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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ker


원작 |

Faker. 4화




**

공격성만이라면 제 1위에 가장 가깝다고 하는 개체. 쿠로요루 우미도리를 알고 있는 사람들은, 항상 그녀의 얼굴이 짜증을 내는 표정이거나 무표정한 얼굴일것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뭐, 거의 맞는 말이긴 하다. 그녀가 얼굴의 근육을 늘어트리고 기분좋은 표정을 짓는건 거의 대부분이 자신이 좋아하는 고양이의 귀여운 재롱을 보고 있을때니까 말이다.

"으흐흥~"

하지만 오늘 제 7학구의 길거리를 걷고 있는 쿠로요루는 기분이 무척이나 좋아보였다.

그런 쿠로요루는 전체적으로 검은색을 기조로 한, 잘못된 지식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본다면 고딕 로리타로 오해할 수 있을 만한 옷차림을 하고 있다.

보온효과가 뛰어난 검은색 스키니진. 역시나 검은색에 실버로 된 조그마한 악세사리가 달려 있고, 등에는 커다란 해골이 그려져 있는 펑키한 롱코트. 그리고 그 롱코트에 털이 푹신푹신하게 달려 있는 후드를 뒤집어 쓰고 있는 쿠로요루는 그 귀여운 얼굴을 반쯤 가린채 히죽히죽 웃으며 콧노래 까지 부르고 있었다.

표정에 힘을 풀은채 입만 다물고 있으면 조그마한 일본인형 같은 분위기를 풍기는 쿠로요루지만, 그녀는 그런 약해보이는 자신의 모습을 감추기 위해 여러가지 방법을 사용하고 있었다.

일본인형 같이 정갈한 검은색의 생머리의 양 옆머리에 노란색으로 브릿지를 주고, 일부러 와일드해 보이는 펑키한 옷차림을 입고, 얼굴의 표정에 힘을 주어 그녀가 속해 있는 '어둠'을 마음껏 자랑한다.

그런 여러가지 방법이 어디까지 효과가 있었는지는 모른다. 하나 확실한건, 그 옷차림이나 브릿지를 뺀다고 하더라도 얼굴 표정에 나오는 치명적인 어둠은, 그 어둠을 알지 못하는 평범한 일반인 이라도 겁을 먹기엔 충분했지만 말이다.

한마디로, 이렇게 얼굴에 힘을 뺀체 웃고 있는 쿠로요루는 무척이나 귀엽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일까,

"오오, 뭐야 너. 중학생?"

목소리만 들어도 껄렁껄렁해 보이는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것이 자신을 불렀다는 것을 깨달은 쿠로요루가 고개를 돌리자, 그곳엔 역시나 딱봐도 불량해 보이는 고등학생 정도의 5명의 남자가 히죽히죽 웃고 있었다.

"뭐야 너, 로리콘이냐?"

"이거 위험한 녀석일세"

"뭐 어때, 귀여우면 장땡이잖냐"

머리를 노란색으로 염색한 쭈꾸미 같이 생긴(쿠로요루의 관점에서는) 남자는 그렇게 말하더니, 거의 반 강제적으로 쿠로요루에게 가까이 다가가며 말했다.

"어때, 오빠들이랑 놀아볼래? 이래봐도 우리, 이 근처에서 세력이 가장 큰 스킬아웃의 멤버라고?"

"………………"

딱히 물어본 적도 없고, 궁금하지도 않는데도 이 쭈꾸미 같은 녀석은 엄청나게 자기 자랑을 해댔다. 그게 또 엄청나게 별것도 아닌거라 헛웃음도 안나오지만 말이다. 전형적으로 여자한테 인기가 없을 법한 이 쭈꾸미는 그 후로도 한참을 쿠로요루를 쫓아다니며 재잘재잘 떠들어댔다.

