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쿄우스케는 코스튬 플레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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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ala 5화


'어제는 스위트 2호 때문에 노 ​카​운​트​야​' ​

라는 쿠로네코의 주장 덕에 오늘도 쿠로네코와 2차 데이트를 하게 됬다.

뭐랄까 참 신기하네. 평소에 학교에서도 매일같이 보던 쿠로네코를 그 전부터 미인이라고 인식하고 있었긴 했지만, 아무리 가짜라도 '연인 이라는 울림과 '데이트' 라는 울림 때문에 그런지 여러모로 굉장히 신선했다.

쿠로네코가 그런걸 별로 의식하고 있지 않았으면 괜찮았겠지만, 수줍게 얼굴을 붉히고, 내 행동 하나하나에 깜짝깜짝 놀라는 쿠로네코 때문에 나도 덩달아 얼굴을 붉히고 쭈뼛쭈뼛 대는 수 밖에 없었다.

왠지 좌우를 살피며 안절부절 못하는 쿠로네코에게 아무말 없이 손을 내밀면 쿠로네코는 나의 얼굴을 빤히 바라보더니 조용히 그 손을 잡았다.

사실 키리노나 카나코 덕분에 알았던 가게나 데이트 코스는 어제 거의 다 써버렸기에, 어디를 가서 놀아야 되나 고민됬다.

"저 루리씨?"

"왜 그럴까 쿄우"

"데이트 코스로서 식물원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역시 너무 촌스럽나?"

"… 난 좋아"

이런 느낌으로 손을 잡은채 식물원을 돌아다녔다. 마나미와 몇번 온적이 있기도 하고, 예전부터 꽤 자주 왔던 식물원이라 이곳에선 완전히 나의 독무대였다.

"이쁘네 이 꽃"

손을 잡고 식물원을 돌아다니던 중, 쿠로네코는 노란색의 꽃 앞에 걸음을 멈췄다.

"응 그거 '황금낮달맞이' 라는 녀석이야"

나의 대답에 쿠로네코는 신기하다는 듯이 내 얼굴을 보다가 입을 열었다.

"어라 선- 흠. 쿄우는 설마 꽃집 주인이 꿈이니?"

"그럴리가 있냐. 이 식물원은 자주 와봐서 다는 아니더라도 반쯤은 알고 있을 뿐이야"

"헤에…"

선배라고 하려다가 굳이 쿄우라고 바꾸면서 부끄러워 하는 쿠로네코는 굉장히 귀여웠다.

나의 대답에 신기한듯이 꽃을 내려다보는 쿠로네코를 보면서, 나는 쿠로네코가 더 기뻐해줬으면 했기에 뇌 속에서 정보를 더 꺼내왔다.

"여담으로 그 녀석의 꽃말은 '무언의 사랑'"

"무언의 사랑…"

꽃말을 들은 사기안 전파녀도 일단은 소녀의 마음을 가지고 있는지, 그리운듯이 꽃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꽃을 내려다보는 소녀' 라는 시츄에이션 자체도 충분히 두근거릴만한 상황이었지만, 그 꽃을 어딘가 먼 곳을 보는 시선으로 애달프게 내려다 보는 쿠로네코는 무언가 어느 애니메이션에서 튀어나온것 처럼 신비로운 매력을 풍겼다.

"…쿄우? 선배?"

"어? 으응, 왜?"

쿠로네코의 말에 다시 현실로 돌아왔다. 몇초인지, 몇십초인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쿠로네코의 옆 얼굴에 잠시 넋을 잃고 있었다.

"뭘 그렇게 멍하니 있을까?"

"아, 아무것도 아니야"

능글능글한 웃음을 보이며 물어보는 쿠로네코에게 나는 무신경하게 대답했다. '네 얼굴에 넋이 나갔어' 라고 말할 수도 없는 노릇이잖아.

"그럼 어서 갈까"

나는 빨개진 얼굴을 필사적으로 숨기기 위해서 무리하게 화제를 바꾸며, 계속 식물원 안으로 전진했다.

**

식물원에서 쿠로네코가 꽃의 이름을 물어보고, 나는 그것에 대해 대답해주거나 모르는 것을 안내원에게 물어보면서 한바퀴를 다 돌게 된후, 근처 공원으로 갔다.

"자"

"…고마워"

딱 좋게 그늘이 져 있는 벤치에 쿠로네코를 앉히고 나서 근처 자판기에서 마실것을 뽑아서 가져왔다.

