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쿄우스케는 코스튬 플레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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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 10화


​"​가​짜​.​.​.​연​인​?​"​

의미를 알 수 없기에 앵무새같이 따라 말하는 나에게 쿠로네코는 계속해서 말했다.

"그래, 가짜연인. 당신과 내가 거짓으로 사귀어서 저 여자의 반응을 보는거야."

확실히 '나에게 연인이 생기면 키리노가 어떤 반응을 보일까' 에 대한 질문의 해답이긴 하지만, 그거 좀 너무한거 아니야?

"매일 여동생에게 바보취급 당하는 주제에, 한번쯤 놀려볼 생각도 없는걸까, 한심한 남자네."

"윽..."

확실히 쿠로네코의 말대로 나도 한번쯤은 진지하게 키리노를 놀려먹는 것도 나쁘지는 않은 선택인데, 호기심도 해결되고, 그런데 그것보다-

"나는 여동생한테 한방 먹이고 호기심도 해결하겠지만, 너에게 무슨 메리트라도 있는거냐?"

"......"

가짜로 연인행세를 한다는거, 아무래도 민감한 사안인것 같은데. 왠지 아무런 대답이 없는 쿠로네코에게 나는 놀림기 가득한 목소리로 말했다.

"아니면 뭐, 너 나 좋아하냐?"

이제는 충분히 어두운 해변가에서 완전히 바다로 고개를 돌려버린 쿠로네코의 표정을 확인할 수 없기에 이런 회화도 의미가 없겠지만.

"좋아해."

쿠로네코는 다시 몸을 돌려 나를 정면으로 봤다. 청초한 하얀 원피스에, 석양을 등지고 나를 응시하는 쿠로네코의 모습은 잠시라도 넋이 나가기엔 충분했다.

"좋아해. 당신이, 당신의 여동생을 좋아하는 마음보다 훨씬."

"...무슨 의미야?"

의미를 알 수 없는 대답. 언젠가와 똑같은 농담에 농담으로 대답했던 쿠로네코였지만. 쿠로네코의 분위기는 절대 농담을 할만한 분위기가 아니었다.

"말 그대로의 의미야."

숨을 죽이고 물어보는 나에게 쿠로네코는 싱긋 웃으며 대답했다.

그 후 쿠로네코에게 이렇다 한 대답도 하지 못한채 폭죽놀이도 끝나, 서로의 팬션에 귀가하게 됬다. 당연하게도 7명이서 한 팬션에서 자는것도 무리였지만 그런 키리노의 권유에 "오빠랑 한지붕이라니 생리적으로 무립니다." 라는 아야세의 대답으로 캔슬. 지금은 평소의 오타쿠팀 넷이, 팬션의 거실에서 잡담이나 하고 있다. (곰곰히 생각해보니 낀다면 나도 오타쿠팀이네..)

"그러고 보니, 이제 여름방학이네."

화제를 돌리기 위해 억지로 꺼낸듯한 이야기를 하는 키리노는 이내 쿠로네코를 쳐다보며 말했다.

"너, 이번 여름코믹 써클참가 할거야?"

설마 이녀석, 쿠로네코를 신경써준건가?

"뭐 참가야 당연히 하겠지만."

쿠로네코의 대답에, 뭔가 안절부절 못하는 키리노의 반응을 보니 하앙, 이녀석 자기도 어울리고 싶은거구만. 정말 솔직하지 못한 녀석이다. 같이 하고 싶으면 하고 싶다고 하면 될것을. 뭐 여기서는 오빠된 입장으로 권유를 해볼까. 했지만 쿠로네코의 반응이 더 빨랐다.

"흐응... 그래, 요번에는 너희들도 참가해보지 않을래?"

"오오! 굿 아이디어요 쿠로네코씨!"

"뭐 해주지 못할것도 없지만!"

"......"

