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쿄우스케는 코스튬 플레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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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F> 10권. 8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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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의 상쾌한 아침.

부모님의 방해도, 키리노의 방해조차 없는 완벽한 휴일이라서 그런걸까, 나는 평소보다도 훨씬 늘어졌기에 거의 점심때가 다되서 일어났다.

두번째 밤이 지난 원룸에서의 생활도 이제 어느정도 자리를 잡아가는 기분이었다. 이제는 잠을 자기전에 느껴지던 미약한 불안감도 느껴지지 않고, 그저 또 오늘 하루가 지나는 구나, 하는 정도의 감흥이 느껴질 정도니까 말이다.

다만, 직접적으로 문제가 되는 일이라고 한다면.

"으음………"

겨우 이틀을 있었는데도 방안은 아수라장이었다. 편의점에서 사먹은 도시락과 생수의 쓰레기가 이미 종량제 봉투에 가득 차 있었고, 싱크대에는 어제 카레를 해먹은 냄비가 더러운 채로 ​남​아​있​었​다​. ​

아, 카레 말인데…… 종종 우리 어머니의 요리솜씨가 별로라고 말은 했지만… 사실, 우리 어머니가 엄청나게 요리를 잘 하신다는걸 깨달은 식사였다. 뭐라고 할까, 물이 너무 많아서 카레인지 하이라이스인지 구분할수조차 없었고 맛조차 최악이었다. 게다가 인터넷으로 좀 더 찾아보니 카레요리는 카레가루가 중요하기에 실패하기가 힘든 음식이라고 하는데… 설마설마 했지만, 나도 키리노와 비슷할 정도의 요리치라는것을 깨달은 씁쓸한 하루였다고.

정말로, 겨우 이틀만에 방은 아수라장이 되었다. 원래 부모님과 같이 살때도 내 방은 내가 치우긴 했지만, 그런 부모님의 눈이 없어지니 손이 안간다고 해야할까… 돼지우리까지는 아니지만, 누가 봐도 남자 혼자 산다는걸 알 수 있을 정도로 어질러져 ​있​었​다​. ​

그런 사실을 직시하니, 괜히 '어차피 이틀이면 또 더러워질테니까 이틀뒤에 몰아서 할까…' 같은 생각이 들기도 했다. 결론을 짓자면 엄청 귀찮다고.

그렇게 비교적 덜 엉망이된 방상태와 완전 엉망이된 싱크대를 내버려 둔채, 나는 또 다시 카레를 해먹을 용기는 안나기에 다시 편의점으로 나가 컵라면을 ​사​왔​다​. ​

시계초침은 벌써 11시를 가르키고 있었다. 그렇게 물을 끌이고, 컵라면을 뜯으려고 하자,

띵똥-

하고, 누군가 벨을 울리는 소리가 났다.

"네, 나가요"

나는 그렇게 대충 대답하면서 문을 열었다. 아버지나 어머니가 택배로 뭔가를 보내기라도 한걸까, 그런 안이한 생각으로 문을 열자,

"안녕하세요 오빠"

언제나처럼 완벽하게 프리티한 미소녀. 그것도, 내 취향에 완전 직격하는 청순한 긴 생머리의 소유자인 아야세의 얼굴이 초근접하여 ​보​였​다​. ​

눈앞에 있는 미소녀의 이름을 알면서도 순간 나의 뇌는 아야세의 존재를 부정했다. 아야세가 여기 왜? 어째서? 그런 생각도 들었지만, 동시에 평소보다도 부수수한 모습의 내가 생각난 것이다.

그렇기에 난 당연히 반사적으로 쾅! 하고 현관문을 닫아버렸다. 그리고 그런 나의 행동에 아야세도 어지간히 놀랐는지, 문 너머로 소리쳤다.

"무, 무슨 짓이에요!!?"

​"​아​,​아​아​아​아​아​야​세​가​ 어쩐일이야!?"

나는 쿵쾅쿵쾅거리는 심장을 어떻게든 부여잡고, 말까지 더듬으며 그렇게 대답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아야세의 대답이 돌아오지는 않았다. 그렇게 3초 정도 지나자, 동시에 등에 사악- 하고 오르는 오한을 느끼며, 나는 걸이쇠가 걸려진 문을 다시 천천히 열었다.

