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및 문화 콘텐츠 사이트 삼천세계

Faker


원작 |

네 번째 이변 4화


**

학원도시 내에서도 가장 토지가 싼 학구이며, 유일하게 공동묘지가 있는 제 10학구는 주위에 학교나 편의시설은 전혀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생활감이 없는 곳이다.

대신 무슨 주택가처럼 연구소가 연달아 있으며, 소수지만 원자력 관련의 연구소도 존재한다.

그렇기에 연구원이 아닌 자의 출입이 엄격하게 금지되어 있고, 특히 원자력 연구소의 경비는 학원도시에서도 최고레벨의 경비를 유지하고 있다.

그 원자력 연구소 중에서도 가장 큰 건물에는 '무단 접근시 실탄발포'라는 커다란 팻말이 달려 있고, 자동화된 경비기계들이 지키고 있다.

최고레벨의 경비가 무서운 것도 있지만, 무엇보다 입구에 붙어있는 '원자력 실험중. 검증된 방호복 없이 다가오지 마시오' 라는 경고문구를 본다면, 누구라도 접근하기 싫어질 것이다.

"레이디를 위하는 마음가짐이 안돼있네"

그런 연구소의 내부에 아무런 방호장비도 입지 않은 여자가 있었다.

반짝인다는 착각이 들 정도의 금색 장발. 허벅지까지 오는 하얀색의 사이하이 삭스와, 일부러 매치한듯한 목이 긴 하얀 장갑을 입고 있는 여자는 토키와다이 중학교의 교복을 입고 있지만, 중학생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의 몸매와 볼륨을 가지고 있는 이 여자는 쇼쿠호 미사키. 학원도시 5위의 레벨 5(초능력자)다.

그런 특이하다면 특이한 복장이 어울리지 않는건 아니지만, 원자력 실험중인 건물내에서는 적합하지 않은 복장이었다.

"미안하군. 지금은 통신은 도청이 돼서 말이지. 뭐, 그것도 더미지만"

쇼쿠호의 앞에서 젊은 남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남자 치고는 꽤나 길이가 있는 머리카락이지만, 왁스같은것으로 깔끔하게 뒤로 넘기고 있다. 

이 남자 역시, 두꺼운 방호복 대신 캐쥬얼한 사복 위에 하얀색 가운을 입고 있다.

"잘난 총괄이사회께서 부르시면 어쩔 수 없지만☆"

쇼쿠호는 어떤 남자라도 두근거릴만한 윙크를 하며 그런 말을 했지만, 앞에 있는 남자는 뒤도 한번 돌아보지 않는다.

그 남자를 쫓아가는 쇼쿠호는 '쳇, 재미없어' 라고 중얼거리더니, 자신의 주변을 살펴본다.

"흐응. 원자력 연구소는 페이크고, 안에선 이런걸 하고 있구나"

"일단은, 일급기밀이야"

직선으로 된 길고 긴 복도같은 길의 좌우에는 커다란 유리벽이 쳐져 있다.

왼쪽에 보이는건 일종의 공장같다. 조그마한 여러개의 기계가 바쁘게 무언가를 조립하고 있고, 여러명의 연구자가 그것을 체크하며 무언가를 만들어 내고 있다.

오른쪽에 보이는건 공장에서 만든 물건들을 보관하는 창고같다. 약간 어둡지만, 쇼쿠호는 그 안에 무언가 수십대의 사마귀 같은 기계와 10대 정도의 네모난 거북이 같은 기계의 모습을 ​볼​수​있​었​다​. ​

"저게 파이브 오버구나. 기계따위가 레벨 5(초능력자)를 뛰어넘는다니, 꿈이 과한거 아냐?"

"…나에게 능력은 사용하지 말라고 했을텐데"

"꺄앗. 미안해용~☆. 어차피 내가 물어보는건 대부분 답해줄거면서. 어차피 당신도 말단일거 아냐?"

"뭐, 그러긴 하지만 마음속을 본다는건 기분이 나쁘다고. 그러니까 그냥 말로 물어봐. 부탁하지"

"네 네~"

재미없다는듯 고개 옆에서 손을 털며 대답한 쇼쿠호는, 이번엔 그 눈을 빛내며 묻는다.

"그럼, 레벨 5(초능력자)를 모방해 만든 파이브 오버는 몇개나 돼?"

"4종류다"

"4종류? 생각보다 많네?"

흐흥~? 이라며 소악마같이 씨익 웃으며, 다시 능력을 사용하려는 쇼쿠호였지만.

