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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시스

ぶらしす


원작 |

역자 | 淸風

제 9화 “그 애들도 평범하게 어른이 되는구나” - 교무실~


나는 히라츠카 선생님에게 불려나갔다.
딱히 설교를 받는 상황은 아니다. 좀 이야기를 나눠 달라는 모양이다.

“네 여동생 이야기야. 여기서 말하는 건 좀 플라잉같긴 하지만, 축하해.
 너도……너희도 잘 가르쳐 준 모양이던데.”
“예, 감사합니다.”

대놓고 말해서, 지금 나는 히죽거리고 있다.
거울같은 건 볼 것도 없다.

“카와사키랑 토츠카도 섞어서 이야기 하고 ​싶​었​는​데​…​…​카​와​사​키​는​ 몰라도 토츠카 쪽은 동아리를 방해하는 것도 미안하고.”
“저기, 저도 일단 동아리 있는데요.”
“그 동아리의 고문은 나잖아? 게다가, 지금 당장에라도 동아리 땡땡이치고 집에 가고싶다는 표정 짓고 있다고.”

들켰나.

“후후, 뭐, 이상할 건 없지. 빠질 생각이면 두 사람에겐 직접 말할 것.”
“예? 괜찮은 건가요?”
“지금의 너를 말릴 생각은 도저히 안들어. 거기에다가 합격을 축하해 주는 것도 봉사의 일부고.”
“……윽.”
“그러니까 내가 허락할 테니, 새로운 신입생들을 축하하러 가 주렴.”

설마 담임이 직접 OK를 할 줄이야.

​“​하​하​…​…​감​사​합​니​다​.​”​
“후후……이야기는 끝이야, 가렴.”
“예, 안녕히 계세요.”




교무실을 나선다.
밖에는 나를 기다리던 것처럼 사키가 서 있었다.

“한심한 표정이네.”
“네가 할 말이냐.”

완전히 표정이 풀어진 사키를 바라본다.
아아, 지금 나도 분명 저런 얼굴이겠지, 틀림 없어.


“일단 나는 봉사부에 얼굴 내밀고 올게. 너는?”
“그럼 나는 일단 돌아갈래.
 타이시는 붙었다고 전해야 할 친구들이 있는 모양이라서, 직접 너희 집에서 합류한다는 모양이야.”

건널복도에 접어든다.
사키는 교문으로, 나는 봉사부로.

“오케. 그럼 이따 보자.”
“아, 잠깐 기다려.”

뒤를 돌아보자, 사키는 가방에서 포장된 상자를 꺼내든다.

“즈, 자, 초콜릿.”
“으, 오오, 이게……”

잠깐 진짜로 잊고 있었다.
애들 합격 발표에 신경쓰느라 그랬던 것도 있지만, 애초에 학교에서 이런 걸 받은 경험이 없었으니까.
예전부터 받을 거라는 걸 알고 있었는데도 긴장된다.

“코마치가 아닌 사람한테 받는 건 처음이야, 의리도 포함해서.”
“하하……사실은, 나도 남동생이 아닌 사람한테 준 건 처음이긴 하니까.”

맙소사……브라콤의 극에 이른 존재였다.
뭐어, 그래도 이걸 상상 못했던 건 아니다.
이 녀석은 이 녀석 대로, 다른 사람한테 줄 여유따윈 없었겠지.

“오늘은 다른 사람한텐 받았어?”
“받을 리 없잖아, 날 뭘로 보는건데.”
“유키노시타랑 유이가하마는 줄 거로 생각하는데.”

으…….

“흐흥, 그럼 내 게 네 인생에서 처음으로, 여동생게 아닌 초코네.”
“뭐, 뭐어……그, 그렇게 되……네.”

말로 표현하니 저도 모르게 근지러워진다.
그런가……이게 처음인가…….

그런 생각을 하는 중에, 사키는 아까에 더해 한 입 크기의 자그만 초콜릿이 들어간 투명한 봉지를 꺼낸다.
뭐야……?


“이건, 지금 너한테 주는 거랑 같이 만들었어. 즉, 똑같은 초콜릿.”

말하자 마자 봉지에서 꺼내서───











하고, 내 입에 던져 넣었다.



“으으으읍?!”

달콤한 초콜릿의 맛이 입안에 감돈다.
뭐야? 뭘 당한 거야? 지금.

급작스런 일인데다 입 안에 초콜릿까지 있어서, 말이 나오지 않는다.



“이걸로 네가 올해 처음으로 먹은 밸런타인 초콜릿도 내 거네.”
“으으읍?!”

순간, 뇌리에 스치는 광경.
언젠가 크레이프를 먹었을 때의 광경.
그 때도 이렇게, 떨어질 뻔한 사과를 잡아서 내 입에……


“그때, 네가 크레이프에 눈길을 돌린 뒤에 내가 뭘 했는지 가르쳐 줄게.”

손끝을 보여준다.
약간 손끝에 묻어있는 초콜릿을,



햘짝, 핥았다.



