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쿄우스케는 코스튬 플레이어


Original |

이상한 꿈 이후(完)


**

어느새 시작된 봄의 일요일.

저번주 까지만 해도 그렇게 쌀쌀했던 날씨가 금새 거짓말같이 풀어졌다.

두꺼운 외투는 이제 더워서 못입을 정도고, 티셔츠 위에 도톰한 후드티 하나정도 입으면 딱 좋을법한 그정도 날씨다.

공식적으로 마스케라 애니메이션의 3기 제작이 결정되고 나서 얼마 지나지 않은 오늘. 나와 키리노, 쿠로네코와 사오리는 마스케라 3기 제작 기념 이벤트 회장 입구에서 줄을 서있다.

재작년에 처음으로 이 녀석들과 여름코미케에 왔을때, 땀을 뻘뻘 흘리면서 괴로워 하던것과 비교하면 오늘은 정말 날씨가 좋은 편이다. 평범하게 야외로 소풍이나 가고 싶은 ​날​씨​라​고​. ​

뭐, 직접 줄을 서서 한참을 기다려야 했던 재작년과는 다르게 작년에는 써클참가용의 줄로 바로 실내에 들어가서 비교적 괜찮았지만, 그래도 그 찌는듯한 열기속에서 바깥을 활보한다는건 좋은 기억은 아니었다.

"그건 그렇고 너무 빨라…"

"뭘 또 그렇게 투덜투덜 대?"

내가 조그마하게 중얼거린 소리에, 내 뒤에 있던 키리노는 바로 짜증내는 말투로 그렇게 ​말​했​다​. ​

항상 줄서면서 투덜거리는건 네녀석인 주제에 말은 잘하는군.

"아무것도 아니다…"

마스케라 애니메이션의 3기 제작이 공개되고 3주도 되지 않은채 기념 이벤트 일정이 잡히더니, 마치 여태까지 쭉 준비를 해온 것처럼 무리없이 실현된 이벤트.

게다가 동시간대에 방영하는 메루루의 3기가 끝나고 DVD나 관련 상품등이 생각보다 많이 팔리지 않아서 4기 제작은 앞으로도 힘들겠다. 라는 메루루 측의 발언이 있고 얼마 지나지 않은 시점이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너무 빠른거 아닌가?'

노골적으로 메루루를 견제한 기분이 들지만…

항상 표정으로 감정을 잘 드러내지 않고 도도한 분위기를 고집하는 쿠로네코가, 내 앞자리에서 만개한 꽃이 생각날 정도로 화사한 소녀웃음을 짓는다면, 그런걸 입에 담을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아 정말! 왜 이렇게 사람이 많은거야!"

방금까지 나한테 왜 투덜거리냐면서 투덜거리던 키리노 녀석은 조금씩 조금씩 들어가는 줄이 마음에 안드는지 발을 구르면서 그렇게 말했다.

저번보다 날씨도 좋은데 왜 투덜거리냐. 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이녀석 사실은 '마스케라 이벤트 따위 줄없이 들어갈테니까' 라면서 PSP를 안가져왔기에, 그 짜증도가 재작년보다 더한것 같다. 그거, 은근히 무겁더라고.

"후후후… 당신한테는 분명히 말했을거야. 마스케라는 종영하지 않았어. 팬은 아무도 단념하지 않고 있다고… 여러 사정 때문에 늦어진건 사실이지만, 지금 여기에 와있는 팬들이 있기에 가능했던 일이야"

그렇게 말하는 자신의 드레스를 펄럭이며 제자리에서 한바퀴 돌고 '훗…' 하며 키리노를 쳐다봤다.

평소보다도 엄청나게 텐션이 높아보이는 쿠로네코는 얼굴까지 반들반들 생기가 넘쳤다.

마치, 딱 여동생 에로게임을 하면서 텐션이 높아있는 키리노를 보는듯 한다니까.

"켁, 그래봤자 메루루를 피해서 방영한 시점에서 패배 아니야?"

우왓, 너 그거 금구라고. 같은 오타쿠 끼리 넘지 말아야할 선 같은게 있잖냐!?

"후후후후후후…"

쿠로네코는 키리노의 말에 화내기는 커녕, 오히려 업신여기는 눈빛으로 키리노를 내려보면서 말했다.

"당신, 말한번 잘했어. 그래… 그래서 마스케라와는 다르게 '4기 제작은 앞으로도 없을 것입니다' 라고 말한 메루루는 뭘까? 응?"

"………"

"그리고 그 잘난 메루루빠들은 어째서 DVD를 구매하지 않은걸까? 분명 내가 알기론 초판 판매량이 삐ㅡ 장이었는데"

"크,크윽…"

"게다가, 정의의 편인 신케릭터들의 관련상품은 전무하고 악역이된 메루루의 관련상품만 계속해서 나오는 것도 이상했지만, 그것 자체도 남은 재고를 보면 눈물이 날 정도야"

"우가갸갸아악…"

그만둬 쿠로네코! 키리노의 라이프는 이미 0이야! 죽일 셈이냐!

그 후 키리노는 거의 사오리에게 매달리다 시피하면서

"사오리! 아니지!? 재고라니, 메루루땅의 피규어가 재고가 넘친다니 거짓말이지!? 응? 내가 10개나 삿단 말이야!"

"음… 저… 키리린씨… 일단 진정하시고…"

자신의 허리를 붙잡고 말하는 키리노 때문에 그런지, 아니면 키리노에게 알려줘야할 사실 때문에 그런지, 사오리는 당황한 표정이 역력했다.

"확실히 말해줘!"

"……그, 옥션에서 원가보다 싸게 올라오고 있는 추세입니다만 그것 마저도…"

뭐, 다른 사람의 의견이나 생각은 잘 모르겠지만, 적어도 내가 보기에도 3기의 메루루는 최악이었다.

