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쿄우스케는 코스튬 플레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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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커 3화


내 이름에 반응하여 소리가 들린 옆쪽을 쳐다보니, 노란머리를 한 미소년이 서있었다.

"아아 역시 코우사카군 맞죠? 오랜만이네요"

사람좋아 보이는 미소를 지으며 생김새만 보면 여자라고 해도 믿을 정도로 미형이지만 뭐랄까… 근본적인 무엇부터가 짜증이 올라오는 녀석이었다.

"에… 누구?"

"저에요 저. 여름코믹때 봤잖아요?"

"음…"

곰곰히 생각해도 기억의 파편조차 걸리지 않았다.

"솔직히 모르겠는데"

"FBS라고 악세사리 판매 부스에 있었어요. 키리노양이랑 아는 사이기도 하구요. 그래도 기억 안나세요?"

"아 그 여장남자 녀석?"

에… 분명히 이름이 미카가미 였나 그랬을 거다. 나랑 같은 나이인 주제에 현직 프로모델. 거기에 악세사리 디자이너 까지 하고 있는 에디터를 잔뜩먹인 버그케릭터 같은 녀석이다.

그런 주제에 중중의 기분나쁜 오타쿠이기도 해서 평소에는 그것을 숨기고 있는듯 하다. 정말, 키리노 녀석의 남자판이라고.

"네 맞아요"

미카가미는 나의 가시돋힌 말투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눈웃음을 치며 대답했다.

"어 그래 오랜만이다. 그럼 안녕"

대충 말을 던지고 뒤돌아 가려고 하자, 미카가미 녀석이 나의 팔을 잡았다.

"자, 잠깐만요! 왜 바로 가려고 하는거에요?"

아무래도 이 녀석에게 직빵으로 먹힐 비유를 해주는 수 밖에 없겠네.

후… 나는 한숨을 한번 쉬고 이 재수없는 메르헨 녀석에게 눈을 마주치며 말했다.

"어이 미카가미. 너가 만약 신작 에로게임을 구매하고 빨리 집에 가려는데 면식도 얼마 없는 녀석이 아는척하며 귀환을 방해하면 어떻게 할거냐?"

"네? 그거야 물론 그냥 집에… 아, 아니 그래두요! 적어도 몇마디 말은 나눠주세요!"

이미 충분히 나눈것 ​같​은​데​. ​

그냥 적당히 장단이나 맞춰주는게 나을것 같다.

"그래. 무슨 용건이야?"

내 말에 미카가미는 잠깐 당황해 하던 표정을 거둔채로 내 팔을 놓았다.

"다름이 아니라 저는 여자애들은 많이 알아도 동성친구는 적거든요. 특히 취미쪽으로 대화를 할 수 있는 친구는 아에 없어서… 그런데 코우사카군을 아키하바라에서 만나다니 행운이에요. 조금만 어울려주지 않을래요?"

부글부글. 그래 너는 친구가 적냐? 여자애들은 많이 알고 있고? 역시나 내 첫느낌 대로 재수없는 녀석일세.

"그럼 키리노 녀석이랑 하면 되지 않냐? 그 녀석 여자긴 해도 보는 애니메이션이나 하는 게임은 완전 남성향인데"

내 말에 여태까지 계속 사람좋아 보이는 눈웃음을 치며 당당한 녀석이, 확실히 동요라고 부를 수 있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

"아뇨 그… 뭐라고 해야될까 하하… 키리노양이랑 대화하면 페이스에 말려들어간다고 할까… 너무 기가 세다고 ​할​까​…​…​…​…​…​…​…​…​…​…​…​…​…​ 무슨 말인지 아시죠…?"

"너…"

내가 딱히 말해주지 않았어도, 여름코믹에서 키리노랑 만나고 나서 나름의 접촉은 해봤나 보군. 뭐… 결과가 어떻게 됬는지는 물을 필요도 없겠지. 묘하게 공감대가 형성되는걸.

나는 나름의 동지애를 느끼며 미카가미 녀석의 어깨에 양 손을 턱! 하며 올리고 말했다.

"고생했구나"

"네……"

"뭐 좋아. 원한다면 내가 아는 선에서 아키하바라의 묘미를 알려주도록 하지"

"고마워요"

"근데 동갑이잖냐. 그냥 편하게 말 놓지 그래?"

"응. 그럼 그럴게"

무지 빠르네!? 미카가미 녀석은 여자라면 반할만한 눈웃음을 치면서 대답했다.

그리고 미키가미의 시선이 나의 왼팔쪽으로 가더니

"에로책이야? 그립네~"

"이걸 사고 돌아가는데 너가 말을 걸었다는 거다"

"응 미안. 근데 왜 하필 고스 로리타? 저번에 부스에서 봤었던 키리노 친구랑 연관있는 거야?"

"프라이버시는 좀 지켜줘…"

"하하 미안. 저번에는 이상한 분위기 때문에 못 들었었는데 결국 그 퀸오브나이트메어 코스프레한 여자애랑은 애인사이야?"