“으읍?!”
“그럼, 그럼 하치만! 이따 봐!”


그렇게 말하고 달려간다.
나는 간신히 입 안의 초콜릿을 다 먹었다.

“비, 비겁해――――! ​사​키​이​―​―​―​―​!​!​”​
“하하하하하!”


​젠​장​…​…​선​제​공​격​이​라​니​,​ 당했다고!





……·아, 이런.
……·너무 두근두근거려서 못움직이겠어.



정신 차려, 하치만.
일단 봉사부에서 오늘은 돌아가겠다고 전해 두자고.


똑똑.


“두, 두사람 다 안녕…….”

아, 안돼……뺨에 힘이 안 들어가…….

“아, 힛키.”
“정말, 완전 얼굴이 풀어졌네……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 빤히 보여.”

위, ​위​험​해​…​…​들​켰​어​…​…​윽​!​
어, 어쩌지?!

“그야 힛키, 수업중에 뛰어나갈 정도였는 걸. 아, 사키도 그랬지?”
“후후……축하해. 그리고 고생했다고도 말 해줘야 할까.”

아, 그랬어. 지금 나는 코마치가 합격한 것 때문에 얼굴이 풀린 거야.
좋아, 괜찮아. 이대로 풀어진 얼굴을 지켜나가자고.

“아, 아아……그렇게 됐으니까……오늘 동아리는……”
“알고 있어. 합격 축하하러 돌아가는 거지?”
“그것도 봉사활동이구! 이쪽은 맡겨줘!”


그 고문에 그 학생이다.
겉으로 보기엔 방임주의처럼 보여도, 히라츠카 선생님은 제대로 고문 역할을 다하고 있는 모양이다.


“그래도 그 전에……힛키, 오늘은 이벤트가 하나 더 있잖아?”
“에? 아, 아아…….”

둘은 종이로 포장된 상자를 꺼내 내 앞으로 다가온다.
그러고 보면 바로 집으로 갈 생각이었다 보니 아직 동아리방에 들어가지 않았었다.



“자, 그, 밸런타인 초코, 야. 에헤헤…….”
“받아줄 수 있겠니?”



완전 꾸밈 없이 이야기를 꺼냈다.
정말, 조금은 이 녀석들을 본받으라고. 사키.
뭐, 그래도 나랑 이 녀석들이 이렇게까지 관계를 고칠 수 있었던 건 사키 덕이기도 하고…….



“아, 아아. 고마워.”
“제대로 코마치에게 건네 주렴. 내가 주는 합격 선물이야.”
“그쪽이냐!”



……사키의 덕이기도 하니, 불문에 부쳐 두자.



“저기, 힛키.”
“응, 왜? 나는 슬슬 갈건데.”
“사키한테서 초코 받았지?”


……왜 아는건데.


“추가로 말하자면, 카와사키한테 받은 초콜릿은 이미 먹은 모양이네. 그 뒤로 시간도 별로 안 지났고.”


……왜, 왜 아는건데?!


“하아……힛키. 입가에 초코 묻어있어…….”
“?!”


서, 설마 그 행동은……틈을 잡은 2단 함정?!
유권의 냐!


“자, 잘 있어!”

나는 쏜살같이 도망쳤다.
젠장하아아아아알! 사키이이이이이!!



“차암! 힛키! ……정말…….”
“이것만은 어쩔 수 없어. 과연 카와사키 답다고 해 둬야 할까.”
​“​후​후​…​…​그​렇​네​.​”​



사키자식, 제대로 마킹해놓고 가긴……
어떻게 보복 해 줘야 할까……

맞아, 둘이 합격한 시점에서 이제 더는 걸릴게 없어. 이건 사키도 마찬가지야.
우연히 밸런타인 데이였으니까 여자인 사키가 우세를 점한 거다.
오늘같은 날은 남자인 나한테는 불리한 상황이지만, 가급적 침착하자.


잘 생각해라. 지금 내 상황은 어때?


지금 나는 그 녀석에게만은 기대를 부풀리던 감정 풍부하던 시절의 나라고.
말하자면 디스크 3에 돌입한 FF7이다. 비공정에서 쓸데없이 힘차게 지시를 내는 거야.
말하자면 진정한 자신과 합체한 DQ6다. 결국 말 안했잖아!





후우……일단은 쓸데없는 생각을 떠올려서 침착할 수 있었다.

그래. 이제와서 도랑을 만드는 건 무리다. 이미 안쪽으로 들어와 있다.
설령 만든다고 해도 뛰어넘어 들어온다. 애초에 만들 마음도 안 든다.
최강의 방어력을 자랑하던 히키가야라 해도, 방어구 안쪽은 삼베옷인 하치만인 거야.
방어력따윈 없는거나 마찬가지. 지금 난 공격밖에 할 수 없다고.


……………
…………
………
……



오늘은 어차피 밤까지 놀 것 같아서 슈퍼에 들렀다 돌아갔다.
결국 동아리 하고 있을 때랑 똑같은 시간이잖아.