분명 그 전에도 오프닝이 전파계라던가, 웃는 얼굴로 도시를 날려버리거나 친구를 죽이거나 하는 내용을 따라가기도 힘들었긴 했지만, 이번에는 더했다고…

난데없이 2기 마지막화에서 게린박사의 함정에 빠져서 폭주한 메루루가 다크위치로 각성. 

여태까지 정의의 편이었던 메루루가 적이 됬다는것도 충격적이었지만, 3기 마지막화에서 드디어 등장한 다크위치 메루루가 쏜 검은색의 굵은 레이저 한방에 새로운 주인공 세명이 (분명 ​아​리​에​스​,​캔​서​,​바​르​고​ 라는 이름이었다)

죽어버렸다.

그 충격적인 결말에 기존의 골수팬들도 호불호가 갈리는듯 하고, 게다가 쿠로네코의 말대로 애니메이션 관련상품들도 적이 된 메루루에 초점이 맞춰지다 보니 판매량도 저조한 모양이다.

……하긴, 2기 마지막화에서 '우주 최강의 별가루 마녀' 라고 하는 메루루가 적이 된 시점에서 새파란 병아리들이 상대가 된다는게 이상하긴 했지만.

하여튼, 그 충격적인 결말 다음인 4기를 어떻게 제작하려고 했는진 모르겠지만, 3기가 저 모양이니…

"……"

뭔가 비틀비틀 하면서 넘어지려고 하는 키리노를 사오리가 붙잡아 주고, 입 속에서 영혼이라도 나올것 같은 키리노는 사오리에게 기댄채로 리타이어.

어찌됬던 줄이 안줄어든다고 짜증을 내던 키리노가 조용해진건 나쁘지 않은 일이었다.

"후후후… 후하하하하하핫!! 이곳은 나의 배틀필드. 이곳에서 나를 이기려고 생각하다니, 백만년은 일러!"

항상 '후후후…' 하면서 조용히 웃는 쿠로네코가, '후하하하하핫!' 하고 웃는 시점에서 얼마나 텐션이 높은지는 알겠지?

뭐, 시끄러운 키리노가 뻗어버렸으므로 그 후로는 얌전히 기다려서 입장할 수 있었다.

**

"우와…"

처음 입에서 무의식적으로 나온것은 순수한 감탄사였다.

회장의 내부는 비교적 어두운 조명으로 가득하여, 마스케라 라는 작품의 이미지를 잘 표현했다.

군데군데 있는 모니터에는 마스케라 3기의 PV영상이 반복적으로 나오고 있었고, 주변에는 싯코쿠나 퀸 오브 나이트 메어, 그리고 기타등등 소환수들이 정교한 피규어가 전시되있었다.

"쿄우스케 당신. 그건 가져왔지?"

"뭐 가져오긴 했다만"

놀이공원에 처음 온듯한 아이처럼 흥분해 있는 쿠로네코가 나에게 물어본 것은, 두말할것도 없이 싯코쿠의 코스프레 의상.

"입을일도 없을것 같은데"

저번처럼 아에 코스프레 대회인것도 아니고, 큰 규모의 코미케도 아니고…

마스케라의 이벤트 회장에서 코스프레 대회를 한다면, 당연히 마스케라 작품내의 케릭터들만 나올게 확실하니 한다 해도 소규모로 아주 잠시 할것 같은데 말이야.

"이 회장에 있는 사람들중 어느 정도는, 당신을 보러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니까"

"엥. 무슨 말이야 그건?"

"확실히, 이 3기 제작 기념 이벤트의 날짜가 잡혔을때, 여러 커뮤니티에서 쿄우스케씨 이야기가 많이 나왔습니다"

나의 물음에, 사오리는 아직도 넋이 나가 있는 키리노를 양손으로 부축하면서 말했다.

"마스케라의 팬들한테는 쿄우스케씨가 여러모로 일약 스타인게 분명합니다. 제작진들이 이 이벤트에 얼마만큼의 열의를 쏟았는지는 모르겠지만, 이벤트의 성공을 위해서라면 쿄우스케씨를 의식할 수 밖에 없을 정도이외다"

"……진짜?"

대답 없이 지긋히 나를 쳐다보는 쿠로네코의 시선을 보아하니 거짓말은 아닌것 같지만…

나는 괜히 그것을 의식해서 회장안에 있는 여자들을 신경쓰는게 싫어서, 억지로 머릿속에서 지우려고 했다.

"오, 시작하는듯 합니다"

그렇게 말하는 사오리가 손가락으로 가르키는 곳을 보니, 중앙에 있는 무대위에 관계자인듯한 여성과 남성이 대본인듯한 것을 들고 이것저것 이야기 하고 있었다.

"그럼 미리가서 자리나 차지해볼까"

"후후후… 당신 치고는 좋은 생각이야"

그렇게 벌써부터 무대 앞으로 이동. 게다가 조금 있으니 스태프들이 나타나서 의자를 세팅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무대 바로 앞의 제일 좋은 자리를 차지한 우리는, 앉은 상태로 시작까지 기다리기로 했다.

"그럼 저는 마실것을 사오겠으니, 잠시 키리린씨좀 부탁드리외다"

"응? 아냐 내가 사올게"

"헛. 쿄우스케씨는 이곳에 가녀린 소녀 세명만 남길 작정이십니까?"

어디가 가녀린 소녀냐… 키리노와 쿠로네코랑 말싸움만 해도 리타이어할 남자는 산처럼 많다고.

사오리는 그런 말을 하면서 자신의 양 어깨를 잡은채로, 과장되게 놀라는듯한 제스쳐를 취하더니 "금방 갔다 올테니 걱정 마시구료!" 라며 뛰어갔다.

