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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번째 이변 8화


**

"평화롭네요~"

칸자키 카오리는 일본 교토에 있는 조그마한 산이 보이는 오래된듯한 일본식 저택에 있다.

쌀쌀한 날씨임에도 마루에 방석을 깔고, 그 위에 무릎을 꿇어 앉은채 녹차를 마시고 있는 칸자키는 무척이나 편안한듯, 얼굴 근육이 느슨해졌다.

"스테일에게 억지로 떠밀리듯이 휴가를 쓰게 됐지만 생각보다 나쁘지 않은것 같군요"

그렇게 말하는 칸자키는 평소에 입던 겨드랑이에서 묶어 배꼽이 보이게 입는 티셔츠나, 한쪽 다리만 넓적다리 부분에서 싹둑 찢은 데님 청바지, 그리고 웨스턴 밸트에 2M에 달하는 칠천칠도 대신 무척이나 고급스러워 보이는 기모노를 입고 있었다.

마술적인 의미를 가지는 복장도 입고 있지 않고, 항상 긴장한듯이 날이 선 눈빛을 하고 있지도 않은 칸자키는 누가 보더라도 청초한 일본식 미인으로 보일것이다.

아직 18살이란 꽃다운 나이지만, 그 볼륨있는 몸매와 큰 키 때문에 누구라도 20대로 보는것이 컴플렉스인 칸자키는 인정하지 않을지 모르겠지만, 평소보다도 살짝 더 나이가 들어 보이기는 했다.

후룩. 하고 녹차를 한모금 더 마신 칸자키는 옆 그릇에 있는 센베를 집어 한입 오독, 하고 깨물었다.

그런 행복감을 느끼며, 살짝 눈을 감은채 정적속에 나뭇잎이 흔들리는 소리에 귀를 귀울이고 있었다.

"프리스티스"

"네"

바깥에서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에 대답을 하니, 드르륵. 하고 장지문이 열렸다.

아마쿠사식 크리스트 처교의 교황 대리. 타테미야 사이지는 무릎을 꿇은채 여관에서 손님을 접대하는 직원처럼 공손한 자세로 앉아있었다.

"무언가 더 필요한거라도 있으십니까?"

"아뇨, 딱히 더 필요한건 없습니다만…"

칸자키는 양 손바닥을 마주잡은채 묘하게 불안해 하는듯한 타테미야에게 대답하며, 그 타테미야의 뒤를 흘겨보았다.

타테미야가 있는 방의 뒤쪽의 활짝 열려있는 장지문에서 츠시마, 노모자키, 코우야기등 다른 아마쿠사식의 멤버들이 고개만 살짝 내밀어 이쪽을 살펴보고 있었다.

"스테일도 그렇고, 뭔가 저한테 숨기고 있는게 있지 않습니까?"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수,숨기다뇨. 감히 제가 프리스티스한테 무엇을 숨기겠습니까"

"……수상해요"

칸자키는 꽤나 수상해 보이는 타테미야의 이런 행동이 꽤나 불쾌했다.

몇주 전부터 조직에서는 묘하게 자신을 따돌리는듯 하더니, 최근에 들어서는 스테일이 휴가를 ​권​유​했​다​. ​

딱히 계획이 없었던 칸자키는 거절했지만, 뭔가 굉장한 얼굴로 휴가를 쓰라며 부탁을 하는 스테일의 성의를 거절하지 못해서 휴가를 낸후 고향으로 돌아왔다.

교토에 미리 대기하고 있었던 아마쿠사식 멤버들을 다시 만난건 좋았지만, 아마쿠사식 역시 칸자키의 눈치를 살피며 무언가를 숨기는듯 한 이 상황이 칸자키는 무척이나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냥 반납하고 돌아갈까요…"

순간 조금 우울해진 칸자키가 그렇게 중얼거리자, 타테미야는 깜짝. 놀라는듯 하더니.

"그, 그러지 말고 프리스티스. 저희가 선물을 준비해왔습니다"

"선물요?"

칸자키는 '딱히 원하는건 없는데요' 라고 중얼거리며, 다시 차를 입에 가져갔다.

