이용할 수 있는 요괴였다. 모든 것을 파악하고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아니다.
 코메이지 사토리의 정체가, 점점 불투명해지기 시작한다.
 조금 전의 유유코의 말조차,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유유코는, 확실히 사토리와 엮일 때의 리스크가 적어. 결국 사토리의 강점은 독심에 의한 정보의 파악. 유유코에게는 그게 약점이 되지 않아)

 자신에게는 환상향의 관리에 관련된 수많은 기밀이, 에이린에게는 카구야의 존재가 항상 머릿속에 있다.
 그러나 유유코에게는 그런 것이 없다.
 그녀 자신의 존재를 규정짓는 「망령이 된 기억」이, 그녀 자신의 기억 속에 없다.

 망령인 유유코는, 사이교우지 아야카시의 아래에 묻힌 시체에 대해 알고, 자신의 죽음을 자각하게되면 소멸한다.
 유유코의 비밀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그것을, 사토리는 유유코의 마음에서 읽어낼 수 없다.
 만일 적대적 관계가 됐을 경우에도, 능력간의 궁합이라면 유유코가 훨씬 더 유리하다.
 그러나――라고 유카리는 생각한다.
 생각하고 만다.

(만약, 사토리가 유유코의 비밀에 대해 이미 알고 있다면――)

 원래는 결코 머릿속에 떠오르지 않았을 불안감.
 이치에 맞지 않는다. 근거도 없다. 의지의 약함이 낳은 피해망상이라 생각하고 머릿속에서 잘라냈을 것이다.

(절대로 있을 수 없다고 부정할 수 있어?)

 그러나 정체를 알 수 없는 코메이지 사토리의 실체가, 유카리의 마음속에 사라지지 않는 불안감을 불러일으키고 있었다.

(코메이지 사토리가 공적인 자리로 나온다――이건, 찬스일까? 그렇지 않으면……)

 사고의 미로에 빠져든 유카리의 걱정은 끝이 없었다.

 ――이변을 경계로 갑작스레 나타난 영원정의 약사 「야고코로 에이린」
 ――그 조수이며 이색적인 요괴토끼 「레이센 우동게인 이나바」
 ――명계의 백옥루에 거주하는 망령공주 「사이교우지 유유코」
 ――백옥루의 정원사로 근무하는 반인반령의 검사 「콘파쿠 요우무」

 수많은 인요가 모이는 대연회.
 단지 그것만 따져도 지옥의 도가니나 다름없는 혼돈.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거다. 유카리는 도저히 그렇게 생각할 수 없었다.







 사토리가 선대에게 말한 것들은, 전부 사실이다.
 사토리는 지저의 지배자가 아니다.
 그 능력은, 지상은커녕 지저의 요괴를 전부 파악하는 것조차 할 수 없다.

 지령전에서 멀리 떨어진 지저의 어둠.
 그곳에, 수많은 요괴가 모여 있었다.
 그 수는 물경 백.

 외관은 다양했다.
 인간이 올려다봐야할 정도로 큰 체격의 요괴도 있으면, 그 허리춤에도 닿지 않는 작은 요괴도 있었다.
 팔이나 다리의 수가 다르다. 눈이나 입의 수마저 다른 요괴도 있다.

 그러한 요괴들에게 공통되는 점이 하나――그 모두가 「오니」라는 것이었다.
 백의 오니가, 사토리에게 들키지 않고, 지저의 한켠에 은밀하게 모여 있는 것이었다.

「——잘 모여줬다」

 그러한 오니들 속에서, 중심점을 이루듯이 한 마리의 오니가 말했다.
 다른 오니들보다도 월등하게 훌륭한 두 뿔을 가진, 소녀 같은 생김새의 오니였다.
 그 오니의 이름, 이부키 스이카라 하였다.

「나는 너희들을 부르긴 했지만,  「모이는」 것에 능력을 사용하진 않았다. 너희들은, 자기 자신의 의지로 「모인」거다」

 오니들은 입을 맞춰 「그렇다」라고 대답했다.
 이부키 스이카는, 어중이떠중이 오니 무리를 통솔하는 두목과 같은 입장을 가지고 있다.
 그것은 지저로 들어온 지금도 변하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 오니들이 모인 것은, 스이카의 명령에 따른 것이 아니다.

「너희들 전부 서로 생각하는 건 다르겠지. 내 부름에 응한 이유를 이곳에서 물을 생각은 없다.
 내가 하고 싶은 것과 너희들이 하고 싶은 게 다른 건 당연하다. 나는 「할」거니까, 너희들은 맘대로 따라와라. 오니라면, 그걸로 충분해」

 집단의 머리임에도 불구하고 통솔을 방폐하겠다는 스이카의 말에 어느 누구도 불만을 품지 않았다.
 오히려, 만족했다.
 여기서 스이카가 구체적인 지시나 명령을 내렸다면, 그 순간 몇몇은 빠졌을 것이다.
 오니란, 그런 것이었다.
 오니가 한데 모여 무언가를 한다는 것은, 그런 것이었다.

