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ぶらしす


원작 |

역자 | 淸風

제 8화 “Lovely Nail” (5)


거실


“다녀왔어―.
 사키, 기다리게 해서 미안해……아, 하치만! 이제 괜찮아?”
“아아, 일단은. 신세 져서 미안해, 사이카.”


하치만을 갈아입히고, 셔츠랑 속옷을 세탁기에 넣었을 즈음 사이카가 돌아왔어.
지금 자연스럽게 ‘다녀왔어’라고 말했지…….
뭐, 나쁘진 않지만.


그러고 보면 아까 하치만에게, ​사​이​카​·​코​마​치​·​타​이​시​의​ 관계에 대해 슬쩍 물어봤어.


​~​~​~​~​~​~​~​~​~​~​~​~​~​~​~​~​~​~​~​~​~​~​~​~​~​~​~​~​~​~​~​~​~​~​~​~​~​~​~​~​~​~​~​~​~​~​~​~​~​~​~​~​

“깨닫고 나니 굉장한 구도가 ​만​들​어​졌​는​데​…​…​.​”​

하치만은 그렇게 말하면서, 책상 위에 있던 노트 구석에


​타​이​시​→​코​마​치​→​사​이​카​→​나​
  ↑        ↓
  사키⇔나


같은 그림을 그렸어.

​~​~​~​~​~​~​~​~​~​~​~​~​~​~​~​~​~​~​~​~​~​~​~​~​~​~​~​~​~​~​~​~​~​~​~​~​~​~​~​~​~​~​~​~​~​~​~​~​~​~​~​~​


일단 딱밤을 날려줬어.
부끄러우니까 날 끼워넣지 마.


“하치만, 나중에 유이네도 온다는 거 들었지?”
“에? 뭐하러 와? 감기 옮으러?”
“널 보고 비웃으러 오는 거잖아.
 ‘생각보다 건강해 보이네 감기걸리가야 군’이라든가 말하려고.”
“……굉장히 ​그​럴​싸​해​…​…​그​런​데​,​ 쓸데없이 유키노시타 흉네 잘 하잖아.”


뭐, 나도 봉사부에 얼굴 자주 내미니까.


“아아, 일어났을 때 열 안 쟀었지.
 하치만, 체온계 어디 꽂을래? 머리? 배?”
“안 꽂혀! 상식적으로 겨드랑이에 끼워서 재면 되잖아!”


하치만에게 열을 재게 하고, 사이카가 사 온 것들을 냉장고에 넣었어.
아이스크림은 식후면 괜찮으려나.
그러고 보면 유키노시타네는 저녁 먹고 오는 걸까?

“하치만, 오늘 요리담당은 코마치랑 교대야?”
“아아, 그럴 거야―.”

그렇다는 건 코마치가 돌아오고 나서 생각하면 되는 건가.
이 흐름을 보면 나도 사이카도 여기서 저녁을 먹고 가게 될 거고.

“어라? 하치만. 점심은 어떡했어?
 코마치에게 듣기론 오전중에는 병원에 갔었다고 들었는데……?”
“아―……그대로 잠들어버려서 안 먹었어…….”


그럴 것 같았어.
그래서야 열은 내려도 컨디션은 안 돌아오겠지.

“그럼 사이카, 우리끼리 가볍게 뭐 만들까?””
“그게 좋겠네. 소화 잘 되고 간단한 거면……평범하긴 해도 죽이려나?”
“냉동고에 남는 밥 얼려 놨었고, 마침 토마토 사 왔으니까 리조트로 할까.”


하치만을 봤어.
토마토란 소릴 듣고 조금 얼굴을 찌푸린 모습을, 난 놓치지 않았어.
코마치에게서 들었다고. 너 토마토 싫다는 거.


“하치만? 그걸로 괜찮을까?”
“에……아, ​아​아​…​…​부​탁​해​…​…​.​”​


하지만 사이카가 말하면 그렇게 대답할 수 밖에 없겠지.
정말로 사이카에게는 무르다니까. 꼴 좋다.
이 뒤는 나와 사이카가 나란히 부엌에 선 모습을, 손가락을 빨면서 보고 있으면 된다고.


나도 ​심​술​궂​어​졌​구​나​…​…​.​
이 녀석에게만 이러는 거니, 뭐 괜찮나.
후후…….


하치만의 다른 사람에 대한 태도는 크게 나눠서 3단계가 있어.

1단계, 어찌됐든 상관없는 상대에게는 본모습으로 응해.
2단계, 마음을 놓은 상대에게는 그 관계가 부서지지 않도록 배려 투성이가 돼.
3단계, 완전 솔직하지 않게 되면서도, 전혀 배려도 없어져.


단계를 밟아가면 갈수록 솔직하지 않아 지는거야.
나와 하치만은 말할 것도 없고, 사이카를 상대로도 점점 쑥쓰러움을 감추려는 모습이 자주 보이게 되기 시작했어.
거기에 반비례하듯, 배려투성이었던 태도가 서서히 둥글어져 갔어.

난 분명 이게 ‘히키가야 하치만’의 모습인 걸거라고 생각해.



물론, 나도 하치만도 서로에게 좋아질 수 없는 부분은 잔뜩 있어.
둘 다 쪼매낳고 한심한 거야. 비참하게 홀로 떨면서, 그런데도 허세를 부려. 그런 부분이 싫어.
둘 다 서투르니까. 많은 걸 전하지 못했어.
그래서 나는 변하지 않아 보일 거야. 상대의 싫은 부분을 좋아하게 되는 게 아니라, 서로 인정하기 위해서.


“36.8도……꽤 내렸네.”
“잘 됐어, 이 상태라면 내일은 학교에 갈 수 있겠네.”
“그렇다곤 해도, 영양은 제대로 섭취해야지. 가리는 건 안되니까.”
“너 역시 내가 토마토 싫어하는 거 알았지?!”





착각을 계속해온 ‘과거’와, 잘못을 되풀이하는 ‘미래’는, 얼마나 무게가 다를까?
전혀 다르지 않아. 아무것도 다를 거 없어.
여전히 서투른 탓에 떨어져가는 사람이 많지만, 그런 이 녀석을 나는 좋아해.


“그 둘에게 약점을 보이고 싶지 않으면 제대로 먹으라고?”
“곧 하기강습도 시작되니까, 하치만, 체력 붙여야 돼.”
​“​으​…​…​으​으​…​…​.​”​


무슨 이유가 있는게 아니라, 반해버렸으니까 어쩔 수 없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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