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3화 “자양화가 피는 곳에서” (4)
교무실
“이렇게 호출당하는 것도, 왠지 오랜만인 기분이 듭니다.”
“음……그런가. 후후……어때? 나랑 단 둘이 있을 수 없었던게 외로웠어?”
“시추에이션적으로는 괜찮네요. 여기서 선생님이 기혼자였다면 더 말할 게…….”
“이빨 꽉 깨물어!”
“크헥?!”
투쾅!
내 명치에 히라츠카 선생님의 주먹이 박힌다.
아, 안돼……위력이 올랐어……이대론 내 배를 꿰뚫고 그대로 등뼈를 빼앗아서 진화해 버려.
“으, 으윽……선, 선생님……매번 생각하는 겁니다만……
‘이빨 꽉 깨물어’는……보통 얼굴 때릴 때 쓰는 대사예요……배 때리면……의미 없어요…….”
“정말 넌……마조히스트 기질이 있나 했더니, 아무래도 잠재적인 새디스트인 모양이네……
으으……흑…….”
“선생님도 선생님대로, 이상한 소리 하지 말아 주세요…….”
“흑……흑……나는 울어도 돼!”
모처럼의 멋진 명언을 망쳐 버렸다.
이야기가 막히잖아.
“콜록! 콜록! 그래서 선생님, 오늘은 뭡니까?
중간고사 이과라면 이번엔 문제 없이 마쳤을텐데요?”
“그게 아니라, 진로 이야기야.
너는 전문학교에 간다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설마 대학 진학을 희망하다니……
게다가 국립이구나.”
“아니, 저 원래 대학교 희망이었다고요? 사립이었지만.”
“그래도 사립에서 국립이잖아? 큰 진로 변경이잖아.”
아아, 그 이야긴가……
확실히 작년과 비교하면 꽤 큰 변화다.
뿌리의……핵심 부분은 변하지 않았지만, 뿌리 끝부분은 여러 갈래로 갈라져 나온 거다.
그 갈린 부분을 예로 들자면, 인생의 선택지.
항상 두 세가지 선택지에 쫓겨, 우왕좌왕하다 고른 길을 나아간다.
‘사람이 바뀐다’는 게 새로운 씨앗을 심어 새로운 싹을 틔우는 걸 가리킨다면……
결국 나는 같은 나무로 계속 존재하다 뿌리를 계속 뻗는 거라 표현하자.
이 나무 무슨 나무 신경 안쓰이는 나무. 연극의 나무 역할, 극에 이르다.
“같은 대항을 희망하고 있는 녀석이 둘 더 있어. 무슨 관계 있니?”
“상상 대롭니다.”
치바에서라면 한시간 정도.
공동 주택에서 살 것도 생각했지만, 어떻게든 다닐 수 있을 것 같다.
“진로 이야기였다면 딱히 절 불러내지 않아도 괜찮지 않았나요?”
“진학처를 바꾸거나 떨어질 걸 대비해서 다른 학교도 후보에 넣는 사람들은 물론 있어.
단지, 2학년 때부터 이렇게나 크게 바꾼 건 너 정도라서.
선발요강도 발표으니, 지금 의견을 듣고 싶었어.
제출은 10월쯤이 될 것 같지만……네 진로는 이걸로 괜찮나?”
“예, 보험도 안 칠 겁니다. 떨어지면 순순히 재수 할거예요.”
그걸 들은 히라츠카 선생님은 빙긋이 조금 장난스런 미소를 띄운다.
이 사람도 묘한 부분에서 어린애같구나아.
“그렇네……
확실히 네 집에서 현실적으로 다닐 수 있는 범위 중에 ‘경제학과’가 설치된 대학은 여기밖에 없고.
크크크…….”
“으…….”
“전업주부를 노리던 무렵과는 완전 다르구나……후후.
지금의 네 ‘장래의 꿈’을 물어도 괜찮을까?”
나뉜 끝에는 여러 ‘히키가야 하치만’이 편재하고 있다.
그 각각이 기울어진 선택을 했고, 여럿 있는데 서로 섞일 일은 없다. 그렇기에 편재.
이를테면, 전업주부가 된 나도 있겠지.
이를테면, 유키노시타와 길을 함께하는 나도 있겠지.
이를테면, 유이가하마의 마음을 받아들인 나도 있겠지.
이를테면, 히라츠카 선생님과 맺어진 나도 있겠지.
이를테면, 외톨이가 되지 않고 평범히 지내던 나도……아 이건 좀 무린가.
‘관점’의 수만큼 내가 있다.
내 비뚤어진 부분밖에 보이지 않는 관점에서 보면, 그런 녀석이고,
내가 자신의 몸을 희생하는 부분밖에 안 보이는 관점에서 보면, 그런 녀석이다.
그것들은 섞이지 않는 독립된 나.
그렇기에, 여기 있는 나는 누구의 관점도 아닌 내 관점에서 본 나다.
“예……제 장래의 꿈은 ‘자영업’입니다.”
이를테면, 이런 인생을 보내는 나도 있다.
“과연……지망교가 같은 건 그런 이윤가…….
후후후……제멋대로인 부분은 전업주부를 노리던 무렵과 별로 다를 거 없는 모양이구나.
뭐라고 할까, 조금 안심했어.”
“선생님이 좋아하는 표현으로 말하자면, ‘나랑 엮인 녀석은 각오하라고.’라는 부분일까요.”
“하하하하! 이자식!”
자신이 알고 있는 패러디로 돌아온 게 기뻤는지, 악의없이 팡팡 손바닥으로 등을 두드린다.
아니, 이것도 꽤 아파.
“그렇네, 정말로 네가 가게를 장만한다면, 실례하기로 할게.
가급적 라면 가게가 좋으려나.”
“그때는 제대로 남편 데려 와 주세요.”
“정말―! 그 말 필요 없어! 너는 역시 새디스트야!”
“뭐 뭐, 무리였으면 저희가 받아 줄테니까요.”
“‘들’은 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