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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나 이뤄질 수 있다면 外

叶うことならば 外


원작 |

역자 | 淸風

은빛 달


 지금, 장미관에는 둘밖에 없었다.
 말없이 서류다발을 향해 펜을 놀리고 있는 요코. 그 움직임은 헛된 곳 없이 유려하다. 버릇인지 중간중간 앞머리를 손으로 만진다.
 나는 눈앞의 서류를 읽는 척하면서, 실제론 전혀 다른 곳에 눈길을 향하고 있었다. 막힘없이 움직이는 요코의 손, 머리카락을 만지는 섬세한 손끝, 매끄러운 피부와 반듯한 옆모습, 늠름한 눈동자, 윤기있게 빛나는 입술.
“―――무슨 일이니, 세이. 뭔가 모르는 부분이라도 있어?”
“아아, 아니, 아무것도 아니야.”
“그래?”
 바로 요코는 자신의 작업으로 돌아간다.
 급작스런 일에 약간 놀라면서도, 나는 평정을 지키고 있는 척하며 서류에 눈을 돌린다. 그것도 잠시, 바로 눈길은 요코를 다시 향한다. 요코는 날카로우니까, 계속 보고 있으면 또 눈치채인다. 그래도 보지 않곤 있을 수 없었다.

 그때의, 시오리와의 슬픈 이별에서 빨리도 1년에 가까운 세월이 흘렀다. 그 뒤로 나는 텅 빈 마음을 가지고 살고 있었다. 동료들에게 더이상 걱정시키지 않으려고 표면상으로는 농담을 해대며, 경박한 미소를 띄우고, 머리카락도 잘랐다. 하지만 그 내용물은 완전히 텅 비었고, 두둥실 아무 곳에도 발을 붙이지 못해, 현실감도 부족했다.
 봄이 되어서. 시마코와 만나, 나는 다시 마음이 흔들렸다. 벚꽃잎이 춤추던 곳에서 만난 우리는 서로에게 끌려, 이윽고 자매가 되었다.
 시마코의 존재로 평안을 되찾은 나는, 거기서 처음으로 내가 요코에게 참을 수 없을 정도로 끌리고 있는 걸 깨달았다. 깨달았을 때는 이미 억누를 수 없을 정도로 커다란 마음으로 자라 있었다.
 생각해 보면, 크리스마스 이브. 시오리와 헤어진 날에 내 옆에 있었던 건, 나를 기다려주고 있었던 건, 언니와 요코였다. 요코는 계속 자포자기할 것만 같았던 나를 지켜보고, 때때로는 꾸짖고, 때때로는 달래며, 내 철없는 말과 행동에 상처를 입어가면서도 곁에 있어 주었다. 나는 요코에게 마구 지독한 말을 하거나, 떼 같은 걸 쓰며 폐를 끼쳤지만, 뒤집어 말하면 요코에게는 응석부릴 수 있다는 마음이었던 것 같다. 겉모습보다 사실은 훨씬 연약한 나는, 누군가에게 매달리는 걸로 강함을 지킬 수 있었다.
 환전히 마음을 빼앗기고 있었다.
 아직 1년도 지나지 않았는데, 강렬한 이별을 겪었는데, 벌써 다른 사람을 좋아하게 된다는 건 너무한 걸까. 분별이 모자란 걸까.
 하지만 한 번 움직여버린 마음은 더 이상 멈출 줄을 몰라, 나는 요코의 별것 아닌 동작에, 표정의 변화에, 사로잡혀 버린다. 그렇게 보면 볼수록 요코의 매력에 빠져들어간다.
 몇번이나 마음을 고할지를 고민했다.
 하지만 거절당하는 게 무서워서 그럴 수 없었다.
 한 번 시오리를 잃은 나는, 요코마저 잃어버리는 걸 굉장히 두려워하고 있었던 거다. 요코가 자신을 받아들여 준다는 보증 같은 건 어디에도 없으니 더더욱.
 미움받고 있지는 않다고 생각한다. 아무리 뭐래도, 미움받고 있었다면 그렇게까지 날 돌봐주진 않았을 거다. 그 반면, 요코가 남을 잘 돌보는 성격인 걸 생각하면, 마음이 내키지 않아도 동료를 보살피는 정도는 해 주리라는 것도 상상이 간다.
 그래서 나는 괴로운 마음을 안은 채로 나날을 보내고 있었지만.
“―――무슨 일이니. 역시, 무슨 일 있니?”
 다시금 요코가 손을 멈추고 이쪽을 바라본다.
“아니, 저기.”
 침착해라.
 평소랑 마찬가지로, 최대한 평범하게 접하는 거다.
“영화 초대권을 받았는데, 한 장이 남아서. 괜찮다면 이번 일요일이라도 요코랑 같이 보러 갈까 싶어서.”
 최대한 평정을 가장하며 나는 말을 꺼냈다.
 가급적, 딱 요코가 이 자리에 있었으니까 좀 꼬셔봤다. 같은 느낌으로.
“별로 상관없어.”
“아니, 그렇게 말하지 말고 잠깐쯤은 고민해도 괜찮지 않아? 모처럼 받은 무료푠데……에? 지금, 뭐라고?”
“그러니까, 별로 상관없다니까. 뭐야, 너, 아까부터 그걸 말하려고 나를 흘낏흘낏 보고 있었니?”
 기가 막힌 듯이 요코는 한숨을 내쉬었다.
 상태를 엿보고 있었던 건 빤히 보였던 모양이다. 그보다, 잠깐 기다려. 요는 초대에 대한 대답은 OK라는 건가?
“정말 괜찮아?”
“마침 이번 일요일은 비어있고. 언제 어디서 만나면 돼?”
“에, 에에, 10시에 M역 앞에서.”
“그럼, 역 출구쪽으로 하자. 아, 어느 출구쪽이 괜찮니?”
“에, 그, 그건.”
 척척 뒤로 나아가는 이야기에 나는 마음속으로 깜짝 놀라면서도, 요코의 마음이 바뀌기 전에 즉석에서 전해 나간다.
 어찌된 일이야, 지금까지 데이트 신청하는 걸 계속 망설이고 있던 자신이 바보스럽게 느껴진다. 단지, 요코는 단순히 친구랑 영화를 보러 가는 정도의 기분에 지나지 않을지도 모르겠지만, 그건 그거. 지금은 둘이서 놀러 간다=데이트한다는 사실이야말로 가장 중요한 사항이니까.
“좋아! 그럼, 약속이야, 요코.”
“응. 뭐야, 그렇게 애들처럼 떠들어대곤. 일을 끝내지 않으면, 놀러도 못가니까.”
“이 정도는 바로 끝낼거야.”
 희희낙락하며 일에 매달린다.
 타산적인 마음으로, 이 뒤는 요코도 놀랄 정도의 속도로 일을 마쳐나갔다. 마지막에는 질린 표정으로 언제나 그 정도로 의욕을 내주면 좋을 텐데, 라고 비꼬는 소리를 들어 버렸다.
 하지만 지금의 나한테는 그런 비꼬는 소리마저도 기분 좋은 음악처럼 밖에 들리지 않았다.