얼마 지나지 않아 쿠로요루는 그런 녀석들을 무시한채 조용히 뒷골목으로 들어갔다. 역시나 그 양아치 녀석들은 "어이, 어이~" 하면서 껄렁껄렁한 자세로 쫓아왔고, 이내 평범한 사람들이 오고 다니는 거리가 아닌 뒷골목. '빛'에서 '어둠'의 영역으로 온 쿠로요루는 씨익ㅡ 하고 웃더니,

"!?"

문답무용으로, 그 양손에서 ​봄​버​랜​스​(​질​소​폭​창​)​을​ 발사했다.

"느, 능력자!!"

손에서 나오는 능력의 빛을 보고 제일 앞에 있던 쭈꾸미 같은 녀석이 소리쳤다.

기본적으로 스킬아웃은 능력자들을 상대하기 위해 만들어진 조직이다. 그렇기에 녀석들은 전부 왠만한 운동선수와 견줄만한 하드 트레이닝을 하고, 총이나 폭탄 같은 흉기를 휘두르면서 조직적으로 움직인다. 그렇기에 경험이 많은 여러명의 스킬아웃의 전투력은 전략적 병기와 동일시 되는 레벨 4(대능력자)도 쓰러뜨릴 수 있을 정도다.

하지만 그런 이 녀석들이 반응을 하기도 전, 쿠로요루의 봄버랜스는 제일 앞에 있는 녀석의 양쪽 허벅지를 관통했다.

​"​끄​아​아​아​아​아​아​아​!​"​

"이년이!!"

어느샌가 주머니 속에서 칼을 꺼낸 다른 녀석이 용서없이 목의 경동맥을 노리고 팔을 뻗어왔다. 하지만 쿠로요루는 그것을 막기는 커녕 고개를 돌려 그 공격을 피하면서 발 뒤꿈치로 녀석의 관자놀이를 찍어내렸다.

그렇게 한 녀석이 더 쓰러지자, 남은 3명의 스킬아웃은 지금 자신들이 놓여져 있는 상황에 대해 확실하게 ​파​악​했​다​. ​

질이 다른 것이다.

녀석들이 상대해본 레벨 4(대능력자)는 학교에서 수업을 받고, 단순히 능력의 질만 올리려고 하던 능력만 빼면 일반인과 다름 없는 온실속의 화초.

그런 녀석들만 상대하던 이 어중간한 스킬아웃 녀석들은 학원도시의 이면인 어둠 속에서 직접적인 전투원으로 행동하던 쿠로요루의 움직임을 눈으로도 따라갈 수 없었던 것이다.

"내가 오늘 무척이나 기분이 좋아서 그러니까 이 정도로 봐줄게"

쿠로요루는 양쪽 허벅지를 관통당해 피를 흘리고 있는 동료와 바닥에서 조금도 움직이지 않는 동료를 버리고 도망치지 못하는 나머지 녀석들을 향해 말했다.

"꺼져"

소리도 내지 못하고 가만히 있던 다른 스킬아웃들은 마치 이것이 마지막 기회라는 양, 쿠로요루의 신호를 시작으로 쏜살같이 움직여 자신들의 동료를 부축하고 뒷골목에서 사라졌다.

뒷골목에 남아 있는 쿠로요루는 조용히 하늘을 올려다 봤다. 그곳엔 아무것도 없지만, 학원도시를 비추고 있는 인공위성은 확실히 이 곳을 보고 있을 것이다.

"전쟁의 냄새가 나"

다시 씨익 웃은 쿠로요루는 뒷골목에서 나와, 원래 행하던 곳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조용히 혼잣말 했다.

"귀엽다고 안했으면 죽였을텐데"

**

전쟁의 냄새.

그 냄새를 누구보다 더 가까운 곳에서 느끼고 있는 것은 당연하게도 그 전쟁을 준비하는 사람일 것이다.

그리고, 지금 이 상황에서 그것은 페이커를 말하는 것이었다.

"…………"

자신의 집. (이라곤 해도 또 다른 아지트일 뿐이지만)에 조용히 있던 페이커의 귀에 띵똥~ 하고 초인종이 울리는 소리가 들렸다.

