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41「사邪」
일찍이 하쿠레이 신사가 있던 장소엔 부서진 기왓장과 돌조각들이 산을 이루고 있었다.
부러져서 겹겹이 쌓인 나무판자들 위를 기울어진 지붕이 억누르고 있다.
이것이, 예전에는 하쿠레이 신사라고 불리던 것의 전부였다.
붕괴한 신사 앞에, 레이무가 서 있었다.
그 바로 뒤에선, 스이카와 유카리가 서로를 마주 보고 있다.
「──과연. 그렇게 된 거구나」
스이카에게서 사정을 들은 유카리가, 작게 중얼거렸다.
스이카와 레이무 둘 모두에게 이야기를 듣고 파악한, 지금까지 있던 사정을.
「선대가 먼저 사토리의 동행을 바랐다는 말, 틀림 없는 거겠지?」
「적어도 우리는, 선대한테 「그 날 사토리도 데려가고 싶다」라는 제안을 들었어」
「그래」
유카리는 짧게 맞장구를 치고는, 잠시 침묵했다.
하쿠레이 신사를 덮친 이 이상 사태에 대해 유카리가 가진 「코메이지 사토리」라는 키워드를 향한 의심 속에 무언가의 사심이 섞여 있음은 명백했다.
스이카 본인으로선, 그런 의심에 무어라 참견할 생각은 없다.
그 속내나 본성을 제대로 알기도 전에, 사토리는 자신들 앞에서 사라져버렸으니까.
이번 사건은, 사토리 본인도 예상치 못한 재난이었다고 생각한다.
어쨌든, 누군가에 의해 하쿠레이 신사는 파괴됐고, 선대와 사토리는 어디론가 사라지고 만 것이다.
스이카는 레이무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
아까부터 붕괴된 신사를 본 채 꿈쩍도 않는 레이무는, 딱 이쪽에 등을 돌린 자세였기에 그 표정이 보이지 않았다.
어떤 감정을 느끼고, 무슨 생각을 품은 지도 알 수 없었다.
필사적인 저항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살아왔던 집이 허망하리만치 부서지고 어머니가 사라져버린 것이다.
평범한 인간이라면, 충격에 망연자실하게 되어도 이상하지 않다.
하지만, 그녀는 하쿠레이 레이무다.
스이카는 무의미한 위로를 속으로 밀어 넣으며, 다시 유카리를 바라봤다.
「그 지진은 분명 평범한 게 아냐. 인간은커녕 어지간한 요괴라도 하지 못할 짓이라고」
「그래, 알고 있어」
「그냥 신사를 부수지 않고 「신사 바로 밑에 지진을 일으킨다」라는 점이 수상해. 그런 거, 나라도 불가능해. 아마, 유카리 너도」
「그리고 그 지진 자체도 그냥 땅이 흔들린 게 아니야」
「지진이 일어났을 때에 들은 건데, 나는 몰랐지만 유카리한테는 보였던 거지? 결계가 어떻다고 했던 건 대체 무슨 뜻이야?」
스이카의 질문에, 유카리는 잠시 침묵을 고수했다.
하쿠레이 신사를 덮친 사태에 직면한 것은 유카리 자신을 포함한 세 명뿐.
어느 누구도, 이 이상 사태를 알지 못한다.
──아직은.
하쿠레이 신사의 붕괴는 물론, 지저의 관리자인 코메이지 사토리와 그 생애가 전설로 일컬어질 정도의 명성을 자랑하는 선대무녀의 실종이라는 사건은, 빠르다면 오늘 안에라도 환상향을 떠들썩하게 만들 것이다.
유카리가 염려하는 것은 그로부터 생겨날 온갖 영향들이었다.
코메이지 사토리에게는 지위가 있다.
선대무녀에게는 덕망이 있다.
그녀들의 수많은 친지들이 큰 혼란에 빠질 수도 있다.
사태에 대처함과 동시에, 정보의 규제 또한 힘써야한다.
유카리는, 스이카에게 어느 정도의 정보를 알려줄지 고민하고 있는 것이었다.
「──그 지진은, 환상향을 뒤덮은 하쿠레이 대결계에도 간섭하고 있었어」
고민한 시간은 불과 수 분에 불과했다.
스이카를 신뢰할 수 있는 협력자라 생각한 유카리는 알고 있는 모든 정보를 알려주기로 했다.
「신사와 결계, 어느 쪽이 진짜 노림수였는지는 몰라. 하지만, 어쨌든 범인은 처음부터 파괴를 노리고 그 지진을 일으킨 거겠지」
「그래서, 신사는 보는 대로 이 꼴이다만, 결계까지 파괴된 거야?」
「일부가 벌어진 정도의 손상을 입었어. 물론, 이 정도의 손상은 수복할 수 있지만」
「그거 잘됐네」
「잘 되지 않았어. 결코 무시할 수 없는 범주의 피해야」
스이카는 결계에 관해서는 문외한이다.
턱을 손으로 어루만지며, 스이카가 작게 신음을 흘렸다.
「즉 결계라는 건 바깥세계와 환상향을 분리하는 벽이며, 이번에 일부가 벌어졌다는 건 그 벽에 균열이 생겼다는 거로구나」
「그렇게 생각해도 좋아」
「응. 그럼, 선대와 사토리가 사라져버린 건, 그 균열을 통해 바깥세계로 날아가버린 거 아니야?」
스이카는 깊게 생각하지 않고, 자신의 느낌을 그대로 말했다.
그녀들의 존재가 소실된 현상을 보고 「죽음」이나 「소멸」이라고 파악하지 않은 것은 그저 단순한 감각에 의한 판단이었긴 하지만, 유카리는 그 말을 부정하지 않았다.
「그 둘이 어디론가 날아갔다는 말, 그건 맞아」
유카리는 말끝을 흐리며 대답했다.
「유카리도 어디로 날아갔는지는 알 수 없는 거구나」
「……이번 사건은, 불가사의한 점이 너무 많아」
「그거야 당연하지, 범인의 정체도 목적도 불투명하니까」
「그것도 그렇지만, 일어난 현상 또한 그래. 애당초 그 상황에서 그녀들이 어딘가로──가능성이 가장 높은 바깥세계로──날아갈 리 없었어」
「……무슨 소리야?」
「결계의 기능을 생각하건데, 이상이 일어난다 해도 주변에 있는 존재를 바깥세계로 튕겨내는 현상은 일어나지 않는다는 거야. 무엇보다, 그때 생긴 균열은 주변에 영향을 끼칠 만큼 크지도 않았어」
유카리는 드물게도 곤혹스러움과 동요를 겉으로 드러내고 있었다.
속속들이 아는 상대에게만 보이는 방심한 모습.
그런 모습을 모일 정도로 유카리가 정말로 상황을 파악하지 못했다는 것을 스이카는 알 수 있었다.
사태는, 예상보다 훨씬 심각한 듯하다.
「그럼, 그것도 지진을 일으킨 범인이 선대들을 노리고 한 짓 아닐까?」
「아니. 오히려 원인은 선대 쪽에 있──」
「뭐?」
「──아니. 아무 것도 아니야」
유카리는 입에서 튀어나오려던 억측을, 자신의 판단에 따라 되삼켰다.
스이카에게 지금 알고 있는 모든 것을 이야기하잔 마음은 변하지 않았다.
즉, 이건 알고 있는 것이 아니다.
지식이 있는 자신조차 알 수 없는 일을 지식이 없는 스이카에게 말하여 쓸데없는 혼란을 야기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였다.
눈앞에서 일어난 현상과 자신이 내린 분석을, 유카리 스스로가 의심하고 있었다.
──그때, 선대의 근처에 생겼던 결계의 벌어짐.
──원래는 인체에 작은 영향조차 주지 못했을 자그마한 균열.
──그것이 선대와 겹쳤을 때 「무언가」가 일어났다.
──선대들이 사라졌을 때, 작았던 균열은 확실하게 주변에 영향을 끼칠 만큼 거대해져 있었다.
──하지만, 순서가 틀리다.
──「균열이 커져서 선대를 삼킨」 것이 아니다. 「선대가 삼키어졌기에 균열이 커진」 것이다.
마치 하쿠레이 대결계가 선대의 존재를 이물이라 정의하고 토해낸 것처럼 보였다.
적어도, 유카리의 눈에는 그렇게 보였다.
그렇기에, 그 일어날 리 없는 현상을 보고, 눈을 의심했다.
그냥 이대로 잘못 봤다, 라고 판단하면 간단한 일이다.
하지만 무시할 순 없었다.
이 지진은 누군가가 고의로 일으킨 것이다.
그것은 분명하다. 상대의 악의조차 느껴진다.
그저, 선대와 사토리가 사라져버린 것은, 선대 본인이 원인일지도 모른다.