후우……생각해 보면 이게 시작된 것도 슈퍼였네.
정말 어처구니 없는 시작이다.


뭐, 됐어. 놀기엔 냉장고 안이 좀 쓸쓸한 상황이었다고.
준비할 시간을 벌었다고 생각하면 문제 없어.


“다녀왔어―.”
“오―, 오빠 잘 다녀왔어~. 쇼핑 해 온 거야?”


코마치가 후다닥 달려온다. 먼저 돌아와 있었던 모양이다.

이제 이 녀석도 고등학생이 되는 구나. 빨리 교복차림을 보고 싶다고.
교복도 개조하겠지. 다른 사람이 아니라 자기 손으로.
사키에게 전수받은 권법……이 아니었지, 배운 재봉으로.


“아아, 파티를 하기엔 우리 냉장고 상태론 좀 스펙 부족이니까.”
“맞아 맞아 냉장고, 제대로 냉장해 두자―.”

그렇게 말하면서 내 손에서 슈퍼 봉지를 뺏곤, 다시 후다닥 부엌쪽으로 달려간다.
어수선한 녀석이네.



그 뒤로 얼마 지나서…….

“자, 오빠. 밸런타인 초콜릿이랑 지금까지의 답례예요~.”
“아아, 너도 노력했지, 축하해.”
“헤헤헤헤~.”

뭐가 어쨌든 간에……정말로 고생했다.
오빠도 점점 즐거워지고 있다고. 진짜로.


“그래서 그래서~, 오빠는 초코 얼마나 받았으려나~?”
“작년까진 절대로 안 물어봤을 말이네……그거.”

그도 그럴게 그 말은 내 상처를 후벼팔 뿐이니까.
하아……뭐, 올해의 나한텐 여러 일들이 있었으니까. 신기한 일이다.

“언니는 남들보다 빨리 줬지?
 그 뒤에 유키노 언니랑 유이 언니가 줘서, 코마치 몫까지 네개일 거야!”
“……그거 맞아요.”

순서까지 완벽합니다.
이런 상황까지 오면 사토라레 의혹이 슬슬 설득력을 띄기 시작한다.
그게 아니면 내 눈에 나도 모르는 새 카메라로 개조되어 있다거나?
썩은 건 그 후유증.

“으음―그야말로 미라클!
 오빠 오빠! 받은 초콜릿 전부 보여줘! 사진 찍고 싶어!
“그만둬, 그만둬 주세요.”
“에~, 코마치도 언니처럼, 오빠 사진 많이 모으고 싶어~.”
“그건 흉내내면 안됩니다!”


맞아. 사키의 사진에는 나날이 내 사진이 늘어가고 있는 거야.
7할 정도는 내 얼빠진 얼굴이나 실수하고 있는 상황을 찍으니까 지독해애!
그런 괴상한 버릇만은 전수받아선 안돼.


“괜찮잖아 괜찮잖아, 오빠의 진짜 레어한 사진 찍고 싶어!”
“어이, 나 슬슬 가방 두러가고 싶은데…….”


띵똥―.


바로 뒤에서 벨이 울렸다.
아, 그러고 보면 이래저래 꽤 적당한 시간이었네.

“자―오세요―.”

찰칵

“안녕. 아, 하치만은 벌써 돌아왔구나. 잘 왔어.”
“아아, 사이카도 수고했어.”

동아리를 마친 사이카가 찾아왔다.
그럼 슬슬 사키를 불러야 겠네.


아직 복수 방법은 안 떠올랐다고……


“아, 사이카 오빠, 기다리고 있었어요! 딱 올 타이밍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렇게 말한 뒤 코마치는 한 걸음 걸어나가서…….

“자, 사이카 오빠. 밸런타인 초콜릿이에요. 이야― 정말 신세 많이 졌어요!”
“아, 응. 고마워, 코마치!”






그 때, 하치만에게 전류가 달린다.





​으​…​…​아​…​…​코​마​치​가​ 초콜릿을 주고 있어…….
사……사이카가 코마치에게서 초콜릿을 받고 있어…….

이 광경, 눈 앞의 이 ​광​경​…​…​하​치​만​적​으​론​ 더블 쇼킹!





“사, 사, 사키를 마중나갔다 올게에에에!”
“오, 오빠?!”


【비보】나 선수, 다시 격주.


“오빠, 무슨 일이야? 가방도 안 두고.”
“사키한텐 전화를 하면 될텐데…….”
역자의 말:
 안녕하세요, 淸風입니다.
 유권의 달인은 柔の拳の使い手를 옮긴 겁니다. 한국어판에 뭐라고 번역되었는지 모르겠네요. 북두의 권에서 토키를 지칭할 때 쓰이는 표현이죠.

 오랜만에 기력이 남아서 어떤 걸 번역할까 고민하다가, 최근 코멘트를 보고 결정했습니다. (.. ) 역자는 코멘트에 약하니까요.

 그럼, 다음 화에서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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