키리노는 아직도 멍한채로 나의 어깨에 머리를 기댄채로 무대위를 바라보고 있고, 쿠로네코는 그런 키리노와 나를 보는듯 하더니

"하암~"

손으로 입을 가리며 하품을 했다.

"설마 이벤트가 너무 기대되서 어제 잠을 충분히 못잤다던가?"

"바보같은 소리 하지 말아줘"

하품 때문에 양 눈에 한방울 나온 눈물을, 자신의 주머니에서 손수건을 꺼내 닦으면서 쿠로네코는 계속해서 말했다.

"요즘 쓰고 있는 소설이 있어서, 잠을 얼마 못잤어"

"소설이라면, 항상 쓰고 있는거 아니야?"

"평소에 쓰던건 아니야. 심심풀이로 새로운 장르의 글을 써봤는데 생각보다 잘써지고 완성도도 마음에 들어서 말이야"

"헤에, 그래? 다른 장르라니, 사기안은 안나오나 보네"

적어도 평소의 중2병 소설은 아니라는 거구만.

나의 대답에 쿠로네코는 씨익 웃더니

"나중에 시간나면, 당신들 남매한테 꼭 보여줄테니까"

"응. 부탁한다"

"그럼, 잠시"

"!?"

쿠로네코는 아주 당연하다는 듯이, 나의 어깨에 머리를 기대어 왔다.

"저, 저기 루리!?"

"쉿. 잠시만, 이대로…"

"………"

눈 깜짝할 새에 새근새근 숨소리를 내며 잠든 쿠로네코와, 언제 잠들었는지 '우웅…' 소리를 내며 잠든 키리노를 양 어깨로 기대게 한채로, 나는 조금의 움직임도 허락받지 못한채 굳어있었다.



……

………

…………

"자자, 슬슬 시작하니 다들 일어나시구료"

옆에서 들리는 사오리의 목소리의 정신을 차리니, 이미 무대 앞 좌석은 모두 차있고 무대위에 있는 큰 모니터에서 마스케라 3기의 PV영상이 틀어지고 있었다.

아무래도, 나도 깜빡 잠이 들은 모양이다.

말없이 눈을 비비며 일어나는 쿠로네코와 대조적으로, 키리노는 깜짝 놀란 것처럼 깨더니 '여, 여긴…?' 이라는 기억상실증 환자같은 소리를 냈다. 메루루가 그렇게 충격적이었냐…

"이야~ 양 어깨에 미소녀 한명씩을 매단채로 잠든 쿄우스케씨도 정말로 대단합니다!"

"시끄러"

하지만 사오리는 평소처럼 입을 ω 모양으로 만들더니, 가져온 디지털 카메라를 들며 말했다.

"후훗. 얼마나 그림이 잘 나왔는지 무심코 ​찍​어​버​렸​습​니​다​만​?​"​

"구워먹든 삶아먹든 맘대로 하쇼"

야. 이제와서 잠든 사진 정도로 내가 꼼짝 할것 같냐. 이제 그런건 아무래도 좋다고. 조금 있다만 하더라도 또 코스프레 할텐데.

"핫, 혹시 이상한게 찍힌건 아니지? 응?"

"아무리 그래도 잠든 사진은 좀…"

하지만 키리노와 쿠로네코는 내심 불안한듯, 걱정된다는 얼굴로 말했다.

하긴, 자신이 무방비할때 찍힌 사진같은건 평소보다도 일그러져 있는 경우가 많으니까.

객관적으로 봤을때 상당한 미소녀인 저 녀석들은, 둔감한 남자인 나보다 더 신경쓰이겠지.

그렇게 말하면서, 미소녀 둘은 왠지 모르게 나를 흘깃 쳐다봤다. …왜?

"걱정마십시오 키리린씨 쿠로네코씨. 두분다 정말 귀엽게 찍혔습니다. 오늘 현상을 해서 다음번에 만날때, 미리 키리린씨와 쿠로네코씨에게 먼저 보여드리고 승인을 받을테니, 이걸로 어떻소이까?"

"그거라면 뭐…"

"불만은 없지만…"

"여담으로 하나 문제~ 쿄우스케씨는 과연 누구에게 기댄채로 잠들었을까요?"

"……"

"……"

"………"

이번에는 찌릿- 하면서 나를 노려보는 키리노와 쿠로네코. 아 그러니까 왜!? 나도 모른다고.

"정답도 다음번에~ 빠라밤~"

"넌 왜 그렇게 텐션이 높냐…"

"이야~ 그러게 말입니다~"

그렇게 서로 바보짓을 하다보니 무대위에서 음악이 흐르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시작하려나 보군.

그리고 이내 딱 하고 음악이 멈추더니 또각또각- 하면서 계단을 오르는 구둣소리가 났다.

진짜 구둣소리가 들리는 것이 아닌, 스피커에서 들려오는 녹음한듯한 소리였다.

이윽고 무대위에 검은색 드레스를 입은 여성이 올라오고, 사람을 내려보는 듯한 자세를 잡더니-

"흥. 나의 고성에 잘 와주었다 인간들이여. 나의 소개를 하도록 하지. 나는 '퀸 오브 나이트메어'. 타천의 나락에서 가장 강력한 야마의 여왕이다."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회장은 ​'​우​오​오​오​오​오​오​!​'​ 하는 환호소리가 가득해졌다.

성우 관련 오타쿠 지식은 거의 전무하기에 잘은 모르겠지만, 목소리를 들어보니 애니메이션의 '퀸 오브 나이트메어' 본인의 목소리 였다. 

