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및 문화 콘텐츠 사이트 삼천세계

쿄우스케는 코스튬 플레이어


Original |

여름코믹! 7화


11시쯤 되어서는 코스프레 광장에는 정말 사람이 많아졌다. 사람이 미어터질정도.

디지털 카메라는 쿠로네코에게 맡기고 오기도 했지만, 사실 아무리 잘 된 코스프레라도 남의 사진을 찍는건 좀 거북스럽다. 내가 지금 코스프레를 안했으면 혹시 모르겠지만.

뭔가 코스프레 광장에 사람이 많아져서 그런지, 아까보다 사진촬영을 요구하는 사람들이 많아져서 솔직히 피곤하다. 너무많다고 정말.

나는 기본적으로 여기서 시간을 때우는 것 이기 때문에, 코스프레 자체를 즐기는 것도 있지만 남의 코스프레를 구경하는 것 위주로 이동하고 있다.

작년에 처음 왔을때는 코스프레에 관심도 없었고 애니도 몰랐기에 뭐가 무슨 코스프렌지도 몰랐지만 (셀은 예외다!) 이렇게 오타쿠지식이 늘어나니 어떤 케릭터인지 알아보는게 가능해졌다.

그래서 내가 아는 케릭터의 코스프레를 보면 괜시리 나도 기분이 좋고 그것이 퀄리티가 높으면 더 좋다. 뭐... 남자한테 눈이 잘 안가는건 당연한 반응이니까 그러려니 해줘.

그렇게 조금씩 이동하면서 보니, 앞에서 엄청 많은 사람들의 무리가 무언가를 구경중이었다. 장소가 장소니 당연히 코스프레겠지만. 사람들 무리 속에서 무언가 재미있는듯한 소리가 나길래 나도 코스프레를 한채로 안을 구경했다.

"큿...!"

"반드시 아루를 구해낼테니까!"

"흥! 네 정도 힘으로는 불가능하다!"

"그럼 받아보도록 해! 보아라, 나의 검기!"

뭔가 소란스럽네.. 하면서 사람들을 뚫고 지나가 고개를 내미니, 그곳에선 코스프레를 한 카나코와 브리짓이 일종의 쇼를 하고 있었다. 저번에 무대에서 했던 그 장면을 또다시 하는거 같은데, 저거 분명 본적 있다고.

오후에 있을 메루루 이벤트를 위해서 홍보를 하러 온건지, 무대가 아닌 광장에서도 둘은 굉장한 연기를 보여줬다. 뭐, 프로니까.

심심하기도 했고, 뭐라고 할까~ 코스프레 동지? 그런 느낌도 받아서 더욱 친숙한 느낌이 들었지만 연기도중에 방해하는것도 미안하기에 나도 사람들 속에서 그 쇼를 지켜봤다.

"알파 네녀석!! 아..응?"

브리짓의 칼을 피하듯 움직이던 카나코와 눈이 마주치고, 카나코는 잠시 놀란듯 했지만

씨익-

......평소의 소악마 같은 웃음보다 몇단계는 더 장난스러운 표정으로 웃었다. 그러니까 눈이 물방울 모양이었다고. 순간 등에 화악 하고 오한이 들었기에 나는 자리를 피하려고 했다. 

"그렇다면 알파 오메가! 너의 소중한 사람도 직접 해치울 수 있을까?"

"에? 음... 소중한 사람이라니, 아루를 말하는 거야?"

카나코가 대본과는 다르게 말했는지, 순간 당황한 표정이 역력한 브리짓이었지만 나름의 애드리브로 넘기고 있는것 같았다.

"자 너의 차례다 싯코쿠!"

카나코는 그렇게 말하며 거미의 움직임 같이 민첩하게 나에게 다가오더니, 나의 팔을 잡아채 강하게 당겼다.

"엑!?"

예상치 못한 카나코의 전력에 나는 카나코와 브리짓의 연기를 보기 위해 사람들이 구경하던 일종의 소무대에 등장하게 됬다.

"매니져!?"

연기고 뭐고 완전히 당황한 브리짓이었지만 카나코는 당황한 나와 브리짓을 두고 계속 지껄였다.

"우↑하↑하↑하! 아루에 이어서 쿄우까지, 너의 소중한 사람들은 이미 모두 세뇌되었다! 가라 싯코쿠!"

"크, 크으윽.. 비겁한 녀석! 반드시 쿄,쿄,쿄우도 구해낼테니까!"