"분명 마음에 드실겁니다. 어이~ 지금이야. 가져오라고"

그러자 뒤에 있던 다른 아마쿠사식 멤버들이 바쁘게 움직이는듯 ​하​더​니​, ​

"여기 선물. 카미조 토우마입니다☆"

"푸훕!!! 콜록, 콜록"

팔다리가 묶여있는 머리가 뾰족뾰족한 소년을 칸자키가 있는 방으로 던져넣었다.

그 모습을 본 칸자키는 성대하게 차를 내뿜더니, 부들부들 떨면서도 검지손가락을 쭉 뻗어 소년을 가르켰다.

"무, 무무무무무슨!?"

"이야, 프리스티스를 향한 저희의 애정도가 이정도에요 "

"무슨 소리를 하는건진 모르겠지만 일단 조용히 하세요!"

얼굴을 새빨간색으로 물들였음에도, 칸자키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소년에게 ​다​가​갔​다​. ​

그리고 팔다리를 묶고있는 컴퓨터 용품으로 많이 쓰이는듯한 케이블 타이를 단순한 손가락 힘만으로 부서트리며 말했다.

"카,카미조!? 괜찮은건가요!?"

"우우… 불행해에… 내 휴일이… 휴일이…"

수도꼭지를 틀은듯 콸콸콸 눈물을 흘리며 대답하는 소년을 보고 칸자키는 양팔을 공중에 휘저으며 당황해했지만, 대조적으로 타테미야는 무척이나 편안한 얼굴로

"정말 곤란했는데, 카미조군이 도와준다고 해서 살았다니까"

"사람을 멋대로 납치해놓고는 부탁은 무슨 부탁! 기절가스에 이은 쇼트건이라니 인간적으로 너무하잖아!!"

버럭 대답하는 카미조의 말을 듣고, 칸자키가 말했다.

"타테미야씨. 지금 당장 이 소년을"

"여엇차. 프리스티스. 잠깐만 제 이야기를 들어보지 않겠습니까"

타테미야는 어느샌가 능구렁이처럼 칸자키의 옆으로 다가와 속삭였다.

'프리스티스의 매력을 카미조군에게 어필할 찬스라구요?'

'네,네!? 저,저는 딱히 좋아하는게'

'저는 딱히 누가 누굴 좋아한다고는 아직 한마디도 안했습니다만'

'………'

'조금만 생각해보십시요 프리스티스. 프리스티스의 매력이 아무리 뛰어나다고 하더라도 만남이 없으면 인간관계가 진행조차 되지 않습니다. 프리스티스의 위치상 이 소년과 사적으로 관계될 일은 없을터. 우연히 얻은 귀한 휴가에 사적인 만남은 인간관계를 진전시킬 최고의 찬스라고 생각합니다만?'

'그, 그러니까 누가…'

짝!

타테미야는 강제적으로 대화를 끝내겠다는 듯이, 박수를 치더니

"그럼 즐거운 하루 보내시길"

라며, 스윽 하고 다다미의 문을 닫고 물러났다.

"………"

"……………"

둘만 남겨진 방안은 무척이나 어색한 분위기였다.

"저,저기…"

자세한 사정은 모르겠지만, 자신 때문에 이 소년이 또 일에 휘말렸다는 생각이 들은 칸자키가 아직도 뭔가 우울해하는듯한 소년을 위로해주려고 하는 순간, 드르륵ㅡ 하고 장지문이 한번더 열리더니

"아. 그러고 보니, 저번 그 타천사 복장이라도 가져올커허억!?"

​"​하​하​하​하​하​무​슨​말​인​지​모​르​겠​네​요​교​황​대​리​"​

딱딱한 발음의 칸자키의 주먹에 안면을 정통으로 맞은 타테미야는 부웅ㅡ 하고 날아갔다.

뒤쪽에서 구경하고 있던 다른 아마쿠사식 멤버들이 그를 안전하게 받은 후 '괘, 괜찮나요 교황 대리!? 정신좀 차려봐요!' 하는 소동을 들으면서, 칸자키는 '크흠' 하고 목소리를 ​가​다​듬​었​다​. ​

그러자, 옆에서 날아가는 타테미야를 보고 식은땀을 흘린 카미조가 말했다.