유카리는 지우지 못한 의심을, 일단 가슴 속 깊은 곳에 묻었다.
「어쨌든, 지금은 문제를 해결하는 게 급선무야」
유카리는 세 손가락을 펴보였다.
「지금 닥친 과제는 세 개. 결계를 수복하고, 사라진 두 명을 수색하며, 이변의 주모자를 퇴치하는 것」
「그렇다면, 어느 게 우선이야?」
「전부 다야」
단박에 대답하는 유카리의 모습에, 스이카는 만족스럽다는 듯 끄덕였다.
사심을 좇아 선대들의 수색을 우선하려는 무른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그렇다고 사정을 배제하고 기계적으로 판단하는 차가움도 없다.
스이카가 가장 좋아하는 해답이었다.
하지만, 하나 빠진 게 있어──라며.
스이카는 레이무와 신사의 잔해를 되돌아보곤, 표정을 흐렸다.
「그리고 대신할 신사를 세워야겠는걸. 오늘 밤, 레이무가 잘 곳이 없어져버렸어」
그렇게 말하면서도, 대신할 수 있는 것 따윈 없단 사실은 이미 알고 있었다.
레이무에게서 신사와 엮인 추억담을 들은 것이 집이 부서지기 얼마 전이었으니까.
그녀는, 눈앞에서 소중한 보물을 잃었다.
아직도 말없이 가만히 서 있는 레이무의 뒷모습이, 견디지 못할 만큼 참혹했다.
「그건 뒷전이야」
하지만, 유카리는 차갑게 선고했다.
항의하는 스이카의 시선을 무시하며, 레이무에게 말을 돌린다.
「레이무, 넌 오늘 밤부터 내 집에서 지내. 결계를 수복하는 데 도움을 받아야겠어」
「──」
「둘이나 있으니 3일 정도면 작업이 끝날 거야. 그게 끝난 뒤엔, 네 마음대로 하면 돼」
남아 있는 두 개의 문제── 「주모자를 퇴치한다」 「선대와 사토리를 찾는다」 둘 중 어느 쪽이든 해결하기 위해 움직이면 된다.
어느 쪽을 우선할 것인가, 유카리는 그런 선택을 은근히 강요하는 것이었다.
하쿠레이 신사의 붕괴와 결계의 파손.
이것은, 이미 「이변」이다.
이럴 때에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어느 선택지든 의무는 없다.
그러나, 유카리는 레이무의 판단을 시험하고 있는 것이다.
스이카는 무언가 말을 꺼내려다 이내 입을 닫았다.
차갑게 느껴지는 그 둘의 관계에 참견할 권리가 자신에게 있을 것 같지 않았기에.
유카리와 레이무.
본래 선대를 완충제 삼아 원만한 관계를 성립한 두 인요의 실상이 과연 어떨지, 그 누구도 알지 못한다.
「수복 작업을 위한 준비를 해둘게. 낮이 되면 마중하러 올 테니, 그때까지 너도 준비를 끝마쳐두렴」
일방적으로 말을 쏟아낸 뒤, 유카리는 대답도 기다리지 않고 틈새 속으로 사라졌다.
그 뒤엔, 스이카와 레이무만이 남겨졌다.
스이카는 곤란하단 듯 머리를 긁적였다.
유카리에게는 아무 말도 듣지 못했지만, 길게 사귀어온 친구가 자신에게 어떤 역할을 바라고 있을지는 안다.
결계의 수복에 대해 자신은 아무 도움도 줄 수 없고, 이변을 해결하는 것은 하쿠레이의 무녀가 할 일이다.
그리고, 유카리가 레이무를 대하는 말 속에 숨겨진 진심 또한 알고 있었다.
유카리는 그렇게 말하면서도, 레이무에게 「준비」할 시간을 준 것이다.
「저기, 레이무. 유카리는──」
「알고 있어」
이제까지 침묵을 고수하던 레이무가, 시원스레 대답했다.
「이야기도 전부 들었으니까 스이카는 자기가 할 일을 해」
바라보고만 있던 기왓장과 나무더미를 향해 레이무가 발을 옮긴다.
벗겨져 떨어져 내린 기와나 부러진 목재를 밟으며, 일찍이 거실이 있던 장소에 간신히 도착한 레이무는 발밑을 파내기 시작했다.
무사한 것을 찾아내기 위함이었다.
음양옥을 비롯한 이변 해결에 필요한 도구와 가능하다면 사유물까지.
기왓장과 돌조각을 치우는데 힘이 들긴 하지만, 찾는 것 자체라면 문제없다.
어디에 무엇이 있는지, 훤히 들여다보였기 때문이다.
설령 무너져버렸대도, 오랜 세월 살아온 집이기에.
스이카는 무심코 손을 뻗었다.
「레이무……」
하지만 이윽고 자신이 도울 수 있는 것은 없음을 깨닫고, 손을 물렸다.
「나는, 범인을 찾으러 갈게」
「부탁해」
「아마, 곧 발견될 거라고 생각해. 이 수작질, 조금이긴 해도 짐작이 가」
「그렇구나」
레이무는 맞장구를 치며, 작업을 이어나갔다.
여전히 등밖에 보이지 않는 상태였기에, 표정은 보이지 않았다.
스이카는 레이무의 등을 가만히 바라봤다.
모친이 눈앞에서 사라지는 순간 비명을 내지른 뒤로, 가슴 속에 숨긴 채 결코 보이려 하지 않는 지금의 심정을 헤아리기 위해 애썼다.
아무것도 느끼지 않을 리가 없다.
냉정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을 뿐이다.
도대체, 얼마나 큰 정신력을 낭비하여 그러고 있는 것인지 짐작조차 가지 않았다.
「레이무, 네가 예전에 「증오는 아무것도 낳지 않는다」고 했었지」
살며시 말을 건네는 스이카.
그 말에 레이무의 움직임이 멎었다.
「그렇지만 「술로 증오를 내쫓는다」라고도 했어. 즉, 그 선대무녀조차 미워하는 마음을 없애는 건 불가능했단 소리야. 불합리한 상황에 처해서, 적을 밉다고 생각하고 투덜거리고 싶어지는 건 당연한 거라구」
「무슨 말이 하고 싶은 건데?」
「눈앞에서 소중한 게 부서졌는데, 멀쩡한 척 할 필요 없단 소리야」
「──」
「이런 일을 저지른 녀석, 내가 반드시 찾아내줄게. 그러면, 레이무──」
「……왜?」
「그 녀석을, 어떻게 할 거야?」
스이카가 물었다.
실제로, 레이무가 범인을 눈앞에 두었을 때 어떤 행동을 보일지는 모른다.
부추길 작정으로 이런 소릴 한 것도 아니다.
지금은, 가슴 속에 억지로 구겨넣은 한마디 욕이라도 토해내게 한 뒤, 그걸 들어주고 싶었다.
묵묵히 기다리는 스이카의 태도에, 레이무가 작게 한숨을 내뱉었다.
「어렵네」
여전히, 등을 돌린 채 작게 중얼거리는 목소리가 들린다.
「미움이 어쩌니 저쩌니 하면서 다 알았다는 것처럼 말한 주제에, 정작 내가 경험하면 이러니……」
「레이무」
스이카가 말을 막았다.
스스로를 탓하기를 바란 것이 아니다.
「어떻게 할 거야?」
한 번 더, 다시금 물었다.
레이무가 어깨너머로 고개를 돌린다.
처음으로, 그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레이무의 눈동자를 본 스이카의 등골에, 오싹한 무언가가 흘러내린 듯한 느낌이 들었다.
「──당연히 죽여 버릴 거야」
오니인 스이카의 등골을 오싹하게 할만큼 지독한 싸늘함이 배어든 목소리로, 레이무가 대답했다.
◇
넓디넓은 하늘이 머리 위에 펼쳐져 있다.
푸른 하늘이다.
평화로운 분위기가 감돌고 있다.
바로 아래에 있는 거리의 혼잡한 소음이, 이곳에서는 멀게만 느껴질 뿐이다.
그래……도시의 소란스러움에서 도망치고 싶다면, 이곳에 오면 된다.
여기선 파란 하늘이 반찬이다.
「현실도피하지 말고 돌아오세요, 고로 씨─」
……쾅─이구만, 나설 곳을 막혀버렸어.
하지만 사토리의 말대로 현실을 직시하자.
치켜들었던 고개를 앞으로 수그리니, 마침 사토리가 내가 준 주먹밥을 다 먹은 참이었다.
「잘 먹었습니다」
「변변치 못했다」
물통을 쥐어준 뒤, 빈 주먹밥 보따리를 바꿔 집는다.
텅 빈 보따리를 닫았다, 바로 다시 열어보았다.
어느 의미론 당연한 일이긴 하지만, 열린 보따리 속은 텅텅 비어 있었다.
