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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방선대록

東方先代録


원작 |

역자 | DanteSparda

그 29 「오니퇴치」


마을은 기묘한 고요함에 휩싸여 있었다.
 뭐가 그리 기묘한 거냐고 묻는다면, 그건 바로 이 고요함이 진짜 고요함이 아니란 점이었다.
 밝은 보름달 덕에 평소보다 도 밝다고는 해도 지금은 심야다.
 특히, 보름달이 뜬 밤엔 요괴들도 흉폭해진다.
 그렇기에, 인간은 밤의 어둠을 두려워한다.

 마을의 집들은 문이 단단히 닫혀 있었고, 사람이 돌아다니기는커녕 목소리조차 들리지 않았다.
 모두 잠들어 조용하다기보다, 숨을 죽이고 이 밤을 보내려는 왠지 모르게 긴장되는 고요함이다.
 하지만, 그 고요한 마을에 때때로 어떤 소리가 들려왔다.
 가장 처음 들린 소리, 그건 바로 동물의 울음 소리였다.

 개가 짖고 있다.
 어느 집에서 기르던 것일까, 닫혀있는 문 앞에 선 개는 문 반대편을 향해 격렬하게 짖고 있었다.
 뭔가를 경계하며 위협하는 것 같았다.
 그러나 그 개의 앞엔 그저 밤의 어둠만이 펼쳐져 있었을 뿐, 동물이나 사람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개는, 어둠속에 숨은 누군가를 향해 필사적으로 짖으며 위협했다.

「──허기지구먼」

 어둠속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답답하구먼」

 소리가 점점 가까이 다가온다.
 개의 짖음 속에 두려움이 섞이기 시작했다.
 다가오는 것들이 이 세상에서 무엇보다도 무서운 자들이란 사실을 깨달은 것이다.
 달빛 아래로 나온 그것들은 어둠속에 숨겼던 몸을 드러냈다.

 오니였다.
 무수한 오니였다.
 마을을 대로 위를 몇 마리의 오니가 무리를 지어 걷고 있었다.

「뭐야」
「개였냐」
「뭐냐고, 또 개냐」
「아까부터 짐승 새끼들만 판을 치는걸」
「말이나 소는 그런대로 먹을 만하긴 했어도, 부족하단 말이지」
「성에 안차」

 오니는 누구나가 고개를 들어 올려다봐야 할 정도의 거구였다.
 이미 바짝 쫄아 짖지도 못하고 덜덜 떨고만 있던 개를, 한 오니가 잡아 자신의 입에 던져 넣었다.
 불쌍한 개의 비명은 고기와 뼈가 함께 뭉개지는 끔찍한 소리와 함께 오니의 뱃속으로 사라졌다.
 마을을 둘러싼 이 기묘한 고요함의 원인은 바로 이 오니들 때문이었다.
 바깥에서 나다니는 오니들에게 겁을 집어먹은 마을 사람들이 숨을 죽이고 떠는 고요함 속에서 바깥으로 내쫓기고만 불쌍한 동물들의 울부짖음과 싸우는 소리가 들린다.

「인간을 먹고 싶어」
「냄새가 여기까지 나는데 말이지」
「숨소리까지 똑똑히 들린다고」
「문을 꼭꼭 처닫고 지랄이야」
「용케도 손을 써놨군. 들어갈 수가 없어」

 오니들은 짜증난다는 듯 주변을 노려봤다.
 기세 좋게 마을을 덮친 건 좋지만, 생각했던 것처럼 마구 설치지 못하고 초조해하고 있었다.
 집의 울타리란 일종의 결계다.
 거기에 더해 환상향에서 살아가는 마을의 주민들은 모두 집에 요괴에 대한 대책으로서 퇴마용 부적을 지참하고 있다.
 평범한 요괴 정도론 간단히 집안으로 들어갈 수 없다.
 물론, 오니는 평범한 요괴가 아니다. 서로의 실력에 차이는 있어도, 주먹 한 번 휘두르는 것으로 문을 부수고 안에 있는 인간을 끄집어낼 수 있다.

「설마, 오니 대책까지 할 줄이야──」

 오니 한 마리가, 지금까지 한 경험을 떠올리며 투덜댔다.
 그러던 도중 어둠속에서 다른 오니떼가 나타나 합류했다.
 얼마나 많은 오니가 이 마을을 배회하고 있는 것일까.
 하지만 그런 새로 등장한 오니들조차 짜증난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쪽은 어때?」
「꽝이야, 쥐새끼 한 마리도 없어」
「이 집이고 저 집이고 전부 문 앞에 콩을 뿌려놨다고」
「생선가게로 보이던 곳은 멸치 대가리를 뿌려뒀더군. 냄새 때문에 갈 수가 없어」
「이쪽은 가시나무가 쳐져있어. 대체 어디서 난 거지? 내륙의 비경이니 간단히 해치울 수 있을 줄 알았는데」
「환상향을 관리한다는 요괴의 짓일 거다. 쳇, 비경을 통째로 결계로 뒤덮은 괴물이니 그 정도는 간단히 들여올 수 있겠지」
「빌어먹을!」

 콩. 멸치. 가시나무──전부 오니의 약점이라 알려진 것들이다.
 그런 것들이 없는 집이 없을 지경어서, 오니들은 생각처럼 인간을. 아니, 마을 그 자체를 덮칠 수 없었다.

「어떻게 되먹은 거야! 지상의 인간들은 우리를 잊었을 텐데!?」

 한 오니가 투정은, 그 자리에 모인 오니들의 마음을 대변하고 있었다.
 콩이나 멸치는 음식이고, 가시나무는 단순한 식물이다. 인간들이 그것을 가지고 있는 건 이상하지 않다.
 하지만, 그것을 「오니에게 대항하는 방법」이라고 알고 있는 것이 의아했다.
 오니의 힘과 두려움을 잊고 퇴치할 수단마저 잊어버린 인간들의 마을 따윈 간단히 덮칠 수 있다──그런 마음으로 와보니 이런 결과다.
 좋을 대로 날뛰고, 먹고, 부술 수 없고, 도망치는 인간의 비명마저 들리지 않는다.
 오니들의 불만은 한계에 다다르기 일보 직전이었다.

「젠장……어차피 이렇게 된 거!」
「음, 귀찮아」
「불을 질러버려!」
「바위를 던져서 뭉개버리자고!」
「땅바닥 채로 뒤집어버리겠어!」

 터무니없는 말을 하기 시작한 오니들.
 하지만, 오니에겐 그를 가능케 할 힘이 있다.
 어느새 점점 동의하는 오니들이 늘어나더니, 전투 전에 북을 치듯이 그 포효가 마을에 울려 퍼졌다.
 아득한 옛날, 인간을 공포에 떨게 만든 오니의 분탕질이 마을에서 시작되려 하고 있었다.
 그 순간.

「──광부 ​「​아​마​테​라​스​」​!​!​」​

 말 그대로, 하늘을 뒤덮은 빛이 밤의 어둠을 가른다.
 한순간에 새벽이 찾아온 것만 같은 섬광이 사방을 휩쓴다.
 적색과 청색. 두 색채가 섞인 빛의 탄막이 하늘에서 쏟아져내려와, 한데 뭉쳐있던 오니 떼를 유린했다.
 정확하게 조준하지 않고 발사된 공격이었으나, 땅이나 집에 피해가 가진 않았다. 하지만, 영적인 위력을 숨기고 있었기 때문일까, 탄막에 직격당한 오니들은 아비규환의 비명을 질렀다.

「뭐, 뭐냐!?」

 탄막이 발사된 곳을 노려보니, 상공에서 천천히 내려오는 무언가가 있었다.
 나부끼는 옷자락──그리고, 그 엉덩이에 난 꼬리.
 나부끼는 아름다운 ​머​리​카​락​─​─​그​리​고​,​ 그 머리에 난 두 개의 뿔.
 사람과 짐승의 모습을 한데 갖춘 아름다운 여성이, 살기를 띤 오니를 상대로 한 걸음도 물러서지 않고 백귀야행의 앞길을 막았다.

「누구냐!?」
「인간인가……?」
「잠깐, 소잖아……?」

 인간의 피와 요수의 피를 가진 ​반​인​반​수​─​─​카​미​시​라​사​와​ 케이네.

「──오니여」

 평소와는 전혀 다른, 짐승의 눈을 부릅뜨며 케이네가 말했다.

「이유는 모르나, 네놈들이 오늘 밤 이 마을을 덮친 것으로 두 개의 불행을 불렀다」

 케이네가, 오니들을 향해 한 발짝 내딛었다.
 거인투성이인 오니에 비해, 여자인 케이네는 몸집은 작다.
 하지만, 그 걸음 속엔 지면을 밟아 뭉갤 정도의 힘이 담겨 있었다.
 자기들도 모르게 빈틈을 찔린 오니들은 케이네의 박력에 압도되고 있었다.