"아, 아야세씨……?"

"……"

약간 열려있는 문 너머의 아야세는 무언가를 생각하고 있는지,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그리고 그 때문에 매력적인 앞머리가 아야세의 얼굴을 가려, 그림자 때문에 아야세의 표정이 보이지는 않았지만, 아야세는 금방 다시 고개를 들어 싱긋 웃으며 물어왔다.

"제가 오빠가 자취하는 집에 놀러오는게 뭐가 이상한가요?"

"이상하지! 당연히 이상하지! 자신에게 성희롱을 하는 변태가 혼자 사는 원룸에 놀러올리가 없잖아!"

"그러게요. 확실히 이상하네요. 분명 오빠는 저에게 서,성희롱 같은거 하지 않겠다고 말하셨는데요. 설마 거짓말이었나요?"

"아니 그건 아니지만!"

"따지고 보면, 오빠도 저희집. 그것도 제 방에서 단둘이 있었잖아요. 오빠가 저희집에 오는건 괜찮고, 제가 오는건 거절하는 건가요?"

"아니 그러니까, 그런게 이상한게 아니라! 아무 연락도 없이 오는게 이상하다는 거지! 게다가, 그때는 그래서 수갑같은걸 했잖아!?"

"물론 지금도 수갑은 해야겠지만요"

그러자 아야세는 고개를 올려 싱긋 웃으며, 그 손에 들려있는걸 나에게 보여주면서 대답했다. 그 찰랑 거리는 쇳소리, 진짜 오랜만에 듣는거 같은데.

"아니면"

아야세는 싸악, 하고. 순간 나의 팔에 소름이 돋을 정도로 낮은 목소리로 덧붙였다.

"…그 안에, 제가 들어가면 안되는 이유라도 있는 건가요?"

"그, 방이 개판이긴 한데"

"서, 설마 여자를 데려와서 안에서 으,으,음란한 짓을…"

"그럴리가 있냐!!"

갑자기 얜 뭔소리를 하는거래!?

아야세는 거기서 버럭, 하고 화를 내더니,

"처음부터 이상했어요. 이 시기에 자취라니,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일이 아니잖아요!!"

"그 소리는 어제도 엊그제도 들었다…"

"하여튼, 제 눈으로 확인하기 전 까지는 아무것도 믿지 않을테니깐요"

아야세는 그렇게 말하며, 왠지 결의가 담긴듯한 올곧은 눈으로 나의 눈을 똑바로 노려봤다. 아야세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마도 정말로 혼자 살게 되는 내가 키리노에게 하지 못한 여러짓을 (물론 아야세의 오해지만) 하지는 않을까… 하는 불안함일것이다. 더 이상 이야기를 끈다고 해도 아야세의 저 올곧은 눈이 빛을 잃을 일은 없을 것이고, 내 평가만 더 내려가겠지. 풀 수 있는 오해는 빠르게 푸는 것이 ​최​선​이​다​. ​

"한가지 조건이 있어"

그래도 나는 최소한의, 그러니까 내가 살고 있는 집에서의 최소한의 인권을 찾기 위하여 '수갑따위 하지 않을테니까' 라고 아야세에게 말하려고 했다. 

자기 집에서 수갑에 묶여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주인이라고 하면, 주인도 주인이지만 남자로서 정말 자존심에 상처를 받는다고.

"아무리 그래도 내 집이니까 수갑따위는 하…"

"당장 열지 않으면 강간당하려고 한다고 소리칠거에요"

"뭐, 뭐라!?"

"꺄아아! 성폭… 웁!"

​"​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나는 어떻게든 내 비명으로 아야세의 비명을 지우며 번개같은 속도로 걸이쇠를 해제한 후 한손으로 아야세의 입을 가리고 끌어당겼다. 진짜로, 누가 이 장면을 보기라도 했으면 경찰이 올것은 확실하다.

"헤에, 생각보다 깨끗하네요"

아야세는 헉, 헉… 하고 숨을 고르고 있는 내게 그렇게 말하고, 신발을 벗고 안으로 들어갔다. 마치 자기집인양 당연하다는 듯한 행동이지만 버릇이 없다기 보다 오히려 ​당​당​해​보​였​다​. ​

나는 하아… 하고 한숨을 쉬고, 얼굴에 '어쩔 수 없지' 하는 듯한 표정을 띄우고 말했다.