그야 그렇겠지. 나는 작게 한숨을 내뱉었다.
예상하긴 했지만, 이 오니에게 받은 멋진 아이템 「줄지 않는 주먹밥」도 제 기능을 하지 못하게 된 듯하다.
「구조는 알 수 없지만, 신비한 힘이 근원인 건 틀림없으니까요. 「여기」에선 작동하지 않겠죠」
으음─, 우연히 손에서 놓지 않았던 짐 속에 이 녀석이 있었을 때엔 최소한 식량 문제는 해결됐다고 생각했는데, 역시 너무 낙관적이었나.
나는 보따리를 챙겨넣었다.
물론 버리진 않는다. 이건 하쿠레이 가문의 가보이기도 하고, 환상향으로 돌아가면 기능도 원래대로 돌아올 테니 말이다.
──어쨌든, 한숨 돌릴 수 있게 됐으니 다시 상황을 정리해보자.
지금 사토리와 내가 있는 곳은, 어떤 빌딩의 옥상이다.
하쿠레이 신사에서 지진에 덮쳐진 뒤, 정신이 들었을 땐 이미 이곳이었다.
그리고 우리 주변으로 펼쳐진 환상향이 아닌 근대 도시의 풍경들.
그렇다. 우리들은 이른바 「현대들이」를 한 것이다.
현대들이──그것은 환상향에서 바깥세계로 전이하는 상황을 총칭하는 단어다.
처음 상황을 맞닥뜨리고 혼란에 빠진 채 이 결론을 내놓을 때까지, 그다지 긴 시간이나 고민을 하지 않았던 것은 전적으로 당사자가 나와 사토리였기 때문일 것이다.
이게 만약 레이무나 마리사였다면, 진짜 환상향의 거주자였다면 상황을 파악할 동안 불가피한 혼란을 겪었을 것이다.
우리들이었기에, 여태까지 겪은 상황을 스무스하게 이해할 수 있었다.
생전엔 현대사회에서 생활했었던(아마 그랬을) 기억을 가진 나와 그런 나의 마음을 여태껏 읽어오며 학습해왔던 사토리기에 더더욱──.
「그렇다곤 해도, 알고 있는 만큼 이 상황이 녹록치 않다는 걸 뼈저리게 느끼고 있지만요」
물통을 내게 돌려주며 사토리가 말했다.
그 표정은 좋게 말해도 결코 밝지 않았다.
뒷일을 염려하며, 그 전도다난함에 골머리를 앓고 있음이 훤히 보였다.
그건 나도 마찬가지다.
「저희들이 「이곳」에 와버린 이유나 원인은, 일단 나중에 생각하도록 하죠」
「맞다. 더 중요한 일이 있지」
나는 이의를 내세우지 않고 끄덕였다.
뭐, 원인이 짐작가지 않는 건 아니지만. 그건 사토리도 내 마음을 읽었으니 알고 있을 것이다.
이 사태의 발단이 「지진」이라는 점이 핵심이다.
원작의 시계열을 생각해봤을 때,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이변 중에서 정확히 들어맞는 이변이 하나 있다.
텐코 아가씨 리얼 트러블 메이커.
그나저나, 적어도 내가 가진 원작 지식에선 이런 현상은 일어나지 않았고, 사토리의 말대로 원인을 분석해봤자 이 현상을 타파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일단, 이건 뒷전으로 미뤄둬야 할 문제다.
「지금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할 과제는, 「어떻게 환상향으로 돌아가느냐?」군요」
그리고 가장 큰 문제이기도 하지…….
우선, 지금까지 판명된 일이나 정보를 정리하고 시작할까.
「그게 좋겠네요. 어쨌든, 알고 있는 정보를 하나씩 확인해보죠. 뭔가 새로운 사건이나 방침을 발견할 수도 있으니까요」
우선은, 가장 기본적인 「이곳은 어디인가?」라는 의문.
환상향이 아님은, 말할 필요도 없다.
저 밑으로 보이는 거리의 모습을 보건데, 적어도 90년대 이후의──뭐, 간단하게 말하자면 현대 일본 어딘가의 거리로 추정된다.
내 전생의 지식과 대조해봐도, 그건 분명하다.
그저, 여기서 대답이 둘로 나뉜다.
──과연, 이곳은 「환상향의 바깥세계」일까, 그렇지 않으면 「동방 프로젝트의 바깥세계」일까?
이 두 세계가 비슷해 보이면서도 결정적으로 다른 점이 있다는 사실은, 나도 사토리도 알고 있다.
전자는, 즉 환상향 바깥의 세계다.
하쿠레이 대결계에 의해 차단된, 하나의 세계에 두 장소가 공존하는 세계.
이쪽이라면 이야기가 단순해진다. 우리는 어떠한 요인에 의해 결계에서 바깥으로 나와 버린 상태인 것이다.
하지만, 만약 후자라면, 이미 아예 다른 세계다.
환상향이라는 장소가 「동방 프로젝트」라는 슈팅 게임 속에만 존재하는 이차원의 세계.
이거라면 까다로워진다. 그렇게 된다면 우리는 화면 속에서 뛰쳐나온 게임 캐릭터라는 게 되니까.
내가 「현실에서 동방 세계로 전생한 인간」이라는 전례가 있는 이상, 이 가능성 또한 결코 부정할 수 없다.
지금의 단계에선, 이곳이 두 세계 중 어느 쪽인지 판단할 수 없다.
그리고 어디에 있느냐로 우리가 해결해야 할 문제의 내용이 크게 바뀐다.
「그걸 확인하는 것이, 먼저 해결해야 할 과제로군요」
사토리가 냉정하게 결론을 말했다.
솔직히, 나로선 이런 냉정함이 고맙다.
아니, 정말로. 사토리가 같이 있지 않았다면 아무리 나라도 이렇게까지 냉정하게 상황을 파악할 수 없었을 것이라 생각한다.
이곳이 현실 세계일지도 모른다는, 최악의 가능성 중 하나이긴 하지만, 그 가능성조차 고려하지 못했을 정도로 여유가 없었을지도 모른다.
그 지진이 일어났을 때, 정신을 잃기 직전 사토리가 내 손을 잡아준 것만은 확실히 기억하고 있다.
아마, 우리들이 환상향에서 이곳으로 날아온 건 바로 그 순간일 것이다.
즉, 사토리는 나 때문에 말려들게 되어버린 것이겠지.
귀찮은 일에 말려들게 해버려서 미안하다고 생각하는 반면, 불가항력이었긴 해도 사토리가 함께 와줘서 정말 고맙다고 생각해.
「이번 일만이라면 당신이 원흉인 것도 아니니. 당신을 탓해봤자 의미 없는 일이니까요」
미안해.
고마워.
반드시, 사토리를 환상향으로 돌려보내 줄게!
「네네, 분발하는 건 알겠으니 이야기를 계속하죠. 기세만 앞세워 움직인다고 상황은 호전되지 않아요」
사토링 진짜 쿨해.
그렇지만, 확실히 정보의 정리가 우선이다.
그런데 만약 이곳이 「바깥세계」라면, 환상향으로 귀환할 방법 몇 가지를 짐작할 수 있다.
지진의 현장에 있던 유카리가, 모든 사태를 판단하고 우리들을 찾아내 마중 나오기를 기다린다는 소극적이고 낙관적인 생각은 버린다.
제자리서 기다리는 방법이 아닌 것 중 하나는 「바깥세계에 있는 하쿠레이 신사를 통해 돌아간다」는 방법이다.
내가 가진 원작 지식에 의하면, 하쿠레이 신사는 바깥세계에도 실존하는 건물이다.
그것을 찾아내서, 어떻게든 겨우 도착하면 「현대들이」와는 반대로, 환상향으로 전이하는 「환상들이」라는 상황을 이용해 돌아갈 수 있다……아마 그럴지도 모른다.
하지만, 솔직히 이게 가장 현실적인 방법이다.
유카리처럼 세계의 경계를 조종하는 힘을 갖고 있는 것도 아닌 우리가 환상향과의 접점을 가질 수 있는 장소라면 그곳이 가장 유력하다.
다만, 여기서 새롭게 떠오르는 문제가 있다면 「바깥세계의 하쿠레이 신사」를 어떻게 찾아내느냐 하는 일이지.
당연하지만, 나는 「바깥세계의 하쿠레이 신사」가 어딨는지도 모르고, 원작에서도 환상향의 신사와는 달리 「사람 눈에 띄지 않는 곳에 있는, 버려진 토지에 있다」는 설정이었기도 하고.
게다가 만약 이곳이 「현실세계」라면, 이 방법엔 의미가 없다.
거의 포기할 수밖에 없게 되는 것이다. 우리들이 어떻게 해결하는 것은 차치하고, 유카리가 무적의 틈새 파워로 어떻게든 해결해준다는 것 외엔 다른 방법을 찾을 수조차 없다.
