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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자 | 淸風

제 4화 “녹슨 눈길총으로 지금을 꿰뚫어보자” - 도서실


도서실


내가 여기에 온 건 우연이었어.
우리는 그렇게 눈에 띌 정도로 성적이 좋은 건 아니니, 도서실에 참고서를 빌리러 가거나 하는 일쯤은 있고.

거기서 카와사키의 모습이 눈에 보였어.



카와사키는 조용하게 공부하면서, 가끔 메일을 보내고 있어.
흐응……카와사키가 ​메​일​인​가​~​…​…​상​대​는​ 저번에 소동때 이야기가 나왔던 남동생이려나?
​아​니​면​…​…​히​키​가​야​인​가​…​…​?​

히키가야.
내 트라우마라 할 수 있는 인물.
문화제 마지막 날, 있을 곳을 잃고 옥상으로 도망친 나를 제일 먼저 발견하곤 폭언을 퍼부었어.
……그 썩은 눈으로.

그 뒤에 녀석은 당연한 듯이 주위에서 경멸의 눈길을 받고 있었어. 솔직히, 깔 좋다고 생각하고 있었어.
하지만……그 눈은. 본심으로 향하고 있던 그 눈만은 아직 무서워.
그 옥상에서, 내 모든 걸 똑바로 알아본……썩은 눈.

언젠가 보복이 오는 건 아닐까? 그런 공포도 있었고, 마주치는 걸 피하고도 싶어서, 녀석을 최대한 시야에 안 넣으려 하고 있었어.


그런 눈을 한 녀석과 서로 제대로 노려보고, 그 갖가지 폭언들을 같은 수준으로 되받아친 사람이 눈 앞에 있어.




책장 그림자에 숨어 버렸어.
……이대로 조용히 나가자.


그렇게 생각했을 때 생각지 못한 사람이 카와사키에게 말을 걸었어.


“여기 있었구나, 카와사키.”

하야마 하야토. 옥상으로 달려온 다른 한 명의 인물.


솔직히 말하면, 나는 약간 하야마가 껄끄러워졌어.
정확히는, 최근에 껄끄러워졌어.
그 때 구하러 와 준건 확실히 감사하고 있어. 용감하게 움직인 멋진 사람이라고 지금도 생각하고 있어.

그래도 가끔, 진짜 가끔 머리 구석에서 어른거리는 거야.


거기서 하야마가 말한 대로 돌아갔었다면, 어떻게 됐을까?


일어난 일은 변하지 않아.
나는 쓸데없는 생각이라며 고개를 흔들어.



“옆에 앉아도 될까?”

하야마가 카와사키에게 말을 걸었어.

“안돼.”

바로 거절당했어.


그 사람은 뭘 생각하고 있는 걸까.

”내 옆에 친한척 앉아도 되는 남자는, 여동생이랑, 사이카랑……’

조금 뜸을 들이고, 카와사키는 하야마를 노려봤어.

“하치만 뿐이야.”

그 사람, 터무니없는 걸 생각하고 있었어.



“어차피 네가 묻고 싶은 것도, 하치만 이야기잖아?”

“……들켰나. 아하하.”


뭐……? 하야마가 히키가야를……?



“녀석에 대해서 묻고 싶으면, 그 위치에서 부탁해.”
“아아, 알았어.”

대체 뭘 묻는 거지?

“카와사키, 저번주에는 깜짝 놀랐었어. 솔직히 말도 나오지 않았어.”
“…….”
“그리고 오늘은 그때보다 더 놀랐어. 나도 그랑 사이좋게 지내고 싶어. 그에 대해서 조금 가르쳐 줄 수 없을까?”



히키가야랑 사이 좋게 지내고 싶어……?
아니……하야마라면 그렇겠지. 그는 누구와도 사이좋게 지내려는 사람이야.


“……사이카에게는 벌써 물어봤어?”
​“​아​아​…​…​부​드​럽​게​,​ 하지만 확실히 거절당했어.”

토츠카가……?

