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7화 “강하고 덧없는 배신자들” (5)
옥상
문을 활짝 열고, 그 녀석의 이름을 불렀어.
멍하니 서 있던 녀석은 천천히 몸을 돌렸어.
“여어, 꽤나 빨랐네.”
“빨랐다, 가 아냐! 나까지 퇴장이 됐잖아!”
“에, 그래?”
뭐어, 괜찮지만.
어차피 이미 참가할 경기 없고.
그보다!
“너 뭐야? 오늘 이야기 타이시한테 말했어?”
“그럴 리 있냐. 녀석을 포함해서 1학년한텐 아무에게도 말 안했어.”
“그런 것 치곤 아까 연계 너무 잘 됐잖아!”
“뭐야……뭔가 했더니 질투냐? 브라콤도 적당히 해.”
으으으…….
“아―정말! 시끄러 이 시스콤 자식!”
“어이어이! 나 오늘 코마치 관련으로 아무것도 한 거 없는데?!”
내가 생각해도 한심해.
역시 타이시도 동성인 아치만 쪽이 윗사람으로서 따르기 쉬운 걸까?
나중에 태어난 타이시에게, 위가 누나라는 현실은 뒤집을 수 없고.
이렇게 된 이상 코마치가 좀 더 내게 따르게 만들 수 밖에 없어.
아니 그게 아냐!
뭐 하는 거야 나는!
오랜만에 이 녀석이 얼굴을 직시하는 걸 피하고 싶은 상황이 돼 버렸어!
으으…….
저도 모르게 얼굴을 돌려 버려.
“하아……어떡하면 질투 낫심까? 나 100퍼 잘못 없는데…….”
“……나, 오늘은 여러모로 노력했는데……?”
“응? 아, 아아…….”
“……그런데도 쫓겨났는데……?”
“아아……재난이었구나…….”
“그러니까! 정말! 그게 아니라! 바보! 바보 하치만!”
아니 진짜 무슨 소리 하는 거야 나는!
이 낯부끄럼, 너무 오랜만이라 어떻게 처리하는게 좋은지 기억 안나!
언제 이래지?!
“에에? 그럼 뭐야? 분풀이로 한 대 맞아달라는 거야? 좀 봐주라…….”
“전혀 아냐! 남친이면 좀 더 그, 있잖아?! 성가신 녀석이네!”
“지금의 네게만은 절대로 듣고 싶지 않았어!”
으으으으…….
저질렀다……타이시 일로 당황했었어…….
영문도 모르겠는 소리만 내뱉어대곤!
“아―, 그, 뭐냐……허그같은 거면 돼?”
“……그걸로 괜찮아.”
“별로 내 캐릭터랑 안 맞는 행동이니까, 비싸다고.”
“……나 오늘 생일이고, 그걸로.”
“악착스런 여자네…….”
꽈악, 뒤에서 껴안겼다.
확실히 하치만 캐릭터랑 안 맞는 행동이지만…….
“합격점.”
“그거 감샤.”
“그래도 난 제대로 생일 선물 줬으니까, 준비 해 두라고.”
“앗써, 아까 건 농담이야. 요금은 사랑으로 충분, 하단 말이 있고.”
서서히, 서서히 고동이 빨라져 간다.
오랜만에 하치만에게 당했다는 느낌이다……거의 내 자폭이지만.
“응.”
어쩔 수 없나. 오늘은 나랑 하치만, 두 외톨이.
그래서 잠시, 이대로 여운에 잠겨 있자……
철컥
“오빠야! 저질러 줬구나아……엣 오오?!”
“누나! 설마 누나까지 한 몫 거들다니……으오?!”
“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
“오―너희들, 그쪽도 빠져나와도 괜찮았어?”
뭐, 뭐뭐뭐뭐뭐…….
왜 둘이 여기를 알고 있는 거야?!
“둘 다 수고했어. 이쪽은 무사히 끝났어.”
“사, 사이카 오빠한테 여길 듣고 왔는데…….”
“저, 저희들 방해였슴까……?”
사, 사, 사이카아아아?!
우와, 우와아아아아……하필이면 이 타이밍에…….
“아……그…….”
“시시시, 신경 쓰지 마.
이건 이래저래 있어서, 영문을 모르는 소리를 해대는 사키를 혼내는 중이란 느낌이야.”
뭔 소리 하는 거야아아?!
“……! 과연 과연! 좋아―!”
“그런 거라면야!”
둘은 천천히 핸드폰을 꺼내 쥐곤, 찰칵 찰칵 사진을 찍기 시작했어.
엣, 뭐야, 잠깐!
멈춰세우려 해도, 몸은 하치만에게 꽉 잡혀 있어서 움직일 수가 없어.
“하치만, 스폴톱으로 괜찮았어?”
“땡큐, 사이카.
미안하지만 보는 대로 커다란 짐으로 손이 막혀있어서, 먹여 줘.”
“너……희드을! 이, 으, 정말! 두고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