"......"

일단 이 소규모 이벤트를 무너트릴 생각은 없는지, 갑자기 일어난 카나코의 애드리브에 브리짓도 따라가려는지 애드리브를 하고 ​있​다​만​.​.​.​.​.​.​.​.​.​나​는​ 뭘 어떻게 해야..

순간 힐끔 시야를 넓게 보니 구경하던 사람들도 엄청 기대한 표정으로 완전 집중하고 있었다.

"에... 나는 어둠에서 다시 태어났다! 나의 이름은 싯코쿠!"

"오오...."

약간 멍하니 있던 내가 망토를 펄럭이며 그렇게 말하니 어찌됬던 구경하는 사람들의 호응은 끌 수 있었지만...

이거, 아에 다른 작품이잖아 이 망할 꼬맹아. 나중에 두고보자구..!

뭐, 그런 느낌으로 몇마디 더 주고 받았지만, 나도 완전히 분위기를 타버려서 나름 즐겨버렸다. 이제 어떻게 되던 나는 몰라!

"크크큭... 알파 오메가, 너가 알던 나는 이미 완전히 다른 사람이다! 너에게 했던 말, 그것은 전부 거짓이었다!"

완전 약 먹은듯한 눈을 하고 있는게 분명한 나는 대충 입에서 나오는 대로 지껄였다. 그래 그래 한번 누가 이기나 가보자고.

"그, 그건 싫어요!"

완전 폭주하고 있는 내가 정신이 들었던건, 그 말 직후 브리짓이 울먹이며 나에게 매달렸기 때문이다.

"에, 브,브리짓?"

"......"

말없이 촉촉한 눈망울로 나를 올려보는 브리짓을 보니, 이거 너무 분위기를 타서 괴롭혀버렸나.. 란 생각이 들었기에 급전환!

"크,크악! 머,머리가..! 핫! 그래 모두 떠올랐다! 나는 세뇌당했던 거였어!"

쿠로네코가 들었으면 '그런건 내 포지션이 아니야...' 라고 했을 정도의 저질 중2병 대사를 뱉고나서 방향을 급선회.

"에? 에?"

나의 독기 가득한 눈을 보았는지, 당황하는 카나코 앞까지 성큼성큼 걸어가 머리에 춉을 날렸다.

"아팟!"

"자 이렇게 씌인 어둠은 물러갔습니다 경사로세 경사로세"

내가 멋대로 마무리를 내서 그런지, 진행을 따라오지 못한 사람들이 몇초간 의아하게 봤지만, 이내 박수를 쳐주며 폭소했다.

사진을 찍기 원하는 사람들을 위해 ​카​나​코​,​나​,​브​리​짓​의​ 순으로 셋이서 뭉쳐 있어서 카메라 세례를 받고, 슬슬 보는 사람들이 하나둘씩 적어졌다.

"....그래서 무슨 생각이었냐"

"앙? 뭐가?"

"갑자기 일반인인 나를 왜 쇼에 난입시켰냐고!"

그러자 카나코는 그런건 아무것도 아니라는듯 상쾌하게 웃으며

"그 편이 더 재밌을것 같잖아"

"악마냐 너는!"

"에에~? 가장 즐긴건 어디사는 누구셨더라~"

"... 너는 악마다.."

하아.. 카나코랑 말싸움을 해서 이기려면 적어도 키리노나 쿠로네코 정도는 되야 하겠네. 다른 의미로는 아야세도 가능하지만. 나는 한숨을 쉰뒤 말했다.

"근데 너희들은 여기서 뭐하는 거야? 오후에 있는 이벤트 홍보중?"

"아뇨 그냥 재밌을거 같아서 나와본거에요"

그렇게 말하며 빙긋 웃는 브리짓. 설마 아까의 눈물도 연기였던걸까. 처음에는 그렇게 어색한 연기였는데 많이 성장했나보다.

"그래도 프로가 이런 아마추어들이 있는 곳에 나오는건 좀 위험하지 않아? 여러의미로"

"하,하지만 카나카나가!" "엣, 그래도 저 꼬맹이가!"

"?"

뭔가 그 뒤로 둘은 말이 없었다.

거기서 카나코와 브리짓을 배웅하고, 적당히 돌아다니다가 시간이 됬기에 우리 부스로 돌아가려는데 또 촬영요청이 들어왔다.