그리고 더더욱 현실적인 문제가 있다면 지금 있는 곳이 어딘지도 모른다.
거리라는 것은 알겠지만, 어느 현의 어느 도시인지 자세한 정보도 모르고 있다.
따라서, 지금까지 정보를 정리한 결과, 우선 필요한 것은 「현재 우리들의 소재파악」이였다.
여러 가지 의미로, 이곳이 어딘지 알아야 할 필요성이 있다.
우선 이것이 급선무다.
「이론은 없어요」
내 결론에, 사토리도 긍정해주었다.
응. 일단 현실적인 방법부터 하나하나 정리해나가자.
예를 들면 「여기가 현실세계였을 경우의 귀환 방법」 같은, 전혀 목표를 세울 수 없는 경우도 있긴 하지만, 그것도 지금 단계에선 가능성에 불과하다. 일단 뒤로 보류해두자.
그리고 다음은 상태의 확인.
사토리, 솔직히 말해봐. 컨디션은 어때?
숨길 의미가 없다는 건 알고 있을 테니, 솔직하게 말해줘. 부탁해.
「걱정해줘서 감사해요. 하지만 괜찮아요. 딱히 몸이 불편한 것도 아니고요. 환상향에 있을 때와 그다지 다르지 않아요」
사토리의 대답을 들은 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솔직히, 이게 가장 걱정됐었다.
환상향과 바깥세계의 차이가 구체적으로 어떠한지, 여러 해석이 있다.
원작의 설정에선 「환상향이란 바깥세계에서 사라진 요괴나, 물건이 흘러들어가는 세계」라고 일컬어진다.
이 설정이 사토리 같은 요괴에게 있어서, 실제로 어떠한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 나는 알 수 없었다.
인간인 나는 괜찮다. 문화가 틀려도 같은 인간이 사는 장소라면, 나 또한 살아갈 수 있다.
하지만, 요괴의 경우는 사정이 다르다.
최악의 경우 바깥세계란 요괴가 존재할 수 없는 세계──말하자면, 사람에게 있어서 공기나 물이 존재하지 않는 것과도 같이 말 그대로 요괴가 살아갈 수 없는 환경인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했었다.
이곳에 왔을 때 판명됐던, 사토리의 능력이 저하된 것 또한 그 불안을 부추기는 원인이었다.
──이곳에 계속 있다간, 사토리의 생명이 깎여나가는 게 아닐까?
그런 불안감이 있었다.
하지만 일단 당장 나쁜 영향을 받을 만큼 위기에 처하진 않은 듯하다.
나는 그 사실에 진심으로 안심했다.
「그럼, 능력은 어떻지?」
「이 거리가 한계네요. 이 이상 멀어지니, 당신의 마음을 읽을 수 없어요」
「범위는 3미터 정도인가……」
현재, 나와 사토리는 목소리를 내서 대화를 하는 데 자연스러운 거리를 두고 서로 마주보고 있다.
사토리를 중심으로 약 3미터──그것이 지금 사토리가 가진 「마음을 읽는 정도의 능력」의 한계였다.
지령전에 있었을 때엔, 방 안쪽에서 바깥에 있는 복도까지 일부러 집중하지 않아도 마음을 읽어버리게 된다고 했다.
꽤나, 약해져버렸다고 생각한다.
더군다나 능력만 그런 것도 아니다.
지금까지 다양하게 시험한 결과, 하늘을 날거나 탄막을 쏘는 등의 환상향에서 쓸 수 있던 힘들의 전부 쓸 수 없게 되어버리고 만 것이다.
즉, 지금의 사토리는 겉모습에 걸맞는 어린 여자아이 수준의 힘밖에 없다는 뜻이 된다.
시험할 생각은 없지만, 인간처럼 다쳐서, 죽어버리고 말 정도로 약해져 있는 게 아닐까.
……왠지 갑자기 불안해졌어.
원인은 모르겠지만, 역시 이 세계는 사토리의 몸에 나쁘다고!
중력이 10배로 느껴진다든가, 공기에 닿은 피부가 녹아내리기 시작한다든가, 그런 일은 정말로 없는 거지!?
「뭐야 그거 몰라 무서워…….
아니, 정말로 괜찮아요. 마음의 소리가 들리지 않는 탓에 묘한 위화감이 들긴 합니다만, 딱히 몸이 무겁지도 않고요」
그, 그렇구나…….
「그래서, 당신은 어떻죠? 뭔가 지장이 생기진 않았나요?」
아, 그거 말인데──.
나는 무녀복의 소매에서 야구공 크기의 구슬을 꺼내들었다.
하쿠레이 전용 음양옥이다.
덧붙여 말하자면, 린노스케가 새로 만들어 준 것이다. 반대쪽 소매에 하나 더 있다.
주먹밥이 들어간 짐과 함께, 운 좋게 이쪽 세계로 함께 날아온 것들 중 하나다.
그 구슬이, 위를 향해 펼쳐진 내 손바닥 위에서 회전하기 시작했다.
「보는 대로다」
「흠. 회전의 기술은 문제없이 쓸 수 있는 것 같네요」
「음양옥을 띄울 수도 있다. 그 전에, 파문의 호흡 또한 효과가 사라지지 않았다」
「즉, 당신의 능력에는 아무 변화도 일어나지 않았단 소리군요」
아마 근력 같은 것도 떨어지지 않았을 거야. 아무리 그래도 저기 저 벽 같은 거라도 때려서 시험할 수도 없는 노릇이지만.
사토리만이 약해지고, 내 능력은 아무 영향도 받지 않은 이유는 모르겠다.
하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내가 약해질 이유도 없다.
왜냐하면 내가 가진 힘은 모두 단련으로 익힌 능력(물리)이니까!
「……정말로, 그런 단순한 이유일까요?」
사토리는 뭔가 납득 가지 않는단 표정으로 걱정스러워하고 있었다.
뭐, 확실히 순수한 신체능력은 그렇다 치더라도, 파문이나 영력은 사토리의 능력이랑 같은 카테고리에 속해있는 환상의 힘이니까.
그걸 나만 쓸 수 있다는 건, 확실히 이상하다.
하지만 실제로 내가 힘이나 기술을 쓸 수 있다는 상황은 변하지 않는다.
그리고 그건 우리들에게 있어 큰 플러스 요소가 된다.
이 세계에 온 우리들은 호적도, 살 집도, 돈도 없는 완벽한 고립무원에 빠진 상태. 그런 상황 속에서 심플한 「힘」이란 녀석은 꽤 도움이 된다.
말하자면 「완력가」라고 할 수 있으려나.
「세관도 그냥 지나칠 수 있는 무기란 건가요. 만화처럼 총리대신 관저라도 습격해보는 건 어때요?」
아……아니, 아무리 그래도 지상최강의 생물처럼 생활할 생각은 없는데 말이지.
그것보다─, 도움이 된다고 말하긴 했지만, 이 힘을 써서 강도짓 같은 범죄 행위는 되도록 하고 싶지 않다.
「법률이 뭐야? 맛있는 거?」라는 느낌의 환상향에서 살적엔 전혀 신경 쓰지 않았지만, 이렇게 현대사회를 보고 있자니 내 기억 속에 있던 전생의 기억에서 사회 상식이나 감성 같은 것이 되살아나는 느낌이다.
「최종수단이라곤 해도, 마지노선을 지킬 수 있는 보험이 있다는 점에선 안심이네요. 이런 어딘지도 모르는 땅에서 객사하는 건 사양이라고요」
파문을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 판명됐으니, 이제 내겐 식사나 수면을 걱정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사토리는 다르다.
물론 환상향에는 반드시 돌아가야 하지만, 그 목적을 이룰 때까지 살아남는 것 또한 중요하다.
인간으로서의 호적이나 권리는커녕 요괴의 존재조차 부정된 이 세계에서, 사토리가 살아가기 위한 환경을 손에 넣어야만 한다.
아까, 사토리에게 내가 가지고 있던 주먹밥을 먼저 먹였던 것 또한 그를 위해서다.
여기서 어물쩡거려 봤자, 사태가 개선될 여지는 없다.
어느새 머리 위의 하늘이 붉게 물들여져 있다.
이 옥상에 얼마나 오래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제 슬슬 해가 져가고 있었다.
이제 곧 밤이 될 것이다.
그때부터 행동을 개시하기로 하자.
바보처럼 정직하게 빌딩을 통해 나갈 순 없지만, 파문을 사용해서 빌딩의 벽을 타고 내려가면 누구도 발견할 수 없을 것이다.
되도록 눈에 띄지 않도록, 어두워진 뒤에 이곳을 나선다.
그리고 당면에 닥친 목표인 지금 우리들이 있는 곳을 파악한다.