애초에 자신의 집도 아니고, 페이커는 문에 걸려 있는 잠금장치를 해제할 열쇠조차 가지고 있지 않다. 그렇기에 페이커는 그렇게 울리는 소리를 무시했다.

그렇게 3분 정도 울렸을까, 초인종의 소리가 멈췄다.

(뭐, 포기했나)

그런 안이한 생각을 하자,

콰아아앙!! 하고 철제로 된 문이 통째로 날아갔다.

보통 같았으면 '녀석들인가!' 하고 벌떡 일어나 전투 준비를 해야할 상황이었지만, 의외로 페이커는 무척이나 ​침​착​했​다​. ​

말은 안했지만 자신의 아지트를 알고 있고, 이런 상황에 이런 방식으로 들어올 녀석은 자신이 아는한 한명밖에 없는 것이다.

"추워 죽겠는데 왜 안열어 빌어먹을 자식아!!"

"열쇠 없어"

"쳇. 이래서 텔레포터 녀석들은…"

난폭한 침입자. 쿠로요루 우미도리는 페이커가 있는 방으로는 들어가지도 않은채 뚜벅 뚜벅 걸어가 냉장고를 열었다. 식료품 같은 것은 전부 페이커가 사온거긴 하지만, 쿠로요루는 그런 사소한 것은 신경조차 쓰지 않고 안에서 편의점용 도시락과 생수를 멋대로 ​집​었​다​. ​

도시락을 든채 페이커의 방에 들어간 쿠로요루는 커다란 소파에 턱 하고 앉더니, 바닥에 앉아 무언가를 꼼지락 거리고 있는 페이커의 등뒤를 향해 말했다.

"전쟁이라도 일으킬 생각이냐? 그런거 치고는 너무 소소한데. 애들 싸움도 아니고 말이야"

바닥에서 꼼지락 거리고 있는 페이커가 만지고 있는 것은 학원도시제의 총이었다. 여러개의 권총과 라이플. 그리고 수류탄 부터 시작해서, 대구경 저격총까지. 밖이라면 조직끼리 전쟁이라도 일으킬 수 있을 만한 무기들이지만, 레벨 5(초능력자)인 페이커가 다루기에는 어린아이 장난같은 무기들이다.

"전쟁이라기 보다, 전투지 이건"

"전투?"

"어이, 쿠로요루"

라이플을 정돈하던 페이커는 바삐 움직이는 손을 멈추지도 않은채 말했다.

"나. 그 카미조 토우마라는 레벨 0(무능력자)를 죽일 셈인데 말이야. 안말릴거냐?"

"앙? 내가 왜?"

"글쎄, 너도 어쩌다 보니 그 녀석한테 도움받지 않았냐?"

"뭐, 그랬긴 했지만"

소파에 책상다리로 앉은채 도시락을 먹고 있는 쿠로요루는 입에 있는 내용물을 우물우물 씹어 삼키고,

"그게 뭔 상관인데?"

뚝. 하고 페이커의 손이 멈췄다.

조금 시간이 지난 후, 페이커는 다시 손을 느릿느릿 움직이면서 말했다.

"뭐 감금생활이라고 해도, 너는 그 녀석이랑 좀 오래 있었잖아. 대충 어떤 녀석인지, 알고 있어?"

"썩어 빠질 정도로 착한 녀석이었어. 착하다고 할까, 무르다고 할까, 그 기묘한 능력도 능력이지만 사람 자체가 껄끄럽게 느껴진다고 해야되나… 너나 내가 보고 있으면 속이 뒤집혀질걸?"

"그런가. 그럼 죽여도 문제 없는 거지?"

"그러니까 너는 아까부터 뭘 물어보고 싶은 거야? 아항…"

쿠로요루는 장난스럽게 씨익ㅡ 웃더니,

"평소에 그렇게 말하던 '합리적'인 판단이 서지 않다는 거냐? 아니면 너무 합리적이라 거슬린다던가?"