그리고 나도 벤치 옆에 앉아서 가지고 온 음료수를 마시고 있으니, 쿠로네코는 내가 준 음료수의 뚜껑을 따지도 않고 무릎위에 올린채, 그것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쿄우는 참 수수하네"

"내버려둬"

그것으로 대화는 멈췄다. 나와 쿠로네코의 대화는 대부분 이렇게 단적이어서 꽤나 불편해보이는 것 같지만, 마나미와 대화할 때와는 다른 편안함을 느꼈다.

어느정도 시간이 지나도 쿠로네코는 아직도 꼼지락대며 무릎위의 음료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안마셔?"

"엣? 아 응…"

내 질문에 쿠로네코는 당황하며 뚜껑을 따고, 양손으로 잡은 음료수를 꿀꺽꿀꺽 한입 마시더니 내려놓고, 다시 입을 열었다.

"저… 혹시 배 안고파…?"

"응?"

점심을 먹고 나오긴 했지만 어느정도 돌아다녀서 그런지 꽤 출출하긴 한데.

"으음. 난 좀 출출할지도. 어때 루리, 뭐라도 먹으러 갈까?"

"그, 그럼"

쿠로네코는 음료수를 옆에 내려놓고, 자신이 가져온 가방에서 네모난 통을 여러개 꺼냈다.

"그건?"

"……도시락이야"

"서, 설마… 나 주려고?"

끄덕끄덕. 얼굴에 불이 나는건 아닐까 할 정도로 얼굴이 빨간 쿠로네코가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고, 그런 쿠로네코의 모습을 보면서 나까지 얼굴이 빨개졌다.

"괘,괜찮으면 먹어줘"

"오, 오우. 잘먹을게"

여자가 만들었다는게 딱 티가 날 정도로 이쁜 도시락이었다. 평소에 편의점에서 사먹던 그런 도시락이랑은 희소성부터가 천지차이!

나는 젓가락을 받아들고, 밥과 반찬을 입으로 움직였다. 그리고 그런 나를 걱정스러운듯이 지켜보는 쿠로네코.

"어, 어때…?"

훗, 맛에 대해 걱정하는건가 지금? 말할 필요도 없이, 객관적으로 어머니의 요리보다도 훨씬 위였다. 마나미와 쌍벽을 이룰 정도인걸 이거.

"말할 필요도 없이 굉장히 맛있다구"

"응. 다행이네"

쿠로네코는 그러며 옅은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자신의 도시락을 꺼내서 옆에서 먹기 ​시​작​했​다​. ​

점심을 먹었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완식. 비교적 남자라고 신경을 써준건지, 밥의 양이 좀 많긴 했지만 맛있어서 그러니 배불러도 다 들어갔다.

"루리의 수제요리~ 진짜 좋네"

쿠로네코는 먹은 직후 가글까지 건내줬다. 준비성 진짜 좋구만.

"…딱히 처음 먹어보는것도 아니면서"

"어 그랬나?"

여자 후배와 데이트 하는 도중 수제 도시락까지 먹는다는, 에로게임에서나 나올법한 이벤트를 잔뜩 즐긴 나는 행복감이 넘쳐흘렀다. …가짜긴 하지만

도시락을 먹고 나서도 이곳저곳, 수수한 데이트를 계속 즐긴 우리는 어느새 어두워지기 시작했기에 헤어질 준비를 하고 있었다.

"쿄우… 그, 오늘은 즐거웠을까?"

헤어지기 전, 걱정스럽게 물어보는 ​쿠​로​네​코​. ​

"아아. 굉장히 즐거웠어. 너는?"

"나도, 즐거웠어"

다시 단적으로 끝나는 대화. 하지만 아직 발걸음을 옮기는 사람은 없었다.

"그… 걱정해준거야? 어제일이나, 전화할때 이야기 한거라던가…"

어제 쿠로네코와 통화를 하면서 말했던 것들. 키리노나 아야세에 관한것. 사오리에 관한것. 그리고 우리의 커뮤니티의 관한것.

여러모로 내가 정신적으로 고민하고 있다는 뉘앙스를 풍겨서 그런건지, 쿠로네코는 오늘 굉장히 걱정해주는듯 했다. 분명, 힘없는 나를 위로해주려고 한것이겠지.

