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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k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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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이변 10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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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엘이 진심이 되었다고는 하나, 전투의 양상은 크게 바뀌지 않았다.

라이엘은 계속해서 그 손가락을 퉁기고, 그 발로 땅을 굴리고, 그 손을 공중에 휘저으며 아까보다 빠른 템포로 일격필살의 전격과 벼락공격을 계속해서 사용하고, 버드웨이는 그저 필사적으로 피하거나, 오른손에 들고 있는 붉은색 지팡이를 휘둘러 그 벼락을 막아낼 뿐이었다.

다만 단 한가지. 다른점이 있었다.

손가락을 퉁겨, 라이엘은 자신의 전방에 전격을 발사한다. 그리고, 그 손가락이 퉁기기 전 버드웨이는 그 전격을 피하기 위해 옆으로 몸을 날렸다.

정확히 그 순간. 방금번의 전격을 맞출 생각은 전혀 없다는 듯. 라이엘은 손가락을 퉁기자마자 오른손을 하늘위로 든다. 그리고 마치 보이지 않는 권총을 잡듯이 다섯 손가락을 오므려서 힘을 주었다.

"!!"

회피를 위해 공중으로 몸을 던진 버드웨이의 표정이 경악으로 일그러진다.

(아스트라페 술식[제우스의 번개]!!)

​뇌​신​(​雷​神​)​중​에​서​도​ 가장 유명한, 그리스 로마 신화에 등장하는 주신 제우스의 심볼릭 웨폰(상징무기).

대지의 여신 가이아와 천공의 신 우라노스 사이에서 난 삼형제인 키클롭스들이 자신을 구해준 신들을 위해 만들어준 세개의 보물. 

제우스의 아스트라페

포세이돈의 트라이던트

하데스의 퀴네에

그리고 그 삼신기중 가장 강력하다고 여겨지는. 아니, 올림푸스에 살고 있는 모든 신들을 합친 것보다 강하다는 제우스의 강력함은, 번개 그 자체인 아스트라페가 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방금까지 라이엘의 공격술식의 정체를 모르겠다고 이야기 하던 버드웨이도, 이 술식만큼은 뼈저리게 잘 알고 있다.

일년전. 버드웨이는 감시영상의 너머라고는 하나, 그 두 눈으로 똑똑히 보았다.

마술결사 '땅거미의 출구'의 계획을 방해하기 위해 보냈던 100명의 프로 마술사들이 라이엘의 저 손짓 한번에 전멸하는 모습을.

버드웨이의 기억으로 아스트라페 술식(제우스의 번개)의 발동시간은 약 5초.

술식을 사용하기 전 기묘한 라이엘의 손짓. 그 손짓의 정체는, 존재하지 않는 '영적무기'를 '상징'하는 무언가를 만들어 내는 것이다. 그 자리에 있다고 '상상' 하는 것으로 좋다. 그것도 아니라면, 자신에게 거짓말을 하여 그 자리에 있다고 '믿는' 것으로도 좋다. 

상상해야되는 모습은 술자에게 가장 강력한 이미지. 아마 라이엘의 경우. 라이엘의 저 권총을 오므리는듯한 손짓은 어린아이가 미술시간에 천둥번개가 치는 날씨를 그릴때 사용하는, 귀여운 모양의 '번개' 일것이다. 그 '번개'를 한손으로 잡는다면, 그런 손짓이 되겠지.

사실 아스트라페 술식(제우스의 번개)의 발동시간의 대부분은 저 기묘한 모양의 손짓이 차지하고 있다.

그 기묘한 모양의 손짓이 완료된다면, 라이엘이 '최강'이라고 이미지 하는 무기를 그 손에 잡고. 1소절의 영창을 하면 발동된다.

즉, 라이엘이 영창을 시작하는 시점에서 아스트라페 술식(제우스의 번개)는 반드시 발동한다.

"크읏!!"

낙법을 취할 여유는 없다.

버드웨이는, 공중에 몸을 날린 그 상태로 아무렇게나 붉은색 지팡이를 휘둘렀다.

쾅! 쾅! 쾅! 쾅! 하는 네번의 폭발음이 순차적으로 난다.

아까와 마찬가지로, 라이엘의 육체에 직접적인 공격이 무의미하다는 것을 알고 있는 버드웨이는 라이엘을 축으로 사각형의 모서리의 바닥을 파괴하여 라이엘의 자세를 무너뜨렸다.

