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쿄우스케는 코스튬 플레이어


원작 |

모델? 모델! 1화


♪~

"당신, 이 시간에 무슨 일이야?"

"뭐야, 기껏 내가 전화해줬는데 왜 바쁜척이야? 어차피 전화올데도 없으면서"

"그렇네. 그럼 당신 오빠랑 통화할게. 잘있어 끊을게"

"자, 잠깐! 야! 끊지마!"

"하아……… 무슨 용건인진 몰라도 짧게해줘. 동생들 저녁 차리고 있거든"

"그럼 타마 바꿔줘"

"………끊을게"

"아, 알았어! 알았다구! 칫… 다름이 아니라, 너 내일 한가하지? 그거야 뭐 당연히 한가하겠지만서도~ 친구없으니까~"

"아 미안, 방금 뭐라고 했어? 요리하느라 잘 안들리네"

​"​으​그​그​그​그​그​…​…​"​

"저기, 진짜로 통화하면서 후라이팬 드는건 여러모로 힘들거든. 아. 스윗트양은 요리 해본적 없으니까 모를려나?"

​"​으​가​아​아​아​아​아​악​!​!​ 짜증나!!"

"……그래서 무슨일?"

"너, 내일 나좀 도와"

"도와줘가 아니라 도와라니 이 무슨 불경한 여자람… 뭐, 언니라고 부른다면 못들어줄것도 없지만"

"……죽고싶어?"

"……"

"………"

"뭐 그, 그래서 부탁할게 뭔데? 스윗트 여자"

"별건 아니고. 내일 촬영인데 모델이 펑크나서 그런데, 너가 좀 도와"

"싫어"

"대답 빨라!?"

"내 지레짐작이라면 미안하지만, 나보고 모델을 하라는건 아니겠지?"

"맞는데?"

"그럼 싫어"

"왜!?"

"……내가 왜 소꿉놀이 인형역할을 해야 되는거야? 그것도 모르는, 불특정 다수의 사람들에게 구경거리가 된다니…"

"뭐야 그 논리 대로라면 코스프레랑 똑같잖아"

"……"

"………"

"하,하여튼 싫어."

"대신에 모델비가 꽤 쌔"

"…누가 들으면 돈에 환장한 여자로 보이겠네"

"하루해서 삐ㅡ엔"

"…!! 뭐, 뭐야 그 금전감각이 박살난듯한 금액은… 몇일분 아르바이트비야…"

"어때 어때? 꽤 괜찮지 않아?"

"크, 크흠. 그렇다면 당신 친구인 스위트 2호나 스위트 3호한테 부탁하면 되잖아"

"그게 말이야. 식중독이라도 돌았는지, 모델들도 그렇고 아야세나 카나코도 몸이 안좋아서 못나오고 있거든"

"당신 설마……"

"?"

​"​…​…​…​…​아​니​야​.​"​

"나도 이왕이면 아는 사람이랑 일하는게 편하단 말이야. 게다가 감독님한테 귀여운 녀석이 있다고 호언장담도 했고. 그러니까 꼭 도와야해. 알겠지?"

"………쿄우스케도 같이 한다면…"

"(쾅쾅쾅) 어이~ 오래비~ 내일 한가하지? 알았어. 응. 저녀석도 도와준데"

"그렇게 까지 해준다면 어쩔 수 없네…"

"응 그래. 그럼 내일 9시까지 우리집으로 와. 시간 괜찮겠어?"

"문제없어"

**

발렌타인 데이 소동이 끝나고 몇일이 지난, 그 주 토요일.

오늘은 좀 늘어지게 자볼까- 싶은 나의 소망도



​"​뭐​,​뭐​뭐​뭐​뭐​야​!​?​"​

………자다가 물벼락 맞기, 자다가 옆에서 풍선 터트리기 다음으로 인간이 놀란다고 전해지는, 자다가 베개로 안면을 구타 당해서 깬다는 선택지로 깨끗하게 부숴졌다.

몽유병도 아니고, 단잠에 빠진 상태로 잘만 자고 있다가 그런 재해(..)가 일어났으니, 나는 당연히 상황파악이 안된 상태로 침대위에서 눈에 별을 띄우며 바둥거리다가 한심하게도 침대아래로 굴러떨어졌다.

나중에 생각난건데, 침까지 흘리면서 쿨쿨 자고 있던 남정네가 갑자기 간질이라고 걸린것 처럼 일어나 침대위에서 바둥거리고 있는 모습은 트라우마가 될거같다고… 나한테나, 다른녀석 ​한​테​나​… ​

"………"

머리를 바닥에 쳐박고, 하체만은 침대위에 올린채로 낙하의 충격에 정신이 번쩍든 내가 처음으로 본 것은, 자신의 배게를 양손으로 들고있는 나의 여동생 이었다.