"그러니까 사용하지 말라고. 말해줄테니까"

진짜로 기분이 나쁜듯, 남자가 짜증을 내며 저지시켰다.

"핫☆ 들켰엉?"

"……이래서 레벨 ​5​(​초​능​력​자​)​들​은​…​"​

남자는 진절머리가 난다는듯, 한손을 이마로 가져가 양쪽 관자놀이를 누르며 대답했다.

그러더니, 쇼쿠호가 물어보기도 전에 그 입을 천천히 열었다.

​"​C​L​.​A​c​c​e​l​e​r​a​t​o​r​,​ ​E​q​u​.​D​a​r​k​M​a​t​t​e​r​,​ ​M​o​d​e​l​c​a​s​e​_​"​R​A​I​L​G​U​N​"​,​ ​M​o​d​e​l​c​a​s​e​_​"​M​E​L​T​-​D​O​W​N​E​R​"​.​ 이렇게 1위부터 4위까지. 총 4종류다"

"헤에, 당신 꽤 센스있는걸"

"…물어보기 전에 미리 대답해주지. 나머지 다른 레벨 5(초능력자)들은 기계로 만들기가 어려워"

"나의 ​멘​탈​아​웃​(​심​리​장​악​)​은​ 섬세하니까☆"

쇼쿠호의 말에, 남자는 '뭐,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ㅡ' 이라고 중얼거리더니

"너의 경우는 그 뇌를 추출해 커다란 전파탑에 장착한다면, 그것으로 완성이지"

"무서운 소리를 하는걸~ 애초에 파이브 오버는 양산형 병기 아니야?"

"양산형은 직접적인 화력을 낼 수 있는 레일건과 멜트 다우너로 충분해"

흥미가 생겼다는 듯, 쇼쿠호는 그 몸을 살짝 앞으로 숙이더니

"에잇☆"

"그러니까 나한테 능력 사용하지 말라고!!"

"꺄하하하하핫! 당신 재밌어!"

그렇게 몇번을 더 남자를 놀려먹으며 따라가던 쇼쿠호의 눈 앞에 다른 구역으로 가는 문이 보였다.

"너도 알다 싶이, 6위는 말할 필요도 없고"

남자는 투덜거리면서도, 그 문에 있는 번호식 비밀번호, 홍채인식, 지문인식, 성대인식등의 여러가지 절차를 거치며, 혼잣말을 하듯이 중얼거렸다.

모든 절차를 끝낸 뒤. 푸쉬식. 하며 문을 고정하고 있었던 가스가 빠진뒤, 자동으로 문이 옆으로 열렸다.

"저 녀석은… 학원도시의 완벽한 블랙박스야. 만들 수 있을리가 없지."

먼저 도착해 그 방에서 기다리고 있었던 소년은 문이 열리는 소리와, 사람이 들어오는 인기척에 반응했다.

"음? 5위의 심리장악 아가씨인가. 대패성제 이후로는 처음이군! 하지만 너는 비교적 근성이 부족한 감이 있어. 이번 기회에 내가 확실히 그 근성을 단련시켜주도록 하지!"

미리 기다리고 있었던, 7위의 어택 크래쉬(염동포탄) 소기이타 군하는 그렇게 말했다.

그리고 그런 소기이타를 보고, 쇼쿠호는 그 아름다운 얼굴을 노골적으로 찡그리며

"……저 바보도 함께인거야?"

"큭큭큭. 불만인가?"

남자는 드디어 한방 먹였다는 표정으로, 조소하듯이 대답하더니

"어찌됐든, 이렇게 자리에 모여주신 레벨 ​5​(​초​능​력​자​)​분​들​에​게​.​ 감사를 표하지"

"됐으니까 빨리 용건이나 말해. 그 뇌를 비틀어버리기 전에"

"총괄이사회의 '부탁'이다. 학원도시와 동맹관계인 단체를 위해 초능력자를 지원해달라고 하는군"

"그런일은 '암부'한테 맡기면 될텐데"

쇼쿠호는 의아하다는듯, 그 가느다란 팔로 팔짱을 끼고 입술을 뾰족히 내밀면서 말했다.

그러자 남자는 어깨를 으쓱하며

"사정상 학원도시의 '암부'는 해체되어서 말이지. 부탁할게 너희들 밖에 없다고"

"거부권은?"

"물론 가능해. 하지만 둘중에 한명이라도 승인해주면 좋겠는데"

"난 하겠어"

옆에서 이야기를 듣고 있던 소기이타가 콧바람을 내며 말했다.