아스트라페 술식(제우스의 번개)의 발동은 간신히 저지했지만, 온 힘을 다해 몸을 날려 그 중간에서 낙법을 취하지도 않은채 억지로 자세를 바꾼 결과 버드웨이의 몸이 '안전'이란 단어와는 정말 먼 자세로 날아갔다.

그리고 날아가는 버드웨이의 눈에, 아마도 자신이 착지하리라 생각되는 위치에 있는 웅덩이가 보였다.

방금 벼락을 맞아, 콘크리트가 용암처럼 부글부글 끓고 있는 웅덩이가.

(크, 큰일…!)

버드웨이는 식은땀을 흘리며, 아까와 같은 조준도 없이 마구잡이로 지팡이를 휘둘렀다.

버드웨이의 앞에 나타난 조그마한 빛의 구슬이 폭발하여, 그 반동으로 직선으로 날아가는 버드웨이의 몸이 부자연스럽게 옆으로 날아갔다.

"카,학…!"

엄청난 마술사라는 것을 제외한다면 버드웨이는 12세 전후의 소녀에 불과하다.

단련하지 않은, 단련하지 못하는 그 부드러은 육체가 콘크리트 바닥에 내동겨 쳐진다.

"아파할 시간따위 없다고?"

마치 사형선고의 같은 그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콘크리트 바닥에 누워있는 버드웨이는 자신의 입에 고여있는 피를 무심코 삼키면서 지팡이를 휘둘렀다.

버드웨이가 지팡이를 휘두르는 것과. 탁! 하는 구둣소리가 들린건 그야말로 동시. 버드웨이의 주위에 다시 생긴 도깨비불은, 일격필살의 벼락을 막아냈다.

"큿…!"

어떻게든 자리에서 일어나, 자세를 바로 잡는다.

무심코 삼킨 피의 비린내 때문에 구토할것 같았다.

(이게, 살상력 만큼은 다섯손가락 안에 들어간다고 하는 진심인 뇌신(雷神)의 왼팔…!)

라이엘은, 구토기를 참으며 괴로워 하는 표정을 짓는 버드웨이를 보고 피식. 하고 웃는다.

"지금이라면, 내 오빠를 욕했던 것을 취소하고 구두를 핥는다면 살려줄수도 있어. '새벽녘빛의 햇살'의 보스씨"

"후… 후욱… 아직 싸움은 끝나지 않았거든 아줌마?"

입가에 묻어있는 피를 손등으로 대충 닦으며, 버드웨이도 씨익 하고 웃었다.

"흐응"

방금까지 조금도 쉬지 않았던 전격을 잠시 멈춘 라이엘은, 버드웨이를 관찰하듯 발끝에서 머리위까지 훑어보더니

"천재라는건, 가끔 평범한 사람보다도 멍청한 일이 많은것 같던데. 알고 있어? 천재와 바보는 종이 한장차이라고 하잖아"

"그 한장이, 절대적이지만 말이지"

버드웨이의 말이 웃겼는지 라이엘은 킥. 하고 조소하듯이 웃었다.

"영국 '황금'계 마술결사들은 텔레즈마(천사의 힘)을 다루는데 능숙하다는 하나의 공통점이 있어. 우리 '땅거미의 출구' 같은 경우엔 리더 두명이 성인이니, '텔레즈마'의 운용으로 '황금'계 술식을 사용하기 그나마 쉽다는 이점이 있었어. 그리고 듣도 보도 못한 다른 잡것들도, 그 나름대로의 특징이 있겠지. 그리고 영국 '황금'계 마술결사중 최대-최악을 자랑하는 꼬맹이의 '새벽녘빛의 햇살'의 경우엔, 대대적인 영장을 사용해 대규모의 효과를 다루는 '큰 기술'을 특기로 하고 있지"

"…………"

버드웨이는 대답하지 않는다. 강한 부정도, 강한 긍정도 하지 않는다.

침묵은 금이다. 이 상황에서의 어떠한 반응도, 버드웨이에게는 해가 될 것이다.

"당연히 그만큼의 영장을 준비하고, 술식을 준비하려면 시간이 필요하겠지. 그렇다면 당연히 프로의 전투중에는 사용할 수 없어. 그만큼의 빈틈이 발생한다면, 반드시 목을 잘리고 말테니까"

(설마…)

"그래서 물어보는 건데. 항상 꼬맹이 옆을 졸졸 쫓아다니는 그 타로 카드쟁이는 어디갔지?"

(들켰나!!)

버드웨이는 초조한 표정으로 식은땀을 흘리며, 주머니에서 타로 카드 한장을 꺼내서 귀에 가져갔다.