"하, 오늘은 또 뭐냐?"

이거이거, 한밤중에 뺨맞고 깨는거보다 기분이 안좋을 줄은 상상도 못했는데. 대단하네 안면구타.

별거 아닌 이유로 이런 최악의 방법으로 깨운거라면, 진지하게 좀 화를 내볼까 생각이 들 정도로 기분이 안좋았다.

키리노는 눈썹을 부들부들 떨며 목소리에 대놓고 짜증감을 표출하는 나에게 아무렇지도 않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까만거 지금 오고 있으니까, 얼른 준비해"

"엥?"

그런 말을 하자마자 몸을 휙 하고 돌려 내 방에서 나간 키리노를, 나는 아직도 뒤집어진 채로 키리노가 나간 방문을 지켜보고 있었다.

으음… 쿠로네코가 왜? 평소의 모임은 ​내​일​일​텐​데​. ​

그런 생각을 하면서 시계를 보니 에… 몇시지 저게, 뒤집어진 상태니까 8시인가?

별거 아닌 이유로 깨웠으면 화를 내려고 생각했지만… 저런 이유면 어쩔 수 없나. 

자신의 친오빠를 배게어택으로 깨우는 것도, 모 소설에서 나오는 여동생처럼 빠루어택으로 깨우는거에 비하면 훨씬 괜찮은거 같기도 하고 말이야… 뭐, 그녀석은 피했으니 다행이지만.

밍기적 자리에서 일어나, 쿠로네코가 언제 온다고는 듣지 못했으니 (그러고보니 이유도 못들었네) 일단 씻으러 갔다.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은 평소 이상으로 한심한 (그거야 자다가 털렸으니 어쩔 수 없잖아!) 모습을 보니, 키리노가 깨워주지 않아서 일어나자마자 쿠로네코와 대면했으면 어떻게 됬을지, 상상조차 하기 무섭다 정말…

뭐 면도도 하고, 샤워도 하고 나와서 키리노와 함께 어머니가 차려준 아침을 먹고, 다시 양치를 하고 뒹굴거리고 있으니 8시 50분쯤에 초인종이 울렸다.

"어서와 루리"

"안녕. 쿄우스케"

"……"

평소에도 쿠로네코는 끝내주게 귀엽지만 말이야. 오늘은 뭐랄까, 기합이 들어갔다고 해야할까?

키리노에게 여러 영향을 받으면서 옷 입는게 다양해진 쿠로네코지만 (잘했다 키리노!) 오늘은 특히나 세련됬다.

빨강과 검은색이 적절하게 배치되어 있는 짧은 체크무늬 치마에 검은색 스타킹, 그리고 검은색의 발목까지 올라가는 하얀끈이 많은 부츠와, 모자 뒤쪽에 하얀 털이 들어있어 보기만 해도 따뜻해지는 갈색 털파카를 입고 있었다.

아무래도 밖의 추위 때문인지, 볼을 약간 붉힌채 몸을 움츠린 상태로 들어온 쿠로네코는 진짜 딱히 묘사할 방법이 없구만! 내 여친이면서도!

"…왜 그래?"

쿠로네코는 잠시동안 멍하니 있는 나를 걱정하는듯 물었지만,

"잠깐 인생의 아름다움을 느끼고 있었다"

"응… 저, 저기"

"왜?"

"이, 이상하지 않아?"

부끄러운듯 몸을 꼬물꼬물 대면서 나를 올려다보는 쿠로네코는 귀여웠다. 정말로 귀여웠다. 그리고, 그 모든걸 완성시키는 궁극의 아이템이 하나 있었으니-

쿠로네코가 안경을 쓰고 있다고!!

저번에 무려, 1페이지에 걸쳐서 묘사했던, 그 꽤나 사이즈가 작은, 약간의 분홍기가 감도는 요염하고 정렬적인 빨강색에 안경 다리 쪽은 검은색 바탕에, 하얀색 고양이가 조그맣게 그러져 있는 그 안경이다!

지금에 와서 다시 그 묘사를 철저하게 음미하고 싶지만, 그러면 나의 신사력이 다시 공개되는 것 같기에 이정도만 하겠다. 이것만으로 벌써 아쉽군. 그냥 할까? 으으…

"진짜로 남한테 보여주기 아까운 정돈데…"

"진지한 얼굴로 무슨 바보같은 말을 하고 있는거야 당신…"

"어이, 난 진지하다고?"

"흐, 흥… 시,실례할게"

뭔진 모르겠지만 오늘 하루, 굉장히 상쾌하게 시작하는구만!

쿠로네코는 들어와 어머니에게 정중히 인사를 하고, 키리노와 함께 내 방으로 올라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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