 일요일, 당일.
 오늘이야말로 꼭 시간에 맞춰서 약속장소에 가겠다고 결심했었는데, 결국 나는 지각해 버렸다. 이것도 다 소풍을 앞둔 어린애처럼 다음날에 대한 기대와 흥분에 눈이 초롱초롱거려 꽤 잠들기 힘들었기 때문이다.
 일어나곤 당황해서 준비를 했다. 요코는 신경쓰지 않을지도 모르겠지만, 아무래도 데이트 때 머리를 정돈하지도 않고 지독한 얼굴에 적당한 옷차림으로 나갈 수는 없었다.
 그런 일들 뒤에 뛰어갔을 때는, 이미 약속시간을 10분 이상 지나 있었다. 당연히 요코는 이미 도착해서 기다리고 있는 상황.
“미, 미안, 요코!”
“10분 지각이면, 평소보다 빠른 거 아냐?”
“하하, 엄하네.”
 다행히도 그리 화내고 있는 것 같진 않았다.
 그보다도.
“요코, 귀여워!”
 고풍적인 코트는 주름 칼라와 소매에 달린 프릴로 촌스럽지 않고 사랑스런 디자인. 검은 부츠에 엷은 분홍색 가방을 맞춰 입고 서 있는 요코의 모습은, 평소의 교복차림에 눈이 익었던 내가 보기에는 눈부실 정도였다. 요코의 성격을 생각하면, 분명 코트 아래도 빈틈없이 잘 갖춰 입었겠지.
“고마워. 세이도 멋져.”
 요코도 무난하게 대답해 준다.
 내 쪽은, 니트 탱크톱에 스웨터를 맞춰 입고, 그 위에 재킷을 두르고 있다. 아래는 부츠컷 실루엣의 세미 타이트 팬츠.
 너무 힘쓰지 않고, 그러면서도 요코에 대해서 생각하면서 코디네이트를 했었지만, 과연 마음에 들어 줬을까.
“밖은 추워. 빨리 가자.”
“아, 응.”
 아무래도 겨울 이 시기에 밖에서 약속을 잡은 건 실수였을지도 모르겠다. 나는 약속장소에 대해 후회를 했지만, 요코는 신경쓰지도 않은 듯이 걸음을 옮긴다.
“무슨 일이니, 세이. 가자.”
“응.”
 고개를 가볍게 흔든다.
 지나버린 일을 이래저래 고민해봐야 별 도움이 안 된다. 요코도 기분 나빠하지 않은 것 같으니, 앞으로 즐거운 데이트로 만들 수 있도록 신경쓰는 게 중요하다.
 그래서 나는, 미소를 지어 이야기하면서 나란히 걸음을 옮겼다.


