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5화 “페어 스토리는 급작스레” - 옥상 직전: 층계참
옥상 직전: 층계참
“코마치 성적은 어때?”
“아아, 조금만 늘면 소부고에 올 수 있으려나.
문과가 안 느는게 조금 위험하단 느낌.”
“그렇구나~, 코마치, 노력하고 있네.”
그 뒤로 며칠.
계절은 마침내 겨울로 발을 디뎠다.
어느 정도 날씨가 좋다고 해도, 아무래도 밖에서 식사하긴 어려운 시기다.
저번의 승부 때는 점심을 옥상에서 먹었었지만, 이 계절의 바람은 차갑다.
겨우 며칠밖에 안 지났는데, 눈 깜짝할 사이에 추워지는구나.
그렇게 돼서, 옥상의 바로 앞. 층계참 바닥이 우리 점심시간 중의 영역이 되어 있었다.
“타이시는 어때?”
“이쪽도 앞으로 안 걸음이라는 느낌. 그래도 예전에 이야기했을 때랑 비교하면 굉장한 기세로 나아졌다고 생각해.
못하는 과목은 딱히 없지만, 전체적으로 보강했으면 싶으려나.”
2학기도 끝나려 하고 있다.
고교 입시를 앞둔 중학교 3학년에게, 다음에 찾아올 겨울방학은 고비다.
“나도 중학생 때는 이 시기가 힘들었었나―.”
“뭐어, 붙으면 우리가 선배고, 우리가 가르쳐 주면 붙을 거야.”
“그렇겠어. 입시문제 같은 거 아직 남겨두고 있고.”
응석봐주기 근성 전개다.
“그보다 하치만. 너, 문과 특기잖아? 왜 코마치 문과가 안 오르는 거야.”
“녀석 문과에서 막히면 나한테 죄다 떠넘겨서, 결국 내가 문제 풀어 버린다고.
녀석의 작문 7할을 내가 쓴 정도야.”
“그건 좀…….”
“뭐, 딱히 안 오르고 있는 건 아냐.
그랬던 업보가 돌아오고 있는 것 뿐이지, 문과 학력 자체는 나쁘지 않아.”
그래, 결국 정리할 때는 스스로 정리했고, 가르쳐 주면 이해도 빠르다.
내가 푼 문제의 답을 보고 정답을 기억하고 있는 거다.
요는, 간접적으로 내가 제대로 가르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하아……코마치, 이과는 별로 문제없을 것 같은데.”
“잘도 알았네.”
“계산 잘하고.”
“거기로 이어지는 거구나…….”
부정은 안 한다.
“응석부리게 하는데도 한계란 게 있잖아.”
“시꺼―. 특징이 있는 쪽이 귀염성 있잖아.”
“뭐? 전체적으로 우수해진 타이시가 특징 없는 애라는 거니?”
“아까 전체적으로 보충하고 싶다고 말한 참이잖아. 뻥튀기 하지 말라고.”
“…….”
“…….”
階段
계단
히키타니와 토츠카가 점심시간에 교실에서 나가게 되고 며칠……
마침내 나는 찾아냈어! 둘의 밀회 장소를!
휴대폰 용량은 충분한가……?
……오케이!
동영상 촬영 기능……ON!
그후후후후후……이만큼이나 애를 태웠었는걸……
사진 같은 걸론 안 끝난다고~.
돌진! 비밀의 화원에!
“히키타니―! 토츠카―! 찾았다구―!”
“시꺼어어어어어! 그건 네년이 목욕한 뒤에 옷도 안 입고 어슬렁거려서잖아! 집중할 수 있겠냐!!”
“조용해! 쓸데없는 참견이야! 그거랑 집중력은 관계없잖아! 자기가 얼마나 응석을 받아주는지는 젖혀두고 잘도 말하네!”
“아, 에비나. 아하하, 찾았네.”
oh……지저스.
카메라 너머로 비친 건, 비비적대고 있는 히키타니와 사키사키.
충격발언과 함게 충격영상이 제대로 녹화되어 버렸어.
“히히히히히히키타니랑사사사사사사키사키는이이이이미그러어어어언?!”
“어라, 에비나. 여기엔 왜?”
“응? 뭐야, 너 혼자? 그리고 사키사키라고 하지 마.”
뭘 태연한 척 하는 거야?!
이미 둘은 그게 일상이야?! 빨라! 너무 빠르다고오!
모르는 사이에 터무니없는 일에 관여해 버렸어?!
“그그그그그그치만 그게! 이거! 무심코 그대로 녹화 해 버렸다고?!”
‘시꺼어어어어어! 그건 네년이 목욕한 뒤에 옷도 안 입고 어슬렁거려서잖아! 집중할 수 있겠냐!!’
‘조용해! 쓸데없는 참견이야! 그거랑 집중력은 관계없잖아! 자기가 얼마나 응석을 받아주는지는 젖혀두고 잘도 말하네!’
“보라고! 난 어쩌면 좋은 거야!”
“에? 너, 우리가 싸우는 모습 같은 거 녹화해서 어쩌게?”