"마크! 발사해! 여차하면 그 자리에서 이탈해서 이쪽에 합류하도록!"

무언가의 통신술식이 걸어져 있는 모양인지, 버드웨이는 가장 신뢰하는 부하에게 명령을 내렸다. 하지만

"마크? 대답해! 뭘 하고 있는 거야? 또 내 여동생을 생각하며 욕정하고 있는건 아니겠지!!"

상대가 대답이 없자, 버드웨이는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쌍수를 들고 부정할만한 폭언을 던졌지만, 그래도 카드 너머에서 마크의 반응은 없었다.

"그래서 내가 말했잖아. 천재는 가끔 일반인보다 멍청하다고"

라이엘은 그 양쪽 다리를 어깨넓이까지 벌린뒤, 자신의 양 손등을 허리에 대고 그 상체를 살짝 숙이며, 고고한 표정으로 말했다.

"이쪽도 2인조 라는걸 잊었니 천재 꼬맹이?"

"!!!"

그리고 직후. 쿵! 하고 라이엘의 옆에 정장을 입고 있는 금발의 남자가 뛰어내렸다. 아마도, 건물의 옥상에서 옥상으로 이동하다가 뛰어내린듯 했다.

그리고 그 남자의 왼손에, 뒷덜미를 잡힌채 축 늘어져 있는 정장을 입고 있는 금발의 남자가 한명 더 있었다. 단정한 검은 정장도, 하얀 스카프도 이미 거멓게 그슬려 있었다.

버드웨이는 인간의 고기가 타는듯한 그 기분나쁜 냄새를 느끼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죽였나?"

"흠"

아무렇지도 않게, 금발의 남자. 뇌신(雷神)의 오른팔 카리엘은 대답했다.

"나는 불필요한 살인은 좋아하지 않아서 말이지"

카리엘은 게다가ㅡ 라고 덧붙이며

"적당히 봐줄 수 있는 상대라면 죽일 필요도 없어"

버드웨이의 조언가이자, 버드웨이에게 항상 휘둘리는 모습 때문에 다르게 보일 수도 있겠지만, 마크 스페이스는 '새벽녘빛의 햇살'의 보스인 버드웨이가 가장 신뢰하는, 말하자면 오른팔인 마술사다.

그런 상대를, 카리엘은 '적당히 봐줄 수 있는 상대'라고 단언했다.

그러자, 옆에있던 라이엘은 "꺄! 오빠 멋져!" 라고 하면서, 카리엘의 팔에 매달렸다.

(마크, 네 녀석의 자존심에 상처를 입히는 발언일지는 모르겠지만, 애매하게 강해서 다행이다 멍청아…!)

꿀꺽. 버드웨이는 마른 침을 삼켰다.

(저 건방진 여자의 오빠에 대한 정보는 하나도 없어. 어떤 타입의 마술사지? '뇌신(雷神)이란 이름대로, 이 녀석도 전기바보일것 같지만…)

"나는 격투가다"

"……!?"

마치 버드웨이의 마음을 읽었다는 듯이. 카리엘이 대답했다.

카리엘은 그의 울퉁불퉁한 주먹을 보여주며

"나는 내 여동생을 지키기 위해 단련했다. 비유하자면, 라이엘은 어떠한 적이든 분쇄시키는 '포대'. 그리고 나는. 그 포대를 지키는 '성'이다"

"하…"

기가 막힌다는듯. 버드웨이는 헛웃음을 지었다.

카리엘은 자신을 '성'이라고 비유했다. '공주와 기사' 같은 그런 밋밋한 비유가 아니다. 이 남자는 진심으로, 자신을 난공불락의 '성'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우리 남매의 일에 상관하지 않는다면 목숨까지 뺏지는 않아. 불필요한 살인을 좋아한다고는 하지 않았지만, 딱히 싫어하는 것도 아니니"

"…네 녀석들의 목적은, 대체 뭐지? '흡혈귀'로 무엇을 할 속셈이지? 무엇을 위해. '과학'녀석들의 중심지에서 싸우는 리스크를 감수한거지?"

"별건 아니다만"

카리엘은 감정이 없는듯한 무표정으로

"흡혈귀를 제압해, 우리 남매는 흡혈귀가 된다"

"……대충 예상은 했다만"

버드웨이는 계속해서 말했다.