 영화를 보고 감상을 나누면서 약간 늦은 점심을 먹고, 쇼핑을 시작한다. 딱히 드물지 않은 평범한 데이트코스라고 생각하지만, 딱히 진기함을 자랑할 필요는 없으니까 충분했고, 요코와 함께 있다면 단순한 산책이라도 나에겐 멋진 데이트 코스로 바뀌는 거다. 거기에, 사실 서프라이즈는 밤에 준비해 뒀으니까 그때까지는 평범하게 진행하는 편이 요코도 놀라겠지.
 그런 걸 생각하면서 쇼핑몰 안을 돌아다니다 저녁이 되었다.
“요코, 잠깐 쉴까?”
“그렇구나, 어디서 쉴까……어머?”
 요코의 목소리에 뒤를 돌아보자.
 쪼매난 여자애가 요코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솔직히, 본 순간부터 나쁜 예감이 들었다.
“무슨 일이니? 공주님.”
 쭈그려 앉은 요코가 눈길을 맞추고 상냥하게 물음을 꺼내자.
“……엄마, 없어졌어.”
 라고 자그만 소리로 말했다 싶었더니, 순식간에 눈이 축축해지고, 눈물이 흘러 떨어졌다. 그와 동시에 커다란 소리로 울기 시작한다.
“어머, 큰일이네. 엄마하고 헤어진 거구나.”
 바로 요코가 위로한다.
 여자애의 자그만 몸을 살짝 안고 머리를 쓰다듬지만, 여자애는 울고 소리치며 진정할 기미도 보여주지 않는다.
“울지 마, 괜찮으니까. 언니들이 같이 엄마를 찾아 줄테니까. 자, 세이, 잠깐 와줘.”
“……왜?”
 손짓대로 요코의 옆에 쭈그려 앉는다.
“재밌는 표정 지어줘.”
“……에?”
“그러니까, 재밌는 표정 지어서 웃게 해줘.”
 무슨 소리를 하나 했지만, 요코는 굉장히 진지한 표정을 짓고 있다.
 나는 다시금 울고있는 여자애를 봤다.
 솔직히, 어린애는 딱히 싫어하는 것도 아니지만 좋아하지도 않았다. 물론 미아가 된 여자애를 놓아둘 수야 없지만, 지금은 요코를 눈앞의 여자애에게 뺏긴듯한 기분이 들어서 약간 마음이 불편했다. 내가 생각해도 애같다곤 생각하지만.
“내가? 애를 달래는 거야?”
“그래.”
 깊게 한숨을 내쉰다.
 그 뒤에, 나는 단념하고 요코의 요망에 따랐다.
“자, 공주님. 이쪽을 봐줘~. 울고있는 애는 먹어버린다―.”
“그래그래, 그 상태로. 예행연습이라고 생각하고 힘내줘.”
“에?”
“아아 잠깐, 중간에 멈추지 마.”
“아, 응……에, 아야야야야야! 얘, 얘야, 꼬집지 마!”
 무슨 일인가 했더니, 눈앞의 여자애가 손을 뻗어서 내 뺨을 잡아당기고 있었다. 어린 만큼 힘 조절이라는 걸 모르는 거겠지. 정말로 사양없이 힘을 주고 있다.
 그 자그만 손을 떨쳐내고, 뺨을 누르고 있자.
“……이 사람, 무서워.”
“안되잖아, 세이. 난폭하게 대하면.”
 여자애가 다시 울면서 요코에게 안기고 있다.
“아니, 그래도, 지금 건.”
“미안해, 무섭지 않으니까. 맞아, 공주님 이름은? ……그래, 사나에 쨩이라고 하는구나. 귀여운 이름이네. 사나에 쨩, 배고프지 않니? 아이스크림이라도 같이 먹을까?”
 변명하려고 하는 내 말을 막고, 여자애를 달래고 있다.
 나는 말을 더 꺼내려고 했지만, 결국 포기하고 머리를 긁적였다.