“에비나의 취미는 그거랑은 조금 다르지 않아?”
“아니, 그, 하하하하……괘, 괜찮아!
나 썩었어도 노멀도 완전 OK니까! 썩은 쪽이 좋지만! 그것도 제대로 알고 있으니까!”
“하, 하아…….”
“에비나, 왜 그래?”
괜찮아! 괜찮아! 나도 BL만으로 가득차 있는 건 아냐!
노멀도 제대로 인정하면서 그쪽으로 달리는 거야! 그러니까 괜찮아!
사키사키는 키도 훌쩍 큰 편이니까 남장 캐릭으로 뇌내변환하는 것도 쉬우니까아!
“에비나, 미안. 둘은 언제나 이런 느낌이어서, 교실에선 좀…….”
“으, 응응응! 그렇지! 그렇지! 아무래도 그렇지! 괜찮아! 제대로 알고 있어!”
“에, 아아……그건 고마워…….”
“괜찮다든가 알고있다든가, 에비나는 아까부터 그 소리 뿐이라고……?”
그런 소리를 말하면서도 둘은 서로의 옷을 아직 잡고 있어.
아―정말―뭐야 이거? 나 뭐 하러 여기 온 거야?
“자, 둘 다, 아직 도시락 반이나 남았어.”
“아차, 그랬네. 미안, 미안.”
“응, 슬슬 먹어 치울까?”
새삼스럽지만……토츠카 대단해~.
당연한 것처럼 자연스럽게 정리해 버렸어…….
그걸 순순히 받아들이고 식사를 시작하는 둘……에? 이 셋, 정말 무슨 관계야.
“어이, 에비나. 우리, 이 뒤는 도시락 먹는 걸로 땡이라고?”
“엣? 아, 뭐라고 할까 그~, 타이밍을 놓쳐 버려서……하하하.”
코피를 뿜어서 도시락을 엉망으로 만드는 건 아무래도 좀 그래서, 바로 녹화! 바로 탈출! 뒤에 만끽! 이란 플랜이었는데…….
“아아, 둘의 박력에 눌러 버렸으려나……?”
“음, 그 정도까진 아니었던 것 같은데?”
“아아, 어차피 언제나 이런 느낌이고~.”
어, 언제나……?
언제나 토츠카는 둘의 적나라한 대화를 평온하게 듣고 있는 거니?
“언제나 덤벼드는 건 사키고.”
“언제나 덤벼드는 건 하치만이고.”
“…….”
“…….”
“뭐라고?!”
“뭐?!”
에, 잠깐, 에에에?!
“자, 스톱.”
토츠카는 포크 두 개를 솜씨 좋게 각자의 도시락통에 찔렀어.
찝은 건 자그만 비엔나. 그 손을 교차시키듯 쓱 휘둘러서……
“?!”
둘의 입에 홀인원.
““으으으으으으으으읍―?!””
비엔나를 입에 담은 채로 확 물러나는 두 사람.
“정말, 잠시만 있으면 이렇다니까.”
어쩔 수 없네~ 하는 느낌으로 미소짓는 토츠카.
““냠냠……꿀꺽……미안해.””
어찌……
어찌나 훌륭한지……
이 광경이야 말로 녹화하고 싶었어……큭!
“그러고 보면 에비나, 너, 자기 점심은?”
“에? 아아, 오늘은 원래 여기에 올 생각이었으니까 중간에 까먹었어, 하하…….”
“나쁜 애네.”
게다가 임무 실패했고……뭐, 됐나.
“원래……처음부터 저런 거 녹화할 생각이었냐? 너도 이상한 녀석이네.”
“괘, 괜찮아! 저건 나중에 제대로 PC로 옮기고 휴대폰에선 지울테니까!”
“아니, 정말 그런 동영상으로 뭐 할 건데…….”
“아무것도 안할건데?!”
“자, 자, 그치? 에비나. 저번에 말했던 대로 떠들썩하지?”
확실히……뭐……목적은 달성하지 못했지만…….
정말로 떠들썩하고……엉망진창인 점심시간이었지만…….
히키타니와 사키사키 사이의 보기드문 광경을 볼 수 있었으니 된걸로 하자.
“후후후, 그렇네.”
예전에, 히키타니 군에게 말한 적이 있다.
‘그렇게, 별 상관없다고 느끼는 사람한텐 솔직해 질 수 있는 부분은 싫지 않아.’
저번 교실에서의 도시락 교환 장면을 떠올려 본다.
지금 이 광경을 되새겨 본다.
……………
‘솔직’과 ‘본심’은……닮았지만 다르다…….
평소에는 말을 고르는 히키타니가 이렇게 열이 오르고……
평소에는 전혀 말을 꺼내지 않는 사키사키가 이렇게나 잔뜩 떠들고……
‘본심’으로 부딪치고 있는 히키타니와 사키사키는……응…….
싫지 않아.
아, 그래도 이 영상은 진짜 위험할지도. 다른 종류의 코피 나올 것 같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