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ker. 5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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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좁아 터진 기숙사에 다시 무대의 조연들이 모일것이라는 것을 알리가 없는 불쌍한 레벨 0(무능력자). 카미조 토우마는 자신의 기숙사의 바닥에 조용히 앉아 있었다.
……정확히는, 아직까지 화가 나 있는 자신의 동거인. 인덱스의 화를 누그러뜨리기 위해 필사적으로 고생하고 있지만 말이다.
"저기 인덱스, 뭐 때문에 그렇게 기분이 나쁜거야?"
10만 3천권의 마도서를 지키는 금서목록… 같은건 이 상황에 아무래도 좋다. 평소처럼 카미조는 안절부절하며 인덱스의 기분을 풀어주려고 하고 있지만, 인덱스가 화난 이유는 평소처럼 카미조가 멋대로 바보짓을 했기에 그런것이 아니다. 자신에게 말하지도 않고 또 영웅처럼 위험속에 스스로 발을 움직여, 그것을 걱정해서 화를 내는 단순한 감정의 폭풍이 아니었다.
"……"
인덱스는 카미조의 말에 대답도 하지 않은채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정확히는 카미조와 자신 이외에 이 기숙사에 있는 다른 인물에게 향했다.
"♪~"
그곳에는 학원도시 제 3위의 레벨 5(초능력자). 미사카 미코토(통칭 단발)가 현관 근처에 있는 주방에서 콧노래까지 부르며 요리를 하고 있었다.
최근들어 인덱스는 위기감이 느껴졌다. 처음에는 미코토가 가끔 카미조의 기숙사의 놀러오는 것은 그렇게 기분이 나쁜 일도 아니었고, 매일 올때마다 유명한 가게의 케이크라던가 초콜릿 등, 인덱스가 좋아할만한 맛있는 먹을거리를 가져왔기에 오히려 인덱스는 미코토에게 있던 호감이 더 커질 정도였다.
(바, 방심했어……)
하지만 그렇게 매일 매일 맛있는 먹을거리들을 입이 터져라 먹던 인덱스는 정확히 오늘. 핫! 하고 무언가가 잘못 돌아가고 있음을 파악했다. 미코토는 이런저런 구실을 달며 카미조의 기숙사에 놀러오는 주기가 짧아졌고, 이제는 비유가 아닌 정말로 매일 매일 오는 것이다. 게다가 그 마수를 점점 넓혀, 또 이런저런 이유를 달며 카미조의 사생활에 간섭하기 시작하고 가끔 집안 청소까지 해주더니 이제는 요리까지 해주고 있다.
한심하게 먹을것에 길들여진 자신을 자책하는 한편, 단발의 요리는 얼마나 맛있을까 같은 생각이 들어 주륵, 하고 살짝 침을 흘린 인덱스는 다시 핫! 하고 정신을 차렸다. 이 집의 주거인으로서, 단발의 접근을 이 이상 용인할시 자신의 위치를 빼앗기고 만다는 동물의 감이 느껴졌다.
인덱스는 다시 말없이 카미조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인덱스?"
그리고 또 화가 나는 것은, 이 사람 좋아빠진 남자는 미코토가 매일 매일 놀러오는 것을 거북스럽게 생각하기는 가끔 멍청한 표정을 지을 정도로 좋아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여태까지 깊게 생각한 적도 없고, 자신은 이것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했던 인덱스지만 아무래도 비교할만한 대상이 생겼다 보니 자신과 미코토를 비교하는 경향이 생겼다.
'너는 조금만 신경을 안쓰면 또 멋대로 전쟁의 한가운데로 뛰쳐가니까! 보호 겸 감시야!'
여태까지 카미조를 걱정해주던 역할도 어느순간 부터 미코토가 하고 있고,
'우와… 방청소좀 하고 살아라. 응? 이게 한거라고? 아, 정말… 나와봐! 아니, 그냥 밖에 나가서 10분쯤 있다가 들어와!'
자신이 하지 않는 청소라던가,
'오늘은 여기서 뭔가 만들어 볼테니까. 요리 실력? 이 미코토님의 요리 실력을 의심하는 거야 너?'
자신이 하지 않는 요리까지 하고 있다.
이제 진짜로 자신의 역할은 먹고 자는 식충이 역할밖에 없는걸까. 하고 진지하게 고민하던 인덱스는 단순하지 않은 복잡한 감정의 소용돌이에 찔끔. 하고 눈물이 나오는 것이 느껴졌다. 그것을 필사적으로 참느라 고개를 숙이고 볼에 바람을 넣어서 힘을 줬다. 그게 또 엄청나게 귀엽다는 것을 본인이 알리는 없겠지만.
"자, 다 됐어"
결과물이 자신이 생각했던 것보다 더 뛰어난 것인지, 미코토는 얼굴 가득히 자신감이 넘치는 미소를 지으며 쟁반에 그릇 3개를 들고 왔다.