아 확실히 그런 말도 했었지. 뭔가 싸늘한 키리노와 쿠로네코 때문에 뭐라 말도 못하고 흐지부지 끝났었지만.

"아아, 그 때는 아니었는데 이제는 맞아. 아 그리고 너가 만든 목걸이 되게 좋아하더라"

사귀고 난 후에 알았는데. 쿠로네코는 우리랑 만날때는 물론 학교에 갈때도, 심지어는 잘때도 몸에 지니고 있다고 했다. 불편하지 않냐는 나의 물음에 쿠로네코는 얼굴을 붉히며 '선배한테 처음으로 받은 선물이니까' 라고 대답했다. 너희들에게 지금 내가 느끼는 이 기분의 100분의 1이라도 느끼게 해주고 싶을 정도라고.

"그럼 다음에 맞춤제작으로 커플링이라도 만들어 줄게. 이름이나 닉네임으로 이니셜까지 박아줄테니까"

"나한테 그렇게 까지 챙겨줄 필요 있냐?"

사오리의 말대로 이 녀석이 여름코믹때 부스에서 판매하던 악세사리는 확실히 500엔 정도로 구매할 수 있는 물건이 아니었다. 저번에 키리노 녀석이 시부야에서 나에게 귀걸이를 뜯어냈던 그 가게의 악세사리와 비교해도 뒤쳐지기는 커녕 더 비쌀것 같은 느낌이었다.

그러자 미카가미 녀석은 나를 바라보며 가식용의 눈웃음이 아닌 진심의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친구니까"

………이 녀석

솔직히 뭉클했다고 제길.

"좋은놈이구나 너"

처음에 그냥 이 녀석의 스펙에 놀라서 괜한 적개심을 띄웠던 나는 이녀석과 비교하면 정말 그릇이 ​작​구​나​… ​

괜시리 상대의 그릇의 크기를 알고, 동시에 나의 그릇의 작음을 느끼게 되어 약간은 씁쓸해졌다.

그나저나, 이녀석 여자한테 꽤나 인기 많은 듯 하니까 뭣좀 물어볼까

"미카가미"

"응?"

"뭔가 그… 연인들끼리 시간이 지나면 진도를 나간다고 할까… 그렇잖아? 근데 난 여자랑 사귄적이 처음이라 솔직히 잘 모르겠어. 뭔가 팁 같은거 없냐?"

미키가미 녀석은 조금 놀란듯 하더니 상담에 응해주는듯, 진지한 표정으로 생각하더니 말했다.

"뭐니 해도 일단 좋아한다는 말을 자주 해주는게 좋지 않을까? 표현하지 않는 사랑은 사랑이 아니라고 하니까. 그리고 선물도 좋아. 너무 선물만 하는것도 옳지 않지만, 적당한 때에 주는 선물은 주는쪽도 받는쪽도 정말 기뻐할거야"

"적당한 때?"

"기념일, 크리스마스 뭐 이런거지. 일단은 내가 만들어주는 커플링부터 적당한 때에 건내주면서 상대가 받으면 기뻐할 만한걸 찾아봐"

호오… 뭔가 영화나 소설에서 보던 지식은 있었지만, 경험자에게 직접 귀로 들으니 느낌이 새로웠다.

"응. 여러가지로 고맙다"

"나야말로"

"그나저나, 나는 에로책 사러 온건데 너는 무슨 일로 아키하바라에 혼자 온거냐?"

혼자서 아키하바라에 오는건 혼자서 영화관에 가는것보다 훨씬 난이도가 높은것 같은데.

"별건 아니고, 저거 때문에"

"?"

미카가미 녀석이 손으로 가리키는 것을 보니, 아까 아카기 녀석과 같이 봤었던 짝사랑 고백 이벤트(?) 의 스테이지가 있었다.

"저런걸 한다고 하길래, 조금 답답한 마음이라도 풀어볼까 해서 왔어. 나도 방금 했는데 못봤어? 참가자 중에서는 내가 가장 잘 생겼으니 보였을텐데"

좋은놈이라는거 취소. 진짜 짜증난다 이녀석.

근데 그걸 부정할 수 없다는게 더 ​짜​증​난​다​… ​

"꽤 생소한 이벤트인데도 참가자가 많았어. 학교 선생도 있고 일반 직장인도 있고 심지어는 초등학생 서양인도 있더라?"

"그런건 어찌되던 좋으니 따라와"

정말, 이녀석이고 저녀석이고 저런게 뭐가 재밌는지 이해를 할 수가 없다.

그대로 나는 미카가미 녀석과 평소에 키리노와 사오리, 쿠로네코와 함께 다니던 아키하바라 루트를 한바퀴 돌았다.

미카가미 녀석은 정말 얼굴이 반질거릴 정도로 즐겁게 뛰어다녔고, 만족한 미카가미와 헤어질 수 있었다.



쿄우스케 너가 그런말 할 처지가 아닐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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