 그 뒤에는 여러모로 큰일이었다.
 미아가 된 여자애를 거의 1시간에 거쳐 무사히 어머니에게로 돌려보냈지만, 그 뒤에 이번에는 손주에게 줄 크리스마스 선물을 사러 왔다는 할아버지에게 왠지 붙들려서, 할아버지의 손주가 바라고 있다는 장난감을 찾으러 매장을 돌아다녔다. 할아버지는 열심히 장난감에 대해 설명했지만, 아무리 들어도 뭔지 알 수 없어서 점원까지 함께 온 곳을 수색하게 되었다.
 간신히 찾아낸 장난감을 사서 할아버지를 배웅했다 싶었더니 다음은 소매치기 소동에 말려들어서, 범인을 쫓아 점내 추적극을 벌여, 훌륭하게 나와 요코의 연계로 범인을 붙잡고.
 이런저런 갖가지 트러블과 사고가 끝났을 무렵, 시간은 이미 21시를 지나 있었다.
“……오늘은 큰일이었네.”
“정말…….”
 온몸에서 힘이 풀린 우리는 지친 몸을 의자에 맡기고 뻗어 있었다. 소란동안 아무것도 먹을 수 없어서, 이제서야 간신히 간단한 식사를 하고 있다.
“아―아, 원래는 저기에 갈 셈이었는데.”
 나는 손에 든 종잇조각을 테이블 위에 아무렇게나 꺼냈다.
 그건 가까이 있는 호텔의 레스토랑 광고지. 하지만 이미 늦었다. 원래는 예약을 잡아뒀었지만, 그 소리를 하면 요코가 분명 미안하게 생각해 버릴테니까 입밖으론 꺼내지 않았다.
 그게 설마 쇼핑몰의 푸드 코너에서 싸구려 피자와 치킨을 먹는 상황이 될 줄이야, 생각지도 못했다.
“유감스럽지만, 또 다음번에 오면 되잖아. 가끔은 이런 것도 나쁘지 않아.”
 요코는 웃는다.
“음―, 그래도, 요코는 괜찮니? 모처럼 ​크​리​스​마​스​이​브​인​데​,​ 나 같은 거랑 둘이서 이런 곳에서 이런 걸로.”
 치킨을 집어들고 한입 베어문다.
 그러자 요코는.
“세이는 바보구나.”
“에, 어 어째서. 나는 요코를 위해서 호텔 레스토랑을…….”
“그런 이야기가 아냐.”
 얼음이 녹아 연해진 레몬티를 한 모금 마시며, 요코는 가볍게 입을 내밀었다.
“모처럼 크리스마스이브 같은 날에, 세이의 초대에 응한 건 어째서라고 생각하니?”
​“​어​째​서​냐​니​…​…​.​”​
“나는 세이랑 함께 있으면 푸드 코트의 피자도 전혀 문제없어. 너는 그렇지 않은 걸까?”
“그……그럴 리가! 나도, 요코만 있어 주면.”
“그러면 문제 없잖아.”
 싱긋 미소짓는다.
 그 미소가 내 가슴을 두드렸다.
“그보다, 세이.”
“응.”
 요코는 가방에서 작은 봉투를 꺼냈다.
“아직 이브지만, 해피 버스데이, 세이.”
“아……기억해 줬구나.”
“당연하잖아, 잊을 리 없잖아.”
 그 말에 약간 감동하면서, 봉투를 받아들었다.
 열어도 괜찮은지 확인한 뒤에 안을 보자, 안에서 나온 건 은팔찌. 심플했지만 그게 나한텐 마음에 들었다. 바로 손에 들어서 손목에 차 보자, 달아오른 피부에 닿는 차가운 감촉이 기분이 좋았다.
“마음에 들어해 주면 좋겠는데.”
“마음에 드는게 당연하잖아! 요코가 준 선물이니까!”
“후후, 고마워……그래도, 아까 세이의 말을 따라하는 건 아니지만, 세이야 말로 괜찮았니?”
“에, 뭐가?”
“모처럼 생일 이브에, 나 같은 거랑 둘이서 이런 푸드 코트에서 싼 피자랑 치킨으로 식사하는 게.”
 짓궂게 요코가 물어본다.
“괘, 괜찮은게 당연하잖아! 나는 요코랑 함께 있다면, 어떤 곳이라도.”
“그럼 전혀 문제 없잖아.”
“……그렇, 구나.”
 우리는 얼굴을 마주보고, 터지듯 웃었다.
 그래. 장소나 음식이 중요한게 아니다. ‘누구랑 함께인지’야 말로 무엇보다 중요한 거니까.
“―――아, 그래도 문제가 없는 건 아니야.”
 문득 떠올라서, 나는 웃는 걸 멈추고 요코를 바라봤다.
“에, 어떤 거니?”
“이브 날에 함께라도, 생일 당일에 함께 있을 수 없다면 문제잖아. 요코, 내일도 같이 있어 줄래?”
“음―, 어떡할까?”
“엣―, 그건―.”
“한심한 표정 짓지 마. 아, 밖에 봐봐, 세이.”
“설마, 내리기 시작했어? 화이트 ​크​리​스​마​스​라​거​나​?​”​
“그렇게 잘 풀릴 리가 없잖아. 내리기 시작한 건 맞는데, 비야.”
 요코가 말한 대로 밖에는 우산의 꽃이 피기 시작하고, 라이트에 비친 빗방울이 반짝반짝 빛나며 떨어지고 있었다.
“우왓! 진짜? 괜찮다고 생각했었는데.”
“나도 우산은 가져오지 않았어.”
“앗차.”
 빗발은 강하지 않았지만, 이 시기에 젖었다간 아무래도 춥겠지. 쇼핑몰도 푸드 코트나 레스토랑 거리 외에는 이미 문을 닫았다. 근처의 편의점까지 달릴 수 밖에 없는지 고민하고 있자.
“가자, 세이. 본격적으로 퍼붓기 전에.”
“으―, 추울 것 같은데.”
“괜찮아. 추워지면 데워 줄건데?”
“……에?”
 이미 일어나서 쟁반 위의 쓰레기를 버리고 있는 요코의 등에 눈을 향하자, 약간 이쪽을 향하고 있는 요코의 옆얼굴이 기분탓인지 빨개져 있는 것 처럼 보였다.
“내일‘까지’ 같이 있을 거잖니?”
“에……아…….”
 무심코 멈춰섰다.
 귀에 들어온 말을 되새기고, 머릿속에서 처리하고, 간신히 나는 정신을 차린다.
“잠깐, 세이?”
“응, 가자. 바로 가자. 자, 요코!”
“꺄악! 잠깐, 간다니 ​어​디​로​…​…​차​가​워​!​”​
 요코의 손을 잡고 나는 비가 퍼붓는 밤거리로 뛰어들었다. 바로 차가운 빗방울이 머리를, 얼굴을 두드리지만, 마음이 뜨거워서 추위는 느껴지지 않는다.
 뒤를 돌아보자 당황하며 따라오는 요코의 모습이, 크리스마스용 조명을 받아 환상적인 빛을 내는 빗방울에 감싸여 빛나고 있었다.
“괜찮아, 바로 데워 줄테니까!”
“정말……세이도 참, 바보라니까.”
“바보라도 괜찮아!”
 비는 내린다.
 1년전의 상처는 아직 남아있다.