"이제 오해가 풀렸냐?"

"흐음. 글쎄요"

뭐가 글쎄요 라는 걸까. 아야세는 그렇게 말하며 총총걸음으로 나에게 다가왔다. 그러더니 눈을 작게 뜬채 나를 올려다 보고, 눈을 크게 떠서 나를 올려다 보고, 이상하다는 듯이 고개를 갸웃거리기도 해보고, 볼에 바람을 넣고 나를 올려다보기도 했다. 그 모습이 또 엄청나게 귀여워서 쿵! 하고 가슴속이 울리는듯 했지만, 나는 어떻게든 평정을 가장하고,

"왜그래?"

"………"

거기서 아야세는 확, 하고 얼굴을 찡그렸다. 무엇이 마음에 안드는 걸까? 그러자 아야세는 그런 나의 얼굴을 지긋히 노려보더니,

"이제 정말로 성희롱 안할거에요?"

"그러니까 말했잖냐. 안할거라고"

계속 아야세에게 성희롱을 하는것도 미안하고, 쿠로네코와 헤어지고 나서 뭔가 정신적으로 성장을 했다고 할까… 그런 기분이다. 하지만 아야세는 거기서 뭔가 또 얼굴을 찡그리더니 또다시 물어왔다.

"정말로, 정말로 안할거에요? 가슴에 손을 올리고?"

"그러니까 안한대도"

"칫……"

칫이라고 했어!!? 어째서!!?

"그럼 다른 트집이라도 잡아볼까요"

"노골적으로 다른 트집이라고 하지마!!"

"일단 방 안에 불결한 물건이 있는지 살펴봐야겠네요"

아야세는 그렇게 말하며, 뭔가 사건이 일어난 방을 수사하는 경찰처럼 매서운 눈으로 방을 ​둘​러​봤​다​. ​

"아마 이쯤에…"

그리고 침대 아래로 손을 뻗어 그 안을 확인했다. 정석이라면 정석이겠지만, 그런 에로책은 가지고 있지 않다고. 컴퓨터가 있으니까 그런건 쓸모가 없지.

아야세는 손에 잡히는게 없는것이 이상한지, 고개를 숙여 침대 아래를 확인하고 나를 다시 노려봤다. 아야세와 눈이 마주친 내가 '훗' 하고 웃으니, 아야세는 '이익…' 같은 소리를 내더니, 방 안을 휘젖기 시작했다.

왠지 모르게 화장실 겸 샤워실에도 들어가고, 싱크대의 아래라던가, 책상에 있는 필기구가 들어있는 서랍을 열어보고, 뭐 그런식으로 말이다. 물론 그 어느곳에도 야한책은 찾을수가 ​없​었​다​. ​

나는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들리기에, 아직도 만족하지 못한듯한 아야세를 내버려 둔채 다시 물을 끓이려고 했다. 그러자 아야세는 그제서야 뚜껑을 뜯은 나의 컵라면을 봤는지,

"어라, 식사 안했어요?"

"아 응. 아직"

"일요일 점심부터 컵라면이라구요?"

"사실 해먹는게 무지 귀찮거든"

"아…"

그러자 아야세는 '흠, 흠' 하고 목소리를 가다듬는듯 하더니, 왠지 시선을 왼쪽 위로 향하며 말했다.

"어쩔 수 없네요 그럼…"

그러자 띵동. 하고, 아야세의 목소리를 끊어내듯이 또다시 벨소리가 울렸다. 오늘따라 찾아오는 사람이 많네…

"응? 무슨 일인데?"

"………됐어요"

아야세는 그 벨소리에 기분이 상했는지, 왠지 하던 말을 멈추고 다시 말을 잇지를 않았다. 뭔가, 오늘따라 아야세는 자주 기분이 오락가락 하는군.

나는 이번에야말로 아버지나 어머니가 뭔가를 보냈나, 하는 생각을 하면서 다시 현관문을 열었다.

"네, 누구세요"

그러자 그곳엔,

"안녕. 선배"

한때 나의 연인이었던 쿠로네코가, 평소의 고스로리 차림을 한채 서 ​있​었​다​. ​

"아, 안녕 쿠로네코. 무, 무슨 일이야?"