「하나는, 오늘 보름달이 떴다는 것──.
 보름달이 뜬 밤에는 내 안에 흐르는 백택의 피가 눈을 떠, 몸에 요수의 힘이 깃들지. 지금 내 힘은 인간일 때와 비교할 바가 못 된다」

 케이네는 점점 오니를 향해 다가갔다.
 발이 옮겨질 때마다 케이네의 몸에서 피어오르는 눈에 보이지 않는 힘이 늘어나, 물리적인 힘이 되어 오니를 짓누르고 있었다.

「백택의 능력을 사용해 잊히어진 오니들의 역사를 찾아낸 것은 행운이었다.
 오니의 생태와 약점을 단편적이나마 해석해서 급히 마을에 알렸다만, 아무래도 꽤나 잘 먹힌 것 같군. 너희 오니에겐 불행이었겠지」

 케이네는 진상을 밝혔다.
 오니들이 주눅든 신음소리를 흘렸다.
 하지만 그런 오니들의 모습에도, 케이네는 당당하게 나서기는커녕 초조하다는 듯 표정을 딱딱하게 굳힐 뿐이었다.

「그리고, 또 하나의 불행 또한 오늘 밤에 보름달이 뜬다는 것이다. 다만, 이건 내 불행이지」

 케이네는 이를 악물고 어깨를 들썩이며 이마에 핏대를 세웠다.
 그리고, 머리 끝까지 올라온 분노를 풀어놓듯이 말했다.

「──오늘 하룻밤뿐이 시간이 없는데, 역사의 편찬 작업이 전혀 진행되지 않았단 말이다! 이 민폐덩어리 바보 놈들이───!!」

 케이네의 포효가 그대로 탄막으로 변하여 오니들을 향해 날아들었다.
 마치 오니 같은.
 아니, 지금 케이네의 표정만을 본다면 그야말로 오니였다.
 처음 보인 스펠카드처럼 넓게 흩뿌려지는 탄막을 오니들은 피하지 못하고 맞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역시 오니는 오니.
 탄막놀이용이 아닌 진심이 담긴 공격을 맞고 여기저기 상처를 입은 오니들. 하지만, 그 상처가 피해를 입혔냐 하면 그렇지도 않았다.
 피부만을 무수한 칼날로 얕게 베인 정도의, 겉으로만 그럴듯한 상처를 입었을 뿐이었다.

「간지럽구만!」

 무리의 선두에 서있던 오니가 오니들을 대표하듯이 소리치고는, 케이네에게 덤벼들었다.
 케이네도 또한 그런 오니의 기세에 전혀 주눅들지 않고 맞서 싸웠다.
 정면으로 맞서 부딪히는 둘.
 미리 짜놓은 것처럼 양팔을 벌린 똑같은 자세를 잡고선, 서로의 손을 부여잡는다.
 케이네와 오니의 체격은 두 배 이상의 차이가 난다. 마치 거대한 바위가 케이네를 짓뭉개는 것처럼 보였을 정도다.
 케이네의 가냘픈 팔을, 오니의 통나무처럼 굵은 팔이 힘으로 꺾으려 한다.
 하지만, 꺾이지 않는다.
 놀랍게도, 케이네는 오니에게 힘으로 맞서고 있던 것이었다.

「큭, 이 자식……역시 소였냐!?」

 오니가 으르렁거린다.

「시끄럽다!」

 케이네는 박치기로 대답했다.
 그 오니에게 불행이 있다면, 체형이 인간과 닮았다는 것이었다.
 불쑥 들이밀어진 케이네의 이마가 안면에 꽂히고, 콧대가 끔찍하게 짓뭉개진다.

「누구 가슴이 소 같다는 거냐!」

 불합리한 분노가 담긴 외침이 다시 탄막을 만들었다.
 밀착한 상태에서 발사된 탄막이, 오니의 몸을 튕겨내듯이 뒤편의 동료들이 있는 곳까지 날려 보냈다.

「오니한테 힘 싸움으로 이겼어!」
「뭐지, 저 녀석!?」
「몰라!」
​「​몰​라​…​…​모​르​지​만​!​」​
「음, 재미있군!」
「재미있는걸!」

 ──꽤나 즐겁겠어!

 오니들의 얼굴 위에 하나 둘 생각이 뻔히 보이는 미소가 지어지기 시작했다.
 마을을 덮치러 온 자신들을 방해하는 케이네의 등장을, 오히려 기쁘게 환영하고 있는 것이다.

「좋아, 다음은 내 차례다!」
「어이 꼴통, 기다려! 나는 아직 지지 않았다고!」
「그 병신 같은 코나 고치고 말하시지」
「귀찮은데, 한꺼번에 덤비지 그래」
「그건 비겁하지 않나?」
「승부에 비겁이고 지랄이고 있을까보냐」
「게다가 저 년은 강하다고」
「아아, 자기보다 강한 녀석을 상대로 고집을 부린다는 건, 상대를 얕잡아 본다는 증거지」
「뭐냐, 그 결론은! 마음에 안 드는구만, 내가 더 강해!」
「확인해볼 테냐?」
「확인시켜주마!」

 오니들에게 갑자기 활기가 돌아오더니, 갑자기 말싸움을 시작했다.
 지들 멋대로 말하고 있긴 하지만, 기습한다거나 후퇴한다는 말이 한 마디도 나오지 않는 것이, 말 그대로 오니다웠다.
 남을 무시하며 투덜대던 아까와는 달리, 자기들이 당했다는 것을 잊어버리기라도 한 듯 케이네와의 승부에 생각을 쏟고 있었다.

「왜 그런가, 겁이라도 먹었나!? 시끄럽게 쪼잘대지 말고 덤벼라! 누가 됐든 너희를 무사히 돌려보낼 생각은 없으니까!」

 평소에는 상상도 못할 만큼 호전적인 태세를 보이며 케이네가 오니들을 도발했다.
 짐승으로 변한 몸과 함께, 카미시라사와 케이네라는 인간이 아니라, 백택이라는 한 마리 짐승으로서 완전히 변한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그 내면은 어디까지나 인간이며, 마을의 수호자로서의 고상한 의지를 잃지 않았다.
 오니들이 자신에게 관심을 가졌다는 것──이건 케이네에게 있어서도 잘 된 일이었다.
 적어도, 싸우는 사이에 다른 인간이 습격당하지는 않을 테니까.
 그래, 「적어도」, 「이 범위」에서는.

 ──이걸로 다일 리가 없다. 도대체 몇 마리나 마을에 흩어져 있는 거지?

 야성미가 흘러넘치는 용맹한 모습과는 반대로, 케이네의 속내엔 이성적인 초조함이 맴돌고 있었다.
 갑작스런 요괴의──게다가 오니라는 정체 모를 요괴의──습격에, 케이네나 다른 마을 거주민들이 동요하지 않았을 리가 없다.

 습격 당하기 시작했을 쯤.
 오니에 대한 대처가 처음부터 되어 있던 것은 아니었다. 적의 정체를 간파한 케이네가 서둘러 능력을 사용하여 정체를 파악한 뒤에야 대처를 시작한 것이다.
 그 대처는 훌륭하고도 신속했었지만, 결국 습격의 피해는 막을 수 없었다.
 몇 개의 집이 파괴되어 몇 명의 거주민이 오니에게 납치당한 듯 했다.
 어찌된 영문인지 아이만을 납치했다는 듯 하다.

 어디로 데려갔는지는 아직도 모른다. 남겨진 부모들의 한탄이나 아이들의 안부를 떠올리니, 케이네의 가슴은 불안과 두려움으로 단단히 조이는 듯 했다.
 게다가 넓은 마을 전역에 정보가 전해지려면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하물며 오니가 마을을 쏘다니고 있다.
 이 근방은 어떻게든 피해를 막았으나, 케이네가 가지 못한 곳은 어떤 사태에 빠져 있을지 전혀 알 수 없다.
 당장이라도 그곳을 향해 달려가고 싶었다.
 하지만 자신은 혼자다.
 이곳에 오니를 놔둘 순 없다.
 달려가야 할 장소가 너무 많다.

 ──지금, 할 수 있는 걸 할 수밖에 없다!

 케이네는 자신의 마음속에 뿌리내린 초조함을 필사적으로 억누르며 참아냈다.
 동요는 빈틈을 만든다. 오니와 맞서며 빈틈을 보이는 것은 할 짓이 못된다.
 오니의 두려움이 실감됐다.
 지금은 압도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케이네의 맹공을 받은 적들은 아직 전혀 전력이 줄어들지 않았다.

 ──이 녀석들을 쓰러트린 뒤, 다른 곳으로 가려면 얼마나 시간이 걸리지!?