"저, 저기 카,칸자키…? 카미조씨는 정말로 출석일수가 아슬아슬해서 내일까지는 돌아가야 하는데요…"

카미조는 '아무리 그래도 유급은 곤란하다고!' 라며 그 삐죽삐죽한 머리를 양손으로 부여잡았다.

그런 모습을 본 칸자키는 조금 곤란한다는 표정을 지었지만, 이내 각오를 다잡은듯 입술을 굳게 다문채 눈을 번뜩였다.

"문제 없습니다. 다만 이쪽도 사정이 있으니, 오늘 하루만 어울려 주세요"

"어… 오, 오우…"

싱긋 웃으며 대답하는 칸자키의 미소를 보고 순간 심장이 덜컥거린 카미조는 자신이 아무런 설명없이 납치당했다는 사실을 까먹기라도 한듯, 자신도 모르게 멍청한 얼굴로 대답했다.

(이, 이게 그 칸자키란 말이야!? 반칙이잖아 ​이​건​!​) ​

칸자키가 미인이라는 것은 이미 알고 있었지만, 카미조에게 있어서 칸자키는 '자신과 인덱스의 소중한 동료' 정도의 인식밖에 있지 않았다.

카미조가 칸자키를 이성으로 인식하지 않는 이유란,

은밀성을 중시하는 아마쿠사식의 방식인 무언가 의미가 있는 옷차림이지만, 모르는 사람이 보면 단순한 노출광으로 보이는 패션도, 처음 만남에서 반죽음까지 얻어맞았다는 점도 그렇지만…

무엇보다, 칸자키의 '타천사 에로 메이드' 복장이 카미조에게 있어선 미샤 크로이체프, 카자키리 효우카에 이은 3대 천사 콤플렉스로 자리잡은 이유가 가장 컸다.

그런 칸자키가 얌전한 기모노를 입은채 청순한 미소를 지으며 말을 걸은 것이다. 두근거리지 않을리가 없었다.

(괘, 괜시리 포니테일이 야해보이는건 착시현상인가!)

칸자키의 하얀 뒷목을 보며, 긴장도 100% 상태인 카미조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칸자키는 조신하게 앉은채로 카미조에게 말했다.

"…? 왜 그런가요?"

"아, 아니야! 아무것도! 카미조씨는 절대 그런생각 안했으니까!"

얼굴을 붉히고 당황해하는 카미조를 보고, 칸자키는 푸훗. 하고 입을 가리고 소리죽여 웃으며 말했다.

"스테일과 아마쿠사식 사람들도 그러더니, 오늘은 당신도 이상하네요"

"냅둬"

"그러고 보니, 교토에 와본적이 있습니까?"

"교토?"

카미조는 으음. 하고 생각을 하더니

"글쎄, 아마도 없을걸?"

"아마도라뇨?"

"그, 학원도시로 가기 전 어렸을때 갔던 같기도 하고 안갔던거 같기도 하고… 기억이 잘 안난다고 할까…"

카미조는 떠올렸다.

지금으로부터 몇개월 전. 

인덱스라는 소녀를 만났다.

그리고, 소녀를 구원해준듯… 하다.

대답이 애매모호한것은 인덱스를 구하다가 머리에 큰 데미지를 입어 기억상실에 걸렸기 때문이다.

정확히는 기억세포의 파괴. 단순한 기억상실과는 다르게, 그 기억이 영원히 돌아올 가능성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래서 카미조는 자신이 교토에 가봤는지 알수없었다.

지식은 있지만, 기억은 없다.

인덱스를 구원한 7월 28일.

카미조의 시간은 7월 29일 어느 병원의 침대위에서부터 움직였다.

칸자키는 그런 복잡한 생각을 하며 다시 조금 우울해진 카미조의 표정을 보고, 납치의 영향으로 또 우울해진거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일부러 밝은 목소리로 침체된 분위기를 깨며 말했다.

"그럼 여태까지의 답례라고 할까, 좀 둘러보지 않을래요?"

**

그 후 카미조와 칸자키는 단둘이 근처에 바깥을 돌아다녔다.