"……"

"야, 페이커"

대답이 없는 페이커를 내버려둔채, 다 먹은 도시락을 한쪽 구석으로 치우고 생수를 꿀꺽꿀꺽 마신 쿠로요루는 덧붙였다.

"너는 가끔. 아니, 그 연구소에서 나올때부터 지금까지. 너무 복잡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느껴지지 않아?"

"…복잡하다고?"

"무엇이 너를 그렇게 합리적인 판단으로 몰아가는지는 모르겠지만 말이야. 그냥 간단히 생각하면 편하다고"

"재미있는 발언인데. 그래. 예를 들자면?"

"그냥, 하고 싶은대로 하면 되는거 아니야?"

"…하?"

"먹고 싶을때 먹고, 죽이고 싶은 녀석은 죽이고, 그냥 자기가 하고 싶은 데로 살면 되지 뭘 그렇게 힘들게 사는지, 같은 녀석의 사고패턴을 이식받았으면서 너는 왜 그렇게 불쌍한지 모르겠다고"

"합리적이지 않구만"

"그게 문제라고 그게!"

갸아아악! 하고 화를 내는 쿠로요루.

페이커는 그렇게 소파에서 방방 뛰는 쿠로요루를 보고 피식. 하고 웃었다.

"그것보다 너, 여긴 어떻게 알고 찾아왔냐"

"네놈이 아지트로 잡을만한데 이런데 말고 또 있냐? 대충 찝어도 정답이구만"

쿠로요루의 한심하다는 대답에 '으음… 패턴을 바꿔야 하나… ' 하고 중얼거리는 페이커.

그러자 쿠로요루는 다시 총을 손질하는 페이커를 비꼬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것보다 너, 총은 쏠줄 아는거야? 기본적으로 너도 능력바보 아니던가?"

"내 능력이 어떤지 알잖아"

모든 총의 손질을 끝낸 페이커는 말했다.

"대충, 따라하면 돼"

"………"

그 말에 쿠로요루는 대답하지 못했다.

그렇게 말하는 페이커의 표정이 무척이나 쓸쓸해 보였기 때문이다.

그렇게 조금 있자, 벌떡 하고 페이커가 자리에서 일어나 외투를 입기 시작했다.

"어디가게?"

"편의점"

"갑자기 편의점은 왜?"

"너가 내 도시락 먹었잖냐"

그렇게 슝, 하고 맨션의 밖으로 텔레포트한 페이커는 다시한번 문이 없어졌다는 것을 깨닫고, 대충 그 철제 문을 들어올려 원래 있던 자리에 끼워넣었다. 쿠로요루가 질소능력자가 아니라 폭발계 능력자였으면 안티스킬 때문에 무척이나 귀찮았을것 같다.

그런 생각을 하며, 페이커는 밖으로 나왔다. 겨울의 쌀쌀한 바람을 맞으며 편의점까지 걸어가고 있으니, 맞은편에서 누군가가 이쪽을 향해 걸어오고 있었다.

상식적으로 단순한 행인일 것이다… 라고 생각한 페이커지만, 조금씩 가까이 다가온 그 사람의 얼굴을 보고 자신도 모르게 얼굴을 찡그렸다.

날씨에 어울리지도 않는 얇은 옷차림에 팔꿈치 까지 오는 하얀 면장갑. 그리고 그 면장갑과 같은 거미줄 포인트를 하고 있는 사이하이 삭스. 경망스러워 보이는 금발을 가진 중학생.

5위의 레벨 5(초능력자). 쇼쿠호 미사키.

개인적으로 알고 있는 사이도 아니고, 연관되면 귀찮을것 같기에 페이커는 그녀를 무시한채 걸어가고 있었지만, 상대는 그런 생각이 없었나 보다.

"어라, 6위네. 어디를 그렇게 바쁘게 가고 있어? 편의점이라도 가고 있는 거야?"