 불안감이 점점 커져간다.

 ──아니, 그전에……내가 이 녀석들을 쓰러트릴 수 있을까!?

 하지만, 케이네는 불안함도 초조함도 견뎌냈다.
 자신의 마음속에 있던 좌절감을 떨쳐낸다.
 케이네에겐 보름달에 의해 깨어난 백택의 힘보다도 강한 가장 큰 무기가 있다.
 바로 인간으로서의 신념을.

「인간을 얕보지 마라, 오니 놈들아──!」

 절망적인 상황 속에서도, 희망은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
 케이네의 눈에는, 한 명의 무녀를 중심으로 함께 이변과 고난을 넘어선 사랑하는 동료들의 모습이 확실하게 비치고 있었다.







「──신창 「스피어 더 궁그닐」!」

 레밀리아의 스펠카드가 발동된다.
 파괴와 죽음의 힘이 손아귀에 모여, 한 자루 창의 모습으로 구현화 된다.

「와보시지!」
「기개는 좋군 그래!」

 덤벼든 오니는 자신의 창이나 다름없는 팔을 내세워 레밀리아의 공격에 맞섰다.
 오니의 팔은, 이제 한 팔 뿐이었다. 왼팔은 이미 레밀리아에게 빼앗긴 것이다.
 쏘아진 빛의 창과 내밀어진 오니의 손톱의 끝이 맞닥뜨린다.

 맞부딪힌 힘의 대항은, 한순간에 결과를 내놓았다.
 빛의 창에 부서진 손톱은 더 이상 창을 막아내지 못했고, 완강한 오니의 팔은 부드러운 치즈를 자르듯 세로로 갈라졌다.
 창은 그대로 어깨까지 다다르더니, 다음 순간 작렬하여 오니의 반신 채로 팔을 완전히 날려버렸다.

「훌륭하군……!」

 자신의 무기인 양팔을 잃고, 상반신마저 반쯤 사라져버린 오니는, 최후로 장렬한 미소를 남기며 소멸했다.
 동료의 죽음을 본 다른 오니들이 포효했다.
 그저 무감정하게 서있는 레밀리아에게 분노를 향하는 오니도 있는가 하면, 반대로 칭찬하는 오니도 있었다.
 벌써부터 다음은 자기 차례라며 서로 싸우는 오니까지 있을 정도였다.

 레밀리아는 그런 오니들의 모습을 방심하지 않고 바라봤다.
 싸우기 전엔 되는 대로 도발하며 우쭐거리던 모습과는 반대로, 실제로 이겨낸 지금은 더욱 경계가 심해진 것이다.

「──개막 공연은 끝났나보네. 너희, 잠깐 기다려!」
「음……좋다!」
「에, 좋은 건가요?」

 레밀리아가 제멋대로 내놓은 제안을 명쾌하게 받아들이는 오니의 모습에 메이링이 무심코 얼빠진 목소리를 흘렸다.
 갑작스레 나온 레밀리아의 말에 담긴 기세에 밀려 말려든 것으로 보일 정도였다.
 오니의 두목으로 보이는 스이카를 돌아봐도, 그저 즐거운 듯이 웃고 있을 뿐 닥치고 덤벼들 것 같진 않았다.

 ──어떻게 되먹은 것들이야, 오니란 녀석들은!?

 메이링만이 아닌 그 자리에 모인 인요들이 다함께 품은 의문이었다.

「아까 말한 대로, 난 여기에 남겠어. 저 녀석들은 흡혈귀인 날 얕봤으니까」

 모두의 역할을 분담하려 하는 유카리에게 레밀리아는 이미 결정됐다는 듯 당차게 말했다.
 이미 대등한 존재로서 등극한 레밀리아의 의지를 유카리는 무시하지 않았다.

「좋아, 네게 맡길게」
「호오, 「맡긴다」라」
「널 믿기로 했으니까」
「그래. 기분 나쁘네」
「무례하긴」

 유카리와 레밀리아의 장난스러운 농담을 들으며 유유코는 즐겁다는 듯 미소지었다.

「갑자기 저렇게 친해지니까 질투 나네. 아, 그럼 나도 여기 남을까? 돕고 싶긴 하지만 난 그리 맘대로 돌아다닐 수 있는 입장이 아니니. 대신 요우무를 보낼게」
「유유코 님──」
「이건 명령이야. 나는 괜찮으니까, 이변해결을 도우렴」
「……송구합니다」

 불만스러운 기색을 철철 흘리는 요우무의 모습에 유유코는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명령했다.
 애당초 「몸의 안전」만이라면 요우무는 유유코를 걱정하지 않았다.
 단순히 유유코가 강하기 때문이다.

「어떻게 해야 할지는 잘 알았겠지? 레밀리아 양이 모범을 보여줬어. 너희도 자기 나름대로 해석하고 싸워줘」
「예. 그럼──」

 요우무는 주인을 포함하여 그 자리에 모인 자들에게 고개를 숙인 뒤, 바로 하쿠레이 신사 위로 날아올랐다.
 유유코가 내린 명령의 의도는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다.
 이동하며 오니를 쫓고, 발견하면 그 자리에서 토벌하며 마을로 간다──.
 요우무는 품속의 스펠카드와 허리춤에 꽂힌 무엇보다도 소중한 두 자루의 칼을 꼼꼼히 확인한 뒤, 오니와 싸우기 위해 이동했다.

「란, 너도 마을로 가렴. 선대를 지원해줘」
「……하오나」

 유카리의 지시에 란은 작게 반항적인 태도를 보였다.
 그런 란의 반응에도 유카리는 상냥한 미소를 보였다.

「나는 지금 아주 기분이 좋아. 이런 급박한 상황 속에서 여유조차 느껴질 정도로」
「예」
「네 식신으로서의 능력을 「선대의 보조」에 한정해 해방할게」
「예」
「그 성능을 최대한 발휘해서 사태 해결에 힘써주렴」
「예. 첸을 식신으로서 다룰 권한을 받고 싶습니다만」
「허가할게」
「감사합니다. 첸은 미리 마을로 보내뒀습니다」
「그럼, 너도 가렴」
「예」

 마지막 대답은 한 순간의 망설임도 없이 튀어나왔다.
 처음 품고 있던 주저는 원래부터 없었다는 듯, 란은 재빨리 움직이기 시작했다.

「사쿠야, 플랑, 메이링은 홍마관으로 돌아가」

 유유코와 유카리를 따라하듯이, 이번엔 레밀리아가 그 셋에게 명령을 내렸다.
 하지만 이 명령에 충실하게 따른 것은 시종인 사쿠야 뿐이었다.
 여동생인 플랑도르와 시종이라기보다는 종업원이나 다름없는 입장인 메이링은 언뜻 봐도 불만스럽다는 기색이 배어나오고 있었다.

「언니만 두고 갈 수 없어」
「어머, 플랑은 ​상​냥​하​구​나​.​─​─​그​리​고​,​ 넌 왜 그러니? 메이링」
「에……저, 요?」
「그래. 네가 걱정하는 건 주인인 나니? 아니면 존경하는 선대?」
「……선대, 입니다」
「뭐, 그렇겠지」

 메이링의 대답을 들은 레밀리아는 불만스럽다고도, 불경하다고도 생각하지 않았다.
 애당초 메이링과 홍마관은 그런 관계다.
 대등하진 않아도 그녀에겐 그녀만의 긍지가 살아있다.
 지금 메이링이 살아가는 길옆에 홍마관이 있을 뿐이다.
 그리고 그런 그녀에게 자신들은 많은 도움을 받았다.
 충성심과는 다른, 「친애」 「신뢰」그리고 「은의」라는 것이 레밀리아와 메이링의 사이에 존재하고 있다.
 그 은의에 보답하고 싶다. 레밀리아는 항상 그렇게 생각해왔다.

「──하지만, 자신의 한계를 알고 행동해줘. 너로선 오니는 역부족이야」

 메이링이 이곳에 남아 싸울 건지, 선대를 도우러 갈 건지, 레밀리아는 아직 판단할 수 없었지만, 두 경우를 전부 가정하며 충고했다.
 자신이 쓰러트린 오니의 시체를 향해 눈을 옮겨, 메이링 만이 아니라 사쿠야와 플랑도르도 보라며 재촉한다.
「저 녀석들은 그냥 강해. 힘도, 무엇보다도 그 튼튼함은 비상식적일 정도지. 그게 오니가 가진 특성이라 한다면, 그 외에도 각자가 가진 고유 능력을 포함한다면 굉장한 전투력을 자랑할 거야.
 사쿠야의 능력은 통하겠지만, 인간의 힘으로는 저 녀석들의 가죽을 뚫을 수 없어. 메이링 너도 정면으로 싸워서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잖니?」

 주인의 몸을 염려하던 사쿠야는 레밀리아의 말에 자신의 생각을 고쳐먹었다.
 레밀리아의 옆에서 그녀를 지키고 싶다는 마음은 당연히 있으나, 그 행위가 결과적으로 주인의 방해일 뿐이라는 사실을 깨달은 것이다.
 같은 지적을 받은 메이링도 입술을 깨물며 고개를 수그렸다.
 사쿠야는 한쪽으로만 치우친 능력 탓에 상성이 나쁘다.
 요괴인 메이링의 힘이라면 오니를 쓰러뜨릴 수 있는 가능성은 있다.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가능성」일뿐, 우월하다는 말이 아니다.