메루루 이벤트 때도 직접 메루루의 성우분이 진행을 했지만, 이렇게 아에 케릭터의 코스프레를 한채 케릭터를 연기하면서 진행을 하는건 처음봤다. 나름 신선하네.

"이제 방영될 마스케라 3기의 스토리를 대충 알려주도록 하지, 우선"

그렇게 말하며 무대 위의 퀸 오브 나이트 메어가 손가락을 딱 하고 튀기자. 음악이 깔리면서 아까와는 다른 영상이 틀어졌다.

"다들 알다시피, 이미 나는 2기 마지막 화에서 루시퍼의 계약자인 그놈에게 당해버렸지"

뭐, 모르는 사람들을 위해 대충 설명을 해주자면, 루시퍼와 계약을 한 신야는 싯코쿠 라는 이름으로 다시 돌아와, 최종보스인 퀸 오브 나이트메어에게 필살의 공격을 먹여 성공하는듯- 하고 종료됬다.

덕분에, 퀸 오브 나이트메어가 죽었는지 안죽었는지도 모르는 팬들은 3기가 나올 때까지 아주그냥 난리가 났었지… 아, 결국 이것도 다 쿠로네코에게 들은거니까.

"하지만 난, 죽지 않았다"

그리고 모니터에서 나오는 영상은, 3기 1화의 한장면 같다.

치명적인 상처를 입은 퀸 오브 나이트메어는 그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 스스로의 육체를 어리게 하는데ㅡ

"어?"

무심코 그런 소리를 낸것은, 내가 아니라 키리노 였다.

"야 까만거. 저거 너랑 똑같은데?"

"………"

'여왕' 이라는 이미지 답게, 큰 키에 풍만한 육체, 고혹적인 매력을 뿜는 퀸 오브 나이트메어가 어리게 한 육체는, 10대 초반의 모습으로 전보다 훨씬 동글동글해져서 귀여운 이미지였다.

게다가, 그 상징적인 역십자의 무늬가 달려있는 검은 드레스도 작게 만들어져서, 저 모습의 퀸 오브 나이트메어는 키리노의 말대로 쿠로네코와 쏙 닮아있었다.

"마, 말했잖니. 이몸은 퀸 오브 ​나​이​트​메​,​메​어​라​고​…​"​

말은 그렇게 하지만 쿠로네코도 당황했는지 목소리가 떨리고 있었다. 뭔가 신기하네 이거… 제작진들이 쿠로네코의 모습을 보고 만들었을 리도 없겠지만… 카나코와 메루루 만큼 거의 똑같았다.

"후후후… 게다가 그 멍청한 녀석은 이 모습의 내가 나인줄도 모르고, 아무 의심 없이 나를 거뒀다. 나는 반드시…"

육체가 어려진 영향으로 그 강대한 마력까지 잃어버린 퀸 오브 나이트메어는, 자신을 그런 모습으로 만든 싯코쿠와 같이 행동하게 되는 내용으로 3기가 진행되는것 같다.

이렇게 퀸 오브 나이트메어가 여러 이야기를 해주면서, 처음 3기 홍보는 성공적으로 끝나는듯 했다.

"비록 열화된 나의 육체는 미약한 마력밖에 가지고 있지 않지만, 그 모습이… 응?"

"?"

아마 마지막 멘트를 하고 끝내려고 하는 퀸 오브 나이트메어는 마이크를 잡은채로 말하다가 우리와 눈이 마주쳤다. 에… 설마,

"후훗. 여기 있었는가- 나의 육체여"

"에,에엣…"

퀸 오브 나이트메어는 무대 바로 앞자리에 있는 우리에게 성큼성큼 다가오더니, 쿠로네코에게 손을 내밀고 싱긋 웃으면서, 마이크를 떼고 조용히 말했다.

"잠시만, 도와주시지 않겠어요?"

"……"

자신에게 내밀어진 손을, 쿠로네코는 뚫어지라 쳐다보더니-  그 손을 잡고, 무대위로 올라갔다.

"우와…"

이거, 무대 위에서 큰 버전의 퀸 오브 나이트메어와, 작은 버전의 퀸 오브 나이트메어가 같이 올라가 있는 모습을 보니 감회가 새롭구만.

아 여담으로, 퀸 오브 나이트메어의 성우분이 입고 있는 코스프레보다 쿠로네코의 수제 코스프레가 훨씬 퀄리티가 높았다.

쿠로네코가 무대위로 올라가자, 회장에서는 "오오……" 라면서 신기해 하는듯 하더니, 이내 폭발적인 환호소리가 들려왔다.

"………의도치는 않았지만, 나의 열화된 육체를 이곳에서 볼줄이야. 나도 놀랐다. 아무리 이몸이라고는 해도, 소름끼치게 귀엽군… 혹시 할말이 있는가?"

그렇게 말하며 쿠로네코에게 마이크를 넘기는 퀸 오브 나이트메어. 그리고 쿠로네코는 그 마이크를 자연스럽게 받더니, 아무렇지도 않게 말하기 시작했다.

"흥… 이몸의 이 쥐꼬리만한 마력과 비교하면, 전성기때의 나는 역시나 대단하군. 하지만 걱정마. 곧, 내 원래 몸을 찾도록 할테니까"

순간 그 자연스러운 애드리브에 놀란듯한 퀸 오브 나이트메어였지만, 환한 미소를 지으면서 응대해줬다.

그리고 큰 퀸 오브 나이트메어와, 작은 퀸 오브 나이트메어는 이것저것 애니메이션에 관련된 이야기인지를 자신들의 시점, 즉 케릭터들의 시점으로 어느정도 즐겁게 이야기를 하더니, 무대 위에서 직접 성우분이 싸인과 선물을 받고 쿠로네코는 내려왔다.