「하지만, 여기에 있는 너희들 전부 움직인 이유는 같을 거다.
 너희들은, 이미 한 번 지상을 떠났다. 내가 아무리 명령해고, 꼬셔봤자 지금까지의 너희들이었다면 움직일 리 없었을 거다.
 그러나, 너희들은 움직였다. 움직여줬다. 지저에 홀로 온, 그 유우기를 주먹으로 패버린 인간――직접 본 녀석도, 이야기로 들은 녀석도 전부, 그 녀석을 마음에 그려, 오늘 이 자리에 모였을 거다!」
「그래, 그 말대로다!」

 오니 중 하나가, 견디지 못하고 외쳤다.

「엄청난 여자였다고!」
「대단한 여자더군, 그런 인간이 아직 지상에 있을 줄이야!」
「아니, 기다려! 유우기 누님이 인간 따위한테 싸움으로 졌을 리가 없잖아!」
「그래! 뭔가 오해가 있었던 거라고, 내가 직접 확인해주마!」
「멍청하긴, 나는 이 눈으로 확실하게 봤다고!」
「켁, 애당초 인간에게 진 호시구마가 수치도 모르고 떠벌리고 다녔다지?」
「어이 어떤 새끼냐 지금 아가리 턴 새끼는! 박살내주마!!」
「오오, 싸움이다 싸움!」
「해버려!」
「어차피 싸울 거라면, 난 그 무녀가 좋은데 말이지」
「오오, 그야 그렇지!」
「너도 그렇게 생각하냐!」

 한 명이 입을 열자, 마치 불이 번지는 것 같이 오니들이 자기들 좋을 대로 떠들기 시작했다.
 애당초 통솔 따윈 존재하지 않는데다가, 서로 싸움까지 벌이고 있다.
 그 난장판을 바라보며, 스이카는 명랑하게 웃고 있었다.

「그래, 그거라고 그거! 거기의 너든, 그쪽의 너든 생각하고 느낀 건 다를 거다.
 하지만 너희들이 생각하는 것들 전부에 그 무녀가 있지. 그리고, 그 녀석은 지상에 있다. 게다가 유우기와의 싸움에서 입은 상처를 치료하고, 다시 싸울 수 있게 돼서, 확실하게 살아 있다!」

 어느새, 오니들이 입을 다물고 있었다.
 서로의 생각은 각각 다르지만, 그 끝에 일으킬 행동은 모두가 같다는 것을 알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까, 말이지? ——가자고, 지상으로」
​『​우​워​어​어​어​어​어​어​!​!​!​』​

 백 마리의 오니가 지저를 뒤흔들만한 포효를 내지른다.
 그러나 그 소리가 주변에 퍼지기 전에, 스이카가 내민 손을 중심으로 모든 소리가 「흩어」졌다.
 그런고로, 아무도 알아채지 못한다.
 지저의 어둠 속에서, 오니의 광기가 날뛰고 있다.

「……크으〜! 좋아, 너희들의 기개는 확실하게 알았다!」

 꽉 쥔 주먹을 가슴에 올리며, 스이카는 웃었다.
 그야말로 오니의 미소였다.

「지상에서는 인간과 요괴 사이에 새로운 룰이 만들어졌다. 그걸 어긴 녀석은 정말로 퇴치되지.
 ――하지만, 그게 어쨌냐!? 우리들, 오니가 지상으로 돌아가는 것은, 그 룰에 따라서 얌전히 살기 위해서냐? 아니지, 그 룰에 싸움을 걸기 위해서다!
 퇴치된다고? 아아, 훌륭해! 인간이 잊은 오니 퇴치, 그 무녀처럼 훌륭히 해내보아라! 그런 인간이 지상에 아직 남아있냐고? 적어도, 한 명 있다!!」
「두목, 이야기가 길어!」
「그렇다고!」
「얼른 가자! 나, 이제 참을 수 없어!」
「그 무녀와 승부를 낸다!」
「요괴의 산은, 텐구들이 지배하고 있다고? 누가 대장인지 떠오르게 해주마!」
「나는 예전부터, 환상향도, 그걸 관리하는 요괴도 마음에 들지 않았단 말이지. 전부, 전부 부서주지!」
「우선, 인간을 먹겠어! 이제 지저의 찬밥은 질렸다고!」

 다시 통솔자를 일은 오니들은, 서로가 가진 욕망을 토해냈다.
 서로의 욕망조차 통일되지 않은 그들이 유일하게 공통되어 있는 것은, 그저 뜨겁고, 끓어오르고 있다는 것 뿐이다.
 인간에게 잊혀지고 인간을 잊으려고 했던 오니들의 영혼에, 지금, 그날의 불이 불타오르고 있었다.

「——시끄럽긴, 정말이지! 알았다고!」

 스이카는 머리를 긁적이며, 자신 또한 견디지 못하겠다는 듯 사나운 미소를 지우지 못했다.

「가자! 오니를 잊은 지상의 인간들에게, 진짜 백귀야행이 뭔지 가르쳐주마!」

 맹렬히 움직이기 시작한 오니들을 가리듯이, 스이카의 몸이 안개가 되어 흩어졌다.
 오니의 모습도, 기척도, 흉포함마저, 그 안개에 덮여 사라진다.
 그 자체가 한 마리의 오니인 듯이, 거대한 안개덩어리가 조용히 지저를 나아간다.

 백의 오니가 향하는 곳은, 지상.
 그리고, 그들이 도달했을 「때」는 ​기​이​하​게​도​―​―​인​요​가​ 뒤섞인 연회의 밤이었다.



 
역자후기

히, 히히, 히히히히히... 끊어졌어... 내 안의 중요한 무언가가...

댓글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