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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ker


원작 |

Faker. 1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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삑-

삑-

삑-

"…………"

액셀러레이터가 눈을 뜨자 보이는 것은 하얀색의 천장이었다.

푹신한 침대. 규칙적인 소리. 환자의 건강을 생각하는 가습기 등.

온몸에는 출혈을 막기 위한 혈액 응고제가 발려져 있고, 그 위로 붕대가 감아져 있었다.

그리고 이것들은 적어도 액셀러레이터가 사지 멀쩡하게 살아있다는 것을 증명했다.

"아! 의식이 들었어? 하고 미사카는 미사카는 불안한 마음으로 말해보고!"

옆에서 들리는 라스트 오더의 목소리.

보통의 사람이라면 그런 압도적인 패배 후에 정신이 든다면, 자신이 살아있다는 것을 가장 먼저 인지하고 다행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의식이 돌아온 액셀러레이터가 라스트 오더의 목소리를 듣고 제일 먼저 떠오른 감정은 분노였다.

패배.

그 한단어만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단순히 패배 자체가 화가 나는 것은 아니다. 원하는 목적만 이룰 수 있다면 몇번을 패배하던, 몇번을 진흙탕에서 구루던, 겨우 나온 어둠속으로 기어들어가도 상관하지 않는다.

문제가 되는 것은 이 패배의 의미였다.

"제길"

스스로 나오지 않으면 절대로 죽일 수도, 만날 수도 없는 녀석을 죽이지 못한 것이다. 앞으로 언제 있을지도 모를 기회를, 자신의 손으로 날린 것이다. 자신의 모든 밑바닥까지 내보인 힘으로도 이길 수 없었다.

액셀러레이터의 네장의 날개. 원한다면 세계 그 자체와 싸울 수도 있을 정도의 압도적인 힘으로도 학원도시의 총괄 이사장을 이기기는 커녕, 어린 아이의 장난 처럼 완벽하게 패배했다.

아레이스타의 바닥조차 보이지 않는 힘ㅡ

아니, 그것은 틀리다.

'아직 나도 미완성의 힘이지만, 오시리스이던 시절의 힘으로는 날 이길 수 없지. 시대가 달라. 철기 시대에서 철을 다루는 내가 보기엔, 너는 무른 청동을 다루는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오시리스의 시절.

액셀러레이터가 처음 에이와스를 만났을때에도 그는 그렇게 이야기 했다.

그것이 무슨 의미인지는 액셀러레이터가 파악할 수는 없는 내용이지만 본능적으로 액셀러레이터는 눈치챘다. 힘의 위력이 문제가 ​아​니​다​. ​

문제가 되는 것은 힘의 질.

"저기… 어디 안좋은 거야? 의사 선생님 불러오는게 좋을까? 하고 미사카는 미사카는…"

그리고, 이 패배의 진정한 의미는.

"제길, 제길…"

라스트 오더의 완전한 구원을 실패했다는 것이다.

키하라 아마타에게 라스트 오더가 납치되었을 때부터, 다 죽어가는 라스트 오더의 치료법을 구하기 위해 러시아에 갔을때.

그리고 이 지금까지.

라스트 오더의 구원까지 아주 조금. 연기처럼 손에 잡힐듯 말듯 계속해서 잡지 못하던 마지막 기회를 놓친것이다.

자리에서 일어난 액셀러레이터는 라스트 오더의 작은 몸을 끌어당겼다. 그 격한 움직임으로 상처가 벌어져 붕대에 피가 스며들기 시작했다.

"왓!?"

그 갑작스러운 행동에 깜짝 놀란 라스트 오더는 '저, 저기 여기서는~~!' 하면서 얼굴을 불게 물들었지만.

"제길, 제길, 제길 제길 제길 제길 제길 제길 제길 제길 제길 제길!!!!"

그 작은 몸을 꼬옥 잡고 오열하다 시피 하는 액셀러레이터를 보고 말을 잇지 못했다.

당연하게도 10살 전후의 라스트 오더보다도 훨씬 큰 액셀러레이터가 라스트 오더를 안고 있는 것으로 보일 것이다. 하지만 아이보다도 훨씬 커다란 소년에게서 느껴지는 연약함은, 마치 어머니에게 매달려 울고있는 자식같았다.

"제길, 어째서야. 어째서냐고!! 어째서, 어째서 난 구해줄 수 없는 거냐!! 그 녀석은!! 그 빌어먹을 사람 좋아빠진 녀석은 되는데 나는 어째서…!!!!"

"저, 저기… 무슨 일인지 미사카는 모르겠는데… 일단 어디 아픈건 없는 거지? 하고 미사카는 미사카는 두근거리는 가슴으로 말해보기도 하고"

라스트 오더는 그렇게 말하며, 자신에게 안겨오는 액셀러레이터를 자신의 조그마한 양팔로 꼬옥 안아주면서 말했다.