딱히 관광을 하러 온것은 아니기에 멀리 차를 타고 이동할 필요도 없었고, 너무 사람이 많은곳은 서로 불편하기에 유명한 관광지는 피했다.

그저 한적한 시골마을의 단풍길, 경치가 아름다운 강, 옛날 칸자키가 살았던 동네 등, 의미는 없지만 확실한 추억을 새길만한 곳을 돌아다녔다.

하지만, 그런 둘을 미행하는 이들이 있었으니ㅡ

"수수해요"

"멍청한 츠시마!! 저런건 수수하다가 아니라 청초하다고 하는거에요! 역시 금발날라리 츠시마는 남자의 로망을 모른다니까!"

"맞아요 맞아요. 츠시마는 바람이 불어 실수로 팬티가 보인다고 해도 '꺄악! 봤어? 못봤지? 헤헷' 이라고 하기보단 ​'​봤​구​나​아​아​아​아​아​!​'​ 하면서 사타구니를 걷어찰 여자라니까요. 로망이 없어요 로망이"

"너희들 확 죽여버린다?"

"히익!"

그런 느낌으로, 소수 정예인 아마쿠사식 내에서도 나름대로의 개성을 가지고 있는 멤버들이 그 둘을 미행중이었다.

표면적으로는 프리스티스를 보좌. 그리고, 만일을 위한 경호라고 말하고는 있지만, 주 목표는 '프리스티스가 어떻게 저 소년을 꼬실것인가!?' 에 대한 궁금증이었다.

꽤나 여러명이 미행을 하는데도 다른 일반인들에게는 전혀 의심조차 받지 않는것은, 은밀성을 중요시하는 아마쿠사식이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크윽. 프리스티스도 좀 더 적극적으로 대쉬하지 못하고!!"

모퉁이 뒤에서, 코에 반창고를 붙이고 있는 삐죽삐죽한 머리의 교황 대리. 타테미야 사이지가 고개를 내밀고 말했다.

"아뇨, 아뇨! 여기서는 대쉬할듯 말듯한 저 상황이 좋은거라구요! 제가 보기엔 벌써 반쯤 넘어갔어요!"

세련된 모히칸 헤어에 덩치큰 남자가 코에서 슈욱ㅡ 김을 내면서 대답했다.

그렇게 카미조와 칸자키를 미행하며 열띤 토론을 한지 한시간.

지칠기세도 없이 더욱 뜨거워진 열기로 토론을 하던 아마쿠사식 멤버들은

꿀꺽꿀꺽.

찰랑. 

하는 소리에 전원의 몸이 굳었다.

교황 대리. 타테미야 사이지는 그 소리에 녹슨듯이 삐걱거리는 고개를 끼기긱 돌렸다.

그곳엔,

"…딸꾹"

아마쿠사식 크리스트 처교의 요정. 이츠와(미성년)가 한손에 2L는 되보이는 큰 술병을 들고 서 있었다.

​"​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츠​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

귀신이라도 본듯한 얼굴로 타테미야가 소리지르자, 다른 아마쿠사식 멤버들의 시선도 이츠와를 향했다.

이츠와는 그런 시선은 아무런 상관 없다는듯, 컵도 없이 술병을 입으로 가져가 꿀꺽꿀꺽 ​마​시​더​니​, ​

"크으…"

하고, 얼굴을 ​찡​그​렸​다​. ​

(이, 이츠와가 갑자기 왜!?)

(그것보다 깡소주라구요!? 안주도 없이!?)

(그게 문제가 아니라 여기는 야외라고 이 멍청이들아!)

이츠와는 수근수근. 이야기를 하고 있는 다른 멤버들을 향해 갑자기 울먹거리기 시작하더니ㅡ

​"​…​미​움​받​았​을​거​에​요​오​오​…​ 미움받았어요… 미움… ​미​움​받​았​을​거​에​요​…​"​

"이,이츠와? 무슨일인지 이 언니에게 설명해보지 않겠니?"

이중에 있는 유일한 여성인 츠시마가 영업용 미소를 지으며, 이츠와에게 넌지시 말했다.

이츠와는 ​중​얼​중​얼​중​얼​중​얼​중​얼​중​얼​.​ 입술을 거의 움직이지 않고 작은 소리로 말한다.