「플랑, 네겐 아직 「적을 토벌한다」는 것 자체가 과중해. 얌전히 홍마관으로 돌아가서 우리가 돌아갈 집을 다함께 지키렴」

 레밀리아는 파괴에 특화된 플랑도르의 능력──그것이 오니에게 「통할지」가 아니라 「잘 다룰 수 있을지」를 걱정하고 있는 것이었다.
 적과 싸우다가 폭주해서 무차별하게 목표를 파괴하게 되어버리기라도 했다간 제 3의 적이 나타난 거나 다름없다.

「하지만 언니는──」

 플랑도르는 언니의 말에 담긴 뜻을 정확하게 이해했으나, 그럼에도 반론하려 들었다.

「나보다 홍마관 쪽을 걱정하는 게 어떠니. 우리 저택은 눈에 잘 띄는 만큼 오니들이 흥미를 가지지 않을까?」
「에, 그 말은……」
「이누바시리. 홍마관의 상황은 어때?」
「이미 오니의 습격을 받고 있습니다」

 주변에서 나눠지는 대화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의 임무를 수행 중이던 모미지는 레밀리아의 질문에 바로 대답했다.
 그 말을 들은 플랑도르의 안색이 단번에 바뀐다.

「──소악마가 위험해!」
「에?」

 지금까지 망설이던 건 거짓말이었다는 듯이, 플랑도르는 힘차게 하쿠레이 신사에서 뛰쳐나갔다.
 그리고 이내 망연해하는 언니에겐 눈길도 주지 않고 맹렬한 속도로 홍마관이 있는 방향을 향하여 날아가 버렸다.

 ──이거, 왠지 이상하지 않아? 친언니랑 그 묘하게 수상한 악마를 거의 동급으로 걱정하고 있는 거 아냐?

 레밀리아는 불가사의한 패배감에 젖으며 한순간 현실도피 할 뻔 했다.
 사쿠야의 헛기침이 그런 레밀리아의 정신줄을 붙잡는다.

「그럼 저도 홍마관으로 가도록 하겠습니다」
「아……응, 플랑을 도와줘. 그리고 파췌도 부탁할게」
「알겠습니다」
「그리고 그 쓰레기 같은 하급 악마를 오니가 한 것처럼 속여서 몰래 처리해주지 않을래?」
「아가씨, 진정하세요」

 사쿠야는 그 말을 넌지시 받아 넘기더니, 잠시 머뭇거리다 홀로 남겨진 듯이 상황이 돌아가는 걸 바라보고만 있던 마리사에게 다가갔다.
 실제로도 그녀는 지금 거의 강 건너 불구경하듯 겉돌고 있었다.
 그 사실을 마리사 자신도 자각하고 있기에, 그저 묵묵히 상황이 돌아가는 것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마리사, 너도 따라와」

 자신의 손을 잡는 사쿠야의 행동에 마리사는 놀랐다는 듯 사쿠야를 바라봤다.

「여긴 위험해요」
「……홍마관에 가서 얌전히 떨고만 있으라고?」
「싸우는 것 말고도 할 수 있는 게 있잖아」
​「​이​변​이​잖​아​…​…​해​결​,​ 해야 하지 않겠냐고」
「마리사」

 사쿠야는 마리사의 눈동자를 곧게 마주봤다.

「네가 걱정돼서 그래」

 사쿠야는 마리사의 생각을 부정하지 않았다.
 그저 자신의 진심을 말했을 뿐이다.
 그것이 기쁘지 않다는 건 아니다.
 마리사도 자신의 생각이 둘도 없이 무모하다는 것쯤은 알고 있다.

 ──뭘 할 수 있단 거야?
 ──평범한 인간보다 조금 더 잘난 게 다인 내가, 대체 어떻게 이변해결을 돕는다고?
 ──오니한테 이기기는커녕 간단하게 먹힐 만큼 약한 주제에.
 ──애당초, 너 정말로 이변을 해결하고 싶은 거야?
 ──그런 책임이 그저 범인일 뿐인 너한테 있다고?

 마음속의 자기 자신이 자문한다.
 그 물음에 반발하고픈 마리사였으나, 제대로 된 반론을 펼칠 수 없었다.

 ──넌, 하쿠레이 레이무와는 달라.

 마리사는 이를 악물었다.
 끝없는 자신의 고뇌와 자신을 위로하는 사쿠야의 따스한 손, 둘 다 과감하게 뿌리친다.

「고마워. 하지만, 미안해」

 말을 잃은 사쿠야에게 울음이 터져나올 것 같은 마음을 억누르며 간신히 만든 미소를 보인다.

「나──레이무한테 갈게!」
「마리사!」

 빗자루에 타고 날아가 버린 마리사의 등을 향해 사쿠야는 손을 뻗었다.
 물론, 그 손은 닿지 않는다.
 쫓아가면 닿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사쿠야는 망설였다.
 쫓아가도 되는 건지 알 수 없었다.
 레밀리아의 명령에 거역해도 괜찮은지도 알 수 없었다.
 망설임이 사쿠야의 움직임을 막는다.

「사쿠야, 늦어!」

 레밀리아의 질책에 사쿠야는 마음을 다잡았다.

「망설이기 시작했다간 시간이 아무리 많아도 부족해! 빨리 선택해! 소쇄하지 못하잖아!」
「──바로 가겠습니다, 홍마관으로!」

 망설임을 뿌리친 사쿠야는 마리사에게 등을 돌리듯이 다른 방향을 향해 날았다.
 사쿠야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그 뒤에 마리사가 날아간 방향을 바라본 레밀리아는 살며시 미소 지었다.

「저 마법사도 고생스러운 「운명」을 짊어졌네」

 그런 말과는 다르게도 묘하게 유쾌하다는 미소를 짓는 레밀리아.
 그리고 마지막으로 아직까지 판단을 내리지 못해 남은 메이링을 바라본다.
 레밀리아가 재촉할 필요도 없이, 자신을 돌아보는 시선을 눈치챈 메이링이 각오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들었다.

「……선대에게 가겠습니다」
「그래. 그렇다면 하나 말해줄 게 있어」

 레밀리아는 메이링과 이마를 맞대며 속삭였다.
「오니를 얕보지 마. 저 녀석들은 나한테 쓰러지면서도 웃고 있었어. 저 녀석들은 패배도, 죽음조차도 즐긴다는 것처럼 말이야」

 패배라는 가능성을 받아들인 승부에서 이길 수 있을 리가 없다, 레밀리아도 메이링도 그렇게 생각해왔다.
 하지만 그런 당연한 생각에서 완전히 벗어나있는 것이 오니라는 요괴라는 것을 레밀리아는 이해하기 시작했다.

 오니는, 틀림없이 이 상황을 즐기고 있다.
 방약무인하게 행동하며, 그 결과와 승패마저 가리지 않고 즐기고 있었다.
 혹여나 그건 같은 요괴조차 받아들이기 힘든 「광기」일지도 모른다.
 지상에서 쫓겨난 오니의 진정한 두려움은 바로 그 점이 아닐까.

「마음대로 해봐. 메이링」
「……예」
「그리고」

 신묘한 표정을 짓는 메이링에게 레밀리아는 그때까지 보이던 긴장감을 없애며 상쾌한 미소를 보였다.

「너, 네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강해」
「예?」
「자, 얼른 다녀와!」

 멍한 표정을 짓는 메이링에게 가벼운 박치기를 선사한 뒤, 레밀리아는 웃으며 등을 돌렸다.
 이마를 부여잡으며 더 이상 나눌 말은 없다는 것을 깨달은 메이링은 깊게 고개를 숙인 뒤, 그대로 날아갔다.
 모든 종자들이 날아간 뒤, 하쿠레이 신사엔 세 주인만이 남게 됐다.
 메이링을 배웅한 뒤, 다시금 오니를 상대로 위풍당당하게 마주선 레밀리아의 뒤를 따르듯, 유카리와 유유코가 다가왔다.

「──대화는 끝났어?」

 그 대화를 전부 지켜보던 스이카가 웃으며 물었다.
 비웃음은 아니다.
 그녀들의 대화를 즐기고, 감동하여 절로 피어난 웃음이었다.