"자, 그럼 우매한 인간들아. 3기도 잘 부탁한다!"

그리고 엄청난 박수소리를 들으며, 무대위로 인사를 꾸벅 하고 퀸 오브 나이트메어는 퇴장.

그렇게 내려온 쿠로네코에게 가장 먼저 반응한건 사오리였다.

"오오오 쿠로네코씨! 야마의 여왕과 똑같은것도 신기하지만, 아무렇지도 않게 성우 본인과 무대위에서 토크라니 대단합니다!"

"그러게, 까만거 너 부끄럼쟁이 아니었어?"

"후후후… 말했잖니, 여기는 나의 배틀필드. 이곳에서 내가 패배할 일은 없어"

말은 그렇게 해도, 이마에 송글송글 땀이 배긴걸 보아하니 여러모로 긴장하긴 했나보다.

"수고했어. 루리"

"응"

그렇게 3기의 소개가 끝나고, 우리는 싯코쿠의 성우와 퀸 오브 나이트메어의 성우가 싸인을 해주는 장소로 이동했다.

…아까 무대위에서 내려온후, 꽤 엄청난 수의 남자들이 우리에게 다가오자 쿠로네코가 기겁을 하면서 내 품으로 들어와서, 내가 인상을 쓰며 녀석들을 쫓아냈다.

그것에 대해 키리노는 "켁, 치사해" 같은 소리를 했지만, 뭐가 치사하다는 건지는 알수가 없다…

줄을 서서 기다리니, 아까의 퀸 오브 나이트메어의 성우분이 싸인을 해주면서 아는척을 해주셨다.

"정말, 난데없이 신케릭터와 똑같이 귀여운 사람이 있어서 놀랐어요. 게다가 야마의 여왕 코스프레 까지 하고 계셔서 '이거다!' 싶었다니까요~"

"아,아니에요…"

무대 위에서의 박력과는 다르게, 평소에는 이런 붙임성이 좋아보이는 성격인듯 하다.

"흐흥. 그래서 옆은 남자친구에요?"

"엣? 네"

"호오~"

라면서 옆에 있던, 약간 경망스럽게 생긴 싯코쿠의 성우분이 끼어들며 말했다.

"아까 이야기는 들었지만, 실물로 보니 더 대단한걸. 귀엽잖아. 어때, 리얼 싯코쿠인 이 오빠랑 재미좀 볼까?"

하하하. 죽여버린다 당신.

나는 이마에 힘줄이 나오는 것을 느끼며, 그 남자와 쿠로네코의 사이를 막듯이 끼어들었다.

"옷. 뭐야, 남자친구? 에이~ 임자 있었네! 음? 그러고 보니 남자친구, 꽤 싯코쿠 닮았네? 혹시 그것 때문에 사귀고 있는건가~? 푸하핫. 농담이야 농담. 자 여기 싸인. 잘 가져가라구, 나의 숙적이여…"

역시나, 생김새 답게 경망스러운 남자였다.

게다가 마지막에는 진지한 싯코쿠의 목소리로 ​말​했​다​. ​

뭐라고 해야할까, 케릭터는 굉장히 진지하게 멋있는 케릭턴데 성우가 이 모양일줄은… 이미지가 확 깨네.

뭐, 말로는 계속 마스케라가 별로라고 하던 키리노도 엄청나게 좋아하면서 두 성우의 싸인을 받고, 사오리도 받고 다시 자리를 이동했다.

"흐음. 30분 정도 있다가 아까 그 무대에서 마스케라 코스프레 이벤트가 있는듯 합니다. 호오… 게다가 1등 상품이, 마스케라 3기의 DVD 전집입니다"

"좋았어. 루리, 내가 1등 해서 가져올테니까! …응? 왜그래? 어디 아파?"

아까 까지만 해도 그렇게 텐션이 높던 쿠로네코는, 어디 몸이라도 안좋은지 창백해진 얼굴이었다.

"……아무것도 아니야"

어제 잠을 얼마 못자서 몸이라도 안좋은 걸까 걱정됬지만, 일단 코스프레 대회까지 끝나게 되면 다른 이벤트 들은 아까 다 둘러봤으니 일찍 돌아가도록 해야겠다.

그대로 다같이 간식거리도 사먹고, 돌아다니면서 다른것들도 구경하고 떠들면서 시간을 ​보​냈​다​. ​

30분은 눈 깜짝할 새에 지나버리고 코스프레 대회의 시간이 되어서 아까의 무대로 돌아오니, 이미 좌석엔 많은 수의 사람들이 앉아있었다.

"여기도 미리 와서 자리를 잡아둘걸 그랬나?"

"이미 지난일이니 어쩔 수 없소이다. 아 쿠로네코씨. 쿄우스케씨. 개인으로 참가하는것 말고도 팀으로 참가하는 것도 있으니, 두분이서 같이 참가하시는건 어떻소이까?"

"오, 그래? 어때, 같이 나가지 않을래?"

"…응"

뭐, 항상 코스프레 상태로 다니는 녀석이니 저항감은 없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쿠로네코는 이런 대회 자체는 별로 안좋아하는듯 했다.

여태까지 여기 말고도 여러곳의 코스프레 대회가 있었지만, 쿠로네코는 단 한번도 참가한 적이 없으니까.

그 후, 키리노와 사오리가 좌석에 앉고 나서 쿠로네코와 나는 참가신청서를 내고, 나는 옷을 갈아입고 왔다. 쿠로네코는 뭐, 원래 입고 있었던 거니까 자리로 이미 돌아가 있었고.