그래, 이제는 내가 딱히 도와줄 필요는 없다. 키리노가 쿠로네코와 같이 어울리고 싶은 정도로, 쿠로네코도 다같이 어울리고 싶은 마음은 같으니까. 쳇, 정말로 이제는 내가 낄 자리가 없네.

"뭐, 전력증강에 확실히 도움은 될테고."

내가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동안, 쿠로네코는 뭔가 내쪽을 흘겨보며 들릴듯 말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렇다면, 지금은 여름코믹 참가를 위한 작전회의인 것이오?"

"틀려."

사오리의 질문에, 쿠로네코는 즉답했다. 그리고-

​"​신​성​흑​묘​기​사​단​(​神​聖​黑​描​騎​士​團​)​,​ 그 영광스러운 첫번째 원탁회의야."

"....."

​"​.​.​.​.​.​.​.​.​.​"​

우와... 엄청난걸 말하네. 확실히 원탁..은 원탁이지만. 지금 나, 굉장히 얼굴 빨갈지도.

"에.. 그거 혹시, 서클명?"

"그래. 덧붙여서, 마스케라의 2차 창작 동인지를 만들거니까. 아쉽지만 메루루 쪽은 포기해줘. 그리고 나는 마스케라의 단편만화를 그릴거야."

설마 거짓말이겠지, 하는 키리노의 희망적 관측은 당연히도 무너졌다. 중2병 스러운 네이밍 센스는 예상 했었지만 상상이상이네..

"그 정도는 예상했었다고. 메루루의 위대함을 이해하지 못하는 너한테 메루루 2차 창작을 부탁하는건 이쪽이 싫고. 뭐, 이번에는 나도 마스케라쪽에 어울려줄테니까."

키리노는 쿠로네코가 정한 중2병 네이밍 센스와, 마스케라라는 소재에도 불구하고 마스케라로 써클에 참가한다는 의지를 보여줬다. 뭐 그만큼. 쿠로네코, 사오리와 어울리고 싶은거겠지. 정말, 이 1년동안 친구가 됬다고 하기엔 너무나도 친해보인다.

"엣? 흐, 흥 그래. 리노 선생님의 마스케라 2차 창작, 기대할테니까."

"좋았어 맡겨만 달라고.생각해둔 아이디어도 있고 말이야, 너가 나의 위대함을 깨달을 수 있도록, 엄청난 소설을 써보일테니까!"

그런 키리노의 반응이 예상 외 였는지, 쿠로네코는 처음엔 당황한듯 보였지만 이내 키리노와 좋은 분위기로 대화했다. 이녀석도, 기쁘면 기쁘다고 확실히 말해주면 좋을텐데.

"그렇다면 소생은 일러스트를 몇점 그리도록 하겠소."

"헤에, 너 일러스트도 그릴 줄 아는구나?"

"...조금은, 단지 그... 못그려도 비웃지 말아 주시게나."

키리노의 물음에 부끄러운듯 대답하는 사오리도 키리노와 쿠로네코, 다같이 서클참가를 한다는 것에 대해 기대하고 있는지 적극적인 ​반​응​이​었​다​. ​

"당신의 일러스트도 기대할게."

"맡겨주시오!"

주먹을 불끈 쥐며 대답하는 사오리를 두고, 키리노는 나에게 이렇게 말했다.

"그럼 너는 어떻게 할거야?"

"응? 나도 참가해?"

내 물음에 셋은 무슨 바보같은 소리를 하냐는 듯. 한심하다는 얼굴이 됬다.

"뭐야.. 당연히 너도 참가해야지. 이 중2병 냄새나는 써클에서 혼자 벗어나려고 했어?"

"오늘 말했지 않소이까. 이 모임에서 쿄우스케씨의 존재는 필수불가결이오!"

"선배의 도움도 필요하니까."

"너희들..."