오늘 미코토가 점심으로 준비한 요리는 토마토 스파게티. 비교적 손이 덜 가고 맛의 중요도는 소스가 대부분이므로, 생각보다 난이도가 낮은 요리다.
"뭐해? 어서 먹어봐"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의 평가를 먼저 듣고 싶은 것인지, 미코토는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카미조와 인덱스의 얼굴을 쳐다보며 말했다.
하지만 카미조는 뭔가 등에서 삐죽. 하는 한기가 느껴졌고, 그것이 항상 있는 자신의 불행한 기운이라는 것이라고 판단했다. …한마디로 줄이자면, 미코토의 요리솜씨에 대해 확신하지 못한 카미조는 조심스럽게 인덱스에게 조용히 말했다.
"이, 인덱스?"
카미조의 목소리에 다시 정신을 차린 인덱스는 다시 한번 자신의 역할에 대해 생각하고, 지금 자신이 할 수 있는 일. 그러니까 자신의 보금자리에 쳐들어온 외적을 물리치기 위해 악당이 되리라 생각했다.
탓, 하고 포크를 집은 인덱스는 스파게티에 쑤셔넣은 포크를 빙글빙글 돌려, 미코토의 토마토 스파게티를 입에 가져갔다.
"………"
한포크를 먹은후 딱. 하고 몸이 굳은 인덱스는 수초가 지난후,
후루루룩!!! 평소처럼 엄청난 기세로 순식간에 스파게티를 흡입하기 시작했다.
"어때?"
순식간에 한그릇을 뚝딱 해치운 인덱스를 향해 미코토가 그렇게 묻자, 인덱스는 입에 잔뜩 묻은 토마토 소스를 티슈로 닦으면서,
"맛없어"
"어이!!? 그런 기세로 다 먹어놓고!!?"
"진짜야 토우마. 먹으면 죽을지도"
그렇게 말한 인덱스는 훗, 하고 승리의 미소를 지으며 미코토를 쳐다봤지만,
"!?"
미코토는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싱글벙글 웃고 있었다.
어, 어라? 하고 인덱스가 무언가 의아하다는 것을 느끼자 미코토는 벌떡 일어나더니 부억으로 다시 가서 한그릇의 스파게티를 더 가져왔다.
인덱스가 움찔. 하고 몸을 떨자, 미코토는 새로운 스파게티를 인덱스의 앞에 두더니,
"더 먹을래? 아니 맛없으니까 괜찮으려나?"
"우,우…"
앞에서 싱글벙글 웃으며 말하는 미코토와, 자존심과 식욕, 그리고 자신의 역할에 대해 고민하던 인덱스는,
"우………"
결국, 기운차게 포크를 집으며 소리쳤다.
"우……………!! 토우마 바보! 거지발싸개! 똥꾸멍!!"
"어째서!!?"
우아아아아앙! 하는 괴성과 함께 다시 스파게티를 먹는 인덱스. 그리고 갑자기 비난을 받고 당황한 카미조는 앞에 있던 미코토의 눈이 마주쳤다. 무언으로 '너도 빨리 먹어' 하는 찌릿찌릿한 시선을 (비유가 아니라 그녀라면 충분히 가능한 시선이지만) 보내는 미코토 때문에 카미조는 조심스럽게 포크를 집어 스파게티를 입에 가져갔다. 영 탐탁지 않은 표정으로 우물우물 씹던 카미조의 표정이 점점 밝아지고, 꿀꺽 하고 삼키자 카미조는 밝은 얼굴로 말했다.
"오, 제법인데 미사카"
객관적으로 보자면, 당연히 자취를 하면서 인덱스라는 식객까지 먹이고 있는 카미조의 요리실력은 미코토보다는 훨씬 뛰어났다. 하지만 그런 카미조도 잘 해먹지 않는 스파게티라는 메뉴의 의외성과, 미코토의 어머니가 만들어주신 특제 스파게티 소스의 위력은 그 카미조 조차 인정할 만한 위력이었다.
"헤헷"
그제서야 얼굴을 붉게 물들이면서 웃은 미코토는 자신도 스파게티를 먹기 시작했다.
그렇게 점심을 다 먹고, 설거지를 하려는 미코토에게 '요리는 네가 했으니까' 라면서 카미조가 설거지를 하는 동안 방안에서는 또 미코토와 인덱스의 신경전이 있었지만, 그런건 사소한 일이다.
"이런것 밖에 없지만"
설거지를 다 끈낸 카미조는 멋쩍게 웃으며 차를 가져왔다. 평소에 먹던 싸구려 보다는 가격이 높은, 말하자면 접객용의 물건이다. 얼핏 전혀 상관없어 보이지만 이런 사소한 차이를 인덱스가 놓치지 않을리는 없었다. 물론, 이런 사소한 것들이 모여서 인덱스의 심기가 불편한 것이지만 말이다.