 하지만.


 나는 웃고 있고, 웃어줬으면 하고 느끼는 사람이 있다.
 손을 잡고 싶다고 느끼는 사람이 있다.


 그쪽을 바라보자, 요코와 잡은 손에 찬 은빛 고리가 즐거운 듯이 떨리며, 부드러운 빛을 내고 있었다.


 
~추신~
 세이님의 생일! 그리고 크리스마스! 세이요코! 라는 걸로 어떻게든 24일에 올려야……하는 기세로 썼습니다만, 구상할 시간도 부족했기에 잘 모르겠는 결과가 되어 버렸습니다.
 좀 더 멋진 세이요코를 쓰고 싶은데요!

역자의 말:
 솔직히 말해서, 번역 끝난 다음에 크리스마스까지 기다렸다 올릴까 좀 고민 했었습니다. ……그래도 4달을 기다리는 건 너무하다 싶어서 바로 업로드.
 읽으면서 크리스마스의 계절감을 머릿속으로 상상해 주세요……라는 말을 추신에 써도 소용이 없나?

 예전에 건드렸을 때와는 달리 백합 SS에도 생각보다 반응이 있어서, 앞으로는 반응을 주시는 분들이 있는 한 백합 SS들도 계속 건드려 나갈 생각입니다.
 그럼, 다른 화에서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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