그 다음엔──어떻게 할지, 아직 생각하지 않았다.
어떻게 하쿠레이 신사를 찾을까?
찾아냈다고 해서, 거기에 갈 순 있을까?
혹시, 그것 말고 뭔가 돌아갈 방법이 있진 않을까?
솔직히 말해, 앞으로의 전망이 그리 밝지는 않다.
환상향에서 수많은 고난을 넘어서온 나라지만, 이번 사건은 완전히 미지의 영역이다.
과연, 무사히 환상향에 돌아갈 수 있을지 불안해지는데──.
「뭐, 괜찮겠죠. 적어도, 여긴 지옥보단 나은 곳이니까요」
사토리는 그렇게 말하며, 내 등을 가볍게 두드렸다.
비교하는 스케일이 너무 굉장할 뿐만 아니라, 실제로도 지옥의 관리자가 그렇게 말하니 설득력 쩌네.
서로 불안감을 느끼는 곳이 꽤 어긋나 있는 것 같단 생각이 들었지만, 사토리의 말에 나는 쓸데없이 안심하게 되고 말았다.
◆
거리는 밤이 되어도 밝았다.
일정한 간격으로 설치된 가로등이나 주변을 에워싼 건물, 도로를 달리는 차의 전조등이 빛을 뿜어내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거리를 걷는 사람의 수 또한, 낮과 비교해도 전혀 꿇리지 않았다.
물론, 밤에 돌아다니는 인간은 낮보다 한정되어 있긴 했지만, 어느 쪽이냐 묻는다면 사람의 종류가 낮에서 밤으로 바뀌었을 뿐이지, 전체적인 수 자체는 그리 변하지 않은 듯했다.
낮에는 낮의.
밤에는 밤의, 거리가 가진 얼굴이 있다.
이 거리에서 살아가는 인간에겐 익숙한 풍경이었다.
하지만 오늘 밤, 그런 거리 속에서 낯설고도 기묘한 인간이 걷고 있다.
눈에 띄는 모습을 한 두 여성이었다.
한 명은, 이런 늦은 시간에 밖을 돌아다니기엔 조금 이르지 않을까 생각될 만큼 몸집이 작고 어린 소녀였다.
그것뿐이었다면, 미성년의 밤놀이라며 약간 눈에 띄는 정도였깄지만, 바로 옆에서 걸어가는 또 다른 여성이 문제였다.
옆의 소녀와는 성별을 제외한 모든 것이 반대되는 몸집이 커다란 여자였다.
그저 몸집만 큰 게 아니다. 얼굴이나 드러난 어깨엔 크기를 불문하고 부수한 흉터가 아로새겨져 있었다.
그 흉터 아래엔, 여성의 그것이라곤 믿기지 않을 만큼 단련된 근육이 자리 잡고 있다.
소녀가 약간 뒤에서 걷고, 여자가 그런 소녀를 이끌 듯, 말이 나오지 않을 정도로 묵직한 박력과 함께 인도를 걸어나간다.
같은 길을 걸어가던 보행자들은 자연스레 그 둘에게 길을 양보하고 있었다.
말할 필요도 없지만, 그 두 명의 정체는 바로 선대와 사토리다.
──선대의 말대로, 밤에 행동하는 게 정답이었군요.
사토리는 남의 마음을 읽을 필요도 없이, 자신들이 이상할 정도로 눈에 띈다는 사실을 자각했다.
지금처럼 어두울 때에도 이렇게나 눈에 띌 정도다.
해가 떠 있을 때 거리에 나왔었다면, 얼마나 시선을 끌었을지 상상조차 가지 않는다.
──하지만 그래봤자 잠깐 위안이 될 뿐이네요.
주변의 인공적인 광원을 바라보며, 진절머리가 난 사토리가 작게 숨을 내뱉었다.
선대의 마음을 보게 된 뒤로, 전혀 알 수 없었던 바깥세계에 대한 지식을 얻을 수 있게 됐다.
일 년 내내 해가 뜨지 않는 지저나 환상향의 마을과도 다른, 고도의 문명에 의해 만들어진 도시의 광경을, 그녀의 마음을 통해 본 적도 있다.
하지만 실제로 이렇게 그 속에서 헤매고 있자니 그 장소와 환경의 차이에 놀랄 지경이다.
환상향의 지상을 뒤덮은 시커먼 어둠이나 지저에 가득 찬 울적한 어둠이, 이곳엔 존재하지 않는다.
너무 밝다.
너무 시끄럽다.
그리고, 사람이 너무 많다.
이 세계에 온 뒤로 이미 익숙해진 타인의 마음은 들리지 않게 됐지만, 그것과는 다른 주변을 에워싼 낯선 소음이 견디지 못할 만큼 불쾌했다.
이곳의 인간들은 어떻게 이 그치지 않는 소음을 견딜 수 있는 걸까?
그리고 어떻게, 이런 비좁고 답답한 공간에 기꺼이 모여 살아가는 걸까?
환상향에서는 있을 수 없을 정도로 높은 인구밀도를 자랑하는 길을 나아가며, 스스로에게 향해지는 호기심의 시선과 감정을 무시하려 노력했다.
상당히 좁아졌음이 분명한 능력의 범위 속에 발을 디디곤 빠른 걸음으로 떠나가는 인간들의 마음을 한순간이나마 읽어낸 사토리는 어째서 자신들이 이렇게까지 눈에 띄는 것인지 이해하기 시작했다.
우선 가장 처음 주의를 끄는 것은 선대이다.
커다란 몸집에 온몸에 상처가 난데다, 무엇보다 그 분위기나 박력이 두려운 듯했다.
그런 선대의 옆을 어린 소녀로 보이는 자신이 시중들듯 함께 하고 있는 모습이 더욱 기묘하게 보이는 것 같았다.
더군다나 둘 다 차림새부터 특이하다.
사토리의 뭔가 일반적인 패션을 벗어난 복장은 차치하더라도, 선대에 이르러선 아예 무녀복이다.
이것에 대해선 자신보다는 선대가 더 자각하고 있는 듯 보였다.
──그렇게 이상한 모습인가요?
사토리는 자기보다 조금 앞서서 걷는 선대무녀의 커다란 등을 올려다봤다.
주변의 반응 따위엔 눈길조차 주지 않은 채 당당한 태도로 발을 멈추지 않는 그녀였지만, 속으로는 엄청 쫄은 채 걷고 있단 것은 사토리만이 아는 사실이었다.
──위험해, 엄청 보고 있어. 무지하게 찍히고 있다고.
──근육 빵빵한 마쵸 우먼이 코스프레까지 하고 걷고 있으면, 그야 눈에 띄겠지!
──부끄러운 걸 뛰어넘어서 무서워. 부디 불심 검문하지 말기를!
──그것보다─, 사토링을 데리고 걷는 시점에서 유아 유괴라고 오해 받을지도 몰라! 모녀 관계라고 속이는 건……무리야!!
라면서 속으로 반쯤 혼란에 빠진 사고가 훤히 보였다.
그 외에도 「역시 화장실 슬리퍼」라든가 「유치원복」 같은, 복장에 대한 단어가 종종 들려왔지만, 사토리로선 의미를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일단 불쾌했다.
기발한 꼴 탓에 주목을 끌 뿐, 누구도 말을 걸려 하지 않는 것은 선대의 너무나 당당한 걸음 덕분이었지만, 그 실태는 멈추는 게 무섭고 부끄러울 뿐이었다.
천하무적의 선대무녀가 무서워하는 「불심 검문」이라는 게 뭔지, 사토리는 홀로 이상하게 생각하며 뒤를 따랐다.
물론, 선대도 시선을 피하기 위해서 무작정 걷고 있는 것은 아니다.
눈에 띄는 것을 각오하고 거리에 발을 들이민 이상, 구체적인 목적지는 이미 정해두었다.
──분명 「편의점」이라는 가게였나요. 이런 거리엔 반드시 있다고 했습니다만.
선대의 이야기에 따르면, 거리의 위치를 가리지 않고 세워진 가게이며, 그곳에서는 꽤 폭넓은 상품을 취급한다고 했다.
잡화상이라고 부르기엔 취급하는 품목이 너무 많은, 환상향에는 없는 계열의 가게다.
사토리에게 있어선 낯설기만 한 미지의 존재이긴 했으나, 선대가 말하길 그곳에서 현재 위치를 포함해 많은 것들을 조사할 수 있다고 한다.
신문이나 지도, 지역 가이드북이라 불리는 지역을 소개하는 서적 또한 있다. 게다가, 그 자리에서 읽으면 돈을 내지 않아도 된다.
거리에는 반드시 있으며, 게다가 수가 많기에 바로 찾을 수 있다는 것이 이 가게를 처음 목적지로 정한 이유였다.