"학원도시의 동맹을 지원하는건 무척이나 근성이 필요한 일이군. 되도록이면 아가씨의 근성도 같이 뜯어고치고 싶지만 본인이 원하지 않으면 의미는 없지. 이 몸의 불타오르는 근성이 학원도시 바깥에서도 먹힐지, 시험해보겠어"

"큭큭. 좋아"

쇼쿠호는 흥. 하며 방금 들어왔던 문으로 몸을 돌렸다.

그리고 또각또각 구두소리를 내며 세 발자국 정도 가다가, 우아하게 한손으로 머리카락을 뒤로 넘기며 말했다.

"그럼 난 패스"

"별도의 보상도 있어"

"그런건 필요없엉☆"

방의 밖으로 나간 쇼쿠호는 그 코너를 돌기 전 '아 맞다' 라고 중얼거리더니, 남자와 소기이타가 있는 방에 고개만 빼꼼 내밀었다.

"당신. 그 재수없는 올백머리 다음에도 보이면 자기 발가락으로 다 뽑게 할테니까. 알았지♡?"

**

그리고, 남자와 레벨 5(초능력자) 둘의 대화를 듣고 있는 자들이 있었다.

"소이기타 군하… 세계 최대의 '원석'"

그렇게 중얼거린 남자는 과학 사이드의 스파이이자, 마술 사이드의 스파이. 단순한 이중간첩을 넘어 다중간첩으로 '정보 브로커'일을 하는 츠치미카도 모토하루다.

"한번도 꺼내보이지 않았던 '원석'을 꺼내다니, 무슨 생각이지"

심각한 표정의 츠치미카도는 쇼쿠호와 소기이타의 목소리가 들리던 핸드폰에 대고 말했다.

"아레이스타"

그러자 핸드폰의 너머에서 치직,치직ㅡ 하는 소리가 나더니.

「'동맹관계'인 영국에 지원하는 초능력자다. 무슨 문제라도 있나?」

핸드폰에서 아레이스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액셀러레이터는 세계 3차 대전에서 싸운것에 대한 보상. 무기노 시즈리는 하마즈라 시아게가 얻은 파라미터 리스트(소양격부) 때문에 학원도시의 '암부'에서 탈퇴했지. 분명 그런 내용이 공개되면 학원도시에 큰 파장이 일테지만…"

선그라스 안에 있어서 보이지 않는 츠치미카도의 눈이 날카로워졌다.

언제나 가벼운 행동과 말투를 고집하는 츠치미카도였지만, 아레이스타와 대화할때만은 다르다. 이런 진지한 츠치미카도를 볼 수 있는 몇 안되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아레이스타. 당신은 그런건 어찌되던 상관없는거 아닌가?"

「글쎄. 그건 '학원도시의 총괄이사장'인 나에게 묻는건가. 아니면 '마술사 아레이스타 크로울리'인 나에게 묻는건가」

"원래부터 당신의 행동을 파악하는건 힘들었지만"

아레이스타가 자신을 가지고 놀고 있다고 생각한 츠치미카도는 이를 뿌득이며 말한다.

"최근 들어서는 더 이해할수가 없어"

「그건 나도 마찬가지다」

"…뭐?"

순간, 츠치미카도는 잘못들었다고 생각했다.

학원도시 전역에 뿌려져 있는 5000만대의 나노머신인 ​언​더​라​인​(​체​공​회​선​)​으​로​ 학원도시 안에 있는 모든 정보를 파악하며, 정보 브로커인 자신보다도 더 많은 정보를 알고 있을것인 이 남자가 확실하지 않은 것을 입에 담은 것이다.

「큭큭」

전화 너머의 아레이스타는 희노애락. 그 모든 것에 해당하는 듯한 소리를 내더니

「계획이 틀어지면, 그 틀어짐을 이용하여 계획을 앞당긴다고 스스로는 말했지만. 계속해서 일어나는 이변으로 조금씩이지만 확실히, '플랜'이 무너져 갔다. 결국 나조차 완전히 예측하지 못했던 레벨 0(무능력자) 때문에 대부분이 뒤틀렸다. 퍼스트 플랜인 액셀러레이터의 제어권도 잃고, 스페어 플랜인 카키네는 뇌만 살아있지. 절망적인 상황이었다」

큭큭. 아레이스타는 이번에는 확실히, 그저 이 상황이 웃기다는듯 웃었다.