처음의 내가 이 모임에 참가한 이유는 한심한 여동생이 '그쪽' 친구들도 무사히 만들 수 있게 도와주는 서포터 역활이었다. 하지만 이제, 완전히 친해진 세명을 보니 '이제 나는 필요 없는걸까.' 하는 생각이 드문드문 들었고. 오늘같은 경우도 왠지 여자애들의 화재에 따라갈 수 없어서 조용히 있어서 더 그랬을까. 솔직히 조금 우울했었는데. 제길, 한심하게도 감동해서 눈물이 나올것 같네.

"우왓!? 너 진짜 울어? 여자애들 앞에서 울다니 진짜로 기분나빠.."

"시끄러! 방금 받은 감동을 바로 깨부수지 말란말이다!"

아아 그래. 한심하게도 나는, 키리노의 친구들에게 '네가 필요해' 라는 말을 들어서 미칠듯이 기뻐서, 눈물을 조금 흘려버렸다. 그런데, 코믹 참가라고 해도 내가 할만한게..

"다른 의미로도, 여름코믹에는 선배의 도움이 반드시 필요해."

"훌쩍... 응?"

훌쩍거리며 코를 풀던 나는 쿠로네코에 목소리에 고개를 들었다.

"선배는 홍보담당이야. 누가 뭐래도 저번 코스프레 대회에서 높은 점수를 얻은거라던가, 메루루 이벤트회장에도 얼굴을 비췄으니 그쪽에서는 나름 유명해. 그런 사람이 포함된 써클이니 주목을 받겠지."

유명하다니.. 쿠로네코는 , 인터넷에서 '싯코쿠 코스프레' 만 쳐도 나온다고 말해줬다.  그것 말고도, 메루루 이벤트회장에서 있었던 일 가지고는 오히려 카나코와 브리짓에게 치덕대는 남자 라는 식으로 욕설도 많다고 하지만... 이제는 뭐 될대로 되라. 그래! 난 코스프레 오타쿠다! 됬냐!

"선배의 임무는, 오전에 코스프레 광장에서 최대한 사람들의 이목을 끈 후에 오후에는 우리 부스에 합류하는거야. 그것만으로도 홍보가 될 테니까."

"호오호오. 그건 확실히."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하는 사오리에게 살짝 시선을 준 쿠로네코는, 다시 나를 향해 말했다.

"그리고 동인지의 뒤에는 사진집도 추가할거야. 뭐....... 남자 한명의 코스프레 코너가 좀 그렇다면 나, 나도 참가해도 되고..."

"으음. 알았다고."

솔직히 나는 내심 불안했었지만, 쿠로네코가 같이 해준다면 문제될게 없다. 

"부스에 대해서는 저에게 맡겨주시오. 최대한 좋은 자리를 구해보도록 하겠소."

사오리는 그렇게 말하며, '벽 서클은 아무래도 무리겠지만 말이오~' 하고 덧붙였다.

"응. 부탁할게."

그런 느낌으로, ​신​성​흑​묘​기​사​단​(​神​聖​黑​描​騎​士​團​)​.​ 그 영광스러운 첫번째 원탁회의는 막을 내렸다.

다음날 8시에 모두 기상하고, 아침을 먹고 예약된 시간에 맞춰 기차를 타서 아키하바라로 돌아왔다.

당연히 말할 필요도 없겠지만, 여자애들은 침대가 있는 방에서 셋이서 자고, 나는 혼자 다른 방에서 이불을 깔고 잤다.

뭐 나혼자 밖에서 자야하는 상황까지 걱정했었기에 이 정도면 충분히 만족한다.

......혹시나 해서 말하지만, 너희들이 생각하는 그런 상황은 전혀 없었다고.

아침을 먹으면서도, 기차를 타고 돌아오면서도 우리는 이번에 참가할 여름코믹에 대해 자세히 이야기 했다. 뭐 애니에 관련되거나, 서클에 대해 아는사람이라던가 그런 잡담도 많았지만. 확실한건 그 모든건 우리가 참가하게 될 써클을 중심으로 화제가 흘러갔었다.

