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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 |

역자 | 淸風

제 9화 “12월의 작은 악마들” (5)


히키가야네 집


코마치와 사이카가 찾아와서, 점심을 앞두고 나는 우리 집에서 쫓겨났어.
나, 장녀였지……?
뭐라고 할까……배려받고 있구나…….
히키가야네 집도 히키가야네 집대로, 가 봤더니 당연히 하치만 혼자.

“아, 아아…….”

한심한 대답이네…….
나도 한심함으론 지지 않지만.


“실례할게…….
 이, 일단 점심 먹을까……?”
“아아……마침 그런 시간이네.”


크리스마스 이브 점심부터 외식 데이트.
……같은 일은 당연히 없고, 둘이서 주방에 들어가 요리를 시작.
애초에 나, 재료 사왔고…….


“카마쿠라는?”
“오늘은 아버지 방.
 고양이의 취미는 모르겠지만, 요즘은 그 방에 있는 쿠션이 마음에 드는가 봐.”


하치만의 아버지도 잘 파악이 안 된다.
코마치가 말하기론 ‘부모님 다 대충대충―’이란 모양이지만…….

뭐어, 사이카에게 흥미진진한 걸 보면 피는 숨길 수 없는 것 같아.


“그래서, 너 그거 무슨 재료야?”
“그게, 우리 별로 과자같은 거 같이 만든 적 없잖아?
 마침 좋은 기회니, 케이크 만들어 보자.”
“아아, 과연…….
 확실히 이 기회에 만들 수 있게 되면, 도움이 될 것 같네.”


그렇지.
장래 그런 스킬이 있으면 도움이 될 것 같고.
실례일지도 모르겠지만, 유이가하마에게 과자 만들기 스킬이 밀려서야 우리 목표에 닿지 않을거고.

이 사이에 익혀둘 건 익혀둬야지.


“집 오븐으로 만들 수 있으려나~.”
“그렇게 어마어마한 건 아니니까 괜찮지 않아? 두명 치밖에 없고.”
“응, 뭐어 그런가.”


아, 지금 ‘두명’이란 말에 반응했다.
1년도 넘게 보다보니, 소소한 부분도 느껴지는구나.



우리는 사귀기 시작했지만, 둘 다 동생이 있고, 수험생이어서, 그리 둘만 있는 상황을 의식해오지 않았다.
그래서 어쩌다 둘만 있게 되면, 가끔 자신이 무슨 소리를 하고 있는 건지 모르게 될 때가 있다.

하지만, 그 자체를 서로 주의를 주진 않아.
꼴사나운 실수기에 더더욱 스스로 잘 이해하고 있어.
그럴 때는 서툴리 상냥하게 대해선 안된다는 걸 알고 있어.

서로 돕고, 지지한다는 아름다운 말로 간단히 묶으면 안 돼.
사소한 일일지도 모르겠지만, 이건 자신의 힘으로 해소법을 찾아야 하는 거야.



“자, 너무 오래 기다리면 배고플테니까, 슬슬 시작하자.”
“앗써.”


……………
…………
………
……



자그만 케이크를 늘어놓고 한숨을 돌려.
형태만은 ​크​리​스​마​스​같​아​졌​어​.​


“작년이 너무 엉망진창이었던 것 뿐이야…….”
“8할은 네 탓이잖아.”
“에헷☆”


정말 귀엽지 않은 얼굴로 시치미떼.
작년은 왜 그런 꼴이 됐더라……?
아아, 스티커 사진 찍을 때의 사진을 보여버려서 변명을 못하게 됐으니까였나.

이제 와선 좋은 추억이다.
같은 일이 일어나도 지금이라면 어떻게든 이야기 할 수 있고…….
그러고 보면 그 사진은 사이카와도 연결되어 있구나. 까다로워.


“하지만 뭐어, 올해는 주위 녀석들 다들 쓸데없이 신경써줘서.
 아아……지금쯤 코마치는 ​괜​찮​으​려​나​…​…​이​상​한​ 짓 당하고 있지 않을까…….”
“어이 하치만, 오늘은 그런 거 빼자.
 그 애가 배려를 해 준건, 우리가 너무 는실난실한 모습을 안 보여서잖아?”
​“​으​…​…​으​…​…​하​지​마​안​…​…​.​

​‘​는​실​난​실​’​이​라​니​…​…​뭘​ 하면 되는 거야.”

………
……


화……확실히…….

아니, 우리도 사귀고 나서 거의 1년쯤 지났어.
나름대로 애인이 할만한 이벤트는 다 거쳐왔을 거야.
하지만 뭐라고 할까……정작 ‘는실난실’이라는 소릴 들어도……고개를 기우뚱하게 돼.

잡지나 만화같은 데의 표현은 어떻게 생각해도 과장된 표현이라고 생각해.
그런걸 지나치게 과장하게 표현해서 거꾸로 현실감이 솟지 않는 탓인지, 전혀 ‘는실난실’로는 안보여.
현실지향 때문인지, 거꾸로 ‘짜고 한다’고 느껴버려.

내가……아마 하치만도 그렇지만, 우리가 바라는 건 그런게 아니라고 생각해.


“솔직히 말야……지금까지는 원념을 가지고 방관하는 외야 ​입​장​이​었​으​니​까​…​…​.​
 정작 ‘자, 부디’라는 상황이 되면 전혀 모르겠어.”
“자연스레 흉흉한 소리 하지 마.”
“어쩔 수 없잖아. 나는 지금까지 전부 실연이었다고?
 그것도 거의 왕따 레벨로.”
“시끄러, 연애경험 풍부해서 좋잖아.
 나는 중학교 들어갔을 때 즈음부터 가사나 애들 돌보느라 그럴 상황도 아니었어.”