"네 녀석들의 흔적을 쫓다가 생각보다 흡혈귀에 대한 정보를 많이 얻게 됬지. 단순히 흡혈귀가 피를 빤다고 흡혈귀가 되는건 아니야. 흡혈을 하여 인간을 흡혈귀로 만드는건 인간으로 치면 종족번식. 그런 중요한 행위를, 흡혈귀가 그렇게 넙죽 받아줄것 같아? 완전한 불로불사인 흡혈귀를 대체 무엇으로 제압하려는 거지?"

"조금만 생각해 보면 알 수 있는 이야기다. 어차피 오늘로 다 끝날 일. 설명해줘도 상관없겠지"

카리엘은 흠. 하고 한박자 말을 아끼더니

"현실의 흡혈귀는, 만화나 소설에서 나오는 흡혈귀와는 다르다. 햇빛이나 마늘. 십자가에 약하지도 않고, 흐르는 물도 지나갈 수 있으며, 나무말뚝이나 쇠말뚝으로 심장이 뚫려도 죽지 않아. 그야말로 완전한 불로불사. 어떠한 방법으로도, 어떠한 강력한 마술로도 흡혈귀를 죽이는건 불가능해"

그렇다면ㅡ

"그렇다면, 어째서 공식적으로 흡혈귀가 존재한다는 문서가 없을까? 목격담이나 특징 같은건 일반인에게 까지 알려져 있는 경우도 많아. 그렇다면, 완전한 불로불사인 흡혈귀가 이 세상에 넘치도록 많아야 할텐데. 그래. 결국 흡혈귀도, 죽일 수 있는 생물이야"

"…종족 자체의 수를 조절하는 동물은 많아. 흡혈귀도 자체적으로 자신들의 수를 조절하고 있겠지"

"우리 남매는, 다 죽어가는 흡혈귀를 만났었다"

대답할 가치도 없다는 듯이. 카리엘은 자신들의 이야기를 한다.

"그리고 이야기를 들었다. 영생을 사는 흡혈귀는, 결국 시간이 지남에 따라 이 세상에 흥미를 잃어. 따분하다는 것이지. 길어봤자 100년으로 끝나는 인간과는 다르게, 심지어는 2000년을 넘게 살은 흡혈귀도 있었다고 하니 얼마나 따분할것 같나. 무엇을 해도, 불로불사인 그 몸으론 성취감이 없어. 결국, 흡혈귀들은 자살을 하거나 서로 싸우기 시작했다."

"설마…"

"흡혈귀의 약점. 그것은ㅡ"

당황해 하고 있는 버드웨이를 무시한채, 카리엘은 정장의 상의 주머니에서 3cm 정도 크기의 조그마한 유리병을 꺼냈다.

그리고 그 유리병을 살짝 흔들어, 찰랑- 하고 진홍색의, 눈이 아파질 정도로 짙고 짙은 붉은색의 액체를 보여주며

"같은 흡혈귀의 피다"

여태까지 어떠한 마술사들도 도달하지 못했던 사실.

"구할 수 있었던건 이 정도 밖에 없지만, 그 이상이 필요하지도 않아. 이 정도의 소량이면 흡혈귀는 죽지는 않지만, 직접적으로 목숨에 위협을 느끼게 된다. 흡혈귀도 결국은 살아있는 생물. 그렇다면, 당연히 위기때는 무의식적으로 '종의 번식'을 최우선으로 한다"

"아마도 최후의 개체일 흡혈귀에게 흡혈당해 흡혈귀가 된뒤, 그 흡혈귀를 자신의 피로 죽인다. 그렇게, 사실상 무적의 '흡혈귀 성인 남매' 가 탄생한다. 라는 소리야…?"

"그렇다"

상황은 절망적이다.

마술 사이드의 '핵폭탄' 급의 위력인 '성인'이 둘.

게다가, 그 '성인'은 둘쪽다 살상력 만이라면 다섯 손가락에 들어가는 흉악한 마술사.

비장의 카드로 준비했던 초 장거리 대규모 술식도 분쇄.

그리고 그 둘은 곧 최후의 흡혈귀가 되어, 사실상 무적의 존재가 된다. 

그 영향으로 신에게 저주를 받아 '성인' 으로서의 자질을 잃어버린다고 하더라도, 그건 녀석들에겐 조금도 신경쓰이는 일이 아니었다.

버드웨이의 적이 강해진다. 라는 간단한 이야기가 아니다.

단 두명이서, 세계를 멸망시킬 수 있을 정도의 괴물이 탄생하게 된다.

"버드웨이!!"

그런 절망적인 상황에, 한번은 세계를 구했던 소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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