「그래, 환대 고맙네」
「일일이 화나는 녀석일세. 뭐, 좋아. 이쪽도 싸울 녀석들을 고른 참이야」
「뭐야, 전부 덤비는 거 아니었어?」
「여기 온 녀석들도 전부 다 따로 하고 싶은 게 있거든.
 그중에서 「하쿠레이의 무녀를 먹고 싶다」라고 했던 녀석들이랑 「환상향을 부수고 싶다」는 녀석만 나서서 너희를 상대할 거야」

 스이카가 그렇게 말하고 재촉하자, 그 자리에 모여 있던 오니들의 반 이상이 그 셋과 싸우기 위해 앞으로 나섰다.
 거구의 오니, 하늘을 나는 오니도 포함하여 여성적인 체격을 가진 셋으로선 올려봐야만 하는 상대뿐이었다.
 하지만, 레밀리아, 유카리, 유유코. 그 누구도 위축되지 않았다.
 오니들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위압감을, 마치 선선한 바람을 흘려 넘기듯 담담한 표정으로 받아 넘기고 있다.

「어이, 알고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만, 저 녀석들을 얕보지 말라고, 너희들」

 스이카는 레밀리아가 아니라 동료 오니들에게 충고했다.

「내가 셋 있다고 생각해라」

 과장이 아닌 진실만을 담은 두려운 한 마디.
 하지만, 오니 또한 그 사실에 위축되지 않는다.
 포효가 울려 퍼졌다.
 환상향 전역을 떨게 만드는 두려운 오니들의 포효가.

「흐응, 꽤나 용감한걸」
「야만스럽네. 역시 난투라도 하고 싶은 걸까?」
「받아줄 의리는 없지만 말이야」

 레밀리아가.
 유유코가.
 유카리가.
 덤벼드는 오니 떼를 상대로 유유히 자신의 스펠카드를 꺼내든다.

「──홍부 「스칼렛 마이스터」! 한 번 받아 보시지, 생각보다 푹 빠지게 될 걸!」
「──망무 「생자필멸의 이치」야. 난이도는 중상 정도일까나?」
「──망량 「이중흑사접」 환상향의 의식, 마음껏 즐기도록 해」

 하나로 뭉쳐 돌격해오는 오니 떼를, 더욱 압도적인 탄막이 환영했다.







 ──혹시 나, 위험한 상황에 처한 거 아냐?

 사토리는 그런 상황에 맞지 않는 생각을 했다.
 언뜻 보면 사토리는 지금 이 시끄러운 상황 속에서 매우 침착한 태도를 유지하는 것으로 보였다.
 손에 술이 아직 반이나 남은 잔을 들고 한가로이 앉아 계속 연회를 즐기고 있는 것처럼 말이다

 ──코메이지 사토리.
 ──이 상황에서 저렇게나 침착하다니. 남 일이라 그건가.
 ──여전히 불쾌한 녀석이군.
 ──하지만 대단한 담력이다.
 ──두려울 지경이야.
 ──역시 얕볼 수 없어.

 오니들이 흘리는 그런 마음의 소리를 사토리는 멍하니 듣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사토리는 그저 완전히 상황에 휩쓸려 잔을 내려놓는 것조차 못하고 있을 뿐이다.
 그리고 남들이 생각하는 자신에 대한 인식을 들으며, 아까까지 유카리나 에이린에게 의심 받던 상황을 떠올리며 이미 늦었다고 생각하면서도 푸념을 흘렸다.

 ──어라? 저, 혹시 뭔가 크게 오해 받고 있지 않나요?

 자신이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사태가 심각하다는 것을 점점 깨닫기 시작한 사토리.
 그런 마음속에서 일어나는 갈등 탓에 몸이 멈춰버린 사토리를 「지저의 관리자답게 간이 큰걸」하고 감탄하던 하타테는 모미지를 따라 유우기에게 갔다.

「호시구마 유우기 님, 저희들은 이만 요괴의 산으로 돌아가겠습니다」
「참 나, 갑자기 존댓말 쓰지 말라고. 딱히 나한테 보고할 필요도 없으니까 말이다」

 하타테는 쓴웃음을 지었다.
 적이 아니라면 불경스러운 태도를 보일 생각은 없다.
 오히려 조금 전엔 너무 무례했다고 반성하고 있을 정도다.
 사실 자신을 낮추지 않고 말하는 것은 오니 앞에 선 텐구로서 충분히 무례한 것이긴 하지만.

「유우기 님은 어쩌실 건가요?」
「글쎄. 아직 스이카 녀석하고 할 이야기가 있으니 난 여기에 남겠어.
 적당할 쯤에 돌아갈 거야. 쓸데없는 소란을 일으킬 생각은 없어, 라고 상사한테 제대로 말해 두라고」
「알겠습니다. 그럼 기회가 있다면 또 뵙도록 하죠」
「재회의 인사라니, 꽤 좋은 말을 해주는걸」

 무례하긴 하지만, 그건 좋은 의미로 편안함이기도 하다.
 유우기는 미소 지으며 그 둘을 보냈다.
 그리고 그 대화가 끝날 때를 기다렸다는 듯, 남은 오니 몇을 거느린 스이카가 유우기 앞으로 걸어 나왔다.

「기다렸냐, 스이카」
「기다렸어, 유우기」

 오니와 오니가 마주선다.
 단 두 마리의 오니.
 유우기의 뒤에 있는 사토리도, 스이카의 뒤에 있는 다른 오니들도 끼어들 수 없는 공간이 만들어져간다.

「스이카, 너 꽤나 화려하게 저질렀는걸」
「그래? 어쩌다보니 화려해졌네. 오니가 백 마리나 날뛰니 그럴 법도 하지만」

 환상향 전역에 소란을 일으킨 원흉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거리낌 없는 태도로 스이카가 대답했다.

「어쩌다보니, 라. 오니는 거짓말을 싫어한다만」
「그래, 싫어하지. 다 아는 걸 굳이 말하지 말라고」
「그럼, 너도 거짓말 하지 말지 그래.
 ──왜 다른 녀석들까지 불러 모은 거냐? 정말로 「좋을 대로」 하려면 너 혼자 움직이지 그랬어. 혼자 지상에 나와 선대에게, 이 환상향에게 좋을 대로 싸움을 걸지 않고」

 유우기는 한 번 스이카와 주먹을 섞은 대화를 나눴다.
 선대와 결투했을 때의 이야기를 들은 스이카가 지상에──나아가서 선대무녀라는 인간을 향한 흥미를 되찾게 됐을 때에.
 인간을 포기한 오니.
 인간이 포기한 오니.

 그런 그녀가, 다시금 인간에게 흥미를 가진 것이다.
 게다가, 그 인간과 전력으로 싸우고 싶다고 한다.
 먼저 싸움을 경험한 몸이었던 유우기는 그 마음을 뼈저릴 정도로 알 수 있었다.
 하지만 그때에는 여러모로 사정이 많았다.

 결투 끝에 다리를 움직일 수 없게 된 선대무녀. 지상에서 보급된 스펠카드 룰. 그 룰이 지저에도 적용되기 시작한 것 등──많은 변화가 한 때 겹친 것이다.
 지금은 기다려. 라고 유우기는 말과 힘으로 스이카를 말렸다.

 ──그럼, 기다리겠어.
 ──우선 스펠카드 룰인지 뭔지를 배워주지.
 ──그리고 선대 본인의 의사를 확인한 뒤, 정정당당한 싸움을 한다.

 그런 결론을 봤을 것이다.

「지상의 룰에 따를 수 없는 건 좋아. 그래서 네가 퇴치되든 말든 그건 네 맘대로야.
 뭐 시골에 가면 시골 사람이 되란 말을 거스르긴 해도, 어찌어찌 하면 네가 원하는 싸움을 할 수 있을지도 모르지」

 유우기는 쓴웃음을 짓고는 다시 입을 열었다.
 같은 오니지만 유우기와 스이카에겐 서로 개인적인 차이점이 있다.
 좋게 말하면 솔직하고, 나쁘게 말하면 단순한 자신과는 달리, 스이카의 성격엔 묘한 부분이 있다.
 거짓말을 싫어하긴 하지만 「조금 거짓말 할지도 몰라」 라는 느낌이기도 하고, 그 말 자체가 거짓말인 것 같기도 한 종잡을 수 없는 말을 하기도 한다.

 유우기에게 한 말도 어디까지나 「의견」일 뿐 「약속」이 아니다.
 그러니 결국 규칙에 따르지 않고 선대에게 싸움을 걸었다고 해도 「거짓말 한 건 아니야. 사정이 달라졌을 뿐이지」라고 시치미 뚝 떼고 대답할 것 같은 점을 가진 것이 바로 스이카다.