"…어제 분명, 내일 봐 라고 했을텐데. 기억하지 못하는 걸까"

"아… 그랬,나?"

"…뭐, 당신이 둔감한건 하루이틀이 아니니까 상관없어. 그것보다 문을 좀 열어줄래?"

"요, 용무는!?"

"바보같은 소리를 할거면 정말로 저주를 걸어버릴꺼야"

"큭!!?"

왠지 눈빛을 이글이글 불태우며 노려보는 쿠로네코에게 별다른 말을 하지 못한채, 나는 고개를 돌려 방안에 있는 아야세를 쳐다봤다. 분명 아야세도 누군가 왔다는 것을 알아챘을테고, 나의 이 초조한 표정을 봤을텐데도 불구하고 싱긋 웃으며 "왜요?" 라고 되물어왔다. 세상에…

"왜그래? 방안에 누군가 있는걸까"

​"​아​니​아​니​아​니​아​니​아​니​!​ 그럴리가!"

"……하긴, 선배가 방안에 여자를 데려왔다던가 그럴리가 없지"

"다, 당연하지!"

"그럼, 언제쯤 그 방안에 들어갈 수 있을까. 팔이 빠질것 같은데"

"자, 잠깐만! 방이 엄청 어지러워서! 5분! 아니, 2분만 기다려줘!"

"……"

나는 왠지 모르게 나를 뚫어지게 쳐다보는 쿠로네코를 내버려둔채, 살며시 문을 닫았다.

그리고 확, 하고 몸을 돌려 성큼성큼 아야세에게 걸어가자, 아야세는 아까처럼 싱긋 웃으며 나에게 물었다.

"누가 왔길래 그래요?"

"알고 있잖냐!"

"글쎄요, 누군지 모르겠는데요 (싱글싱글)"

지, 진짜로 모르는 건가…?

나는 크흠, 하고 목소리를 가다듬고,

"쿠로네코야. 그, 있잖아. 키리노의 그쪽 친구들"

"아~"

아야세는 알았다는 듯이, 검지손가락을 한쪽 볼에 가져다 대고 입을 살짝 벌리는, 초 귀여운 표정을 짓더니,

"그 도둑 고양이요?"

"말하는게 흉흉해!! 라기보다, 도둑 고양이라니!!?"

"언젠가 담판을 지으려고 했는데, 잘됐네요"

"안됐거든!!?"

나는 아야세의 어깨를 잡은채로 강제로 몸을 휙, 하고 돌려, 그 등을 반 강제적으로 밀면서 말했다.

"그렇게 됐으니까, 잠깐만 숨어주라"

"수, 숨다뇨, 이 방 하나에서 어디로 숨으라구요?"

"어디든지 좋아! 화장실이라도 좋으니까!"

"거긴 싫은데요…"

나는 방금 가져온 아야세의 신발을 건내고, 양 손바닥을 모아서 소리쳤다.

"자취한지 이틀만에 소란이 일어나는것도 민폐라고! 제발 부탁한다!"

"……흥"

아야세는 자신의 볼에 바람을 넣고, 퉁명스러운 표정을 짓더니,

"…알았어요"

하고, 마지못해 하듯이 대답했다.

그리고 그것과 거의 동시. 현관문 쪽에서 찰칵, 하는 소리가 들리더니, 쿠로네코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선배. 문 열려 있는데. 들어갈게"

​"​우​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

들켰나!!!? 하고 쿠로네코는 식은땀을 뻘뻘 흘리는 나와 눈이 마주쳤다. 그리고 허공에 양팔을 파닥거리는 나를 보고 얼굴을 살짝 찡그리더니,

"당신은 혼자 무슨 바보짓을 하고 있는 걸까"

혼자?

놀란 내가 휙, 하고 고개를 돌리니, 방금까지 그 자리에 있던 아야세는 거짓말같이 사라져 있었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이​래​!​? ​

사람이 증발했을리도 없고, 마땅히 숨을만한 장소도 없는거 같은데, 아야세는 그 한순간에 사라져 있었다. 깊이 생각할 필요는 없다! 지금은 어떻게든 쿠로네코를 먼저 보내야 된다고!



하하. 개판이네.

  ​                  -개의 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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