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화 “그 멋진 ‘착각’을 다시 한 번” - 가와사키 댁 (2)
이제서야 부끄러운 기분이 솟구쳤어.
아니, 아까도 넘칠 정도로 부끄러웠긴 하지만 말야.
그건 하치만도 마찬가지였던 모양이야.
썩은 눈이 당장에라도 빙글빙글 돌것만 같아.
그래도……이 침묵은 조금 기분 좋아…….
부우우우웅…….
""?!""
침묵 속이었기 때문인지, 진동모드로 설정되어 있던 하치만의 핸드폰 진동음마저도 크게 들려와.
"여, 여보세요?!"
『오빠 늦잖아! 타이시 군은 벌써 도착했다고?!』
"아! 미, 미안 코마치!"
음량이 크게 설정되어 있었기 때문인지, 코마치의 소리가 나한테까지 들려와.
그, 그랬어……이 녀석은 나를 마중하러 온 거였어…….
『차암! 진짜 축하해줄 생각 있는거야?! ……아, 혹시나 우리를 두고 둘이서 염장질중?』
"으……그게……."
『……에?! 에에?! 서, 설마 진짜로오오오?!
얏호오오오오! 축하할 거리가 하나 늘었어!』
"아……으아……자, 잠깐 기다려 코마치……."
죄, 죄다 들리는데…….
게다가 추격타를 넣으려는 것처럼 『진짜로?! 해냈구나 누나!』같은 소리까지 들려왔어.
에에잇! 이제와서 물러날 수 있을까!
"하, 하, 하치만, 바꿔!"
"으앗?!"
맛폰을 뺏어 들었어.
"여, 여보세요? 코마치?"
『언니이이이이이이! 드디어! 드디어 해낸거네요오오오오오!
진짜 누이가 되는 거네요!』
"아, 하하하하하……그……."
『응 응, 알고 있어요, 저희가 합격할 때 까지 기다려 준 거죠!』
전부 들켰어.
"전부 들켰어……."
하치만, 말 안해도 괜찮으니까…….
『그래서 그래서! 어느쪽이 이야기 한 건가요?!』
"에……으……그……이야길 꺼낸 건 난데……"
반했다거나 그……그런 건 하치만이 먼저……인 것 같아."
"야―! 자 자 자 자 잠깐!"
시꺼, 이쯤은 말하게 두라고.
『무, 무슨……오빠가 그렇게나……햐! 이건 삼주야동안 연회를 해도 부족하겠어요―!』
"후후……그만큼 의외인 건 아니지 않았으려나."
"……."
결국에 하치만은 침묵을 선택했어.
『아, 잠깐 기다려 주세요. 사이카 오빠랑 바꿀게요.』
"에, 에에? 사이카?"
"?"
뭐라고?
『여보세요, 사키? 하치만도 거기 있어?』
"으, 응."
『아하하……사키, 말했던 대로였지?』
"에?"
말했던 대로?
사이카한테 무슨 소릴 들었더라…….
『하치만은 이미 사키를 떼놓지 못할거라고.』
""?!""
에……자, 잠깐……?
그건 언제? 떠올려 보자…….
'으으응, 하치만은 이미 카와사키를 떼놓지 못할거야.'
이 대사, 어딘가 이상하지 않나?
그것도 그럴게, 나를 '카와사키'라고 부르고 있어…….
그렇단 건, 부르는 방식이 '사키'로 바뀌기 전……직전…….
""에에에에에에에에에?!""
『사키의 눈이 변했는걸. 바로 알아.』
"바로 안다니……그치만 그때는……."
역시 사이카는 강했어. 난 상대도 안 돼.
『그래도 이쪽도 준비 다 끝났으니까, 꼭 와줘?』
"으, 응! 당연히 갈게!"
『기다릴게―, 그럼 이따 봐.』
뚜……뚜……뚜…….
"……어이어이, 진짜야 사이카? 그 정도면 초 사이카인이잖아."
"더, 더 이상 기다리게 만드는 건 미안하고……가, 갈까……."
진짜 이거, 어떤 표정으로 가야 하는거야…….
……뭐, 됐나. 당당히 가자.
"그렇네, 아무래도 더 질질 끌었다간 축하할 시간도 없어져 버리고."
"후후……일단 평일이니까."
"어떡할래? 손이라도 잡고 가 줄까?"
그렇네…….
"확 나가서 팔짱이라도 끼고 갈까."
"그리 하겠사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