"아 거기 싯코쿠씨 사진한장 같이 찍어요"

"네"

무언가 건담에서 나오는 제복같은 코스프레를 한 여성. 남장여자 컨셉인지 중성적인 매력이 돋보였다. 항상 눈웃음을 치는 얼굴인지, 사람좋아보이는 여자였다.

여자는 지나가는 사람을 붙잡고 "사람이 없어서 그런데 도와주시겠어요?" 라며 도움을 구해서 같이 사진을 찍었다.

"감사합니다~ 아, 조금 있다가 시간 있으시면 저희 써클도 한번 와주세요. FBS 라고 악세사리를 팔고 있거든요"

"아 네"

이 여자도 자기 써클의 홍보를 위해 코스프레를 한걸까, 나보다 훨씬 적극적이고 효율좋게 광고를 하고 있다고 생각하니 나도 좀 적극적으로 할까- 생각했었지만, 이미 시간은 다 지나있었다. 그리고 바로 마주치는 사람 없이 우리 부스로 귀환.

"여어"

"...."

​"​.​.​.​.​.​.​.​.​.​"​

"...? 분위기가 왜그래? 설마.."

설마 아직 한권도 팔리지 않았다던가? 그렇게 생각하면 모든게 아귀가 맞는다. 아닌척 해도 나도 굉장히 실망할것 같고...

"아니, 벌써 반정도 팔렸어"

"그래? 대단하네!"

원래 초기에 우리의 ​신​성​흑​묘​기​사​단​(​써​클​명​이​자​ 책이름)은 50부 정도를 만드려고 했다. 그 정도만 있어도 팔고 오히려 남을거라는 쿠로네코의 경험담이었지만, 키리노 녀석이 "그럼 나머지는 내가 부담할테니까!" 라며 50부를 추가로 만들어서, 총 100부를 찍게 됬다.

많은지 적은지, 나에게는 미묘하지만 쿠로네코는 "우리같은 약소 써클이면 30부면 많이 팔린거야" 라고 한걸 보니, 반 가까이 팔린 이 상황이 정말 대단하다는걸 느낀다.

"그, 그런데 너. 홍보는 정말로 잘하고 왔어어어? 이상한짓 잔뜩 한건 아니고오오?"

"이상한짓이라니, 코스프레 광장해서 할만한게 뭐가 있다고..."

코스프레 밖에 없다고.. 뭔가 어미를 늘어트리며 짜증나는 말투를 하는 키리노였다.

"호오호오 쿄우스케씨는 변태♡"

"너까지 무슨 영문모를 소리냐"

사오리는 지금 이 상황이 완전 즐거운듯 온몸이 근질근질 하다는듯 움직였다.

"그럼 이건 뭔데?"

그러면서 키리노가 넘기는 아이폰을 보니, 코미케에 관련된 대형 사이트에 있는 글이었다.

『지나가다 싯코쿠 발견! 리얼의 싯코쿠같이 다크사이드한 눈빛이 정말 짜릿했어! 게다가 은근히 가슴을 봐서 꽤 흥분♡ 증거사진!』

 Re1 : 아 저사람 봤어. 예전에 열린 코스프레 대회에서 3위 한녀석 있잖아

 Re2 : 유명한 사람이야? 저번 코믹에서는 못봤던거 같은데

 Re3 : Re2 >> 어느 팀인지는 모르겠지만 요번에 처음등장일걸?

 Re4 : Re2 >> 코믹 말고 메루루 이벤트 회장에서 특별게스트라면서 나왔잖아. 카나카나랑 브리짓이랑 엄청 친해보이던데

 Re5 : Re4 >> 에 진짜?

 Re6 : Re2 >> 얘 지금 이러고 있다 ㅋㅋㅋㅋㅋㅋ (클릭!)

 Re7 : Re6 >> 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뭐하는거야 저거 코스프레 광장?

 Re8 : Re6 >> 눈물 글썽거리는 브리짓 초 모에!

"가, 가슴이라니 불결한... 애초에 가, 같은 케릭터잖아!?"

"...."

참고로, 처음 글에 올라온 사진은 아까 나에게 포카리를 넘겨준, 퀸오브나이트메어 코스프레를 한 누님이 올린 사진이고, 리플에 달려있던 링크는 카나코와 브리짓과 바보짓을 하는 사진이었다.

...아니 뭐, 보긴 했었지만

 ​​​​​​​

댓글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