"뭔진 몰라도 바로 정답이었나 보네. 대체 뭘 본거야?"

그러자, 병실의 문 옆에서 새로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

그런걸 말할 수 있을리가 없었다.

'녀석은 나 이상의 괴물이야. 내 밑바닥 까지 쏫아부어도 절대 너희들을 구원해줄 수 없어. 미안하다'

그런 말을 할 수 있을리가 없지 않은가.

"당신이 무슨 짓을 해도 미사카들은 당신을 용서하지 않아"

액셀러레이터가 라스트 오더에게 떨어지자, 미사카 워스트는 평소에 보이던 장난기는 싹 지운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

"……하지만 이렇게 말해도 당신은 포기하지 않겠지. 단순한 감정론을 떠나서, 여태까지의 전례만으로도 충분히 알 수 있어"

그건 당연하다.

실제로, 액셀러레이터는 전투시에 목숨만 무사하다면 팔이나 다리 정도는 기꺼이 희생하겠다고 생각하고 있다. 저번 신입생이었떤 쿠로요루 우미도리 처럼, 사이보그화의 가능성도 남아있기 ​때​문​이​다​. ​

하지만 액셀러레이터가 이렇게 생각한다고 해도 실제로 목숨을 잃을 위기에 빠진다 하더라도 그 신념이 꺾이지는 않을 것이다. 그 원념에 가까운 신념은, 액셀러레이터가 목숨을 잃는다고 해도 귀신으로 나올거라고 믿을 수 있을 정도였다.

"학원도시 최강의 레벨 5(초능력자)가 패배하는 모습따위, 미사카는 전혀 상상할 수 없지만 말이야. 그럼 만에 하나라도 그만한 녀석들. 아니, 미사카들을 위해서라면 그거보다 좀 못한 녀석들이려나? 하여튼 그런 녀석들이 미사카나 라스트 오더를 노린다고 하더라도 내가 할 수 있는건 전혀 없을걸?"

"…뭐가, 말하고 싶은건데?"

"그래서 말인데. 저번에 그거, 슬슬 해줬으면 어떨까~ 하고 미사카는 생각해"

"…그거?"

"설마 잊었다고는 하지 않겠지. 암흑의 5월 계획"

"……"

"계약 내용 대로야. 미사카는 라스트 오더를 지키고, 당신은 미사카에게 당신의 능력 응용법을 전수한다. 미사카가 살기 위해 다른 개체와는 다른 특별한 개체가 되기 위해서는 필수조건이잖아?"

러시아에서 미사카 워스트와 만나 그런 이야기를 한지도 꽤나 지났다. 솔직히 말하자면, 녀석의 성격 치고는 꽤나 오랬동안 참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액셀러레이터가 그것을 잊고 있었거나, 혹은 모른척 하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한시도 그 생각을 안한적이 없긴 하지만, 무엇보다 문제인 것은 안정성 이었다.

암흑의 5월 계획.

대강 액셀러레이터의 부분적인 능력 응용법의 인식률은 50%. 꽤나 높은 수치 같지만, 그것이 목숨이 걸려 있다면 절대로 높은 수치가 아닐 것이다.

그렇기에 액셀러레이터는 몇번이나 고민하고, 조금이라도 더 높은 가능성을 위해 여러 방면에서 조사를 했다. 그 조사 끝에 액셀러레이터가 깨달은 것은 적어도 테스트먼트 따위의 힘을 빌리는것 보다는, 라스트 오더의 뇌에 간섭했듯이 자신의 능력으로 직접 주입하는 것이 훨씬 안정성이 높다는 것 정도다.

확신할 수가 없었다. 혹시라도 미사카 워스트가 나머지 50%에 당첨될 가능성도, 말 그대로 50%나 존재했기 때문이다.

"그럼 지금 당장 하지. 이리와"

"엣? ​테​스​트​먼​트​(​학​습​장​치​)​ 같은건 필요 없는 거야?"

"어이 꼬맹이. 너는 잠깐 옆으로 나와 있어라. 혼선되면 곤란해"

"응"

미사카 워스트의 말을 쿨하게 무시한 액셀러레이터는 쭈삣쭈삣 자신에게 다가온 그녀의 머리를 양손으로 잡고 눈을 감았다.

지금 액셀러레이터는 성공의 50%에 기대는 것이 아니다.

단지, 그때는 확신할 수 없었을 뿐이다.

하지만 지금의 액셀러레이터는 미사카 워스트에게 암흑의 5월 계획은 100%로 성공할 것이라고 확신한다.