 이부키 스이카라는 오니를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조금 「치사하다」 라는 것이 유우기의 생각이었다.

「넌 정말 오니답게 제멋대로구나」
「응」
「그럼, 너 혼자 움직이지 그랬냐. 답지 않게 동료를 모아오기는, 패싸움 흉내라도 할 셈이냐?」
「신경 쓰이는 건 그거야?」
「그래, 그게 신경 쓰여」
「변했거든」
「변했다고? 뭐가?」
「안 알려줘」
「왜?」
「너한테 말해도 어쩔 수 없으니까」
「어쩔 수 없는 거냐」
「그래, 어쩔 수 없어. 내 마음대로 할 뿐이야」

 ──알려줄 수 없다.

 즉, 속임수나 거짓말을 할 수 없다고 돌려 말하는 것이다.
 오니다운 정직함.
 오니다운 완고함.

 그 말을 들은 유우기는 포기했다는 듯 한숨을 내뱉었다.
 이렇게 돼서야 술책이고 뭐고 할 수 있는 게 없다.
 좋을 대로라고 말한 이상, 스이카에게 사정이 있듯이 유우기에게도 사정이 있다.
 이미 나눌 말은 없다. 남은 것은 그저 두 사람의 행동이 맞부딪히는 것 뿐.

「그런가, 그럼 멋대로 해. 나도 내 멋대로 할 테니까」
「좋아. 그래서 유우기. 너는 우리의 적이냐?」
「글쎄다. 그건 사토리가 결정해야 하거든. 그렇지?」
「……후으? 아아, 예. 아무쪼록 좋을 대로 하세요」

 반쯤 이야기를 듣지 않고 있던 사토리는 자기도 알아먹지 못할 대답을 하고 말았다.
 그런 태평한 반응에 유우기는 「오니한테 노려지는 것 치곤 대단한 담력인걸. 그게 아니면 나를 믿고 있는 건가?」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 마음을 읽은 사토리는 자신 앞에 놓인 사태를 겨우 깨달을 수 있었다.
 스이카와 유우기의 대화가 끝나자 그 뒤에 있던 오니들이 명백한 적의를 뿜어내며 자신을 압박한 것이다.

「뭐야, 너희 목적은 우리였나?」

 스이카도, 저 멀리서 레밀리아 일행과 싸우는 오니들과도 다른 목적을 가진 무리들.
 그런 그들이 같은 오니인 유우기에게 적의를 내보였다.

「──지저에서 우리 오니를 지배한다는 개소리를 지껄인 코메이지 사토리를 패죽일 생각이었다만」

 평탄하게 입에서 튀어나온 경악할만한 사실에 사토리의 사고가 멈췄다.
 그런 변화를 아무도 깨닫지 못한 듯, 말이 이어진다.

「호시구마, 너 설마 그년을 지킬 생각은 아니겠지」

 한 마리의 오니가 유우기와 마주섰다.
 장신인 유우기보다도 더욱 몸집이 커다란 오니였다.
 얼굴은 인간과 비슷한 생김새였으나, 팔이 좌우에 3개씩, 합계 6개의 팔이 돋아나 있었다. 게다가 하나하나가 부풀어 터질 것만 같은 근육이 잔뜩 뭉쳐있다.

「그래. 네가 사토리를 죽일 생각이라면, 난 그걸 막기 위해 싸울 거다」
「한심하군. 저 좁쌀만한 요괴년의 개로 전락한 거냐!?」
「하하하, 그건 내 사정이지. 내가 좋을 대로 할 뿐이다」
「그 무녀한테 부탁받았기 때문인가? 그 인간한테 꼴사납게 져서 꼬리를 흔들고 있다 그 소리군!」
「말 한 번 많구만. 날 어떻게 하고 싶냐, 확실하게 말해보시지」

 유우기는 스이카와 대화를 나눌 때와는 전혀 다른 태도로 이미 질렸다는 듯 새끼손가락으로 귀를 후볐다.
 분노에 얼굴을 붉게 물든 오니가 6개의 팔 중 하나를 힘차게 치켜들었다.

「네년은 오니의 수치다, 호시구마 유우기! 오늘부터 네년의 사천왕 자리는 내가 차지해주마!!」

 팔이 떨어져 내렸다.
 인간이 맞았다간 머리는 고사하고 몸까지 단번에 짓뭉개질 엄청난 일격.
 그 공격을, 유우기는 한 손으로 잡아챘다.
 날아든 자갈을 받아내는 것처럼 가볍게, 떨어져 내려오는 주먹을 손바닥으로 막아낸 것이다.

 두 육체가 충돌하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러나, 유우기는 미동조차 하지 않는다. 자신에게 가해지는 압력을 느껴지지 않는다는 듯 눈썹조차 움직이지 않았다.
 세 쌍의 팔을 가진 오니는 그 순간 안색이 변했다. 붉은색에서, 파란색으로.

 끄떡 않는 유우기에게, 두 번째 팔까지 더해 더욱 힘을 준다.
 유우기는 전혀 움직이지 않았다.
 그 대신, 유우기 본인이 스스로 움직였다.
 주먹을 쥔 한 손에 힘을 ​집​중​한​다​─​─​그​뿐​이​었​다​.​
 그뿐이었음에도, 살과 뼈가 삐걱이는 소리가 흘러나온다.

​「​…​…​그​아​…​…​으​아​아​아​아​악​!​!​?​」​

 세 쌍의 팔을 가진 오니가 비명을 내질렀다.
 세 개째, 네 개째, 점점 힘을 더하여 마침내 세 쌍의 팔의 힘을 전부 발휘하여 유우기의 팔 하나에 맞섰다.
 하지만, 되밀어내기는커녕 반항조차 할 수 없었다.
 유우기가 천천히 팔을 기울이자, 오니의 몸이 불편한 의자에 억지로 앉으려는 것처럼 점점 땅바닥을 향해 가라앉는다.

「사……살」
「뭐?」
「살려……!」
「하아? 목숨 구걸이냐?」

 명랑하게 웃는 유우기의 얼굴을 고통과 공포에 젖은 표정을 지은 오니가 올려다본다.

「죄송합니다, 제가 ​잘​못​했​습​니​다​…​…​건​방​지​게​ 굴어서 죄송합니다!」
「야. 너 나 얕봤지?」
「예! 얕봤었습니다! 죄송합니다, 그러니까 용서해주세요!!」

 주위의 시선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오니가 외친다.
 그 필사적인 모습을 묵묵히 바라보던 유우기는, 질이 바뀐 미소를 보였다.

「──그걸 얕본다고 하는 거다, 병신아」

 머리 끝까지 솟아오른 분노를 미소로 표현하면 이렇지 않을까 할 정도로 처참한 미소였다.
 피가 가득 찬 포대를 지면에 땅에 내려찍은 것 같은 소리와 함께, 그 오니는 말 그대로 뭉개졌다.
 유우기의 힘으로 평평해질 때까지 땅바닥에 「밀어 넣어진」오니의 몸에서 피와 내장이 터져 나오고, 다섯 팔과 두 다리는 사방으로 흩어졌다.
 유우기가 잡고 있던 팔은, 완전히 짓뭉개져 형체조차 알아볼 수 없었다.
 사람은커녕, 요괴도, 오니도, 전율할 수밖에 없는 엄청난 광경.

「이 나한테 싸움을 걸어놓고 용서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다니, 정말로──」

 피로 범벅된 팔을 들어올린 유우기는 다른 오니들을 향해 천천히 얼굴을 들어올렸다.

「얕보고 있나보군, 이 호시구마 유우기를」

 낮고도 묵직한, 공포감이 드는 목소리.
 스이카를 제외한 오니들은 모두 유우기나 사토리를 노리고 있었다.
 그러나 지금, 눈앞에서 펼쳐진 처참한 광경에 그 의지는 완전히 사라지고 말았다.

 그들은 떠올렸다.
 제멋대로이며, 포학함을 즐기고, 폭력으로 모든 것을 결정하는 오니들 속에서 「사천왕」이라는 위아래를 결정짓는 기준.
 그 자리에 군림하는 전설적인 오니들의 두려움을 이제 와 떠올리고 있었다.
 힘의 유우기──그것이, 자신들이 싸우려던 상대의 정체라는 것을 그제야 깨달은 것이다.

「……저, 사토리가 마음에 안 들어서……」

 전의를 상실한 오니 한 마리가 유우기의 심기를 거스르지 않겠다는 듯 조심스럽게 사토리를 가리키며 묻는다.
 어떻게든 유우기와 싸우지 않고 바람을 이루고 싶다──오니에게 있을 수 없는 그런 패배주의적인 마음이 비쳐 보이는 듯 했다.
 그런 오니의 모습에 더더욱 험악한 표정을 지은 유우기가 한 마디 하려고 말을 꺼내려던 순간, 한 목소리가 끼어들었다.