「하지만 예상도 못한 서드 플랜이 그 비틀림을 이어주고 있어. 미크로 사이즈를 넘어 마크로 사이즈를 이해해가고 있다」

이 세계에는 두개의 물리법칙이 있다고 한다. 

미크로 사이즈와 마크로 사이즈. 어디까지가 미크로 사이즈고 어디부터가 마크로 사이즈인가, 이것 역시 아레이스타의 연구중 하나였다.

「이것이 '운명'이라고 하는건가. 적어도 나는 서드 플랜이 이렇게 까지 해줄지 예상조차 하고 있지 못했다. 이것이 웃기지 않으면 무엇이 웃기겠나」

아레이스타는 뒤틀릴대로 뒤틀린 플랜이, 그 아레이스타 조차 조금도 예상하지 못했던 상황이 발생해 올바르게 흘러가고 있다고 이야기 하고 있다.

이 아레이스타 조차 예상하지 못했던 그 상황. 츠치미카도 이해할 수 있을리가 없었다.

「플랜을 위해 데려온 외부인도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어. 단지 이대로 기다리기만 하면 될뿐이다」

"……그게 무슨 말이지"

「소기이타를 따라가라. 운이 좋다면, 너도 눈치챌 수 있겠지」

그것으로 통화는 끊겼다.

츠치미카도는 통화가 끊어진 자신의 핸드폰을 뚫어지게 쳐다보며, 무언가 일이 잘못되어가고 있음을 느낀다.

**

페이커가 러시아에서 돌아온 후. 쿠로요루는 자신의 아지트로 돌아갔다.

그리고 남은 페이커는, 러시아에서 얻은 정보들을 정리하고, 그 정보들의 진위를 파악하고 있었다.

하지만 마술 사이드에 대한 정보를, 학원도시에서 얻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웠다.

결국 페이커는 마술이 아닌 다른 곳으로 방향을 돌렸다.

원석.

학원도시 내에서도, 도시전설의 형태로 이야기는 전해지고 있었다.

학원도시의 초능력자와는 다른 선천적인 초능력자. 뇌를 뒤집고, 혈관에 약물을 투입하며, 암시까지 걸어가며 퍼스널 리얼리티(자신만의 현실)을 얻은 학원도시의 능력자와는 다르게, 생활환경이나 사람의 정신세계, 인간관계등 여러가지의 복잡한 상황이 겹쳐 자연스러운 퍼스널 리얼리티(자신만의 현실)을 얻은 능력자를 '원석' 이라고 한다. 그렇기에 학원도시와는 다른 특이한 능력이 발현될 가능성이 높고, 그 개체수 조차 매우 적다.

…라고는 하지만. 이것은 도시전설이다.

뇌에 별에별 짓을 다 해서 초능력을 얻은 학원도시의 학생들이라면, 누구나 그 불공평함에 얼굴을 찡그릴 것이고, 그 자체를 부정하는게 당연했다.

"원석…"

자신의 맨션에서, 고음질의 헤드셋을 쓴 페이커가 중얼거렸다.

지금 페이커는 학원도시의 '어둠'이 속해있을 장소들을 도청하고 있었다.

결국, 학원도시의 상층부가 소기이타 군하를 학원도시 바깥으로 보낸다는 정보를 입수했다.

"학원도시의 완벽한 블랙박스… 염동포탄이라는 능력명도, 자신이 되는대로 정한거에 불과해. 그 능력의 본질은 커녕 일부조차도 해석이 안되있는 초능력자라…"

액셀러레이터의 검은 날개.

올레루스의 전조가 없는 공격.

카미조 토우마의 모든 이능을 지우는 오른손.

마술도, 과학도 아닌 그것들은, 아마 이 '원석'이 아닐까. 그렇지 않더라도, 무언가의 정보를 얻을 수 있을것이다.

페이커는 학원도시의 상층부와 연결되어 있는 남자와 소기이타의 대화를 들으며, 세계 최대의 '원석'인 소기이타를 관찰하기 위하여 떠날 준비를 한다.

'하지만…'

막연하게, 페이커의 가슴속에서 꿈틀거리는 의구심.

'…상황이, 지나치게 딱딱 맞는 기분이 들어'

길은 제시되었다. 그리고 그 길에는 최단거리로 갈수있는 이정표까지 제시되어 있다.

합리주의자인 페이커가, 그 길로 가지 않을 일은 없다. 

의구심은, 단순히 의구심일 뿐이다. 페이커는 그렇게 생각하기로 했다.

댓글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