(미사카, 풀튜닝…)

주기적으로 자신에게 연락을 하여 쓸만한 정보들을 던져주는 그 쫄따구. 제 6위의 녀석이 봤다고 하는 프로토 타입은, 자신의 입으로 암흑의 5월 계획에 성공하여 능력치가 대폭 상승했다고 말했다고 한다. 비록 자살했다고 한 점은 찝찝하지만…

단순히 그 녀석이 미사카의 클론들을 데리고 다니는 자신을 도발하기 위해서인지, 아니면 동정해서 그런지는 잘 모른다. 단순히 페이커의 입장에서는 같은 적을 상대하는 입장상 정보의 공유가 합리적이라고 판단한 일이지만 말이다. 그렇다고 페이커가 모든 정보를 액셀러레이터에게 넘겨주는 것은 아니다. 마술. 천사. 서드 플랜(제3후보). 페이커의 검은 날개. 그리고 그 날개를 이루고 있는 물질. 에이와스의 만남 등의 정보는 알리지 않았다. 철저하게, 명확하게 정해진 '사실'만을 공통전선이 유지될 정도만 제공한다.

그런 사실을 모르는 액셀러레이터는 전체적인 그림을 볼수는 없었다. 다만 하나 확실한건, 녀석이 거짓말을 하면서 까지 자신에게 필요없는 정보나 거짓 정보를 주지는 않을 것이다. 녀석의 목숨은 이쪽이 쥐고 있고, 목표는 같다.

(내 능력 응용법의 일부를 견딜 수 있냐 없느냐의 가장 중요한것은 능력을 발현하는 뇌야. 그 3위의 클론인 미사카 풀튜닝이 성공했다면, 기본적으로 모두 같은 녀석의 클론인 시스터즈들은 모두 성공한다는 말이지)

"저기, 미사카 조금 무서운데~"

"집중 안되니까 입 다물어"

하지만 그렇다고 그렇게 간단한 작업은 ​아​니​다​. ​

타인의 뇌의 전기신호의 벡터를 조종해 새로운 정보를 주입한다. 그 어떤 정밀 기기보다도 훨씬 정밀한 컨트롤이 필요하지만, 액셀러레이터에게는 무리없이 가능한 일이다.

그렇게 5분.

"끝났어"

자신의 능력 응용법의 일부를 주입하는데 성공한 액셀러레이터는 그렇게 말하고, 미사카 워스트의 표정을 살폈다. 그러자,

"가,악…"

"?"

​"​카​,​카​악​,​칵​!​,​킥​,​커​,​크​카​카​카​카​칵​!​!​"​

미사카 워스트는 양 손으로 자신의 머리를 부여잡고 온몸을 들썩이기 시작했다.

(절대 실패할리가 없는데!?)

아에 방법이 없는 것도 아니다. 바로 미사카 워스트의 뇌에 접속하여, 폭주를 잠재우고 불필요한 정보를 지우면 되는 것이다.

그렇게 무척이나 당황한 표정의 액셀러레이터가 뛰쳐 일어나려고 하자,

"뻥이에용~"

미사카 워스트가 한손으로 눈 밑을 당기며, 혀를 내밀면서 말했다.

퍼억.

​"​아​파​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앗​!​!​!​?​"​

방금, 액셀러레이터는 거의 진심으로 살기를 담아 미사카 워스트의 머리를 내려쳤다. 방금까지의 정밀한 작업을 위해 타격 에너지의 벡터변환을 하지 않은 것이 천만 다행이었다.

얼마나 세게 때렸는지, 눈망울이 촉촉하게 젖은 미사카 워스트는 머리를 부비면서 투덜투덜 대더니, 손가락 끝에서 파직. 하고 조그마한 전류를 만들어 냈다.

"대강 출력만으로도 기존의 3배 정도일려나? 당신이 항상 무의식적으로 하는 연산법의 일부만을 이식하는데도 겨우 겨우야. 이것으로 다른 무언가의 응용법만 찾아낸다면 나도 ……응? 아니 잠깐만"

미사카 워스트는 고개를 갸웃 거리며, 무언가 이상한 것을 보았다는 듯 얼굴을 찡그리더니,

"응? 뭐지 이거? 네트워크상에 같은 뇌파가 3개? 아닌데? 오륜가? 으음… 뭐 상관 없으려나. 미사카 피곤하기도 하고 깊게 생각하기도 귀찮으니까"

미사카 워스트는 자신의 머리를 탁탁 털더니, 잠시 떨어져 있던 라스트 오더를 자신 쪽으로 당겼다. 그리고 액셀러레이터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말했다.

"그래서? 당신이 뭘 본지는 모르겠지만, 승산은 있는거야?"

승산 따위가 있을리가 없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는다.

그런 모순조차 뒤집을 수 없다면, 라스트 오더. 나아가서는 이 클론들을 구원하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다.

액셀러레이터는 자신에게 딱 하나 남은 카드가 생각났다는 듯이 비장한 목소리로 자신의 행선지를 말했다.

"최후로, 물어볼 녀석이 있어"

초능력도, 마술도 아닌 기묘한 오른손을 가진 소년. 카미조 토우마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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