그리고 다시 키리노와 사오리가 있는 곳으로 돌아와서 저번처럼 준비한 도구로, 키리노와 사오리가 화장을 해주고 쿠로네코가 빨간색 렌즈를 껴줬다. 렌즈는 정말, 아무리 연습해도 혼자서는 못끼겠다고… 무심코 눈을 찌를것 같아서 무섭다니까.

"………"

대회가 시작하기 전까지 대기실에서 쿠로네코와 함께 앉아 있었지만, 쿠로네코는 아까부터 정말로 표정이 안좋았다.

"정말 괜찮아? 괜히 무리하지 말고, 몸이 안좋으면 말해"

"………………"

내가 걱정스럽게 물어봐도 쿠로네코는 오히려 입술을 꽉 깨물며 필사적으로 울음을 참는듯한 느낌이었다.

"루리…?"

"저번처럼, 괜히 혼자서 끙끙 앓는건 싫으니까 확실히 말하도록 할게. 당신도 솔직히 말해줘"

"오,오우…"

갑자기 내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진지하게 말하는 쿠로네코의 기백에 압도되어 그렇게 대답하자, 쿠로네코는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나의 처음이자 마지막인 인생상담이야"

"인생…상담?"

"당신은…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알수있어?"

"그,글쎄…"

갑자기 철학적으로 느껴지는 질문이었지만 음…

개인적으로 생각하기에 어느정도라면 모르겠지만, 사람은 자신의 감정을 전부 알수없다고 ​생​각​한​다​. ​

오히려 그 사람에게 가까운 타인이 더 정확하게 알지 않을까.

하지만 내가 그런 대답을 하기 전에, 쿠로네코는 대답을 기다리지 않는 것처럼 계속해서 말했다.

"당신과 저 여자들과 만나고, 저 건방진 스윗트녀에게 이것저것 배우면서, 아주 조그마한 변화에도 사람이 구원받을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어​. ​

이제는 친구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도 많고, 그 여자가 그렇게 싫어하는, 흔히 말하는 중2병 같은 행동도 자연스럽게 적어지기 시작했어"

"……"

"…나는 솔직하게 내 감정을 잘 모르겠어…

당신도 알다시피, 나는 당신과 저 여자들을 만나기 전에는 친구라고 할만한 사람이 없었어. 당연히 남자와 대화한적 따위도 없고, 친해진적도 없어.

조금이라도 나에게 호감을 보인 남자들도 나의 행동을 보고 멀어졌어. 그래. 당연하겠지, 그때는 내 행동이 당연하다고 생각했으니까.

그래서, 처음으로 친밀해진 남자는 당신이 처음이야. 그렇다면… 제대로된 연애도 해보지 않은 내가, 내가 당신에게 느끼는 이 감정을 사랑이라고 생각해도 될까?"

"루리…"

"물론 사귀기 전부터 그런 생각은 충분히 해왔어. 해왔다구… 하지만, 일부러 머릿속에서 지웠어. 괴로운 생각은 일부러 지웠어. 혹시라도 이게 당신을 이성으로서 좋아하는 감정이 아니라, 처음으로 나에게 친절하게 대해준 남자에게 느끼는 일시적인 감정일까봐 지웠어. 무서웠어. 정말로 무서워서…"

이미 쿠로네코는 필사적으로 참던 눈물을 못참고 뚝뚝 흘리며, 울음기 가득한 목소리로 계속해서 말했다.

"아까 그 남자가, 당신과 싯코쿠가 닮아서 사귀고 있냐 라고 말한거에 당당히 '아니다' 라고 말하지 못했어. 왜일까… 나는 단지, 당신이 내가 좋아하는 애니메이션의 주인공과 닮았다고 당신을 좋아하는 걸까? 그런, 비겁한 여자인걸까?

모르겠어… 그것 말고도 당신의 좋은점은 정말로 많은데, 딱히 내가 당신을 왜 좋아하는지 자신에게 물어본다면 쉽게 대답이 나오지 않아. 

이런 생각을 하는것 만으로도 가슴이 터질듯이 괴로운데, 답답하고 답답해서 울음이 나와버리는데, 자신의 감정조차 잘 모르겠어서…

나는… 당신을 좋아한다고 생각해도 괜찮은 걸까…? 좋아해도, 괜찮은 걸까…?"

"……"

쿠로네코는 고개를 숙이고 눈물을 뚝뚝 흘리면서, 그 감정을 나에게 그대로 부딪혀왔다.

서로에게 확인도 안한채, 괜한 오해로 벌어진 첫번째 뒤틀림.

그때는 다행히도 키리노가 중간에서 우리의 사이를 회복시켜주려고 필사적으로 노력했기에, 그것이 오해라는 것을 알았다. 그리고 화해할 수 있었다.

하지만. 앞으로 쿠로네코와 사귀면서 비슷한 일이 일어난다고 해도 항상 키리노가 도와줄수도 없는 노릇이다. 항상, 누군가의 도움을 받을 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러니까, 부딪혀왔다.

남자로서, 연인으로서 나를 믿어주고 그 감정을 솔직히 부딪혀왔다.

자신의 감정을 솔직히. 자신의 생각하는걸 솔직히. 그리고 솔직한 나의 의견을 물어왔다.

말도 안되는 겁쟁이어서, 아야세가 나를 좋아한다는 것을 알고 버려질까봐, 혹시라도 나에게 이별의 말을 ​들​을​까​봐​, ​

친구도 별로 없는 상황에 매우 가까운 친구들을 전부 포기할 각오까지 하고 우리를 피했던 이 겁쟁이가, 나에게 솔직히 그 감정을 부딪혀왔다.

별것 아닌것 같지만 매우 큰 진전이라고 생각해.

그리고 동시에 그것이 기뻤다. 내가 이 정도로 사랑받고 있다는 것이, 쿠로네코가 나를 믿어주고 있다는 것이 엄청나게 기뻤다.