떠들썩한 거리로 나온 지 아직 몇 분.
단 몇 분 만에, 이미 심한 주목을 끌긴 했지만, 선대의 말 또한 사실이었다.
「찾았다──」
작게 중얼거린 선대의 목소리를 사토리가 들었다.
마음속으로는 환성을 지르고 있다. 꽤나 안심한 듯하다.
선대의 시선을 더듬어보니, 도로 건너편에 「편의점」인지 뭔지 하는 가게가 보였다.
솔직히, 사토리로선 그 「편의점」과 주변의 건물을 전혀 구분할 수 없었지만, 어쨌든 목적지임은 틀림없었다.
선대와 달리, 사토리는 그곳을 찾아냈음에도 안심할 수 없었다.
그 가게에 들어가든, 이대로 길을 걷든 결국 똑같을 뿐이라 생각됐기 때문이다.
낯설기만 한 풍경이나, 끊이지 않는 소음만이 귀를 거슬리게 만들었다.
시야를 항상 지나다니며, 계속 앞길을 막는 인간의 수에 강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다.
눈과 귀를 막고, 주저앉고 싶어졌다.
방향을 튼 선대를 잃지 않도록 필사적으로 발을 놀렸다.
탁해진 물속으로 잠수하는 듯한 부자유스러움이 느껴진다.
발걸음이 무겁다.
속이 심하게 메스껍다.
평소에 들려오던 마음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 대신, 평소에 듣지 못한 소리가 싫어도 귀에 들어온다.
──세계가 다르다는 건, 이런 거군요.
이제야 실감했다.
이곳은, 자신이 살던 세계와는 다른 곳이라는 것을.
자신의 주변에 존재하는 것.
주변을 구성하는 것.
환경 그 자체가 다르다.
마치, 꿈이나 환상 속을 걷는 기분이었다.
다리가 지면을 밟고 있는 감각은 있지만, 자신이 어디를 걷고 있는지 알 수 없다.
아니, 그건 어느 의미 정답일지도 모른다.
이곳은, 원래 자신이 존재해선 안 되는 세계이기에──.
「──사토리!!」
선대가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를 듣고, 사토리는 그제야 정신을 차렸다.
어느새 거리가 멀어져 한 발 앞서 건너편 인도에 도착한 선대가, 고개를 돌려 자신을 보고 있단 사실을 깨달았다.
보기 드문 초조한 표정으로, 자신을 향해 목소리를 높이는 그녀.
사토리는, 그녀가 어째서 초조해하고 있는 건지 알 수 없었다.
마음을 읽을 수 없다──그것을 깨닫고, 새삼스럽게도 자신의 능력이 약해졌다는 것을 떠올렸다.
그랬네요.
그래서, 들리지 않은 거군요.
주변의 이상한 고요함은, 그 때문일까.
어째서 「이상한 고요함」이라고 하느냐면, 그것은 고요함과 동시에 시끄럽기도 했기 때문이다.
마음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하지만 소음은 제대로 들린다.
듣도 보도 못한 굉음과 신음소리를 닮은 무언가가 점점 커져간다.
아니.
가까워지고 있다.
사토리는 무심코, 소리가 들려오는 방향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자신이, 어디서 걷고 있는 건지 알 수 없다.
사토리는 횡단보도의 한가운데에 서있었다.
보행자용 신호는 어느새 빨간색으로 변해 있다.
사토리는 초록색에서 빨간색으로 색이 변한 것을 눈치 채지 못했다.
아니, 애당초 그것이 변한 의미를 알지 못 했다.
위기감도 없이, 그저 멍하니 멈춰 선다.
그런 사토리를 목표로, 마음을 가지지 않은 움직이는 거대한 무기물──대형 트럭──이, 다가오고 있었다.
귀를 꿰뚫을 기세로 울려 퍼지는 브레이크음과 클락션 소리를 들으며, 사토리가 눈을 부릅떴다.
◆
교통사고 현장은 여느 때처럼 구경꾼으로 뒤끓고 있었다.
횡단보도 앞에, 사고의 원인인 대형 트럭이 정차해 있다.
다행스럽게도 도로는 넓은 4차선 도로였으며, 교통정리원이 도착하기 전까지 다른 차량이 꼼짝달싹 하지 못하는 사태가 일어나진 않았다.
하지만 가장 먼저 현장에 도착한 두 경찰은, 눈앞에 펼쳐진 상황에 당황하고 있었다.
그들은 신입이 아니다. 이런 교통사고의 현장도 몇 번 쯤은 경험한 베테랑이다.
횡단보도에서 일어난, 보행자의 신호무시에 의한 교통사고.
게다가 친 건 대형트럭이다.
순찰 도중 보고를 받자마자 달려오는 동안 처참한 광경이 펼쳐져 있으리라 예상하고 있었다.
확실히, 대형트럭이 멈춰 있었다.
브레이크를 밟아서 생긴 타이어 자국 또한 남아있다.
틀림없이, 신고를 받은 사고현장의 모습이다.
하지만 중요한 피해자의 모습을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정말이라고요, 믿어주세요!」
지금, 한 경찰 앞에서 반쯤 비명을 지르듯 외치는 사람이 바로, 사고 당사자인 트럭 운전기사였다.
뒷목을 부여잡으며, 당황스러움에 혼란에 빠져 있었지만, 그럼에도 필사적으로 무언가를 말하기 위해 목소리를 높이고 있었다.
하지만 정작 경찰 입장에선 운전기사의 말은 지리멸렬하게 들릴 뿐이었다.
눈앞의 운전기사가, 사람을 쳤을 터다.
증언을 보건데 아마 피해자는 초등학생 여자아이인 듯했다.
성인 남성이었다면 운 좋게 살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아이가 대형트럭에 치였다면, 일단 살 가능성은 배제하고 봐야 했다.
자신이 아이를 죽여 버렸다는 사실에, 큰 착란을 겪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알겠으니까 그만 침착하세요」
「모르잖아! 너, 아무것도 모른다고! 정말이라니까!」
운전기사는 필사적인 모습으로 계속 소리를 내질렀다.
그런 그를 말리며, 경찰은 다시금 사고현장을 바라봤다.
모여든 구경꾼들이 멀리서 이쪽을 둘러싸고 있었고, 횡단보도에는 아이의 시체는커녕 피 한 방울조차 남지 않았다.
그 대신, 트럭 쪽을 보니 사고의 흔적이 확실하게 남아 있었다.
차체 앞부분의 범퍼가 보란 듯이 박살나 있다.
인간을 친다고 생길만큼 작은 흔적이 아니다.
마치 크기가 같은 트럭과 정면충돌이라도 난 것 같은 비정상적인 형태.
하지만 물론 이곳엔 이 트럭을 제외한 차량은 존재하지 않는다.
틀림없이, 이건 인간과 트럭이 부딪힌 살상사고일 터다.
숨 돌릴 새도 없이 말을 내뱉는 운전기사를 잠시 비켜 세우고, 경찰은 트럭이 파손된 곳을 살폈다.
차체 전면부가 짓뭉개졌고, 앞 유리창이 갈라질 정도로 퍼져나간 충격은, 한 자그마한 점에서 시작된 듯 보였다.
파괴된 범퍼의 중심이, 보다 더 크게 함몰되어 있었다.
게다가, 그 흔적은──.
「손자국……인가?」
「그러게 내가 말했잖아!」
운전기사는, 거의 비명을 내지르듯 말했다.
「아이를 쳐버릴 것 같아서 얼른 브레이크를 밟았단 말이야! 하지만, 이미 늦었단 걸 알았어!
그런데……그런데 갑자기 어떤 여자가 차 앞으로 뛰쳐나오더니, 맨손으로 트력을 세웠다고!!」
몇 번을 들어도 믿을 수 없는 말을, 폭발할 것 같은 기세로 되풀이하는 운전자.
제대로 감속도 하지 못한 대형 트럭의 돌진을 손바닥으로 세우고 그 충격에 오히려 차체가 반쯤 부서졌다는 이야기.
운전기사가 목을 다친 것은, 격돌했을 때의 충격 탓이었다고 한다.
대형 트럭이 사람을 친 교통사고에서, 유일한 부상자가 그 트럭을 운전하고 있던 사람이었다는 것이다.
당연히, 그런 우습지도 않은 소리를 경찰이 믿을 리 없다.
경찰을 따지기 이전에, 상식이 제대로 박힌 인간이라면, 일단 믿지 않는다.
하지만 불가사의한 현장 상황과──무엇보다 무수한 수의 목격자가 이곳에 존재하고 있었다.
「이봐, 어땠어?」
목격자들의 탐문을 끝내고 돌아온 동료 순경에게 질문을 건넸다.
서로가 당황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다.