그래, 우리는 지금까지 이 꼴이야.
그래서 다른 사람이 말하는 ‘는실난실’이라는 행위는 잘 모르는 거야.


한번 생각해 보자.

초급: 손을 잡거나, 아니면 팔짱을 끼고 걷는다.
이건 딱히 의식 안해도 할 수 있어. 학교를 마치고 집에 가는 중에, 눈치채면 그러고 있을 때가 많아.
뭐어, 학생 커플이라면 이 정도는 하겠지.

중급: 사랑을 속삭인다.
기각이야. 아니, 불가능하잖아.
딱히 항상 말싸움을 하고 있는 건 아니지만, 우리가 하면 그냥 코미디가 될 뿐이고.

상급: 껴안으면서 입술이 부딪칠만한 거리에서 대화한다.
가끔 역 구석에서 그런 꼴로 있는 커플이 보여. 당연히 무리.
나도 하치만도, 솔직히 그런 행위엔 시껍하는 타입이야.


……………
……초, 초급 레벨?!
고, 곤란하려나……?

“저, 저기 하치만, 예를 들면, 예를 들면 말야…….
 유키노시타나 유이가하마가 상대라면, 는실난실하는 자신을 상상할 수 있어?”
“지금보다 더 무리야…….
 유이가하마는 녀석 혼자서 폭주하는게 눈에 보이고…….”

아아, 그건 왠지 알겠어.

“유키노시타가 그런 짓을 시작했다간, 흑마술같은 걸 의심하겠지.”

미안, 그건 전혀 모르겠어.


“어쨌든, 지금의 예는 어찌보면 귀중하네.
 하나하나 예를 들어 생각해 봐.”
“아직 하는 거냐……너, 좀 의욕에 너무 넘친 거 아냐?”
“여기서 멈춰버리면, 이 뒤도 잘 이해 안 되는 책략이 이어질거라고?”
“아―……그런가, 과연…….”


그렇게 계속 신경쓰게 하는 것도 좀 그렇고.
꼴사나운 모습만 보여선 타이시네를 볼 면목도 없어질거고.


​“​음​―​…​…​그​렇​네​…​…​
 아, 또 호러 영화 본다거나?”
“그게 어디서 는실난실로 연결되는 건데! 분위기 가라앉을 뿐이잖아!”
“아니 봐, 너 또 말 없이 팔에 ​들​러​붙​는​다​거​나​…​…​.​
 등에 ​들​러​붙​는​다​거​나​…​…​그​런​ 느낌이잖아?”
“기각!”


어디까지 질질 끌 생각이야 이자식!
나도 꽤 내성 붙기 시작했으니까!
……스플레터 계는 꽤 괜찮아졌지만, 유령 계통은 아직 서툴러…….


“참말이지……네 눈이 제일 호런데 뭘 이제와서…….”
“어이, 당사자를 앞에 두고 무슨 소리 하는 거야 넌! 이 입이냐!”
“흐갸?!”

엄지를 입에 밀어넣고 집어당겨댄다.
아―, 정말!
“머아응어야!”

번역: 뭐 하는 거야!
“내가 알고 싶어! 대체 뭐야 이 흐름은!
 애초에 왜 우리가 염장커플 흉내를 내야 하는 건데…….
 의미를 모르겠어…….”


말꼬리가 점점 약해지는 하치만.
어쩔 수 없지, 이 쯤에서 쉬자.


……………
…………
………
……



커피를 내리고 한숨 돌렸어.
그 뒤로 이런저런 시행착오를 거쳤지만, 아무래도 둘 다 필이 안와.
그래도 뭘까……그런 꼴사나운 이 흐름이, 의외로 나쁘지 않은 느낌이 들어.

지금까지 찍었던 하치만의 사진을 다시 보며, 생각에 잠겼어.
문득, 눈에 들어온게 하나 있었어.

“아, 이거…….”
“응……? 엑, 뭐, 뭐야 이거…….”

화면에 비친 그 광경.
나와 하치만이 함께 자고 있는 사진……타이시가 보내준 거야.
아무래도 하치만은 지금 처음 본 모양이야.

코마치 생일날, 지쳐서 잠들어버린 우리들을 찍은 거야.
사진 안에선, 내 머리카락이 하치만의 목에 감겨, 머플러를 한 것 같은 느낌으로 잠들어 있어.


“그 때 그렇게 됐었나…….”
“응, 나도 지금 생각났어…….”


……그랬어.
이거야 말로 우리들 다운 모습이잖아.
그 사이 미장원에 갔으니까, 그때보다 조금 머리카락이 짧아졌지만…….
슈슈를 하면 될 것도 같은데.

머리를 풀고, 제일 긴 상태로 만들어.
그리고…….

“하치만.”
“에? 으아…….”

하치만의 목에 감아봤어.
응, 어떻게든 닿았어.

“엣, 뭐, 잠깐, 뭐, 하는 거…….”



“사랑해.”
“에?!”




내 기습적인 한마디에, 하치만은 고개를 돌렸어.
물론 계산대로. 돌린 머리 쪽에는 내 휴대폰이 기다리고 있어.


찰칵!

“으아…….
 제, 젠자아앙―! 또 당했다아아아!!”


내 몸을 불사른 혼신의 일격은, 훌륭하게 이 녀석의 급소에 닿은 모양이야.


​“​으​하​하​하​하​하​하​…​…​네​ 패배라고.”
“이해하기 힘들어!”


그래, 나 답게, 우리답게 하자.
솔직하지 않아도, 어린애같아도, 그게 우리들의 전력이야.
그도 그럴게, 우리는 항상 잘못된 애인사이니까…….
잘못되는 것‘도’ 정답이니까…….


“그래서, 너는?”
“예이예이 나도다―!”


어느 쪽을 향해 가도 정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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