그렇다면, 나도 쿠로네코에게 내 감정을 솔직하게 부딪히는 수밖에 없겠지.

그래도, 어떤식으로 말을 해야 할지 막막하게 느껴졌다.

'어느 한쪽을 버리지 못하는 쿄우라면, 괜찮겠지?'

갑자기 생각난, 저번에 꾼 이상한 꿈.

그 꿈에서 깨어나기 전, 산신령인 마나미가 마지막으로 한 말이 떠올랐다.

뭐, 전혀 의미없는 개꿈 이었겠지만, 쿠로네코와 시로네코, 두명의 루리. 그리고 꿈에서 행동한 나의 선택.

그것이, 실제로도 별로 다를게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사람이 사람을 좋아한다는게, 그렇게 복잡한 일일까?"

"……"

"솔직히 나도, 살면서 연애한번 못해봤어. 진지하게 사람을 좋아했던 적도 없었고. 너와 마찬가지야.

그때 처음 오프모임에서 사오리와 너를 만나고 많은 일이 있었고, 그 이후에 내가 너에게 고백을 했지?

하지만, 너를 좋아한 그 시점에서 너에게 고백을 한건 아니야. 언제부터 내가 너를 좋아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확실히, 그 전부터 좋아하고 있었어. 그 감정을 깨닫지 못하고 있었지만"

나는 주머니에서 손수건을 꺼내서 쿠로네코의 눈물을 닦아주면서, 계속해서 말했다.

"어떤 이유 때문에 너를 좋아하냐. 라고 물어보면 나도 명확히 떠오르는건 없어.

하지만 원래 다 그런거 아닐까? 어떤 명확한 이유 하나 때문에 좋아한다기 보다, 그냥 그 사람 자체가 좋으니까. 그 사람의 모든게 좋으니까 '좋아한다' 라고 하는게 아닐까?

뭐, 이렇게 말하는 나도 잘은 모르겠지만 말이지. 나는 중2병 가득인 루리도 좋고, 하얀 원피스를 입은 루리도 좋고, 키리노와 나를 잘 살펴주는 루리도, 히나타와 타마키에게 잘해주는 루리도, 요리를 잘하는 루리도, 무지막지한 겁쟁이지만 자존심 강한 루리도 좋아.

그렇기 때문에, '좋아하는 이유' 같은걸 생각하는건 의미가 없다고 ​생​각​해​. ​

하지만 하나 확실한건, 아까 그 성우놈이 너한테 찝적댈때 나는 무척이나 기분이 안좋았다고. 혹시라도 거기서 너가 반응이라도 했다면 더 기분이 안좋았겠지, 이래뵈도 나, 독점욕 엄청나거든"

그래. 초기에 중2병 가득한 쿠로네코도, 후에 하얀 원피스를 입고 청초한 이미지로 나를 두근거리게 만든 시로네코도, 우리 남매에 대해 누구보다 자세히 알고, 우리가 힘들어 할때마다 알게 모르게 도와주고, 자신의 여동생들에게 어머니처럼 친절하고 요리도 잘하는, 그 모든게 쿠로네코다. 다른게 아니야. 내가 좋아하는건, 쿠로네코 그 자체니까.

"………"

멍하니 나의 말을 듣고 있던 쿠로네코는-

"화장실좀 갔다올게. 꼴이 말이 아니네…"

라고 말한뒤, 잠시 자리에서 일어났다.

"하아…"

잘 말한걸까, 쿠로네코처럼, 나도 그냥 느끼는 대로. 솔직히 말했지만 내 말이 확실한것도 아니고, 어느것이 정답인지도 모른다.

쿠로네코도 나도, 처음으로 연애를 하는 연애의 초보들이니까 미숙한건 어쩔 수 없겠지. 하지만, 그리 나쁘지 않은 기분이다.

어느정도의 시간이 지난후, 쿠로네코가 자리로 돌아와 내 옆에 앉았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아까 그 말… 믿어도 괜찮을까…?"

"오우. 걱정마라"

"그럼… 증거를 보여줘"

"즈,증거?"

갑자기 증거라고 해도… 여, 여기서?

"참가번호 22번 쿄우님. 나오세요"

하지만 우리가 그렇게 대화하는 새에 대기실에 있는 사람들이 얼마나 들어갔는지, 벌써 우리 차례가 됬다.

"이,일단 나가자"

"…응"

증거라고 해도 말이야 음… 까짓거, 한번 해보도록 하지.

그리고 쿠로네코와 함께 무대로 나가자, 회장안의 있는 사람들의 반응은 꽤나 폭발적이었다.

남자 관객들의 목소리보다 특히, 여자 관객들의 꺄악- 하는 목소리가 엄청나게 큰것같은 기분이 들었다.

"…꽤나 인기 많네 당신"

쿠로네코는 내 옆구리를 꼬집으며, 약간 까칠한 표정으로 그렇게 말했다. 훗, 질투하는 건가

"이미 여러 코스프레 대회에서 싯코쿠로 활약해서 유명한 쿄우님입니다만, 이미 이곳에 올 정도의 팬분들이라면 모두 알고 계시겠죠~?"

진행하는 누나분이 그렇게 말하자, '네에-!' 하는 여자들의 외침이 들려와서 나는 한번더 옆구리를 ​꼬​집​혔​다​. ​

"그런데 옆에 계신 여성분은 화재의 미니 퀸 오브 나이트메어 군요! 어떤 관계시길래 같이 나오게 되셨나요?"

그렇게 말하면서 마이크를 이쪽으로 넘기는 진행자 누나에게 마이크를 받은후, 나는 뭐라고 말할까- 하고 조금 생각했다.

