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9화 “12월의 작은 악마들” (3)
봉사부
기말시험기간과 겨울방학 전에는 원래 동아리 활동이 없어.
하지만 우리는 수험생이야.
지금 봉사부 교실 안은, 공부방이 되었어.
2학기는 큰 의뢰를 해낸 탓도 있어선지 요즘은 좀 소강상태야.
체육제때 사키가 히키랑 한패였던게 어느샌가 퍼져서, 지금은 힛키랑 마찬가지로 쫓기는 신세가 됐어.
외진 곳에 있는 봉사부 부실은 위장에 딱 좋을지도.
유키농도 ‘그 일은 우리도 공범이고……’라고 말하면서 용인하고 있어.
내 생각엔, 유키농이 사키를 가입부인 채로 두는 건 이러쿵 저러쿵 하면서도 사키와 있는게 나쁘지 않아서일지도.
“하지만, 벌써 겨울방학 직전이라 동아리도 쉴 시긴데……
잘도 이렇게나 모이네.”
“너도 왔잖아. 딱히 모이라고 연락한 것도 아닌데.”
“차암, 하치만이 안 오면 우리도 마음 편하게 못 들어오니까 괜찮잖아.”
그러고 보면 사이는 딱히 가입부 한 것도 아니지…….
뭐어 힛키가 억지로 출입허가를 한 거지만.
혹시나 유키농도 사실은 사이한테 물러진 건가? 아니, 혹시나 힛키한테 무른 걸지도.
으음―……뭐, 상관 없나.
이제와서 말할 것도 아니지만, 평소의 히키와 사키를 보면 서로를 생각하고 있는건지 아닌지 알기 힘들어.
아차하면 싸움을 시작하고, 그렇다고 해서 서로 삐치거나 하는 일은 없고.
예전에 나는 힛키한테 말했었어.
‘사람의 마음, 좀 더 생각해 줘…….’
지금 그에게 같은 말을 할 수 있을까.
상대의 마음을 생각하지 않았던 건, 나도 마찬가지였어.
힛키가 궁지에 몰려가는 걸 알고 있었을텐데, 나는 자신의 마음만을 우선했었다고 생각해.
확실히 힛키는 봉사부 활동으로 갖가지 난제를 해소해 왔었지만…….
확실히 힛키는 아슬아슬한 타이밍에 사브레를 도와줄 정도의 행동력이 있는 사람이지만…….
그래도 우리랑 마찬가지로, 평범한 고등학생이었어.
나는 응석부리고 있었다고 생각해.
그는……그들 셋은 더이상 멈추지 않겠지.
상대의 마음이라거나, 주위 사람의 기분이라거나, 그런 것과 먼 곳에 있는 것 처럼 느껴져.
상냥하게 대할 때, 상냥하게 대해선 안 될 때, 그걸 머리가 아니라 피부로 느끼고 접하고 있는 것 같아.
“유이가하마, 왜 멍하니 있어?”
“에, 아, 응.
봐, 겨울방학 전이라는 건, 곧 크리스마스란 거잖아?
그게 조금 신경 쓰인 건데…….”
그러니까, 슬슬 상냥하게 대할 시기라고 생각하고 있는데…….
“힛키, 사키, 곧 크리스마스다?”
“응? 아아…….”
“그러고보면 그렇네.”
“둘이 안 놀아도 돼?”
그런 거 아냐?
“또 너는 그런 소릴…….
머리속이 얼마나 꽃밭인 거야.”
“아―, 그, 남의 눈길이 있을 때는 TPO 신경쓰고 있는 것 뿐이야.”
나는 알고 있는 걸! ‘뺏을 생각이 있으면 뺏어도 돼’라든가 말하면서도, 사키 자신한테는 그런 마음이 없다는 건!
문화제 때도 그렇고, 입으론 그렇게 말하는 주제에 독점욕이 굉장하다니까.
“으―…….”
“하아, 유이가하마, 무슨 생각을 하나 했더니……
크리스마스라고 해서 히키가야 군이 로맨틱한 행동을 간단히 할 수 있을 리 없잖아.
할 수 있는 거라고 해봐야 작년같이 납치하는 정도야.”
“나를 헐뜯는 척 해놓고 시원스레 범죄자 취급이라니, 이걸 모르겠다니까…….”
그치만 사실이잖아……아, 사이도 채갔었지.
“그래도, 그렇구나……그러면 올해는 우리는 두 사람의 방해를 피하기로 할까?”
“그럼 히키가야, 카와사키, 내 생일 선물은 크리스마스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이야기해 주는 거면 돼.
아니, 그게 좋아.”
“뭣…….”
“아니……그, 그건 아니지…….”
아하하, 확실히 그거 괜찮을지도!
사키랑 이야기 할 때의 힛키는 확실히 뻔뻔한 부분이 있지만, 둘만 있을 때 어떤지 꼭 들어보고 싶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