“그렇겠지. 알고 있다곤 생각하지만, 사이카는 강해. 너무 화내게 하면 안되니까.”
“몸으로 깨달았어.”

뭐가 어떻게 되고 있는 거야…….
지금 이야기를 듣고 있는 것만으로 필사적이야.

“뭐, 조금은 가르쳐 주겠지만, 그 전에 결론만 말할게.”
“에?”
“녀석과 ‘사이 좋게’ 지내는 건, 지금 너한텐 무리.”


……히키가야랑 사이 좋게 지낸다니, 나는 전혀 상상할 수 없는 세곈데~.


“……그래?”
“조금 예를 들어 말해 볼까. 너, 가정에서 ‘아버지’의 역할을 뭐로 생각해?”
“그게 무슨 관계가?”
“알기 쉽게 한 거야. 질문에 대답해 봐.”
“……가족을 지탱하는 대들보, 일까.”

응……내 대답도 그럴 거야.

“꽝. 결론에 하나 더 더할게. 네가 하치만이랑 ‘사이 좋게’ 지낼 수 없는 원인은, 네가 꼬맹이기 때문이야.”
“……뭐?!”

무슨 소릴 하는 거야.
카와사키가 무슨 소리를 하는지, 전혀 모르겠어.

“그 질문의 정답……아버지의 역할.”
“…….”
“아이에게 미움받는 것. 싫다고 느껴지는 것.”
“?!”

​…​…​…​…​…​…​…​…​…​…​…​…​…​앗​?​!​

“사춘기의 아들에게는 적대시당하고, 사춘기의 딸에게는 업신여김당해. 그러면서도 그런 애들에게서 절대로 눈을 떼놓지 않아.”
“…….”
“애가 잘못되면 호통쳐 줘. 그리고 또 미움받고, 싫은 상대로 느껴져.”
“…….”
“그게 가정에서 ‘아버지’의 역할.”

​…​…​그​건​…​…​즉​…​…​.​



“그 바보가 상대하고 있는 꼬맹이는, 기막힐 정도로 많아.”
“…….”
“뭐, 어차피 자각 없겠지만. 그래서 눈이 썩어 있는거고.”


하야마는 아마 말이 막혀 있겠지.
나도 그래. 지금 뭐든 말 하라는 말을 들어봐야, 아무것도 입 밖으로 꺼내지 못할거야.

​“​…​…​그​럼​…​…​카​와​사​키​랑​ 토츠카는……대체 뭘 해서 그의 옆까지 도달한 거야……?”
“간단해. 아버지의 약점을 알고 있었던 거야.”
“…….”
“나는 더이상 해 줄 이야기는 없어. 단지……”

…….

“그 녀석과 ‘잘’ 해나가고 싶다면, 지금대로 있으면 돼.”
“……알았어, 고마워.”


하야마는 떠나갔어.


나, 나도…….


“훔쳐듣긴가요? 좋은 취미라곤 하기 힘든데요.”

흐익!



“히라츠카 선생님.”

“아~, 미안 미안. 정말 우연이야. 봐 줘.”


까, 깜짝 놀랐어……내가 아니었구나.


“카와사키, 내가 특별히 할 말은 없지만……인사는 해 두고 싶어. 고마워.”
“아뇨…….”
“너는……너희는 나랑 다른 답을 얻은 모양이야.”
“……괜찮지 않나요? 애처롭게 생각하는 사람이 있으면, 못 본척 한 사람도 있어요.”
“그 말 대로야. 그리고, 지지해주는 사람도 있어. 고쳐주는 사람도 있어.”
“……예.”
“아까도 말했지만, 내가 할 말은 별로 없어.
너희는 내가 하는 말 보다, 분명 좋은 답을 낼 수 있을 거야.”
“……예.”
“가 봐. 슬슬 하교시간이야.”
“예. 실례하겠습니다.”


마지막에 들은 카와사키의 목소리는…….
또박또박한……맑은 목소리였어.



“나도 나가겠지만, 너도 지금 이야기는 원하는 대로 해석하면 돼. ‘잘’ 해나가는 것도 잘못은 아니니까.”


……들켰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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