"어어라, 무슨 용건이신가 5위씨는………… 잠깐"

뿌득, 하고 페이커는 주머니에서 손을 꺼내며,

"너, 날 어떻게 알고 있는 거지?"

"응? 내가 널 알고 있는게 신기해? 그럼 너는 나를 어떻게 알고 있는 건데?"

"…그건"

"꺄하하핫! 너 은근히 멍청하구나☆"

(성격이 최악이라는건 이미 알고 있었지만…)

엄~청나게 비꼬는 말투 때문일까, 페이커는 무척이나 혐오스러운 기분이었다. 단순히 그런 말투 때문에 기분이 나쁘기 보다는, 생리현상 적으로 불쾌한 기분…

(뭐… 일반적으로 잘 모른다고는 해도 나도 조사하면 누군지 알아볼 수는 있는 거니까. 그런거겠지)

페이커는 그런 불쾌한 기분을 억누르며,

"그래서? 무슨 용건인데?"

"음. 아니 용건이 있다고 해야할까, 없다고 해야할까"

"어이 어이"

"뭐 우연한 만남……은 아니지만 말이야. 단순한 변덕이라고 하는게 가장 어울릴것 같네"

그렇게 말한 쇼쿠호는 페이커를 가로질러 걸으며, 들릴듯 말듯한 조용한 목소리로 말했다.

"뭐, 어찌됐든 전력을 다 해봐. 501호씨"

"…………?"

멍하니 쇼쿠호가 멀어지는 것을 지켜보던 페이커는 가슴속에 응어리져 있던 혐오감도 같이 멀어진다는 것이 느껴졌다.

기본적으로 미신 같은 것을 믿지 않는 페이커도 흉조라고 할까. 마녀라고 해야할까. 그런 무언가로 까지 느껴질 정도의 혐오감 이었다.

그런 기분 나쁜 만남도 뒤로한채, 페이커의 배에서 꼬르륵ㅡ 하는 소리가 울렸다. 지금 제일 중요한 것은 배에 무언가를 넣는 것이라는 것을 판단한 페이커는 느릿느릿 다시 편의점 까지 가서, 남아있는 도시락과 생수를 사고 자신의 맨션으로 돌아왔다.

"늦잖아 임마"

그렇게 말하는 쿠로요루는 어떻게 찾았는지 코타츠를 꺼내 그 안으로 들어가 거실에서 TV를 보며 과자를 먹고 있었다.

생각보다 밖에 오래 있어서 몸이 차가워진 페이커는 정다운 기분이 들기도 했기에, 자신도 코타츠의 한쪽 자리를 차지했다. 옆에 있던 쿠로요루도 별 말이 없기에 그 자리에서 도시락까지 헤치웠다.

"그래서? 언제 죽일건데?"

그렇게 코타츠에 푹 빠져 코타츠에 턱을 기대고 한참동안 TV를 보던 쿠로요루가 맹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글쎄, 언제 가도 상관 없긴 한데. 조금 있다 움직여볼까. 그래서? 넌 따라올거냐?"

"그건 내 마음이지"

그렇게 자신도 모르게 꽤 멍하니 있던 페이커는 곧 코타츠에서 빠져나와, 커다란 배낭에 짐을 챙기기 시작했다. 권총 한정과 라이플 한정. 수류탄 세개. 그리고 대구경 저격총 하나를 분해해서 가방에 넣은 페이커는 마치 산책을 나가는 듯이, 쿠로요루를 남겨둔채로 가볍게 현관문 밖으로 텔레포트 했다.

"야, 페이커"

"응?"

맨션의 안에서, 쿠로요루가 말했다.

"죽지나 마 멍청아"

"……?"

의미를 알 수 없는 소리에 뭐라 대답할 말을 찾지 못하던 페이커는 어깨를 으쓱 하더니 다시 맨션의 밖으로 텔레포트 했다.

밖으로 나온 페이커는 행선지를 향해 걷기 시작했다.

초능력도, 마술도 아닌 기묘한 오른손을 가진 소년. 카미조 토우마에게.



라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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