「그녀를 노릴 셈이라면 나도 상대해주겠어」

 그 정체는 그때까지 침묵을 지키고 있던 앨리스였다.
 지금까지 일어난 일련의 사건을 강 건너 불구경 하듯이 지켜보고만 있던 앨리스가 사토리의 위기에 갑자기 움직인 것이다.

「뭐야 너? 도와줄 생각이냐?」
「당신이 전부 끝낼 때까지 참견할 생각은 없었지만. 사토리한테 해가 끼친다면 보호 정도는 해줄게」

 앨리스가 손가락을 움직이자, 그 움직임에 따라 몇 개의 인형이 날아올라 사토리를 지키듯이 늘어섰다.
 작지만, 흉악한 무기를 쥔 인형 군인.
 생소한 광경을 본 유우기는 재미있다는 듯 휘파람을 불었다.

「그거 믿음직하군. 넌 사토리의 친구냐?」
「아니. 그렇지만 그녀와 할 이야기가 있어. 여기서 죽게 놔둘 수는 없지」
「좋아, 간단한 동기구만. 미움 받는 녀석이라고 들었다만, 사토리 녀석도 생각보다 재미있는 친구를 만들었는걸」

 유쾌하게 웃는 유우기의 미묘한 오해를 풀 생각은 없는 듯, 담담하게 움직인 앨리스가 나란히 선다.
 이곳에서 기묘한 맞대결이 펼쳐지려 한다.
 그것을 뒤에서 바라보는 사토리.
 자신을 지키는 전설의 오니와 마법사의 등을 바라보며, 사토리는 망연해했다.

 ──코메이지 사토리, 라. 그다지 흥미는 없었지만, 꽤 재미있을 것 같은 녀석이네.

 자신을 향하는 스이카의 생각을 읽어낸다.
 사토리는 생각했다.

 ──혹시, 조금, 아니 꽤나, 아니 엄청……나 좋지 않은 상황에 처한 거 아냐?

 정말로, 깨닫는 것이 느렸다.







「아아〜, 선대님은 무거우시네요. 도저히 여성답지가 않아요. 너무 찌신 거 아니에요~?」
「……미안하군」

 아야 딴에는 혼잣말이었을지도 모르겠지만, 안겨서 하늘을 날고 있는 나는 자연스레 밀착한 상태다.
 그렇기에 그런 그녀의 말도 글자 한 토씨 빼먹지 않고 잘 들려왔다.
 아야한테 그렇게 ​생​각​되​다​니​…​…​부​끄​러​워​!​ 나, 울어버릴 거야!

「어머니, 역시 내가 대신할게. 그러니까 얼른 사라져 삼류기자」
「!? 누가 삼류인가요! 다른 욕은 몰라도 신문에 대해선 물러서지 않는다고요, 저!」
「그만둬라, 레이무. 아야, 네 신문은 훌륭하다」
「……흐, 흥. 알고 있으면 됐어요」
「……칫」

 아니 뭐, 아까 한 울고 싶단 말은 반쯤 농담이었지만.
 내가 여자치고 무겁다는 건 사실이니 아야에겐 아무 잘못도 없다.
 레이무도 그렇게 신경쓰지 않아도 괜찮단다?

 그나저나 이렇게 레이무와 함께 나는 건 물론 처음이지만, 거기에 아야까지 더해질 줄은 예상조차 하지 못했다.
 게다가 이렇게 셋이서 이야길 해보니 레이무와 아야는 생각보다 친한 사이 같았다.
 적어도 서로 아는 사이로 보이긴 했다.
 내가 하쿠레이의 무녀를 은퇴하고 하쿠레이 신사에서 나온 뒤부터 레이무와는 한 달에 한 번 밖에 만날 수 없으니 그 뒤로 이 애가 사귄 친구들에 대해선 잘 몰랐다.
 역시 새로운 하쿠레이의 무녀라는 명목으로 취재했을 때 알게 된 걸까.

「아야와 레이무는 친구인가?」
「아니. 이따금 주위를 돌아다니는 수상한 요괴일 뿐이야」
「지금은 그다지 흥미 없는 평범한 취재 대상 정도일까요. 실수로라도 우호적인 관계는 아니니까요」

 모처럼 프렌들리하게 물었음에도 그 둘은 재미 없는 대답을 돌려줬다.
 레이무의 태도는 이게 보통이니 그렇다고 쳐도, 아야는 정말로 레이무에게 별다른 흥미를 가지지 못한 듯 했다.
 그러고 보니 레이무에 대한 화제는 신문에 별로 실리지 않는구나.

「그도 그럴 것이, 하쿠레이의 무녀 자리에 취임한 뒤로 대단한 공적도 세우지 못했으니까요. 레이무 씨는.
 스펠카드 룰의 제정과 본격적인 이변해결은 춘설이변 정도가 다라죠? 화제성이라는 점에선 따님보다 어머니인 당신 쪽이 훨씬 더 높다구요」
「──큿」

 아야의──그, 뭐냐, 약간 불쾌한 말투가 가미된 말에도 레이무는 갈 곳만을 묵묵히 쳐다보고 있었다.
 하지만 나는 알 수 있다.
 저건, 찔린다는 표정이다.
 아무래도 하쿠레이의 무녀로서 세운 공적이 적다는 점이 의외로 신경 쓰이는 듯 하다.
 이 애도 참. 그런 기회는 앞으로도 얼마든지 있는데.

「홍무이변에서 마지막 결팬을 낸 건 선대와 회담을 주도한 야쿠모 유카리. 영야이변 때도 자세한 내용은 알 수 없었지만, 역시 선대가 크게 관련해서 해결된 거라죠?」

 ──그 말을 듣고 떠올려보니 나, 정말로 은퇴한 주제에 여기저기 끼어들었구나.
 아니 잠깐, 레이무의 지명도가 올라가는 걸 방해하는 근원이 바로 나라고!?
 ……아니 이게 무슨 소리야. 부모가 자식 앞길을 가로막다니 농담이 아니잖아!

「저기 말이죠─, 레이무 씨. 아직 부모 그림자도 제대로 못 벗어나는 건가요? 그래선 선대무녀의 전설을 넘는 건 결코 불가능하다구요?」
「……시끄럽네, 알고 있어」

 실실 웃는 아야에게 레이무는 큰 반론을 펼칠 수 없는 듯 했다.
 평소 레이무의 모습에선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레이무는 아야의 말에 생각보다 훨씬 더 크게 동요하는 듯 했다.
 어쩌지……그 원인인 내가 참견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레이무. 나는──」
「예이예이. 어머님은 그냥 잠자코 매달려 계세요」

 어떻게든 레이무를 위로하기위해 입을 연 나였지만, 그 순간 아야가 갑자기 배럴롤을 하며  공중을 날아다니기 시작했다.
 잠깐─!? 이것보다 더 어지럽게 움직인 적은 있어도 남한테 당하면 무지 무섭다고! 그만둬!

「──독에도 약에도 못쓸 부모의 걱정은 똥보다 못해요. 당신은 자기 딸한테 너무 무르다구요. 저 애한테 당신의 등이 얼마나 멀게 느껴질지 생각이나 해봤나요?」

 바람을 가르는 소리 속에서도 확실하게 들려오는 아야의 속삭임.

「……뭐하는 거야, 어머니를 가지고 장난이라도 칠 셈이야?」
「어머, 실례했습니다. 오니한테 습격당하고 있는 마을까지 선대를 옮기다니 저로선 아주 뜻하지 않은 상황이라서요」
「네 시시한 신문을 쓰는 것 보다야 훌륭한 일이잖아」
「아직도 그런 소리를 하시는 건가요!」

 다시 수평이동을 시작한 아야가 레이무와 나란히 난다.
 그 팔에 안긴 나는 방금 들은 말을 되새겼다.

 ──그건, 분명 아야의 조언이었던 것이다.

 그러고 보니 레이무는 날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 걸까?
 그 아이를 기를 때부터 지금까지, 나를 걱정하는 레이무의 마음은 충분히 전해졌다.
 나를 어머니로서 사랑하고 있다는 것은 안다.
 하지만, 그 이외의 감정이 있다는 걸까?
 나는 부모로서 레이무를 사랑하고, 또한 훌륭한 어머니로서 보이기 위해 노력해왔다.
 그런 내 모습을, 레이무는 어떤 눈으로 봐왔을까?