"……딸꾹. '성인 살해자' 때문에 프리스티스를 묶어둬야하는건 알고 있어요… 그리고 저 소년이 그 역할을 해낼 수 있다는 것도… 하지만 저 사람을 만나러 일본으로 날아가고 나서 갑자기 '납치 임무' 라고 하는건 너무하잖아요… 내가 얼마나 기대했는데… 얼굴이라도 안들키려고 가스통을 던졌는데… 흑, 히끅, 그것마저도 안통해서 쇼트건으로… 얼굴도, 보였는데… 딸꾹."

"금시초문인데요 교황 대리"

동공에 광채가 없어진 츠시마가 살기를 내뿜으며 타테미야에게 물었다.

그러자, 타테미야는 식은땀을 한줄기 주룩, 흘리더니

"진정해 이츠와! 이 임무가 얼마나 중요한 임무인지는 잘 알고 있잖아!? 게다가 결혼 적령기인 프리스티스를 위해 한걸음만 양보를…"

​"​…​…​…​…​…​이​를​거​야​"​

"응?"

"프리스티스한테 다 이를거야!! ​후​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엥​!​!​"​

엄청나게 서러운듯 꺼이꺼이 울고 있는 이츠와를 진정시키는것은 아마쿠사식 멤버들이 전부 달라붙어도 무리였다.

"그것보다 이츠와, 계속 전화 오고 있는거 아니야?"

결국 어느정도 취한 사람이라는 점을 이용하여, 초로의 노인인 이사하야가 이츠와의 관심을 다른데로 돌리려고 했다.

그 말에 다들 이츠와의 왼쪽 주머니를 보자, 우웅ㅡ 우웅ㅡ 하면서 계속해서 무언가가 진동하고 있었다.

이츠와는 울음을 뚝 멈추고, 왼쪽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냈다.

"……"

울음은 멈췄지만, 핸드폰의 액정을 바라보고 있는 이츠와의 표정은 좋지 않았다.

게다가 지금 들고 있는 핸드폰은 이츠와의 핸드폰이 아니다. 아무리 전투집단이라고는 해도 이츠와 같은 소녀가 저런 투박한 디자인과 색감을 가진 핸드폰을 가지고 다니지는 않을 것이다.

진동하는 핸드폰을 어느정도 지긋히 쳐다본 이츠와는, 마치 제것인양 핸드폰을 열어 통화버튼을 누른다.

「토우마!!!」

귀가 쩌렁쩌렁 울릴 정도의 큰 여자 목소리가 들려왔다.

「쿠로코한테 들었어! 괜찮은거야!? 지금 어디야? 내가 당장 구하러 갈…」

"토우마는 없어요오"

「…」

갑자기 들려오는 여자목소리에 전화 너머의 상대도 당황한듯 했다. 그리고 어느정도의 정적 후에,

「당신, 납치범?」

"네에 네에. 납치범이에요. 납치범"

이츠와는 마치 자책하듯이, 재미있는 개그를 한것처럼 '납치범이래 납치범 ​후​후​후​후​후​후​후​후​…​'​ 하는 이상한 웃음소리를 내며, 무언가 동공이 풀린듯한 눈빛으로 말했다.

"그럼 그쪽은 누구신가요?"

「읏. 아,알필요 없잖아!」

"뭐 상관없죠. 그것보다, 전화를 안받으면 다 사정이 있는거니까 작작좀 걸어주시겠어요? 벌써 30건이라니 집착도 심하셔라"

「납치범 주제에 뭐라!?」

"납치범 납치범 하지 말아요 딸꾹"

「…딸꾹? 누구야, 당신」

전화 너머의 상대는 분노에 찬 음색으로 말했다.

하지만, 이츠와는 이마에 힘줄까지 띄우며 눈을 팍! 하고 뜨더니

"애인이에요!!"

하고, 핸드폰의 배터리를 분리해버렸다.

우와, 심해… 하고 중얼거리는 타테미야를 내버려둔채로, 이츠와는 손에 들고있는 술병을 입에 가져가 꿀꺽꿀꺽 마시면서, 휘청휘청 어딘가로 걸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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