"고마워, 잘마실게"
"……"
그렇게 셋이서 코타츠에 둘러앉아 따뜻한 차를 먹는 일상.
이런 일상이 요즘에는 계속되고 있다. 이제 카미조도 미코토가 매일 오는 것에 대해 거북한 느낌이 들지도 않고, 오히려 오지 않으면 무언가 허전해질 정도니까 말이다.
"이대로는 안되겠어!"
"응?"
그러자, 미코토의 정면에 앉아 있는 인덱스가 갸아아악! 하면서 큰 소리를 냈다.
"토우마 토우마! 이런 불건전한 남녀관계가 지속되면 양쪽이 큰 피해를 입을지도!!"
"갑자기 무슨 소리야?"
인덱스는 고개를 갸웃거리는 카미조의 머리를 물어뜯으려고 했지만, 이런 경우에는 오히려 그것이 상황을 악화시키리라는 것을 그녀는 잘 알고 있었다.
최대한 냉정을 가정하며, 인덱스는 논리정연하게 이 사태에 대해 설명했다.
"이렇게 매일 매일, 매일 매일 여자애가 남자애의 기숙사에 놀러오다니 난 반대야! 게다가 청소까지 해주고 밥까지 해주는건 더 반대! 이건 마치, 그, 그, 그… 도, 동거잖아! 불순해!"
"이야~ 내가 끓였어도 오늘은 차가 정말 맛있네"
"그러게. 차 맛있네"
"우갸아아악!? 왜 무시하는거야 토우마!?"
"아니… 그렇게 말을 해도…"
카미조는 자신의 얼굴을 긁적이며,
"너랑 이미 동거, 하고 있잖아"
"아"
미처 거기까지 생각하지 못했던 건지, 아니면 자신이 100% 옳다고 생각하던 발언의 약점을 찔린것 때문인지, 인덱스는 순간 새파래진 얼굴이 되더니 말을 잇지 못했다.
"것보다, 동거라고 해도 너는 하는것도 없잖아. 미사카가 와주고 나서 이제는 살만하다니까"
후룩, 하고 차를 마시느라 인덱스의 표정을 파악하지 못한 카미조는 얼빠지게도 그런 소리를 말했다.
그 말에 둥! 하고 충격을 받은 인덱스는 마치 금붕어 처럼 입을 뻐끔뻐끔 하더니,
"토우마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그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반쯤 울고 있는 채로, 토우마의 성게같은 머리를 물어뜯었다.
미코토는 그런 모습을 보며 훗. 하고 승자의 미소를 띄우며 차를 마셨지만, 그 후 반쯤 맛이 간 인덱스의 입에서 나오는 발언을 무시하기엔 역부족이었다.
"토우마는 토우마는! 잘때 그렇게 침대 옆을 비워줘도 오지도 않고!"
"푸ㅡ훕!!!!"
"미사카!?"
콜록 콜록 기침을 하면서 성대하게 차를 내뿜은 미코토는 얼른 고개를 돌려 얼굴을 정돈한후, 살색이 안보일 정도의 빨간 얼굴로 카미조를 향해 손가락질을 하며,
"무,무무무무무무슨 짓을 한거야 넌!?"
"넌 무슨 생각을 하는 건데!? 오해라고!?"
"잘때!? 침대!? 알아듣게 설명해. 얼른!"
"……"
카미조의 머리에 아직도 이를 박아넣고 있는 인덱스는 그런 모습을 지긋히 지켜보더니, 아항. 하고 씨익 미소를 지었다.
"후후후후… 토우마! 오늘부터 같이 자는게 좋을지도!!"
"그러니까 넌 자꾸 오해 생길 말 하지 마!!"
카미조는 파직 파직 전류를 튀기며 이쪽을 위협하는 미코토를 겨우겨우 달랜후, 화장실의 이야기를 꺼냈다.
그 이야기를 들은 미코토는 고개를 끄덕이며,
"아… 욕조에 있던 이불이 그런 용도 였구나. 나는 또 저번에 그 납치감금… 건 때문에 그런줄 알았더니"
"그러니까 그것도 오해야…"
"그것보다"
미코토는 휙, 하고 인덱스를 바라보며,
"그래도 집 주인이 침대에서 자는게 옳지 않아? 뭐, 이 녀석의 심성이라면 그런짓이 가능하리라 생각하진 않지만… 상식적으로 마루에 이불이라도 깔면 될텐데"
"그건 나도 토우마한테 말했었어. 근데 토우마가 반대했어"
"……?"
남자는 늑대다. 밤에는 특히. 그것이 아무리 성인군자인 카미조의 경우라도.
기본적으로 남자에 대해 면역력이 적은 미코토가 알리가 없는 이야기 였다.
그런 장난스러운 이야기를 하는 도중, 이변이 발생했다.