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9화 “그 애들도 평범하게 어른이 되는구나” - 2월 14일
2월 14일
세간은 밸런타인 데이.
덧붙여서 이제와서 말하기도 뭣하지만, 나는 태어나고 이때까지 코마치의 초콜릿 말곤 받은 일이 없다.
평소라면 리얼충 폭발염파를 여기저기 흩뿌리겠지만···
올해의 합격발표는 2월 14일.
오늘 2시에는 합격자 목록이 내걸린다.
그런 상황에서 내가 수업 같은 걸 받고 있어도 되나?
“정말―, 오빠가 그렇게 불안해해서 어떡하게.”
지당한 말이다.
“그 덕에 코마치는 거꾸로 마음 편하지만―.”
“그런 목적으로 불안해 한 거 아냐.”
“뭐―뭐―, 오늘은 밸런타인이고, 돌아가면 초콜릿 줄테니까!”
“예이예이.”
뭐, 이런 걸로 코마치의 불안이 풀린다면 힘든 일도 아니다.
“일단 오늘 일정이 끝나면 집에 모이자는 모양이야.”
“오―! 합격 기념&밸런타인이니까―! 사이카 오빠랑 타이시 군한테도 줘야 할 거고―.”
이쪽은 이쪽대로 완전히 붙은 기분으로 있고···
게다가 타이시한테까지···라고?! 젠장! 용서 못해! ···아니 아니.
녀석도 같이 노력했으니까, 빡빡이로 만드는 정도로 용서해 주자.
중학교 앞에 도착한다.
“그럼 오빠, 발표할 때 만날 수 있으면 소부고에서!”
“오케―, 번호 찾으면 메일 보내라고.”
“응!”
자, 나도 전장을 향하자.
지금부터 2시 뒤까지, 고문이라고도 할 수 있는 시간에 몸을 던지러.
오후: 현대국어
3학기도 반쯤 지나서, 솔직히 수업에서 가르칠 내용도 거의 안 남았다.
내가 맡은 수업도 예외는 아니다 보니, 쪽지시험 프린트를 돌리고 교단으로 돌아간다.
시간은 2시 직후. 오늘은 수험생의 합격발표 날이었지···
슬쩍, 창 밖을 본다.
합격자 목록이 내걸리고, 결과를 보러 온 미래의 학생들이 모여있다.
빨리 온 사람들은 슬슬 자기 번호를 찾았을 즈음일까.
학생들에게 눈을 돌린다.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온 건, 사랑스런 번뇌 덩어리인 두 사람.
후후···알기 쉬운 녀석들.
둘 다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안절부절못하면서 책상 아래 있는 휴대폰을 보고 있다.
이런 부분만 닮았다니까.
자신들도 어린애면서, 마치 부모처럼 행동해 온 두 사람.
환경의 영향도 있겠지만, 책임감이 있는 탓도 있을 거고, 뭣보다 사랑스러운 마음도 있었겠지.
내가 너희를 사랑스레 생각하는 것 처럼.
시간은 2시 10분.
부르르르···
카와사키의 핸드폰이 진동을 울린다.
번쩍 뜨인 눈.
풀어지는 뺨.
그리고 안도의 한숨.
정말, 너는 그런 표정도 지을 수 있었구나.
부르르르··
다른 하나의 진동음. 히키가야에게 눈을 옮긴다.
번쩍 뜨인 눈.
풀어지는 뺨.
그리고 안도의 한숨.
너희 정말 짠 거 아냐?
학생 대부분이 아직 쪽지시험지에 눈을 향하고 있다.
잘 보면 손을 멈추고 있는 건 이 두 사람 뿐이다.
주위는 전혀 신경쓰지 않고, 둘은 얼굴을 마주보며 히죽대고 있다.
무슨 일인지 뻔히 보이네···어쩔 수 없지.
“크흠, 뭐, 밖도 이런 상황이고, 끝났으면 조용히 나가도 괜찮아.”
탁
탁
···둘은 일어나서···
뚜벅뚜벅뚜벅···
뚜벅뚜벅뚜벅···
일직선으로 교단을 향해···
슥
슥
···망설임 없이 답지를 제출했다.
예상대로의 전개에 웃음이 나올 것만 같다.
정말로 다 끝냈었구나, 둘 다.
그대로 문을 열고···
탕!
둘이 동시에 나가려다 보니, 부딪쳐 버렸다.
그대로 서로를 노려본다.
···큭큭, 언제 있었다던 도시락 소란이라는 것도 이런 느낌이었을까?
그 자리에 없었던 게 아쉽다. 크크···
“둘 다, 천천히 나가도록.”
이쪽을 돌아보고, 끄덕이고, 천천히 문을 지나가···맹렬히 질주하는 발소리가 들려왔다.
바보들이···
교실에서 쿡쿡 웃는 소리가 들려온다.
웃고 싶은 건 나도 마찬가지다.
후우···이것 참.
언젠가 도서실에서 들은 카와사키의 말을 천천히 떠올려 본다.
그녀가 낸 답은, 적어도···나는 낼 수 없었던 답이겠지.
히키가야가 상처입는 걸 고통스럽게 느끼는 사람이 있다. 그건 사실이다.
하지만 그녀는, 히키가야가 생각한 방식을 읽곤 그런 히키가야를 받아들여준다는 선택을 골랐다.
가족을 생각해서 행동해 온 그녀기에 고를 수 있었을 선택.
탁
누군가가 일어나는 소리가 들린다.
그쪽을 보자, 토츠카가 답안지를 제출하려 하고 있었다.
꾸벅 고개를 숙이곤 토츠카도 교실을 떠나갔다.
약간 토츠카의 이야기도 나왔었지만···그는 ‘강하다’고, 그렇게 말했었다.
그 자신에게 이야기를 들은 건 아니지만, 히키가야는 터무니없는 녀석들에게 주목받고 있던 모양이다.
후후···아쉬운데. 조금 더 빨리 깨달았으면 봉사부에 권유했을지도 모르겠다.
터무니없는 다크호스다.
히키가야가 상처입는 방법을 멈추는 게 아니라, 히키가야가 입은 상처를 고쳐주는 존재, 지지해주는 존잰가.
마치 가족같다.
가족이라고 하면, 누가 잘못을 저지르면 말려줄 거다.
과연, 그들은 그렇게 굴러가고 있는 건가.
내가 히키가야가 바뀌어줬으면 한다고 바란 건 잘못은 아니겠지.
그와 동시에, 그녀들이 히키가야가 바뀌지 않아도 괜찮다고 생각한 것도 잘못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나는 어느 생각 방식도 좋아한다.
그가 바뀌는 미래도 보고 싶고, 마찬가지로 바뀌지 않는 미래도 보고 싶다.
그것도 당연한가. 이런 문제는 사람 수 만큼 답이 있는 거니까.
교사는 학생을 가르치는 입장이지만, 학생에게서 배우는 일도 잔뜩 있다.
정말 죄 많은 남자구나, 너는.
교사인 내가 너 개인을 이렇게까지 생각하게 만들다니.
터무니없는 문제아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