내 질문에 쿠로네코는 살짝 미소를 지으며

"편한대로 생각해"

라고 말했다.

"…여러모로 고마워. 뭐라고 할까… 항상, 도움만 받네"

키리노의 소설이 도작당했을 때도,

키리노가 미국에 가버려 내가 쓸쓸해 했을때도,

그것 말고도 많이 도와줬지.

우리와의 인연을 만들고 그 인연을 결속해주는 것이 사오리라면

그 인연의 결속을 더욱 강하게 만들어 주는 것이 쿠로네코다.

나의 그런 말에, 쿠로네코는 그런건 아무런것도 아니라는듯, 담담히 말했다.

"피차일반이야"

"그래?"

정말로 지기 싫어하는 녀석이구만, 나는 웃으면서 그렇게 대답했다.

"그럼, 내일 봐 쿄우"

그렇게 오늘의 데이트는 끝이났다.

**

다음날. 코미케의 성공적인 마무리를 위한 기념파티를 하는날이다.

파티에 쓰일 과자나 음료수, 케익같은것을 사서 셋팅을 한 후, 시간이 남아서 잠시 앉아있었다.

참고로 어제 집에 돌아온 후 '누가 사오리에게 사실을 말하고 양해를 구할 것인가?' 에 대해 쿠로네코와 상의한 결과, 성의를 보이기 위해 우리 둘다 이야기를 해야된다. 라는 결로 결정됬다.

쿠로네코가 먼저 사오리에게 전화통화를 하고 나서, 나에게 연락을 해주면 그때 내가 다시 사오리에게 전화를 걸어서 사과.

통화한다고 한 후 1시간이 좀 지나고 나서야 쿠로네코에게서 연락이 왔다. 무슨 통화를 했길레 이렇게 오래 한거야? 하면서 사오리에게 전화를 했었다.

「쿠로네코씨한테 이야기는 다 들었소이다」

"내 바보같은 장난 때문에 커뮤니티가 해체될 수도 있다는 것도…?"

「………」

잠시 침묵후, 사오리는 말했다.

「쿄우스케님이라면 어떻게든, 해줄 거라 믿고 있어요. 그 만큼 걱정해준 사실 자체도 고맙구요.」

사오리 버지나가 아니라, 마키시마 사오리로서 대답하는 사오리. 보이진 않지만, 전화너머로 그 안경을 벗고 말하고 있다는건 확실하다.

「사실 처음에는, 도저히 납득할 수가 없었어요. 지금 이 자체만으로도 평화로운데 왜 굳이 위험을 무릅쓰는지」

"…"

「잠시동안 쿄우스케님을 원망하기도 했어요. 지금은 쿠로네코양의 필사적인 설득에, 두 손 다 들었지만요」

"그래서 그렇게 오래 통화한거구만… 쿠로네코가 뭐라고 설득했는데 그래?"

「후훗, 그건 비밀이랍니다」

아직도 걱정스러움이 남아있는, 장난스러운 대답을 하고 나서 사오리는 다시 말했다.

「어떤 결과가 나오든, 이 모임이 부숴지게 된다면 쿄우스케님에게 책임을 물을테니까요」

"에… 그 책임을 묻는다는 것에 구체적인 예는?"

「글쎄요… 그래요. 평생 써클브레이커 라고 부를거에요. 그리고 평생, 다시는 제 써클에서 못나가는 몸으로 만들어줄테니까요」

"갑자기 케릭터를 바꾸시면 굉장히 무서워요 사오리씨!!"

사오리는 내 반응이 재미있는지, 후훗 하고 웃은후 계속 말했다.

「쿄우스케님은 여동생한테는 굉장히 무르시잖아요. 저도 일단은 여동생이라구요? 제 최소한의 바램. 들어주실수 있으시죠?」

"…오우. 맡겨둬라. 그 최악의 상황만은 무슨 일이 있어도 피할테니까"

그런 느낌으로 사오리에게 양해를 구하는 것에는 성공했다.

만약 실패해서 모임이 붕괴되면, 사오리가 나에게 가할 책임이라는게 뭔지 상상도 안되고… (뭔가 부잣집 지하에 납치감금되는 그런류의 에로게임을 해본거 같기도 한데…)

띵동-

그렇게 잠시 어제의 일을 정리하며 멍하니 앉아 있으니 벨이 울리고, 쿠로네코와 사오리가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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