「여러 사람한테 물어봤는데, 모두 똑같아. 무녀복을 입은 몸집이 커다란 여자가, 트럭을 때려서 멈춘 다음, 여자애를 데리고 도망쳤다던데」
「……믿기지 않는걸」
「아이도 특이한 차림새였다고 해. 저기 저쪽 골목에서 둘이 같이 걷고 있는 걸 보고 신경이 쓰여서 뒤쫓아 왔다가 사고 현장을 봤다는 사람도 있어」
「그야 그렇겠지. 그런 모습을 하고 있으면 눈에 띌 테니까」
「휴대폰으로 찍었다는 사진도 있어. 부탁해서 빌려 왔다」
「어이 너 그건……」
「됐으니까, 좀 봐봐!」
대답을 허락하지 않겠다는 기세로 강한 재촉에 이기지 못한 듯, 운전기사의 이야기를 듣고 있던 쪽의 경찰은 다른 경찰이 내민 휴대폰의 화면을 향해 시선을 떨궜다.
그 화변에 찍힌 장면을 본 경찰은, 경악에 빠져 눈을 부릅떴다.
이 모든 증거 앞에서도 그 경찰은 이 상황이 믿기지 않았다.
화면에 찍힌 모습이, 너무나도 비현실적이었기 때문이다.
「여자는 트럭을 세운 뒤, 제자리에서 신호등 위까지 뛰어 올라가더니, 그 다음은 빌딩 벽에 착지……옥상 부근에서 모습을 놓쳤대」
화면에는, 초등학생만한 여자아이를 겨드랑이에 끼운 채, 수직으로 세워진 벽을 달려 올라가는 무녀복 차림을 한 여자의 등이 비춰지고 있었다.
◇
──도망쳐!!
나는 그 어느 때보다도 전력을 다해 도망쳤다.
보행자들의 머리 위로 이런 저런 건물들의 벽을 박차 건물 사이를 건너뛴다.
무슨 할리우드 액션영화에 나오는 특수요원이 아니어서야, 이런 말도 안 되는 루트를 경찰이 쫓아올 수 있을 리가 없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무언가에 쫓기듯 나는 발을 멈추지 않았다.
이윽고 현장에서 충분히 먼 곳까지 도망쳐왔다는 것을 실감한 뒤에야 가까이 달라붙은 빌딩과 빌딩 사이를 향해 몸을 내던졌다.
파문을 쓸 것도 없다. 두 팔은 사토리를 가슴높이로 안은 채, 다리를 펼쳐 좌우의 벽을 짓밟는다.
그 마찰로 낙하의 속도를 조절하며 골목 안쪽에 무사히 착지했다.
사람 하나 없는 빌딩과 빌딩 사이에 낀 좁은 골목이다.
떠들썩한 대로에서 멀어진 탓일까, 골목 바깥에서 사람의 기척은 느껴지지 않는다.
그것을 확인한 난 그제야 한숨 돌릴 수 있었다.
「선대, 내려주세요」
아, 맞다.
나는 당황하며 사토리를 땅에 내려주었다.
그 순간, 껴안자마자 그 장소에서 도망쳐버린 것이다
그 판단이 틀렸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렇게 큰 소란이 났으니, 바로 경찰이 올 테고, 사토리나 내가 그 장소에 남아 있을 의미도 없다.
……그럼에도, 저질러버렸다는 후회가 밀려든다.
위험해.
남 시점에선 아무리 봐도 유아 유괴범이잖아.
그것보다, 애를 안고 빌딩 벽을 뛰어서 도망친다니, 이미 괴인이잖아.
아니, 그전에 맨손으로 트럭을 때려서 멈춰 세웠으니 무녀 코스프레 한 킹콩도 아니고 이게 대체.
목격자도 많을 테니, 완전히 도시 전설이 되어버리겠지.
「……죄송합니다. 제 탓이군요」
혼란에 빠진 내 생각을 읽은 듯, 사토리가 풀죽은 모습으로 중얼거렸다.
그렇지 않다──고는, 말 못하지. 역시.
내가 그때 트럭 앞으로 뛰쳐나온 건, 사토리가 치일 뻔해서.
이게 운전기사의 잘못이었다면 차라리 옹호해줄 수 있다.
하지만 일의 원인은 아무리 생각해도 사토리에게 있다.
사토리는 신호등이 붉게 변했음에도 태평해보일 정도로 천천히 횡단보도를 건너고 있었다.
사토리가 신호등에 대해 알고 있을 것이라 믿고 있던 나도 나쁘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그때 사토리는 너무 주의력이 산만했던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주변의 상황 자체에 무관심한 듯 보였다.
옆에서 걷고 있는 사람이 없다든가, 가까워지는 트럭의 소리라든가, 주변에서 이상한 점이나 위험함을 눈치챌 수 없었던 걸까?
평화에 노망든 일본인도 아니고, 환상향의 지저에서 살던 사토리가 그렇게나 위기에 둔감하다고 생각하기도 힘든데──.
「아니요. 확실히 무뎌져 있던 것 같네요. 변명도 못하겠어요. 제 주의력의 결핍이 확실한 원인이겠죠」
아─, 아니. 그렇게까지 자길 탓하지 않아도 괜찮은데…….
「아니요. 정말로, 지금의 전 무뎌져 있어요.
제3눈을 잃고, 본래 있는 눈과 귀만을 가진 제 자신이 이렇게까지 주변 파악을 할 수 없게 될 줄은 생각지 못했네요」
──그런가.
생각해보면, 지금의 사토리는 눈이나 귀가 불구가 된 것이나 마찬가지, 원래 갖고 있던 감각 하나가 사라진 상태다.
사토리의 「마음을 읽는 정도의 능력」은, 키고 끄는 것이 자유로운 능력이 아닌지라 상시 발동하고 있다.
싫어도 남들의 마음을 읽어버리고, 반대로 말하자면 사토리에게 있어서 「마음을 읽는다」는 것은 「보고」 「듣는」 것처럼 자신의 주변을 인지하기 위한 자연스러운 상태다.
예를 들자면, 누군가 다가오는 것을, 오감보다도 빨리 제 3의 눈으로 파악하는 것이 평소 사토리의 모습이다.
이곳에선, 그런 감각이 거의 사라진 것이나 마찬가지다.
거기에 더해 자동차 자체는 마음이 없는 무기물이며, 고속으로 달리는 물체다.
운전기사의 마음을 읽을 수 있는 거리까지 와서야, 그 단계에서 이미 한 발 늦은 것이다. 이미 치여 있을 테니까.
젠장, 제대로 생각하질 못했어……!
지금의 사토리에게 있어서, 거리란 예상보다도 더욱 위험한 장소였던 것이다.
「당신 잘못이 아니에요. 아까 말했다시피, 이건 완전히 제 잘못입니다. 정말로, 미안해요」
내게 고개를 숙이는 사토리의 모습은, 혹시 처음 보는 것일지도 모르는 기특함을 보이고 있었다.
아, 아니! 이건 진짜 어쩔 수 없다니까!
봐봐, 동화에서도 모닥불이나 대나무 바구니 때문에 마음을 읽지 못해서 퇴치당하는 사토리 요괴를 보면 그런 상황이 약점 같단 이미지가 있으니까.
「그게 이유라 해도, 제가 당신을 방해한 건 틀림없는 사실이에요. 실제로, 지금부터 어떻게 하실 거죠?」
풀죽은 표정인 채 내게 묻는 사토리의 모습에, 나는 무심코 대답을 망설였다.
으음─……사토리를 꾸짖고 싶진 않지만, 꽤 좋지 않은 상황에 빠져버린 건 확실하다.
사토리를 돕기 위해서라지만, 그렇게 이목이 쏠린 곳에서 너무 화려한 짓을 잔뜩 했으니.
대형트럭을 맨손으로 짓뭉개는 여자라니, 목격자가 소수였으면 아무도 안 믿을 괴담이지만, 목격자가 상당히 많았으니까.
게다가 환상향과는 달리 간단하게 사진을 찍을 수 있는 문명의 이기도 있고.
최악의 경우, 음성이 첨부된 동영상까지 찍혔을지도 모른다.
어쩌지, 경찰은 그런 걸 보고 믿긴 할까……?
어쨌든, 앞으로 대놓고 거리를 걸을 수 없게 됐음은 분명하다.
이번엔 「코스프레 한 거인녀와 소녀의 기묘한 파티」 같은 어중간한 수준이 아니다.
위험인물로서 반드시 신고 당한다.
설마 지명수배까진 당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얼굴을 기억할 것도 없이 생긴 게 너무 특징적이기도 하고. 일단 몰라볼 일은 없을 것이다.
사고 현장 근처는 물론이요, 이 거리──아니, 이 시내 일대를 못 돌아다니게 될지도.
상당히 행동에 제한을 받게 되어버리고 만 것이다.