「저 애한테 당신의 등이 얼마나 멀게 느껴질지 생각이나 해봤나요?」

 ……알지, 못하는 걸까.
 다시금 고민하게 되는 말이다.
 아야의 말에 골똘히 생각에 빠진 나였으니, 상황은 그렇게 느긋하지 못했다.
 비행에 의한 이동은 당연하게도 상당한 속도이며, 저편에서 벌써부터 마을이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보름달의 달빛이 은은히 온 마을을 밝히고 있다.
 달을 제외한 빛은 없다시피 했다.
 한밤중이니 불이 켜진 집은 없었으며, 최악의 상황일 경우라고 상정하고 있던 화재로 보이는 불빛도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오니의 습격은 확실히 시작되어 있다.
 저편에서 오니의 기운이 전해져온다.
 즉, 지금은 아직 최악 일보직전이라는 것인가.
 그리고 무엇보다도──.

「……이게 대체」

 재해 현장에 찾아간 리포터 같은 떨리는 목소리의 아야가 시선 저편에 펼쳐진 광경에 대한 감상을 흘렸다.
 마을의 입구로 보이는 곳에 오니가 한가득 모여 있었다.
 그 수, 어림잡아 30은 되는 커다란 무리.
 환상향을 덮친 것이 백 마리의 오니이며, 그 반수가 마을을 덮치고 있으니, 마을을 덮친 오니들 중의 반 이상이 여기에 모여 있는 것이다.

 아, 아니 그것보다 저 녀석들……왜 저런데 모여 있는 거야?
 흩어져서 마을이나 덮칠 것이지……아니, 그러란 소리는 아니지만 보통은 그러잖아!

「──저 녀석들, 분명 어머니를 노리는 거야」

 레이무가 말했다.

「뭔가 기다리는 것 같아. 감이지만」
「그게, 선대라는 건가요?」
「아마」

 그런가, 감인가…….
 레이무의 감이라니, 한 마디로 확정 사항이라는 소리잖아!
 내가 할 일은 벌써 정해졌나요!? 저 오니들과 싸우면 되는 겁니까!? 우와─!
 근데 그 말은 죽으란 소리잖아! 최악이면 유우기를 30마리 넘게 상대하란 거 아니냐고! 싫어─!

 ──같은 싫은 소리조차 할 수 없는 것이 바로 현실이다.

「스이카는 없군」

 나는 속마음에서 일어나는 동요를 억누르며 냉정하게 스이카의 기척을 찾았다.
 적어도 저 오니들 속에 스이카는 없었다.
 음, 스이카 한 명과 저 오니 떼……어느 쪽이 더 난이도가 높으려나?
 레이무 또한 나와는 다른 방법으로 스이카를 찾고 있었다.

「이변의 원흉은 좀 더 멀리 있는 것 같아」
「알 수 있는 거냐?」
「이것도 감이지만, 그래도 아까보단 확신할 수 있어」
「그런가」

 레이무는 망설임 없이 더욱 멀리──마을의 중심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그렇다면 이제 할 일은 정해진 것이나 다름 없지.

「저 오니들은 내가 상대하지. 레이무, 원흉은 네게 맡기마」
「에?」

 놀랍다는 표정을 짓는 레이무에게, 나는 안면의 근육을 총동원하여 가장 ​믿​음​직​스​러​운​(​그​렇​게​ 보일) 미소를 지었다.

「부탁한다」
「──알았어. 선대」

 레이무의 표정과 말투가 바뀌었다.
 우리 딸 진짜 늠름해.
 레이무는 그대로 속도를 올려 오니들의 머리 위를 지나 스이카에게 향했다.
 힘내라, 레이무. 네가 넘버원이다!
 그리고 남겨진 내가 할 일은, 그런 레이무를 무사히 최종보스에게 보내주는 일이다.
 오니들은 레이무의 접근을 깨달은 듯 했다.
 내가 목적이라면 레이무에겐 손을 대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맞서 싸울 가능성도 있다.
 그렇다면 오직 행동만이 있을 뿐!

「아야, 함께해줄 텐가?」
「옮기기만 할 거니까 말이죠! 최대한 다가가서 그냥 놔버릴 거라구요! 그 뒤엔 혼자 어떻게든 해주세요!」
「충분하다」
「아, 그리고 나중에 이번 이변에 관한 취재도 부탁드려요!」

 ……약삭빠르게 약속을 잡는구나.
 나는 아야의 그런 기가 막힐 것 같은 말에 긴장되던 마음을 약간은 다잡을 수 있었다.
 아무리 나리도 저렇게 많은 오니들과 싸우자니 긴장하고 있는 듯 했다.
 아니 그것보다 나는 다른 애들처럼 원거리 공격을 잘 못하기 때문에 당연히 오니들 상대로 접근전이나 육탄전을 하겠지. 게다가 이번엔 다대1인가.
 또 생명의 줄타기를 하게 될 줄이야…….
 나 혼자 힘으로는 살아남는 것조차 힘든 상황이다.
 그러니, 생존왕 선생님──이 아니라! 위대한 선구자님들, 한 번 더 날 도와주세요─!

「오니가 눈치챘어요! 이제 놓습니다!」

 아야의 품에서 떨어져나온 나는 이미 붙어 있던 가속도를 그대로 유지하며 떨어졌다.

 ──새가 되고 와라! 행운을 비마!

 내 속에 머무는 선구자님들의 힘일까, 벌써부터 명대사가 들려왔다.
 위험해, 텐션 올라가기 시작했어.







 마을의 입구 앞에서 진을 치고 있던 오니들의 목적은 하나였다.

 ──유우기를 쓰러뜨린 선대무녀와 싸우는 것.

 단지 그것뿐인, 순수하며 그 무엇보다도 강한 욕구였다.
 마을 안엔 먹음직스러운 사냥감인 인간들이 우글우글 거렸지만, 그것조차 여기서 기다리는 오니들의 흥미를 끌지 못했따.
 어중이떠중이 인간은 필요 없다.
 단 한 명의 인간, 그들은 그 인간을 기다리고 있는 것이었다.

「저건 하쿠레이의 무녀인가?」

 오니 한 마리가 상공을 날아가는 소녀의 모습을 눈치챘다.
 그러나 곧바로 옆에서 부정하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니, 저건 지저에 온 무녀가 아냐」
「그래. 닮긴 했어도 딴 녀석이군」
「이변이 일어나면 하쿠레이의 무녀가 해결하러 온다고 들었다만」
「그건 아마 당대를 말하는 거겠지」

 이 장소에 모인 오니 대부분이 선대무녀의 모습을 알고 있다.
 이곳에 모인 오니들 대부분은 지저에서의 결투를 직접 본 자들이었다.

 그 싸움을 봤다.
 보았기에, 애태울 수밖에 없었다.
 그 이외의 인간 따위, 설령 같은 하쿠레이의 무녀여도 그들의 흥미를 끌지 못했다.

「심심풀이로 조금 놀아볼까?」

 그러나 실제로 그 싸움을 보지 못한 일부 오니들은 그렇게까지 자신을 억제하지 않았다.
 강자와 싸우고 싶다는 욕구 자체는 같다.
 이때, 같은 무녀라면 상관없지, 라고 생각한 오니들이 표적을 레이무를 바꾸려고 했다.

 그 순간.

「──기다려!」

 다른 오니가 저 하늘 위에서 날아오는, 또 다른 무녀의 존재를 눈치챘다.

「왔군」

 아니, 날고 있는 것이 아니다.

「정말로 왔다고!」

 무서운 속도로, 떨어지고 있다.

「왔다! 그 무녀가 왔다고!!」
「정말이냐!」
「드디어 왔구만!」
「틀림없어. 그때 그 무녀다!」
「저게 유우기 누님을 쓰러트린 인간이냐!?」

 오니들 사이에서 환성이 울려 퍼졌다.
 다가오는 오니를 기쁨과 함께, 전의와 함께 환영하는 목소리였다.
 30을 넘는 오니들의 소란.
 마을의 입구는 오니의 습격을 받고 있는 마을보다도 더욱 커다란 활기와 소란스러움으로 흘러넘쳤다.

 그들의 눈앞에 상공에서 떨어진 선대무녀가 비래한다.
 공중에서 자세를 바꾼 선대는 두 발로 땅에 착지했다.
 그대로 땅바닥을 깎아내리며 속도를 죽인 뒤, 마지막으로 관성을 죽이듯이 양손을 땅에 얹는다.
 딱 오니들의 바로 앞에, 선대가 멈춰섰다.
 그 순간, 소란스러운 목소리가 멎어들었다.
 그것은 오니를 쓰러트린 인간의 등장과 앞으로 펼쳐질 사투에 대한 오니들의 마음처럼 긴장되어 있었다.

 천천히, 선대가 숙이고 있던 얼굴을 들어올린다.

「──기다리게 해서 미안하군」

 적의 무리를 향해 당당히 마주선 선대는, 그런 대담한 대사를 내뱉었다.




역자후기

으으... 번투력이... 내 번투력이 말라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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