여담으로, 기차에서의 자리는 올때와 동일했다.

"응. 그럼 나중에 봐!"

그런 인사를 하며 아키하바라에서 다같이 해산. 쿠로네코와는 같은 방향이기에 어느정도 같이 이동후 헤어지게 됬다. 키리노와 둘이 되어도, 키리노는 혼자 자기가 쓰게 될 소설에 대한 설정같은걸 나에게 말해줬지만, 통 무슨 소린지. 너도 충분히 중2병 설정을 만드는거 좋아하는거 같다?

"다녀왔습니다~"

"어머 벌써 왔니? 재밌게 놀았어?"

"응! 최고였어!"

"쿄우스케, 혹시 키리노 친구들한테 찝적대고 그런건 아니지~?"

"안그랬어요."

시간은 이르지만 나름 충분히 피곤하기에 올라가서 조금 더 자볼까. 그런 생각을 하며 거실을 돌아 2층으로 올라가려는데 아직도 텐션이 높은듯한 키리노는 나에게 말을 걸어왔다.

"그건 그렇고 너. 언제 아야세나 카나코랑 그렇게 친해진거야? 게다가 브리짓이랑도 친하고"

"뭐.. 친하게 보인다면 그런거겠지."

솔직히 피곤해서 귀찮기에, 나는 키리노의 장단에 맞춰주지 않고 대충 말했다.

"게다가 브리짓이 연인 이야기 할때 완전 바보같은 얼굴 해가지고는, 무슨 상상한거야? 역시 평범녀 따위로 상상한거야?"

빠직 

"무슨 상관이냐 내가 무슨 상상을 하든."

"에~? 하지만 그렇잖아? 내 친구들까지 다 있는 마당에 그런 변태같은 얼굴하고 좋아하면 내가 다 창피하다니까~"

빠직

확실히 피곤해서 그런것도 있겠지만 지금의 키리노는 굉장히 짜증난다. 마나미에 대해 그렇게 말하는거라던가, 뭐 내 흉 보는건 항상 있었던 일이지만 옛날보다는 확실히 나아졌다고 생각하고 있는데, 갑자기 1년전과 필적할 정도의 독설이 날아오니 기분이 좋을리가 없다.

"그러니까 너가 아직도 여자친구가 없는거야~ 그래서 그래서? 누구랑 애인이 된 상상한거야? 역시 평범녀? 아니면 아야세? 하앙~ 너 진지하게 여동생 친구한테 그런 상상하면 민폐라고~"

빠직

"있어."

"으응? 뭐라구우?"

짜증이 머리 끝까지 올라온 나는 내가 지금 무슨 말을 하는지도 정확히 인지하지 못했다. 다만 생각이 나는건, 이 건방진 여동생에게 나도 한방 먹여줘야겠다는 생각뿐. 키리노는 한층더 나를 바보취급하는 표정이 됬지만 나는 계속하게 말했다.

"있다고. 여자친구."

"하?"

나를 바보취급하는 표정은 그대로지만, 눈썹이 움찔움찔 움직이는 키리노는 아무래도 당황한것 같았다.

"너,너한테 여자친구 같은게 있을리가 없잖아? 그런 위험한 취미를 가진 녀석이 쉽게 있을리가 없잖아!?"

어떤 이유에선지는 모르겠지만 키리노는 확실히 동요하고 있다. 그리고 나는 지금의 가학적인 분위기를 완전히 타, 나름 싸늘한 표정을 연기하며 말했다.

"나중에 시간나면, ​소​개​시​켜​줄​테​니​까​.​"​

"......"

나는 키리노의 반응을 보지도 않고 성큼성큼 계단을 빠르게 올라가, 이 짜증스러운 분위기를 무시하려고 내 방에 들어가서 바로 자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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