그러면서 옆으로 고개를 돌려 쿠로네코 쪽을 살짝 보자 눈이 마주쳤다. 그리고 나는 에헴. 하고 목을 추수린후

"연인관계 입니다"

순간 '에에에!?' 하면서 남자 관객들도, 여자 관객들도 실망하는 듯한 목소리가 들렸지만, 나는 그런건 아무 상관 없다고!

"다, 당신 무슨…"

얼굴이 빨개진 상태로 당황하는 쿠로네코를 두고, 나는 계속해서 마이크에 대고 말했다.

"응? 증거를 보이라고 했잖아? 우하하하핫! 임자 있으니까 괜히 남의 여자친구에게 찝적대지들 마세요. 특히 거기 성우분!! 구엑!"

거기까지 말하자, 나는 갑작스럽게 어딘가에서 날아온 여자 손가방을 얼굴에 정통으로 맞고 뒤로 넘어졌다.

그리고 아주 크게 들리는 익숙한 목소리…

"뭘 하는거야!! 죽어!!""

여기서까지 이러는건 좀 너무하지 않냐 ​키​리​노​. ​

오빠도 코스프레 한 김에 분위기좀 타보자…

쿠로네코는 쓰러진 나에게 몸을 앉고 몸을 숙이더니 나에게만 들릴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정말로 좋아해. 쿄우스케"

뭐, 말할것도 없지만 코스프레 대회는 우승. 마스케라 3기의 DVD 전집을 예약받았다구.

**

"에… 뭐랄까, 이거…"

"노골적으로, 우리 이야기 아니야?"

"그렇다만, 무슨 문제라도?"

저번에 쿠로네코가 우리 남매에게 꼭 보여주고 싶다던 소설.

그 소설을 감상한 후, 키리노와 나의 처음 반응이었다.

"뭐가 '무슨 문제라도?'야 이 망할 에로네코! 저작권은? 저작권은 어떻게 할건데!?"

"흥. 말투나 진행 방식이나, 전부 NT 노벨식으로 바꾸고 독자적인 에피소드도 많으니까 딱히 상관없어"

"그아아악… 게다가 아야세의 이야기 라던가, 뭐이리 자세해?"

"그거야, 그 여자와 당신의 오빠에게 여러모로 참고했으니까. 뭐, 그런것을 떠나서 감상을 듣고 싶은데"

"으…"

키리노는 분한듯 얼굴을 찡그리더니

"뭐, 나를 참고한 케릭터가 나와서 그런지 재미있긴 하네. 처음부터 이런 소설을 쓰는게 더 좋지 않았어? 중2병 가득한 설정 난해한 소설보다 오히려 이게 더 자연스러운데"

"흐음, 그래?"

나는 진지하게 고민하는 듯한 쿠로네코에게 말했다.

"그런데 이거, 제목은 아직 안정한거야?"

"응. 마땅히 적절한 제목이 떠오르지 않았어. 운명의 예언서, 우리엘의 분노… 이런건 이런 소설에 어울리지 않으니까"

"그럼, 내가 지어줄까? 여동생, 제목엔 무조건 여동생이 들어가야되!"

옆에서 끼어들면서 여동생을 강조하는 모델에, 성적은 현에서 손가락 안에 들어가고, 육상으로도 장래가 깊은 현역 여고생 오타쿠가 떠드는 것에도 쿠로네코는 진지하게 검토하는듯 하더니

"그렇다면, '내 여동생이 이렇게 귀여울리가 없어' 같은건 어떨까?"

"오, 너도 제법인데!? 이 소설에서 나오는 여동생 이라고 하면, 당연히 나밖에 없잖아. 헤~ 내가 얼마나 귀여운지 너도 드디어 깨달은거야?"

이녀석… 자기 입으로 자기가 귀엽다고 하고 있어!?

아니 뭐, 귀엽긴 하지만…

"그래. 그렇다면, 당신을 내 여동생으로 삼아주도록 할게"

"하? 그게 무슨 소…"

평소처럼 쿠로네코를 업신여기는 듯한 키리노는 말을 하는 중간에 뚝 하고 멈추더니

"야, 야 너 설마…"

"후후훗, 그래. 내 여동생이 이렇게 귀여울 리가 없다니까"

"어,어이… 야!!"

이렇게 우리들의 이야기는 끝이 난다.

설마 했지만, 이 소설이 정식으로 나올지도 그때는 몰랐고. 처음으로 연인이 된 쿠로네코와 결혼까지 하게 될줄도 몰랐고, 지금의 저 말이 그것의 복선이라는 것도 그때는 ​몰​랐​다​고​. ​

여담으로, 고백은 내가 했으니 치사하다면서 청혼은 쿠로네코가 먼저 했다. 뭐, 당연히 내가 거절할 이유도 없었고 말이야.

앞으로 평생 행복한 일만 있는건 아니겠지만, 지금의 이 녀석들과 함께라면 무슨 일이 있다고 해도 잘 헤쳐나갈 수 있을것 같아.



여태까지 봐주셔서 ​감​사​했​습​니​다​~ ​

이제 내여귀 팬픽은 완결이고, 나중에 금서목록 팬픽도 한번 써보려고 해요. 관심있으신분은 찾아주세요.

'쿄우스케는 코스튬 플레이어' 의 텍본도 빠른 시일내에 제작,배포하려고 생각중입니다.

개인적으로 처음에 구상했었던 내용은 Wala 까지였는데, 그쪽의 완결이 가장 마음에 드는것 같아요. 그 후에 욕심으로라도 계속 쓰게 됬지만, 마땅히 계획도 없이 시작한것에 비해서는 꽤 즐겁게, 의미있게 쓴것 같습니다. 내용도 만족하구요.

그럼, 다들 추석 잘 보내시고 건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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