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화 “그 멋진 ‘착각’을 다시 한 번” - 옥상
옥상
“응, 조금 춥긴 한데 바람도 안 불고, 날씨도 괜찮으니까 문제 없으려나.”
햇볕을 쬐는 토츠카의 하얀 미소가 눈부시다.
처음부터 옥상에서 먹기로 정해두고 있었던 건지, 토츠카는 돗자리를 가지고 왔었다.
셋이서 돗자리를 깔고 거기에 앉는다.
짧으면서도 긴 것 같은 1주일이었다.
기다려, 코마치. 오빠가 승리를 가지고 돌아가 줄 테니까.
나와 카와사키가 들고 온 도시락은 저번주 금요일때와 거의 비슷한 거였다.
훗……제법이잖아, 카와사키.
“첫 날과 같은 도시락인가……네 시스콤 짓도 여기까지 오면 기가 막히네.”
“너도 제대로 첫날 걸 골라 왔잖아 브라콤.
뭐어 마지막 회에서 OP곡이 흐르는 건 상쾌한 마무리에 어울리잖아?”
“넌 어차피 배드 엔딩일 거니, 얌전히 도그 푸드 담아 오는게 나았던 거 아니니?”
이짜식……일이 있을 때 마다 도발 처해오곤……유키노시타하곤 다른 벡터로 말공격을 처해댄다.
그보다 토츠카 씨? 이 상황에서 싱글벙글 웃고 있는 부분이 꽤 배짱 있으시네요.
“그럴 리 없잖아! 코마치의 도시락 완전 카피라고 말했잖아?!”
“뭐가 여동생 도시락인데 허세만 부리고는. 애초에 중학생은 점심 급식이잖아 바보.”
“바보는 너야! 그런 건 너네 남동생도 마찬가지잖아! 코마치랑 타이시는 애초에 둘 다 중학새……”
에……?
나는 지금……뭘 깨달았지……?
중학……점심……급식……
……앗?!
카와사키를 본다.
지금까지 본 적이라곤 없는 히죽거리는 얼굴로 ‘인제 와서야 깨달은 거냐’같은 눈길을 향해온다.
토츠카를 본다.
가슴 바로 앞에 손을 맞대고 ‘미안해’라고라도 말하고 싶은 듯한 표정으로 이쪽을 향한다. 사랑스럽다.
그래……분명 난 알고 있었어……중학생 점심은 급식이라는 걸. 것도 그럴게 나 3년동안 먹었는 걸.
그러니 처음부터 ‘코마치를 위한 도시락’같은 건 허세였던 거야. 전력으로 만들었지만.
그런데도 이 녀석은……이 녀석도……
……그건……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네 패배야.”
속였구나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히키가야 하치만, 완전패배의 순간이었다.
도시락을 다 먹고 나는 패배의 여운에 잠겨 있었다.
“것보다 뭐야? 혹시나 처음에 슈퍼에서 만났을 때 부터 오늘 이 때 까지 전부 연기?”
“앗하하하하하하하하! 뭐어, 그런 게 되려나. 아마. 뭐어 조금은 진심이었지만……크크크.”
카와사키가 이렇게 웃는 걸 처음으로 봤다. 때리고파……반격 처먹는게 끝이겠지만.
“하치만, 미안해. 그래도 이번 주 일은 내 생각이었어.”
으으으……토츠카가 그렇게 말한다면 용서해 주지 못할 것도 없나…….
그렇다 쳐도 어쩌다 이런…….
“그래서, 어때? 전력을 내 본 감상은?”
“뭣……?!”
“하치만, 이번 주는 저번 주랑 비교도 안 될 정도로 기운찼었어.”
“뭐라고……?!”
“일주일동안 이어질지 어떨지는 결국 내기 같은 거였지만, 이렇게 잘 풀릴 줄이야~.”
“뭐, 뭐가 말야…….”
“하치만은 생각한 걸 별로 입에 담지 않는 타입이잖아? 마음속으로 한 번 정리한 뒤에 할 말을 골랐었지?”
“그, 그러니까 무슨 소리를…….”
“지금까지의 대화를 떠올려 봐. 평소의 신중함 같은 건 완전히 잊은 것 같은 머리 나쁜 내용이었어.”
너……너희들…….
“자, 점심시간도 슬슬 끝이야.”
“하치만, 방과후에 동아리 가기 전에 조금 시간 내줄 수 있어?”
“아, 아아…….”
“그럼 다시 한 번 여기에 와 줘. 거기서 이야기하고 싶은 게 이것저것 있으니까.”
“……알써. 져 버렸으니까, 거절할 순 없고……후하하하.”
자조의 웃음을 흘렸다.
미안, 코마치. 나, 져 버렸어.
정말…….
역시 최종화에서 OP곡이 흐르는 건 상쾌한 마무리에 어울렸던 거다.
첫 도시락은 커녕, 처음의 계기서 승부가 나 있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