「미안합니다……」
「사토리, 이미 끝난 일이다」
아직 사과하려 드는 사토리의 말을 내가 막았다.
적극적으로 생각하자.
내가 그때 뛰쳐나와서 얻은 건 「사토리를 도왔다」라는 최선의 결과다.
그 결과 뒤로 조금 나쁜 상황에 처해버렸다.
그뿐이야.
사토링이 무사한 게 최우선이지.
그거 이외의 문제는, 지금부터 대처해 나가면 돼, 우리 둘이서 함께!
「……그렇네요. 알겠어요, 저도 노력하도록 하죠」
그렇게 말하며, 사토리는 그제야 미소를 보였다.
사토링 진짜 천사.
「재수 없어요」
네, 그 미소 그대로 쌀쌀맞은 딴지에 걸렸습니다!
후……뭘 이렇게 우왕자왕하는 거냐, 나.
딱히 국가 권력 따위 지금의 내겐 무섭지도 어떻지도 않다.
사토리 덕분에, 나 또한 침착성을 되찾았다. 일명 현자타임.
「하지만 움직이기 어려워졌다는 건 틀림없어요. 당신이 말하던 「편의점」이란 곳에도 그리 쉽게 가진 못할 것 같습니다만」
뭐, 애당초 이 꼴론 당당히 행동할 수 없었을 테니까.
편의점의 손님이나 점원한테 「이상한 사람」이라고 무시되느냐 신고 당하느냐의 내기였고.
더 밤이 깊어질 때까지 기다려서 본격적으로 사람이 없어질 때까지 적당한 건물에라도 숨어들어갈까?
지도가 있는 서점이라든가, 아니면 인터넷이 가능한 곳. 개인이 경영하는 가게라면 침입하기도 편할 것 같다.
아니면 과감히 이 거리를 떠나는 것도 괜찮겠지.
이곳도 꽤나 큰 도시 같으니, 계속 가다 보면 다른 시가지와 맞닥뜨릴 가능성도 높다.
소란이 퍼지지 않은 곳에서 다시금 행동하는 것도 좋다.
그 전에──거기!
「누구냐?」
나는 그 순간 사토리를 감싸듯이 뒤를 돌아봤다.
이쪽을 향해 다가오는 누군가의 기척을 느꼈기 때문이다.
큰길로부터, 이 좁은 골목으로 이어진 좁디좁은 입구 근처에서 그 기척이 느껴진다.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은, 숨어있다는 것.
내 부름에도 반응하지 않는다.
단번에 불순한 분위기를 느꼈다.
「나와라, 거기 있는 건 안다」
위협하듯이 말하며, 문득 제정신을 차렸다.
경계하고 있는 건 내 쪽이지만, 상대 또한 마찬가지일지도 모른다.
어쩌다 기웃거린 골목 안에, 소녀와 마주보고 있는 마초 무녀가 있다면 범죄 현장을 목격한 줄 알고 위축되는 것도 당연하다.
……위험해. 또 도망쳐야 하나!?
「어머, 아시는 건가요. 굉장하시군요」
우왕좌왕 망설이는 내 상태에도 거리낌 없이, 기척을 내뿜던 존재가 훤히 모습을 내보였다.
젊은 여성이었다.
머리카락의 일부가 정수리에 모여 상투를 틀고 있다.
침착한 느낌의 파란색을 기조로 한 복장을 입은, 평화로운 분위기와 물에 젖은 듯 감겨드는 성적 매력을 풍기는 미인이다.
음, 왠지 모르게 상냥한 느낌의 사람인걸.
적어도, 갑자기 경찰에 신고할만한 사람은 아닌 듯하다.
그리고, 아마 유부녀다.
아니, 딱히 근거는 없지만, 뭐랄까아─이 특유의 섹시함이─.
「한밤중에 이런 골목 안에서, 대체 무슨 일이시죠? 그 여자아이는, 당신의 자녀분이신가요?」
그 여성은, 따스한 말투와 목소리로 점점 이쪽을 물들여오는 것 같았다.
이 상황, 이 구도에서 사토리와 날 모녀라고 착각해주다니, 발상이 너무 선량하잖아.
이거, 혹시 생각지 못한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기회일지도 모른다.
「뭔가 사정이 있으신 거겠죠. 괜찮으시다면 저희 집에 오시지 않으시겠어요? 이런 곳에서 이야기하긴 어려우실 테니까요」
그런데 어떻게 말을 꺼낼까 고민하고 있던 나보다 먼저, 이렇게 멋진 제안까지 해주었다.
어이어이, 뭐야 이분.
천사의 손길 같은 건가!?
「이 경우엔, 천사보다 악마가 아닐까 의심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요」
의미심장한 말과 함께 우리들의 대화의 끼어든 목소리의 정체는 바로 사토리였다.
묵묵히 내 뒤에서 모습을 드러내고 눈앞의 여성을 향해 다가간다.
단순하게 보이는 행동이었다.
하지만 제정신이 든 난 사토리의 목적을 눈치챘다.
사토리는, 저 여성의 마음을 읽을 생각인 것이다.
「──오호라」
일정한 거리까지 다가가 멈춰선 사토리가 끄덕인다.
「어머, 왜 그러시죠?」
「당신은, 어떻게 골목 안에 있던 우리를 눈치챈 거죠?」
「예에, 그건 말소리가 들려서……」
「사고 현장부터 미행했다──라고 생각했네요」
그때 처음으로, 여성의 일관성 있던 표정이 무너졌다.
자연스럽게 피어오른 상냥한 미소가, 부자연스럽게 굳는다.
「그 현장에 마침 있던 것 자첸, 우연이었고요」
「──」
「대형트럭을 맨손으로 멈춰낸 인간의 힘에 흥미를 느끼고, 접촉할 기회를 노렸군요」
「──」
「제가 누구인가, 라. 저보단 당신의 정체를 먼저 가르쳐주셨으면 합니다만. 아, 말하기 싫으시다면 괜찮습니다. 이미 「생각」했으니까요」
내 눈앞에서, 상대의 말을 필요치 않는 일방적인 대화가 성립되고 있다.
이렇게 보면 사토리의 능력은 정말 흉악한걸─.
그리고, 저 사람 대신 난 능력의 범위 바깥으로 나왔으니, 이럴 때만큼은 실례되는 생각을 해버리고 말지만──사토리, 그러면 누구라도 미워하는 게 당연하지.
계산한 건지, 아니면 그냥 순수하게 저러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일방적으로 말하는 사토리의 얼굴에는 기분 나쁜 미소가 지어져 있었다.
사토리의 이야기를 듣는 한, 아무래도 이 여성은 겉모습대로 순수하고 상냥한 인간상을 가진 것 같진 않지만, 그럼에도 사토리가 나쁜 쪽으로 보여 버리고 마는 악랄함이 느껴질 정도다.
완전히 악당 분위기 물씬 풍기는 표정이야, 사토링.
남들한테 오해 당하는 것도, 이해 못하진 않겠네.
「선대」
「뭐지」
갑작스레 이름을 불린 난 속으로 쫄며 부름에 답했다.
바, 방금 생각한 게 들킨 건 아니겠지?
「문제가 하나 해결됐습니다. 여긴 「바깥세계」가 분명해요」
「……무슨 말이지?」
내 의문에,
「이 여성은 인간이 아닙니다. 선인이에요. 그렇죠──곽청아 씨」
그런 전혀 예상치 못한 대답이 돌아왔다.
무심코, 여성──청아를 바라봤다.
지식에 있는 곽청아라는 캐릭터의 모습과는 틀리다.
하지만, 그게 당연한가.
우리들이 그렇듯이, 현대 사회에서 사는 데에 게임 같은 모습은 눈에 띌 뿐이다.
그럼, 정말?
이 사람이 미래에 일어날 이변인 「동방신령묘」에서 등장하는 곽청아야?
지금은 현대 사회에 녹아들어가 생활하는 중인, 환상향에 오기 전의 그녀라고?
「……그렇군요, 마음을 읽을 수 있는 거예요」
역시 청아 또한 사토리가 무엇을 한 건지 이해한 듯하다.
납득하듯이 작게 끄덕인다.
그 행동 속에서 대체 어떤 마음을 읽은 것인지, 사토리는 불쾌하다는 듯 눈썹을 찡그렸다.
반대로, 청아는 뺨을 붉히며 미소를 키웠다,
「두 분 다, 멋·져·요」
뜨거운 한숨을 내뱉듯 꺼내지는 말.
얼굴 위에 배어든 미소는, 아까 전과 같은 평온한 미소가 아니었다.
하지만, 지금까지 지었던 표정이 그저 남을 속여내기 위한 가면이었다는 것을 단번에 알만큼──정말로 기쁘고도, 즐거워 보이는 표정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